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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버킷메시아
작가 : 비맞은산타
작품등록일 : 2019.10.6

물이 찰랑이는 양동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청년은, 팔이 빠질 것 같은 아픔에 끙끙대며 자신을 천계로 끌고 온 눈매 사나운 여신에게 질문했다.

-누님. 이 물양동이는 뭐죠?

-그거 지구.

-네?

-그거 떨어트리는 순간 70억이 죽거든? 그 꼴 보기 싫음 버텨라?


10년.

20년.

100년.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은 양동이를 고쳐들며 이를 부득 갈았다.


-망할 년들. 이쁜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더니...

 
비키니 아머의 그녀(4)
작성일 : 19-10-30 16:45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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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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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그녀가 선 땅을 제외하고 주변 모두가 시뻘건 용암으로 들어찰 즈음, 그녀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흠! 뭐, 이정도로 해 둘까요?"

 

 딱!

 

 그녀가 손을 튀기자 불기둥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세상에."

 

 "놀라긴 일러요. 말했다시피 방금의 그건 약식, 그것도 화력을 최소한도로 죽인 1/1000 버전이니까요."

 

 "1000분의 1이라고...? 저게? 무슨 세계종말의 순간 같은 느낌이었는데!?"

 

 "에헴! 어때요? 지천사의 힘이? 이제 좀 존경할 마음이 드나요?"

 

 난 대답대신 나와 눈높이가 거의 같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눈길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그녀가 문득 더욱 기고만장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제가 두렵나요? 무섭나요? 뭐 그럴 만 해요. 저는 당신의 상식 바깥에 있는 존재. 지금 당장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경배를 한다 해도 이해할 수 있어요."

 

 난 피식 웃음을 지었다.

 

 "무섭거나 뭐 그런 게 아니라, 단지 누님이나 유카리스티아 당신이 정말 신화에 나올법한 존재란 걸 납득했을 뿐이에요. 알고는 있었지만 몸으로 느끼는 건 역시 많이 다르군요."

 

 유카는 내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곤 잠시간 내 눈을 관찰하더니 오~하는 감탄사를 흘렸다.

 

 "정말 나를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꺼려하지 않는군요. 내가 저질러놓고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뭐하지만, 제 힘과 권능은 정말 강력하고 엄청나서 별 한 두개쯤은 사탕 깨먹듯 부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이질적인 권능을 목도하고도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죠?"

 

 훗. 굉장히 쉬운 질문이다.

 

 "그 짱 세고 강력한 유카씨는 누가 가장 무서워요?"

 

 "언니요."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즉답이다.

 

 "난 당신보다 그 언니라는 분을 먼저 만났어요."

 

 "...아."

 

 저게 바로 나 정말 잘 이해했어요~라는 말을 표정으로 번역한 얼굴이다. 참고하자.

 

 "덤으로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당신의 그 힘은 내가 보기엔 요리용 식칼 같은 거에요."

 

 "엥? 식칼?"

 

 "만에 하나 당신이 그 힘을 나를 향해 쾅 하고 터트린다면 난 틀림없이 죽겠죠. 근데 그건 당신이 식칼을 들고 휘둘렀다 해도 똑같을 겁니다. 그러니 위협이란 측면만을 따지자면 그 힘은 울트라 짱 멋지고 짱 화려한 식칼이에요. 그리고 전 누군가가 식칼을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벌벌 떨진 않죠."

 

 "...헤에."

 

 "결정적으로 내겐 당신이 식칼로 요리가 아닌 살인을 할 사람으로 보이질 않아요."

 

 "......"

 

 말이 끝나고 유카리스티아의 표정을 살피자 그녀는 어딘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응? 나름 정리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 권능을 식칼에 비유한 게 좀 무례했을지도.

 

 "머..."

 

 "머?"

 

 "머머..."

 

 "머머?"

 

 순간, 그녀가 무서운 기세로 덮쳐들며 외쳤다.

 

 "멋져요!!! 훌륭해요! 참신해요! 당신! 그런 마인드, 굉장히 맘에 들어요!!!"

 

 물컹~

 

 가슴! 가슴이 얼굴에!!!

 

 아, 정녕 이 고금제일의 찬란한 감촉을 표현할 단어가 물컹 뿐이란 말인가. 절망했다! 나의 빈약한 어휘력에 절망했다!

 

 가, 아니고!

 

 위험!!!

 

 "우붑, 우부우부 우부붑!"

 

 "네에?"

 

 푸헙!!

 

 난 온 힘을 다해 얼굴을 가슴에서 뽑은 뒤, 있는 힘껏 외쳤다.

 

 "매달리지 말고 내려와요! 물동이 안보여요!? 나 넘어진다고!!! 세계멸망이라고!!!"

 

 "어머, 실수."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떨어져나갔다.

 

 "허억, 허억, 허억. X될뻔 했다."

 

 난 숨을 몰아쉬며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제발 제 머리위에 세계가 얹혀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세계멸망의 이유가 '가슴에 눌려서'라니. 이런 악질적인 농담이 어디 있어요? 인류를 두 번 죽일 생각인가요? 어디 기록에다 누가 '지구 인류의 멸망 원인은 바로 유카란 천사의 가슴이었다.'라고 남기기라도 하면 어쩔 겁니까?"

 

 내 탄식을 들은 유카가 헤헷,하고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

 10분 후.

 

 "우리, 친구가 되죠."

 

 답지 않게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던 유카리스티아가 갑자기 꺼낸 첫마디는 바로 이것이었다.

 

 "네?"

 

 "'유카리스티아씨', 라거나 '당신은 어쩌고' 같이 그렇게 길게 늘여 부르는 거 좀 답답하지 않나요? 우리가 하루이틀 얼굴 볼 사이도 아닌데 말예요."

 

 뜬금없는 제안에 난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영광이긴 한데... 왜 저 같은 거랑?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전 물양동이 드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중늙은이 인간일 뿐인데요."

 

 "인간의 소소한 나이 따윈 제겐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해요. 한 살배기 아기든 1000살 먹은 영감이든 전부 똑같으니까요. 제게 중요한건,"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내 가슴과 머리를 쿡쿡 찔렀다.

 

 "여기와 여기에요."

 

 "...대흉근과 마빡?"

 

 "...영혼과 생각이거든요? 여튼 그런 면에서 전 당신을 상당히 좋아해요. 반짝반짝 빛이 나니까요."

 

 잘 이해가 가진 않지만... 적어도 그녀 안에서 내가 제법 고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겠다.

 

 "유카리스티아씨는 좀 더 거드름을 피워야 하는 위치 아닌가요? 난 무지하게 높고 위대한 존재다~ 모두들 엎드려 날 경배하거라~ 같은 느낌으로. 실제로 위대한 존재잖아요? 강등 어쩌고 하긴 했지만 그게 그다지 제약으로 작용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음. 뭐, 사실 제가 그런 걸 강요할 수 있는 입장이긴 하죠. 실제로 그런 적도 있구요. 하지만 적어도 당신과 그러고 싶진 않아요. 만일 제가 당신과 ~하거라, 알겠사옵나이다,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사이에선 외경은 있을지언정 어떤 이해나 교감도 생겨나지 못해요. 전 당신과 친해지고 싶은 거지 당신의 존경을 받고 싶은 게 아니에요."

 

 여기까지 말한 그녀는 좀 쑥스러운 듯 보일 듯 말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자, 설명은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은데, 대답은요?"

 

 “......”

 

 난 이제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안다. 위대한 존재. 때때로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 그 영지가 심연 저 한없이 깊은 곳에 닿아 있는 존재. 이렇게 귀여운 외모를 하고 같이 웃고 떠들기도 하지만 그녀는 내가 상상도 못할 긴 시간동안 상상치 못할 많은 것을 보아 왔겠지.

 

 그런 존재가 저리도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어왔다는 데서 난 작은 희열을 느꼈다.

 

 "...제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요?"

 

 "흐... 알아요? 언니를 언니라 부르는 간 큰이가 저밖에 없듯 언니를 누님이라 부르는 무모한 자 역시 당신밖엔 없어요."

 

 난 웃고 말았다.

 

 "좋아. 잘 부탁해. '유카'."

 

 "네. 저도 잘 부탁해요."

 

 "어...? 말 낮추면 안 되는 거였어요?"

 

 "아뇨, 그건 괜찮아요. 단지 제가 이쪽이 더 편할 뿐이에요. 적어도 당분간은요."

 

 ------------------

 그로부터 다시 한 달, 우린 드디어 새로운 랜드마크에 도달했다.

 

 "에브라임. 벽옥의 산이라 불리는 곳이에요. 높이는 음... 144000m정도 되겠네요."

 

 "벽옥의 산."

 

 이름답게 그곳은 정상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고 날카롭게 솟은 푸른 산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산 자체는 대지와 마찬가지로 흰색을 띄고 있었지만 산과 그 주변 땅을 빽빽이 뒤덮은 식물들이 선명한 푸른 빛(녹색이 아니다)으로 산을 감싸고 있었다.

 

 "1440도 아니고 14400도 아닌 144000... 헐.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동네라니까..."

 

 에이 몰라. 이 동네 와서 내가 언제 제대로 된 거 봤다고.

 

 난 이내 복잡한 건 머릿속에서 털어버리곤 산의 색깔로 관심을 돌렸다. 이곳에 와서 이토록 선명한 대량의 푸른색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난 잠시 감동에 취했다.

 

 "음. 좋다..."

 

 난 실컷 산의 푸르름을 만끽한 뒤에 유카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그래서라뇨?"

 

 "가이드잖아. 뭔가 더 설명이 있을 것 아냐."

 

 "더는 저도 모르는데요?"

 

 "엥?"

 

 "여긴 언니가 머리 아플 때 한 번씩 찾는 개인공간이라서요. 저도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초상적 인지도 막혀있어서 발로 뛰는 것 말곤 조사도 불가능하구요."

 

 "아니, 그럼 뭘 위한 가이드인 거야?"

 

 "여기까지 안 헤매고 잘 찾아왔잖아요?"

 

 "...아."

 

 난 내가 오해한 부분을 깨달았다. 그녀는 말 그대로 가이드였다. '여행사 가이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가 이마에 손을 대고 저만치 위쪽의, 보이지도 않는 산 정상 쪽을 눈으로 훑으며 중얼거렸다.

 

 "재미있는 건 거의 산 위쪽에 모여 있는 게 좀 유감이네요. 양동이를 들고 저길 등반하는 건 무리일 테니까요. 대신 아쉬운 대로 산 주변의 수림이라도 돌아보세요. 지형도 평탄하고, 위험요소도 없어 보이니까요. 대충 훑는 것만으로도 1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곳이니 시간 때우긴 그만이겠네요."

 

 응?

 

 난 그녀의 말에서 작은 위화감을 느꼈다.

 

 "여기 온 이후 살아서 움직이는 뭔가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었죠? 어쩌면 여기서 그 뭔가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산 중턱부터 해서 그 위로 움직임이 좀 있어요. 일각수 종류인것 같은데... 만약 밑에서 마주친다 해도 위험하진 않을 거에요. 언니의 눈길이 항시 머무르는 곳이니까요."

 

 위화감.

 

 "산 정상엔 산의 관리자까지 있군요. 여긴 단순히 경치만 좋으라고 만들어 진 곳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뭔가 보관되어 있는 걸지도..."

 

 위화감.

 

 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잠깐만."

 

 "네?"

 

 "저, 저기, 말 그대로 정말 그냥 물어보는 건데..."

 

 "......"

 

 "설마, 만에 하나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응, 그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니겠지... 아닐 거야.

 

 "혹시, 떠...떠나려는 건 아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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