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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문을 열어드립니다
작가 : 반루아
작품등록일 : 2019.9.3

[미스터리 판타지]
완벽주의자 프로파일러 피아와 귀차니즘 마신이 인간계와 마계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서스펜스

 
23.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작성일 : 19-10-30 16:02     조회 : 348     추천 : 2     분량 : 5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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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토를 뒤집어쓴 한 여인이 소장을 엎은 채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소장을 고쳐 엎은 그녀기 자기 집에 들어가듯 비밀번호까지 누른 후 물 흐르듯 안으로 들어갔다.

 

 “짜장면 하나 배달 부탁해요.”

 

 중국집에 전화해 주문을 마친 망토를 걸친 인영은 어린아이라도 되는 냥 식당 의자에 앉아 발을 동동 굴렀다. 짜장면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 힘들다는 듯 인영이 팔로 턱을 괸 채 검지로 식탁을 두들겼다.

 

 “에이씨,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짜장면 배달이 늦어지자 인영은 뽀로통한 얼굴로 시계만 주시했다. 드디어 초인종 벨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

 

 “왔다!”

 

 현관문으로 달려간 인영이 배달원에게서 짜장면 그릇을 받아들었다. 킁킁거리며 짜장면 냄새를 맡던 그녀는 달콤한 향기를 만족스러워하며 식탁에 내려놓았다.

 

 “저기, 손님 요금 먼저 주셔야 하는데요.”

 

  “내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여인에게 짜증이 치민 배달원은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노려보았다. 배달원의 입장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인영은 제 입에서 마스크를 제거했다.

 

 “역시 짜장면은 사랑이야.”

 

 행복에 겨운 미소를 입가에 건 그녀가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짜장면을 흡입했다. 입가에 잔뜩 짜장을 묻힌 채 짜장면을 흡입하던 인영이 폴짝거리며 방으로 달려갔다.

 

 “도대체 지갑은 어디에 있는 거야!”

 

 배달원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오는 기척을 느낀 인영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해하던 인영은 큰 소리로 소리쳤다.

 

 "만약 집에 들어오면 무단 침입으로 고소할 거야!"

 

 어이가 없어진 배달원은 현관문 앞에 서서 침을 뱉었다. 배달원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건 막았지만 먹은 음식에 대한 값은 꼭 치러야 했기에 인영은 다시 한번 방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화장대부터 시작해서 가방 속까지 다 확인했으나 지갑을 찾지 못한 인영은 제 분을 못 이겼는지 발을 굴렀다.

 

 "어떻게 비상금도 없냐고!"

 

 그럴리가 없다고 여긴 인영은 이 현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였다. 기다리다 지친 배달원은 현관에 서서 버럭 소리쳤다.

 

 “배달료라도 주시죠?”

 

 성질 급한 배달원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빨리 지갑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소장의 몸을 뒤졌다.

 

 “야호! 찾았다!”

 

 하늘로 두 손을 올린 인영의 손엔 지갑이 들려져 있었다. 달음박질로 현관문으로 달려간 인영은 배달원 손에 돈을 쥐여줬다.

 

 “배달료 줬으니까 방해 말고 빨리 꺼지세요!”

 

 “나 원 참!”

 

 배달원이 현관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자 인영의 시선이 소장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발을 쿵쿵구르며 소장 곁으로 다가간 그녀는 소리 없이 입술을 앞으로 내밀었다. 죄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소장을 주시하는 인영의 얼굴에 불쾌감이 떠올랐다.

 

 “자기 이윤을 남기기 위해 유기견 센터 문을 닫았으니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지?”

 

 냉장고에서 여러 가지 야채를 꺼낸 인영은 불쌍한 유기견들을 떠올리면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녀가 판단하기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버려질 강아지들을 생각한다면 용납되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깊은 잠에 빠져든 소장 곁으로 다시 다가간 인영은 소장이 신고 있던 스타킹을 벗겨 두 손을 결박했다.

 

 “너도 내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꼼작도 안 하는 거 맞지? 이젠 네 잘못을 뉘우치길 바라.”

 

 소장의 단추를 하나둘 풀어가는 인영은 무엇이 그리 기쁜지 입술을 실룩거렸다. 완전하게 나신을 드러낸 소장은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잠에 취해 있었다. 방울토마토가 담긴 검정 봉지를 손에 쥐어든 인영이 그녀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제부터 내가 널 심판할 거야.”

 

 허리를 굽힌 그녀가 소장에게 엉금엉금 기어 다가갔다. 인영은 방울토마토를 하나둘 작은 비닐 백에 담더니 여인의 두 다리를 슬쩍 벌렸다. 방울토마토가 담긴 백을 소장 다리 틈에 밀어 넣으려는 순간 미세한 숨소리가 인영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무도 없어야 하는 공간에 한 인간이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헤에, 나와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싶었던 거야?”

 

 인영은 미세한 소리가 들려오는 욕실로 이동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다가갈 때마다 몸을 숨기고 있는 사람의 숨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삐꺽’

 

 나무문이 시끄러운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아무도 없는 욕실에 느닷없이 열기가 휘몰아쳤다.

 

 “에이씨, 난 술래 하고 싶은데.”

 

 입술을 삐죽거린 인영은 꿍얼거렸다. 곧바로 도포를 둘러쓴 그녀가 욕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인영이 사라지자마자 공중에 문이 열리고 피아와 리암이 소장의 집 안으로 들어왔다.

 

 “사건이 일어난 건가요?”

 

 “아니.”

 

 피해자 집안에 들어간 피아는 사건 현장을 조사하듯 꼼꼼하게 집안을 둘러봤다. 식탁에서 짜장면을 먹은 흔적을 발견한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빗대어 사건을 유추했다. 침실로 보이는 방 안으로 들어간 피아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범인이 무엇인가를 뒤졌는지 방안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피아 손을 잡고 있던 마신은 늘어지게 하품하며 그녀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닫지 않을 테니 마신님은 잠시 소파에서 기다려 주세요.”

 

 엉망이 되어버린 침대엔 의식을 잃은 여성이 침대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리 마신이라고 해도 그 또한 남성이기에 피해자의 모습을 봐선 안 된다. 이미 피해자 상태를 알고 있는 리암이 두 팔을 휘적거리며 걸었다.

 

 "내가 원하는 바야."

 

 어차피 악귀가 도망친 상황에서 할 일이 없었던 마신은 어깨를 으쓱이곤 소파에 널브러졌다. 그녀의 몸을 이불로 감싼 피아는 소장 손을 잡아 맥박을 확인했다.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의 맥박은 잔잔했다.

 

 “이것들로 피해자를….”

 

  피해자 주위엔 많은 야채가 놓여 있었다. 야채로 피해자를 강간하려 한 악귀 모습이 그려지자 파아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먹는 것을 도구로 사용할 줄이야.”

 

 핸드백에서 사진기를 꺼내든 피아는 사건 현장을 하나도 빠짐없이 담아냈다. 그녀가 방에서 나가자 소파에 누워 있던 리암이 꿍얼거렸다.

 

 “내 기운을 읽은 악귀가 도망쳤어.”

 

 자신들이 이곳에 올 것을 예상했다는 듯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찰나의 순간에 악귀가 도망쳤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피아 판단으론 사건을 일으킨 악귀를 일부러 놓아준 그가 딴청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 혼자 사는 여성만을 노리는 악귀를 빨리 퇴치해야 피해자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터. 그녀의 얼굴이 여러 가지 생각으로 일그러졌다.

 

 “욕실 안에도 또다른 인간의 기척이 느껴지는데?”

 

 잠꼬대하듯 중얼거린 리암은 이내 단잠에 빠져 버렸다. 그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피아는 리암을 신경 쓰지 않고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채하?”

 

 피아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늘여진 여성은 분명 그녀가 알고 지내는 채하가 맞았으니까. 코끝에 손가락을 댄 피아는 그녀의 생사여부를 확인했다. 숨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피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채하가 이곳에….”

 

 의식을 잃었으나 그녀의 오로라는 새까맣게 그을린 상태였다. 거기다 채하에게서 시큼한 곰팡이 냄새가 풍겨나오고 있었다. 만약 악귀가 그녀에게 씌었다가 도망친 것이라면 피아 습격 사건까지 완전하게 풀려버린다. 단지 확실한 증거가 없을 시 그녀는 무죄로 풀려나게 될 것이다.

 

 “채하가 이곳에 있다는 건 그녀가 범인이거나 유일한 목격자란 소리겠지.”

 

 사건 현장에 있다고 범인으로 지목해선 안 된다는 철칙이 있었던 피아는 다시금 그녀의 몸을 꼼꼼히 확인했다. 그녀가 확인해 본 결과 채하의 몸 상태로 보아 반항한 흔적이나 상흔이 없었다.

 

 “악귀가 빠져나간 충격으로 의식을 잃어버린 걸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피해자에게 돌아간 피아는 저항한 흔적을 찾아봤다. 방안이 이토록 난장판인데도 불구하고 피해자 몸에도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집에서 가지고 온 서류를 꺼낸 그녀가 그 자리에서 읽어 내려갔다.

 

 “2달 동안 벌어진 강간 사건 피해자들에게도 성폭행 흔적만 발견됐었어.”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은 피아는 논리적으로 두 개의 추론을 통해 사건을 예측했다. 만약 악귀에게 씐 범인이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든 피해자 몸을 먼저 제압하고 겁탈했거나,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약물을 먹여 의식을 잃게 만든 후 일을 저질렀다면 상흔 하나 없는 강간이 가능했다.

 

 “요민 경감님이라면….”

 

 피해자들이 병원에서 받은 기본 검사 결과를 꼼꼼하게 재확인한 피아는 서류를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내가 예상대로 모발 검사에서도 약물을 사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어.”

 

 이로써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사건은 악귀의 소행이 분명해졌다. 사람이라면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피해자를 제압할 수 없으니까. 지금 상태로 지속된다면 그 누구도 이 사건을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계속 사건은 일어나고 있으니 미제 사건으로 분류되진 않을 거야.”

 

 용의자를 추론하기 위해 피아는 사진기로 사건 현장을 찍었다. 의문이 있는 여러 사건에서 발견된 작은 단서 조각이라도 맞춰볼 생각에 그녀가 곤히 잠든 리암에게 다가간다.

 

 “이젠 이곳에서 나가야 해요.”

 

 무단 침입과 다름없는 상황인지라 피아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몸을 뒤척이던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귀찮게.”

 

 그의 행동은 마치 어린아이가 잠투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피해자들이 깨어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그녀는 사뿐히 그의 손을 잡았다. 따듯한 온기가 손을 타고 전해지자 리암이 몸을 일으켰다.

 

 “그래, 가자 가.”

 

 리암을 따라 현관문 쪽으로 이동한 피아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손에 정전기가 흘렀으나 이젠 익숙해져 버렸다. 집에 도착한 후에도 손을 놓지 않았던 그는 피아에게 이끌려 질질 끌려다녔다. 피곤하다고 해서 일을 등한시할 리 없는 그녀가 USB 선을 꺼내 핸드폰과 컴퓨터를 연결했다. 오늘 찍은 사진들이 컴퓨터에 저장되자 사건 기록을 적는 노트를 꺼내든 피아가 사건 현장에서 본 모든 것을 적어 내려갔다.

 

 “어차피 다음 주에나 사건이 일어날 텐데 좀 쉬자.”

 

 “피곤하시면 제 손 놓고 침대에 가서 주무세요.”

 

 “날 깨우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어?”

 

 "네. 방해하지 않을께요."

 

 그가 미심쩍다는듯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피아를 쳐다봤다. 여러 가지 질문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린 리암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억지로라도 그녀를 쉬게 만들기 위해 그가 피아 손을 끌며 침대로 향했다. 안 그래도 잠을 못 자 눈이 침침해진 피아는 못 이긴 척 그를 따라 침대에 몸을 뉘었다. 좁은 싱글 침대다 보니 그들은 모로 누워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요. 악귀 일부로 놓치신 건 아니죠?”

 

 “몰라.”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 그는 눈을 감아버렸다.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 마신은 일부로 악귀를 놓친 것이다. 머릿 속이 복잡해진 피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속이 쓰렸다. 그녀가 슬며시 리암의 손을 놓으려 하자 그는 다시금 움켜잡고 다른 손을 피아 배에 손을 얹곤 토닥였다.

 

 "제발 이대로 자자."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려했던 피아는 그의 따듯한 손길에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이불이 작아 그녀가 몸을 덮지 못한 채 잠이 들자 리암은 침대에 걸쳐 놓은 자신의 겉옷으로 피아를 감쌌다.

 

 “제발 내가 깨어날 때까진 일어나지 마.”

 

 리암은 최면에 걸린 듯 깊은 숙면에 빠진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댔다. 자기 행동에 스스로 놀란 리암은 쓸데없이 헛기침하곤 그대로 눈을 감았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야월 19-11-10 20:03
 
리암 넘 귀여워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반루아 19-11-10 21:44
 
재미있게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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