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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꽃을 담은 소녀
작가 : 심연고래
작품등록일 : 2019.9.3

특별한 힘을 가진 소심한 소녀의 이야기

 
05. 성문을 향해 (2)
작성일 : 19-10-30 14:27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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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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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구... 오래 걸렸지?”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코시가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이 약간 상기된 것으로 보아 일이 끝나자마자 황급히 온 것 같았다. 그녀는 동그란 눈으로 나와 아즈반을 번갈아 쳐다봤다.

  “뭐, 무슨 일 없었지?”

  “없어.”

  아즈반이 약간 찡그리며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코시는 영 못 미더운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마닐드, 무슨 일 없었어? 쟤가 헛소리나 미친 소리나 싸가지 없는 소리 같은 거 하지 않았어?”

  코시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들어있었다. 이쯤 되면 우리 집까지 갈라서지 않고 같이 도착한 게 대단한데.....

  “아뇨.....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나는 두 손을 휘휘 저었다. 그래도 코시는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애? 근데 왜 분위기가 이 모양이야?”

  “분위기가 어떤데?”

  “조용한 게 누구 하나 죽어나간 거 같은 분위기잖아.”

  ....그 정도였어? 내가 너무 우울하게 있었나? 너무 티 나게 그랬나? 괜히 아즈반을 나쁜 사람 만든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아, 아뇨. 전혀 아무것도 없었어요!”

  코시는 날카로운 의심의 눈초리로 나와 아즈반을 계속 쳐다봤다.

  “진짜야? 진짜로 아무 일 없었던 거지?”

  그때 아즈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내가 얘랑 무슨 말을 하지?”

  “응?”

  아즈반의 말에 잔뜩 가늘어져있었던 코시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대화 주제를 던져주시던가.”

  “으, 으응?”

  코시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눈까지 요리조리 굴리며 고민은 계속되었지만, 당연히 대화 주제라고 할만한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저 사람은 어디 학원이라도 다니는 걸까? 아니지. 저 정도의 말발이면 학원을 차렸어도 열 개는 차렸을 거야. 저런 말발은 타고 나는 걸까? 어찌 되었든 배울 수 있다면 반만이라도 배우고 싶었다.

  “뭐, 아무 일 없었으면 다행이고. 자, 가자. 준비 다 되었을 거야.”

  코시는 민망해하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

  “가는 길은 알고?”

  아즈반의 말에 코시는 우뚝 멈춰 섰다. 그녀의 연둣빛 뒤통수에서 잔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타이밍 좋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네에~”

  코시는 손님을 맞이하는 집주인같이 재빨리 다가가 문을 활짝 열었다. 뜬금없는 환대에 밖에 선 군인은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다.

  “어, 저 그....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군인이 말을 더듬든지 말든지 민망함에서 벗어난 코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돌아봤다.

  “어머, 준비가 다 되었다네. 마닐드 가자!”

  “네.”

  우리는 군인의 안내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온통 회색에 창문도 거의 없는 공간이라 그런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풍경이 똑같았다. 물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니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긴 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똑같은데 말이야. 문이 다른 것도 아니고, 뭔가 기억할만한 포인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는 걸까? 신기하네.

  그렇게 몇 번을 꺾어 들어간 후 우리는 커다란 돌문 앞에 도착했다. 그 돌문은 사람 키의 두세배는 족히 되는 높이에 폭은 사람 세명이 한 번에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아치형의 문틀에는 문자인지 문양인 건지 알 수 없는 작은 그림들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돌을 깎아서 만든 것 같았다. 그걸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문 틀 부분에 경첩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문짝이 장식처럼 문틀에 통으로 붙어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상했던 건 이 커다란 문이 방안에, 그것도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서 있다는 점이었다.

  어... 분명 군에서 쓰는 방법으로 수도까지 빨리 간다고 했지?

  나는 다시 한 번 우뚝 서 있는 문을 올려다봤다. 내가 외국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유명한 문자 몇 개는 대충 어느 권의 문자라는 정도는 알기 마련이다. 확실히 저건 정말 생소했다. 그럼 그냥 마법의 문양 같은 건가? 마법진 같은? 흐음... 도무지 모르겠단 말이지.... 애초에 열지도 못하는 데 왜 문처럼 만든 거지?

  내가 문짝을 요리조리 뜯어보는 동안, 미리 방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은 군복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그 위에 하얀 가운 같은 것을 덧입고 있었다. 허리에 무기를 차는 대신 손에 서류를 하나씩 들고 돌아다니는 걸로 봐서 군인은 아니고, 박사인 것 같았다. 헉, 그럼 여기 군사 기밀 시설 뭐 그런 건가? 나 여기 있어도 되는 거 맞아?

  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혼자 평상복을 입고 있으려니 좀 민망했다. 다행인지 당연한 건지 다른 사람들은 날 별로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코시는 몇몇 아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 지나가던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았고, 아즈반은.... 뭐.... 그냥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크흠. 저 문이 궁금하기는 한데....

  “어, 제인 잘 지냈죠?”

  “에이, 우리 엊그제 봤거든?”

  “엊그제도 오랜만이죠~ 이제 한동안 못 볼 텐데.”

  “하긴 그렇네.”

  음....

  “하나도 오랜만이네! 저번에 없었잖아! 어디 갔었어!”

  “어디 갔기는, 일하러 갔지. 기계 고칠 일이 한 둘인 줄 알아?”

  “하여튼 유능해도 탈이라니까.”

  “얼씨구. 누구만 할까. 이 중에서 제일 잘나가면서.”

  한나라는 사람의 말에 방 안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흠.... 역시 물어볼 타이밍이 영 안 나네.... 나는 아즈반을 흘끗 쳐다봤다. 다들 웃는 통에 나마저도 미소를 지었건만. 그의 차가운 석상 같은 얼굴은 무표정 그대로였다. 아니야. 저 사람한테는 아닌 거 같아. 난 고개를 휘휘 저으며 질문을 삼켰다. 그 대신 좀 더 유심히 사람들의 행동을 살폈다.

  서류를 든 사람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문에 달려있는 여러 기계 장치들을 만지작거렸다. 어떤 것은 불이 들어오기도 했고 어떤 것은 돌아가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기도 했다. 문 주위를 둘러싼 십수 개의 기계들을 점검하는 동안 정작 문은 돌덩이 모습 그대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점점 더 문의 사용방법이 궁금해지던 그때 갑자기 파직하고 스파크가 튀었다.

  “자. 됐다.”

  아까 엔지니어라고 했던 여자분이 뿌듯한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근데.... 도대체 뭐가 된 거지? 아무리 봐도 스파크가 한 번 튄 거 말고는 문은 그대로였다. 불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고, 경첩이 없으니 문짝이 활짝 열린 것도 아니었다.

  “이야. 역시 한나가 있으니 빨리 되네. 능력 자라니까.”

  코시가 한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였다.

  “어이구. 됐어요. 어서 들어가기나 해.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 한다며.”

  “아아... 맞아. 그랬지.”

  한나의 말에 코시는 어색하게 웃으며 나를 돌아봤다.

  “자. 가자.”

  어, 음. 그러니까 어떻게 가는 건지 설명을 해주셔야....

  하지만 내가 묻기도 전에 코시는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문을 향해, 정확히 말하자면 닫혀있는 문짝을 향해 걸어갔고. 신기하게도 돌문을 그대로 통과해서 사라졌다. 처음 보는 광경에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하여간 성격 급하기는....”

  한나가 혀를 쯧쯧 찼다. 그리고 그녀는 친절한 목소리로 설명해주었다.

  “지금 학생이시면 마족의 문이라는 거 아시죠?”

  “아... 네. 마족이 환상계로 넘어올 때 쓰는 문이라고 배웠어요.”

  “맞아요. 이건 그 문을 본떠 만든 거예요. 평소에는 그냥 돌덩이지만, 장치를 가동하면 입구로 지정된 문과 출구로 지정된 문이 서로 연결돼요. 그래서 저 문을 통과하면 바로 출구 지점에 도착하는 거죠. 뭐, 자존심 상하지만 마족의 기술을 베낀 거라 그 거리가 한계가 있지만 말이에요.”

  한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베낄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거 아닌가? 왠지 코시가 했던 말들이 조금 이해가 갔다.

  “되게 편리하네요....”

  “그렇죠. 그래서 지금 상용화를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아직은 신기술이라 군에서만 사용하고 있거든요. 안전성은 보장됐지만....”

  한나는 한쪽 눈을 찡끗하며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붙여 보였다.

  “이게 천문학적으로 들어서....”

  “아...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딱 봐도 비싸 보인단 말이지. 저 문을 만든 돌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옆에 붙은 기계들만 따져도 어마어마한 액수를 자랑할게 분명했다. 그래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니.... 학교 다닐 때 쓰면 좋겠다.

  “자, 그럼 가봐요.”

  한나는 빙긋 웃으며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막상 들어가려니 조금 무서웠다. 뭐, 그래도 코시도 지나갔고, 안전하다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돌벽과 닿을 때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돌문을 통과하는 그 찰나의 시간은 아무런 느낌 없이 지나갔다. 다시 내가 눈을 떴을 때, 난 전혀 다른 공간에 와있었다.

  “마닐드, 이쪽으로 와.”

  먼저 온 코시가 나를 향해 손짓했다. 나는 코시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일단 온통 회색인 걸 보니 군용시설인 건 확실했다. 대신 방이 조금 더 컸고, 기계들도 훨씬 많았다.

  “얘가 카뷔 동생이야?”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코시 옆에 서 있었던 가운을 입은 사람이 물었다. 언니랑 아는 사이인가? 하긴 코시랑 아는 사이라면....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마닐드 베커입니다.”

  “안녕~. 되게 착하게 생겼다아~”

  어.... 음... 칭찬인 거겠지?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그 순간, 코시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거 칭찬이 아니었군.

  “야. 한가하냐? 일 안 해?”

  코시는 대놓고 빈정거렸다. 하지만 그 여자는 생글거리며 너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전혀. 바빠 죽겠는걸?”

  “근데 왜 여기 있냐?”

  “이게 내 일이니까 그렇지. 근데, 이번에 벤델씨도 같이 왔다더니. 어디 있어?”

  여자의 말에 코시는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저번에는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대단하신 발렌티시아 가문의 장녀께서 웬일로 여기까지 행차하셨나 했다.”

  코시는 혀를 한번 쯧 차더니 문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저어기 오시니까 너 다 가져라.”

  그러고는 내 어깨를 양손으로 잡았다.

  “마닐드으~ 우리는 대기실 가서 맛있는 거 먹자아~. 내가 라우한테 맛있는 거 가져다 달라구 했지이~”

  “네? 아, 근데 아직....”

  “그 새끼는 걱정말아요오~ 아마 이십분은 잡혀있을 거니까 여기서 기다리면 손발만 오그라 들거얌~”

  으, 으응? 나는 코시에게 밀려가면서 여자를 흘끗 쳐다봤다. 그녀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지 문쪽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설마, 설마 좋아하는 거야? 허허.... 아즈반이 내가 봤던 것처럼 행동한다면 있던 정도 떨어질 판인데. 특별한 사람이라서 잘 대해주는 건가?

  “차암. 취향 특이하단 말이지.”

  코시는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자는 분명히 들었을 텐데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문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똑같은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뭔가가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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