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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34
작성일 : 19-10-30 11:52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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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어떤 불확실한 존재가 그들의 목숨을 가져간 것이 옳다고 봅니다. 성범죄자들은 제2, 제3의 범죄를 저지릅니다. 목숨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의 성범죄는 저지르지 못하죠. 피의자들은 분명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 처벌을 한 불확실한 존재가 어쩌면 고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지금은 그 어떤 추리를 해도 사건에 다가갈 수 없으니 잡다한 생각을 다 동원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더 깊게 추리를 해본다면 그 불확실한 존재는 언젠가 오래전에 자신도 그런 학대를 받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어떠한 장치를 동원해서 죄질이 나쁜 사람부터 죽이는 것입니다.” 마동의 표정과 눈빛을 주시했다. 류 형사는.

  “그렇다고 해도 하룻밤 만에 미라처럼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겁니다. 아니! 없을 겁니다. 무슨 장치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는 몰라도 영화 속이 아닌 이상 그렇게 감쪽같이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류 형사는 말이 끝이 났음에도 마동에게 향해있던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기침을 한 번 했다. 헛기침이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렇게 많은 성기구들이 사용되는지 몰랐습니다. 세상은 정말 넓다고 하더니 성기구의 다양한 종류를 보고 놀랐고, 그런 기구를 통해서 그걸 느끼다니 너무 이상한 일입니다. 바다에서 죽어버린 50대 남자의 가족은 보상금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의붓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보상심리라고 해도 상관없지만 그의 부인이나 다른 가족들 역시 그가 죽어서 슬퍼하는 기색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류 형사의 목소리 톤이 조금 낮아졌다.

  “꽤 흥미로운 점은 말이죠. 그 최원해라는 사람의 가족도 비슷했습니다. 부인이 의뢰를 하긴 했지만 부인의 얼굴에서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형사들은 사람의 표정을 보고 심리상태를 꽤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표정을 주시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사람이 마음속에 있는 70퍼센트를 말하고 있는지, 50퍼센트를 말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대한민국 경찰의 자랑이라면 자랑입니다.”

  “그래서 전 어떻습니까? 제 얼굴의 표정을 보고 무엇을 좀 알아냈습니까?”

  류 형사는 마동의 말에 살며시 웃음을 띠었다. 이내 그 웃음은 사라지고 볼펜을 입에 물었다.

  “이제부터 알아내야죠”라고 말하며 이번에는 소리를 내어 크게 웃었다. 마동이 보는 류 형사의 웃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비탄이 섞여 있었다. 류 형사 의식의 깊은 통로를 따라 찐득하게 흐르다가 예고도 없이 튀어나온 웃음이었다. 누가 보면 큰소리의 호탕한 웃음이겠지만 그 속엔 비통과 슬픔이 골고루 버무려져있었다. 무거운 웃음이었다.

  “마찬 가지입니다. 아파트에서 하룻밤에 일어난 두 사건의 피해자역시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가족이나 친인척이 없다는 겁니다. 사람이 죽어 버렸으니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을 동정하거나 그들이 죽었다고 하늘에 대고 욕을 하는 이들은 적어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입 밖으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들의 죽음을 당연히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생명을 사라지게 한 불확실한 존재는 피의자 주위 사람들의 마음까지 모두 알고 범행을 저지른 것 같은 느낌입니다. 30대 독신남자가 운영하는 바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말을 들어봐도 죽은 사장을 동정하는 말은 하지 않더군요. 속옷을 열 몇 개나 삼킨 남자의 주위사람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그 불확실한 존재는 죽어 마땅한 사람의 견적을 자세하게 간파하고 수치의 범위로 계산을 한 다음 몇 날 며칠을, 아니 몇 달을 조사하여 세상에서 사라져야하는 사람을 당연하게 사라지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말이죠, 실종자를 포함해서 죽은 이들은 법망을 피해서 타인에게 성(性)적으로 교묘하게 피해를 주며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며 살아온 것에 그 불확실한 존재가 개입을 한 것입니다.” 류 형사는 잠시 공백을 만들었다. 공백은 여름이지만 차갑게 내려앉았다. 류 형사는 볼펜을 입에 물었다 빼는 행동을 반복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볼펜이라는 물품으로 탄생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마동은 잠시 했다.

  류 형사는 신참형사에게 먼저 나가있어,라고 턱짓을 했다. 진실의 입을 닮은 입술로 씩씩하게 대답을 하고 신참형사는 마동의 집 현관을 빠져나갔다. 큰 체격인데 불필요한 움직임은 없었다.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뱀처럼 현관문을 열고 스르륵 나갔다.

  “저 녀석 경찰이 안됐으면 최고의 유도선수가 되었을 건데 말이죠. 유도선수로 꽤 전도유망했습니다. 태릉에서 제일 기대를 하는 선수였죠. 그놈의 사고만 아니면 말이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이런 고달픈 형사생활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죠. 꾸준하게 연금이 나온다는 것은 큰 희망입니다. 세상에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법이죠. 특히 내주위에서 많이 일어난다니까요.” 류 형사는 마치 신참형사가 아직 있는 듯, 후배가 앉았던 자리를 보며 그의 흔적을 떠올렸다.

  “고마동 씨, 혹시 어린 시절에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한적은 없었습니까? 그러니까 지속적으로 고추를 만진다거나 윗옷을 벗겨서 가슴을 보여줘야 한다거나, 그런 경우를 당하지 않았나하는 겁니다.”

  마동은 없다고 했다. 류 형사는 마동에게 물을 한 잔만 달라고 했다. 마동은 식수대에서 물을 한 컵 받아서 류 형사에게 건네줬다. 한 모금 마시고 시원한 물은 없냐고 마동에게 물었고 마동은 없다고 했다. “여름에도 시원한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긴 합니다만…….” 류 형사는 볼펜을 입에 물었다.

  “당신의 기록을 조사했습니다. 우리들은 용의자가 졸업한 학교나, 용의자가 어디에 살았었나. 이런 것쯤은 조사가 빠르고 쉽게 가능합니다. 마동 씨는 실종된 최원해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그래서 경찰들은 모든 면에서 당신을 조사해야 했습니다. 고마동 씨의 이력 중에 고등학교 때 기억이 상실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혹시 그 당시를 기억나는 대로 말해주실 수 없을까요?”

  “그때의 이야기가 사건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동은 는개에게 들은 이야기를 빼버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이전에 기억하는 부분과 알고 있는 부분을 류 형사에게 이야기했다. 류 형사는 마동이 하는 이야기를 받아 적지 않았다. 볼펜을 입에 물고 진지하게 마동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러는 동안 마동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니까 당시에 어떤 일로 병원에 입원했는지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군요. 그때 마동 씨가 그곳에 간 걸 본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정말 기이한 일입니다. 마동 씨는 자신의 집과 학교와도 멀리 떨어진 그곳에 왜 가게 되었을까. 분명 무슨 계기가 있었기에 그곳에 가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동 씨 어머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제 그 지방의 후배형사에게 어머니를 좀 만나고 오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뭐랄까……” 류 형사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적당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도 어딘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어머니는 저와도 대화가 단절되었습니다. 그건 서로간의 문제에 의해서 대화가 끊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입원했다가 눈을 떴을 때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어머니지만 내가 알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과는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어요. 외적인 모습이 변한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마음의 변화 같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본래 지니고 있는 의식의 변경이라고 해야 할까. 내부의 어떤 무엇인가가 빠져나가 버린 거 같아요. 어머니는 이후에 한 곳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 습관은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류 형사가 물었다.

  “일종의 정신적인 충격으로 계기가 되었다는데 정신과치료도 소용이 없더군요. 건강상의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정신과치료는 중단했습니다. 어머니가 계신 고향에서 하루하루를 잃어가면서 살아가는 것이죠. 어머니는 행복해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불행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류 형사는 마동의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우물에 빠져들어 가는 것처럼 생각에 잠시 잠겼다.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무엇일까. 얼마나 많이 생각해 본 말인가. 톨스토이가 말했다. 행복의 종류는 한가지지만 불행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라고. 류 형사도 자신이 지금 행복한가, 불행한가하는 문제에 봉착하면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고 싶었다.

  “형사님은 행복하세요? 지금?”

  마동의 질문에 류 형사는 볼펜 끝을 깨물고 말았다. 형태를 간신히 유지하던 볼펜 끝이 볼썽사납게 일그러졌다.

  “아닙니다.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건 확실하게 말해드릴 수 있겠군요. 확실하게 말 할 수 없는 것들뿐인데 이것 하나라도 확실하게 말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류 형사는 또 이물질이 잔뜩 들어간 호탕한 웃음을 크게 내뱉었다.

  “마동 씨가 고등학교시절 기억을 잃어버린 그때, 그때에도 실종사건이 있었습니다. 마동 씨가 왜 그곳에 갔는지 그리고 마동 씨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 당시에 사채업자 3명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본 목격자가 없었습니다. 최원해가 사라진 것처럼 그들의 실종기록을 보면 그들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네 명이 사라졌는데 그 중 한명이 사채업자의 대표 격인데 그 사람도 성폭행전과가 있었습니다. 어쩐지 지금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류 형사의 물음에 마동은 가만히 있었다.

  “고마동 씨가 쓰러진 그 근처에서 세 명의 사채업자가 사라졌습니다. 마동 씨와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갑니다. 게다가 사라진 사채업자의 대표는 마동 씨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박는개 씨의 양아버지였습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류 형사가 마동에게 물었다. 마동은 류 형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석연찮은 부분이 많은 사건입니다. 박는개 씨의 어머니는 그 당시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다고 하는데 실종된 박는개 씨의 양아버지는 주로 집에만 있었다고 주민들은 말했습니다. 그날도 집밖에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집안에서 사라졌다는 말이죠. 감쪽같이.”

  류 형사는 숨을 가다듬었다. 입에서 커피 향과 입 냄새가 섞여서 났다.

  “매일 집에서 기거했고 집밖에 나오는 일이 드물었던 사람인데 갑자기 실종이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귀중한 물건, 그 사람에게는 아마도 지갑 같은데 돈이 가득 들어있는 지갑을 그대로 놔두고 말이죠. 돈에 강박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지갑을 놔두고 사라졌을 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미해결 실종사건으로 단락 지어졌습니다. 혹시 마동 씨는 알고 있었습니까?”

  마동은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지난밤에 알게 되었다. 는개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미궁 속과 같았다. 미궁 속의 이야기가 주위에서 오로라처럼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마동을 찾으려고 는개는 너무 많은 애를 썼다. 그렇지만 애를 쓴다고 해서 노력을 한다고 해서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는개가 마동을 만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것은 하나의 상징이었다. 꿈같은 것처럼 상징이라는 것은 쫓는다고 해서 손으로 잡히지는 않는다. 상징이라고 불리는 꿈을 쫓는 것과 꿈이 가리키는 상징을 찾아내는 것은 인간의 노력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다. 미궁은 상징처럼 어느 날 불쑥 물보라 같은 얼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상징 같은 이야기를 마동은 는개에게서 전해 들었다. 기억이 전혀 없는 부분의 퍼즐이 메꿔지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어딘지 마동의 피부가 아닌 것처럼 왜곡되고 기억에 기름칠을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마동이 그동안 몰랐던 사실 중에 하나를 그의 앞에 있는 류 형사는 알고 있었다. 당시에 는개도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형사는 그것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류 형사는 는개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었고 마동은 그 미궁을 알아보기 위해 형사의 의식을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아니요, 몰랐습니다. 회사에서 그녀와 마주칠 일이 없었죠.” 는개를 여기에 끼게 할 수는 없었다. 류 형사는 그의 표정에 집중을 했다. 이번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판례도 없었고 사후처리에도 문제가 많았다. 바다가 끓어올라 죽어버린 50대의 시체 때문에 유가족은 보상 문제를 시청에 제기했고 그 문제는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관할 수질 보건당국과 경찰 그리고 이 도시를 일으켜 세운 거대한 제조업 회사가 궁지에 몰렸다. 그들은 실력 있는 변호사들을 대동해 난관을 피해 갈 것이지만 그동안 고요하던 민심을 들쑤셔 놨다. 힘 있는 자들을 한꺼번에 건드렸기 때문에 불똥이 류 형사의 관할 서까지 튈 것이다. 류 형사는 앞에 앉아있는 호리한 청년이 이 모든 사건을 일으켰다고 당연하지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용의자가 달랑 이 한사람뿐이었다. 수사내용을 일반인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류 형사는 도박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해 보이는 청년이다. 평범함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개성이 없는 것과는 또 다르다. 평범함이 여러 개 모여 있으면 따분해서 미쳐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이 청년의 평범함에는 성격이 있었다. 표정에서 알 수 있는 인간의 감정적 변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얼굴의 표정을 평범함으로 덮고 있지만 결코 타인과 비슷한 평범함은 아니었다. 악마는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마동에게 수사에 관련된 모든 것을 낱낱이 이야기해 준 다음 표정의 변화를 캐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표정의 변화를 캐치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수월하지는 않지만 이 사건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마동과 이야기를 할수록 그 믿음이 점점 깨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거짓말까지 했다. 류 형사는 마동과 대화를 하면서 마동이 용의자의 선상에서 점점 멀어져간다고 거짓을 말했다. 그 부분에서 마동의 표정을 캐치해내려고 노력을 했지만 헛수고였다. 평범하지 않는 평범함이 모든 것을 가로 막고 있었다. 류 형사는 마동이 이번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이 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표정을 살피며 대화를 할수록 확실치 않았지만 구체성이 점점 엷어지고 사라져갔다. 마동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순수하고 차가운 아이의 모습이었다. 류 형사는 현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마동의 눈빛과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마동의 표정에서 아무것도, 그 어떤 것도 류 형사는 알 수 없었다. 점점 자신의 확신이 삭감되었다. 이 사건의 진척이 전혀 없다는 불안감이 머리를 덮쳤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류 형사는 고마동의 눈에서 수빈이의 눈빛을 보았다. 발자국이 없는 하얀 눈밭의 수빈이의 세계가 자신 앞에 앉아있는 고마동의 눈동자 속에 있었다.

 

  하얀 눈이 내려앉아 모든 세상을 덮어서 순백하기만 했다. 새도, 벌레도, 스널프도 보이지 않았다. 생명체의 움직임과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새하얀 백색의 설원만이 가득한 세계, 순수하지만 생명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안타까운 모습으로 펼쳐졌다. 눈길에 발자국을 내고 걷다보면 언젠가는 지쳐 눈밭에 무릎을 꿇고 지나온 발자국은 내리는 눈이 꼼꼼하게 덮어버릴 것이다. 무릎을 꿇어 버리고 나면 더 이상 일어서는 건 무리였다. 그대로 쓰러져 내리는 눈의 무게에 깔려 고요하게 숨을 거두는 장소. 그 장소는 아름답지만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세계였고 류 형사는 수빈이의 눈에서 그 세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비한 눈을 지닌 자신의 딸아이를 반드시 낫게 해주고 싶었다. 어째서 수빈이의 눈빛 속에 있는 세계가 이 청년의 눈동자 속에서 보이는 것일까. 하얀 순백색의 눈밭 같은 세계 속에서 생명력은 전혀 없었다. 이 청년은 이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나는 이 청년의 눈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청년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새하얀 눈밭의 세계에서 생명을 지닌 존재를 찾아서 하염없이 거닐고 있는지도 몰랐다. 안타까운 수빈이가 작은 몸으로 거대한 눈밭을 거닐다가 지쳐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리고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이 고마동의 눈빛 속에 들어있었다. 어쩌면 수빈이처럼 이 청년역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 속으로 자신을 몰고 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류 형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제가 고마동 씨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들어오면서 당신의 얼굴을 보는 순간 당신이 일련의 사건에 관계된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또 왜 그런지 당신은 용의자라고 한 말도 거짓이라면 거짓말입니다. 또 다시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현재 하나뿐인 용의자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보니 알 수가 없군요. 아니, 판단이라는 것이 서실 않습니다.” 류 형사는 틈을 두었다. 깊은 한숨이 류 형사의 마른입에서 새어 나왔다.

  “때론 사건에 가까이 가기위해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보통 용의자들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 안심을 합니다. 당신은 죄가 없는 것 같다든가 당신은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이렇게 운을 띄워 놓은 다음에 유도심문을 하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나거나, 숨기고 있던 사실을 털어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마동 씨와 사건들이 분명 연관이 있을 거라는 말을 당신에게 해야 했습니다. 마동 씨의 표정에서 변화를 찾아 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서는 표정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전혀 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렇게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니. 사건당시의 사진을 보고도 표정이나 눈빛의 변화가 없더군요. 그 사건 현장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말입니다. 더불어 당신의 눈빛에서는 정의 할 수 없는 순수함이 보입니다. 맑고 차가운 순수함은 실은 아주 무서울 수 있거든요.” 류 형사는 마동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을 했고 마동은 류 형사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잘 받아들였다.

  “그럼 제 혐의는 벗어나는 겁니까?” 마동의 말을 듣고 알듯 모를 듯한 웃음을 류 형사는 지었다.

  “애당초 혐의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건과 유일하게 관계가 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마동 씨니까 계속 조사를 하겠죠. 제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할 겁니다. 마동 씨만이 최원해와 같이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니까 말이죠. 그 사람이 당최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침 묵.

  류 형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어떠한 존재인지는 몰라도 응징 같은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응징을 하기에는 그 방법들이 너무 잔인하고 참혹합니다. 인간은 그런 방법으로 살인을 하지 않죠. 나도 그런 성범죄자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살인은 안 되죠. 그리고 살인을 했다면 살인을 한 자를 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우리는 그 일을 위해서 오랫동안 훈련을 해왔고 전문성을 띠고 있습니다. 살인범을 잡아 들여야 모방범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살인범을 잡지 못한다면 따라하는 범죄자들이 늘어납니다.” 류 형사는 볼펜을 입으로 물려다가 끝을 한 번 보더니 내려놓았다.

  “저에겐 신장병에 걸려 밖에서 뛰어 놀지 못하는 딸아이 하나가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병원에 누워있습니다. 어쩌면 기계에 의해 피를 걸러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딸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사각의 방안에서 갇혀서 대부분 보냈습니다. 어린 아이지만 일찍부터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의 특징이 너무 어른스럽다는 겁니다. 그래도 아직은 잠든 모습은 영락없는 아기입니다. 아기처럼 몸을 말고 잠이 들어요.”

  마동은 태아처럼 잠들었던 는개를 생각했다.

  “병실에서 누워있는 딸아이를 두고 나올 때 아파서 아빠를 절박하게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야 합니다. 제게는 무엇보다 그 모습이 안타깝고 아픕니다. 그래서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꼭 잡고 싶어요. 수빈이에게 아빠는 이렇게 나쁜 사람을 붙잡는 일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끝끝내 못 잡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 하릴없이 이렇게 다니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아세요?” 류 형사의 눈빛도 절박했다. 고독한 눈빛이었다. 다른 건 없었다. 개념도 없었다. 원망이라든가 타인을 향한 경멸도 없었다. 오로지 지금은 고독함을 지닌 눈빛이었다.

  “애비 되는 입장에서 늦게 가진 딸아이인데 고장 난 신장을 물려 준거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안 좋습니다. 그 아이 생각을 한다면 열심히 뛰어다녀서 살인범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범인이라고 하는 존재가 만약, 만약에…… 인간의 영역을 뛰어 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전 그 범인에게 무릎을 꿇고 내 딸아이의 병을 고치는데 힘을 좀 써 달라고 빌고 싶습니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 닿을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무엇이 존재한다면 그 힘을 딸아이를 낫게 하는 데에도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제 입장이 되면 별에 별 생각을 다 하게 됩니다. 딸아이와 같이 있어줄 시간도 없습니다. 박봉이라 돈을 없지요. 병원비는 천정부지로 부풀어 갑니다.”

  류 형사는 갑자기 말을 뚝 끊고 허탈한 모습으로 크게 웃었다. 사고가 갑자기 우주로 내팽겨진 듯 난처하게 웃었다. 이유 없는 슬픔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고민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 크기가 물리적이지 않아서 가늠할 수 있는 분량은 아니지만 각각이 지니는 고민은 깊이가 꽤 깊고 곪을 대로 곪아서 어떤 식으로든 터지기를 바라는 고민이 대부분이었다. 류 형사의 허탈한 큰 웃음은 그의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웃음이 류 형사의 얼굴에서 이탈하여 혼자서 억지스런 웃음을 만들어 류 형사의 얼굴에 아무렇게나 들어가서 붙어버린 웃음 같았다. 외부에서 힘이 센 조각가가 손으로 얼굴을 주물럭거려 만들어 놓은 웃음이었다.

  “집에 들어 가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없을 정도입니다. 병실에도 못 가본지 3일째입니다. 진척이 보이지 않는 사건을 붙잡고 있어서 내 입장에서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 것입니다. 지푸라기가 있으면 잡아서 내 몸을 칭칭 감고 싶은 심정이죠. 발생한 사건은 전무후무 할 겁니다. 이런 일이 예전에는 없었지요. 앞으로도 이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예전에 없던 것들이 요즘에 생겨나는 건 허다합니다. 몸속의 기생충을 몰아낸 인간은 이제 아토피라는 것에 걸리지요. 아토피도 예전사람들은 걸리지 않았던 질병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아토피라는 질병 때문에 고생을 심하게 합니다. 부모입장은 힘이 듭니다. 물론 아이자신이 제일 힘이 들겠지만 말입니다.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원인이 있고 과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그동안 훈련을 받아왔습니다. 경찰들이 대부분 그렇듯 말이죠. 매뉴얼이 다 있어요. 아주 체계적이고 명료합니다. 통찰력과 직관보다는 합리와 논리로 사물을 판단하는 겁니다. 그래야 정확하니까 말입니다. 그 뒤에 받쳐 주는 것이 통찰과 직관이다, 이 말입니다. 그런 제가 말이죠. 음…….”

  틈이 길었다. 마동은 긴 틈을 고요하게 기다려 주었다. 류 형사도 애써 할 말을 찾으려 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류 형사는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렇게 훈련을 받고 경력을 쌓아온 제가 말이죠. 그러니까 지금 당신을 보는 순간 뭐랄까. 알 수 없다고 해야 할까. 마동 씨에겐 우리들이 닿을 수 없는 힘 같은 거 말이죠. 아, 마동 씨에게서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는 말은 아닙니다. 것보다 당신은 그 힘을 가진 존재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알 수 없는 건 언제나 왜 그런지 모른다는 겁니다. 왜 그런지는.” 너덜해진 볼펜의 끝이 끝내는 류 형사의 입으로 들어갔다.

  “어떤 사람들은, 그, 왜? 눈을 들여다보면 응원 같은 힘이 느껴져서 파이팅을 하게 되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간혹 있더라 말이죠. 경찰생활을 하면서 그러한 사람들을 몇 명 만나봤습니다. 그 힘은 정말 강렬했습니다. 모르는 이로 하여금 파이팅을 불러내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은 모른 채 아무렇지 않게 우리들 속에 같이 살고 있었던 것이죠. 간혹 아이의 엄마가 위험에 처한 자신의 아이를 구한다거나 하는 초인적인 힘도 뿜어내게 됩니다. 코치가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주듯 일반적으로 스치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는 힘을 느끼게 된다는 건 상당히 놀라운 일입니다. 직장상사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그 무엇을 대신 할 수 없는 힘을 지니게 하기도 합니다. 마동 씨는 직장생활을 하시니 더 잘 알 수도 있을 겁니다.” 류 형사는 비워버린 커피 잔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마동은 류 형사에게 커피를 권했고 류 형사는 속이 안 좋다는 모션을 취한 후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당신을 앞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최원해와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 마동 씨고 이 모든 사건들이 하나로 묶여 있는 느낌이 강합니다. 마동 씨는 자신이 이 사건에 관여되고 있다고 판단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마음은 아니라고 하지만 수사는 진척이 있어야 하거든요.” 류 형사는 침을 삼키고 잠시 침묵을 만들었다.

  “만약 마동 씨, 당신이 그 알 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에 닿게 된다면 말이죠, 제 딸의……” 역시 무리라는 듯 류 형사는 어울리지 않는 큰 웃음을 또 만들어 냈다. 코와 입술 사이의 깊은 주름이 인상적이었다. 그 주름 속에는 분명 기계의 찌꺼기처럼 그동안 쌓인 슬픔이 눌러 붙어있었다. 류 형사와 눈이 마주친 마동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류 형사는 다시 한 번 겸언 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방금 웃음보다 크게 소리를 내어서 어색하게 웃었다. 웃음 속에 류 형사는 마동에게 한 말은 그저 흘려들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 웃으며 우는 사람들은 그런 슬픔을 지니고 있다. 류 형사는 눈물은 흘리지 않고 있지만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마동은 그 힘을 지닌 존재에 닿게 된다면 꼭 전하겠다는 뜻으로 류 형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이야기와 회사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밤에 조깅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이미 믿기지 않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버려서 그렇게 놀랍지도 않군요. 저는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차가 없다면 제가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마동은 괜찮다고 했다.

  “예, 형사의 호의는 환영받지 못합니다”라며 또 한 번 웃었다. 마동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소리를 내며 따라 웃으려 했지만 어색한 표정만 얼굴에 번졌다. 집에서 업무를 마무리 할 작업이 있다고 마동은 말했고 이번에는 류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면서 류 형사는 형사의 본분을 잊지 않고 마동에게 몇 가지를 더 질문했고 마동은 대답을 했다. 현관문을 빠져 나가면서 마동이 쓴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류 형사가 맡은 사건은 살인사건 두 건이라는 말을 했고 최원해의 실종사건은 자신이 맡은 사건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갔다. 자신은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는 게 목적이며 경찰은 바다가 들끓어 오르는 일과 일련의 사건들을 군에 알리고 군경이 합동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말도 남기고 현관문에서 사라졌다.

 

  <후에 정부는 말라버린 시신에 관련된 정보는 새어나가지 않도록 각 방송사들에게 하달했지만 기자들은 사건을 취재하여 방송을 내보냈다. 아파트 주민을 만나서 사건을 물어보며 사건과 관련된 형사를 따라다니며 집요하게 사건을 기록했다. 공영 방송사는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에서 막고 있어서 기자들이 취재한 파일을 그대로 방송하지 못했다. 결국 기자들은 인터넷방송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가 일어났다. 그렇지만 규모가 미미했다. 인터넷으로 방송을 본 사람들은 국민의 0.1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그들의 소리는 더 이상 허공으로 퍼지지 않았다>

 

  는개에게서 문자가 온건 한 시간이 지나서였다. 회사는 두 사람이 빠져나갔지만 순조롭게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더 괜찮아지고 안정을 찾을 거라고도 했다. 마동은 다행이라고 문자를 넣었다.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서 춥다며 칭얼대는 문자까지 왔다. 마동은 그녀에게 어제는 라보엠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손이 차가웠나요?

  그녀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 표정을 떠올리니 사랑스러웠다. 마동은 한결 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행복이었다. 마동은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불행하지 않는 삶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행복하게 되면 불행한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며 그 행복이 깨지는 순간이 두려웠다. 그럼에도 마동은 는개의 얼굴을 떠올리며 지금 이 순간 행복해하고 있었다. 마동은 잠들어 있던 자신의 모습이 어땠냐고 물어보려다 그만 두었다. 마동은 는개와 몇 번의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녀와 문자를 주고받는 동안 자신의 얼굴이 미소로 번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찰이 전화국에서 자신과 는개가 주고받은 문자를 확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런 마동의 생각을 알고 있는지 문자를 한꺼번에 10개를 쏟아 보냈다. 점심을 뭘 먹을 것이냐, 오늘 회사의 정식은 양송이가 들어간 바다거북 스프에 건포도와 해마 튀김 그리고 크로커다일 스테이크가 나올 거라고 했다. 정말이야?라고 마동이 문자를 넣었고 ‘설마요’라는 는개의 문자가 왔다. 는개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만약 경찰이 문자를 전화국을 통해서 확인하다고 해도 그녀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 는개는 마동에게 나중에 봐요,라며 문자를 끊었다.

 

  다이렉트메시지: 소피.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어떻게 된 거야? 어제는 왜 접속을 하지 못한 거야? 일이 심각하게 벌어진 거야?

  마동은 소피에게 이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 사건이 마동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일어났다고 다이렉트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것과는 무관하게 마동은 멋진 밤을 보냈다고 했다.

  다이렉트메시지: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건 이곳도 마찬가지야. 며칠 전에 여기 대도시의 공사현장에서 15살짜리 여자아이가 포클레인의 레일에 깔려 죽었다구. 그 모습을 본 사람들 역시 지금 충격으로 병원에 있다고 해.

  다이렉트메시지: 소피, 그곳은 거대한 나라라서 그런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같아.

  다이렉트메시지: 맞아, 문제는 안전이 보장되는 대도시의, 대낮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어린여자아이가 온몸이 짓눌러졌다는 거야.

  소피는 그 사건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을 했다. 소피는 유독 그 죽어버린 어린소녀에게 대해서 안타까워했다. 마동이 만두모녀를 계속 생각하듯이.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세상은 위험한 곳이야. 그건 그렇고 어젯밤은 멋진 밤을 보냈다이거군. 그렇지?

  마동은 소피에게 는개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많은 이야기만 나눴다고 했다.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고만 말을 했다. 소피는 믿지 않는 눈치지만 그렇게 알아두지, 라는 다이렉트메시지가 들어왔다.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그곳시간으로 2일 뒤면 한국에 도착할 것 같아. 일단 여정이나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공항에 나오는 건 삼가줘. 나의 동료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소피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붙였다. 마동은 알았다고 하며 인사를 하고 트위터를 나왔다. 앞으로 이틀 동안 마동은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소피의 메시지에서 기대에 차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만나지도 않았지만 텍스트 몇 개로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게 된 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람들은 역시 머리가 좋은 동물이다. 바퀴벌레만 머리가 좋은 게 아니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동안 바퀴벌레와 함께 진화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마동은 선반위에 공허하게 비어있는 땅콩버터 병을 버리려고 꺼냈다. 공허한 공병들을 선반에서 꺼내 놓으니 선반은 더욱 공랭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땅콩버터 병의 공허함보다, 선반위의 공허함보다, 마동은 지금 자신의 마음에 이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을 감당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자신의 마음속에 일렁이는 공허함에는 누린내가 가득했다. 누린내는 모든 감각을 잠식했다. 서서히 올라와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싹 몰아내고 그 자리에 꽉꽉 들어찼다. 마동의 온 몸을 누린내가 집어 삼켰다. 마동의 혈관을 타고 신체의 각 기관으로 퍼졌다. 누린내는 심장을 장악하고, 폐를 집어 삼키고, 마동의 코를 통해 거실로 뿜어져 나왔다. 누린내는 확장하여 거실 가득이 메우고 말았다. 마동은 속이 뒤틀렸다. 울렁거리고 속이 좋지 않았다. 토기가 올라와 마동은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가서 변기에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며 심하게 구토를 했지만 뱃속에서 나오는 이물질은 아무것도 없었다. 위안에 내용물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구토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을 동반했다.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했고, 몸속의 장기들이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처럼 괴로웠다. 마치 목의 기도부분까지 위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것 같았다. 물이 고인 변기 속에는 내용물이 전혀 없는 구토의 비릿한 소리만 쏟아져 내려갔다. 누린내는 거실을 가득 채우고 욕실까지 가득 들어차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누린내는 꾸준한 구토를 유발한다. 마동은 계속 보이지도 않는 구토물을 토해냈다. 무채색이었던 누린내는 점점 자주색을 발하는 추잡한 먼지덩어리처럼 부풀어서 욕실 천장에 떠 다녔다. 자줏빛은 희미하지만 먼지 같은 형태를 만들어냈고 그 하나하나가 뭉쳐져서 기분 나쁜 연기처럼 보였다. 인간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움직이듯 그 자줏빛 먼지덩어리는 조금씩 꿈틀거리며 덩치가 부풀어서 욕실의 한 부분에 욕실 등처럼 붙어있었다. 기분 나쁜 광경이었다. 부피가 부풀어갈수록 누린내는 더욱 심했다. 손질되지 않고 버려진 개의 기능을 잃은 뒷다리가 식당의 불판 위에서 풍기는 누린내가 욕실에 가득 들어찼다. 개의 뒷다리가 불에 그을린 냄새, 털이 벗겨진 다리의 살갗이 토치의 불꽃에 그을려가는 냄새가, 먼저덩어리가 부풀어 갈수록 심하게 풍겼다. 먼지덩어리는 퇴색한 자줏빛을 띠었고 말라버린 생화처럼 마른 숨을 누린내와 함께 내뱉으며 사념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사념 속의 누린내 나는 먼지덩어리는 자줏빛 피를 흘리는 작은 영혼들로 변모했다. 꿈틀거리는 짙은 자주색의 영혼들은 누린내를 몸에 지닌 채 사념을 잔뜩 머금고 욕실의 곳곳을 점령하며 떠다녔다. 마동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는 짙은 자주색의 영혼들이 변기에 구토를 하고 있던 마동의 몸으로 기어 올라왔다. 냄새가 몹시도 역겨웠다. 이내 역겨운 정도를 넘어섰다. 넘어선 냄새는 마동을 숨 쉬는 것도 힘들게 했다. 마동은 다리위로 기어 올라오는 그것들을 손을 뻗어 털어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스물스물 기어 올라오는 느낌은 흉물스러웠고 갑자기 나타난 불길한 그림자처럼 기분이 아주 나빴다.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욕실바닥은 그런 기분 나쁜 것들로 가득 찼다. 마동은 변기에 앉아서 바닥에서 발을 들었다. 자주색의 영혼들은 자글자글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변기를 타고 올라와서 마동의 몸을 덮고 얼굴을 기어올랐다.

  으윽.

  마동은 숨이 막혔다.

 

  이 지역의 보험회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에버뉴거리의 가장 높은 대형빌딩인 인슈타워는 5년째 접어든 빌딩이다. 인슈타워는 사무실 용도로만 지어진 건물로 로비에서 보이는 엘리베이터만 3대나 된다. 3대의 엘리베리어는 나란히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고,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다시 3대가 더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물류를 올릴 수 있게 비상용 대형 엘리베이터이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중앙의 홀 양옆으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두 군데나 있었다. 인슈타워는 주상복합형식의 건물이 아니라 오직 사무실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없었다. 금융과 상조회사와 보험회사가 대거 인슈타워에 세를 들어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었다. 인슈타워는 43층으로 자가 시스템의 발전기와 함께 관리실에서 사람이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건물내부의 기이한 징후, 화재의 위험이나 내부의 균열, 일산화탄소의 과잉과 격심한 온도차 등, 이상 신호가 잡히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움직여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을 지닌 인텔리전트 빌딩이었다. 오로지 사무실의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라 외부에서 무단 침입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무인시스템이 고도의 집약기술로 건물 자체에 입력되어 있었다. 빌딩에 세입하려는 사무실의 경쟁이 치열하고 달마다 내야하는 월세가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회사의 사무실이 인슈타워에 입주하여 영업대상인 고객들에게 저희 회사는 인슈타워 몇 층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 했다. 보험회사가 인슈타워에 있다면 사람들은 그들을 인정해주었고 보험에 가입을 하는 빈도수가 늘어났다. 고객들이나 외부인이 인슈타워에 들어오려면 신분이 확인이 되어야 들어올 수 있었고 일단 들어오면 내부시설과 서비스에 만족했다. 인슈타워에 입주한 회사는 고객들에게 경쟁에서 살아남은 최고의 회사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 지역도시에서 인슈타워는 하나의 상징물이었고 건물 측에서는 도시의 크고 작은 행사에 건물을 적극 활용하게 하여 이중적 광고 마케팅도 펼쳤다. 각종 다큐멘터리와 사진배경, 영상 매체에 인슈타워는 늘 등장했다. 인슈타워 안에는 수많은 회사들이 입주해있었지만 보험회사가 가장 많았다. 보험회사는 하는 일도 많고 직원들도 다른 회사에 비해서 많았다. 인슈타워의 옥상은 헬기가 이착륙을 할 수 있는 헬기장과 축구를 할 수 있게 인조잔디가 심어져 있도록 설계되었다. 인슈타워를 찾는 고객들은 빌딩의 옥상에 한 번 올라가서 도심지를 내려다보는 코스를 거쳐야 비로소 기쁜 마음으로 인슈타워를 떠날 수 있었다. 5년 사이에 많은 빌딩들이 들어섰지만 이 지역의 중심가에서 마스코트 역할을 하는 빌딩은 아직까지 인슈타워뿐이었다. 관리인과 야간경비의 인원을 최대한 줄이고 무인시스템으로 최상위의 보안을 채택하고 빌딩을 오고가는 사람들이 빌딩을 신뢰할 수 있게 설계한다는 것이 설계자의 목적이었다. 인슈타워를 디자인하고 설계한 건축가는 프랑스인으로 미국의 여러 초고층 빌딩을 설계했다. 그의 설계방식은 해체주의다. 모더니즘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바였다. 건물이 단순히 인간이 들어가서 형광등 밑에서 하루 종일 일만 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해방될 수 있는 설계를 강조하는 건축가였다.

  인슈타워는‘도심지에 날아든 criket’라는 주제로 디자인되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가을이면 곳곳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곤충이 귀뚜라미가 아닐까. 도심지에 날아든 귀뚜라미라는 주제로 건물의 형태는 귀뚜라미에서 영감을 얻어 에스자로 구부러진 모양에 꼭대기로 올라가면 귀뚜라미의 머리 부분을 떠올리는 형상으로 되어 있었다. 인슈타워는 완공된 그 해에 건축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인슈타워의 실내를 밝혀주는 조명은 형광등보다 색온도가 좋고, 조도가 낮았고 사람들의 눈에 피로를 덜어주었다. 가격이 몹시 비싼 조명을 전면 배치했다. 한 번 사용하면 15년을 사용할 수 있다. 태양광이 건물 내의 사무실에 비칠 때와 해가 사라지고 난 후의 사무실의 조도를 건물은 자동적으로 조절을 했다.

  일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게 최적화에 힘썼다. 인슈타워의 모습은 계절마다 다르게 보였고 빌딩 안에서 들어오면 마치 숲속에 들어온 착각이 들만큼 숲의 향이 강하게 났다. 인슈타워 안에서 풍기는 숲의 향은 철저하게 한국의 산에서 채집하여 온 솔잎의 향을 배기구와 환기구를 통해 정화시켜서 빌딩 안으로 퍼지게 만들었다. 인슈타워는 제대로 포스터모더니즘에 입각해서 현대적으로 설계되었지만 빌딩 안 곳곳에는 자연이 숨어 있었다. 옥상에는 살아있는 잔디를 심어서 축구장을 만들었으며 하루에 세 번식 외부의 공기가 빌딩안 모든 공간으로 유입되어서 내부의 탁한 공기를 밖으로 빼내는 삼투압형식도 취하고 있었다. 인슈타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두통이 없었고 건물 내의 체력 단련실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유명 간축가가 설계한 인슈타워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새롭게 도시의 지층을 뚫고 올라오는 다른 빌딩에 비해서 건재했으며 인슈타워가 위치한 에버뉴거리는 사람들의 유동인구도 가장 많았다. 인간의 손을 타야만 새것처럼 오래 유지되는 것이 건축물이었다.

 

  여름의 레인시즌이 끝났다는 일기예보에도 지루한 비가 연일 계속되었다. 비는 내렸다가 개었다가 흩뿌렸다가 쏟아졌다가 심통 난 시어머니 같았다. 25층에 해상보험 사고조사팀 사무실의 한편에 있는 휴게실에서 3명의 정장을 입은 사원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유리창 밖으로 비치는 뿌연 잿빛구름과 무더운 여름날의 바깥풍경을 보면서 대화중이었다. 매년 보험사기는 급증하고 있었다. 사건사고는 매일매일 늘어갔으며 그 사건사고 뒤에는 보험이 해결책으로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보험을 통해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사고조사팀 휴게실의 그들은 모여서 늘어가는 사고조사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잘 다려진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고 때타지 않은 여름용 하얀 와이셔츠에 갈색 넥타이를 보기 좋게 매고 있는 사원도 있었다. 잿빛구름은 곧 비를 뿌릴 것처럼 거뭇거뭇하게 변모했고 대기는 불안한 형태로 무더운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유리창 밖의 상황과는 다르게 그들이 마시는 커피는 진한 향을 피워냈다.

  “다시 조사해봐야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죠.”

  “아마도 혼자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야. 조사해보면 분명 공범이 있을 거야.”

  보험금을 노리고 사람이 죽은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 의문점을 잔뜩 지닌 채 거액의 보험금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서 진상을 조사해야했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그들 중 가장 정장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형사생활을 10년 동안 하고 보험회사 사고조사팀에 입사했다. 대우가 좋았다. 형사생활에서 하던 대로 하면 되었다. 사고의 진상을 조사하면 된다. 그리고 범인의 증거를 확보하면 된다. 그는 날카로웠다. 바다가 끓어올라 죽어버린 50대를 제외하고 그때 바다위에 떠 오른 물고기를 건져가서 먹고 죽어버린 사람이 있어서 큰 보험금이 빠져 나갈 것이다. 경찰의 보도와 달리 조사가 필요한 보험사건이었다.

  3명 중 한 명이 커피를 마신 후 커피 잔을 씻으려고 휴게실 창가 쪽에 있는 싱크대로 갔다. 그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커피 잔을 싱크대 안에 내려놓고 물을 틀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와야 하는데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인슈타워는 그동안 물이 나오지 않았거나 정전이 된 사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물이 나오지 않는데요?”

  “그럴 리가 있나.”

  “건물도 5년이나 되었으니까. 그동안 많은 인간들이 자기 물건이 아니니 얼마나 마구잡이로 사용했겠어.”

  “그래도 좀 이상한데요. 수도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인가 수도꼭지 안에 막혀있는 느낌인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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