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고양이울음
작가 : beenjin
작품등록일 : 2019.9.7

 
6.헛간을 태우는 변호사
작성일 : 19-10-30 01:21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513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6.헛간을 태우는 변호사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기에는 매우 이른 시각 이였지만, 그는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4시 지금 그가 일어난 시간이다.

 그는 파자마 차림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에서 양말을 꺼내어 신고는, 이층의 안방에서 일층의 부엌으로 이동했다.

 아직 해조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는 냉장고를 열어 계란 2개와 우유를 꺼내어 계란은 기름이 둘러진 팬에 튀기고, 우유는 잔에다 따라 마셨다.

 그렇게 우유를 한 잔 마시고는 계란을 접시에 옮겨, 식탁위로 가져왔다.

 빵을 한 조각 잘라, 계란의 옆에 얹었다.

 그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기에, 밥 먹기 전 매일 기도를 했었다.

 그에게 기도는 매일의 위로 와도 같았다.

 하루가 잘 풀려나가면, 그 날의 기도 덕분인 것이다.

 하루가 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건 그날의 기도가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늘은 기도를 하지 않았다.

 그저 한 마리의 동물처럼 계란을 입으로 뜯어먹고 빵을 찢어 입으로 우걱우걱 넣었다.

 그는 지금 먹는 데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기도 같은 거는 그의 식사를 늦추지 못하였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그는 파자마를 벗고는, 최대한 멋있게 입기 위해 양복을 입었다.

 넥타이는 검은색으로, 양말 또한 검은색으로 갈아 신었다.

 그렇게 재킷까지 걸치고는 그는 현관에서 구두를 꺼내어 신었다.

 구두는 오랫동안 신지 않아, 먼지와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는 현관에 앉아 구두약을 꺼내어 구두를 아주 정성스럽게 닦기 시작했다.

 구두는 그의 손이 닿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완벽한 광택이 넘치는 검은색의 구두로 돌아왔다.

 그렇게 구두를 다 닦고, 그는 다시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는, 밖의 풍경을 잠시 감상했다.

 이제 겨우 해가 뜨기 시작하는 시간, 숲은 조용히 잠들어 있어,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동물들이 코를 고는 소리만이 들려올 정도였다.

 그의 집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데 위치해 있었기에, 인기척을 느낄 일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를 들을 경우도 없었다.

 그렇게 그는 조용한 새벽의 시간 속에 기이하게 서 있었다.

 이 곳에 살아 숨쉬는 이는 그 한 명 뿐일 것이다.

 그게 필요했다. 그 만이 숨쉬고 살아있는 기분 그게 필요했다.

 다른 사람이 숨쉬든지 무엇을 하던 간에 무슨 소용일 것이라.

 신은 그를 보고 있을 것이다.

 매일을 관리해야 하는 그가 잠에 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신 앞에서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집 앞의 헛간으로 이동했다.

 그는 자그마한 구덩이를 그 헛간 앞에 팠다.

 사실 자그마하지는 않았다.

 깊게 하지만 그가 다시 땅으로 나올 수 있을 정도만, 하지만 최대한 깊게

 그는 삽으로 10분 정도를 팠다.

 그렇게 그는 별볼일 없는 구덩이 하나를 팠다.

 완벽한 원통형도 그렇다고 구덩이의 밑바닥이 평평한 것도 아닌, 그저 시간에 쫓겨, 목표에 쫓겨 급하게 만든 구덩이 하나가 그의 앞에 있었다.

 그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는 세븐 스타였다.

 그가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피고 있는 담배이다.

 그렇게 세븐 스타에 정성스럽게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그는 기름을 찾아서 헛간의 안으로 들어갔다.

 노란 통에 든 기름을 챙겨 헛간의 밖으로 그 기름을 뿌리면서 나왔다.

 그러고는 헛간의 주위를 돌며, 천천히 기름을 정성스럽게 부었다.

 그가 헛간 주위를 한 번 다 돌 때쯤, 담배는 필터까지 타 있었다.

 그는 손을 튕기어 담배의 불을 끄고는 라이터를 꺼내 만지작거렸다.

 누구든지 이 과정을 보면, 그 다음의 과정은 라이터에 불을 붙여 헛간을 태우겠다고 추측한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다가, 새벽이 끝나고 해가 뜨자 집으로 들어가, 아침을 시작할 준비를 하였다.

 2층의 침실에서 재규어의 차 키를 챙기고, 시계장에서 시계를 골랐다.

 그리고는 넥타이 핀까지 정성스럽게 꼽고는, 향수를 그의 손목 그리고 머리카락에다가 뿌렸다.

 그렇게, 준비를 다 마치고, 1층의 차고로 내려와, 재규어의 시동을 걸고는, 회사로 출근하였다.

 아침의 그런 행위들은 무용지물이 됐다.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런 행동 즉 헛간에다가 회사를 가기 전 아침 일찍 기름을 들이 붇는 행위를 일주일 씩이나 지속하고 있다.

 그는 그저 일탈이 필요했다.

 지긋지긋한 일상 즉,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그런 일상의 반복 그로서는 이러한 루틴이 견디기 어려웠다.

 그리하여, 출근을 하고 퇴근 후 잠을 잘 때까지 그 사이의 공간에 약간의 뒤틀림을 주었다.

 정상적인 취미생활이 아닌, 누구에게 들키면, 필시 조금은 이상할 그런 취미생활.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에 뒤틀림을 주고 있었다.

 그는 차를 타고 가면서 생각했다.

 ‘이름을 바꾸어 볼까?’

 그는 지루한 일상속에 점차 미쳐가고 있었다.

 지루한 일상 속 무언가의 이상함과 어색함이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런 생각들을 하며, 산을 내려오고, 마을에 도착하여 그가 소속된 회사에 출근을 하였다.

 그의 직업은 변호사였다.

 그는 번듯한 사무실이 있었으며, 그 사무실 안에는 비서도 있었다.

 꽤나 사회에서 성공을 했다고, 치부하고 다닐 만큼의 돈과 명예를 얻었고, 그의 차 재규어와 그에게 오는 고객들의 직업이 이를 증명해 주었다.

 이 성공을 위해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에만 매달렸으며,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그는 계속해서 밤을 새워가며, 일에 열중했다.

 어느 순간 성공을 다가왔으며, 그는 매우 기뻤다.

 20년이 넘는 세월의 꿈이 이루어졌다.

 그는 그랬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번듯한 사무실과 비서가 있다.

 월세와 월급이 나간다.

 딱히 쓸모도 없다. 손님의 사건이야 내가 직접 받으면 되는 것이다. 집도 충분히 넓어 사무실로 쓸 서재 따위야 당연히 있다.

 사회에서는 나를 견제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나에게 고객을 뺏긴 자들, 법정에 들어 갈 때마다 나와 마주하는 검사.

 이러 타 할 인간관계도 잘 없다.

 고등학교때에는 공부만 했고, 그 이후로도 그렇다.

 친구를 사귈 틈조차 없었고, 필요 또한 느끼지 못했다.

 여자친구는 가끔 있었다.

 그녀들과 자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자괴감이 느껴졌다. 꿈에 대한 압박 때문에.

 그렇게 나는 다시 공부를 잡고 꿈 만을 쫓았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지금 이 상황까지 왔다.

 아침의 행위는 아마도 그럴듯한 직장이 있기에, 남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일탈일지도 모른다.

 나의 재산을 태우고 싶지는 않았다.

 인간을 포기하고라도 얻고 싶은 것들 이였기에.

 그렇게 나는 얻고 싶은 것을 다 얻었고, 나는 이제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취미생활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 전부터 아침마다 지긋지긋한 나의 삶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기로 했다.

 조금씩 나의 삶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이 뒤틀린 삶이 제 정상의 궤도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였다.

 지난 2일간은 처음으로, 홧김에 집을 다 태우고, 나의 차의 엔진이 고장 날때까지, 어딘가로 가고 싶기도 하다.

 이런 생각들 속에 지난 일주일을 살았다.

 일주일간 받은 의뢰들은 모두 엉망이 되어버렸으며, 그 때문에 내 평판이 내려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일동안 마침내 ‘일을 쉬자’라고 결심을 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 출근하자 마자, 사무실의 문을 열고는 출근 해 있는 비서에게 사표를 건넸다.

 내가 사장이기에 그녀는 나를 이상하게 보았다.

 부하 직원에게 사표수리를 부탁하였으니, 이상할 만하다.

 나는 지난 일주일 그리고 내 이태까지의 삶을 말하고는 그녀에게 이해를 부탁했다.

 그녀는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게 어디 있냐고 나에게 따졌다.

 “내가 사표를 쓴 거야, 너는 여기서 일을 해도 돼.”

 내가 사표를 쓴 것이지, 그녀가 잘린다는 것도 이 사무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만 이 공간에서 나가는 것이다.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그녀가 말했다.

 “말 그대로야 너는 여기서 당분간 일해 너가 납득이 될 때까지, 내가 월급을 주도록 하지, 그 정도의 돈은 내가 가지고 있어.”

 내가 말했다.

 “네? 아무리 그래도 사장님이 없으면, 저희 사무실에 일이 있을까요?”

 그녀가 의문을 품으며 말했다.

 “놀아도 돼 자네도 지난 5년간 나와 같이 매우 열심히 일했어, 출근을 감시할 사장도 없으니, 출근을 안 해도 나는 자네가 출근한지 알 꺼야.”

 나는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장님, 퇴직금만 받고 저 또한 새 일을 구해보죠.”

 그녀는 말했다.

 “자네라면 사실 그럴 줄 알았 어, 나는 진짜로 괜찮네 내가 퇴직금을 많이 줄 것 같나? 아마도 한 1년간 월급을 받으며, 집에서 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네.”

 내가 말했다.

 “제가 방금 말한대로 저도 퇴직금을 받고 그냥 사무실을 나가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알겠네 자네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지 좀 더 사장의 등을 쳐 먹을 수 있는 직원을 뽑을 걸 그랬어.”

 어차피 포기한 돈들 이였다. 누구에게 가든 상관이 없었으나, 그나마 나와 가장 오래동안 봐 온 비서에게 주는 게 그나마 덜 아까울 것 같았으나, 그녀는 거절을 했다.

 “사장님은 이제 무엇을 하실 겁니까? 로펌으로 들어가십니까?”

 그녀가 물었다.

 “집을 불태우고, 차의 엔진이 허락하는 데까지 가보려고 하네”

 내가 말했다.

 “흠, 그거 매우 재밌겠는데요?”

 그녀가 말했다.

 “지금까지의 삶은 너무 정적이었어, 변화가 필요 할 거 같아서.”

 나의 이태까지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말했다.

 “엔진이 오래 가서 삿포로까지 가시길 빌게요. 여기는 후쿠오카니까요.”

 그녀가 말했다.

 “알겠네”

 그렇게 나는 사무실을 정리하고, 곧장 은행으로 가 그녀의 통장으로 퇴직금을 송금했다.

 그러고 나니 4시였다.

 나는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넥타이를 풀어 해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차 키를 재킷의 안 주머니에서 꺼내어 아디다스 트레이닝 바지의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그러고는 트렁크에 대충의 옷가지와 통장을 쑤셔 넣었다.

 집은 그대로 놓아두기로 결심했다.

 만약, 내가 도로 위에서 마음을 바꿀 수도 있었기에, 그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역시 나 자신의 지독한 소유욕은 뒤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차의 엔진이 나갈 때 까지의 여행은 해보고 싶었기에, 차에 트렁크를 실었다.

 하지만, 역시 헛간에 기름을 들이 붓는 짓은 한번 더 해보고 싶었다.

 차를 잠시 시동을 건 채로 놓아두고, 헛간으로 가 노란색 기름통을 다시 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는, 천천히 기름을 헛간의 주위에 부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

 그저 그 헛간에 기름을 붓는 행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탈 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마지막으로 헛간에 기름을 붓는 일탈을 마치고는, 시동을 건 차에 올라탔다.

 북쪽으로 오늘 하루동안 나아갈 생각을 하며, 차를 몰았다.

 그렇게 헛간에 불은 붙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 16.매듭(완결) 2019 / 11 / 10 210 0 1337   
16 15.숲의 끝 2019 / 11 / 10 231 0 4822   
15 14.길의 끝 2019 / 11 / 10 195 0 4478   
14 13.기억의 재구성 2019 / 11 / 10 214 0 5024   
13 12.붉은 실의 끝 2019 / 11 / 8 212 0 5106   
12 11.이름없는 여관의 입구 2019 / 11 / 8 229 0 4579   
11 10.돌의 초석 2019 / 11 / 7 229 0 5318   
10 9.헛간 뒤 2019 / 11 / 6 203 0 4765   
9 8.오두막집 2019 / 11 / 5 224 0 4726   
8 7.입구로 향하는 길 2019 / 10 / 31 227 0 3847   
7 6.헛간을 태우는 변호사 2019 / 10 / 30 228 0 5133   
6 5.꺾이는 길 2019 / 10 / 21 229 0 4441   
5 4.비가 오는 산 2019 / 9 / 27 206 0 5200   
4 3.이름없는 여관 2019 / 9 / 21 238 0 3824   
3 2.그녀의 이야기 2019 / 9 / 8 243 0 2525   
2 1.그의 이야기 2019 / 9 / 7 235 0 3909   
1 0.프롤로그 2019 / 9 / 7 408 0 97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