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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마지막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3:00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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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도시를 떠나기로 했던 바로와 캐럿은 언제 갈 것인가에 대해 논의중이었다.

 

 "밤에 가자니까!"

 

 아니, 언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바로는 밤에 출발하길 원했고, 캐럿은 낮에 출발하길 원했기에, 어찌 보면 당연히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마찰이었다.

 

 "밤은 위험하잖아. 게다가 너, 고든이라는 거대한 새가 무섭다며?"

 

 캐럿이 바로를 못 미더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바로는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그건 어릴 때고! 이젠 괜찮다니까? 너 정도는 내가 지켜줄 수 있어!"

 "그걸 어떻게 믿어. 그동안 트레버에 대한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았으면서!"

 

 바로는 가슴 한켠이 답답해졌다.

 캐럿의 말대로 평소에 자신이 트레버에 대한 그리움에 그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하긴 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자신이 트레버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기는 싫었고, 애초에 이렇게 뜨거운 뙤약볕 밑에서 걷는다면 얼마 못 가 결국에는 지쳐 쓰러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바로는 그저 캐럿이 자신의 의견을 믿고 따라와주길 바랄 뿐이었지만, 여전히 캐럿은 바로가 트레버의 추진력을 못 따라간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했다.

 바로는 눈을 질끈 감고 답답한 심정이 화로 바뀌어 표출되지 않게 꾹 눌러 참는 것에 집중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며 캐럿을 설득했다.

 

 "밤에는 고든만 피하면 어떻게든 될 거야. 그런데 낮에는 걷다가도 자주 쉬어야 할 정도로 햇빛이 뜨겁고, 또 고든이 꼭 밤에만 활동할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하지만 캐럿의 표정은 미적지근하기만 했다.

 캐럿은 딴청을 부리다 바로를 힐끗 보더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설명 다 끝났어?"

 "뭐?"

 

 바로는 자신이 열심히 설명한 것에 집중하지 않았던 캐럿을 살짝 째려봤다.

 캐럿은 그런 바로와 눈이 마주치자, 급히 시선을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나는 그냥 네가 걱정이 되서... 그리고 너는 트레버가 없으면 언제나 무모하게 시도했잖아. 이제 너는 너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캐럿이 바로를 힐끔거리며 중얼거리다 눈이 마주치자 말끝을 흐렸다.

 이에 바로가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너는 나보다 트레버를 더 믿었던 거야? 이제 난 나도 지킬 수 있고, 너도 지킬 수 있어. 왜 나를 못 믿어?"

 

 바로가 언성을 높이며 캐럿을 다그쳤다.

 그러자 캐럿은 고개를 푹 숙인채 기어들어가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작게 대꾸했다.

 

 "트레버는 언제나 혼자 계획 세우고 혼자 행동했잖..."

 

 캐럿의 말을 듣다 '트레버'라는 이름을 들은 바로는 말을 자르고 소리쳤다.

 

 "그러니까 이제 나 혼자 계획 세우고 혼자 행동해서 너를 지켜주겠다잖아! 왜 자꾸 트레버가 나오는 건데?"

 

 바로는 씩씩대다 흥분을 가라앉히려 잠시 숨을 고르며 캐럿을 노려봤다.

 지금껏 트레버에게 조금이나마 배웠던 기술과 얕은 지식이지만 캐럿을 보호해주려 했고, 좀 더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캐럿은, 여전히 자신은 트레버의 추진력에 미치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왠지 자신이 트레버와 비교를 당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캐럿은 바로가 자신에게 이렇게 화를 냈던 적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자신이 바로의 기분을 얼마나 상하게 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도 그런 바로를 걱정해서 했던 말인데,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바로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캐럿이 조용한 목소리로 바로에게 말했다.

 

 "이젠 트레버가 없으니까 네가 위험할 때 지켜줄 친구가 없잖아. 나를 위해서 조금만 더 조심하면 안 돼?"

 

 말을 마친 캐럿이 고개를 들어 바로의 얼굴을 힐끔 봤다.

 바로는 여전히 씩씩대며 캐럿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에 캐럿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조금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친구를 잃었지만 내가 있고, 나는 너를 잃으면 완전 혼자란 말이야!"

 

 캐럿의 외침에, 바로의 눈동자는 조금씩 커졌다.

 바로가 아무런 말이 없자, 캐럿은 더욱 용기내어 덧붙였다.

 

 "나는 네가 안 다쳤으면 좋겠어."

 

 둘은 잠깐동안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내 바로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 그럼 조금 이따 출발하는 걸로 하자. 대신, 중간중간 그늘이 보일 때마다 쉬어야 돼. 알았지?"

 

 캐럿은 자신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바로에게 고마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흐르고, 하늘에 떠있는 태양은 그들의 머리 위에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아직 주변이 어두워지기 전, 그러니까 바로가 어디선가 가져온 이름 모를 생선의 대가리를 서로 나눠 먹은 뒤였다.

 바로는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어. 요즘엔 먹을 거 구하기가 어렵단 말이야."

 

 이에 캐럿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점심식사였어. 아니, 저녁으로 봐야 하나?"

 

 바로는 캐럿이 조금이라도 더 배부를 수 있도록 거의 먹지 않았지만, 자신을 보고 웃어주는 캐럿을 보고 전혀 배고프지 않다고 생각하려 노력했다.

 바로는 하늘을 올려다보곤 캐럿에게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이제 슬슬 갈까? 햇빛도 조금 약해졌는데."

 "응."

 

 바로와 캐럿은 이제 곧 떠나야 할 도시의 입구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도시의 풍경을 돌아봤다.

 바로는 처음 도시로 왔을 때를 회상하며 눈앞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보다, 문득 도시로 온 뒤로는 한가로이 길가에 누워 날아다니는 나비를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아, 응. 지금 가."

 

 도시의 입구 너머에서 자신을 부르는 캐럿의 부름에 바로는 도시를 향한 미련 아닌 미련을 떨쳐내고 캐럿에게로 뛰어갔다.

 바로가 가까이 오자, 캐럿은 바로를 위, 아래로 ㅤㅎㅡㄾ어보고 물었다.

 

 "뭐하고 있었어?"

 "그냥. 잠깐 옛날 생각 좀 했어."

 "그래? 무슨 생각?"

 

 캐럿의 질문에 바로는 입만 뻥끗이다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무언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별 거 아냐."

 

 바로의 대답을 들은 캐럿은 괜히 입술을 삐죽였다.

 

 "뭐야, 싱겁긴. 어서 가자. 길은 네가 아니까 앞장서."

 "알았어. 따라와."

 

 바로는 앞장서서 캐럿과 함께 도시를 빠져나왔다.

 그들이 도시 밖으로 나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도시에서의 검은색 아스팔트로 다져진 땅이 아닌, 순수하게 흙과 자갈로만 이루어진 흙길과, 길 주변에 나있는 이름 모를 풀과 나무였다.

 아무리 주변을 살펴도 보이는 색은 초록색 밖에 없는 풍경을 보고 캐럿은 마냥 신기해 하며 눈을 크게 떴다.

 

 "와...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어?"

 

 바로 역시 이런 초록색 가득한 주변 풍경이 그리웠다.

 하지만 지금은 경치를 구경할 여유를 느낄 수 없었다.

 바로는 주변을 살피며 캐럿에게 물었다.

 

 "캐럿, 구경은 다 했어?"

 "아니, 조금만 더 보자. 나 이런 곳은 처음 봤어."

 

 캐럿은 한발짝 뒤에 있는 검은 아스팔트로 된 길을 밟아보고, 앞으로 나아가 흙으로 된 흙길을 번갈아 밟아보길 반복했다.

 

 "캐럿. 우린 이렇게 놀고 있을 시간 없어."

 

 바로가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캐럿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뾰로퉁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해도 아직 높이 떠 있는데 잠깐 노는 게 뭐 어때서."

 "우린 지금 경치나 구경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기엔 충분히 위험한 곳에 있어. 돌아갈 때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알았어, 알았어. 가면 되잖아, 가면."

 

 캐럿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는 아쉬워 하면서도 자신의 말에 따라주는 캐럿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면 돼?"

 

 먼저 앞서 가던 캐럿이 돌아보며 물었다.

 

 "이 길을 따라 쭉 가면 돼."

 "뭐야, 별 거 없네, 뭐. 괜히 호들갑은.."

 

 캐럿은 살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를 본 바로가 인상을 찌푸렸다.

 

 "호들갑이라고?"

 

 갑자기 바로의 언짢은 듯한 목소리가 들리자, 캐럿은 황급히 변명했다.

 

 "아니, 내 말은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어야지만 농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바로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피곤한 눈으로 캐럿에 말했다.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가도 고든이 안 나타날 거란 보장이 없어서 이러는 거라고 몇 번을 말해."

 "아, 알았어! 그만 투덜댈 테니까 뭐라고 좀 하지마. 거 되게 뭐라 하네."

 

 캐럿은 심통이 난 표정으로 괜히 발을 쿵쿵 구르며 앞서 갔다.

 그 모습을 심란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바로는 한숨을 쉬며 뒤따라갔다.

 침묵 속에서 한참을 걷기만 하던 그들은 뜨거운 햇빛을 더이상 견디지 못 하고 근처에 있는 나무 밑에서 쉬기로 했다.

 도시와는 다르게 아무 것도 없는 주변 풍경에, 큰 건물이나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어느 것 하나에도 걸리지 않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땀에 젖은 그들을 기분 좋게 닦아주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돼? 너무 더워."

 

 잠시 기분 좋은 바람을 만끽하던 캐럿이 갑자기 바로를 보고 울상을 지으며 물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고든이 안 나타난 것만 해도 다행이니까 조금만 참자."

 "너무 더워."

 

 캐럿은 자신을 위해주는 바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만 칭얼댔다.

 이에 바로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땀을 흘리는 캐럿을 바라봤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덧붙여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농장으로 가자고 했던 게 조금 마음에 안 들어? 후회하는 거지?"

 

 캐럿은 땀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으응. 괜찮아. 그냥 더워서 그래. 넌 안 더워? 앞만 보고 걸어도 더운데..."

 

 캐럿이 초조한 얼굴로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는 바로를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며 물었다.

 

 "난 괜찮아. 어때, 조금 더 쉴까?"

 

 자신의 상태를 묻는 바로의 질문에, 캐럿이 고개를 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의 뺨에 아직 닦이지 않은 땀을 마저 닦아냈다.

 

 "아냐, 괜찮아. 이제 가도 될 것 같아."

 

 바로는 캐럿에 웃어보이며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좀 더 쉬어도 괜찮은데."

 "괜찮대도. 어서 가자."

 

 바로는 캐럿이 자신의 뺨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애써 웃는 얼굴로 힘든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 걷고, 또 걷고, 쉬고, 또 쉬었다.

 그렇게 몇 번을 걷고 쉬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즈음, 캐럿이 그동안 참아왔던 짜증을 토해냈다.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가야 나오는 거야? 우리 지금 얼마나 걸어왔는지 알기나 해? 농장으로 가는 길 확실히 아는 거 맞아?"

 

 캐럿이 말을 잠깐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머리 위에 떠있던 태양은 어느덧 땅 끝과 하늘의 중간 정도까지 내려와 있었다.

 

 "저것 좀 보라고. 벌써 해가 저렇게 땅이랑 가까워졌잖아!"

 "조금만 더 가면 돼. 설마 내가 왔던 길을 잊어버릴까봐?"

 

 바로는 애써 웃는 얼굴로 캐럿을 달랬지만, 사실 바로 자신도 의심스러웠다.

 이 정도 걸어왔으면 농장에 도착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농장은 커녕 그토록 걱정하던 거대한 새 고든까지 나타나지 않자, 혹시 자신이 또 길을 잘못 든 건 아닐지 걱정스러웠다.

 

 "조금만 더 가면 농장이 보일 거야."

 "그 소리만 벌써 몇 번째 듣는 건지 알아? 나 힘들단 말야!"

 

 이제 캐럿은 아예 자리에 드러누워 거의 울다시피 칭얼거렸다.

 그때, 땅에 드러누운 캐럿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렇게 힘들면 내가 길을 알려줄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은 목소리에, 바로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봤다.

 여전히 자신보다 훨씬 큰 몸집에, 거대하고 기다란 부리, 잊혀지지 않던 검은 날개, 그리고 땅 위를 밟고 있는 날카로운 발톱.

 고든이었다.

 

 "이름이 뭐니?"

 

 캐럿 앞에 서 있는 바로는 보이지도 않는 듯, 자리에 드러누운 캐럿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름을 묻는 고든이었다.

 바로는 어릴 때 자신을 위협했던 고든을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제 이름은 왜요?"

 

 캐럿의 목소리가 들리고, 바로는 정신을 바로 잡았다.

 그리고 이번엔 캐럿을 속이려 드는 건지, 고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네 아빠와 아주 잘 아는 사이거든.

 네가 오늘 농장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마중나온 거란다."

 

 역시나 이번에도 부모를 들먹이며 캐럿을 속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캐럿 또한 자신처럼 부모님을 기억하지 못 한다는 걸 떠올렸다.

 

 "저희 아버지요?"

 "그래 , 너희 아버지."

 

 고든은 눈을 빛내며 캐럿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는 캐럿에게 고든과 대화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얼어붙은 몸뚱아리에 붙은 거 아니랄까봐, 서로 달라붙은 두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다.

 캐럿은 그런 바로를 향해 눈살을 한 번 찌푸려 보인 다음, 고개를 돌려 가만히 고든을 쳐다봤다.

 그리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물었다.

 

 "아, 그럼 농장으로 가는 길은 잘 아시겠네요?"

 "그럼. 이대로 길을 따라 쭉 가다 갈랫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돼."

 "아하~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그쪽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고든은 까맣게 빛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부리를 딱딱거렸다.

 

 "내 이름은 고든이야."

 

 캐럿은 웃으며 알려줘서 고맙다며 뒤로 돌았다.

 그때 고든이 캐럿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언제나 너를 지켜보고 있을 테니, 힘들면 내 이름을 크게 외치거라!"

 

 이에 캐럿이 뒤로 돌아 싱긋 웃더니, 바로에게 다가와 말했다.

 

 "가는 길 알았으니까 어서 가자."

 "저.. 저 새가 누군줄 알고 저 말을 그대로 믿는 거야?"

 "네가 그렇게나 입이 닳도록 말했던 고든이잖아."

 

 바로는 캐럿을 얼빠진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렇게나 자신이 위험하다고 했던 고든인줄 알면서도 태연하게 대화를 하다니.

 

 "저 고든이란 새는 거짓말로 우리를 아무도 없는 곳으로 유인하고 공격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우린 고든에게 길을 물어봐야지."

 

 캐럿이 태연한 얼굴로 대꾸하며 바로를 지나쳐 앞서갔다.

 바로는 얼빠진 표정으로 자신을 지나치는 캐럿을 구경하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벌써 저만큼 가버린 캐럿을 쫓아가며 불러세웠다.

 

 "캐럿!"

 "응?"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바로의 목소리에, 캐럿이 걸음을 멈추고 바로를 돌아봤다.

 캐럿 앞에 멈추어 선 바로는 뒤를 힐끔 돌아 고든이 그곳에서 벗어났는지 확인한 후, 캐럿에게 물었다.

 

 "캐럿, 무슨 소리야?"

 "뭐가?"

 "네가 방금 그래서 고든에게 물었어야 했다고 했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캐럿은 바로가 질문을 마치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더니,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

 

 "고든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유인한다며? 그럼 그쪽만 안 가면 되는 거 아냐?"

 "아."

 

 바로는 자신이 멍청해진 걸 느끼며 멍한 얼굴로 허공에 대고 넋을 놓았다.

 

 "으이구, 바보. 처음 보는 동물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바보가 어딨냐?"

 

 캐럿은 바로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고는, 하나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바로는 그동안 자신이 어째서 고든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것에 대한 또렷한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농장을 떠나 도시로 갈때 속였기 때문에 복수라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무어라 표현 못할 자격지심이라도 느꼈던 것일까?

 바로는 고개를 세게 흔들어 고든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캐럿은 생각보다 지혜로운 고양이었다는 것이다.

 바로는 노을이 지는 지평선을 향해 걷는 캐럿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저런 고양이가 나와 함께해줘서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바로는 캐럿의 뒤쫓아 따라갔다.

 

 "바보라서 참 미안하게 됐네! 같이 가!"

 

 그들은 고든이 알려준 대로 하나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나타난 갈림길에, 그가 일러줬던 왼쪽 길이 아닌, 오른쪽 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곳엔 정말로 고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저 멀리 농장에 있는 높은 풍차의 날개가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는 오랜만에 축사를 볼 생각에, 그리고 가족들을 볼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가리켰다.

 그리고 캐럿에게 소리쳤다.

 

 "와, 저거 보여? 저기가 내가 자랐던 그 농장이야!"

 

 캐럿이 인상을 찡그리며 바로가 가리킨 곳에 집중했다.

 그리고 캐럿이 농장을 발견했을때, 캐럿의 얼굴에도 조금씩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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