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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열세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59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7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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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계바늘 두 개가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많았다.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의 색이 바뀌는 일도 많았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길 몇 차례.

 그들은 어느덧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게 되었다.

 검은 바탕에 흰 얼룩무늬를 가진 그의 보드라웠던 털은 거칠어졌고, 연갈색 망토를 얼굴에서부터 꼬리까지 뒤덮은 새하얀 그녀는 배가 불러 있었다.

 그들은 도시의 모든 곳을 돌아보며 그들만의 보금자리로 삼을 만한 곳을 찾아다녔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 하고 떠돌이 신세로 살아가고 있었다.

 어젯밤에는 결국 잘 만한 장소를 찾지 못 하고, 근처 하수구 앞에서 쉬기로 했었다.

 말이 쉬는 것이지, 바로는 캐럿을 위해 거의 매일 잠도 자지 않고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얼굴에서는 피로가 사라질 줄을 몰랐다.

 어느새 잠에서 깬 캐럿이 자신 앞에서 졸고 있는 바로를 보고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가 깨지 않게 조용히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 덕분에 잘 잤어, 바로."

 

 졸고 있던 자신의 귓가에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놀랄만도, 짜증을 낼만도 했지만, 바로는 반쯤 감긴 눈으로 싱긋 웃으며 물었다.

 

 "잘 잤어?"

 

 바로는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듯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고, 이에 캐럿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 하늘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럼, 오늘은 어딜 가볼까..?"

 

 바로는 눈을 감으며 갈 만한 곳을 생각해내려 애썼다.

 

 "매일 이렇게 돌아다닐 수도 없는데..."

 

 그때 캐럿이 혼잣말로 중얼거렸고, 바로가 그녀를 돌아봤다.

 그녀의 부른 배는 얼핏 보기에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바로는 고민했다.

 도시에서는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았고, 그와 더불어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떠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한시라도 빨리 보금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계속 인상만 찌푸리고 있던 바로는 결국 안전한 장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당장의 아침 식사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무언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표정의 캐럿을 보며 말했다.

 

 "일단 움직이자. 오늘 아침 식사를 해결할 만한 장소를 찾아놨어."

 

 바로는 평소 어느 길거리를 자주 오가며 눈여겨 본 가게가 있었고, 그 가게는 매일 아침마다 주인장이 가게 입구에 나와 우유에 푹 적신 식빵을 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캐럿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앞장서서 가는 바로를 따라갔다.

 바로는 그 가게가 있는 곳으로 가면서 어딘가 낯익은 거리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그들은 바로가 찾던 빵집 근처에 도착했고, 빵집에서는 이제 막 빵을 굽고 있는지, 문틈 사이로 향긋하고 고소한 냄새가 퍼져나와 온거리를 가득 채웠다.

 

 "어, 이 냄새는..."

 

 거리를 가득 채운 냄새를 맡은 바로는 무언가에 홀린듯한 얼굴로 캐럿에게 이곳에서 기다리라는 말만 남겨놓고 냄새에 이끌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로는 향긋하고 고소한 냄새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거리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길의 생김새 마저 어딘가 그리움을 간직한, 무언가 알려주려는 듯한, 그런 형상이었다.

 바로는 어느 빵집 앞에 멈추어 섰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던 탓인지, 가게 문은 아직도 굳게 닫혀 있었다.

 바로는 빵집 앞에 앉아 주인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왠지 어딘가 익숙한 풍경과 시간, 그리고 이 기분은 그립기까지 했다.

 바로는 주변을 돌아봤다.

 높은 빌딩들과 빠르게 움직이는 자동차들, 그리고 이제 막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행복이 느껴지지 않는, 우울한 미소를 보이며 바쁘게 걷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기억은 날듯말듯, 바로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만 했다.

 바로는 자신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주변을 보며 무언가를 떠올리려 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이 근처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캐럿 뿐이었다.

 그때,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주인장이 가게 밖으로 나와 큰 그릇을 땅에 두려다 조금 큰 얼룩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주인장은 그 고양이를 보며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를 흘렸다.

 

 "저 똥고양이, 오랜만에 보는데 벌써 저만큼 컸군."

 

 주인장은 이렇게 중얼거리곤, 진열대 앞에 서서 여느때와 같이 손님들을 불러 모았다.

 

 "갓 구운 빵입니다! 오랜만에 저 똥고양이를 보니까 기분이 매우 안 좋네요. 오늘은 모든 제품을 반값으로 해서 문을 빨리 닫겠습니다!"

 

 바로는 이 어딘가 낯익은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

 어디선가 보았던 얼굴, 어딘가 달라진 얼굴.

 어디선가 맡았던 냄새, 어딘가 그리운 냄새...

 바로는 희미한 기억의 끈의 미련을 버리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리고 주인장에게서 시선을 떼고 가게 앞에 놓여있는 그릇에 다가갔다.

 그 그릇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어 따뜻하고, 고소한 풍미를 내는 우유가 한 입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식빵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 음식은 입으로 먹기 전에 눈으로 먹는다고 했던가. 아니, 코부터 먹는다고 했었나?

 바로는 우선 먹음직스럽게 생긴 음식 앞에서 주저했다. 그리고 행여나 캐럿이 먹는데에 잘못되진 않을지 확인하려 고개를 숙여 냄새부터 확인했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향긋한 냄새가 느껴졌다.

 냄새는 괜찮았다.

 혀로 우유 위에 떠있는 빵을 건들였다.

 혀 끝을 타고 느껴지는 고소함.

 바로는 왠지 모를 반가움에 고개를 처박고 빵과 우유를 열심히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때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처음 도시로 와서 먹었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식사.

 하루종일 굶고 굶어 처음으로 입에 넣었던, 우유에 적신 빵조각들.

 바로는 먹다 말고 자리에 바로 앉아 추억의 실마리를 잡고 기억의 저편에서 소중했던 기억들을 하나둘 기억해냈다.

 이 빵집에서 지금의 것과 똑같은 음식을 내어준 주인장과 그 전에 오랫동안 가지고 있어 따뜻해진 우유를 줬던 여학생들, 공원에서 공연을 하던 사람들...

 그리고 도시에 와서 처음으로 자신과 친구가 되어준 친구, 트레버.

 언제나 자신을 걱정해주고, 자신을 몇 번이나 도와주었던 친구.

 고맙단 말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한, 단 하나 뿐인 친구.

 바로는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눈동자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급히 마른 세수를 했다.

 그리고 행여나 캐럿이 봤을까 했던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다.

 고개를 돌려 캐럿이 있을 곳을 보니, 그녀는 그늘 밑에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제야 캐럿이 지금까지 자신을 믿고 그늘 밑에 숨어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떠올린 바로는, 급히 캐럿에게로 뛰어갔다.

 숨을 헐떡이는 바로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던 캐럿이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바로, 무슨 일 있었어? 왜 울고 있어?"

 

 바로는 눈가를 슥 닦으며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 오랜만에 옛날 생각 좀 했어. 어서 가자. 저거 꽤 맛있더라."

 "뭐? 얼마나 먹었는데 맛있대? 나만 빼놓고 가서는!"

 

 캐럿이 살짝 성을 내며 바로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배가 불러서인지, 전처럼 완전히 바로를 덮치지는 못 했다.

 바로는 캐럿의 상태를 잘 알고 있던 터라, 그대로 캐럿의 공격을 받아주었다.

 캐럿이 얼굴을 붉히며 바로의 눈치를 보다 눈이 마주치자 괜히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 배가 무거워서 마음대로 뛰지도 못 하겠네!"

 

 바로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아직도 예뻐. 어서 가서 먹자."

 

 캐럿은 말 돌리지 말라며 툴툴댔지만 기분은 좋은지 입가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바로는 캐럿의 걸음에 맞추어 걸었고, 오늘의 첫 식사가 기다리고 있는 빵집으로 천천히 걸었다.

 빵집의 주인장은 자신이 준비한 빵과 우유를 먹던 얼룩 고양이가 사라지자 씁쓸한 표정으로 그릇을 치우려 했다.

 하지만 저 멀리서 웬 연갈색 고양이와 함께 오는 것을 보고, 집었던 그릇을 다시 땅에 내려두고, 웃는 얼굴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 고양이가 그릇 앞에 도착할 즈음에 다시 가게 밖으로 나타난 주인장은 똑같은 그릇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얼룩 고양이가 그릇 앞에 앉아 자신을 쳐다보자, 주인장은 그 고양이를 옆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똑같이 우유에 적신 빵이 든 그릇을 두었다.

 연갈색 고양이는 살짝 경계했으나, 얼룩 고양이가 몇 번 킁킁대고 관찰하고 나서야 코를 박았다.

 그들은 사이 좋게 마주 앉아 우유와 빵을 모두 먹어치웠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인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 두 마리는 자리를 뜨기 전에 그 주인장이 자신을 볼때까지 기다렸다.

 주인장과 눈이 마주친 바로는 감사했다고 인사를 했고, 캐럿도 따라서 인사를 했다.

 그들은 아침 식사도 해결했겠다,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바로와 캐럿은 서로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바로는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고 있는 듯이 땅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걸었고, 캐럿은 그런 바로가 혹시 발을 잘못 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지 자신의 바로 앞과 바로의 발 앞을 번갈아 보느라 눈동자를 쉴 새 없이 바삐 움직였다.

 그러다 바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캐럿."

 "응?"

 

 바로의 부름에도 여전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땅을 살피던 캐럿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바로가 걸음을 멈추고 한 번 더 캐럿의 이름을 불렀다.

 

 "캐럿."

 "왜?"

 

 캐럿은 자신의 옆에서 발 맞추어 가던 바로의 발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바로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바로는 진지한 목소리로, 진심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 농장으로 가자."

 

 캐럿은 바로의 갑작스런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반문했다.

 

 "뭐? 갑자기 왜? 농장과 도시 사이에 있는 길은 위험하다고 늘 그랬잖아."

 "아니, 여기서 이렇게 지내는 건 앞으로를 봤을때, 더 어려워질 거야. 지금이라도 농장으로 돌아가자."

 

 말을 끝낸 바로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캐럿의 눈을 계속 바라봤다.

 캐럿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바로의 그 눈빛을 보고 아무런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바로의 그 눈빛은, 그 옛날 자신을 반드시 웬디 부인의 저택에서 데리고 나와 바깥 세상을 보여주겠다던 어리지만 용감하기도, 때론 무모하기도 했던 그때의 바로가 늘 보여주던 눈빛이었다.

 바로는 캐럿이 고개를 끄덕이자, 살짝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지금은 그때랑 다르게 널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 걱정하지 마."

 

 캐럿은 그런 바로를 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을 지켜주는 그의 믿음직스러운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넌 정말 훌륭한 고양이야, 바로.'

 

 그리고 캐럿은 바로의 뒤를 쫓아갔다.

 

 그들은 각자 도시를 떠나기 전에 그들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 가기로 했다.

 

 "그럼 그냥 너부터 갈래?"

 

 바로가 캐럿을 향해 물었다.

 

 "아니, 어차피 나는 추억이라고 해봤자 웬디 부인의 저택이 전부잖아. 그냥 너 가보고 싶은 곳 먼저 다 돌아본 후에 마지막으로 갈래."

 

 캐럿이 대답했다.

 

 "하지만..."

 "괜찮아. 가는 동안 네 이야기나 듣지 뭐. 그동안 네 이야기를 못 들어봤잖아. 응?"

 

 바로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캐럿이 말을 끊고 고집을 부렸다.

 그동안 바로가 봐왔던 캐럿은,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될 때까지 투정을 부리고 언제 눈물을 터뜨릴지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 지루할지도 모르는데..."

 

 바로가 약간은 희망적인 눈빛을 보내며 말했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신을 째려보는 캐럿을 보고 포기했다.

 

 "그래서, 어디부터 갈거야?"

 

 캐럿이 물었다.

 

 "글쎄, 일단 내가 도시로 왔을때 처음 갔던 곳은 저 빵집이었어. 그 다음에 갔던 곳은 공원이었고. 거길 가볼 생각이야."

 "공원?"

 

 캐럿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녀는 바로를 따라 저택에 나온 후, 도시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각 장소에 대한 설명도 함께 들었기 때문에 이제 웬만한 곳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공원은 뭐 별거 없지 않아?"

 

 캐럿이 물었다.

 

 "그렇긴 한데,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으면서 가장 평화로운 분위기거든. 그때 갔던 공원이랑은 다르니까, 괜찮지?"

 

 바로가 자신의 눈치를 보며 묻자, 캐럿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이번엔 잘 찾아갈 수 있는 곳이겠지?"

 "그럼. 당연하지."

 

 바로는 자신있게 말하며 앞장섰다.

 

 ...

 

 "나참,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또 길 잃어버렸네!"

 

 캐럿이 어이 없어 하며 말했다.

 이에 바로는 미안해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어쩔 수 없잖아. 너무 오랜만인걸."

 "으휴, 말을 말자. 저 멍청한 똥고양이..."

 

 캐럿은 한숨을 쉬고 풀이 죽은 모습으로 걷고 있는 바로를 지나쳐 갔다.

 

 "캐럿, 혼자 막 돌아다니지 말고 같이 가!"

 "됐거든. 내가 찾아볼 테니까 잘 따라오기나 해."

 

 캐럿은 바로를 무시하고 앞장서서 갔다.

 하지만 사실 캐럿 본인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불가능했다.

 캐럿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골목을 지나, 거리를 지나, 상가를 지나 움직이다 보니, 바로는 조금씩 자신이 말했던 그 공원과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공원과 마주하게 되었고, 바로는 감회가 새로운 듯이 주변을 둘러봤다.

 공원 앞 입구에는 언제 세워진 건지, 처음 보는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 동상은 한 마리의 고양이와 솜사탕의 모형이었다.

 바로는 그 고양이를 보며 어딘지 자신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솜사탕 바깥쪽에 작은 틈이 있었고, 그 안에는 비교적 조금 큰 쥐가 한 마리 있었다.

 바로가 넋을 놓고 고양이와 쥐와 솜사탕 동상을 보고 있자니, 캐럿이 다가왔다.

 

 "이거 너 아니야? 너랑 네 친구 트레..."

 

 캐럿은 말을 하다 말고 바로의 눈치를 봤다.

 바로는 눈앞에서 트레버의 마지막을 본 이후로 트레버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

 바로는 자신의 눈치를 보는 캐럿을 무시한채, 동상에서 눈을 떼지 않고 가만 지켜봤다.

 처음으로 사귄 친구와 무언가를 먹었던, 처음으로 친구를 위해 혼자 힘으로 노력했던, 그리고 처음으로 친구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트레버의 모습이었다.

 당시, 솜사탕에 파묻혀 보지 못 했던 친구의 표정을 봤다.

 동상이 되어 나타난 친구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걸 본 바로도 미소지었다.

 

 "바로, 갑자기 왜 웃어..?"

 

 캐럿이 조심스레 물으며 바로에게 다가갔다.

 

 "그냥.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친구를 보니까 좋아서."

 

 이렇게 말하는 바로의 얼굴을 본 캐럿도 미소지었다.

 바로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던 피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그의 얼굴은 행복한 표정만이 남아있었다.

 캐럿이 바로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추억의 장소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새로운 추억의 장소를 하나 발견하고 가네."

 

 이에 바로가 동상을 올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제 트레버가 보고 싶으면 이곳으로 오면 되겠다."

 

 바로는 말을 마치고 고양이와 쥐와 솜사탕 동상을 한 번 더 눈동자에 담았다.

 그리고 개운한 듯이 말했다.

 

 "자, 이젠 네가 마지막으로 들리고 싶은 곳으로 갈까?"

 "뭐? 벌써?"

 

 캐럿은 살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나는 가고 싶은 곳이 없는데..."

 

 캐럿의 고백에 이번엔 바로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가고 싶은 곳이 없다고?"

 "응."

 "아까는 있는 것처럼 얘기했잖아."

 "그냥 나도 너랑 같이 다닐 만한 핑계가 필요할 것 같아서..."

 

 캐럿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에 바로는 잠깐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그냥 웃기만 했다.

 

 "알았어. 그럼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거지?"

 

 캐럿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는 공원 입구에 서 있는 동상을 마지막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캐럿을 향해 말했다.

 

 "그럼 이제 정말로 가자. 내가 태어났던 그 농장으로."

 

 이렇게 얼룩 고양이 바로와, 연갈 색 고양이 캐럿은 시끌벅적한 도시를 떠나기로 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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