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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열두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58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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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캐럿을 쫓아다니는 바로와 그런 바로를 맘편히 내치지 못 하는 캐럿은 어느덧 트레버가 기다리고 있겠다고 한 광장의 중심, 시계탑 근처에 도착했다.

 바로는 트레버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웃는 얼굴로 캐럿을 돌아봤다.

 하지만 캐럿은 여전히 쌀쌀맞게 바로의 면전에 대고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바로는 아직 제대로 된 화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캐럿이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 이상은 트레버를 볼 낯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계속 캐럿에게 미움을 받기도 싫었다.

 오해가 있다면 오해를 풀고 싶었고, 잘못이 있다면 제대로 사과를 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틀어져버린 사이를 되돌리고 싶었다.

 그게 자신의 친구 트레버와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앞으로 캐럿과 함께 지내기 위한 첫 번째 숙제였다.

 바로는 결심한듯 굳은 얼굴로 캐럿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잠깐 나 좀 봐."

 "뭐?"

 

 바로는 어리둥절해 하는 캐럿을 어디론가 데려갔다.

 갑자기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바로의 행동에 당황한 캐럿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또 길 잃어버리려고? 그냥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

 

 캐럿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했지만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옅은 미소가 보였다.

 그에 반해 바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그리고 캐럿을 돌아보지도 않고 정면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그냥 조용히 따라오기나 해."

 

 캐럿은 이렇게 대답하는 그의 굳은 얼굴을 보고, 잠시나마 보였던 옅은 미소를 얼굴에서 지워버렸다.

 바로는 침묵을 지키며 걸었고, 그 뒤를 따라가는 캐럿은 안그래도 낯설기만 한 장소에서, 더욱 낯선 곳으로 향하는 바로를 보며 불안한 듯이 자꾸 주변을 살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바로가 계속 부산스럽게 주변을 살피는 캐럿에게 말했다.

 이에 캐럿은 일부러 바로에 쌀쌀맞게 대하는 중이라는 것도 잊은채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뒤에 찰싹 붙었다.

 캐럿을 데리고 광장을 나온 바로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곤 조금은 밝아진 표정으로 돌아봤다.

 

 "조금만 더 걷자. 걸을 수 있지? 거의 다 왔으니까.”

 "으, 응."

 

 대답하는 캐럿은 어째서인지 살짝 미소를 흘렸고, 이를 봤는지, 못 봤는지 바로도 살짝 들뜬 얼굴이었다.

 그들은 광장 앞 거리를 지나, 경사가 완만한 언덕을 올랐다.

 캐럿은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바로는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바로는 숨을 거칠게 쉬면서 정면에 대고 캐럿을 불렀다.

 

 "캐럿."

 "응?"

 

 모처럼 캐럿이 고개를 들고 바로를 쳐다봤다.

 하지만 바로는 여전히 고개를 정면에 두고 있었고, 이를 본 캐럿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바로에게서 눈을 떼고 걷는 것에 집중했다.

 바로는 걷기만 하다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까 나한테서 무슨 대답을 원했던 거야?"

 "언제?"

 "이젠 나를 믿어도 되냐고 했을때."

 "아, 그때..."

 

 캐럿은 말끝을 흐리며 고개가 숙였다.

 솔직히 자신이 어째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캐럿이 언제 일을 말하는 건지 알아챘다고 느낀 바로는 걸음을 멈췄다.

 앞서가던 바로의 발만 보고 걷던 캐럿은 바로가 걸음을 멈추자 따라 멈추었다.

 

 "그때 내가 무슨 대답을 했어야 됐어?"

 

 말을 마친 바로가 캐럿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캐럿도 바로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바로는 캐럿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고, 캐럿은 바로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눈을 보며 어색하지만은 않은 침묵을 이어갔다.

 이윽고, 캐럿이 입을 열었다.

 

 "너는 뭐라고 하려고 했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말하는 바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캐럿은 울컥해서 언성을 높였다.

 

 "봐, 이렇게 말을 안 하니까 내가 화가 나지!"

 

 캐럿의 외침에도 바로의 굳은 얼굴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바로가 입을 열때, 광장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하지만 바로는 이를 무시하고 시끄러운 소리에 묻히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지, 말을 계속했다.

 

 "내가 길을 잃었을때, 나도 나를 믿지 않았어. 나도 내게 실망했었어. 그런데 나를 속이고 너도 속일 수는 없었어."

 "그래도 말만으로라도 믿으라고 할 수도 있었잖아. 나는 널 믿고 거기에서 나온 건데."

 

 캐럿은 떨리는 목소리로 바로에게 따졌다.

 하지만 바로는 여전히 굳은 얼굴을 유지한채 대답했다.

 

 "널 속이기 싫었어."

 

 캐럿은 대답하지 않고 바로를 쳐다봤다.

 바로 역시 캐럿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는지 이어 말했다.

 

 "전에 내가 네게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던 날, 내가 사과를 할때 너는 앞으로도 내가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볼 거라면서 그에 익숙해진다고 했어. 그 말은 앞으로도 나와 함께 지내겠다는 말 아니었어?"

 

 캐럿은 바로가 하는 말을 떨리는 눈으로 경청하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그건 너도 계속 저택에서 지낼때 얘기..."

 

 바로는 캐럿의 말을 끊고 대답했다.

 

 "나랑 같이 저택에서 나가기로 한 뒤였는데 저택은 무슨."

 

 바로의 말에 캐럿은 얼굴을 붉혔다.

 바로는 그런 캐럿에 눈을 떼지 않고 계속 쳐다봤고, 캐럿은 그런 바로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광장에서는 아직까지 환호성이 들리고 있었다.

 바로는 언덕 밑, 광장을 힐끔 쳐다보더니, 시선을 다시 캐럿에게로 고정시키고 말했다.

 

 "앞으로는 모르면서 무모하게 나서지 않을게. 좀 더 많은 걸 보고, 듣고, 알고, 경험해볼게."

 

 바로가 캐럿에게 다가가서 캐럿의 고개를 올렸다.

 그리고 눈을 바라봤다.

 캐럿도 이번엔 바로의 눈을 피하지 않고 떨리는 눈으로 똑바로 쳐다봤다.

 그들 사이에서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잠시 그들은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서로의 눈동자가 아닌 상대의 얼굴에 집중했다.

 그들 아래에 보이는 광장에선 아까부터 들리던 환호성이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캐럿이 입을 열때, 바로도 입을 열었다.

 

 "바로..."

 "이제 다시는 널 불안하게 만들지 않을게."

 

 그때, 아래에서 굉음이 들려 깜짝 놀란 바로와 캐럿은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고 소리가 났던 곳을 봤다.

 광장에서부터 작은 빛 한줄기가 하늘로 치솟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며 가루가 되어 흩뿌려졌다.

 캐럿은 하늘에서 흩뿌려지는 빛을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며 조용히 감탄했다.

 

 "와..!"

 

 바로는 그런 캐럿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오늘이 축제하는 마지막 날이라길래, 오늘 밤에는 저거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언덕 꼭대기에 올라가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저거?"

 "내가 말했던 불꽃놀이."

 "아..."

 

 연이어 하늘로 치솟아 여러 색으로 터지고 흩뿌려지는 빛들을 보며 캐럿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괜찮아. 이런 걸 보여줘서 고마워."

 

 그리고 둘은 한동안 언덕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수놓는 폭죽에 심취되어 아무런 대화도 없이 구경했다.

 시간이 얼마간 흐르고, 점차 빛이 오르는 속도가 줄어들자 바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캐럿에게 이만 가자고 말했다.

 캐럿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금만 더 보고 가자고 했지만 이제 곧 끝날 거라는 바로의 말에 아쉬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덕을 내려가는 길에 바로가 물었다.

 

 "이제 나랑 계속 같이 지내고 싶은 마음이 확실해졌어?"

 

 이에 캐럿은 살짝 웃는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같이 있고 싶었어, 바보야."

 

 하지만 너무 작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바로는 캐럿이 미소를 띠는 것 밖엔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무슨 뜻인지 대충 알 것 같았는지, 웃는 얼굴로 재차 물었다.

 

 "이제 나랑 계속 같이 있을 거지?"

 

 바로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캐럿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바로를 때리며 외쳤다.

 

 "몰라, 이 바보야!"

 

 그렇게 그들은 서로 장난치며 광장으로 돌아왔다.

 바로와 캐럿은 곧장 시계탑으로 향했고, 신이 난 목소리로 트레버를 불렀다.

 

 "트레버, 나 왔어! 나 캐럿이랑 화해하고 왔어!"

 

 하지만 시계탑의 내부는 조용했다.

 

 "에이, 장난 그만 치고 빨리 나와. 내가 부르면 언제나 어디서나 나타났으면서."

 

 바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트레버를 찾았지만 여전히 트레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바로는 불안한 눈빛으로 시계탑 안으로 들어갔고, 트레버의 이름을 외치며 시계탑 안을 뛰어다녔다.

 

 "트레버! 어딨어? 나 왔다니까?"

 

 바로의 모습을 시계탑 밖에서 지켜보던 캐럿도 괜히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트레버! 나 왔어! 어딨어?"

 

 바로는 이제 거의 눈물을 글썽이며 트레버의 이름을 외쳤다.

 

 "트레버! 트레버!.."

 

 바로는 혹시 시계탑 안쪽에 상자 뒤에 숨어있지는 않을까, 어딘가 좁은 틈에 끼어서 나오지 못 하는 건 아닐까, 온갖 상상을 하며 시계탑 내부를 샅샅히 뒤졌다.

 하지만 끝내 트레버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바로는 힘 없이 시계탑에서 걸어나왔다.

 이에 캐럿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트레버는..?"

 

 바로는 대답 대신 고개만 저었다.

 그리고 자리에 엎드려 울먹거리며 중얼거렸다.

 

 "나 캐럿이랑 화해하고 왔는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캐럿은 바로에게 조용히 다가가 그를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잠깐 자리를 비운 걸 수도 있잖아. 우리가 조금 늦게 오기도 했고."

 "그렇겠지..? 기다리면 오겠지?"

 

 바로가 캐럿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캐럿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 트레버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리던 트레버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축제도 점점 마무리 되어 가는듯 광장에 가득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사라져갔다.

 바로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캐럿은 잠깐 졸았던지, 옆에 엎드려 있던 바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살짝 놀라며 따라 일어났다.

 바로는 자신을 따라 일어난 캐럿을 보며 말했다.

 

 "트레버는 돌아올 생각이 없나봐."

 

 이에 캐럿이 조심스럽게 바로에게 다가갔다.

 캐럿이 바로의 옆에 나란히 서자, 바로가 씁쓸한 표정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지. 네 말대로 쥐와 고양이가 친구가 된다는 건 불가능한가봐."

 

 바로가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왜 친구가 되는 게 불가능해?"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는 활짝 웃는 얼굴로 돌아봤다.

 트레버가 웃는 얼굴로 시계탑 안쪽 깊은 곳에서 걸어나왔다.

 

 "트레버!”

 

 바로는 기쁜 맘으로 트레버를 마중하려 뛰어갔다.

 

 "트레버,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난..."

 

 그 순간 자동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웃는 얼굴로 뛰어가던 바로가 점차 속도를 줄이더니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자동차가 지나간 자리엔 트레버가 보이지 않았다.

 트레버가 있어야 할 자리엔 그와 비슷한 체구의 웬 검은 털복숭이가 누워있을 뿐이었다.

 바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르긴 했지만 생각하기 싫었다.

 바로는 길바닥에 누워있는 검은 털복숭이에게 천천히 다가가 얼굴을 살폈다.

 자신의 친구 트레버의 얼굴과 얼추 비슷했다.

 그의 빨갛던 눈동자는 검은 눈꺼풀 뒤에 감추어져 있었고, 꽥꽥거리던 그의 목소리는 더이상 그의 긴 주둥이에서 흘러나오지 않았다.

 바로는 최대한 다른 생각을 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자신을 괴롭혔다.

 '트레버는 더이상 나와 함께 할 수 없어.'

 바로는 분명 트레버에게 캐럿과 화해한 모습을 보여주고, 도시에서 안 가본 곳들을 돌아다니며 트레버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려 했었다.

 그런데 지금 트레버는 자신 앞에 힘없이 누워있었다.

 바로는 천천히 트레버의 몸을 돌렸다.

 밤하늘에 밝게 떠오른 달과 별을 봐서라도 눈을 뜨라고. 그리고 원하던 대로 캐럿과 화해하고 돌아온 자신을 봐 달라고.

 

 "트레버."

 

 트레버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트레버. 눈 좀 떠봐."

 

 바로는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트레버의 뺨을 조심스럽게 앞발로 툭툭 건드렸다.

 하지만 트레버는 여전히 가만히 누워있었다.

 

 "트레버. 네 말대로 캐럿이랑 화해하고 왔어."

 

 바로는 울음 가득한 목소리로 트레버를 향해 말했다.

 사실 바로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거대한 것에 부딪치면 어떻게 되는지도 잘 알고 있었고, 지금 트레버가 왜 아무런 대답도 없이 누워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믿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 맴도는 말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직 트레버와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았다.

 이제 바로는 거의 악을 지르고 있었다.

 

 "트레버! 내가 왔다니까! 네 말대로 캐럿과 화해하고 돌아왔다고! 여기서 기다린다면서!”

 

 캐럿은 시계탑 밖에서 숨죽여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트레버를 향해 악을 지르기 시작하자 그에게 다가갔다.

 

 "바로..."

 "캐럿, 잠깐만. 아직 트레버가 대답을 안 했잖아. 조금 이따 대화하자."

 

 바로는 눈물로 뒤덮인 얼굴이지만 애써 웃어 보이며 캐럿에게 말하곤, 다시 트레버를 향해 고개를 돌려 거칠게 악질렀다.

 

 "야, 트레버! 너 때문에 캐럿이 기다리잖아! 뭐라고 말 좀 해보라고, 트레버..!”

 

 바로는 계속해서 자신의 첫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캐럿은 그 뒤에서 눈물을 흘리며 가만히 기다렸다.

 그가 느끼고 있을 분노와 슬픔을 전부 분출할때까지.

 바로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캐럿과 싸우는 바람에 트레버를 혼자 두게 했다.

 그런데다 그들은 너무 멀리까지 가버렸고, 그만큼 너무 늦게 돌아왔기 때문에 트레버가 자신과 캐럿을 찾으려 자리를 떴을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자신 때문에 벌어졌고, 애초에 자신과 친구가 되지 않았더라면 트레버는 여전히 도시의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바로는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얼마동안 울었는지는 조금씩 떠오르는 태양과 그에 비추어 어둡기만 했던 주변이 갖가지 색으로 물들고 있는 것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캐럿은 이제 흐느끼는 걸 멈추고 훌쩍이고 있는 바로에게 다가가 그를 감싸안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바로, 이제 트레버는 다시 일어나지 않아."

 "나도 알아."

 

 바로는 한 번 훌쩍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 덧붙였다.

 

 "이제 트레버가 위험하다고 했던 게 괜히 날 무시해서 한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캐럿은 햇빛에 비쳐 그림자 밖에 보이지 않는 바로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하룻밤 새에 목소리에 실린 힘이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다.

 비록 이틀 밖에 안 봤던 사이지만,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바로는 이제 먼 길을 떠난 친구에게서 눈을 떼고 떠오르는 태양을 향하며 혼잣말을 했다.

 

 "우리 부모님을 찾는 건 이제 포기해야겠어."

 

 바로가 씨익 웃는 얼굴로 캐럿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젠 네가 어디서든 아무 일 없도록 너를 지켜주는 것만 생각해야지."

 

 캐럿은 자신을 향해 웃는 얼굴로 말하는 바로를 보며 생각했다.

 '이젠 너를 믿어도 되나 의심치 않아.'

 바로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날이 밝았으니 도시를 조금 더 둘러볼까? 벌써 농장으로 돌아갈 결정을 하기엔 아직 안 가본 곳이 많아."

 

 그리고 캐럿을 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아직 네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을 거야."

 

 캐럿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너만 믿을게, 바로."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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