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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열한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57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7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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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웬디 부인의 저택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한 바로와 캐럿은 먼저 앞서 간 트레버를 근처 하수구에서 만나,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사실상 도시에 좀 더 머물러야 된다는 바로와, 최대한 빨리 시골 농장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트레버, 이 두 친구의 논쟁일 뿐이지만.

 

 "난 너희들이 도시에서 지내는 것에 반대야. 너희는 아직 도시를 잘 몰라."

 

 트레버가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껏 버텨온 게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겠지. 그건 맞는 말이야.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운이 좋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

 "그래도 아직은 도시에 더 머물고 싶어. 캐럿은 도시 말곤 가본 적도 없고."

 

 이에 바로가 캐럿을 힐끔 쳐다보며 소신 있게 말했다.

 캐럿은 하수구에서 흘러나오는 냄새 나는 물을 보며 아무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저택 바깥은 어딜 가나 똑같이 처음이야. 도시나 시골이나 다름 없어."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더 익숙한 환경에서 좀 더 지내는 게 더 좋지. 안 그래?"

 

 바로가 캐럿을 향해 돌아보며 거 보라는 듯이 물었다.

 트레버는 한숨을 내쉬더니 바로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환경에서 좀 더 지내는 게 더 좋은 거지."

 "여기서 농장까지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리야, 지금?"

 

 바로가 트레버에게 이렇게 말하자,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한다고 느낀 트레버는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그건 나도 모르지! 적어도 여기보단 나을 거 아냐!”

 

 바로 또한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트레버에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

 

 "여기보다 낫다고? 난 도시에 도착하기 직전에도..."

 

 바로는 자신이 고든을 만나 위험했던 일에 대해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맥스가 자신을 도와준 덕분에 큰일은 면했지만, 돌아갈 때는 맥스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맥스가 자신을 만났던 이후, 고든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다.

 바로는 이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고민했지만 마땅히 대신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트레버와 캐럿은 금방이라도 화를 터뜨릴 것 같던 바로가 갑자기 조용해진이유를 궁금해 했지만, 바로의 표정에 나타난 무언가를 읽고 그에 대해 묻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아무튼 위험해서 안 돼."

 

 바로는 이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이는 자신의 입장을 꺾지 않겠다는, 그리고 이후의 소통을 일절 거부하겠다는 암묵적 표현이었다.

 트레버는 바로가 왜 저러는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시궁창에서 겪은 일보다 더한 일이겠거니 그가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캐럿은 바로의 태도에 걱정스러운 듯이 다가갔다.

 

 "저기, 바로. 농장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위험해?"

 "그걸 말이라고 물어? 솔직히 나 혼자만 가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단 말이야."

 

 바로는 캐럿을 쳐다보지도 않고 소리쳤다.

 자신에게 또다시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자 캐럿은 놀라 당황했지만 바로의 태도는 완강했고,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캐럿은 살며시 뒤로 물러나 바로의 뒷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트레버도 바로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과 들리는 목소리로 보아, 그만큼 중대한 결정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알았어. 그럼 이 문제는 내일 해가 뜨면 그때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트레버가 바로의 뒷모습에 대고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바로는 여전히 등을 돌린채 트레버의 말을 무시했다.

 이에 보다못한 캐럿도 나서서 바로를 격려했다.

 

 "그래 바로. 일단 날이 새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캐럿까지 나선 뒤에야 바로는 뒤로 돌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 바로에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캐럿과 트레버였다.

 

 "그래서, 우리 해 뜨기 전까지 뭐하면서 보내지?"

 

 캐럿이 바로를 돌아보며 물었다.

 

 바로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캐럿에게서 떨어져 트레버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음, 트레버. 축제가 오늘까지라고 했었나?"

 "응. 오늘까지야. 내일부터는 다시 재미 없고, 지루하고, 매일 똑같은 하루의 반복이겠지."

 "그럼 오늘 밤이 제일 멋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마지막은 아쉬운 법이잖아."

 

 바로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트레버에게 질문 아닌 질문을 했다.

 그 둘과 조금 떨어진 캐럿은 둘 사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멀리서 번갈아 쳐다만 봤다.

 

 "둘이 무슨 얘기해?"

 

 캐럿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들에게 묻자, 바로는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좋은 구경 시켜줄 테니까 가만히 따라오기나 해.”

 

 바로는 기세등등한 걸음으로 앞장서 트레버와 캐럿을 이끌었다.

 

 ...

 

 "나참, 길도 모르면서 따라오라고 했던 거였어?"

 

 캐럿이 바로를 째려보며 툴툴댔다.

 그도 그럴 듯이, 자신만만하게 앞장섰던 바로는 골목길에 들어서자, 금세 길을 잃어버려 트레버에게 길안내를 맡긴채 그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바로도 아까부터 계속된 캐럿의 투정에 적잖이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만 좀 해. 나도 뭐 이렇게 길을 잃어버릴 줄이나 알았겠어?"

 

 바로가 캐럿을 보며 한 소리하자, 캐럿은 한쪽 눈썹을 치켜뜨고 바로를 쳐다봤다.

 그 눈빛은 마치 '네가 그런 소리를 할 입장이야?' 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에 바로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고 중얼거렸다.

 

 "자기는 바깥 세상 무섭다고 벌벌 떨었던 주제에.”

 "뭐? 네가 따라오라고 해서 지금 이렇게 된 거잖아!

 

 바로가 중얼거린 말을 들은 캐럿이 성을 냈다.

 

 "솔직히 말해서, 너 아니었으면 난 지금쯤 그 저택에서 기분 좋게 자고 있을 거라고! 네가 하도 사정사정해서 따라와줬더니, 하는 말이 왜 그래?"

 "하긴, 나 아니었으면 여전히 그 저택에서 맛있는 참치캔이나 먹었겠지."

 

 바로는 빈정대면서 캐럿의 짜증을 상대했고, 그에 화가 난 캐럿은 또 성을 냈다.

 이런 말다툼이 계속 되자, 이번엔 트레버가 짜증을 냈다.

 

 "사랑싸움은 나중에 하면 안 될까? 이 길은 나도 처음이라 잘 모르겠거든? 나참.. 계속 둘이 싸우기만 하니까 같이 있는 내가 다 불편하네."

 "미, 미안해."

 "흥."

 

 바로가 얼굴을 붉히며 사과했지만, 캐럿은 볼멘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버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 모습을 본 트레버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조금만 더 가면 축제에 도착할 거야. 그러니까 제발 그 캐럿인지 캐피톨인지하는 노란 친구한테 가서 화해하고 데려와. 축제면 같이 즐겨야지."

 

 트레버가 체념한 듯이 조용히 말하자, 바로는 알았다며 멀리 사라져 가는 캐럿에게 달려갔다.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랑 어울려야지..."

 

 뛰어가는 바로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리는 트레버의 뒷모습은 어딘지 쓸쓸해 보였다.

 

 ...

 

 바로는 뒤쳐진 캐럿을 쫓아 골목길 깊은 곳으로 향했다.

 캐럿은 가로등 밑에 서서 아직은 보름이 덜 되어 타원형으로 하얗게 빛나는 달을 보고 있었고, 이를 발견한 바로는 캐럿에게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캐럿, 돌아가자. 우리가 너무 싸우기만 해서 트레버가 화났잖아. 나 보고 널 데려오래."

 

 캐럿은 바로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고, 그 순간 바로는 캐럿의 눈에서 작은 빛이 떨어지는 걸 본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캐럿에 시선을 고정시켰을 때, 그녀의 눈에서 작은 빛이 떨어진 게 아니란 것을 알았다.

 캐럿은 울고 있었다.

 당황한 바로가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캐럿의 이름을 불렀다.

 

 "캐럿..."

 "난 너를 믿고 있었어."

 

 캐럿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들은 바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그녀에게 온 신경을 쏟아부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캐럿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본 바로는 그녀의 흑진주 같은, 한 없이 새까만 눈에 매료되는 듯 했다.

 그만큼 눈동자에 반짝이는 눈물이 맺힌 캐럿은 애처롭고, 아름다웠다.

 

 "난 너를 믿고서 내가 나고 자랐던 그 저택에서 나왔고, 너를 믿고서 처음 보는 길을 걸었어."

 

 캐럿은 참았던 숨을 내쉬느라 잠깐 동안 고개를 숙이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동자에서 한 줄기 빛이 뺨을 타고 흘렀다.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처음으로 믿은 네가 그렇게 무모하게 나섰다는 것에 화가 났고, 실망스러웠어. 그래서 잠깐 투정 좀 부린 건데, 그게 그렇게 빈정거릴 일이었어?"

 

 캐럿은 더이상 눈물을 참지 못 하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반짝이는 빛이 마치 은하수처럼 끊이지 않고 캐럿의 뺨을 타고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캐럿을 보는 바로는 이제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눈물에 잠긴 그녀의 시선을 받아내기 힘들었다.

 결국 참지 못 하고 고개를 돌려 캐럿을 외면했을 때, 캐럿은 울음을 터뜨렸다.

 말 그대로 엉엉 울었다.

 

 "가지 마.. 가지 마, 바로! 이런 곳에 날 혼자 두고 가지 마. 너는 내 곁에 있어줘. 나를 네 친구라는 그 쥐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봐주면 안 돼?. 무섭단 말이야..."

 

 캐럿은 계속 울었고, 바로도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캐럿의 울음은 잦아들었다.

 그리고 가로등 밑에 두 마리의 고양이만 남아있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고요했다.

 캐럿이 울음을 그치고 훌쩍거리는 소리만 들리자, 바로는 뒤로 돌아 캐럿에게 다가갔다.

 

 "캐럿."

 

 캐럿은 바로가 자신의 앞에 왔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푹 숙인채 훌쩍이기만 했다.

 바로는 그런 캐럿을 가만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널 그 저택에서 데리고 나오기까지 해서, 나 혼자 안내해주고 싶었어. 그뿐이야. 너한테 인정 받고 싶었어. 무모하게 나섰던 건 미안해. 날 믿고 함께 와준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생각 못했어."

 

 캐럿이 고개를 들었다.

 훌쩍이는 그녀의 눈은 가로등의 불빛인지, 보름이 아직 안 된 달빛인지 모르는 빛에 비추어 반짝였다.

 아니, 아직 눈물을 머금고 있어서일까...

 캐럿이 입을 열었다.

 

 "이젠 너를 계속 믿어도 되나 의심이 돼."

 

 캐럿의 말을 듣고 바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걱정 말고 계속 자기만 믿으라고? 아니면 이젠 더이상 믿지 않아도 된다고?

 어떤 대답을 해도 바로는 그에 대해 책임을 질 자신이 없었다.

 바로가 대답을 망설이자, 캐럿은 앞발로 눈물자국을 지웠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알았어.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대충 알겠어. 어서 네 친구에게 가자. 기다리겠네."

 

 캐럿은 아직도 주저하는 바로를 뒤로 하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때 바로는 볼 수 있었다.

 캐럿의 뺨에 이미 지워진 눈물자국 위에 새로운 은하수가 흐르고 있는 것을.

 바로는 축 처진 걸음으로 캐럿을 뒤따라갔다.

 달이 비추는 도시 어귀의 가로등.

 그리고 가로등이 비추는 거리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은하수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

 

 "아, 저기 왔네."

 

 트레버가 저 멀리 보이는 연갈색의 고양이를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짓다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왜 쟤 뿐이지? 바로는.. 아, 저기 뒤에 오는구나."

 

 다시 밝은 표정으로 바뀐 트레버는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와 친구의 여자친구, 둘의 문제니 일단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왔어, 친구의 여자친구?"

 "여자친구 아니니까 이제 그 소리 좀 그만 해."

 

 트레버는 장난으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려 했으나 캐럿의 태도를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터덜터덜 따라오는 바로를 보고 더욱 자신의 추측에 확신했다.

 트레버는 점점 가까워지는 자신의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바로..."

 "트레버, 어서 축제하는 광장으로 가자. 아직 안 늦었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말을 자르고 밝은 표정으로 묻는 바로를 보며 트레버는 생각했다.

 '아직은 내가 끼어들 때가 아니구나.'

 트레버는 바로의 기분에 맞춰주려 평소보다 더 밝은 목소리로 들리게끔 노력했다.

 

 "응. 아직 안 늦었어. 어서 가자."

 

 트레버와 바로는 앞서 간 캐럿을 쫓아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

 

 어느새 바로와 트레버, 캐럿은 한 줄로 나란히 걷고 있었고, 트레버는 힘 없이 걷는 바로와, 여전히 언짢은 듯한 캐럿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바로와 캐럿은 서로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고, 길을 걷다 할 말이 생기면 가운데에 있는 트레버에게만 말했다.

 그래서 트레버는 양쪽의 말에 대답해주느라 진땀을 뺐다.

 

 "트레버, 지금 우리 얼만큼 왔어?"

 "음, 근처를 좀 둘러봤는데, 조금만 더 걸으면 광장이 나올 거야."

 "광장은 얼마나 커? 웬디 부인의 저택보다 커?"

 "그럼, 물론이지."

 

 이제 트레버는 바로의 질문에 이어, 캐럿의 질문이 날아와도 당황하지 않고 재빠르고 자연스럽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질문을 하는 두 고양이에겐 그것도 부족했던 모양인지, 트레버를 부르는 속도는 조금씩 빨라져만 갔다.

 그리고 광장에 이르렀을 때...

 

 "트레버."

 "트레버."

 

 이번엔 양쪽에서 동시에 자신을 부르자 트레버는 더이상 참지 못 하고 걸음을 멈추며 소리쳤다.

 

 "그만들 좀 해!”

 

 바로와 캐럿은 가던 길을 멈추고 트레버를 향해 돌아봤다.

 트레버는 치밀어 오르는 걸 참느라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싸운 건 너희들인데 왜 눈치는 내가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바로, 나는 너한테 분명히 캐럿과 화해하고 데려오라고 하지 않았어? 왜 사이가 더 나빠져서 돌아온 거야? 그리고 캐럿, 내가 너랑 이렇게까지 눈치를 볼 만큼 친한 건 아직 아니지 않아? 너희 둘 문제는 너희끼리 해결하라고."

 

 트레버는 이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난 저 시계탑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둘이 화해하면 그때 같이와. 알았어?!”

 

 트레버는 이 말만을 남기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사라져가는 트레버의 뒷모습을 보며 바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캐럿, 우리가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트레버가 정말 화낼 거야. 다시는 친구로 돌아가지 못 할 수도 있다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네 친구지, 내 친구는 아니잖아."

 

 캐럿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는 잠시 망설이다 곧바로 캐럿을 따라 뒤쫓았다.

 

 "캐럿, 같이 가!”

 "왜 따라오는 거야? 난 너랑 같이 다닐 생각이 전혀 없어."

 

 캐럿은 어깨 너머로 바로를 힐끔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에 바로는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

 

 "또 너랑 멀어질 수는 없으니까."

 

 캐럿은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고 중얼거렸다.

 

 "어차피 자신도 없으면서."

 

 바로는 이를 듣지 못 하고 계속해서 캐럿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캐럿은 한창 축제가 진행되는 광장을 구경하느라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왔던 길도 돌아보고, 가끔은 거리에 멈추어 서서 한동안 빤히 쳐다보기도 하면서.

 바로는 열심히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자기가 아는 건 묻지 않아도 바로 설명해주었다.

 

 "캐럿, 저기 모인 사람들은 지금 점이라는 걸 본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 수 있대."

 

 캐럿이 타로점에 시선을 빼앗기자, 바로가 다가가 사람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캐럿은 천천히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

 "응. 정확히 알 수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그게 정말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바로가 이렇게 대답하더니 캐럿의 옆으로 다가가며 덧붙였다.

 

 "어차피 우리는 사람 말 못 알아듣잖아. 우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 수 없어."

 

 이에 캐럿은 바로를 째려봤다.

 

 "알 수도 있지! 하여튼 꽉 막혀 가지고."

 

 캐럿은 바로에게서 고개를 홱 돌리고 가버렸다.

 바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

 

 "내가 어디가 꽉 막혔다는 거야? 사실만 말해줬구만."

 

 바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툴툴대더니 캐럿을 뒤쫓아 갔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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