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열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56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1047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간이 흐르고 창밖에 비치던 불그스레하던 하늘은 어느새부턴가 본격적으로 검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바로는 저택을 돌아다니며 캐럿을 찾았다.

 하지만 조금 전, 자신의 친구 트레버와 대화하다 갑자기 토라져 사라져버린 캐럿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건지 도통 보이질 않았고, 조금씩 창문에 비치는 하늘이 어두워질 수록 바로는 불안한 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게 바로는 저택을 전부 돌아볼 때까지도 캐럿이 보이지 않자, 포기하고 처음에 눈을 떴던 방으로 돌아와 중앙이 아닌 조금 외진 곳에 자리를 잡았고, 라이언과 테일러는 방의 중앙에 모여 있었다.

 저녁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던 캐럿은 끝내 보이지 않았고, 아까부터 보이지 않던 후크 역시 보이지 않았다.

 라이언과 테일러는 후크가 보이지 않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 듯, 자기들끼리 오늘 저녁거리는 무엇이 나올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캐럿은 어디로 갔길래 아직도 안 보이는 거야?"

 

 바로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한 듯이 혼잣말을 했다.

 그때 문 너머에서 웬디 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아가들 밥 먹을 시간이네. 배고프지?"

 

 지금까지 어디서 무얼 하다 온 건지, 방문을 열고 웬디 부인이 웃는 얼굴로 한 손에는 파란색 밥그릇, 다른 한 손에는 작은 그릇 두 개가 연결 된 은색 밥그릇을 들고 나타났다.

 파란색 밥그릇에는 우유에 푹 적신 참치가 담겨 있었고, 은색 밥그릇에는 동글동글한 사료들이 가득했다.

 웬디 부인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와 파란색 밥그릇은 바로의 앞에, 은색 밥그릇은 라이언과 테일러의 앞에 두고 방을 나갔다.

 바로는 웬디 부인의 뒤를 눈으로 쫓다 마지막엔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까지 보았다.

 웬디 부인이 완전히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바로는 라이언과 테일러의 앞에 놓인 동물전용 사료를 빤히 쳐다봤다.

 동물전용 사료를 처음 본 바로는 눈을 떼지 못 하고 쳐다봤지만, 곧 자신 앞에 놓인 참치로 눈길을 돌려 자신의 먹음직스러운 저녁거리에 집중했다.

 오늘 하루 종일 걸어 다녔던 바로는 눈동자에 참치가 다 들어오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코를 박고 입 속에 넣기 시작했다.

 바로의 눈과 코는 아직 그릇에 담겨있는, 농장에서 나와 여기까지 오면서 보고 먹었던 것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최고급 저녁거리를 음미하고 있었고, 혀와 입은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우유와 달착지근한 참치를 목 너머로 넘기기 바빴다.

 

 "맛있니?"

 

 한창 처음 먹어보는 최고급 요리를 먹다 갑자기 자신의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바로는 정신없이 목구멍 너머로 참치를 넘기던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소리도 없이 언제 왔는지, 캐럿이 바로의 앞에 요염한 자태로 앉아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캐럿!"

 

 바로는 코에 우유를 묻히고 한껏 기쁜 목소리로 캐럿을 불렀다.

 캐럿은 살짝 웃는 얼굴로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하라며 바로의 코에 묻은 우유를 앞발로 닦아냈다.

 그리고 살짝 웃는 표정으로 그릇에 몸을 숙이고 작은 양의 참치를 조금 맛보더니, 조금 더 밝아진 표정으로 그릇 앞에 앉았다.

 

 "이건 정말 오랜만에 먹는 건데. 나도 같이 먹어도 될까?"

 

 캐럿의 질문에 바로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리고 캐럿이 자신 맞은편에 앉아 천천히 참치를 먹는 모습을 구경하다 물었다.

 

 "그런데 어디 갔다 온 거야?"

 "몰라도 돼. 빨리 안 먹으면 내가 다 먹어버린다?"

 

 캐럿은 눈을 감고 고개를 바로 쪽으로 돌리지도 않은 채, 먹는 데에만 집중하며 질문으로 대답했다.

 

 "아니, 너 지금까지 어디 있다 온 거냐고!"

 

 바로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치자, 깜짝 놀란 캐럿은 커진 눈으로 바로를 올려다봤다.

 잠깐 동안 캐럿의 눈빛에는 놀라움, 당황스러움, 그리고 약간의 충격이 서려 있었다.

 바로 또한 지금껏 자신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큰 목소리로 소리쳐본 적이 없어서 적잖이 놀랐는지, 커진 눈동자를 천천히 깜빡이면서 숨을 천천히 몰아쉬었다.

 바로는 곧 호흡을 바로잡고 캐럿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미안해."

 "괜찮아."

 

 캐럿은 곧장 사과를 받아주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찬바람이 부는 말투였다.

 바로가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다시 한 번 사과하려 할 때, 캐럿이 먼저 입을 열어 바로는 하려던 말을 속으로 씹을 수밖에 없었다.

 

 "저…"

 "그냥 네가 그렇게 큰 소리 치는 모습을 처음 봐서 그래. 앞으로도 보게 될 텐데. 미리 적응 좀 해야지."

 

 캐럿은 이렇게 말하며 다시 참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바로가 고개를 들 때, 캐럿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착각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캐럿은 나를 싫어하겠지.

 바로는 조심스럽게 그릇에 다가가 고개를 숙였지만 캐럿이 그릇을 자기 쪽으로 당기는 바람에 냄새만 맡는 꼴이 됐다.

 바로가 다시 한 번 그릇 가까이 다가가자, 캐럿은 바로를 힐끔 보더니 그릇을 옆으로 옮겨가며 묵묵히 참치를 먹기만 계속 했다.

 캐럿이 계속해서 참치를 독차지하려는 행동에 바로는 울컥했지만, 또다시 캐럿의 그런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꾹 참았다.

 

 "후크, 어서 와."

 

 후크를 반기는 라이언의 목소리를 들은 바로는 왠지 모를 반가운 마음에 후크를 향해 돌아봤다.

 후크는 지친 기색으로 터덜터덜 걸어왔고, 그의 눈빛은 그가 얼마나 피곤한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어디 갔었던 거야?"

 

 라이언이 사료를 입에 문 채로 물었다.

 

 "잠깐 오랜만에 일이 좀 있었어."

 "그렇구나.

 

 라이언의 질문에 후크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웃어 넘겼고, 라이언과 테일러도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무슨 대화를 하는지 궁금했던 바로가 그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넌지시 물었다.

 

 "뭘 오랜만에 했다는 거야?"

 

 후크는 바로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그릇으로 고개를 돌리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별 일 아니야."

 

 그러고는 다시 라이언과 테일러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바로는 왠지 그들은 자신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욱 불편해진 것 같았다.

 왠지 모를 소외감이랄까?

 시무룩해진 바로는 자신을 무시하는 세 동물들을 뒤로 하고 자신의 그릇으로 돌아와 보니 캐럿이 그릇을 옆에 두고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조심조심 다가가 그릇을 빼오려고 앞발을 들자마자 캐럿이 바로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안 가져갈 테니까 편하게 먹어."

 

 바로는 머쓱해하며 살며시 캐럿 옆으로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고마워."

 "고맙긴 무슨. 장난친 건데."

 

 바로는 자신의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참지 못 하고 웃는 얼굴로 난생 처음, 호화로운 저녁식사를 즐겼다.

 어째서인지 행복한 저녁식사였다.

 캐럿은 바로가 자신이 가끔 먹는 그 조촐한 저녁식사를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어디 갔다가 이제 온 거야?"

 

 한동안 먹기만 하던 바로가 고개를 들고 캐럿에게 물었다.

 

 "나? 그냥 뭐... 잠깐 일이 좀 있었어. 그나저나 참치는 정말 오랜만에 먹었는데도 여전히 맛있네."

 

 캐럿이 바로의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자꾸만 말을 돌리며 벗어나려는 캐럿의 태도에 살짝 화가 난 바로는 그릇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캐럿 앞에 서 똑바로 쳐다봤다.

 

 "말 돌리지 말고. 어디서 뭐하다 이제 온 거냐고."

 

 바로가 자신을 향해 두눈을 부릅뜨고 추긍하자, 캐럿은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그냥 후크랑 대화 좀 했어.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돼."

 "무슨 얘기 했는데?"

 "별 거 아니라니까? 빨리 먹기나 해."

 

 바로는 어딘가 미심쩍은 캐럿의 태도에 신경이 쓰였지만, 사실 딱히 무슨 얘기를 해도 상관 없는 일이긴 했기에 묵묵히 씹던 참치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방금 막 식사를 마친 바로까지 해서 방 안의 모든 동물들이 저녁식사를 마쳤다.

 창밖의 빨간 드레스를 입던 하늘은 새까만 망토로 갈아입었고, 빨간 태양은 어느새 노란 달로 바뀌어 있었다.

 캐럿은 바로가 보이는 곳에서 하품을 했고, 후크는 또다시 멍한 얼굴로 허공을 쳐다봤다.

 라이언은 부리로 자신의 깃을 다듬고 있었고, 테일러는 자리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

 바로는 캐럿의 옆으로 다가가 이러한 풍경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관찰했다.

 

 "네 친구는 언제 온대?"

 

 바로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걸 느낀 캐럿이 조용히 물었다.

 

 "글쎄. 잘 모르겠어. 그런데 너도 내가 트레버랑 친구라는 게 믿기 어려워?"

 

 바로가 고개를 젓더니 캐럿에게 질문했다.

 캐럿은 잠깐 입을 오므리고 생각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음. 솔직히 말하면 좀 믿기 어렵지."

 "왜?"

 "우린 고양이잖아. 우리는 쥐의 천적이라고."

 

 바로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왜?"

 "왜긴, 고양이들은 애초에 쥐를 싫어한다고. 그게 고양이와 쥐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야."

 "정말? 그럼 나는 왜 쥐를 싫어하지 않는 거야?"

 

 캐럿은 계속되는 바로의 질문에 짜증을 냈다.

 

 "그건 나도 모르지. 그나저나 너는 혼자 생각이라는 걸 못 하니?"

 

 캐럿의 말을 들은 순간, 바로는 자신의 질문에 질려버린 트레버가 결국 화를 냈던 걸 떠올렸다.

 그리고 몇 시간 전, 캐럿과 서로 생각이 달라 싸웠던 일을 떠올렸다.

 바로는 캐럿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미안해. 그냥 네 생각이 궁금했어. 이제 귀찮게 안 할게."

 

 생각한 것보다 더 미안해하는 바로의 태도에 캐럿은 살짝 당황한 듯 했다.

 

 "어, 응. 아까랑 분위기가 너무 다르니까 당황스럽네."

 "무슨..?"

 

 바로는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려다 캐럿을 한 번 힐끔 보더니 시선을 회피하며 덧붙였다.

 

 "..그렇구나."

 

 캐럿은 자신의 시선을 회피하는 바로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왜 그래? 아까 나 없을 때 무슨 일 있었어?"

 "내가 계속 질문만 하면 네가 날 피하게 될까 봐. 그게 다야."

 

 말을 끝낸 바로가 고개를 돌려 힐끔 캐럿을 훔쳐보다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밑으로 내리깔았다.

 캐럿은 한숨을 쉬며 바로에게 한 발짝 다가가며 물었다.

 

 "그게 아니라, 왜 갑자기 내 눈치를 보냐고. 내가 너한테 소리 치고 짜증내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도대체 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바로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살짝 긴장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사실 내가 이렇게 계속 묻기만 하다 트레버가 한 번 화내면서 혼자 가버린 적이 있었거든. 그 뒤로 난 혼자 다니다 웬디 부인에게 붙잡힌 거고."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캐럿의 짜증 섞인 물음에 바로가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또 질문만 하다가 너도 화나게 하면 어떡해."

 

 바로는 괜히 바닥의 먼지를 쓸어 담는 시늉을 했다.

 캐럿은 아무말 없이 불안해하는 바로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바로."

 "난 이제 친구가 내 곁에서 떠나는 게 싫어."

 

 바로는 살짝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캐럿은 그런 바로에게 다가가 조용히 꼬리를 휘감았다.

 

 "그냥 장난친 거야. 나는 순수하게 친구를 걱정하는 네 모습이 좋아."

 "그런데 너는 나한테 짜증을 냈잖아."

 "그건 정말로 몰라서 그랬어. 어떻게 트레버라는 친구와 친하게 지내게 됐는지도 모르고, 쥐라는 동물을 처음 본 내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되잖아."

 

 캐럿은 바로에게 살짝 기대며 덧붙였다.

 

 "난 아직도 너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

 "캐럿..."

 

 바로는 자신의 어깨에 기댄 캐럿을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타이밍을 잘 못 맞췄니?"

 

 별안간 들려온 목소리에 두 고양이는 황급히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바로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자, 트레버가 어색한 자세로 소파 밑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바로가 트레버를 향해 씨익 웃으며 물었다.

 

 "아니, 괜찮아. 어떻게 빠져나갈 길은 알아봤어?'

 "그럼. 완벽하지. 자, 날 따라와."

 

 트레버는 자기 쪽으로 손짓하며 앞장섰다.

 바로는 캐럿에게 고갯짓으로 따라가자고 했고, 캐럿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바로의 뒤를 따라갔다.

 

 "모두 잠든 이 시간에 어딜 가려고?"

 

 누군가 꿈속을 헤매는 듯한 몽롱한 목소리로 두 고양이들의 발걸음을 멈추어 세웠다.

 바로와 캐럿이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자, 후크가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나 있었다.

 캐럿이 불안한 듯이 바로를 쳐다보자, 바로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후크, 우린 여기서 빠져 나갈 거야."

 "글쎄, 그건 안 되겠는데?"

 

 후크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맞추어 근처에서 잠자코 있던 라이언과 테일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와 캐럿이 당황하자, 이를 본 라이언이 말했다.

 

 "웬디 부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들인 너희를 그냥 보내줄 순 없어."

 

 테일러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라이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섰다.

 

 "그런 이유로 우린 너희를 보내주지 않을 생각이야. 게다가 아까 분명 너한테 얘기를 했을 텐데?"

 

 뒤에서 들려오는 후크의 목소리에, 캐럿이 뒤를 돌아보자 이미 후크는 트레버가 빠져나간 구멍을 막아두고 그 앞에 서 있었다.

 

 "무슨 소리야?"

 

 바로가 캐럿을 향해 돌아보며 물었지만 캐럿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바로 뒤에서 후크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하, 하지만 나는 너희들보다 더 오랫동안 여기서 지냈잖아. 이제 다른 곳도 가보고 싶어."

 

 캐럿이 바로 뒤에 달라붙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후크는 아무런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너희 고양이들이 없을 땐 누가 웬디 부인의 횡포를 막아준다는 거지?"

 

 바로는 자신 앞에 비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라이언과 테일러를 보느라 후크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캐럿이 뒤로 돌아 바로의 곁에 딱 붙어 라이언과 테일러를 번갈아 보며 작게 신음했다.

 

 "괜찮아. 우리를 해치진 않을 거야."

 

 바로가 캐럿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안심시켰다.

 

 "그럼. 우린 너희를 해칠 생각은 없어. 그냥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게 방해만 할 생각이야."

 

 후크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에 바로는 뒤로 돌아 후크에게 집중했다.

 후크는 조금씩 천천히 바로에게 다가가며 덧붙였다.

 

 "어쩔 수 없어. 우리는 여기서 계속 조용하고 안락하게 살고 싶거든. 웬디 부인의 성격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건 고양이들 뿐이라서 말이야."

 

 바로는 캐럿의 어깨를 힘주어 잡은 다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잠깐만 라이언과 테일러 좀 봐줘."

 "하지만..."

 "괜찮아. 조금만 기다려."

 

 바로는 캐럿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고는 후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후크, 너희들은 계속 여기서 이렇게 눈치 보면서 살고 싶어?"

 "글쎄, 아무래도 우리들은 도시로 나가면 굶어죽기 딱 좋은 상이거든."

 

 바로가 맞받아칠 말을 생각하느라 조용하자, 후크는 바로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바로의 귀에 속삭였다.

 

 "어차피 너희들도 도시에 나가봤자 굶어죽기 쉽상이야. 그냥 여기서 조용하게 웬디 부인의 기분이나 맞추면서 사는 게 어때?"

 "글쎄, 아무래도 우리들은 너희랑 다르게 여기서 안전하게만 지내기엔 아직 바깥에 보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

 

 바로가 씨익 웃으며 후크의 말을 따라했다.

 후크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고, 이를 본 라이언과 테일러의 표정도 함께 일그러졌다.

 후크는 바로 너머로 캐럿과 대치하고 있는 라이언과 테일러를 향해 소리 높여 물었다.

 

 "라이언, 테일러. 우리들은 아직 여기에서 지내는 게 좋지?"

 

 이에 테일러는 꿀꿀거리며 동의했고, 라이언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후크는 미소를 머금고 바로를 향해 말했다.

 

 "봤지? 우리는 여기서 나갈 생각이 없어."

 "여기서 지내는 게 좋냐고만 물어봤지, 나가고 싶냐고는 안 물어봤잖아."

 

 바로는 이렇게 말하고 뒤로 돌아 라이언과 테일러에 질문했다.

 

 "여기서 나가면 하늘에서 빛이 터지면서 흩날리는 불꽃놀이를 구경할 수 있다든지, 볼 수밖에 없었던 솜사탕이란 구름도 먹어볼 수 있어. 그리고 웬디 부인과는 다르게 착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많고. 그 모든 것들을 못 보고 계속 여기에서만 지낼 거야?"

 

 바로의 말이 끝나자, 그 말을 듣고 있던 테일러는 불안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라이언을 힐끔 쳐다봤고, 라이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후크를 쳐다봤다.

 바로는 그들의 반응을 보고 가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라이언이 입을 열었다.

 

 "이봐, 신입. 나는 네가 말하는 이 저택의 바깥 세상에 대해선 전혀 궁금하지 않아."

 "라, 라이언.. 나는 신입이 말한 게 조금 궁금하긴 한데..."

 

 테일러가 라이언을 힐끔 쳐다보고 작게 속삭였다.

 

 "그럼 넌 저 두 고양이들을 따라 나서든지. 나는 관심 없으니까."

 

 라이언의 말이 끝나자, 후크는 만족스러운 듯이 크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바로는 아무런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 테일러. 바깥세상이 궁금하면 저 두 고양이들을 따라가든지. 물론 나와 라이언의 방해를 뚫고 나갈 수 있다면 말이야"

 

 테일러가 울상을 짓자, 라이언은 큰 목소리로 후크를 향해 말했다.

 

 "무슨 소리야, 후크? 난 너를 도와 고양이들의 탈출을 방해한다고는 안 했어."

 "뭐?"

 

 라이언의 말에 방 안의 모든 동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후크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무, 무슨 소리지, 라이언? 저 고양이들이 없으면 웬디 부인이..."

 "그게 왜? 어차피 웬디 부인은 쟤네들이 없어져도 또다시 다른 고양이를 데리고 올 텐데."

 

 라이언은 시종일관 심드렁한 표정과 목소리로 후크를 대했다.

 

 "솔직히, 후크 너는 이 저택에 지내는 동물들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을 두지 않았잖아. 그렇다면 나보다 더 많은 걸 눈치 챘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소리지?"

 

 후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반문하자, 라이언은 하품하며 대다했다.

 

 "웬디 부인의 불같은 성격은 결코 변하지 않아. 그건 고양이가 있으나 없으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대로 처신을 잘 한다면 아무런 해도 되지 않아. 이곳에 고양이가 있든 없든, 어떤 동물들이 몇 마리가 있든, 쉽게 바뀔 수 없는 환경이라고."

 

 라이언의 말이 끝나고, 방 안은 정적만이 흘렀다.

 고요한 방 안을 매우는 유일한 소리는 째깍거리며 멈추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리는 시계 소리뿐이었다.

 바로는 긴장한 눈빛으로 자신 앞에 서 있는 후크에 집중했고, 캐럿은 바로 옆에 착 달라붙어 자신과 마주보고 있는 라이언과 테일러를 떨리는 눈으로 번갈아 쳐다봤다.

 그렇게 째깍거리는 소리가 열 몇 번이 들린 뒤에야 마침내 후크가 입을 열었다.

 

 "후.. 그렇단 말이지..?"

 

 라이언은 콧김을 내뿜으며 후크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마치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듯 했다.

 후크가 라이언의 눈빛을 읽었는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큭. 참내. 알았어. 안 막을게. 가든가."

 

 후크는 이렇게 말하며 바로에게 길을 터주었다.

 바로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눈으로 후크를 노려봤지만, 후크는 눈까지 감고 그 옆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후크에게서 적의가 느껴지지 않자, 그제야 캐럿을 불러 조용히 테일러가 먼저 빠져나간 구멍을 향했다.

 

 "고마워."

 

 바로가 후크를 지나칠 때 조용히 감사를 표했지만 후크는 이를 무시했다.

 캐럿도 조용히 작별을 고했다.

 

 "후크, 잘 있어. 그동안 못되게 굴어서 미안했어. 사실은 너희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건데..."

 

 바로는 무시했던 후크가 이번엔 실눈을 뜨고 캐럿을 쳐다봤다.

 

 "나도 알아. 라이언도 알고 있고. 저 멍청한 돼지만 모르고 있던 거야."

 "저기, 그럼..."

 "빨리 안 가면 마음 바뀐다. 빨리 가."

 

 후크가 표정을 무섭게 바꾸며 장난스러운 위협을 하자 캐럿은 부리나케 바로의 뒤를 쫓아갔다.

 캐럿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걸 확인한 후크는 이번에는 테일러를 보며 말했다.

 

 "너도 가고 싶지 않아?"

 

 이에 테일러는 라이언의 옆에 딱 달라붙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라이언 옆에 있을래."

 

 라이언은 테일러를 보며 물었다.

 

 "궁금하다며?"

 "궁금한 걸 보는 것보단 익숙한 너희를 보는 게 더 좋아."

 

 라이언은 날개를 펼쳐 테일러를 감싸 안고서 후크에게 물었다.

 

 "너랑 다른 내 생각 때문에 또 힘들게 됐네."

 

 라이언이 짐짓 미안한 표정을 짓자, 후크는 자신만의 특유의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쩔 수 없지, 뭐. 어디 이런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후크와 라이언은 서로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런데 아까 저녁식사 전에 어딜 다녀왔던 거야?"

 "..캐럿을 만나고 왔었어."

 "뭐야, 그럼 애초에 막을 수도 있었잖아. 그런데 왜..?"

 

 어리둥절해 하는 라이언을 무시하고 창 밖에 떠오른, 아직 보름이 되지 않은 새하얀 달을 보며 본인 특유의 몽롱한 말투로 조용히 말했다.

 

 "정말 좋은 친구 같았어."

 "뭐?"

 "그 신입 고양이와 캐럿은 서로에게 정말 소중한 친구 같았고, 서로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 같았어. 그 뿐이야."

 

 후크는 이렇게 말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잠에 들었고, 라이언과 테일러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자리로 돌아갔다.

 

 

 한편, 저 앞에서 둘을 기다리고 있는 트레버에게 달려가는 바로와 캐럿은 서로 아무런 대화도 없이 뛰고 있었다.

 

 "저기, 캐럿."

 

 바로가 조금씩 발걸음을 늦추며 입을 열었다.

 이에 캐럿도 바로의 걸음에 맞추어 속도를 늦추다 서로 자리에 멈추어 섰다.

 

 "응?"

 "아까, 후크가 했던 말 말인데."

 "아, 응."

 

 캐럿이 바로의 의도를 알아채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까 후크랑 얘기했던 게 그거였어? 나랑 같이 거기서 나간다고?"

 "응. 맞아. 내가 없으면 후크가 제일 연장자거든."

 "뭐 별다른 얘긴 없었고?"

 "응. 미안해."

 

 캐럿이 짐짓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하자, 바로는 반색을 하며 물었다.

 

 "뭐가 미안해?"

 "네가 한 얘기를 다른 동물한테 말해서."

 "아냐, 뭐 어때. 결과적으로 잘 됐으니 된 거지."

 

 말을 마친 바로가 다시 한 번 캐럿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응? 왜?"

 "그런데 아까는 왜 그렇게 겁먹었던 거야? 내가 알던 네 모습이랑은 완전 딴판이던데."

 

 바로의 질문에 캐럿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거야, 뭐... 너 기 좀 살려주려고 일부러 무서운 척 좀 했어."

 "진짜? 너무 진짜 같았는데."

 

 바로가 놀리는 듯이 조금 전 캐럿이 신음하던 말투를 따라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그 다음으로 어둠 속에서 들린 소리는 무언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희미하게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였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아빠 고양이 바로 2019 / 10 / 29 200 0 6222   
15 마지막 발자국 2019 / 10 / 29 224 0 7616   
14 열세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6 0 7529   
13 열두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0 0 7156   
12 열한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2 0 7450   
11 열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33 0 10470   
10 아홉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9 0 7915   
9 여덟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7 0 9397   
8 일곱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21 0 8250   
7 여섯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4 0 9559   
6 다섯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5 0 8890   
5 네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2 0 8558   
4 세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8 0 9188   
3 두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4 0 8902   
2 첫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8 0 9598   
1 아기 고양이 바로 2019 / 10 / 29 345 0 336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