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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아홉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55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7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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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후크를 비롯한 저택의 다른 동물들은 어느 방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모여 있었다.

 그들 중 제일 먼저 입을 연 동물은 라이언이었다.

 

 "이제야 내 말대로 조금은 걱정이 되나보지? 이렇게 우리들을 부른 걸 보면."

 

 라이언은 후크에게 빈정거리며 화제를 열었다.

 이에 테일러는 심통이 난 표정으로 라이언을 옹호했다.

 

 "맞아. 처음 내가 걱정할 땐 아무도 신경 안 썼으면서."

 "글쎄. 네 말대로는 아니야, 라이언. 다른 관점에서 우려되는 일 때문이지."

 

 후크는 허공을 응시하다 턱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이에 테일러는 아무 생각 없이 곧바로 질문했다.

 

 "무슨 관점?"

 

 후크는 잠깐 동안 테일러를 노려봤지만, 이내 다시 표정을 놓은 채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너무 웬디 부인의 기우 변화에만 신경 쓴 거 같아. 사실 웬디 부인은 원래 신입 고양이가 들어오기 전부터 변덕이 심했잖아."

 

 후크는 말을 잠시 멈추고 동의를 구하려는 듯 라이언과 테일러에 한 번씩 눈길을 줬다.

 후크의 눈길을 받은 테일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빠르게 끄덕였고, 라이언은 잠깐 생각해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

 

 라이언이 동의를 표하자, 후크는 천천히 주변을 배회하며 설명을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는 신입 고양이가 웬디 부인의 눈에 띄지 않을 것에만 치중하고 있었어. 사실 그 고양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던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는데 말이야."

 "잠깐, ‘우리는’?"

 이에 라이언은 살짝 흥분하며 후크의 말을 가로막았다.

 

 "내가 웬디 부인의 행동이 미심쩍다고, 이상하다고 했을 땐 신경 안 써도 된다며?"

 "그게 내 착각이었고 실수였어. 신입 고양이가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내가 우리들에게 큰 변화를 일으킬 거라고 했던 거 기억나?"

 

 후크의 질문에 라이언과 테일러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 신입 고양이가 불러일으킬 변화가 어떤 것일지는 몰라. 그 변화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될지도 모르고."

 "그래서 결론이 뭐야? 우린 어떻게 하면 돼?"

 

 후크의 긴 설명에 더 이상 참지 못한 테일러가 끼어들어 질문했다.

 이에 후크는 왼쪽 앞발의 가운데 발가락을 입에 갖다 대어 테일러를 조용히 시켰다.

 

 "조금 더 들어봐. 어쨌거나 그 신입 고양이의 행동은, 조심하기만 하면 호강할 수 있었던 우리의 생활에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거야. 우린 지금 이 생활에 적응을 한 참에 이런 변화는 썩 달갑지 않은 소식이지. 그렇지?"

 

 후크의 설명에 완전히 빠져든 테일러는 정말 오랜만에 돼지 울음소리를 내며 동의했다.

 하지만 라이언은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후크의 말을 곱씹고 있는 듯, 정면 어딘가를 응시하며 부리를 딱딱거리기만 했다.

 후크는 그런 라이언을 무시하고 설명을 계속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법은, 그 신입 고양이가 우리처럼 이곳 생활에 적응되도록 만들어야 된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그 신입 고양이가 우리의 생활을 바꿀 수는 없을 거야."

 "어떻게?"

 "그야 오늘 하루내 주의만 주던 우리의 행동에 변화를 주어야 하겠지. 이젠 그 신입 고양이가 웬디 부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걸 넘어, 웬디 부인에게 맞추어 행동하도록 우리가 경각심을 심어주어야 돼."

 

 라이언은 후크의 대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해서 부리를 딱딱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아까부터 자꾸 딱딱거려?"

 

 자신이 말할 때마다 줄곧 라이언의 딱딱거리는 소리가 거슬린 후크는 짜증스럽게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에 라이언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애초에 웬디 부인은 고양이들에겐 좀 너그러운 편이잖아. 물론 캐럿만 보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이곳에 처음 온 신입 고양이가 웬디 부인을 화나게 한 것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전에도 말했다시피 웬디 부인이 무언가를 준비한다고 했잖아. 거기에 맞추어 신입과 캐럿을 데려가기도 했고. 아무래도 웬디 부인의 총애를 받는 건 고양이들만 해당되는 것 같아. 편애를 받는 그들에게 경각심을 아무리 심어준다한들, 변하는 건 없을 거야."

 

 라이언의 말이 끝나자, 후크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답지 않게 언성을 높이며 라이언에 호통을 쳤다.

 

 "그게 위험하다는 거야! 고양이들에게 풀지 못 하는 스트레스를 우리에게 푸는 걸지도 모르는 거잖아. 안 그래? 생각해 보라고. 웬디 부인이 고양이들에게 직접적으로 화냈던 적 있어? 본 적 있냐고."

 

 후크의 호통에 라이언은 그제야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고개만 가로저었다.

 그 모습을 본 테일러는 조용히 둘을 번갈아 보기만 했다.

 후크는 한숨을 쉬더니 침묵을 지키는 라이언과 평소와 같이 눈치를 보느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테일러를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제부터 우리는…"

 

 …

 

 한편, 둘만 남은 바로와 트레버는 어떻게 여길 빠져나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탈출할 생각인데?"

 

 바로가 트레버에게 말했다.

 

 "글쎄. 일단 여기 집 구조를 좀 알아봐야겠어. 그리고 네 여자 친구도 같이 나가려면 좀 더 확실히 해야지."

 "트레버! 여자 친구 아니라니까!"

 "아무튼. 근데 아까 있던 아줌마는 누구야? 좀 살펴보니 이 집 주인 같던데."

 

 트레버의 질문에 바로는 한숨을 쉬었다.

 

 "그 아줌마는 웬디 부인이야. 기분이 수시로 바뀌는 거 같아. 그래서 여기서 지내는 동물들 모두 그녀를 두려워하고 눈치만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더라고."

 "그건 좀 심각한데? 그런 식으로만 살게 되면 평생 여기에 갇혀 살게 될 거야."

 

 트레버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며 진심으로 그들을 걱정했다.

 이에 바로는 어깨를 으쓱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한테도 조심히 행동하라고 주의를 주더라고. 나 때문에 웬디 부인이 더 화를 낸다고 생각하나봐."

 "그들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지. 아무래도 여기선 연장자니까."

 

 둘은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를 들은 트레버는 주변에 숨어있을 테니 언제든 자신을 부르면 나타나겠다고 말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문을 열고 들어온 웬디 부인은 자신이 만들어준 바구니 밖에 홀로 앉아있는 바로를 보고 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표정을 부드럽게 바꾸며 표정과 어울리는 목소리로 바로에게 물었다.

 

 "우리 아가, 여자 친구는 어디 가고 왜 또 혼자 이러고 있어?"

 

 바로는 자기 나름대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대답했다.

 

 ‘캐럿이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갑자기 화내면서 사라졌어요.’

 

 하지만 웬디 부인의 귀에 들리는 건 마냥 귀엽기 만한 고양이 울음소리에 불과했다.

 

 "야옹. 야오옹."

 "너도 잘 몰라? 흐음, 어디로 갔을까 우리 예쁜 아가는? 아줌마랑 같이 찾아볼까?"

 

 웬디 부인은 이렇게 말하며 고양이를 품에 안아 들었고, 바로는 애초에 웬디 부인의 품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포기한 듯 얌전히, 잠자코 있었다.

 바로를 품에 안고 방을 나선 웬디 부인은 문 앞에 늘어져 있는 자신의 쏟아진 화장품들, 발톱 자국이 있는 옷가지 등을 보고 순간 화를 참지 못 하고 품에 있던 고양이를 땅에 던지려는 듯, 고양이를 높이 들었지만, 이내 심호흡을 하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고양이를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내 물건 건드리지 말라고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 친구들이 아줌마 말을 너무 안 듣는 거 같지?"

 

 웬디 부인은 바로를 자신의 품에서 풀어주고 캐럿은 혼자 찾아보라며 잠시 어디론가 갔다 오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이젠 혼자 남겨지는 것이 익숙해진 바로는 느긋한 마음으로 설렁설렁 캐럿을 찾아다녔다.

 

 "꾸에에엑! 꾸엑!"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돼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건 테일러 목소리인데?"

 

 바로는 두리번거리며 소리를 쫓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고, 그러는 와중에도 테일러의 돼지 멱따는 울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조급해진 바로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경보로 걸음을 재촉하던 바로에게 라이언이 날아와 바로에게 말을 걸었다.

 

 "신입, 무슨 일로 그렇게 돌아다녀? 웬디 부인은 홀에 돌아다니는 걸 안 좋아한다고 말 안 했어?"

 "몰라. 어디선가 테일러 비명 소리가 들린 거 같아서 한 번 가보려고."

 "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랑 같이 있었는데?"

 

 라이언은 당황하며 바로를 따라 속도를 올렸다.

 바로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 테일러의 비명 소리에 마음이 놓이면서도 불안한 감을 떨칠 수 없어 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바로와 라이언은 열심히 테일러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다녔다.

 

 "걔는 웬디 부인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 왜..!"

 

 라이언이 바로도 들릴만큼의 큰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바로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궁금한 걸 그 즉시 물어보는 걸 잊지 않고 실행했다.

 

 "무슨 소리야?"

 

 바로의 질문에 라이언은 자신을 쳐다보는 고양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중얼거리기만 했다.

 

 "도대체 왜 웬디 부인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설마 테일러가.. 아니, 그럴 리 없지. 별 일 없을 거야."

 

 바로는 자신의 질문을 묵살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라이언에 시선을 떼고 뛰는 것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정말 그들이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진 것만 같았다.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 끝에 캐럿의 잔상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테일러!"

 

 라이언의 외침에, 바로는 그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캐럿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테일러는 옷가지에 파묻혀 힘겹게 눈을 뜨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친구를 보며 떨리는 눈빛과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라이언…"

 

 그런 테일러의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땅에 내려앉아 테일러를 가엾다는 듯이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바로도 급히 뛰어와 라이언 옆에 우두커니 섰다.

 

 "테일러,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웬디 부인을 화나게 한 거야?"

 "아니.. 그냥 혼자 돌아다니다 위에서 갑자기 쏟아진 옷더미에 당황해서 빠져나오느라 소리 지른 거야. 난 정말 괜찮아. 여기서 빠져나오느라 지쳐서 그래."

 

 라이언은 테일러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안심한 듯 숨을 깊게 내뱉더니 자신 앞에서 힘겹게 일어나는 테일러의 귀를 물고 일어나는 것을 도우며 말했다.

 

 "우리의 약속을 잊었어? 우린 절대 큰 소리 내지 않기로 했잖아. 정말 놀랐다고."

 "미안해. 나도 깜작 놀라서 어쩔 수 없었어. 웬디 부인은 어디 갔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거 아냐?"

 

 테일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짝 긴장한 듯이 물었다.

 이에 라이언이 대답하려 할 때, 바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웬디 부인이라면 아까 방에서 나올 때 문 앞에 어질러져 있던 자신의 물건들을 보고 화가 나서 너희들을 찾으러 갔어."

 "뭐? 우린 모르는 일이야."

 

 라이언이 바로를 돌아보며 억울한 듯이 말했다.

 이에 테일러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꿀꿀거렸다.

 

 "맞아. 우리는 후크와 함께 오늘은 어떻게 조용히 지낼지 의논하고 있었단 말이야. 네가 너무 말썽을 부리고 다니니까."

 "테일러!"

 

 라이언이 급하게 테일러의 말을 막았지만 이미 말을 마친 테일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실수에 대해 놀람을 표했다.

 바로는 순순히 자신이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 것을 인정했다.

 

 "미안해. 그래서 나는 곧 여길 떠날 거야. 캐럿도 나와 같이 나가는 것에 동의했어."

 "뭐? 캐럿이?"

 

 테일러가 매우 놀라며 바로의 말을 반복했다.

 라이언이 테일러를 날개로 툭 치며 주의를 주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한발 늦은 경고에 불과했다.

 하지만 바로는 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설명했다.

 

 "내 친구가 찾아왔었어. 나를 탈출시켜줄 거래. 그리고 캐럿도…"

 

 바로는 하던 말을 멈추고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캐럿을 밀어내려 고개를 흔들었다.

 

 ".. 그리고 캐럿도 함께."

 

 힘겹게 머릿속에서 캐럿을 밀어내는 데에 성공하자, 바로는 웃는 얼굴로 나오지 않던 말을 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그 친구는 도시 곳곳을 돌아다닌 만큼, 여기서 빠져 나가는 길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친구가 누군데?"

 

 테일러는 혹시 또 라이언이 눈치를 줄까 재빠르게 물었지만, 이번엔 라이언도 잠자코 눈앞의 신입 고양이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트레버라고 하는 시궁쥐야."

 "쥐? 쥐라고? 넌 고양이인데?"

 

 처음으로 라이언이 바로에게 반문했다.

 이는 정말 드문 일이었고, 상대가 말을 하면 무슨 말이든지 끝까지 듣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면 결국에는 질문이 아닌, 자신이 아는 정보를 토대로 반박만 하던 라이언이 처음으로 반문했던 것이다.

 테일러는 자신이 반문할 때마다 경고를 주고 핀잔을 줬던 라이언이 처음으로 자신과 같이 반문을 했다는 사실에 눈을 크게 뜨고 신기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라이언은 이를 무시하고 바로에게 답을 재촉했다.

 

 "고양이랑 쥐랑 친구라고? 그러니까 너랑, 쥐랑?"

 "응, 친구야."

 

 바로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라이언은 꽤 큰 충격을 받은 듯 부리를 떡 벌리고 있었다.

 바로는 그런 라이언을 뒤로 하고 테일러에게 설명을 마저 했다.

 

 "언제나 내 주변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라고 했고, 이 저택의 구조를 알아본다고 했으니까 아마 오늘 중으로 날 먼저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

 

 바로의 말이 끝나자 라이언은 열고 있던 부리를 닫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 가로젓기를 번복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고양이와 쥐가 친구라고? 둘은 천적 관계인데? 아냐,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바로는 공황 상태에 빠진 라이언을 본체만체 하더니 어깨를 으쓱하고 트레버를 향해 말했다.

 

 "그럼 난 나대로 저택 내부를 한 번 살펴보고 올게. 너는 여기서 계속 지낼 생각이지?"

 

 바로가 테일러를 힐끗 보며 물었다.

 테일러는 어쩔 줄을 몰라 하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바로는 테일러의 머리에 앞발을 살짝 얹더니, 씩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넌 그럴 줄 알았어. 그럼 난 이만."

 

 바로는 뒤로 돌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라이언이 다급하게 바로를 불러 세웠다.

 

 "바로 잠깐만.

 

 바로가 의아하다는 듯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살짝 돌려 라이언을 쳐다보자, 라이언은 침을 삼키더니 입을 천천히 열었다.

 

 "나, 나는 못 믿겠어. 어떻게 고양이랑 쥐가 친구야? 둘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두, 둘은 천적이란 말이야!"

 

 라이언이 이렇게 소리치자, 바로는 피식 웃으며 라이언에 다가갔다.

 

 "이봐, 친구. 친구끼리는 천적 같은 게 없어. 친구가 되고 싶으면 친구지."

 

 바로가 라이언의 어깨에 발 한쪽을 얹으며 덧붙였다.

 

 "진정한 친구라면 말이야."

 

 라이언이 무어라 말하려 부리를 열기 전에 바로가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트레버를 큰 소리로 외쳤다.

 

 "트레버! 여기 이 친구가 우리가 친구라는 걸 못 믿는 거 같은데 잠깐 나와 볼래?"

 "나 참, 너랑 나는 원래 친구로 지내면 안 되는 사이라니까?"

 

 어디선가 찍찍대는 소리와 함께 근처 벽장 밑에서 트레버가 기어 나왔다.

 라이언은 어안이 벙벙한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눈앞의 나란히 서 있는 덩치가 조금 작은, 얼룩무늬의 고양이와, 덩치가 조금 큰, 검은 털이 지저분한 무언가로 더럽혀진 시궁쥐를 번갈아 쳐다봤다.

 

 "자, 이제 믿지?"

 

 바로가 트레버의 어깨에 발을 얹으며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트레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바로를 향해 물었다.

 

 "저택 내부를 벌써 다 본 것도 아닌데 왜 불러냈어. 나 지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도 널 찾아다니느라 바쁘다고."

 "미안해. 이 친구가 우리 사이를 너무 못 믿어서 말이야."

 

 바로가 턱으로 라이언을 가리키며 말하자, 라이언은 패닉 상태로 보였지만 자신이 꼭 묻고 싶었던 걸 물었다.

 이미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둘이 친구라고?"

 "응. 친구야."

 

 이를 본 테일러도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지 계속해서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그러니까 라이언과 테일러는 눈앞에 펼쳐진 고양이와 쥐의 우정을 부정하느라 바로가 말을 걸어도 일일이 반응할 정신이 없었다.

 바로는 이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트레버에게 말했다.

 

 "그럼 나는 이 저택의 내부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게. 오늘 중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겠지?"

 "그럼. 이미 이 저택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멍이란 구멍과 길이란 길은 다 찾아봤어. 조금만 더 찾아보려고."

 "그래 알았어."

 

 바로는 트레버를 돌려보내고,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라이언과 테일러를 보며 고개를 젓더니 걸음을 옮겼다.

 이 저택을 빠져나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는 웃는 얼굴로 방을 나서며 기분 좋게 혼잣말을 했다.

 

 "캐럿은 어디로 갔지? 혼자 다니다 나랑 같이 나가기로 한 걸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바로는 자꾸만 좋아지는 기분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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