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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여덟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53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9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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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웬디 부인은 자신의 방에서 큰 바구니를 준비하고, 그 바닥에는 빨간색으로 물들인 수건을 푹신푹신하게 깔아놓았다.

 손잡이에는 빨간 리본으로 고정된 작은 노란색 종을 매달아 두고, 멀찍이 물러나 자신의 손으로 만든 예술작품을 감상했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표정을 풀고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자, 이제 또 무얼 하면 우리 귀염둥이들이 좋아할까."

 

 웬디 부인은 손을 싹싹 비비며 방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를 살짝 열린 문틈으로 지켜보던 라이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웬일로 웬디 부인이 저리 즐거워하며 준비하는 거지?"

 

 라이언은 웬디 부인이 뭘 준비하는지, 또 누구를 위해 준비하는지, 그리고 왜 그런 준비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곧바로 친구들에게 날아갔다.

 라이언이 그들을 찾아 저택을 뒤지던지 10분 여, 그들은 1층 로비에 마주앉아 있었고, 둘은 오늘 먹었던 간식에 대한, 그런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이언은 그들에게 가까이 날아가 자신이 저택을 산책 겸 날아다니다 목격한 것을 늘어놓았다.

 

 "그게 왜?"

 

 라이언의 얘기를 모두 들은 후크는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라는 듯이 후크 본인만의 특유한 넋 놓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웬디 부인이 웃으면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니까?"

 

 라이언은 심드렁하기만 한 후크의 반응에 답답하다는 듯 했던 얘기를 반복했다.

 

 "그러니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웬디 부인이 아무 이유 없이 기분 좋았던 날이 어디 하루 이틀이야? 저러다 금방 또 기분 나빠져서 화내겠지."

 "맞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우리랑은 관계도 없잖아. 그 새로 들어온 고양이는 캐럿이 도와줄 거고."

 

 후크는 심드렁한 투로 대답했고, 테일러도 이에 동의했다.

 라이언은 두 친구의 무관심한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걱정에 동감하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추파를 던졌다.

 

 "그래도 오늘은 뭔가 달라 보이던데?"

 "뭐, 웬디 부인은 언제나 다른 모습이니까."

 

 라이언은 자신의 말에 대꾸도 않고 콧방귀만 뀌고 있는 후크가 답답한지 자신의 가슴을 팍팍 쳐댔다.

 

 "어휴, 너희랑 얘기한 내가 바보지. 나도 이젠 어떻게 돼도 모른다."

 

 라이언은 여전히 허공의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후크를 내버려 둔 채 어디론가 날아갔다.

 

 "얼마 가지도 않을 기우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

 

 후크는 멀어지는 라이언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한편, 캐럿과 떨어져 또다시 혼자가 된 바로는 이제 저택을 돌아다니기에도 지쳤는지, 아니면 지루해진 건지 2층의 거대한 액자 앞에 앉아 액자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침 바로와 캐럿을 찾으려 2층으로 올라오던 웬디 부인이 홀로 앉아있는 바로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는 얼굴로 바로에게 다가갔다.

 바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웬디 부인의 인기척을 느꼈지만 잘 보이지도 않는 커다란 액자에 집중하느라 그를 본체만체 하며 다시 시선을 액자 쪽으로 가져갔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웬디 부인은 바로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바로에게 질문 아닌 질문을 했다.

 

 "어머, 우리 귀여운 아가. 여자 친구는 어디에 두고 혼자 이렇게 앉아 있을까?"

 

 웬디 부인이 자신을 들어 올리자, 바로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렸지만 이내 포기한 듯 시선을 다시 액자에 고정시켰다.

 웬디 부인은 바로가 액자를 빤히 쳐다보는 것을 보곤, 바로의 코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액자가 뭔지 궁금해요, 우리 귀여운 아가?"

 

 바로는 이를 알아듣지 못 하고 그만 내려달라고 했지만 웬디 부인은 바로의 몸을 돌려 액자를 향하게 한 다음, 묻지도 않은 액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 액자는 말이야, 옛날에 아줌마가 어렸을 때 키우던 고양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란다. 바로 너처럼."

 

 웬디 부인은 잠깐 말을 멈추고 바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로는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도시에서 지낸 하루 동안 익숙해졌는지 웬디 부인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가만 내버려 두었다.

 아니, 신경을 쓰고 싶지 않은 걸지도.

 액자 안을 들여다보니, 웬 검은 고양이가 목에 빨간 리본으로 장식을 한 채 아이의 품에 안겨 있었다.

 웬디 부인은 바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는 건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설명을 계속 했다.

 

 "눈은 정말 봄날처럼 예쁜 에메랄드색이었는데, 털은 정말 부드러웠어. 겉모습만 봐도 정말 예쁜 마음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지. 그런데 어느 날 그 고양이가 도망가 버렸어. 정말 잘해주었는데 말이야. 참 이상하지?"

 

 바로는 자기 머리 위로 들리던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 같아 올려다보니, 웬디 부인은 서글픈 눈빛으로 액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웬디 부인의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 하던 바로는 아무런 생각 없이 왜 우냐고 물었다.

 웬디 부인은 바로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고맙다며 살짝 웃는 얼굴로 바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이 바로에게 물었다.

 

 "그런데 여자 친구는 어디다 버려두고 혼자 다녀? 아까 같이 다니는 거 같던데."

 

 웬디 부인은 말하는 중에도 주변을 살펴봤다.

 바로는 관심 없다는 듯이 하품을 크게 하며 재빠르게 웬디 부인의 손에서 벗어났다.

 이에 웬디 부인은 바로를 향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직접 여자 친구 찾아보려고? 좋은 생각이야. 아줌마도 한 번 찾아볼게."

 

 웬디 부인은 방금 막 바로와 캐럿이 싸웠다는 것도 모르고 둘을 위한 보금자리에 같이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했다.

 바로는 자신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웬디 부인을 뒤로 하고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할지 정해진 것도 전혀 없었지만, 괜스레 아까도 봤었던 저택의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바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아무 생각 없이 걷던 바로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라이언이 다급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바로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바로 앞에 내려앉은 라이언은 숨을 헐떡이며 바로를 다그쳤다.

 

 "바로, 너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야?"

 "왜? 무슨 일인데 이렇게 바쁘게 나를 찾아 다녀?"

 "아까 웬디 부인이 웃으면서 무언갈 만들고 있었어. 아마 너 때문에 만드는 거지 싶어. "

 "나 때문에?"

 

 바로의 질문에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가 무어라 말하려 입을 여는 순간,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바람에 말을 다 할 수 없었다.

 

 "여기 있었네."

 

 바로를 들어 올린 웬디 부인은 팔 한쪽에 캐럿을 끼고 있었다.

 

 "아줌마가 네 여자 친구를 데려 왔단다.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지 뭐니."

 

 바로는 당황하며 발버둥 쳤지만 웬디 부인의 아귀힘을 이겨낼 방법이 없었고, 금세 포기하여 몸을 축 늘어뜨린 채로 반대쪽에 매달려 있는 캐럿을 '이래도 이곳이 좋다고?'하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캐럿은 바로를 외면했다.

 웬디 부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양쪽에서 서로를 외면하는 둘을 보고 부끄러워하지 말라며 어디론가 데려갔다.

 라이언은 웬디 부인에게 잡혀가는 두 고양이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둘을 데려가는 건지..."

 

 라이언은 고개를 젓고는 날개를 펴고 자신의 집을 향해 날아갔다.

 

 바로와 캐럿을 품에 안고 자신의 방으로 온 웬디 부인은 한껏 숨을 들이마시며 방 안을 둘러봤다.

 조금 전 자신이 이 방에서 나가기 전과 바뀐 것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한 웬디 부인은 다른 누군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당연한 결과에 흡족해하며 준비해둔 바구니에 다가갔다.

 바로는 아까 작은 상자에서 봤던 빨간 리본을 보고 의아해 했고, 캐럿은 한껏 치장한 바구니를 심드렁한 표정을 흘깃 쳐다볼 뿐이었다.

 바로는 웬디 부인의 팔에 매달린 채로 캐럿을 향해 물었다.

 

 "혹시 지금 우리가 여기로 온 이유가 뭔지 알아?""

 

 바로의 목소리를 들은 캐럿은 잠깐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가 싶더니, 보란 듯이 '흥!' 하고 외치며 세차게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바로는 캐럿의 행동에 당황스러움과 당혹스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똑같이 세차게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으로 응대했지만 캐럿은 이를 보지 못 했다.

 웬디 부인은 바구니 앞에 두 고양이를 내려놓고 어서 들어가 보라며 엉덩이를 톡톡 밀었다.

 바로는 캐럿의 눈치를 보느라 웬디 부인의 손길에 점점 바구니에 가까워졌지만 캐럿은 자리에 그대로 엎드리며 하품까지 했다.

 웬디 부인은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캐럿을 보며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살살 타이르기 시작했다.

 

 "우리 예쁜 캐럿이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으실까? 응? 오늘 밥 맛 없었어?"

 

 캐럿은 웬디 부인의 어르기에도 불구하고(물론 못 알아듣는 것도 이유가 되긴 했다.) 계속 뾰로통한 표정으로 바로 쪽을 아예 외면하고 있었다.

 바로는 슬쩍 캐럿에게 다가갔다.

 

 "저기, 일단 웬디 부인이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게 어때..? 그래야 놔줄 거 같은데."

 "흥!"

 

 바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만 그마저도 무시해버리는 캐럿을 보며 살짝 부아가 치밀었다.

 바로는 자신도 똑같이 해주겠다며 캐럿을 등지고 똑같은 자세로 앉았다.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바로가 마주한 창가는 아직은 해가 지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하얀 구름들 사이에서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는 창가 너머에서 자신을 비추는 햇빛에 눈살을 찌푸리다 살며시 감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캐럿이 여기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바깥세상을 무서워하고 나가기 싫어하는 걸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바로는 힐끔 캐럿을 돌아봤다.

 그때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캐럿과 눈이 마주쳤고, 둘은 재빠르게 서로의 시선을 회피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시간이 찾아왔다.

 그런 둘을 지켜보던 웬디 부인은 마치 자신의 아이들을 보는 것 같은 눈빛과 함께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아줌마가 자리를 피해줄 테니까. 부끄러워하지 말고 둘이 잘 해봐."

 

 웬디 부인은 이렇게 말하고 둘을 위해 방에서 나왔고, 바로와 캐럿만이 이 어색하기 만한 공간에 남겨졌다.

 바로는 힐끔힐끔 캐럿의 눈치를 보느라 눈과 목을 바삐 움직였고, 캐럿은 그런 바로에게서 아예 등을 돌려버린 채로 하품을 하는 둥, 딴청을 부렸다.

 둘을 가둔 공간은 바로와 캐럿이 있는지도 모르게 고요했고, 정적이란 놈은 눈치도 없이 그 둘 사이를 더욱 어색하게 만들었다.

 

 "저기, 캐럿."

 

 바로가 먼저 입을 열어 어색한 공간을 흩으려 놓았고, 캐럿은 조용히 바로를 향해 살짝 돌아봤다.

 

 "혹시 축제라는 거 알아?"

 

 바로가 묻자, 캐럿은 고개를 완전히 돌리며 관심을 보였다.

 

 "축제라는 건,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만드는 날이래. 볼 것도 많아서 하루 종일 구경만 다녀도 부족할 정도야."

 

 바로의 말을 가만히 다 듣고 있던 캐럿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그게 뭐? 사람이라면 여기도 웬디 부인이 있고, 맛있는 거라면 웬디 부인 말만 잘 들으면 먹을 수 있어. 볼 것도 여긴 넓으니까 지루하진 않잖아"

 

 아직도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캐럿에 잠깐 화가 났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캐럿을 설득했다.

 

 "아니, 잘 들어봐. 사람을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어. 그리고 모두 생김새도 다르고, 목소리도 달라.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또, 맛있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야. 다양한 맛있는 음식들이라는 거야. 아마 너도 먹어보고 싶은 게 생길지도 몰라. 볼 것은 내가 본 것만 해도 무지 많아. 분수대도 있고, 커다란 시계탑도 있어. 밤이 되면 예쁜 빛이 하늘로 올라가서 흩날리는데, 정말 예쁘거든."

 

 언제부턴가 바로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캐럿은 넋을 놓은 자신을 발견하고 급히 표정을 바꾸었다.

 바로는 말을 멈추지 않고 이어 했다.

 

 "나는 도시에 오자마자 좋은 사람을 만났었어. 내게 화를 내는 것 같았지만, 내가 배고프다고 하니까 우유랑 빵을 줘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어. 물론 그 전에도 여자아이들이 우유를 주기도 했지만. 또,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봤어. 하지만 나쁜 아이들은 아닌 거 같았어. 사람들은 정말 다양해. 우리 동물들처럼. 세상엔 사람이 웬디 부인만이 아니라는 거야. 물론 그들은 웬디 부인과는 다를 테지. 실제로도 그랬고."

 "그게 뭐 어떻다는 거야? 나는 낯선 곳 보다 익숙한 이곳이 더 좋은데."

 

 말은 쌀쌀맞기 그지없었지만 캐럿의 눈빛은 호기심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바로도 캐럿의 커진 눈동자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는지 더욱 설득에 박차를 가했다.

 

 "그 뿐이게? 너 혹시 솜사탕이라는 거 봤어?"

 

 캐럿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저었다.

 

 "솜사탕이라는 건 말이야, 예쁜 색으로 물들인 구름이야. 전에 내가 트레버라는 친구랑 같이 먹어봤는데..."

 

 한참 솜사탕에 대해 설명하던 바로는 자신을 떠나버린 트레버가 떠올라 말끝을 흐렸다.

 바로의 말에 집중하며 호기심을 보이던 캐럿은 바로가 어떤 심정인지도 모르고 말을 재촉했다.

 

 "그래서? 먹어봤는데?"

 

 바로는 자신의 다음 말을 기대하고 있는 캐럿에 집중하려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흠. 먹어봤는데, 정말 구름 같이 푹신푹신 하고 달콤했어. 맛있었던 거는 당연했고."

 "정말? 그렇게 맛있었어? 연어구이보다?"

 

 캐럿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에게 한발짝 다가가며 말했다.

 바로는 괜히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네가 말하는 연어구이라는 걸 먹어보진 못 했지만, 아마 그것보다 훨씬 맛있을 거야. 장담해."

 

 캐럿은 눈을 반짝이다 곧 평정심을 찾고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겨우 먹을 걸로 날 꼬드기려 하지 마. 흥."

 "그럼 아까 내가 말했던 하늘에서 예쁘게 흩날리는 빛은 어때?"

 

 캐럿이 고집을 꺾지 않자, 바로는 바로 어젯밤에 봤던 광경에 대한 얘기를 꺼냈고, 캐럿은 여전히 바로에게서 고개를 돌렸지만 더 듣고 싶은 듯 귀를 쫑긋거렸다.

 

 "궁금해?"

 

 바로가 캐럿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캐럿은 바로를 돌아보진 않았지만 전과 같은 거부를 보이진 않았고, 바로는 이를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바로 자신도 그날 딱 하루만 봤던지라 잘은 모르지만, 기대에 가득 찬 캐럿을 보고 있자니 거짓을 조금 보태서라도 도시를 향한 기대를 저버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바로는 잠깐 고개를 들어 조금 전보단 부드러워진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때 내 주변은 정말 깜깜했어.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어서 정말 외로웠지."

 

 캐럿은 이미 바로를 향해 바로 앉아 바로에게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그래서?"

 

 캐럿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로를 재촉했다.

 바로는 살짝 뜬 실눈으로 그런 캐럿의 모습을 보며 어딘지 모르게 귀엽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어리기만 한 이 얼룩 고양이는, 자신 앞에서 다음에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를 향해 살짝 웃어보였다.

 

 "그때 언덕 위에 앉아 있는 사람 두 명이 보였어. 남자와 여자였는데, 둘은 연인 사이 같았어. 남자가 여자 어깨에 팔을 얹을 때."

 

 바로는 말을 하다 말고 캐럿을 바라봤고, 캐럿도 자신을 바라보는 바로를 빤히 바라봤다.

 왠지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걸 느낀 캐럿은 고개를 돌렸다.

 

 "왜, 왜 말을 하다 말아? 빨리 하던 말이나 계속 해."

 

 바로는 싱긋 웃더니 아무런 말없이 캐럿을 지나쳐 웬디 부인이 만들어 준 바구니 안에 들어가며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

 캐럿은 바로를 따라 빙글빙글 돌다 바구니 안에 누워있는 바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바구니 안에 들어갔다.

 자신의 곁에 앉은 캐럿을 본 바로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남자가 여자의 어깨를 감싸 안을 때, 까만 하늘에 초록색 불꽃이 솟아오르더니, 큰 소리를 내면서 터졌어. 펑!"

 

 바로가 갑자기 큰 소리로 놀래키자, 캐럿은 살짝 몸을 들썩였다.

 그러곤 괜히 바로에게 성질을 냈다.

 

 "장난치지 마! 제대로 얘기하란 말이야."

 

 바로는 피식 웃더니 하품을 했다.

 

 "그게 끝이야. 펑 하고 터지더니 초록색 빛이 가루처럼 하늘에 흩뿌려졌어. 그 광경은 정말 예뻤지. 정말로."

 

 캐럿은 뭔가 심통이 난 표정으로 꽁하게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싶더니, 갑자기 바로에게 달려들었다.

 

 "장난치지 말랬지! 빛이 어떻게 하늘로 솟아오르고 어떻게 터져서 하늘에 흩뿌려질 수가 있어?"

 "킥킥. 진짜야. 이 저택에서 나가면 아마 너도 볼 수 있을 거야."

 

 바로의 말에 캐럿은 눈을 크게 뜨고 상상했다.

 높은 언덕에 올라 바로에게 기대어 하늘에서 흩뿌려지는 빛을 구경하고 있는 자신을.

 캐럿은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더 이상 머릿속에서 기억나지 않게 했다.

 그런 캐럿을 보던 바로가 조용히 말했다.

 

 "같이 여기서 나가자. 여기선 더 예쁘고, 더 근사하고, 더 신나는 것들을 볼 수도, 겪을 수도, 맛볼 수도 없잖아."

 "하지만.. 난 여기 웬디 부인의 저택 말고 다른 곳은 가본 적이 없단 말이야."

 

 캐럿이 걱정스러운 투로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바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 있게 말했다.

 

 "걱정 마. 내가 데려다 줄게. 솔직히 나도 바깥의 도시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내가 지켜줄게."

 

 캐럿은 바로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조금은 밝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못 미덥긴 하지만.. 너만 믿을게."

 

 캐럿이 바로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바로는 자신의 코앞에서 웃는 캐럿의 갈색 눈을 보며 생각했다.

 캐럿과 함께 농장에서 살고 싶다고.

 둘은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말없이 웃기만 했다.

 

 "놀고 있네. 나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 주제에 여자 앞이라고 허세 부리기는."

 

 자신을 향해 비아냥대는 낯익은 목소리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바로는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트레버!"

 

 바로는 트레버가 있는 방의 한구석으로 뛰어갔다.

 

 "트레버,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네가 나 없이 어떻게 다니나 궁금해서 몰래 따라다녔지.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나랑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납치를 당해, 당하긴. 내가 언제나 주변을 경계하라고 했잖아."

 

 바로는 트레버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트레버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기뻐하느라 앞에 서있는 트레버의 모습과 목소리 이외의 모든 것이 보이지도 않았고, 들리지도 않았다.

 

 "바로, 뭐해? 안 들려? 네 여자 친구가 너 부르잖아."

 "여자친구?"

 

 자신을 재차 부르는 트레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바로는 언제 뒤에 왔는지, 캐럿이 자신을 향해 뚱한 표정으로 째려보고 있는 걸 눈치 채고 당황하며 트레버에 캐럿을 소개했다.

 

 "아, 여긴 내가 이곳으로 올 때 알게 된 캐럿이라는 친구야. 여자 친구가 아니라."

 "여자 친구가 아니라고? 이미 분위기는 서로 친구 이상이던데?"

 

 트레버가 놀리는 듯이 묻자, 바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놀리지 마. 정말 아니야. 그렇지, 캐럿?"

 "..흥!"

 

 바로는 자신을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캐럿을 불렀지만 캐럿은 잠깐 동안 바로를 노려보더니 고개를 세차게 돌려버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서로 웃으면서 대화하던 캐럿이 또다시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리자 바로는 트레버를 아무 말 없이 쳐다봤지만, 그의 얼굴은 '왜 저러는 거야?'라고 묻는 것 같았다.

 이에 트레버도 아무 말 없이 한숨을 쉬며 바로의 앞발을 토닥였다.

 그의 얼굴은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여자를 잘 모르는구나.'

 

 하지만 바로는 트레버의 표정에서 아무것도 읽지 못한 듯 멀어져 가는 캐럿의 뒷모습을 돌아봤다.

 

 "정말 여자들은 잘 모르겠어."

 

 바로는 캐럿의 모습이 사라지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에 트레버가 바로의 앞발에 살며시 손을 얹으며 장난스럽게 얘기했다.

 

 "너는 여자 친구 사귀긴 그른 것 같다, 친구야. "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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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네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2 0 8558   
4 세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8 0 9188   
3 두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3 0 8902   
2 첫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8 0 9598   
1 아기 고양이 바로 2019 / 10 / 29 344 0 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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