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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일곱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51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8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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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방을 나선 라이언은 곧바로 그 비명소리의 원천지가 어디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소리가 났던 곳은 웬디 부인의 침실이었고, 바로는 웬디 부인의 침대 위로 올라가 베개 위에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 걸 본 웬디 부인이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당장 내려와! 이 귀여운 모습의 요망한 것! 내 자리는 아무도 올 수 없어!"

 

 웬디 부인은 바로를 향해 악을 질렀다.

 하지만 바로는 악에 받친 웬디 부인을 본체만체 하며 하품을 했다.

 

 "이.. 이런 건방진 고양이 같으니라고!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을 데려와 따뜻한 곳에서 재워주니까 이젠 내 침대를 넘봐?"

 

 웬디 부인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열을 내며 바로에게 소리쳤다.

 그래도 바로가 아무런 행동의 변화가 보이지 않자, 보다 못한 라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어휴, 내가 도와줘야지. 쟤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웬디 부인의 침대 위로 올라간 거야?"

 

 라이언은 웬디 부인의 머리 위로 날아가 시끄럽게 그녀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울어댔다.

 

 "당장 내려와! 당장 내려와! 당장 내려와!"

 

 웬디 부인은 자신의 머리통 바로 위에서 자신의 말을 날카로운 목소리로 따라하는 라이언에 짜증을 느끼며 그를 향해 돌아섰다.

 

 "이 시끄럽기만 한 새대가리! 오늘은 기필코 잡아다 치킨 집에 팔아버리겠어!"

 

 웬디 부인은 라이언을 잡으려는 듯이 팔을 들어 공중을 휘저었다.

 하지만 라이언은 웬디 부인의 팔을 요리조리 피하며 계속 반복할 뿐이었다.

 

 "당장 내려와! 당장 내려와! 당장 내려와!"

 

 웬디 부인은 계속해서 도망치는 라이언을 결국 포기했는지 씩씩거리며 자기 침실로 돌아갔다.

 

 "저 새대가리를 집에 들이는 게 아니었어..."

 

 바로는 살며시 눈을 뜨고 돌아가는 웬디 부인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라이언은 천장에서 내려와 바로 앞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그리고 방금 막 비행을 마친 자신의 날개의 깃을 부리로 다듬으며 말했다.

 

 "이봐, 신입 고양이. 무슨 생각으로 웬디 부인의 방에 들어온 거야?"

 

 바로는 포근한 베개 위에서 행복하다는 듯이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여기가 그 아줌마 방인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온 거지."

 

 이에 라이언은 한숨을 내쉬며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고 싶은 대로 가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웬디 부인이 널 괴롭힐 거야."

 "그래도 나는 자고 싶은 곳에서 자고,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어휴, 나도 모르겠다. 난 분명히 경고했다?"

 

 라이언은 고개를 젓더니 날아올라 자신의 우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날갯짓하는 소리가 들리자 바로는 슬며시 눈을 뜨고 멀어져가는 라이언을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여기저기 한 번 돌아다녀 봐야겠다. 집이 꽤 넓은 거 같아."

 

 바로는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베개에서 침대로,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사뿐히 착지했다.

 바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무작정 들어왔던 크고 안락해 보이는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역시나 진한 자주색 바탕에 새빨간 꽃무늬가 그려진 벽지와, 그에 어울리게 둥근 모양의 새빨간 양탄자가 바닥에 깔려 있었고, 화장대와 의자는 색을 통일하여 하얀색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구들과 장식들은 하얀색이었다.

 바로는 빨간 방과 대조되는 하얀색의 가구들에서 시선을 떼고 웬디 부인의 방에서 복도로 나오니 온통 붉은 계열의 색이 저택 내부를 감싸고 있었다.

 바로는 넋을 놓고 걸어왔던 나머지 돌아가는 길을 알 수 없었고, 아까 봤던 다른 동물들과 함께 있었던 방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위층과 이어주는 계단이 나왔고, 바로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계단에 오르던 바로는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고, 밑을 한 번 내려다 봤다.

 천장엔 붉은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고, 위층에서 본 아래층은 붉은 샹들리에가 내뿜는 불빛 아래 하얗고 긴 탁자가 붉게 타오르는 듯 했다.

 바로는 몸을 돌려 계단을 전부 오른 후, 또다시 나타난 복도를 따라 걷다 웬 커다랗고 은도금을 한 액자를 발견하고 홀린 듯 넋을 놓고 쳐다봤다.

 하지만 워낙 컸던 탓에 액자 바로 밑에서 보기엔 무슨 그림이 있는지는 눈에 다 들어오지 않아 알아보기 어려웠다.

 바로는 나중에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구경하기로 하고, 액자를 뒤로한 채 다시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조금 더 걷자, 커다란 문이 살짝 열려 있는 어딘가 비밀스러운 방이 눈에 들어왔고, 바로는 무의식적으로 살짝 열린 문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 방은 온통 붉은 색으로 도배 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붉은 색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 방은 특이하게도(이 집에선 '특이함'의 기준이 특이한 것 같았다.) 여러 계열의 색들이 조화롭게 방의 내부를 꾸며주고 있었으며, 웬디 부인만의 개인적인 공간이라고는 절대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바로가 동그란 눈으로 방의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는데, 동그란

 탁자 위에 거슬리는 빨간 색 천으로 가려진 상자 모양이 바로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바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탁지 위로 사뿐히 뛰어올라, 붉은 천에 가려진 네모난 것을 건드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자, 바로는 용기를 내어 상자를 덮고 있던 천을 걷어냈다.

 

 "이.. 이게 뭐지..?"

 

 붉은 천 밑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작은 검은색 상자였다.

 바로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자신의 얼굴 크기만 한 검은색 상자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그 검은색 상자에는 아주 부드러울 것 같은 느낌의 빨간 리본 하나가 들어있었다.

 바로는 자신 앞에 놓여 있는 빨간 리본을 만져보았다.

 그 빨간 리본은 보이는 것처럼 감촉이 매우 부드러웠고, 지금껏 상자 안에 있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퀴퀴한 냄새라기보다는 포근한 기분이 드는 냄새가 났다.

 바로는 리본을 고이 접어 상자 안에 다시 넣고 처음에 봤던 모습 그대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방 안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이 방은 확실히 고약한 성격의 웬디 부인의 방은 아니라고 생각한 바로는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방을 나섰다.

 바로가 방문을 나서자, 캐럿이 놀란 눈으로 그에게 뛰어왔다.

 

 "무슨 생각으로 그 방에 들어간 거야? 그 방은 나도 못 들어가는 곳이라고!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들어갔지?"

 

 예상치 못한 캐럿의 마중에, 또 그런 캐럿의 반응에 적잖이 당황하는 바로가 우물쭈물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 하자 캐럿은 곧 얼굴을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꾸더니, 바로를 향해 '네가 그렇지, 뭐.' 라고 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곤 꼬리를 흔들며 가버렸다.

 

 "쳇, 도대체 쟤는 나를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지?"

 

 바로는 투덜댔지만 시선은 멀어져 가는 캐럿의 살랑대는 꼬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 맞다.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캐럿이 갑작스럽게 뒤로 돌아 자신을 향해 외치자, 바로는 당황하며 캐럿의 질문도 듣지 못 하고 딴청을 부렸다.

 이에 캐럿은 황당한 표정으로 잠시 얼이 빠져 가만 서 있기만 했다.

 이를 눈치 챈 바로가 그제야 큰 소리로 대답했다.

 

 "바로, 내 이름은 바로야!"

 "흐응, 그래 알았어. 기억할게."

 

 캐럿은 이렇게 말하며 야릇한 미소를 흘리고 가버렸다.

 그를 보던 바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2층 계단을 내려가려던 찰나, 언제 자신을 따라왔는지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후크가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봐, 신입 고양이!"

 

 후크는 계단 제일 밑에서 고개를 쳐들고 바로를 향해 소리쳤다.

 이에 바로는 후크가 있는 밑을 향해 소리쳤다.

 

 "응! 나 지금 내려갈게!"

 

 바로는 폴짝폴짝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후크는 또다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멍한 얼굴과 넋을 놓은 표정으로 바로가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것을 가만 지켜만 봤다.

 그리고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 후크 앞에 선 바로는 기쁜 표정으로 후크에게 말을 걸었다.

 

 "응, 나 내려왔어. 그런데 이름이 뭐라고 했지? 헉?"

 "후크."

 "아 맞아, 후크였지!"

 

 후크는 바로가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런데 라이언은 어디 갔어? 테일러는?"

 

 바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묻자, 후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걔들은 집으로 들어갔어. 그것보다."

 

 후크는 잠깐 숨을 멈추더니 한숨을 쉬고 이어 말했다.

 

 "네가 여기서 자꾸 돌아다니면 우리가 불편해진다는 걸 모르는 거야?"

 "무슨 소리야?"

 

 바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자, 후크는 질끈 눈을 감고 자신의 인내심에 한계가 다가왔음을 느끼며 차근차근 다시 설명했다.

 

 "아까 웬디 부인의 성격을 봤잖아. 너보다 오랫동안 지낸 우리들도 조심하는 편인데, 이제 막 들어온 네가 그러면 우리가 얼마나 불안하겠어?"

 

 후크의 말을 듣고 난 바로는 생각했다.

 

 '여기선 다들 웬디 부인 때문에 스스로 무언갈 하는 걸 무서워하는구나.'

 

 후크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바로를 보며 또 한 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서 지낼 거라면 가급적이면 조용히 지냈으면 좋겠어. 그게 우리에게도, 너에게도 편할 테니까."

 

 후크는 이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 뒤에 대고 바로가 소리쳤다.

 

 "넌 여기서 지내는 게 행복해? 뭐든 감시 받고, 뭐든 눈치 보고 조심하면서 지내야 되는 이런 곳이 좋아?"

 

 바로의 외침에 후크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바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지켜야 할 것만 지키면 이곳이 제일 안전하고 편한 곳이야."

 

 후크는 이 말만 남기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바로는 후크의 말을 이해하지 못 했는지 고개만 갸웃거리다 어깨를 으쓱 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바로는 좀 전에 비밀스러운 방에 들어가 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저택에 대해 전부 알게 됐다고 하기엔 어려웠다.

 바로는 걸음을 옮기려다 나중에 1층에 내려오면 확실히 보기로 했던 거대한 액자에 대해 떠올리고 고개를 들어 위층의 액자를 봤다.

 액자 속 그림은 웬디 부인을 닮은 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품 안에는 고양이를 끌어안은 채로.

 바로는 그 고양이를 보며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농장에서 봤던, 물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와 똑같은 눈을 하고 있는 검은 고양이.

 하지만 저 고양이가 자신의 아빠는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듯이, 아빠는 언제나 엄마와 함께 다닌다고 했다.

 하지만 그림 속 검은 고양이는 혼자였다.

 여자아이 품에 홀로 안겨 있었다.

 농장에서 부모님을 그리워하던, 그때 그 당시 자신의 슬프고 외로운 눈동자와 같은 눈빛을 하고서.

 바로는 억지로 시선을 액자에서 떼어내며 1층 로비를 걸었다.(바로는 3층으로 된 이 저택이 정말 거대한 집이라고 생각했다.)

 로비는 아무리 걸어도 별다른 가구나 특별해 보이는 방은 나오지 않았다.

 이따금씩 문이 살짝 열려 있는 방이 보이긴 했으나, 위층에서 봤던 방과 같은 비밀스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저택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나 특별해 보이는 다른 층을 발견해내지 못한 바로는 피곤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쉴 곳을 찾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눈을 뜬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자신이 쉴 곳을 찾지 못한 바로는 아까 전의 행동을 조금은 후회했다.

 그렇게 바로가 저택을 떠돌아다닐 즈음, 어디선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뭐해?"

 

 바로는 자신을 부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중에 돌연듯 이 저택에 들어온 후로 자신의 이름이 불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걸 떠올랐다.

 바로가 자기도 모르게 씩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가 들렸던 위층 계단 난간 쪽을 향하며 말했다.

 

 "여기서 내 이름을 불러준 건 네가 처음이야."

 

 위층 계단 난간 위에 앉아 바로를 바라보던 캐럿은 바로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계단에서 슬그머니 내려와 바로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좀 피곤한데 어디서 자야할지를 모르겠어."

 

 캐럿은 바로의 주변을 맴돌며 자신의 꼬리를 바로의 꼬리에 휘감듯이 쓰다듬으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랑 같이 자도 되는데."

 "정말?"

 

 바로는 놀란 눈으로 되물었고, 캐럿은 야릇한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바로는 이를 미안한 표정으로 거절했다.

 

 "아냐. 난 누구랑 같은 곳에서 자본 적 없어. 혼자 잘래. 고마워."

 "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고…"

 

 캐럿은 약간 당황한 눈치였지만 바로는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 한 듯 이리저리 둘러보며 어디서 자야 될지를 고민했다.

 이에 캐럿은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그럼 그냥 네가 잘 곳 찾는 걸 도와줄게. 그건 괜찮지?"

 

 캐럿의 제안에 바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탁한다고 말했다.

 둘은 다시 맨 밑의 층의 끝에서부터 찾아보기로 하고,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넌 어디서 왔어?"

 

 캐럿이 자신의 옆에 있는 바로를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저기 도시 밖의 농장에서 왔어."

 "아, 그 작은 농장?"

 "아냐, 큰 농장이야."

 

 바로의 단호한 대답에 캐럿은 살짝 당황한 눈치였지만, 바로는 이번에도 역시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그럼 거기선 어떤 동물들이 있었어?"

 "음. 큰 뿔을 가지고 있는 시저 아저씨랑, 다정한 매리 아줌마랑, 착한 줄리앙 아저씨랑… 뭐 대충 이런저런 동물들이 많아."

 

 바로는 이번에 설명할 때 시저를 빼놓지 않고 제일 먼저 말했다는 것에 스스로 대견스러움을 느끼며 살짝 미소 지었다.

 

 "흐응, 그럼 다른 고양이들은 없었어?"

 "응. 고양이는 나 밖에 없었어. 우리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자마자 이곳에 맡겨두고 다른 곳으로 가셨대."

 

 바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이 고아임을 슬며시 밝혔다.

 왜 이런 개인적인 얘기까지 하는지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오.. 미안. 괜히 물어봤네."

 

 캐럿이 짐짓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를 하자, 바로는 어차피 사실이고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은 아직도 부모님을 보고 싶다는 소망과 도시에서 잘 지내고 계시고, 또 운이 좋다면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바로와 캐럿은 1층의 전부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역시 바로가 잘 수 있을 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둘은 2층으로 올라가서 찾아보기로 했고, 때마침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라이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던 웬디 부인의 눈에 바로와 함께 캐럿이 들어왔다.

 

 "귀여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벌써 둘이 친해져서 같이 다니는 것 좀 봐..!"

 

 웬디 부인은 둘이 함께 다니는 고양이 한 쌍을 보고 두 손을 모으며 감탄했다.

 웬디 부인은 자신 앞에서 나란히 걸으며 두리번거리는 두 고양이를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쟤네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뭔가 도움을 줘야겠는걸?"

 

 웬디 부인은 손을 싹싹 비비더니, 곧 자신의 방이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바로와 캐럿은 계속해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저기, 캐럿."

 

 조용히 걷기만 하던 바로가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않은 채 캐럿을 불렀다.

 캐럿은 두리번거리던 고개를 멈추고 바로를 향해 고개를 고정시키며 물었다.

 

 "왜?"

 "넌 이런 곳에서 지내는 게 좋아?"

 

 바로가 캐럿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당연하지. 여기선 말썽만 부리지 않으면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따뜻하게 잘 수 있는 집도 있잖아. 그리고 집도 꽤 넓어서 답답하지도 않고."

 

 캐럿의 대답을 들은 바로는 걸음을 멈추어 섰고, 그에 따라 캐럿도 걸음을 멈추고 바로 옆에 섰다.

 

 "아니, 여기서 조심히 다니면서 하고 싶은 걸 스스로 억압하면서 지내는 게 행복하냐고."

 "그게 뭐 어때서? 너는 불행해?"

 

 바로가 다시 한 번 설명하며 질문하자, 캐럿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에 반문했다.

 바로는 시선을 위쪽 어딘가로 옮기며 힘없이 대답했다.

 

 "불행한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하진 않아. 그리고 여기서 지내던 다른 동물들도 그렇게 행복해 보이진 않았어."

 

 바로가 말을 마치고 어디 잘 생각해 보라는 듯이 캐럿을 빤히 바라보자, 캐럿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자신은 어딜 가나 조용히 다녔고, 호기심에 물건들을 건드리다 깨트린 적도 없었으며, 언제나 웬디 부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늘 맛있는 밥과 간식을 먹을 수 있었다.

 거기다 웬디 부인의 저택은 꽤 넓은 편이라 답답하다는 느낌도 전혀 없었고, 다른 동물들과 나름 친하게 지내고 있어서 불편한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난 잘 모르겠어. 여기가 좋지 않아?"

 

 캐럿의 일관된 태도와 사고에 바로는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겼다.

 이에 캐럿은 바로의 뒤를 쫓아가며 물었다.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갑자기 왜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가?"

 

 캐럿의 조심스러운 걱정에도 바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중얼거리기만 했다.

 

 "이 저택에서 자유도 모르고 자란 애한테 물어본 내가 바보지."

 

 바로의 중얼거림을 듣고 어딘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캐럿은 걸음을 멈추고 점점 멀어져 가는 바로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자유를 모르고 자라서 정말 미안한데, 나는 여기서 안전하게 맛있는 걸 먹는 게 자유로운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거든?"

 "그래, 넌 여기서 자유도 모른 채 안전하게 지내면서 맛있는 참치 캔이나 먹으면서 살아."

 

 캐럿의 외침에도 돌아보지 않고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바로였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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