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다섯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48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889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바로는 지금, 자신 앞에 뛰고 있는 트레버를 따라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뛰고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발바닥이 아파올 즈음, 바로는 겨우 숨 쉬는 틈 사이로 힘겹게 트레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 우리, 언제까지 뛰어야 해?"

 

 트레버는 뛰어가다 슬쩍 뒤를 돌아보곤 헉헉대며 힘겹게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바로를 한 번 보더니, 곧 속도를 줄여 바로와 속도를 맞추며 말했다.

 

 "벌써 지친 거야? 광장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좀 더 가야 돼. 농장에선 계속 뛰어 놀았을 텐데, 좀 허약한 거 아냐?"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뛴 적은 없단 말이야."

 

 바로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변명했다.

 이에 트레버는 무심하게 고개를 돌리고 정면을 향하며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안전한 농장에서 편안하게 잘 먹고 잘 놀았나 보네. 우린 언제나 이렇게 계속해서 뛰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자신이 무심코 했던 말이 부끄러워진 바로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바로는 트레버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음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바로가 고개를 들어 트레버의 표정을 힐끗 쳐다봤다.

 트레버는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을 주시하고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딘가 서먹해진 분위기 속에서 바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시계탑으로 가는 거지?"

 "응. 시계탑이 있는 광장으로 갈 거야."

 

 다행인지 아닌지, 트레버는 여전히 정면을 주시한 채 아무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또다시 침묵을 지키며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기만 했다.

 

 "저기, 트레버."

 

 침묵을 견딜 수 없던 바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트레버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바로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응. 왜?"

 "혹시 내가 뭐 기분 나쁘게 했어..?"

 "아니, 전혀."

 

 트레버는 굳은 얼굴을 풀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바로를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바로는 트레버와 같이 걷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말을 해줘. 아까부터 왜 그래?"

 "뭐가?"

 "아까부터 날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도 제대로 안 하고 있잖아."

 

 바로의 말에 트레버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바로를 똑바로 쳐다봤다.

 바로도 트레버를 따라 자리에 멈추고 트레버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자 트레버는 살짝 눈에 힘을 주며 바로에게 말했다.

 

 "나는 너처럼 그렇게 놀 생각 밖에 없는 게 아니라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광장까지 갈지, 광장에 도착하게 되면 어디로 가서 무얼 할지 생각이 많거든."

 

 바로는 자신이 잘못 했다는 듯이 말하는 트레버에게 조금 화가 났지만 전부 맞는 말이라 이번에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대신 트레버를 살짝 노려보는 것으로 방금했던 트레버의 말이 자신을 언짢게 했음을 표했다.

 트레버는 바로의 눈빛을 본체만체 하더니, 어서 가자며 앞장섰다.

 바로는 더욱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바로는 광장을 구경하러 간다는 생각에, 혹은 너무 신이 나 있던 탓에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트레버가 곁에 있으니 모든 걸 트레버에게 맡기려 한 걸지도.

 바로는 트레버의 뒤를 쫓아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그렇게 계속 걷기만 하다보니 조금씩 다리가 아파오고, 잠깐 쉬었다 가자는 말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그때마다 트레버의 굳은 표정을 보곤 열었던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저기만 돌면 광장이 나올 거야."

 

 트레버가 바로에게 알려주었지만, 바로도 알 수 있었다.

 점점 더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

 

 광장에 들어선 바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여기저기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광장 중앙의 시계탑 주변에선 사람들이 큰 천으로 천막을 짓고 있었고, 시계탑 앞의 분수대 주변으로는 각자 바빠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떤 남자는 작고 네모난 종이뭉치를 들고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또 다른 남자는 무슨 기계로 예쁜 색으로 물든 구름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띄엄띄엄 맛있는 냄새가 나는 요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바로가 정신을 못 차리고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본 트레버는 무어라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고 바로가 구경하는 것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후, 바로가 구경을 마치고 트레버를 향해 돌아보자, 그제야 트레버도 북적거리는 광장을 보고 기분이 조금은 풀렸는지 씨익 웃는 얼굴로 바로를 쳐다봤다.

 

 "구경은 잘 했어?"

 "응! 도시는 매일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 맛있는 음식들도 많이 만들고 그래?"

 

 바로는 기분이 풀린 트레버를 보고 들뜬 기분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물었다.

 

 "음.. 오늘이 축제하는 날이라서 그럴 거야. 그나저나 좀 가만히 좀 있어."

 "아, 미안해. 축제가 뭐야? 농장에서도 가끔 우리를 한 곳에 모아두고 맛있는 것도 주고 집 청소를 하던데. 그거랑 비슷한 건가?"

 

 말을 마친 바로는 트레버 앞에 마주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니, 그거랑은 달라. 축제는 한 마디로 특별한 날이야. 일 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일반 사람들은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어. 거기다 구경거리도 많지. 그리고 이런 날은 자주 오지 않아. 넌 아주 특별한 날에 온 거야."

 

 말을 마친 트레버는 바로의 앞발에 손을 턱 얹으며 씨익 웃어 보였다.

 바로는 트레버에게서 이런 날은 자주 오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더욱 신기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래서, 우린 어디부터 갈 거야?"

 

 짐짓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로가 물었다.

 트레버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며 고민하는 듯싶더니, 바로를 보며 한 마디 했다.

 

 "어디부터 가고 싶어?"

 "나?"

 

 바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쪽을 가리켰다.

 

 "저게 궁금해!"

 "그래, 그럼 저기부터 가보자."

 

 말을 마친 트레버는 다시 속력을 올리려다 자신을 부르며 팔을 붙잡는 바로 때문에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저기, 트레버."

 "왜?"

 "우리, 조금만 느긋하게 가자. 이미 광장에 도착했잖아. 하나하나 구경하면서 천천히 돌아다니고 싶어."

 

 트레버는 한숨을 쉬고 바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잠깐 동안 둘은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이윽고 트레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알았어. 대신, 지금부터 생기는 위험은 나도 어쩔 수 없어. 그러니까 언제나 긴장을 놓지 말고 조심해야 돼. 알았지?"

 "응, 걱정 마. 나 혼자 어떻게든 할게."

 

 바로가 자신에 찬 표정으로 끄덕이는 걸 보고 트레버는 못미덥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어디부터 가보고 싶다고?"

 

 트레버의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바로는 다시 한 번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을 가리켰다.

 

 "저기!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에 가보고 싶어!"

 "그럼 거기로 가자. 대신 내 옆에 꼭 붙어 다녀야 한다? 알았지?"

 "걱정하지 마. 난 너랑 헤어지기 싫으니까."

 

 바로는 트레버의 작은 몸뚱아리에 뺨을 부비며 헤헤 웃었다.

 트레버는 귀찮다는 듯이 바로를 떼어냈지만 얼굴에선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바로는 트레버가 웃는 걸 보고 기분이 한층 더 좋아졌다.

 

 "어서 가보자! 빨리 가서 보고 싶어."

 "알았어. 그럼 나도 오랜만에 느긋하게 구경이나 해볼까?"

 

 그렇게 바로와 트레버는 광장의 중앙에 위치한 분수대까지 가는 동안 천천히 걸어가며 주변을 열심히 구경했다.

 아직 준비 중인 사람들도 몇몇 보였지만, 대부분 벌써부터 사람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거나,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는 눈에 띄는 것마다 트레버에게 물어봤다.

 

 "트레버, 저건 뭐야? 구름을 만들고 있어!"

 

 바로가 시계탑 앞의 솜사탕을 만드는 기계를 가리키며 외쳤다.

 트레버는 그런 바로를 보며 웃는 얼굴로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저건 구름이 아니라 솜사탕이라는 거야. 맛있어 보이지?"

 "저거 먹는 거야?"

 "그럼~. 사람들이 손에 하나씩 들고 있잖아. 먹기도 하고."

 

 바로는 고개를 들어 자신 주변의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정말로 사람들은 구름을 한 손에 들고 입으로 뜯어 먹거나 다른 한 손으로 뜯어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처음 도시에 왔을 때 봤던 웃는 얼굴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

 

 "다들 행복해 보여. 도시로 와서 처음에 봤던 사람들은 웃고 있어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는데. 저 구름 때문인가? 아니면 손에 들고 다니던 작은 기계로 슬픈 걸 보고 있었나? 아니면 혼자 다녀서 그랬을까? 나도 혼자 다니면 슬픈데. 오늘은 사람들이 모두 다 같이 다니잖아..."

 

 왠지 자신이 또 무언가 말실수를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바로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트레버의 시선을 느끼고 점점 말끝을 흐렸다.

 

 "어.. 내 생각은 그래. 역시 어떤 일이든 친구랑 함께라면 행복한 거 같아. 그치?"

 

 바로는 트레버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끝맺었다.

 트레버는 바로의 앞발을 끌어당기다시피 안고 어깨까지 기어올라 바로의 머리를 세게 헝크려트렸다.

 

 "짜식, 그런 말도 할 줄 아네. 맞아. 친구랑 함께라면 뭐든 좋지. 그게 그냥 친구든, 이성친구든."

 

 바로는 자신보다 작은 몸집의 친구에게 목이 졸리는 듯해도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멈출 수 없었다.

 헤헤 웃던 바로가 갑자기 솜사탕을 들고 지나가는 연인을 힐끗 보더니, 트레버에 물었다.

 

 "너, 저 구름 먹어본 적 있어?"

 "안 먹어봤어. 아니 못 먹어봤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구름이 아니라 솜사탕이라니까?"

 "아무튼. 근데 안 먹어본 거랑 못 먹어본 거랑 무슨 차이야?"

 

 트레버는 잠깐 주저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나는 쥐잖아. 쥐들은 인간들이 먹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별로 없어. 해봤자 땅에 떨어진 거나 먹다 버린 것들을 먹지."

 "왜? 가서 달라고 하면 되잖아."

 

 바로는 트레버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앞에 가서 조금만 달라고 하면 줄 텐데, 왜 남이 먹다 버린 것들을 먹는지.

 트레버는 바로의 말이 끝나는 순간에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쥐'라고 했잖아. 사람들이 싫어하고 징그러워하고, 무서워하는 쥐."

 "아..."

 

 바로는 트레버의 말뜻을 알아채곤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계속해서 트레버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아왔는지에 대해 말해줬건만, 바로는 또다시 트레버와 자신의 차이를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해."

 "아냐, 그걸 깜빡했다는 건 네가 정말 나를 쥐가 아닌 친구로만 생각했기 때문이잖아. 이해해."

 

 트레버는 웃는 얼굴로 바로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바로는 자신이 계속해서 말실수를 하는 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트레버가 웃고는 있지만 아마 많이 실망하고 상처 받았을 거야. 어떻게 하지?'

 

 그들은 천천히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바로는 계속 트레버가 하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자신의 실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듣고 있어?"

 "응? 응. 듣고 있어."

 

 트레버가 갑자기 질문을 하자 바로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이에 트레버는 바로를 살짝 노려봤지만 딱히 자신이 중요한 얘기를 했던 것도 아니니 그냥 넘어가기로 한 듯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로는 트레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 갑자기 트레버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트레버. 내가 솜사탕 구해볼까? 땅에 떨어진 거 말고, 누가 먹다 버린 거 말고."

 "응? 어떻게 구하게?"

 

 뜬금없이 바로의 제안에 되묻는 트레버.

 하지만 금세 얼굴이 밝아지며 외쳤다.

 

 "아, 넌 고양이니까 조금만 노력하면 바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처에 숨어서 조금만 기다려. 금방 구해다 줄게."

 

 바로는 기세등등한 표정을 앞세워 솜사탕을 향해 나아갔다.

 트레버는 근처 하수구로 쪼르르 들어가 바로가 하는 걸 지켜봤다.

 바로는 솜사탕 만드는 기계를 만지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야옹야옹 울기 시작했다.

 

 "어머, 저 고양이 좀 봐."

 "응? 어디?"

 "저기, 솜사탕 앞에서 울잖아."

 

 지나가던 사람들이 바로를 발견하고 조금씩 몰려들었다.

 장인은 바로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었다.

 

 "허허, 거참. 길고양이 덕분에 오늘 많이 팔겠네."

 

 이렇게 중얼거리던 장인은 바로를 힐끔 보며 미소지었다.

 이에 바로는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야옹 거리며 솜사탕 만드는 기계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바로를 보고 몰려든 사람들은 하나 같이 바로를 한 번씩 쓰다듬으려 손을 내밀었다.

 바로는 자신에게 몰려드는 사람들이 무섭기도 했지만, 트레버에게 솜사탕을 구해다 줄 생각에 꾹 참고 열심히 야옹 거렸다.

 하지만 역시 한꺼번에 많은 손이 다가오자, 바로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요리조리 흔들며 사람들의 손을 피했다.

 

 '아참, 피하면 안 되지?!"

 

 바로는 가만히 자리에 앉고 몸을 꼿꼿이 세운 채로 사람들이 자신을 쓰다듬도록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들고 있는 솜사탕과 솜사탕 기계를 번갈아보며 야옹 거리며 앞발을 흔들어댔다.

 

 "어머, 이 고양이 솜사탕 먹고 싶은 가봐. 내가 줄까?"

 

 바로를 귀엽게 바라보고 있던 연인의 한 여자가 자신의 솜사탕을 조금 뜯어 고양이에게 내밀었다.

 바로는 궁금증에 자신 앞에 있는 솜사탕을 먹을 뻔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솜사탕 기계를 빤히 바라보며 다시 야옹 거렸다.

 

 "아, 뭐야.. 내가 먹던 건 안 먹는다는 거야?"

 

 여자는 토라진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들고 있던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더니, 지갑을 꺼냈다.

 

 "아저씨, 저 솜사탕 하나만 더 만들어 주세요."

 "어이구~ 이 고양이 주려고 사는 건가요?"

 "잔말 말고 하나 주세요. 어휴 고양이 주제에 입만 고급스러워 가지고."

 

 솜사탕 장인은 껄껄 웃으며 솜사탕을 만들어 주었다.

 여자는 솜사탕을 받아들고 바로 앞에 앉아 솜사탕을 내밀었다.

 

 "자, 이건 내가 먹던 거 아냐. 이제 됐지?"

 

 바로는 솜사탕을 빤히 쳐다봤다.

 지금 이 솜사탕을 먹게 되면 트레버는 결국 자신이 먹던 솜사탕을 먹게 되는 거고, 자신이 약속했던 것과는 다르게 된다.

 바로가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자, 여자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냥 땅에 내려놔 봐. 고양이가 어쩌나 보게. 처음부터 솜사탕 만드는 거 보고 있던데. 얘도 뭔가 생각이 있겠지."

 

 여자는 뾰로통한 얼굴로 손잡이를 바로 쪽으로 향하게 내려놓았다.

 바로는 그제야 '야옹' 한 번 울고 손잡이를 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 이 고양이가 내가 준 솜사탕을 물었어! 가져가서 먹을 건가 봐."

 

 여자는 활짝 웃는 얼굴로 자기 옆에 서 있는 남자를 톡톡 치며 말했다.

 바로는 자신의 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솜사탕을 땅에 내려놨다.

 그리고 자신에게 솜사탕을 주었던 사람이 자신을 볼 때까지 기다리다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 게요."

 

 바로는 인사를 하고 솜사탕을 물어 근처 하수구 앞으로 갔다.

 이를 지켜보던 여자는 활짝 웃으며 자신의 옆에 서있는 남자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오빠, 봤지.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한 거?"

 "응. 아마 그럴 거야. 좋겠네. 고양이한테 인사도 받고.. 응?"

 

 남자는 말을 하다 말고 조용히 여자를 툭툭 건들이며 솜사탕을 물고 간 고양이를 가리켰다.

 바로는 가져온 솜사탕을 하수구 앞에 내려놓고 야옹거렸다.

 

 "트레버, 솜사탕 구해왔어. 나 아직 한 입도 안 먹었으니까 빨리 나와. 같이 먹자."

 

 하수구 틈에서 붉은 눈 두 개가 나오는가 싶더니 트레버가 바깥으로 나왔다.

 

 "응. 다 지켜보고 있었어. 역시 고양이들은 세상 살기 편하구나. 부럽긴 하네."

 

 트레버가 자신을 부러운 듯 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럴 의도가 없던 바로는 당황하며 트레버를 향한 자신의 부러움을 말했다.

 

 "아냐, 나는 도시에 대한 것들과 여기저기를 잘 알고 있는 네가 더 부러워. 나는 내가 나고 자랐던 농장 밖에는 잘 모르는 걸."

 

 트레버는 바로의 말에 피식 웃더니, 어서 같이 먹자고 했다.

 그러자 바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일단 네가 먼저 먹으면 그때 먹을래. 나는 이제 처음 본 솜사탕이지만, 너는 지금껏 많이 봤는데도 못 먹어봤다면서. 나보단 네가 더 먹고 싶을 거야. 거기다 이건 새거잖아."

 

 트레버는 쑥스럽다는 듯이 고맙다고 말하며 솜사탕에 고개를 처박았다.

 바로는 자기도 빨리 먹어보고 싶어 솜사탕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트레버에 대답을 재촉했다.

 

 "어때? 맛있어? 무슨 맛이야? 구름이랑 똑같은 맛일까?"

 

 한참동안이나 솜사탕에 파묻혀 있던 트레버가 외쳤다.

 

 "응! 맛있어! 구름도 아마 똑같이 맛있을 거야. 분명해. 너도 빨리 먹어 봐."

 

 바로는 트레버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솜사탕에 고개를 처박고 야옹 거리며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솜사탕은 정말 달았고, 입 속에 들어오는 족족 녹아내렸다.

 혀에 착 달라붙어 감싸는 달콤함과 코끝에 묻어 향긋한 냄새를 끊임없이 내는 솜사탕은 그야말로 하늘에 붕 떠서 구름에 파묻힌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둘은 솜사탕을 먹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고양이가 쥐를 위해 솜사탕을 구해다 자신보다 먼저 먹게 하고, 끝내는 같이 솜사탕을 먹는 진귀한 장면을 보고 놀라워하고 있었다.

 이윽고 솜사탕이 질릴 때까지 먹은 바로와 트레버는 결국 솜사탕을 남기기로 했다.

 트레버는 자리에 드러누워 자신이 음식을 남겨본 적은 처음이라며 좋아했다.

 바로는 그런 트레버를 보며 뿌듯해 하며 다른 곳도 가보자며 트레버를 일으켜 세웠다.

 

 "트레버, 솜사탕 완전 맛있지 않았어? 나, 그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 봤어."

 

 함께 광장을 걷던 바로는 질릴 때까지 먹었던 솜사탕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혀로 입가를 핥으며 말했다.

 

 "맞아.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것들보다 맛있었어."

 

 트레버가 입가를 닦으며 동의했다.

 그리고 힐끗 바로를 돌아보며 아주 작게 덧붙였다.

 

 "친구랑 같이 먹으면 뭔들 맛 없겠어. 오랜만에 친구랑 먹으니 더 맛있는 거 같더라."

 

 말이 끝나고 트레버는 바로를 힐끗 쳐다봤지만 바로는 이를 듣지 못한 듯 했다.

 바로는 트레버를 돌아보며 물었다.

 

 "축제는 언제까지 해? 일주일 정도는 하려나?"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이번 축제는 조금 짧을 거야. 오늘 시작했으니.. 앞으로 이틀 뒤면 끝나겠네."

 "그럼 총 사흘 밖에 안 해?"

 

 트레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광장을 걸었다.

 트레버도 바로의 옆에서 아무런 말 없이 같이 걷기만 했다.

 아마 이들은 오늘 겪었던 일들을 곱씹는 중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아빠 고양이 바로 2019 / 10 / 29 199 0 6222   
15 마지막 발자국 2019 / 10 / 29 223 0 7616   
14 열세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6 0 7529   
13 열두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0 0 7156   
12 열한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1 0 7450   
11 열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32 0 10470   
10 아홉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8 0 7915   
9 여덟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6 0 9397   
8 일곱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20 0 8250   
7 여섯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3 0 9559   
6 다섯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5 0 8890   
5 네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1 0 8558   
4 세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7 0 9188   
3 두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3 0 8902   
2 첫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8 0 9598   
1 아기 고양이 바로 2019 / 10 / 29 344 0 336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