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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네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24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8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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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바로는 시궁창을 앞장서는 쥐들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왠지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았지만 기분 나쁜 초록빛이 도는 물웅덩이로 가득하고 끈적끈적하기까지 한 배수구를 너무 깊게 들어온 터라, 쥐들을 믿고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저기, 이름은 뭐야?"

 

 쥐들의 무리 뒤에서 바로가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그러자 무리의 어느 곳에서 한 마리가 불쑥 고개를 내밀더니 바로에게 침을 뱉고는 고개를 숙여 사라졌다.

 고양이 바로는 침을 닦아내며 자신에게 침을 뱉었던 쥐가 있었던 곳을 노려봤다.

 바로의 발밑에서 쥐들의 무리 중 끝 부분에 있던 쥐가 바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냥 신경 꺼. 어차피 우리들은 이방인인 널 좋아하지 않아. 지금 여기서 공격하지 않고 안내해주는 것에 감사하라고."

 

 하지만 여전히 기분이 풀리지 않은 바로는 툴툴거렸다.

 

 "이름 정도는 알려줘도 되잖아. 이름 알려준다고 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그 순간 일제히 쥐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바로를 향해 돌아서더니,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다 갑자기 위협적으로 바로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설명해 줄게. 너는 고양이지."

 "응 맞아. 난 고양이야."

 "우리는 누구지?"

 "쥐야."

 

 바로는 줄곧 대답하는 내내 자신이 바보가 된 듯 한 기분을 느끼며 대답했다.

 쥐들은 그런 바로를 무시하고 둘러싸며 한 마디씩 했다.

 

 "그래."

 "우리는 쥐야."

 "네가 오기 전에 우리와 친구가 되고 싶다던 고양이가 있었지."

 

 바로는 쥐들의 기세에 눌려 조금씩 다가오는 쥐들의 포위망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런 바로를 봐주려는 쥐는 한 마리도 없었고, 오히려 목소리를 더 높이기만 했다.

 

 "그런데 그 고양이와 친해지고, 우리가 사는 곳에 들였을 때 어떻게 된 줄 알아?"

 "모, 몰라."

 

 바로는 주변을 둘러보며 점점 발 디딜 틈 없이 좁혀오는 포위망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주춤거렸다.

 쥐들은 어느새 바로의 발 바로 밑에 우글거리고 있었다.

 

 "그 고양이는 우리를 공격했어. 우리가 도망치려는 것도 미리 생각을 했던 건지, 친구를 불러와서 도망칠 길도 막아놨더라고."

 

 바로는 크게 당황하며 자신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쥐들의 매서운 태도에 그만 묻혀 버리고 말았다.

 

 "흥, 너도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지?"

 "하, 하지만.. 나는 이미 트레버와..."

 

 여기까지 밖에 말하지 않았건만, 쥐들은 찍찍거리는 소리를 크게 내며 바로를 위협했다.

 

 "하, 말 한 번 잘 했네. 그 고양이를 데려온 쥐가 누군지 알아?"

 

 바로는 눈동자가 커지며 떠올렸다.

 이곳 시궁창이 아닌, 여기서 멀리 떨어진 어느 하수구에 홀로 지내고 있는 쥐.

 

 "트레버?"

 

 트레버라는 이름을 듣고 눈을 빛내며 안내해주겠다던 쥐떼들.

 그들은 바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꿰뚫어보고 있는 듯 했다.

 

 "자, 이제 우리가 이제 어떻게 할 건지는 대충 알겠지?"

 "우리는 처음부터 너를 무사히 돌려보내줄 생각이 없었어."

 

 바로가 자신을 향해 조금씩 다가오는 새까만 쥐들의 잔상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어디선가 바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위쪽을 봐!"

 

 바로는 얼떨결에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위쪽을 봤다.

 머리 위에 보이는 수 많은 구멍들 중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다리 딸린 구멍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거 타고 위로 올라와! 빨리!"

 

 바로는 이런저런 생각할 새도 없이 무작정 그 목소리가 하라는 대로 높이 뛰어 사다리에 매달렸다.

 쥐들은 고개를 들어 사다리에 매달린 바로를 쳐다봤다.

 

 "뭐해? 빨리 쫓아야지! 이대로 놓칠 거야?"

 

 무리 중 한 마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다른 쥐들이 그에 동의하는 듯 한 웅성거림으로 답하고, 곧바로 자기들끼리 탑을 쌓기 시작했다.

 바로는 무서운 속도로 자신을 쫓아오는 쥐들을 떨쳐내려 최대한 빠르게 사다리를 탔다.

 

 "구멍에 들어가면 쉬지 말고 바로 위의 구멍에 한 번 더 올라 타! 쥐들은 탑 쌓기에도 시간이 벅차니까 최대한 빨리!"

 

 바로가 구멍에 올라와 밑을 내려다보며 숨을 고르고 있기가 무섭게 목소리는 바로를 재촉했다.

 바로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위쪽에 있는 구멍으로 도약했다.

 그러자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구멍까지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달려가! 그리고 위쪽에 보이는 구멍을 올라타서 곧장 달려!"

 

 바로는 자신에게 지시하는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그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한 목소리였기 때문일까.

 그렇게 목소리가 하라는 대로 마지막 구멍에까지 올라가자,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바로는 숨을 헐떡대며 자리에 앉아 쉬기로 했다.

 

 "헉.. 헉... 모르는 동물 따라가지 말라고 한 게 정말이었구나... 휴우.. 무서웠어."

 "당연히 무서웠겠지. 걔네들은 고양이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거든."

 

 바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뒤쪽에서 여기까지 자신을 인도했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는 화들짝 놀라 곧바로 뒤로 돌아 경계했다.

 

 "아, 그렇게 경계할 필욘 없어. 내 목소리 기억 안 나?"

 

 바로는 그제야 낯설지 않았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어째서 처음 듣는 목소리임에도 자신이 믿고 따를 수 있었는지도.

 그늘진 곳에서 빨간 두 개의 빛이 빛나더니, 이내 조금 덩치가 큰 쥐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트레버!"

 

 바로는 반가운 맘에 큰 소리로 트레버의 이름을 불렀다.

 

 "안녕, 바로. 서로 얼굴 보는 건 처음이네."

 

 트레버는 바로를 향해 멋쩍게 웃으며 반겼다.

 바로는 참방참방 트레버에게 뛰어가며 안겼다.

 

 "트레버, 너무 보고 싶었어!"

 "그래, 나야. 처음 보는데도 어떻게 알아보네?"

 

 트레버는 자신에게 안긴 바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작게 말했다.

 바로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트레버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당연하지! 네 목소리를 계속 그리워했어. 비록 짧게 만났지만, 그래도 내가 도시에 와서 처음 사귄 친구잖아!"

 

 트레버는 어쩐지 슬픈 눈을 하고 바로의 어깨를 계속해서 토닥였다.

 

 "그래.. 그렇구나... 이제 그만 좀 떨어져 줄래..? 너 너무 커서 무거워."

 

 그제야 바로는 트레버에게서 떨어지며 미안한 투로 물었다.

 

 "아, 아 미안! 그나저나 여긴 어쩐 일이야? 너는 거기서 못 나간다면서?"

 

 트레버는 잠깐 숨을 들이마시더니,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곤 입을 열었다.

 

 "그래. 거기서 못 나가지. 하수구 안에서 말이야."

 

 바로가 무슨 소리냐는 듯 한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걸 느낀 트레버는 입을 열었다.

 

 "내가 고양이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실수였어. 물론 너는 좀 다르지만, 그 고양이도 말하는 게 너랑 똑같았거든. 처음 도시로 와서 친구도 없이 혼자 떠돌아다니고 있었어. 그래서 쉽게 대화를 할 수 있었지. 너도 알다시피, 그 작은 틈으로는 고양이가 들어올 수가 없었으니까."

 

 트레버는 동의를 구하는 듯이 바로에게 한 번 눈길을 줬다.

 바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트레버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대화를 좀 했지.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말이 좀 통하는 고양이였지. 그리고 난 그 고양이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는 그 고양이를 우리가 있는 곳으로 초대했고, 결국에는 네가 들은 대로의 일이 벌어진 거야."

 

 트레버는 말을 마치고 바로를 바라봤다.

 바로는 뭐라 말해야 트레버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위로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

 "됐어. 위로는 하지 않아도 돼. 다 그 고양이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초대한 내 잘못인 걸."

 

 트레버는 말을 마치고 씨익 웃어보였다.

 바로는 트레버가 웃는 걸 보곤, 자기도 마음이 조금 놓이는 듯, 따라 웃었다.

 그리고 트레버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네 친구들이랑 사이가 나빠진 거야?"

 

 트레버는 힘없이 고개를 젓고 위쪽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냥 쫓겨난 거지. 다신 자기들 근처에 얼씬도 말라더라."

 "뭐? 그건 너무 하잖아."

 

 바로는 자신이 잘못 했을 때마다 심하게 혼을 내긴 했지만, 농장에서 쫓아내지는 않았던 시저를 떠올렸다.

 

 "하지만 우린 살아남는 게 중요해. 고양이들도 그렇고. 그런데 내가 생명에 위협이 되는 존재를 끌어들였으니, 당연한 결과지. 그래서 난 고양이들을 피해 이곳을 제외한 다른 배수구를 오가며 살아남은 거고."

 

 트레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트레버는 지금까지 살아남으려 열심히 숨어 살고, 도망치며 살아왔다. 트레버의 친구들도, 그들을 공격한 그 고양이들마저도.

 하지만 자신은 지금까지 안전한 농장에서, 그저 놀기만 좋아하는, 그런 한심한 고양이에 불과했다.

 숙연해진 분위기를 눈치 챈 트레버가 짐짓 활기찬 목소리로 바꾸며 입을 열었다.

 

 "일단 너는 믿을만 한 거 같으니, 내가 도시 구경을 좀 시켜줄까? 친구들에게는 버림 받았지만, 덕분에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거든."

 "정말? 근데 넌 밖으로 못 나가지 않아?"

 "괜찮아.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도와주겠지."

 

 트레버는 바로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바로 또한 트레버를 보고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응!"

 

 트레버는 잠깐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 시궁창을 벗어나는 출구를 안내하겠다며 앞장섰다.

 바로는 트레버의 뒤를 따라 열심히 참방대며 뒤쫓았다.

 

 이윽고 밝은 빛을 뿜어내는 큰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고, 눈이 부신 바로와 트레버는 실눈을 뜨고 천천히 나아갔다.

 트레버를 따라 나온 곳은 어느 학교 앞 하수구.

 마침 점심시간인 듯, 학생들은 모두 어디론가 가 버리고 조용하기만 했다.

 트레버는 주위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하수구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곤 재차 주변을 살폈다.

 바로도 트레버를 따라 빠져나온 뒤, 주변을 살폈다.

 그런 바로를 보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던 트레버는 앞장서서 걸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긴 학교라는 곳이야. 사람들이 공부하는 곳이지. 주로 어린 아이들이 있어. 가끔은 어른들도 있고."

 

 트레버의 설명을 들으며 언덕길을 올라가던 바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나도 이런 곳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 도중, 바로는 갑작스레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 맞아!"

 "뭐, 뭐야? 왜 그래?"

 

 갑작스러운 외침에 앞장서서 서던 트레버는 놀란 목소리로 바로를 향해 돌아봤다.

 바로는 기대로 가득한 눈빛으로 트레버를 바라봤다.

 

 "혹시 검은 색 털의 고양이와 하얀 색 털의 고양이가 같이 있는 거 본 적 있어?"

 "어.. 본 적은 있지만 너무 오래 전이라서 아직도 살아 있을지 아닐지도 잘 모르겠어. 그리고 그 고양이들이 네가 찾는 고양이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렇구나..."

 

 바로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근데 그 고양이들은 왜 찾아?"

 

 트레버는 뜬금 없는 바로의 질문에 의아해 하면서 반응을 살피듯 물었다.

 

 "그 고양이들이 우리 엄마, 아빠래..."

 

 바로는 더욱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트레버는 자신이 너무 남일이라는 양 물었던 것을 후회하는 듯, 바로의 곁에 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저기..."

 

 트레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바로가 고개를 들어 트레버를 쳐다보자, 트레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그 고양이들이 네 부모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뭣보다 그 고양이들을 같이 본 게 아니라, 한 마리씩 따로 봤다고. 아마 서로 모르는 고양이일 거야. 분명해."

 

 바로는 비록 트레버가 자신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하는 빈말일지라도, 그 마음에 고마웠다.

 

 "고마워. 사실 우리 엄마 아빠를 찾을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해. 나는 한 번도 엄마랑 아빠를 본 적이 없거든."

 

 트레버는 웃는 얼굴로 바로의 다리를 부둥켜안으며 찾을 수 있을 거라며 위로했다.

 바로도 트레버를 따라 웃으며 생각했다.

 이런 친구는 정말 잊지 못 할 거라고.

 비록 쥐와 고양이 사이의 우정이지만, 그래도 트레버만큼은 끝까지 친구로 지내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에 왔는데 뭐 보고 싶은 건 있어?"

 

 트레버가 팔을 풀며 물었고, 이에 바로는 고민하지도 않고 외쳤다.

 

 "아이들이 배우는 곳에 가보고 싶어!"

 "그래? 그럼 가자. 안내해 줄게."

 

 트레버는 자신 있게 말하며 언덕을 올라갔다.

 바로는 그런 트레버의 뒷모습을 보면서 정말 친구 하나는 잘 사귄 거 같다고 뿌듯해 했다.

 그렇게 둘은 서로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며 언덕을 올랐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왔던 환경에 대해서도.

 트레버가 해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바로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트레버와 친구가 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넌 어디서 왔어?"

 

 자신의 이야기를 끝마친 트레버가 바로에게 물었다.

 

 "나? 나는 저어기 농장에서 왔어."

 "저쪽 도시 바깥에 있는 작은 농장?"

 

 트레버가 놀랍다는 듯이 되물었다.

 이에 바로는 트레버의 반응에 약간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니, 우리 농장은 꽤 큰데?"

 "음.. 이 근처 농장은 그쪽 밖에 없을 텐데..."

 

 트레버가 턱을 괴며 잠깐 생각에 빠지고 있을 무렵, 학교의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오, 이런... 학교 구경은 그냥 나중에 하기로 할까?"

 

 트레버가 종소리를 듣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에게 말했다.

 

 "왜?"

 "음.. 점심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이 다시 교실로 돌아오거든. 아마 우릴 보면 만지려 하거나, 무언갈 던지거나 하면서 장난칠 게 분명해."

 "아, 나도 그러는 아이들 봤어. 그런데 그 아이들은 왜 그러는 거야?"

 "그거야 그 아이들은 우리를 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니까. 거기다 너는 고양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너랑 다르게 나는 쥐야. 여자아이들이건 남자아이들이건 모두 나를 싫어하지."

 "왜 싫어해?"

 

 바로의 끊이지 않는 질문에도 트레버는 끈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답해주었다.

 

 "그거야 쥐는 더럽고, 냄새 나고, 축축하기까지 한, 기분 나쁜 하수구에서 사니까."

 "그렇구나... 근데 왜 그런 데에서 살아?"

 

 이 질문에 트레버는 순간 하려던 말을 삼키고 잠깐 생각에 빠져들었다.

 바로는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그 옆에 앉아 자리를 지키며 트레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

 

 트레버가 입을 열자, 바로는 자리에 바로 앉아 트레버가 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음. 잘 모르겠어."

 "뭐어?"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던 바로는 트레버의 대답을 듣고 맥이 풀리지 않을 수 없었다.

 트레버는 바로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계속했다.

 

 "말 그대로야. 잘 모르겠어. 왠지 그런 곳이 마음이 편해."

 

 트레버는 자신을 향한 바로의 실망스런 눈빛들 힐끔 보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고양이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쥐들은 그래."

 

 바로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곳을 좋아할 리는 없을 텐데.

 

 "아무튼 학교는 다음에 구경시켜 줄 테니까, 대신 다른 곳에 데려다 줄게. 괜찮지?"

 

 트레버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는 트레버가 곤란해 하는 것 같아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일단은..."

 

 트레버는 수염 한 가닥을 배배 꼬며 언덕 밑의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도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바로도 그 모습을 보곤, 괜히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트레버를 따라했다.

 그 순간 트레버의 동공이 확 커지더니, 박수를 치며 말했다.

 

 "우리 광장에 한 번 나가보지 않을래?"

 "광장?"

 

 바로는 광장은 또 어떤 곳일까 생각해 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광장은, 음... 아주 큰 거리야."

 "아주 큰 거리?"

 

 바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자, 트레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보여줄게. 그게 설명하는 것보다 빠를 것 같다."

 

 트레버는 바로의 앞발 한 쪽을 잡고 어디론가 뛰기 시작했다.

 바로는 영문도 모른 채 트레버에 끌려가다시피 따라 뛰었다.

 

 "광장 가면 아무나 따라가지 말고, 내 옆에 딱 붙어 있어. 알았지?"

 

 트레버는 자신에게 붙잡혀 헐레벌떡 쫓아오는 바로를 돌아보지도 않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바로는 숨이 차서 헉헉대며 대답했다.

 

 "으, 응!"

 

 바로는 트레버를 끌려가다시피 쫓아가며 자신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웅성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나도 뭔가 배우고 싶은데...'

 

 바로는 학교 쪽을 돌아보다 넘어질 뻔 한 뒤, 고개를 정면으로 향하고 트레버를 쫓아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저 멀리 언덕 아래에 보이는 커다란 시계탑과 몰려있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학교에 가보지 못 했던 아쉬움을 덮어버렸다.

 

 "와아.. 저게 광장이야? 왜 아깐 저걸 못 봤을까? 아까 도시로 들어오기 전부터 보였던 건데."

 

 바로는 열심히 뛰어가며 트레버를 향해 물었다.

 

 "아마 다른 큰 건물에 가려져 안 보였을 거야. 지금은 우리가 높이 있으니까 보이는 거고."

 "그렇구나! 우린 지금 높이 올라온 거구나!"

 

 바로는 해맑게 웃으며 외쳤다.

 이 모든 게 행복했다.

 매일 지겹도록 봐 왔던 농장을 벗어나, 도시로 나오니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신기하고 재밌는, 처음 겪는 일들만 일어났다.

 바로는 자신 앞에 뛰고 있는 트레버에 대고 외쳤다.

 

 "트레버! 우린 친구지? 계속 친구지?"

 

 하지만 트레버는 바로의 질문을 듣지 못 한 듯, 아무런 말없이 그저 뛰기만 했다.

 바로는 이를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언덕을 뛰어 내려가며 한 번 더 외쳤다.

 

 "도시는 정말 신기한 곳이야! 도시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트레버는 힐끗 뒤를 돌아봐 바로를 한 번 보고는,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바로는 알아듣지 못 할, 아주 조용하고 고요한 목소리였다.

 

 "아직도 도시의 무서움을 잘 모르고 있네. 도시가 얼마나 위험한지 느끼게 해야겠어."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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