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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세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23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9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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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혼자가 된 바로는 도시로 가는 오솔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엄마, 아빠를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솔직히 정말로 찾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그저 생전 처음으로 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는 기대만 가지고 도시의 입구로 들어서는 바로였다.

 

 "흠, 여기서부터 도시인가?"

 

 도시로 가는 큰길가에 선 바로는 벌써부터 북적북적한 분위기에 한껏 들떠 있었다.

 도시는 입구에서부터 커다란 집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간혹 빠르게 움직이는 바퀴가 달린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들은 모두 저마다 한 손에 작은 기계를 들고 쉼 없이 돌아다니며 이따금씩 영문 모를 미소를 보였다.

 눈 앞의 이 모든 게 신기한 아직은 어린 고양이 바로는 여기저기에 눈도장을 찍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와.. 이곳이 도시구나! 정말 대단해!"

 

 바로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을 피하느라 도시 사람들처럼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구경하는 그의 눈동자만큼 바쁜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와.. 이게 무슨 냄새지?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네?"

 

 바로는 생전 처음 보는 모든 것들을 구경을 하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긋하고 고소한 냄새를 맡고는,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킁킁대던 바로가 도착한 곳은 어느 빵집이었다.

 바로는 커진 눈으로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신나 있었다.

 

 "어.. 저기다! 분명 저기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게 분명해. 다들 나처럼 맛있는 냄새를 맡고 모여 있나 보구나."

 

 바로는 그곳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아저씨-! 저도, 저도 주세요!"

 

 아직은 어린 고양이 바로는 빵이 진열되어 있는 곳 바로 앞에 앉아 열심히 야옹거렸다.

 

 "웬 똥고양이가 가게 앞에 서 있어? 저리 가!"

 

 그 빵집의 주인장은 바로를 쫓아내려 팔을 휘휘 저었다.

 바로는 주인장이 휘두르는 손짓에도 도망가지 않고 요리조리 피하며 계속 야옹거리기만 했다.

 

 "아저씨, 저도 그것 좀 주세요! 저도 먹고 싶어요!"

 

 하지만 주인장의 귀에는 귀찮은 고양이 울음소리에 불과했다.

 

 "하, 거참.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이 똥고양이가. 배고파서 그런가? 끝까지 귀찮게 구네, 정말!"

 

 주인장은 이렇게 말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바로는 풀이 죽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를 서성이며 나지막이 야옹거리기만 했다.

 

 "나도 맛있는 거 먹고 싶다... 무슨 맛일까? 어떤 맛일까? 내가 농장에서 먹었던 밥보다 맛있겠지?"

 

 하지만 그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귀에는 거슬린 고양이 울음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야오옹. 야오오옹~."

 "어머, 귀여워. 이 고양이, 배가 많이 고픈가봐. 우리가 뭐라도 줄까?"

 

 빵집 앞을 지나던 여학생 한 무리가 바로를 발견하고 그 주위로 몰려들었다.

 

 "왜.. 왜들 이러세요? 저 맛있는 냄새 나는 것만 먹어보고 바로 갈게요. 방해 안할게요!"

 

 바로는 갑작스레 몰려온 사람들에 당황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겁에 질린 눈빛으로 야옹거렸다.

 

 "야오옹... 야옹."

 "꺄아! 너무 귀엽다! 혹시 뭐 먹을 거 있어? 우리가 좀 나눠주자."

 

 여학생 무리는 바로가 야옹거리는 것을 보곤 너무 귀엽다며 다들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어.. 나 먹을 만한 게 아까 점심시간에 나온 우유 말곤 없는데?"

 "그럼 그거라도 주자."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바로의 앞에는 작은 우유팩이 먹기 좋게 찢어진 상태로 놓여 있었다.

 

 "저, 저 이거 먹어도 돼요?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저 먹으라고 주신 거예요?"

 

 바로는 눈앞에 놓여 있는 우유팩과 자신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야오옹. 야옹."

 "너무 귀엽다... 어서 먹어. 괜찮아."

 

 바로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다 우유에 혀끝을 살짝 댔다.

 혀끝을 타고 들어오는 우유의 달콤함, 그리고 콧구멍으로 스며드는 고소한 냄새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배고픈 바로가 참을 수 없는 유혹들이었다.

 바로는 허겁지겁 우유를 먹었다.

 우유를 열심히 먹고 있는 바로의 머리에 낯선 감촉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피하긴 했지만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아 이를 무시하고 우유를 계속해서 먹었다.

 이를 보며 여학생들은 하나, 둘 바로를 보며 한 마디씩을 했다.

 

 "얘는 어쩌다 이렇게 도시 한복판에 혼자 있게 됐지?"

 "그러게? 우리 동네엔 고양이들 없잖아."

 "..어, 야 우리 학원 시간 늦겠다. 빨리 가자."

 "아, 진짜? 야옹아 잘 있어. 우린 갈게~."

 

 여학생들은 저마다 바로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고는 사라졌다.

 바로는 사라져가는 여학생들에 뒷모습에 대고 인사했다.

 

 "안녕히 가세요~ 고마웠어요~."

 

 이윽고 가게의 문이 열리고 주인장이 나왔다.

 주인장의 손엔 작은 접시가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와, 그거 내거죠? 나 주시려고 가져오신 거죠?"

 

 바로는 그걸 보곤 자리에서 일어나 더욱 힘차게 야옹거렸다.

 주인장은 고양이를 발로 툭툭 밀며 접시를 땅에 던지다시피 내려놓곤 고양이에 대고 소리쳤다.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뭘 도시까지 나와서 굶고 다녀! 처음이니까 이렇게 주는 거야, 알았어?!"

 

 주인장은 바로에게 으름장을 놓고 가게 진열대 앞에 자리 잡고 행인들을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방금 막 구워서 내놨습니다! 고양이 말고 사람인 손님 환영합니다!"

 

 그 소리를 들은 행인들 중 몇몇이 빵집을 힐끔거리긴 했지만, 손님이 더 올 것 같진 않았다.

 한편 바로는 그 앞에 앉아 시선을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으로 향했다.

 그릇 위에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썰린 식빵을 우유에 푹 적셔서 목이 메지 않게 한 모양새였다.

 

 "와, 맛있겠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바로는 자신이 먹을 것을 준비한 주인장을 향해 열심히 야옹거리며 인사를 전했지만, 주인장은 이를 알아듣지 못 했다는 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

 ...

 

 잠시 후, 주인장이 가져다 준 빵을 다 먹은 바로는 그에게 다시 한 번 인사했다.

 

 "아저씨,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주인장은 자신에게 야옹거리는 고양이를 힐끔 보고 다신 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바로도 주인장의 외침 또한 알아듣지 못 하는 말이었기에,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곤 자리를 떴다.

 그렇게 운 좋게 맘씨 좋은 빵집 주인장을 만나 배를 채운 바로는 도시 깊숙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바로는 시선을 이리저리 옮겨 가며 도시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연신 감탄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관심이 꽂히게 됐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선 바로는 인상이 활짝 펴지며 감탄했다.

 

 "와, 도시란 정말 멋진 곳이구나!"

 

 바로를 감탄하게 만든 이곳은 도시의 어느 공원.

 때마침 공원에선 길거리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를 하고 있었다.

 바로는 잠시 넋을 놓고 그 자리에 서서 구경하는 것에 온 관심을 쏟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계속된 거리 공연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바로는 무대 밑의 작은 틈에서 빛나고 있는 두 개의 붉은 점을 발견했다.

 

 "뭐지..? 웬 빨간 점이지?"

 

 바로는 그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 하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 틈에 가까워지자 그 두 개의 붉은 점은 사라졌고, 대신 아주 얇은,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얇지만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으로 들어오면 안 돼. 그냥 여기서 대화 좀 하자."

 "어? 점이 말을 하네?"

 

 깜짝 놀란 바로는 새까만 틈 사이에서 빛을 내고 있는 붉은 점 두개에 대고 물었다.

 

 "넌 누구야? 왜 빨간 점이야? 몸은 없어?"

 

 그러자 두 개의 점은 잠깐 동안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아니, 이 빨간 점은 내 눈이야. 우리는 눈이 빨갛더라고."

 "와.. 눈이 빨간 색이야?"

 "응. 너는 눈이 노란 색이구나."

 "응 맞아! 내 눈은 노란 색이야!"

 

 바로는 도시에 와서 처음으로 대화가 통하는 존재를 발견했다는 것에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그리고 친구가 되고 싶었던 바로는 다짜고짜 이름부터 해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런데 넌 이름이 뭐야? 여긴 도시가 맞지? 도시에서 얼마나 살았어? 너는 왜 그런 좁은 틈에서 사는 거야?"

 

 바로의 질문 세례에 빨간 점은 당황했는지, 대답하는 목소리에서부터 다급함이 느껴졌다.

 

 "하나씩만 물어봐. 한 번에 대답해주기 힘들다."

 "알았어. 그럼 이름이 뭐야?"

 "나는 도시쥐 트레버야."

 "아~ 도시쥐라는 동물이구나."

 

 바로는 크게 반응하며 고개까지 끄덕였다.

 

 "나는 바로야. 보다시피 고양이고. 그런데 넌 도시쥐라면서 왜 그런 곳에 있는 거야?"

 

 아직은 어린 고양이 바로는 꼬리를 살랑대며 몸을 낮추고 트레버의 빨간 눈을 응시했다.

 그러자 트레버는 순간적으로 일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뭐야? 트레버, 갑자기 왜 그래? 어디 아파?"

 

 바로는 트레버가 있는 틈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몸을 낮춘 채로 다가갔다.

 그러자 트레버는 기어들어가면서도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잠깐..! 오지 마. 역시 안 되겠어."

 "무슨 소리야?"

 

 바로가 상체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너무 무섭단 말이야."

 "뭐가?"

 "네가 무서워."

 "내가?"

 

 바로는 몹시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자신은 친해지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간 거고,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서 걱정한 거였는데...

 트레버는 잠깐 망설이곤, 조심스럽게 말했다.

 

 "모르겠어. 네 눈이 날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너무 무서워."

 "그럼 내가 널 보지 않으면 되겠어? 난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친구라니. 너랑 나는 친구가 될 수 없어. 딱 이 정도 거리가 좋아."

 

 트레버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바로는 열심히 트레버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아기 고양이 바로는 또다시 홀로 남겨졌고, 공연은 언제 끝이 났는지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외로움에 바로는 아무 생각 없이 공원을 돌아다니다 큰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웅크려 앉았다.

 어린 고양이 바로는 졸음이 쏟아지는 걸 느끼며 하품을 했다.

 

 "나는 트레버랑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뭐가 문제인 거지..? 하음 졸려. 조금만 잘까?"

 

 바로가 잠들기 편한 자세로 고쳐 앉아 눈을 감았다.

 그 뒤로 얼마나 지났을까. 바로는 자신을 쓰다듬는 낯선 손길에 눈이 번쩍 떠지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누, 누구..?"

 

 잔뜩 긴장한 바로는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어린 아이들이 바로가 귀엽다며 온통 둘러싸고 있었다.

 바로는 겁을 먹고 어떻게 빠져 나가야 할지 모르고 웅크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안녕, 고양아? 여기서 자면 감기 걸려."

 

 한 여자 아이가 바로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이에 바로는 몸을 살짝 들썩이며 낯선 손길을 거부했지만 이를 알리가 없는 여자 아이는 바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남자 아이는 괜히 바로를 노려보며 핀잔을 줬다.

 

 "야, 고양이가 뭐가 좋다고 그러냐? 어차피 고양이들은 다 냄새 나고 더럽고 몸속에 이도 있다고."

 "귀엽잖아. 내가 볼 땐 더럽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나는걸?"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여자 아이에게 관심을 받지 못 한다고 느꼈는지, 남자 아이는 주변의 작은 돌멩이를 주워 들었다.

 

 "야, 왜 그래? 돌멩이는 왜 들어?"

 "가만 비켜봐. 고양이라면 이런 것쯤은 잘 피할 거야."

 "뭐? 야!"

 

 여자 아이의 만류에도 그 남자 아이는 작디작은 돌멩이들을 바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힘이 전혀 실리지 않은 듯 했지만, 아직 어린 고양이에게는 충분히 위협이 되었다.

 

 "왜.. 왜 그러세요... 전 그냥 잠만 자고 있었어요. 여기가 당신들 자리였다면 미안해요. 다른 곳에 가서 잘게요..."

 

 바로는 바들바들 떨면서 야옹거렸다.

 

 "야오옹..."

 

 바로의 가냘픈 울음소리를 들은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를 때렸다.

 

 "그만해! 애가 무서워하잖아! 불쌍하지도 않아?"

 

 하지만 남자 아이는 여자 아이의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돌팔매질을 계속 했다.

 결국 무서움에 떨고 있던 바로는 급히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에선 잠을 자는 것도 어렵구나. 카키 아저씨가 하셨던 말씀이 틀린 게 아니었어. 도시 사람은 너무 무서워."

 

 바로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뛰었고, 숨이 찰 때마다 주변을 살펴 또 다른 위험은 없는 지를 확인했다.

 맘 편히 잠들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정신 없이 찾던 바로가 당도한 곳은 도시의 외진 골목길이었다.

 비록 으슥하고 기분 나쁜 곳이지만 나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데다가 시끄러운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 위협을 피해 잠들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아.. 졸려... 여기라면 누가 날 괴롭히진 않겠지."

 

 바로는 골목길 벽에 붙어 있는 배수구, 그리고 그 밑의 대형 쓰레기통 위에서 웅크리고 앉아 두려움을 떨쳐내려 노력하며 잠을 청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바로는 잠을 잘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따금씩 들려오는 시끄러운 배수구 내부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쥐들이 찍찍거리며 떠드는 소리였다.

 바로는 결국 참지 못 하고 눈을 뜨고 배수구 내부를 노려봤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온 쥐 소리에 짜증이 가라앉는 걸 느끼며 배수구를 빤히 쳐다봤다.

 

 "어, 이 소린 트레버가 내던 소리와 비슷한데..?"

 

 바로는 귀를 쫑긋거리며 배수구의 내부를 바라봤다.

 하지만 찍찍거리는 쥐 소리만 가득할 뿐, 트레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뭐야.. 난 또 트레버라도 있는 줄 알았네."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사실은 조금 실망한 바로였다.

 바로는 괜히 배수구를 기웃거리며 트레버를 찾아볼까 고민했지만, 잘 알지도 못 하는 동물을 찾기 위해 처음 보는 곳에 들어간다는 건, 사실 아직은 어린 고양이에 불과한 바로에게는 아주 무서운 일이었다.

 

 "드, 들어가 볼까?"

 

 바로는 약간은 겁먹은 듯 한 표정으로 배수구의 안쪽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트레버를 찾으려면 들어가는 수밖엔 없겠지?"

 

 바로는 주춤대며 하수구로 들어가는 동그란 배수구에 발을 내딛었다.

 

 "으으!"

 

 바로는 발을 내딛다 말고 작게 신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수구의 내부는 시궁창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이따금씩 천장에선 차가운 물이 떨어졌고, 바닥엔 온통 냄새나고 더러운 물이 군데군데에 고여 있었다.

 그리고 물에 젖은 쓰레기들이 자꾸만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바로의 발걸음을 가로막았다.

 

 "으으.. 이런 곳에서 지낸다는 거야?"

 

 바로는 코를 찡그린 채로 천장에서 떨어지는 기분 나쁠 정도로 차가운 물에 맞거나 닿는 것조차 꺼려지는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밟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하지만 바로의 그런 노력에도 이따금씩 어디선가 들려오는 쥐들의 찍찍대는 소리는 여전히 그를 소름끼치게 했다.

 

 "누구지? 여긴 아무나 쉽게 들어오는 곳이 아닌데."

 

 바로는 별안간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곳엔 왜 온 거지? 아직 어린 거 같은데."

 "맞아. 이곳으로 혼자 오기엔 무리일 텐데?"

 

 바로는 또다시 사방에서 들려온 목소리들에 주변을 살폈다.

 

 "우린 이제 너희한테 쉽게 당해주지 않아."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 덕분에 지금까지 어디서 들려 온 건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왼쪽 벽 밑의 작은 틈을 가만히 노려보고 있자니, 이번엔 천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네가 고양이라고 해도 우리는 이제 무서워 하지 않아."

 

 바로가 고개를 들고 당황하며 천장을 향해 소리쳤다.

 

 "아니, 나는 그냥…"

 

 하지만 바로의 오른쪽 벽에서 바로의 말을 끊고 말했다.

 

 "그리고 우린 수가 많아. 너 하나 정도는 순식간에 쫓아낼 수 있어."

 

 여기까지 들리자, 여기저기서 어서 고양이를 쫓아내자며 동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침입자 취급에 바로는 당황하며 뒤로 돌아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자 어두운 그림자가 바로의 길을 가로막았다.

 

 "왜, 친구들을 불러 오려고? 여기에 우리들이 숨어 있다고 말해주려고? 여기에서조차 쫓아내려고?"

 

 그림자는 조금씩 바로에게 다가왔다.

 바로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치며 천장으로 도망칠까 생각했지만, 천장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란에 포기해 버렸다.

 천장으로 도망칠 생각을 체념한 바로는 계속 뒷걸음질 치다 막다른 벽에 부딪혔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바로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그림자는 낄낄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우리가 늘 느끼던 공포를 직접 느껴보니 어때? 우리처럼 막다른 길에 부딪혀 본 느낌이 어때? 응?"

 "미, 미안! 나는 그냥 친구를 찾으러 왔어!"

 

 다급한 바로는 트레버를 떠올리며 간절하게 외쳤다.

 친구라는 말에 그림자는 더욱 흥분하며 소리를 높였다.

 

 "친구? 우리와 친구라고? 허, 웃기지 마. 우린 친구가 될 수 없어!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우리는..!"

 "아냐! 이름도 알려줬단 말이야!"

 "시끄러워! 어디, 너도 우리처럼 처절했던 그 기분을 한 번 느껴 보라고!"

 

 그림자는 어느덧 바로의 코앞까지 다가와서 위협적으로 말했다.

 바로는 자신의 앞에 서서 앞발을 들고 있는 그림자를 향해 눈을 질끈 감고 큰 소리로 외쳤다.

 

 "트레버! 트레버라고 했어! 난 트레버를 보러 왔어!"

 

 그림자는 들었던 팔을 거두더니, 햇살이 비치는 곳으로 나오며 바로가 했던 말을 되물었다.

 

 "트레버? 트레버라고 했어?"

 

 햇살 밖으로 나온 그림자는 아주 작은 쥐 한 마리였다.

 아니, 작은 쥐 여러 마리가 하나로 뭉쳐 덩치가 큰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트레버라고 했어?"

 

 햇빛을 받으며 나온 작은 쥐는 바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재차 물었다.

 

 "응, 분명 트레버라고 했어. 그러고 보니 너흰 트레버랑 같은 도시쥐구나."

 "그래. 도시쥐였지. 지금은 시궁창에 사는 시궁쥐에 불과하지만..."

 

 바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시궁창이라도 도시는 도시 아닌가?'

 

 작은 쥐는 바로를 향해 똑바로 쳐다보며 했던 말을 또 다시 확인했다.

 

 "확실히 트레버가 맞지?"

 "응. 그렇다니까? 나한테 자신이 트레버라고 말해줬단 말이야."

 "그렇구나..."

 

 작은 쥐는 턱을 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바로는 얼굴이 밝아졌다.

 

 "트레버가 이곳에 있지? 트레버는 여기에 사는 게 확실하지?"

 "그래.. 확실하지."

 

 작은 쥐는 바로를 향해 눈을 반짝이며 덧붙였다.

 

 "그럼, 너는 트레버만 찾으면 되지?"

 "당연하지! 트레버를 보려고 들어온 거야! 너희들 집에 마음대로 들어온 건 미안해."

 

 바로는 짐짓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작은 쥐도 바로를 보며 씩 웃으며 말했다.

 

 "아냐, 미안하긴. 우리가 데려다 줄게."

 

 작은 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직 그림자 틈에 숨어있던 수많은 쥐들이 몰려나왔다.

 작은 쥐는 바로가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좁은 길 앞에서 바로에게 손짓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잘 따라와. 여기서 길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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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기 고양이 바로 2019 / 10 / 29 344 0 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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