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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두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22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8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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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농장에서 완전히 벗어난 바로는 거대한 새 고든이 알려준 대로 농장 뒷문으로부터 시작되는 길을 따라 열심히 걸었다.

 이따금씩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도시로 가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꾹 참고 걸었다.

 

 "헤헤.. 내가 이만큼 자라서 혼자 엄마와 아빠를 찾으러 왔다는 걸 알면 나를 엄청 자랑스러워하시겠지?"

 

 바로는 엄마와 아빠가 칭찬해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걷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길 주변에 달빛을 받아 푸르게 빛나던 풀과 나무들은 점점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넓다란 평원이 나타났다.

 거기다 바로는 점점 다리도 저려오고 털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찬바람을 견딜 수 없었는지, 잔뜩 몸을 움츠리고 걷고 있었다.

 

 "춥고 졸려... 고든이 분명히 이 길로 가면 도시가 나온다고 했는데 얼마나 더 걸어야 도시가 보이는 거지..?"

 

 바로는 더욱 움츠리고, 덜덜 떨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도시를 향하던 바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딘가 낯익은, 거대하고 하얀 새가 자신에게 내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와.. 이제 나 힘들지 말라고 하나님이 천사를 내려주셨나 봐... 천사님, 엄마 아빠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세요..."

 

 그 하얀 새는 바로의 앞에 내려와 날개를 접고 앉아 환하게 웃었다.

 바로도 하얀 새를 따라 활짝 웃으며 하얀 새에게 계속해서 힘 없이 말을 걸었다.

 

 "천사님, 천사님은 도시로 가면 어떤 게 하고 싶으세요? 전 엄마랑 아빠랑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하지만 거대하고 하얀 새는 아무런 말없이 바로를 내려다보며 웃기만 했다.

 마치 힘들어 지쳐있는 바로를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듯이.

 

 "이봐! 지금 어린애한테 뭐하는 짓이야! 어서 떨어져!"

 "누.. 누구..."

 

 바로는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를 들으며 더 이상 피로를 이기지 못 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털가죽을 뚫고 살을 에던 찬 공기와 바람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사라졌고, 기분 좋게 전신을 감싸는 따스함에 바로는 살며시 눈을 떴다.

 바로가 자고 있던 곳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어느 집 안이었다.

 바로 곁에는 지저분하고 나이 들어 허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늙은 개 한 마리가 있었다.

 바로가 몸을 일으키려 뒤척이자, 늙은 개는 인기척을 느끼고 바로를 향해 돌아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잘 잤니? 어젠 어쩌다 그런 무서운 동물과 그런 곳에 갔던 게야? 고든의 꾀임에 넘어간 걸 보니 아직 한참은 어린 거 같은데."

 

 늙은 개는 바로가 몸을 일으키는 걸 도와주며 물었다.

 

 "어.. 그 천사님이 고든이었어요? 아닌데..? 고든은 온통 검은색인데?"

 

 바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자, 늙은 개는 안쓰럽다는 듯이 바로를 쓰다듬었다.

 

 "에구.. 많이 지쳤었나 보구나... 헛것을 본 게야... 그건 새하얀 천사님이 아니라 새까만 악마야, 악마."

 "악마요?"

 

 바로는 어젯밤, 매우 지쳐있던 자신을 향해 너그러운 미소를 보여주던 거대하고 새하얀 새를 악마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설령 그것이 검은 고든을 하얀 천사로 잘못 봤던 자신의 착각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고든은 어제 우리 아빠에 대해서도 잘 알았고... 도시로 가는 길도 알려줬는걸요?"

 

 늙은 개는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그건 다 너를, ..아무튼 널 속인 거야. 도시로 가는 길은 완전히 다른 방향이란다. 잠깐, 그런데 뭐? 도시로 가는 길?"

 

 늙은 개는 말을 하다 말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에 바로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시로 가고 싶어요."

 "도시엔 왜?"

 

 늙은 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물었다.

 

 "도시는 온통 반짝거리는 불빛으로 가득하고, 맛있는 것도 많대요. 또 거기에 가면 부모님도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 아빠도 도시로 떠났었대요."

 

 늙은 개는 이제야 다 알겠다는 듯이 안쓰럽게 바로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구나... 도시가 궁금하기도 하고, 부모님도 보고 싶고.. 그런 거구나?"

 "네! 엄마랑 아빠랑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늙은 개는 아직은 덩치만 큰 아기 고양이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이 도시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바로는 아까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바로는 자신의 옆에 힘 없이 누워있는 늙은 개에게 비비적대며 애교를 부렸다.

 늙은 개는 그런 바로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 할아비가 아직 네 이름도 모르고 있구나. 이름이 뭐니?"

 "전 바로에요. 우리 아빠가 지어주셨대요."

 

 바로가 가슴을 부풀리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 보며 늙은 개는 괜스레 눈시울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할아버지, 울어요?"

 "아니 아니, 원래 나이가 들면 아무 때나 눈물이 나오는 거란다."

 

 늙은 개는 흘러내린 눈물을 훔치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 할아비 이름은 맥스란다. 왕년엔 사랑 꽤나 받았던 사냥개였지. 옛날엔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젊었을 때 얼마나 큰 멧돼지를 잡았냐면 말이지..?"

 

 바로는 늙은 개 맥스의 장황한 일대기를 들으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말이지, 그때 잡은 멧돼지를 어떻게 했냐면.. 아, 늙은이가 말이 많았구나."

 

 맥스는 말하던 중에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바로의 시선을 느끼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재밌어요. 그래서요?"

 

 하지만 바로가 눈동자를 빛내며 이야기를 재촉하자, 맥스는 끌끌 웃으며 도시로는 언제 갈 생각이냐고 물었다.

 

 "아, 맞다! 빨리 도시로 가야 되는데..."

 

 괜히 우물쭈물하는 바로를 가만 지켜보던 맥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슬슬 나갈 준비를 하자고 했고, 바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꼬리를 살랑댔다.

 

 집을 나선 바로와 맥스는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맥스는 바로에게 틈틈이 안내판을 보는 방법과 이런 길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며 길을 걷다 오르막에 다다랐고, 늙은 개 맥스는 약간 숨을 헐떡였다.

 

 "저기 나무 그늘에서 잠깐 쉬었다 가자꾸나."

 "네 할아버지. 많이 덥죠?"

 

 앞서가던 바로는 아직도 쌩쌩한 듯이 웃는 얼굴로 맥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기 고양이와 늙은 개는 한 나무 아래에 앉아 쉬기로 했다.

 쉬는 동안에 늙은 개는 아기 고양이의 끝나지 않는 부모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죠, 우리 아빠는 엄청나게 크고 멋있는 고양이었대요. 털은 남자다운 거친 검은색이었고요. 그리고 우리 엄마는요…"

 "그래그래, 정말 근사했겠구나."

 

 늙은 개는 나무 그늘에 앉아 땀을 닦으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끊임없이 부모님 얘기를 하는, 아직 덩치만 큰 아기 고양이에게 웃는 얼굴로 맞장구쳐주면서도 그의 시선은 주변을 살피느라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다 맥스는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의 머리를 발견하곤 바로의 말을 끊었다.

 

 "바로야, 이야기 하는데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저기 보이는 기다란 기둥 보이니?"

 

 맥스가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기둥을 가리키며 말했다.

 맥스보다 키가 작은 바로는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나무 위로 올라갔다.

 

 "아, 저기 보여요. 저게 도시인가요?"

 "아니, 저건 도시의 일부분이야. 도시엔 저것 말고도 큰 건물들이 많단다."

 

 나무에 오를 힘이 부족했던 늙은 개 맥스는 나무 밑에서 바로를 향해 소리쳤다.

 

 "와- 그럼 빨리 도시로 가요. 빨리 보고 싶어요."

 

 바로는 구르듯 나무 위에서 사뿐히 내려와 맥스의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늙은 개는 잠깐 놀란 눈을 하더니, 이내 금새 빙긋 웃는 얼굴로 바로에게 칭찬했다.

 

 "정말 대단하구나. 나는 이제 그런 높은 곳에선 뛰어내리지 못 하거든."

 "어.. 할아버지도 할 수 있으실 걸요? 할아버지도 옛날엔 유명한 사냥개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이젠 쓸모도 없는 늙어빠진 개일뿐이지만."

 

 맥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는 그런 맥스를 보며 자신도 같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가족은 어디 있어요?"

 

 바로는 우울해진 분위기를 바꿔보려 뜬금없이 가족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가족?"

 "네, 할아버지네 가족은 전부 다 사냥개일 거 같아요. 그래서…"

 

 바로는 자신 앞에 눈을 감고 서 있는 늙은 개를 보곤, 하던 말을 삼켰다.

 맥스는 힘없이 더욱 쓸쓸해진 표정으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늙어빠진 사냥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그래서 이렇게 버려진 거란다. 이제 나는 너무 늙었어. 내 가족은 커녕 우리 부모님 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

 "아... 그렇군요..."

 

 바로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힘 없고 작은 모습의 늙은 개를 빤히 바라봤다.

 맥스는 넋을 놓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할아버지…"

 "자, 이제 슬슬 출발하자꾸나. 더 늦으면 오늘 안에 도시에 도착하기도 어렵겠구나."

 

 맥스는 바로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바로는 어색한 침묵이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맥스를 뒤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서로 아무 말도 없이 걷기만 하던 게 얼마나 지났을까.

 맥스는 돌연듯 웃는 얼굴로 바로를 돌아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곧 있으면 도시에 도착하겠구나. 이제 할아비 얘기는 그만 두고, 네 이야기를 더 들어볼까? 음.. 가령, 네가 나왔던 농장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바로는 자신이 지내던 농장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도 그럴 듯이, 농장에서의 하루는 매일 똑같은 일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 먹고, 놀고, 밤이 되면 다시 자고...

 

 "어렵게 생각할 건 없어. 그냥 농장에서 함께 지내던 네 식구들 이야기가 듣고 싶은 것뿐이란다."

 

 맥스는 바로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눈치 채고는, 조용히 바로에게 일러주었다.

 바로는 그제야 밝은 모습으로 농장에 있던 식구들에 대해 하나 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일단, 매리 아줌마가 있어요. 양인데, 엄청 착하세요. 목소리도 온화하고.. 또 저랑 잘 놀아주시는 분이세요."

 "오호.. 그렇구나. 네가 다른 동물들이랑 잘 지내나 보지?"

 

 맥스는 바로가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도록 그에 맞는 적절한 질문도 하고, 맞장구도 쳐주면서 바로와 이야기 했다.

 

 "그런데 다른 동물들은 없니? 음.. 널 의심하는 게 아니라 너희 농장에서 모두 너에게 너무 잘해주기만 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분명 한두 마리쯤은 널 못 살게 구는 동물들도 있을 텐데."

 

 맥스가 자신을 뒤따라오던 바로를 돌아보며 물었다.

 바로는 그제야 자신이 시저 얘기를 깜빡 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는 자신을 못 살게 굴었던 시저는 쏙 빼먹고 얘기했던 것이다.

 

 "아..! 한 마리 있어요. 시저 아저씨라고, 길고 큰 뿔을 갖고 있는 커다란 검은 소예요. 그리고 저를 많이 미워하시는 분이세요. 매일 혼내기만 하고.. 뭘 하든 이래라, 저래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시저 아저씨는 내가 자기 자식인 줄 아나 봐요. 그리고 또…"

 

 아기 고양이 바로는 물꼬가 터진 듯, 말이 나오는 대로 시저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거의 맥스에게 이르다시피 쏟아냈다.

 

 "저기 말이다, 바로."

 "막 먼지 나니까 뛰어다니지 말라고 하고.. 네?"

 

 맥스는 걸음을 멈추고 바로를 불렀다.

 바로도 속사포처럼 쏟아내던 이야기를 멈추고 동그란 눈으로 맥스를 쳐다봤다.

 

 "가만 들어보니 시저라는 동물은 너를 무척이나 아꼈던 모양인데, 너는 그 시저라는 동물을 너무 미워하는 것 아니니?"

 "아니에요. 저랑 놀아주지도 않고 늘 혼내기만 하는 걸요, 뭐."

 

 바로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투덜댔다.

 

 "간식도 안 주고.. 분명 저 없으면 다른 동물들한테 내 험담이나 할 걸요?"

 "아니, 아니란다. 내가 볼 때 너는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랐어."

 "어째서요? 아니, 어떤 점에서요?"

 

 맥스는 걸음을 늦추고 바로와 속도를 맞추더니, 자신의 바로 옆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기 고양이와 눈을 마주쳤다.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는 부모님이 안 계시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껏 나와 한 이야기들 중에서 부모님이 안 계셔서 슬펐던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나오질 않았어. 그렇다면 누군가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었다고 생각이 되는데, 맞니?"

 

 맥스는 바로에게 확인이라도 받으려는 듯 바로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을 재촉했다.

 이에 바로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맥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니요. 저는 시저 아저씨보단 아빠와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어요. 아빠는 절 혼내지도 않았을 거예요. 간식도 주시고, 저와 잘 놀아주셨을 걸요?"

 

 맥스는 아직은 어린 아기 고양이를 보며 또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오히려 네 말대로 그렇게까지 아껴주는 아빠와 지냈다면 이렇게까지 잘 자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드는구나."

 "어째서요? 저는 지금까지 가족이라기 보단 그냥 아는 동물들과 함께 지냈는걸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 하지만 언젠가 알게 될 게다. 네가 아빠와 떨어져 다른 동물들과 함께 지낸 것이 행운이었다는 것을. 물론 시저가 널 얼마나 아꼈는지도 말이다."

 

 맥스는 껄껄 웃으며 다시 속도를 높여 앞서 갔고, 바로는 그런 맥스의 속도를 맞추느라 종종걸음으로 뒤따라갔다.

 

 "그런데 농장의 다른 동물들에게 도시에 다녀온다는 얘기는 하고 나왔니? 걱정하고 있을 텐데."

 

 맥스가 잠깐 걸음을 멈추고 바로에게 물었다.

 바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걸 느꼈다.

 사실상 아무런 말도 없이 나온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어.. 네... 말은 하고 나왔어요."

 "흐음…"

 

 맥스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바로를 쳐다봤다.

 바로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맥스 때문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래, 뭐.. 어련히 알아서 허락을 받고 나왔겠지."

 

 맥스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제자리로 돌리고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둘은 침묵을 지키며 조용히 걷기만 했다.

 바로는 이런 침묵이 견디기 힘들어 결국 털어놓기로 했다.

 

 "저, 사실..."

 "그런데 말이다,"

 

 맥스가 갑자기 말을 꺼냄과 동시에 바로가 용기를 내어 하려고 했던 고백은 잠시 묻힐 수밖에 없었다.

 맥스는 바로가 입을 다문 것을 보고 말을 계속 했다.

 

 "일단 나였어도 그 답답한 농장 밖으로 나오고 싶었을 거라는 말은 해두마."

 

 바로는 자신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하는 맥스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지만, 맥스는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다만, 확실하게 말을 하고, 허락을 받고, 누군가가 물었을 때 당당하게 말할 거 같구나."

 

 맥스는 짐짓 엄한 표정으로 바로를 쳐다봤다.

 바로는 맥스의 꾸중 아닌 꾸중에 주눅이 들어 어깨를 움츠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죄송해요..."

 "나쁜 짓을 했다는 게 아냐. 가끔은 그렇게 반항도 하면서 크는 거지."

 

 맥스는 이제 됐다는 듯이 껄껄 너털웃음을 보였다.

 바로는 괜히 머쓱해 하며 맥스를 따라 웃었다.

 맥스는 껄껄 웃다 말고 바로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도시로 가면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할지, 어디부터 가서 어디까지 갈 건지 생각은 해 봤니?"

 "어.. 아뇨."

 

 바로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도시로 나온 셈이니,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게 당연했다.

 

 "저.. 사실은 그냥 무작정 나온 거예요."

 

 바로는 자신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는 걸 느끼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맥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바로를 쳐다봤다.

 

 "일단 도시에 가면, 절대로 아무도 믿지 말거라. 주변도 언제나 잘 살펴 보고."

 

 바로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맥스를 동그란 눈으로 말똥말똥 쳐다봤다.

 

 "네가 어디에서든 아무나 쉽게 잘 믿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도시는 네가 지내던 농장이랑 많이 달라. 절대로 아무도 쉽게 믿어선 안 된다."

 "왜죠? 무섭고 나쁜 동물들만 있나요?"

 "아니, 도시는 모든 게 무섭고, 그만큼 나쁜 것들이 많아.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바로를 뒤로하고 앞장서서 가던 맥스는 도시로 가는 마지막 오솔길을 발견하자, 갑자기 돌아서서 바로를 바라봤다.

 어딘지 모르게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 걱정과 슬픔이 가득한 그런 눈빛으로.

 아직 어린 고양이, 덩치만 큰 이 아기 고양이가 도시로 가면 얼마나 많은 위험과 수난이 기다리고 있을지...

 맥스는 자기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바로 몰래 앞발로 훔쳤다.

 하지만 이를 본 바로는 눈치 없이 곧바로 맥스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또 괜히 눈물이 나요?"

 "에그... 늙으면 이게 참 불편하다니까.. 껄껄."

 

 맥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겼지만 바로는 마음이 영 편하지만은 않았다.

 늙은 개 맥스는 저 멀리 보이는 길을 가리켰다.

 

 "저 길 너머로 오솔길 보이지? 그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도시가 나올 게야.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지?"

 "그럼요! 저도 이제 다 컸다고요. 이 정도는 농장에 있는 길 보다 짧은걸요?"

 

 자신 있게 말하는 바로를 보는 늙은 개의 눈빛은 덩치만 큰, 아직 어린 이 아기 고양이가 스스로 하려고 한다는 것에 기특함을 느끼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할아비는 이만 돌아가마."

 "네, 안녕히 가세요.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말한 바로는 도시로 향하는 오솔길 쪽으로 돌아섰다.

 맥스는 아직 그 자리에 서서 바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다시 댁으로 돌아가시나요?"

 

 바로가 갑자기 자신을 돌아보자, 늙은 개는 급히 눈가에 맺혔던 눈물을 훔쳤다.

 다행히 바로가 이를 보지 못 한 거 같아 맥스는 곧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글쎄.. 네가 말한 그 농장에 한 번 가보고 싶구나. 거기 식구들도 궁금하고 말이다."

 "아아, 저희 농장은 할아버지가 절 찾으셨던 그곳에서 쭉 가시면 돼요. 길 잃어버리시진 않겠죠?"

 "허허.. 저놈이 나를 놀리네, 그려."

 

 맥스는 어서 가라는 손짓을 하며 바로를 떠나보냈다.

 바로는 큰 목소리로 맥스에게 다시 한 번 인사를 한 뒤, 오솔길 너머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맥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것도 나름 경험이 되겠지."

 

 맥스는 개운한 듯이 한숨을 내쉬더니 하늘을 올려다보곤, 왔던 길을 돌아봤다.

 

 "저 아기 고양이를 보살핀 동물들이나 한 번 만나보는 것도 마지막으로는 썩 나쁘진 않겠어."

 

 맥스는 조용히 뒤로 돌아, 왔던 길을 따라 다시 되돌아갔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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