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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아기 고양이 바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장소를 거치고, 더불어 다른 동물들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첫 번째 발자국
작성일 : 19-10-29 22:21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9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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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눈부신 햇살이 온 세상을 포근하게 덮었다.

 지난 밤, 추위에 떨었던 모두에게 따스한 아침이 찾아왔음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오늘 하루내 평화롭기만 할 것 같았던 아침은 한 아기 고양이로 인해 오래가지 못 했다.

 

 "매리 아줌마, 따뜻한 아침이 왔어요!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셔서 저랑 놀아요!"

 

 아기 고양이 바로는 매일 아침 축사의 여기저기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다른 동물들의 행복한 늦잠을 방해했다.

 물론 의도한 것이 아닐지는 몰라도, 다른 동물들은 여간 골 먹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이렇게 좋은 날씨엔 그냥 조용히 밖에 나가 혼자 산책이나 하는 게 어떻겠니? 너 때문에 온 농장의 동물들이 다 깨겠구나."

 

 축사에서 입구와 가장 가까운 쪽에서 자고 있던 양, 매리 아줌마가 눈을 반쯤 덜 뜬 상태로 다정하게 말했다.

 바로는 여전히 신이 난 목소리로 매리의 옆에 찰싹 붙어 애교를 부렸다.

 

 "에이,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잖아요. 다 같이 나가서 놀아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시끄럽게 굴었다간 시저가 싫어할 거야."

 

 매리는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축사의 가장 안쪽을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시저는 시끄러운 걸 매우 싫어하니까. 알고 있지?"

 

 바로는 매리가 고갯짓으로 가리킨 쪽을 무의식적으로 힐끔 쳐다보곤, 뒤로 조금 물러나며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 한 듯이 중얼거렸다.

 

 "오늘은 날씨도 좋은데.. 다 같이 산책하면 좋을 거 같은데..."

 

 매리는 바로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한 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곧이어 들려온 굵직한 목소리에 하려던 말을 삼켰다.

 

 "바로. 네 덕분에 내가 먹을 아침거리가 먼지에 뒤덮인 거 같은데."

 

 바로가 깜짝 놀라며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긴장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림자 속에서 크고 긴 뿔을 가진 검은 소 한 마리가 걸어 나오며 바로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시저 아저씨, 좋은 아침.. 이에요..."

 

 바로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시저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기가 죽은 바로는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을 느끼며 훨씬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좋은 아침이구나. 누구 때문에 시끄럽지만 않았어도 완벽했을 텐데 말이야."

 

 시저는 자신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아기 고양이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그의 조용한 목소리에도 기가 죽는 바로였다.

 

 "네..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아침에 시끄럽게 안 할게요..."

 

 시저는 바로의 사과에도 콧방귀만 크게 내뿜었다.

 매리는 이런 시저의 태도가 못마땅한 듯 등을 돌려 등지고선, 바로에게 웃는 얼굴로 자신들은 아직 피곤하니 먼저 산책하고 오라고 했다.

 

 "네.. 그럼 저 먼저 갈게요..."

 

 바로는 여전히 기가 죽어 꼬리까지 축 처진 모습으로 쓸쓸히 축사를 나섰다.

 바로가 완전히 축사를 벗어난 것을 확인한 매리는 뒤로 돌아 약간은 화가 난 얼굴로 시저를 다그쳤다.

 

 "꼭 애한테 그렇게까지 해야겠어요?"

 "아직도 저 녀석을 갓난아기로 보지 마. 저 녀석 덩치 좀 보라고."

 

 시저는 콧김을 크게 한 번 내뿜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제 아비와 똑같은 호기심이 생길 만한 시기도 점점 다가오고 있고."

 

 매리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그만 두기로 한 듯 입을 다물었지만 이내 결의에 찬 눈빛으로 시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아직 세 살 밖에 안 됐잖아요. 덩치만 큰 애라고요. 아직은 더 보살펴 주어도..."

 "그만. 계속 보살펴 주다간 곧 닥쳐올 상황을 어떻게 제 힘으로 이겨내겠어?"

 "하지만..."

 

 매리는 더 말을 잇지 못 하고 멀어져 가는 바로의 뒷모습을 딱하다는 듯이 지켜보았다.

 시저 또한 그런 바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게 저 고양이들을 위한 일이야. 그러니 어쭙잖은 보호는 그만둬."

 

 시저는 이렇게 단정 짓고 뒤로 돌아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자기는 오랜만에 낮잠이라도 더 자야겠다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매리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버린 시저에게서 눈을 떼고, 이젠 점이 되어 거의 보이지 않는 바로를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아직 어린 아기 고양이에 불과한데..."

 

 한편, 아기 고양이 바로는 축사에서 나와 농장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를 따라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치이.. 어차피 우리 아빠도 아니면서. 그렇게 화만 내시니까 내가 매리 아줌마랑만 놀지."

 

 바로는 자리에 서서 괜히 바닥에 있는 돌멩이들을 발로 톡톡 건들며 중얼거렸다.

 

 "오늘도 시저한테 혼났니?"

 "어?"

 

 바로는 자신의 그림자를 뒤덮는 거대한 그림자를 발견하고 뒤로 돌아 확인했다.

 그 거대한 그림자의 주인공이 자신에게 늘 다정하게 대해준 갈색 말 줄리앙 아저씨라는 걸 확인하자, 괜히 서러워진 바로였다.

 

 "줄리앙 아저씨..."

 

 바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줄리앙을 불렀다.

 줄리앙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바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래, 바로야. 날씨도 좋은데 아침부터 눈물 보이진 말고."

 

 줄리앙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울먹이는 바로를 다독였다.

 바로는 울상을 짓던 표정을 앞발로 닦아내며 곧 웃는 얼굴로 바꾸었다.

 이를 본 줄리앙은 빙그레 웃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시저 아저씨는 제가 미운가 봐요. 전 그냥 오늘 날씨도 좋아서 같이 산책하러 가자고 말하고 싶었던 건데..."

 

 바로는 아직도 서러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약간은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얘기했다.

 줄리앙은 한 번 더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숙여 바로의 머리를 한 번 핥고는, 아직 눈물이 채 닦이지 않은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시저는 널 미워하는 게 아니야. 한 번 잘 생각해보렴."

 "그렇지 않다면 왜 저를 혼내기만 하시겠어요..."

 "글쎄.. 난 시저가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만, 너를 미워하는 건 아니란다."

 

 바로는 잠깐 동안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하더니, 눈물을 슥 닦고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줄리앙을 향해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우리 엄마, 아빠는 어디 계세요? 다들 내가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란 말씀만 하시잖아요."

 

 바로는 훌쩍이며 줄리앙에게서 해답을 찾으려는 듯이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지만, 곧 줄리앙은 언젠간 알게 될 거라는 말만 남기곤 가버렸다.

 

 바로는 괜히 코 먹는 소리를 내곤, 저 멀리 공작새 부부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바로는 공작새 부부가 있는 우리로 가던 중, 향긋한 꽃향기를 실어오는 바람에 한결 기분 좋아지는 걸 느끼며 시저에 대한 설움을 잊어버리려던 찰나,

 공작새 부부의 우리에 도착했다.

 바로는 그들을 몰래 놀래어 줄 생각으로 우리 밑의 작은 구멍에 작디 작은 몸을 구겨 넣었다.

 어떻게든 우리 안으로 들어온 바로는 철창 옆에 붙어 공작새 부부를 찾아 주변을 살폈다.

 그들은 바로와 멀리 떨어진 구석에 바짝 모여 앉아 대화를 하고 있었고, 바로는 그 내용이 궁금해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다가갔다.

 공작새 부부는 바로가 옆에서 엿듣고 있는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번 주에 오는 아이들은 얼마나 저희를 괴롭힐까요..?"

 

 공작새 부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하자, 바로는 몸을 더욱 낮추고, 더욱 조용히, 본격적으로 엿듣기 시작했다.

 

 "글쎄.. 이번엔 도시에서 오기는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그렇게 힘들진 않을 거야."

 "그래도 이곳은 도시와는 많이 달라서 저희들을 처음 보는 아이들도 많을지도 몰라요. 아마 만지려 들 거예요."

 

 '도시? 도시가 어떤 곳이기에 저렇게 다들 걱정하시지?'

 

 바로는 자꾸만 언급되는 도시라는 곳에 흥미를 느끼고 더욱 귀를 기울였고, 그만큼 공작새 부인의 말이 더욱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거기다 도시 사람들은 모두 성격이 사납다고 들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어차피 우리는 안전한 우리 안에서 그들의 시선만 받으면 되니까."

 "저기.. 아저씨, 아줌마."

 

 갑작스러운 바로의 목소리에 놀라 당황한 공작새 어니는 어색한 웃음으로 바로를 맞았다.

 

 "아.. 아, 그래 바로야. 오랜만이구나. 무슨 일이니?"

 "도시가 뭐예요?"

 "뭐.. 뭐라고?"

 

 어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투로 되물었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

 바로는 그런 어니의 태도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물었다.

 

 "도시가 뭐냐고 여쭈었어요."

 "어음..."

 

 어니가 말을 못 하고 있자, 그 옆에 있던 카키가 말을 받았다.

 

 "우리 대화를 엿들었구나."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바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반짝였다.

 

 "그래, 우리 대화를 엿들었다면 대화가 쉽지. 도시란 말이다, 아주 무서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야. 방금 우리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들이요? 사람들은 여기에 자주 오잖아요. 매일 보는 사람도 있고."

 

 카키는 고개를 저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동물을 신기해 하기만 하지, 이곳 사람들처럼 우호적이지 않아."

 "그럼 그곳은 어떤 곳인데요?"

 

 바로는 도시를 상상해보려 했지만 그것조차도 어렵기만 한, 그런 미지의 세계인 것만 같았다.

 

 "글쎄.. 사방에 별이 있어서 온통 밝아. 그리고 그 별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색의 빛을 뿜어내. 그 뿐만이 아니야.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집들도 있어."

 "와아..."

 

 바로는 그제야 도시가 어떤 곳인지 대충 상상이 된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온통 제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는 별들로 가득 찬 장소에,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집들을 생각해보니 환상의 나라인 것만 같았다.

 

 "카키!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어떡해요?!"

 "아.. 아차."

 

 공작새 어니는 당황하며 급히 설명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바로야, 방금 카키 아저씨가 했던 말은 잊어버려. 도시는 아주 무섭고, 공기도 나빠서 숨쉬기도 어려운 데다가 거기엔 나쁜 사람들만 모여 있어서 너를 몰래 무서운 곳으로 데려가거나 괴롭히려 할지도 몰라."

 "맞다, 바로야. 아저씨가 설명을 잘못 했네. 어니 아줌마 말이 맞아. 위험하기만 한 도시에 관해선 잊어버려."

 

 하지만 바로의 머릿속에는 이미 도시에 대한 기대와 환상으로 가득 차, 공작새 부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온통 도시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아저씨, 아줌마. 도시로는 어떻게 가는 거예요?"

 

 바로의 질문에 공작새 부부는 더욱 당황하며 방금까지 도시는 위험하다고 했던 어른들 말을 뭐로 들은 거냐며 바로를 나무랐다.

 

 "흥! 안 알려주셔도 돼요! 다른 어른들께 여쭤보면 되니까!"

 

 바로는 괜히 큰소리치며 우리를 나오며 중얼거렸다.

 

 "도시는 과연 어떤 곳일까? 도시는 얼마나 멋지고 예쁠지 상상도 안 돼..!"

 

 …

 

 바로는 오늘 하루가 다 가도록 농장을 돌아다니며 도시에 대한 이야기와 도시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고 다녔지만,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고작 '도시는 무서운 곳', '도시는 동물들에게 있어 최악인 곳' 정도였다.

 

 "도시가 어떤 곳인지 너무 궁금하다...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거지? 농장에서 노는 것도 좋지만.. 여긴 늘 똑같은 동물들과 사람들 밖엔 볼 수 없는 걸..."

 

 결국 도시에 대한 아무런 말도 듣지 못한 채 축사로 돌아온 바로는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며 기억도 나지 않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한 번도 보진 못 했지만, 매일 같이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며 매리 아줌마가 알려준 엄마, 아빠의 모습을 나름대로 상상하며 머릿속에 그리곤 했다.

 

 "엄마, 아빠. 도시가 그렇게 무서운 곳인가요..? 한 번만 구경하고 오면 안 돼요..? 이곳 어른들은 아무런 말씀도 안 해주세요..."

 

 바로가 괜히 눈시울을 붉히며 하늘에 대고 야옹거렸다.

 

 "도시에는 가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바로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굵은 목소리에 고갤 돌려 확인했다.

 

 "시저 아저씨..."

 

 시저는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바로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

 

 "도시에 다녀 온 네 아비의 부탁이기도 하다. 절대 너를 도시로 보낼 수 없다."

 "우리 아빠요..? 아저씨도 저희 아빠를 본 적 있으세요?"

 

 시저는 눈을 감고 그때를 회상하는 듯,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우리 아빠 어떻게 생겼어요? 매리 아줌마는 매력적이고 남자다운 거친 검은색 털을 가지고 있었대요."

 

 바로는 오랜만에 부모님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자 시저가 무서운 아저씨라는 것도 잊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열심히 물어보기 시작했다.

 물론 시저도 바로가 어떤 질문을 하던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동감해주었다.

 

 "맞다. 체구가 작은 고양이 치곤 꽤 남성미가 풍기는 외모였지. 샛노란 눈동자는 그걸 더 부각시켜주는 듯했다. 그에 비해서 너는 너무 약하고, 볼품없지. 덩치만 큰 어린 아이에 불과해."

 

 시저는 바로를 힐끗 보며 말하곤,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하지만 바로는 자신을 뭐라고 하던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엄마는요? 엄마는 아빠랑 다르게 온통 깨끗한 하얀색이었고 목소리도 우아했대요."

 "그래. 네 아비랑은 완전히 반대였지. 그럼에도 둘은 꽤 어울리던 한 쌍이었다. 아주 잠깐 본 것뿐이지만 딱 봐도 아주 좋은 고양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품위 있는 말투에, 우아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지."

 

 바로는 눈을 빛내며 어느새 하늘 높이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봤다.

 자신이 보고 있는 달을 엄마, 아빠도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저.. 그런데 도시에 가면 안 되는 이유는 왜..?"

 

 바로는 부모님에 관한 대화에 정신이 팔려 도시에 대한 걸 깜빡했던 걸 떠올리곤 다시 물으려 했지만, 시저는 바로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말을 끊어버렸다.

 

 "그만. 이제 들어가서 자라. 늦었다."

 

 시저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축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바로도 곧 시저를 따라 축사 내의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누웠지만 조금 전에 들은 부모님 이야기에 잠이 오지 않았다.

 늦게까지 뒤척이던 바로는 모두가 잠든 새에 몰래 축사 지붕으로 올라가, 노랗게 빛나는 보름달을 보며 또다시 들은 대로의 부모님을 머릿속에 그렸다.

 

 '우리 엄마랑 아빠는 왜 나를 이곳에 두고 가신 걸까..?'

 

 바로는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마른세수를 했다.

 

 "도시로 가보고 싶다.. 우리 부모님이 정말로 도시로 갔다면, 아직도 도시에 계시지 않을까?"

 "내가 도시로 가는 방법을 알려줄까?"

 

 바로는 자신이 중얼거린 혼잣말이 끝나자마자 별안간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지붕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누.. 누구세요?"

 

 바로는 가까스로 지붕에 매달려 올라오며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거대하고 검은 새에게 물었다.

 

 "나? 나는 네 아빠와 잘 아는 사이라고만 말해줄게."

 "네에... 저희 아빠에 대해 아세요?"

 "그럼~ 무척 멋진 고양이였지. 아주 맛있어 보이는..."

 

 거대한 새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맛이요? 아저씨는 친구를 맛보나요?"

 

 바로가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아니아니, 말이 잘못 나왔구나.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었어."

 "아하~. 저희 아빠가 좀 멋있었다는 소리를 자주 듣죠."

 

 바로는 괜히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한 새는 바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너희 아빠는 네가 도시로 가지 않기를 바라셨어. 도시로 가기에 너는 네 아빠와 달리 너무 작고, 약하기 때문에 그러셨던 걸 거야."

 "전 이제 그렇게 작지도 않고, 힘도 세거든요?!"

 

 바로는 발끈해서 소리쳤다. 이에 거대한 새는 날개를 접어 바로를 진정시키려 했다.

 

 "아냐아냐. 잘 생각해 봐. 너는 지금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거야. 해봤자.. 지금 두 살이나 됐니?"

 "세 살이에요."

 

 바로는 앞발로 세 개의 발가락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래, 세 살. 하지만 너희 아빠는 네가 아기일 때 밖에 보지 못 했지. 그 당시의 자신과 비교했을 때 너무 작고 어렸기 때문에 가지 않기를 바랐을 거야."

 "하지만 전 이제 다 컸어요. 매리 아줌마와도 비슷할걸요?"

 

 거대한 새는 살짝 날아올라 바로 주변을 빙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 정도면 다 컸구나. 더 크면 늦을지도 모르겠어."

 "그렇죠? 이 정도면 더 커버리기 전에 도시로 가야겠죠?"

 

 농장에서 늘 어린 취급만 받아왔던 바로는, 어른스럽다(다 컸다)는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

 거대한 새는 눈을 빛내며 바로에게 물었다.

 

 "그럼. 그런데 언제 갈 생각이니?"

 "음.. 내일 점심 먹기 전이요."

 

 거대한 새는 잠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바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해가 뜨면 모두 잠에서 깰 거야. 그렇게 되면 모두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겠지?"

 "어.. 네. 그렇죠."

 "그럼 그들은 네가 도시로 떠난다는 걸 다들 좋아하시든?"

 

 바로는 생각에 잠겼다.

 오늘만 해도 도시에 대해 물어본 동물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중 단 한 마리도 도시에 대해 얘기를 해주거나 도시로 간다는 생각에 찬성, 응원해주는 동물은 없었다.

 

 "음.. 아뇨."

 

 생각에 잠겨 있던 바로의 반응을 처음부터 천천히 살피고 있던 거대한 새는 더욱 눈을 빛내며 바로에게 속삭이듯 귀에 가까이 대고 말했다.

 

 "그런데도 남들 다 일어나 있는 시간에 떠난다고? 분명히 네가 도시로 떠나는 걸 모두 반대하고 막을 텐데?"

 

 바로는 이 거대한 새가 하는 말이 일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끄덕임은 거대한 새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원래 도시는 밤에 보아야 더 멋있는 곳이야. 먹을 것도 더 많고. 네 아빠도 이 시간쯤에 출발했었거든."

 "진짜요? 그럼 도시로 가면 아빠를 볼 수 있나요? 어디로 가야 돼요? 거기까지 가는 데에 얼마나 걸릴까요?"

 

 아빠 얘기가 또 한 번 나오자, 바로는 그동안 농장 내 동물들에게선 듣지 못 했던 것들을 연이어 물었다.

 거대한 새는 뒤로 주춤거리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글쎄.. 너희 아빠를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도시로 가는 길은 이 농장 뒷문으로 나가서 처음 나오는 길이야. 그 길을 계속 따라가면 돼. 얼마 안 걸려."

 "그래요? 고맙습니다!"

 

 바로는 얼마 안 걸린다는 얘기에 환호하며 감사를 전했다.

 

 "고맙긴 뭘. 언제나 너를 지켜보고 있을 테니 힘들면 하늘에 대고 내 이름을 부르면 네 쪽으로 갈게."

 "아저씨 이름을요?"

 "그래, 내 이름은 고든이야."

 

 거대한 새 고든은 씩 웃으며 이 말을 마지막으로 어디론가 소리 없이 날아가 버렸다.

 

 지붕에 홀로 남겨진 바로는 지붕에서 내려와 도시로 떠날 준비를 마치고 축사 문 앞에 서 곤히 자고 있는 식구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아줌마, 아저씨. 금방 돌아올게요."

 

 인사를 마친 아기 고양이 바로는 축사를 나섰다.

 무작정 농장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아기 고양이는, 길도 정확히 알지 못 한 채 도시에 대한 환상과 부모님을 볼 수 있다는 희망만을 품고 짧지만 긴 여행에 떠났다.

 

 …

 

 바로가 축사 밖으로 나가자, 여기저기서 잠들어 있는 줄 알았던 동물들이 하나둘 일어났다.

 

 "역시 이렇게 되네요..."

 

 매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멀어져 가는 바로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다 우리 탓이야. 시기도 딱 이쯤이었는데, 우리가 조심하지 못 했어."

 

 어느 샌가 축사에 들어온 공작새 부부가 자책했다.

 그러자 굵고 낮은 목소리가 그들을 위로했다.

 

 "괜찮아. 우리는 할 만큼 했어. 어차피 언젠간 떠날 걸 다들 알고 있었잖아. 너무 걱정들 하지 마."

 

 이윽고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시저가 이제 잘 시간이라며 모두를 자리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는 문 앞에서 이젠 보이지도 않는 바로를 향해 우두커니 섰다.

 

 '우린 충분히 너를 지켜주고 보호했다, 바로. 이제부터는 어른의 세계로 갈 차례구나.'

 

 시저는 짧게 한숨을 내쉬곤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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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섯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4 0 8890   
5 네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1 0 8558   
4 세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197 0 9188   
3 두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13 0 8902   
2 첫 번째 발자국 2019 / 10 / 29 208 0 9598   
1 아기 고양이 바로 2019 / 10 / 29 344 0 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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