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내가 사랑한 나의 살인자
작가 : RinaHee
작품등록일 : 2019.10.16

내 운명의 상대는 나를 살해할 운명이다? 잘못 연결된 인연의 실로 인해 연인에게 살해당할 운명을 앞둔 그녀! 반드시 운명을 바꾸어야 한다!

 
과거의 파편
작성일 : 19-10-29 22:07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534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신의 이름을 아는 자가 있을 리 없다. 적어도 이 지상계에는 말이다. 우혁이 자신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가정해 봐도, 가희를 알았으면 알았지 아현 자신을 알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자신에게 이 칼을 줄 수 있었던 걸까? 생각할수록 수상했다. 물건을 풀어보고 나면 자신에게 연락하고 싶어질 거라더니, 그의 말이 맞았다. 아현은 굳이 시간을 지체할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기억을 더듬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빠르네요, 아현씨.”

 

 전화기 너머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현은 이제 화가 나려고 했다. 사람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질문을 따져 물으려고 했다.

 

 “보고싶었습니다.”

 

 그가 말을 가로막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의아하게도 그의 목소리에서는 물기가 배어 나왔다. 그가 왜 우는 지도 모르면서 이상하게 아현의 눈에서도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마치 무슨 마음인지 다 안다는 듯이. 한번 터진 눈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아현은 다급히 눈물을 닦아냈지만 닦아낸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눈물이 얼굴을 적셨다. 두 사람은 그렇게 전화기를 사이에 둔 채 말 없이 한참을 울었다.

 

 울음이 잦아들자 아현은 가장 먼저 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중해야 하는 시점이었지만,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녀에게 우혁은 마치 이 상황에 대한 해답을 쥐고 있는 열쇠처럼 보였다.

 

 “만나서 얘기해요. 묻고 싶은 게 많아요.”

 

 아현은 그렇게 말하며 택시에서 내렸다. 우혁은 얼마든지 좋다고 했다. 집으로 향하는 짧은 골목을 걷는 동안 두 사람은 언제 어디서 만날지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골목길의 마지막 코너를 도는 순간, 아현은 누군가와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괜찮으세요?”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아현은 소름이 돋았다.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아니, 분명히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안되지. 그럼 안되지요. 나 죽는다니까?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쉿…. 조용히 해요, 우리 자기.]

 

 운명의 연못에서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 살인자의 목소리였다. 그 자의 얼굴은 뿌옇게 기억나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은 선명하게 기억났다. 아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 앞의 인물을 확인했다. 넘어진 채 한동안 일어나지 않는 아현을 보며 상대는 당황한 듯 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어색한 한 마디를 뱉었다.

 

 “괜찮으시면 일어나는 거, 좀 도와드릴까요?”

 

 미안하기도 하고 뻘줌하기도 했던 그는 아현을 일으키기 위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아현에게는 갑작스러운 환청이 들려왔다.

 

 ‘바구니 안이 죄다 노란색 꽃뿐이군요.’

 

 곧이어 눈 앞에 사진이 펼쳐지듯 노오란 꽃밭과 한복을 입은 남자의 환영이 보여졌다.

 

 ‘군자께선 신경 쓰지 마시고 갈 길이나 가시지요~’

 ‘화전이라도 부치시려는 겁니까.’

 ‘화전도 부치고 비빔밥도 해먹고.. 아이 참, 가시던 길 가시라니까요. 귀찮게.’

 

 남자는 조그맣게 웃었다. 고개를 숙여 노란 꽃 한 송이를 꺾은 남자는 그 꽃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가 쥐고 있는 꽃보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한 송이였다.

 

 ‘괜찮다면 제가 조금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남자가 싱긋 웃으며 그녀와 눈을 맞춰왔다. 내내 시선을 피하며 꽃을 꺾던 여자는 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백옥같이 흰 피부와 검은 머릿칼, 날카로운 콧대. 환영 속 한복 입은 남자와 눈 앞의 남자가 겹쳐져 보였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두려움인지 설레임인지, 공포인지 애틋함인지, 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끊임없이 요동쳤다.

 

 몰아치는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호흡이 가빠져 왔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환영 때문인지, 눈 앞의 남자 때문인지 알 수 없었으나 아현에게서는 애닳은 울음이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아현은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아현이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눈 감기 전 가장 마지막에 보았던 것과 같았다.

 

 “으아악!!”

 

 경기를 일으키며 아현이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코 앞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정신이 퍼뜩 든 아현은 말 없이 그를 경계했다. 그는 어이가 없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놓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더니, 딱 그 꼴이 아닌가. 앞도 안보고 스스로 돌진해서 넘어져 놓고는 호흡곤란을 일으키기에 병원에 데려온 참이었다. 괜히 신경이 쓰여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주기까지 했단 말이다. 억울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여 그는 괜히 그녀를 괴롭히고 싶어졌다.

 

 “제가 그쪽 생명의 은인쯤 되니 사례비는 주셔야겠는데.”

 

 저거 인성 봐라. 과연 살인자 새끼다운 인성이다 싶었다. 누구 때문에 기절을 했는데 누가 누구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아현은 대충 대꾸했다,

 

 “네.”

 “한 천 만원쯤?”

 

 놀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데 덥석 네라고 대답을 해버리니 석준은 그게 더 열 받았다. 사실 석준은 당황하긴 했으나 제 잘못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손이 닿자마자 기절을 하는 걸 보면 아주 심한 결벽증이 있거나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몰랐으니 잘못은 아니지만 일단은 먼저 부딪힌 사람도 저고, 원인제공을 한 것도 자신이니 괜히 미안한 마음에 병원비를 미리 계산해 놓기까지 했다. 그러니 진짜로 돈을 받아내려던 것은 아니었다. 대충 큰 금액을 부르며 놀래 키면 당황하는 그녀의 반응을 보며 골려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혐오를 가득 담은 눈빛뿐이었다. 생각보다 싸늘한 그녀의 반응에 석준은 장난 칠 곳을 잘못 찾았다는 걸 그제야 알아챘다.

 

 “농담이예요, 뭘 그렇게 무섭게 노려봐요?”

 “재밌네요.”

 

 아현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어서 이 자리를 떠야 했다.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아까의 상황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 환영은 무엇이고, 환영과 이 남자와의 관계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 자가 고형수, 즉 가희를 살해할 예정인 살인자라는 사실을 안 이상 그의 곁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이번에는 조금의 인연도 만들지 않으리라.

 

 아현은 석준이 말릴 새도 없이 재빨리 이불을 걷어 제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운명이란 게 참 무서웠다. 결국 오늘 고형수를 만나게 된다는 ‘사건’은 일어나고 말았다. 그냥 적당히 피해 다니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쉽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천상계에서 버튼 몇 개만 눌러 세팅하던 것과는 난이도가 달랐다. 이러다가 자신이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이미 만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 더 이상은 인연을 만들지 않아야 헸다.

 

 최대한 빨리 병원에서 멀어지고 싶었던 아현은 곧장 1층 원무과로 향했다. 수납을 하려 카드를 꺼내고 있는데 데스크에서는 병원비가 이미 결제되었다고 했다. 대납을 했을 만한 사람은 역시 아까 그 자 밖에 없었다. 지가 뭔데 나서? 아현은 고마운 마음이 들기는 커녕 짜증만 났다. 쓸데없는 인연을 만들기도 싫었고, 단 한 푼이라도 그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결제 취소하고, 이걸로 다시 해주세요.”

 “죄송하지만, 기존에 결제하셨던 카드가 있어야 취소가 가능한데요.”

 

 깊은 한숨을 쉰 아현은 다시 응급실로 향했다. 그리고 때마침 응급실을 나서던 석준과 마주쳤다. 그를 발견한 아현은 급히 다가가 다짜고짜 팔을 잡아 챘다.

 

 “저기요!”

 

 나가려다 붙잡힌 석준이 눈만 꿈뻑이고 있자, 아현이 말을 이었다.

 

 “결제 취소해요.”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한 석준은 괜찮아요. 한마디만 남긴 채 자리를 뜨려 했다. 아현은 서둘러 그를 다시 붙잡았다.

 

 “그 쪽이 뭔데 병원비를 내요. 안되겠으면 계좌를 알려주던가 해요.”

 “그럼 받아 적어요. 010-xxxx-xxxx.”

 “아니, 누가 번호 알고 싶대요? 계좌번호를 달라고요.”

 “그래요, 계좌번호. 신세 갚고 싶으면 그 번호로 연락 줘도 되고.”

 

 그렇게 말하면서 석준은 잡힌 팔을 조심스레 빼내었다. 여자의 태도로 봐서는 연락을 줄 것 같지 않았지만 내심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정신 없는 와중이기는 했으나 그는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관심이 갔다. 뭐랄까, 인연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묘한 끌림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다시 기회가 있을까? 석준은 미약한 기대감만을 품은 채 자리를 떴다.

 

 한편 아현은 석준을 보낸 뒤 자리를 잡고 앉아 분실물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 인연부서에서 일하면서 세상 모든 로맨스란 로맨스는 다 지켜본 그녀였다. 방금 마주친 것처럼 ‘우연히 아픈 여주인공을 발견해 응급실에 데려다 주더니 병원비까지 결제하고 사라져버린 왕자님 스토리’ 식의 뻔하고 뻔한 로맨스 말이다. 인연 시스템에 따라 자동 설정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면 지금 걱정하고 있는 이 사건 또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었다. 바로 ‘잃어버린 물건에 우연히 연락처와 이름이 적혀 있어 연락하게 되는’ 일. 이것 역시 오래된 로맨스의 공식 중 하나였다. 클래식하긴 하지만 자신 역시 자주 써먹던 방법이었다. 절대로 먼지 한 톨까지도 잃어버리지 않겠다며 아현은 가방을 탈탈 털다시피 하며 확인했다. 핸드폰, 지갑, 다이어리... 신분을 확인할 만한 중요한 물건들은 다 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이런 다짐이 무색하게도 아현은 하늘에 대고 실컷 욕을 퍼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출근길 그 복잡한 지하철에서, 그것도 하필이면 같은 칸에서! 절대 다시 만나지 않길 바랬던 그와 마주쳐 버린 것이었다. 빌어먹을 운명, 일 한번 진짜 열심히 하네. 아현은 기분이 확 나빠졌다.

 

 “계좌번호, 까먹은 거 아니죠?”

 

 그런 아현의 속도 모르고 그가 다가왔다. 돈을 받으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연락이 없길래 아쉬워하던 차에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니 반가워서 말을 건 것뿐이었다. 아현은 그가 꼭 빚 받으러 온 사채업자처럼 느껴져 거북했다. 당연히 아현 역시 보내려 했다. 오히려 돈을 빨리 줘버리고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입장이 난감했다. 천상계에서 계속해서 지켜본 만큼 지상계의 사정은 누구보다 빠삭하게 잘 알았다. 지문 하나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니 송금하는 일도 당연히 어려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누가 알았겠는가, 가희가 온라인 거래를 신뢰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인간이었을 줄이야….

 

 “약간 문제가 생겨서 그렇지, 바로 보낼 거예요! 누가 안 보낸대요?”

 

 도대체 이 여자는 어떻게 이렇게 불편하게 살아온 거야? 아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래도 괜찮다. 은행에 가서 폰뱅킹을 신청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은행에 가는 게 어려운 것뿐이지. 그러다 문득, 아현은 생각했다. 아…. 자신은 카드 비밀번호도 몰랐다. 이렇게 된 이상 새로 계좌를 만들어서 월급통장을 바꾸고… 생각만해도 골치가 아팠다. 이렇게 해두면 가희가 돌아 왔을 때 혼란도 더 커지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머리를 짚는 그녀를 보며 석준이 웃었다.

 

 “그러지 말고, 밥이나 한끼 사주세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과거의 파편 2019 / 10 / 29 206 0 5346   
4 의문의 남자 2019 / 10 / 28 197 0 5172   
3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 2019 / 10 / 25 210 0 4733   
2 되돌릴 수 있는 실수 2019 / 10 / 25 200 0 4976   
1 피어나지 못한 꽃 2019 / 10 / 16 335 0 511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