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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샘, 나는.
작가 : LunaH
작품등록일 : 2019.10.9

항상 주변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 속에서 살던 주인공이 점차 본인의 장점을 찾는 과정.
다른 사람들에게 샘을 내던 주인공이 점차 숲속의 깨끗한 샘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

 
04. 그들에겐 내가 눈엣가시였던 셈.
작성일 : 19-10-29 20:20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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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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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주 방송댄스를 배우는 시간만 기다렸다. 비록 그 곳에서 나를 챙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항상 나는 양보하고 사과하고 눈치보는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춤 추는 것 자체로도 좋았지만, 잘 나가는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왠지 나도 그들 무리에 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나는 전에도 말했다시피 춤을 잘 추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강사님께서 가르치실 때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그 노력하는 시간 조차도 내겐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강사님께서 두 달 뒤에 있을 체육대회에서 우리가 공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우리 부원은 20명이 넘으니 이 중에 9명만 나갈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2주 후에 오디션을 보겠다고 하셨다. 사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절망에 가득 차 있었다. 방송댄스부 20명 중에 15명은 댄스동아리인 셈인데, 내가 오디션을 통과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이 아니면 내게 영영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때 공연 이야말로 댄스동아리가 점령해버리겠지만, 이번 공연은 선생님의 안목으로 뽑히는 것이기에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매일 매일 방과후에 집에서 춤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한 번 수업을 들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는 알고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 무리에 한 번쯤은 꼭 끼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매일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적어도 동작을 맞게 할 수는 있게 되었고, 전보다 조금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에서 오디션 날짜가 다가왔다. 오디션 날, 모두가 댄스동아리 친구들을 기대하고 있었고, 댄스동아리 친구들은 그 안에서 누가 뽑힐 것인지 서로 내기를 하고 있었다.

 

  오디션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공연에 참여하고 싶다는 부원이 총 18명이었으므로 앞에 9명 1줄, 그리고 뒤에 9명 1줄을 만들었다. 그 상태로 사전공지 된 오디션 곡에 맞춰 춤을 계속 추는데, 중간에 선생님께서 “앞 줄 ㅇㅇㅇ, 뒷 줄 ㅁㅁㅁ 랑 자리 바꿔.” 라고 말씀하시면 자리를 바꾸는 형식이었다. 최종적으로 뒷 줄에 있는 사람이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처음 줄은 랜덤이었지만, 나는 댄스동아리 친구들 눈치가 보여서 반자동적으로 앞줄에서 오디션을 시작하게 되었다.

 

  노래가 30초 정도 지났을 때,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성은이를 뒷 줄로 보내셨다. 앞 줄로 나오게 된 댄스동아리 친구는 억울해 보였지만, 상대가 성은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노래가 한 곡 다 끝나고 나자 2명의 친구들이 더 뒷 줄로 보내졌다. 두 번째로 노래가 끝나고 나자 뒷 줄에는 성은이와 해슬이, 효린이를 포함해 쟁쟁한 실력자들만 모여있었다. 선생님께서도 흡족하신 듯 했으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겠다고 하시며 다시 노래를 틀어주셨다. 나는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온 몸이 부서질 듯 하게 춤을 췄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1절이 다 지나도록 아무 반응이 없으셨고, 나는 거의 포기의 상태에 이르렀다. 노래가 30초쯤 남았을 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앞 줄 허수민,” 나는 깜짝 놀랐다. 드디어 내 이름이 나오는 구나. 근데 나랑 자리가 바뀌는 사람은 정말 억울할 수도 있겠는데, 누구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뒷 줄 이효린이랑 자리 바꿔.”

 

  나는 ‘헉’ 소리를 내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효린이의 눈치를 살피었다. 효린이는 애써 침착한 척 하지만,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싸늘했다. 그렇게 노래는 결국 끝났고, 나는 댄스동아리 친구들의 아니꼬운 시선들 속에서 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반응이어서 마음의 준비를 해 뒀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무서웠다. 그래도 드디어 내가 이 무리에 끼게 되었다는 생각에 너무 뿌듯해서 그 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그 다음 날, 나는 공연 단톡방에 초대되었다.

 

 ( 조성은 님이 회원님을 초대했습니다. )

 조성은 : 우리반 지현이.

 허지현 : 안녕! 나 전학생 허지현이야. 잘 부탁해!

 

 분명 메시지 옆의 숫자는 줄어들어가는데, 아무도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래, 그렇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여전히 기쁨에 차 있었다.

 

 그날도 다른 때와 같이 학교를 가는 길이었다. 지나가던 친구들이 나를 쳐다보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전학생인 걸 이제 안 건가? 뭔가 좋지 않은 시선들에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교실에 들어가 아연이를 만나니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고 나는 아연이와 급식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때, 성은이가 나를 불러세웠다.

 

 “오늘 연습 안가?”

 “연습? 오늘 무슨 연습이 있었어?”

 “오늘부터 매일 점심시간에 체육대회 무대 연습하기로 했어. 가자.”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해서 성은이를 따라갔다. 과연 운동장에는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나를 본 친구들은 얼굴이 팍 구겨졌다. 나를 빼고 연습을 하려던 모양이었다.

 

 “뭐 해. 연습하자.” 성은이의 말에 친구들은 마지 못해 대형을 맞추고 연습을 시작했다.

 댄스부 친구들은 역시나 정말 잘 했다. 나는 난생처음 맞춰보는 대형에 이리저리 쫓겨다니며 겨우 겨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내가 동작을 다 틀려도 뭐라 하는 사람은 성은이 뿐이었다. 기분 나쁜 말투로 틱틱거리며 내 자세를 지적해주는 성은이가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항상 친구들은 나에게 알리지 않은 채 연습을 진행했다. 나 없는 단체 톡방이 있는 듯 했다. 나는 오기가 생겨서 항상 성은이에게 물어보고 연습 장소를 알아냈다. 개인적으로도 열심히 연습했다. 그렇게 체육대회 전날이 되었고, 그날도 나는 연습 장소를 알아내려 성은이에게 향하는 중이었다.

 

 “걔는 지가 잘 춘다고 생각하나 봐.”

 

 화장실 앞을 지나가는데, 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들리는 목소리는 해슬이 목소리인 것 같았다.

 

 “저번에 내가 화장품 한 번 맡겨줬더니 내가 지랑 친구인 줄 알던데 뭐~”

 

 나는 단번에 그 친구들이 내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뒤에서 욕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심장이 너무나 빨리 뛰었다. 나는 화장실 앞 거울에 바짝 붙어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근데 그년 돈이 많긴 많은가 보더라.”

 “돈이 많다고? 얼굴은 왜 그 모양이야, 그럼? ㅋㅋㅋ”

 “아니 생각해봐, 너 같으면 무대 한 번 서보겠다고 강사한테 돈을 바치겠냐?”

 “우린 못 설 일이 없으니까 공감을 못하는 거지, 걘 얼마나 간절했겠어. 이해해주자.”

 “효린이가 직접 봤는데 돈봉투가 X나 두꺼웠다더라. 야, 근데 생각해보니까 걔 때문에 효린이가 무대 못 선 거잖아. 야 나 같으면 그년 죽여버릴거임ㅋㅋㅋ”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돈을 주고 이 무대를 서게 된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저 친구들은 믿고 있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 무서웠다.

 

 “솔직히 이효린도 춤을 잘 추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예쁘기라도 하잖아. “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애초에 해슬이 너랑 효린이는 우리 댄스부 비주얼 센터잖아.”

 ‘내가 이효린 만큼 춤을 못 추냐?”

 “아니 그건 아니고 ㅋㅋㅋ”

 

 나는 더 이상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다. 귓가가 윙윙거리고 시야가 흐려졌다. 너무 화가 나는데 누구에게 화를 내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 사이에서 이미 나는 효린이의 자리를 돈으로 빼앗은 아이였다.

 

 터덜터덜 교실로 돌아가 내 자리에 앉았다. 아연이가 무슨 일이냐며 다가왔지만 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성은이도 내가 묻지 않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무대에 서고 싶지 않았다. 사실 효린이가 장난이라며 내가 맡은 파트를 대신해 연습하는 것도 몇 번 보았기에, 더더욱 서고 싶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연이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차마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어서 조금만 이야기했다.

 

 “아연아, 나 내일 무대 서지 말까 봐.”

 “뭐? 너 그거 엄청 기대했던 거 아니야?”

 “응… 그런데 내가 너무 못 춰서 다른 애들한테 피해 주는 거 같아.”

 “학생들이 체육대회에서 신나자고 공연하는데 피해 주는 게 뭐 있어?”

 “그래도, 다른 애들은 다 서로 친한데 괜히 전학생 하나 끼어서 물 흐리는 것 같아서…”

 

 내 말에 아연이는 잠시 동안 곰곰이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곤 한참 뒤에 차분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그것 때문이야?”

 “응?”

 “정말 너가 못해서 이 무대를 안 서고 싶은거야?”

 “…”

 “내가 괜한 말을 하는 것일까 봐 조금은 걱정되지만, 나는 네가 다른 사람의 말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너가 춤 추는 게 좋으면 춤 추는 거고, 무대 서고 싶으면 서는 거지.”

 

 “너도 그 소문 들었구나…”

 “너가 무대에도 안 서면 그 말도 안되는 소문이 진짜라고 믿어질 확률이 1퍼센트 정도는 늘어날 거 같지 않아? 더군다나 나처럼 네 무대를 보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아연이의 말을 듣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아연이 말이 맞았다. 내가 여기서 포기해버리는 것은 그 소문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나는 그날 잠이 들기 전 까지 내내 춤 연습을 했다.

 

 드디어 체육대회의 날이 밝았다. 나는 새벽같이 일어나 평소 끼지 않던 렌즈를 끼고, 안경을 벗고, 앞머리를 고데기로 말고, 화장을 했다. 사실 화장이라고 해 봤자 할 줄 아는 것은 선 크림 바르는 것과 틴트를 바르는 것 밖에는 없었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계주를 맡았던 나지만, 오늘만큼은 아무 프로그램도 참여하지 않았다. 혹여나 앞머리와 화장이 망가질까 봐 그랬다. 그렇게 체육대회가 끝으로 달려갈 즈음, 드디어 공연 순서가 되었다.

 

 “1인1체 방송댄스 프로그램 팀의 공연이 있겠습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학생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리고, 우리는 운동장 가운데로 나갔다. 음악이 시작되자, 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지난 한 달 가까이 매일 매일 땀 흘리며 연습했던 대로 몸이 움직였다. 그동안 나를 무시해서 내가 너무도 무서워했던 친구들이지만, 음악이 나오는 동안 만큼은 마음이 편해지고 웃어줄 수 있었다. 너무도 행복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그 날 이후로 나는 방송댄스에 나가지 않았다. 무대에 서 본 것은 분명 좋은 경험이었지만, 나를 그렇게 대했던 아이들과 다시는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반에서 효린이가 나에게 친한 척을 할 때 마다 왜 그런 소문을 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방송댄스에 집중하지 않고 반에서의 생활에 집중하다 보니,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나는 왜 그동안 내가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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