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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향기
작가 : 향이
작품등록일 : 2019.10.10

 
뜻하지 않은 동행 -1-
작성일 : 19-10-29 12:59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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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찰랑거리는 짙은 주황빛의 긴 머리카락이 주인의 걷는 느낌으로 흔들거리고 있었다. 휘적휘적 걷는 주인의 모습에 기다란 머리카락은 햇빛을 받으며 빤짝였다.

  상반된 검은색의 눈은 무심해 보였다.

  곱상한 선을 가진 이라 얼핏 여자 같기도 했지만 엄연히 남자라는 걸 알게 해주는 것은 목젖이 밉지 않게 자리 잡아있기 때문은 아닐지.

  여하튼 그는 무심한 눈을 해서는 자신을 이끄는 사람들의 뒤를 편안히 걸었다.

  그 어떤 족쇄도 있지 않음에도 어딘가 묶여있는 이인마냥 사람들의 시야를 벗어나지 않았다.

  온통 푸른색의 복식(服飾)을 갖춰 입은 이들은 자신들의 걸음을 맞춰 따라오지 않는 이에게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뭐하는 이인지는 모르나 상부의 지시이기에 그들은 그저 데려가고 있는 것인데 좀처럼 빨리 따라오질 않으니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만.

  뒤따라오는 이는 같은 보폭으로 가고 있었기에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결국은 한 이가 날카롭게 외쳤다.

 

  “이봐! 빨리 좀 따라오라고 하지 않았나?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한단 말일세!”

 

  고운 음색인데 짜증이 한가득 들어차 있었다.

  눈을 제외하고는 전부를 가리고 있어서 알 수 없는 이들이었는데 여자였던 모양이었다. 의외라 생각했는지 무심했던 눈이 빤짝이다 이내 다시 무심해졌다.

 

  “......시간이 없다면. 당신들끼리 먼저 가든지 아니면 다른 곳을 가던지.”

 

  “이익!”

 

  “뭐가 됐든 도착만 하면 되지 않나. 세상일 다 하는 것도 아니면서 바쁜 척은.”

 

  “감히!!”

 

  참지 못하고 무엇인가 하려던 여인은 옆에 있는 이의 손길에 멈춰졌다.

 

  “아, 왜!”

 

  “짜증은 나지만, 반드시 ‘그곳’에 데리고 오라 했어. ‘그곳’에 가는 이는 흔치 않아. 조금만 참아.”

 

  “이...잇!”

 

  훽하고 돌아서더니 이내 다시 걸음을 떼었고 아까보단 저 만치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말렸던 다른 여인은 원인제공인 이를 바라보았다.

 

  “당신, 운이 꽤 좋은 것에 감사해. 우리가 다른 자리에서 만났다면 여기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 여인도 이내 몸을 돌렸다.

  무심한 눈을 지우지 않으며, 아니 정확히는 무료하달 수 있는 눈빛이었다. 검은색의 눈은 양 옆에서 들이치는 햇빛을 담았다.

  빤짝이고 따뜻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것일까.

  그곳에선 가늠할 수가 없었으니.

 

  “......그리 오래 된 건 아닌 거 같고. 그냥 지루하군.”

 

  중얼거리는 그의 소리가 작았음에도 크게 들려왔는지 일제히 돌아보는 시선들. 개의치 않게 시선들을 받아내며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이끌지 않아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니 이 긴 복도의 끝엔 예의 ‘그곳’이 있을 거였다.

  도대체 ‘그곳’이 무엇이기에 푸른 복색의 여인들은 눈빛만으로도 얼굴이 굳어 있는 것만 같고 뒤따라오는 이는 아무렇지 않게 오고 있는 것일까.

  이내 여인들 지척까지 왔음에도 그는 그녀들을 지나쳐 가려는 듯 발걸음을 계속 이끌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황당한지 어떤지 여인들은 째려보듯 보았고 자신들의 일을 마무리 하려는지 다시 움직였다.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움직임을 멈췄다.

  누른빛 황색의 거대한 문이 복도의 끝을 보여주었다.

  문지기도 없고 손잡이도 없는 이 거대한 문은 정말 문이 맞는지 의심이 가는 순간.

  여인들 중 하나가 나와 허리춤에서 푸른색이면서 황색빛이 나는 패를 꺼내었다.

 

  “청지(靑地) 운세무(雲世務)! 명을 받들어 중궁(中宮)에 왔나이다!”

 

  누가 듣는다고 문 앞에서 그리 외치는가 싶은 생각이 무색하게 문이 스르르 열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그들은 망설임 없이 문 너머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또 문이 있었고 그 문은 두 개였다.

  한 문은 황천지(黃天地).

  또 다른 문은 황지천(黃地天).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엔 이곳에 오기 전엔 없던 문지기가 있었다.

  그들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조금 보태자면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구분이 가지 않은 복식으로 서있었다.

  총 4명인 그들은 문의 색과 일치한 황색 복식차림으로 청지 무리들을 맞았다.

  또다시 운세무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황지천이라 새겨있는 문의 문지기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마치 다 알고 있으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한 행동이었다. 그리곤 옆의 문지기를 보는 듯했다.

  그 문지기도 무슨 뜻인지 아는지 그들은 함께 황지천의 문에 손을 대더니 살짝 미는 듯 했다.

  그그긍-

  오래된 돌문이 열리 듯 소음을 내며 황색의 문은 열렸고 청지들은 놀라운 눈빛을 지었다.

  그러길 잠시.

  청지들은 뒤따라오던 이를 향했다.

 

  “들어가게. 더 이상은 우리도 갈 수 없으니.”

 

  운세무의 말에 그는 휘적거리는 그 걸음 그대로 들어갔다.

  그의 뒤에 대고 문지기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음색 또한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목소리였다.

 

  “자네가 가야할 곳은 자네의 눈에만 보일 걸세. 가다보면 보일 것이야.”

 

  나선형으로 쭉 이어진 계단을 따라 그는 하염없이 내려갔다.

  얼마나 걸어 내려갔을까.

  무언가 문이랄까 빛이랄까 알 수 없는 계단이 아닌 통로 같은 게 빤짝여보였다.

 

  ‘저건가. 말한 것이.’

 

  빛이 나는 통로라고 해야 할까.

  그곳에 들어서자 눈이 부셨던 그는 팔을 들어 빛을 가렸다.

 

  “왔는가. 죄인(罪人), 유현.”

 

  기다렸다는 듯 들리는 말에 현은 들었던 팔을 천천히 내리며 시야확보를 해갔다.

  넓은 돔 형식에 자신이 서 있는 곳은 그 중심인 곳이었다.

  분명 지하로 내려왔는데 어찌 이런 빛이 들어찬 곳인지 알 수 없었다가 이내 인식을 했다. 저 높다란 천장에서 자연스런 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 주위로 구(毬) 모양의 빛을 발하는 것들이 제멋대로 벽에 박혀있었다. 어쩌면 뜻이 있을 박힘일지도 모르겠으나 정연한 모양새도 아니고 여기저기 박혀 있는 게 딱 그랬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시선을 옮겨 정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부른 이인지 그 역시도 황색의 복식을 갖춰입고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태 본 황색 중에선 제일 옅은, 꼭 이 궁벽에 칠해진 색 같았다. 아니 더 옅을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죄다 황색이야.’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하고 있는 현을 알고나 있는지 그는 다시 한 번 더 불렀다.

 

  “죄인, 유현. 여기까지 앞으로 나아오라.”

 

  그의 말대로 현은 휘적거리며 가리키는 곳까지 나아왔다. 그리곤 현을 등지고 앞을 향해 외쳤다.

 

  “이제부터 본 재판은. 죄인의 신분인 유현의 처분을 위함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소. 개회(開會)!”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현의 몸을 무엇인가가 감싸는 것을 느꼈다.

  흠칫-

  그러한 모습을 향해 그는 나직이 말했다.

 

  “죄인이. 도망치지 못하게 함이지. 모든 근원의 힘으로 결박함은.”

 

  흠칫-흠칫-

 

  ‘그런가......좋은 느낌은 아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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