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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33
작성일 : 19-10-29 12:36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2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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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이 많다는 것은 말이죠,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돈이 많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오너의 말처럼 클라이언트는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짐에 있어서 그 사람의 좋은 기억을 간직한다는 것에 마음이 따뜻해져왔다. 좋은 물건, 좋은 신발, 좋은 건물보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마동은 잘 알고 있었다.

  마동은 자신이 변이하고 있음을 정부의 관계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까지 그들은 전혀 마동에게 접근을 하거나 감시하는 분위기가 없다. 클라이언트의 뇌파채취에 동행한 이후로 마동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졌다. 같이 조깅을 하던 최원해가 사라졌고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기이한 사건으로 두 사람이나 시체로 변했고, 초현실적인 천재지변으로 바다가 들끓어 사람이 익어서 죽었다.

  마동은 회사에 출근하지도 않았고 행방도 묘연하게 돌아다녔다. 그렇지만 정부의 사람들에게서 아직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낌새라는 것이 전혀 없었다. 마동은 자신이 지갑을 뒤져 사무실에 찾아온 그들에게서 건네받은 명함을 꺼냈다. 명함을 제대로 본적이 없었는데 손에 들고 있는 명함을 보니 그저 종잇조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어설퍼 보이는 듯 했지만 아주 견고한 명함이었다. 불필요한 글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윤고딕체로 정보국이라는 글자가 짤막하게 쓰여 있고 그 밑에 이름이 있고, 밑에 전화번호만 있었다. 테두리가 금장으로 둘러져있어서 더욱 현실과 동떨어진 명함 같았다. 계속 손에 들고 보다보니 명함은 마치 그 나름대로의 완벽한 유기체처럼 보였다. 바닥에 던져 놓으면 금장에서 다리가 기어 나와 스멀스멀 움직일 것만 같았다. 마동은 더 이상 쳐다보다가는 정부부서사람의 명함 속에 갇혀 버릴 것만 같았다. 명함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음악이 나온다거나 대기음 따위는 나오지 않았다. 그건 마음에 들었다. 불필요한 음악이나 연주곡 따위는 필요 없는 소음에 가까웠다. 몇 초 동안 듣는 연주곡은 최악이다. 마동 쪽에서 정확히 세 번 울린 후 그는 전화를 받았다.

  모두 세 번 울리면 전화를 받는군.

  차가운 바이칼호수 같은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 나왔다. 마동은 아침에 벌써 두 명이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전해 들었다.

  “고마동 씨, 저에게 전화를 다 주시고 조금 놀랐습니다.” 정부쪽 사람은 조금은 경쾌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마동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일어난 지 오래된 목소리였다. 적어도 두 시간 전에는 일어나서 물을 한잔 마신 다음 제대로 된 호흡을 하고 잠을 자는 동안 굳어있던 신체의 각 관절을 풀어주고 15분 잇아 조깅을 마친 목소리였다. 목소리에는 건강함이 묻어났고 더불어 긴장감도 풍겼다.

  “고마동 씨가 저에게 전화를 할 일은 없을 텐데, 하고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경쾌함이 잠시 들었다가 이내 냉정하고 잔잔한 수면 같은 톤을 찾았다. 수화기너머로 스미스요원이 넥타이를 만지는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마동은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렇죠. 인사를 먼저해야하는데 말이죠”라고 정부사람이 말한 후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제가 전화를 드린 건”까지 말했을 때, 마동의 말을 끊고 스미스요원이 말을 이었다. “당신은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정부는 당신을 감시체재의 대상이라고 선포하고, 아, 영화 스토커에서 시모펠리스가 리나의 가족을 감시하듯 당신을 감시해야 하는데 당신은 그런 정부가 느슨하다는 것을 느끼고 이상해서 전화를 한 것이군요”라고 그는 냉정하고 사무적이게 말을 했다. 그의 말은 정확은 넘어서 적확했다.

  “그렇습니다. 단지 궁금했습니다.”

  “대답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의 대답은 칼로 두부를 싹둑 자르듯 간결하고 명료했다.

  “네, 맞습니다. 대답을 안 해주셔도 됩니다. 그동안 감시를 하지 않았다는 건 앞으로도 감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되니까 말이죠. 그냥 단지 궁금해서 전화를 해 본 것입니다. 그럼 안녕히.”

  “잠시 있어보게.” 마동이 휴대전화의 통화버튼을 끄려고 할 때 스미스요원이 마동을 제대했다.

  “전화상으로는 할 이야기가 아니지. 그렇지만 말해주겠소. 우리는 우리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지.” 목소리를 다듬는 울림이 들렸다. “정부는 당신이 상관에게 스티머회선으로 그 작업분량을 보낸 것도 다 알고 있소.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 작업을 한 것은 정확히 당신이 한 것인지 제 3의 인물이 한 것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소. 당신회사 직원들의 통장에 그 작업을 의뢰한 고객에게서 받은 돈이 분배되어서 차곡차곡 들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소. 다시 말하지만 정부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오. 우리가 하는 일이 그런 것이라 감시에 들어간 대상의 일거수일투족, 어떤 대상은 그 생각까지 알아 낼 수 있지. 하지만 어느 선까지는 정부에서 눈을 감아주오. 인간의 삶이란 정말 다양하지 그건 여러 책에서도 나오지만 태어나는 방법은 자신이 선택을 할 수 없지만 우아하게 죽을 수도 있고,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지. 죽음에 다가가는 방법은 본인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이지. 행복의 종류는 하나지만 불행에 대해서는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불행이 도사리고 있다는 건 많은 곳에서 이미 나와 있는 말이지. 도스토옙스키의 말인가?” 누구의 말인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귀결은 죽음에 다가서고 나면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오. 정부는 그런 인간이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을 하게 유지시키는 역할도 하지. 착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인간이 살아가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혼란스러워질 뿐이지. 그건 당신도 알거야. 다양하게 살아가는 착각이 들 수 있도록 정부도 크게 관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능구렁이처럼 넘어가지. 정부도 자금이 필요하고 돈이라는 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 뒷거래되는 돈이라 하더라도 당신네 회사와 직원들에게 분배되는 건 우리도 건드리지 않아. 돈은 기름과 같아서 인간의 삶에 기름칠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지.” 그는 변하지 않는 음역의 톤과 목소리를 가지고 높임말과 반말이 섞인 말투를 써가며 말을 했다.

  “이런 내용을 나에게 말해줘도 되는 겁니까?”

  “그렇소. 당신에게는 해도 괜찮은 내용이야.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나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는 방법을 우리는 훈련을 받았소. 훈련은 혹독하고 힘들었지. 그걸 견뎌낼 자들만이 정부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오.” 스미스요원은 마동의 말에 망설임 없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맥주 한 모금 마시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당신회사는 이번 작업의 주축인 당신이 회사에 나오지 않아서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다른 직원도 나오지 않아서 고심하는 모습도 있더군. 그런데 당신도 이미 느꼈겠지만 그 직원은 이제 회사에 나올 가망성은 제로에 가깝지.” 그는 무섭게 말을 끝맺었다. 침묵이 올곧게 흘렀다. 수화기너머로 전해지는 침묵은 유난히 무겁고 색이 짙었다. 몸이 빠져 버린다면 빠져 나오지 못할 정도로 질척이고 질퍽한 종류의 침묵이었다.

  “정부는 그 직원의 행방에 관심이 많았네. 그 사람은 이 세계에서 사라졌소. 완벽하게 사라졌지. 내가 말했듯, 그 직원은 누락되었소.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완전하게 말이오. 형사들이 그의 행방을 찾고 있지만 실종사로 마무리가 될 것이오.”

  또 다시 침묵.

  침묵 속에서 그가 이어갈 말을 조리 있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마동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최대한 간결한 단어와 문장을 동원해서 마동에게 보다 정확하고 알기 쉽게 말하려하고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부는 당신에 대한 감사를 그만두라고 했소. 윗선에서 직통으로 나에게 전달이 왔소. 이례적인 일이지. 언제나 절차가 있는 법이거든. 하지만 이번에는 절차 없이 곧바로 나에게 전달이 되었지. 당신에 대한 감시는 어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오. 그 이유는 나도 모르오. 우리는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뿐이니까. 다만 정부는 마른번개의 행방을 파악했고 그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소. 나는 잘 모르지만 당신은 그들과 알게 모르게 깊게 관여하고 있는 듯해. 정부의 윗선에서는 오래전부터 그들과 접촉을 해오고 있소. 그들이 무엇 때문에 긴 시간 지켜온 평화와 안식을 깨트리고 나오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정부가 내미는 타협을 그들이 거부하면 그들 역시도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지는 못하오. 그렇게 되면 그들과 부득이한 마찰이 일어나겠지. 물론 이곳은 크나큰 공황상태가 될 것이오. 중요한건 그 중심에 당신이 있다고 하더군. 당신이 지금 하고자 하는 대로 놔둔다면 그들도, 그리고 정부와 우리도 예전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지. 당신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이오. 관여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정부의 윗선에서 판단이 선 모양이야. 고마동 씨, 당신이 지금부터 하려고 하는 대로 그냥 놔두라는 전달만 받았을 뿐이오.”

  그의 말이 끝나고 아주 잠시 동안의 시간을 가졌다가 수화기는 그대로 끊겼다. 마동은 어쩐지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마음의 앙금을 더 크게 만들어냈다.

  웅웅웅 웅웅웅웅.

  마동의 머릿속으로 또 다시 사람들의 의식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동은 휴대전화를 내려두고 눈 옆의 관자놀이를 눌렀다. 사람들은 무서워하면서도 매일 하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안정을 얻으려했다. 반복은 지겨움과 늘어짐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안온감을 지니게 했다. 단순한 반복에서 인간은 시스템을 창출하는 것이다. 세계의 곳곳에서 땅이 꺼지고 총성이 울리고 비행기가 추락했지만, 917번의 버스는 오늘도 어김없이 어제와 같은 시간에 정류장에 도착하고 은행은 같은 시간에 문을 연다. 각 학교의 수업은 정각에 시작하고, 오징어배달부는 여름의 사나운 비가 몰아쳐도 그 시각에 오징어전문 활어횟집에 오징어를 배달한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가득 들어차 있는 사람들도 시간이 되면 티브이 앞에 앉아서 연속극을 본다.

 

  딩동.

  형사들이 찾아왔다. 두 명이었다. 뒤의 남자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마동은 자신이 생각하는 나이보다 훨씬 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형사는 30대 초반의 유도선수나 격투기선수 같은 모습이었다. 스포츠머리의 인상이 험악했고 건장한 남자였다. 뒤따라 들어온 사람이 베테랑 형사 같았는데 많이 힘들어보였고 늙어 보여서 나이가 예측이 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수염이 잘 깎인 부분과 덜 깎인 부분이 같은 영역 속에 혼재했다. 그 모습은 깨끗한 도심지가 밤이 되면 쓰레기더미로 변하는 모습과도 흡사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수염을 깎은 듯 뒤죽박죽이었고 목젖위로는 아예 수염을 깎지 않아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오전이지만 형사들의 목덜미를 타고 땀이 흘러 수염의 숲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한 여름이라는 계절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름에는 움직이면 땀이 흐른다. 류 형사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고 이미 땀이 흐르고 난 후 말라버린 자국도 있었다.

  “경찰서에서 왔습니다.” 짤막한 인사에 빈틈없는 목소리가 서려있었다. 신분증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마동은 거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커튼을 뚫지 못한 태양의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신나게 현관문을 열고 형사들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왔다. 실내에서 보니 류 형사와 같이 온 후배형사는 덩치가 산처럼 커 보였다. 눈은 아직 잠에서 덜 깨 붓기가 빠지지 않았지만 정의와 열의에 불타는 신참형사의 모습, 그것이었다.

  “들어오시죠.” 마동은 그들을 소파로 안내했다. 신발을 벗는 순간 묘한 냄새가 났고 류 형사가 발을 디딘 거실바닥에서는 며칠 씻지 못한 발바닥의 냄새가 딱 붙어 버렸다. 정작 본인들은 냄새를 맡지 못했다.

  “어제는 연락이 되지 않아서 회사를 찾아갔는데 회사에도 나오지 않으셨더군요. 회사에서도 연락 없이 결근을 하셔서 걱정이 심하던데…… 오늘은?”

  마동은 회사에 연락을 했다고 했다. 류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에서 오래되고 낡은 수첩을 꺼냈다. 겉표지에 내무부가 아닌 법무부소속의 마크가 새겨진 것이 보였다. 반면에 체격이 좋은 젊은 형사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류 형사는 조사한 내용을 낡은 수첩에 옮겨 적고, 신참형사는 모바일 폰의 메모지에 조사내용을 기입하는 모양이었다. 굵고 단단한 음성으로 신참형사는 마동에게 집안을 좀 촬영해도 되냐고 물었고 마동은 왜 그러냐고 되물었다. 신참형사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류 형사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마동을 관찰했다. 마동은 알았다며 촬영을 허락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들고 굵은 손가락으로 찰칵 거리며 사진을 찍고 휴대전화에 메모를 하는 소리가 이질감 있게 들렸다.

  “회사에서는 당신이 상당히 아프다고 했습니다. 회사원들 말로는 외모가 변할 만큼 아프다고 다들 알고 있던데 말이죠. 그런데 지금 이렇게 실제로 보니 회사에서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지…….”

  “하루 만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감기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마동은 안경테를 올리며 말했다. 류 형사는 그 손짓을 놓치지 않고 눈으로 담았다.

  “안경에는 색이 들어가 있군요. 실내에서 조금 어두워 보이겠습니다. 평소에는 안경을 쓰지 않으셨군요.” 류 형사는 수첩에 메모를 하면서 말을 했다.

  “아닙니다. 평소에 안경을 착용하기도 합니다. 늘 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제부터 새로운 안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안경을 바꿨어요. 며칠 만에 시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눈이 너무 부십니다. 빛에 노출이 되면 눈이 아파서 눈을 뜨고 있기가 힘이 들더군요. 자외선은 무섭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마동은 다시 안경테를 올리며 말했다. 류 형사는 메모를 하던 볼펜 끝을 입에 물었다. 볼펜 끝의 모양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얼마나 많은 볼펜 끝을 물었을까.

  “아시겠지만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최원해라는 사람이 실종되었습니다. 솔직히 실종신고를 하기에는 아직 모자라는 부분이 있지만 분명 실종된 것입니다. 어이 이봐, 이 말은 적지 마.” 류 형사는 신참형사에게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은 메모를 하지 말라고 했다.

  마동은 그들에게 커피를 내 주었다. 물론 뜨거운 커피였다. 류 형사와 신참형사는 불만 없이 뜨거운 커피 잔을 받아들이고 한 모금씩 마셨다. 오전에 퍼지는 커피 향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마동에게는 더 이상 커피향이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의 일을 좀 듣고 싶은데 말이죠. 최원해 부인말로는 당신을 만나서 조깅을 같이 한다고 한껏 들떠서 나갔다고 하던데 그 이후로 없어졌단 말이죠. 실종이 된 곳에서 그야말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무런 증거도, 어떠한 자취도, 심지어는 냄새마저도 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신고 있던 운동화 한 켤레가 떨어져있었는데 단지 그것뿐입니다. 무엇인가 아주 날카로운 것에 할퀴어진 모습인데 신발하나만 그렇게 찢겨서 떨어져 있다는 게 정황이 맞지가 않습니다. 우리들 형사들은 오랫동안 사건이 일어나면 현장에서 대부분의 당시상황을 유추 해 낼 수가 있습니다. 현장에 모든 것이 다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 그 현장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현재 우리가 알아낸 것입니다.”

  류 형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오전에 틀어놓은 모니터 속의 뉴스에 잠시 시선을 고정했다. 뉴스에서는 해변의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모니터에 비치는 광경은 해변에 종교집회 자들이 더 늘었고, 종말론 자들이 해안가를 돌아다니며 곧 다가올 종말에 대비해야한다는 말과 함께 유가족과 시청 관계자들 사이에서 보상의 줄다리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부분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었다. 유가족이 시청에 제시한 보상에는 바다가 끓어오른 이유가 천재지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들은 변호사를 선임했고 방송사들의 카메라 앞에서 그 타당성에 대해서 큰 소리로 발표를 하고 있었다. 유가족의 주장은 해안근처의 공단에서 몰래 버려지는 폐수가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제철업의 가동공장의 열기와 만나 바다를 끓어오르게 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끓어오른 바다에 자신의 가족이 익어서 죽었고 그들은 시청에 그 보상을 청구했다.

  해양학자들과 소비자연대는 그 소식을 접하고 일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사에 착수를 했다. 공장 쪽은 전혀 근거가 없는 소리라며 회사의 공장라인의 생산방식을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고 바닷물이 끓어오르는 현상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했다. 수온이 상승한 여름의 바다가 폐수를 통해 화학작용을 하여 부분적으로 끓어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놓은 해양학자들의 말에 종착지를 알 수 없는 기차처럼 조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유가족은 방송국의 카메라에 대고 이러한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며 공장에서 함부로 버리는 폐수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약한 환경을 들추려고 했다. 더불어 시에서는 시민의 세금을 대거 유입하여 공원조성에만 힘을 쏟는다고 비판을 했다. 유가족은 대규모 공원 등이 각 구마다 설치되어서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심어놓은 꽃들에게서는 나비가 날아들지 않고, 대나무 숲에 방생한 너구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리고, 대나무 역시 번식하지 못하고 말라간 것을 외쳤다. 강에 헤엄치는 물고기는 외래어종이 태반이며 사람들은 꽃가루 알레르기가 나날이 심해진다고 했다.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재질의 마감재로 만들어놓은 조깅코스의 바닥을 들먹였고, 공원의 작은 호수에서는 중학생이 바닥에 미끄러져 빠져 죽은 일을 들춰내며 시를 비난했다.

  “거참, 내 형사생활 중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지금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겠지만 말이죠. 죽은 사람에겐 안 된 말이지만 끓어오르는 바다 속에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끓는 물에 손가락 하나만 데여도 겁이 나고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닌데 말이죠. 이거 정말 혼란스러운데 말이죠.” 류 형사는 인정하기 싫은 사건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이 안타까운 듯 말끝마다 말이죠, 말이죠, 어조로 말을 끝냈다. 뉴스는 들어오는 대로 소식을 전하겠다며 끝이 났다. 뉴스가 끝이 나자 마동은 모니터를 껐다. 모니터를 끄고 나니 집안은 고요해졌다. 두 사람의 형사가 더운 여름에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가려운지 류 형사는 목 부분을 긁었다. 목을 긁는 움직임뿐이지만 그의 움직임에는 기름칠한 기계 같은 정교함이 있었다. 류 형사는 긁고 나서 손톱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여기 이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완전히 미궁속입니다. 단서라는 게 없지요. 사건현장에서 단서라는 것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인데, 실종사건도, 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된 두 사람도 그렇고, 그 사건 들었죠? 그리고 저 바다의 사건도 그렇고 짚이는 게 전혀 없는 사건들입니다.” 류 형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뜨거운 것을 잊고 불지 않고 마시다가 잔을 빨리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건 형사의 날카로운 수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왠지 그 사건들이 서로 연관이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류 형사는 말을 끊었다. 침묵이 다시 흘렀다. 수화기너머로 정부의 스미스요원과 대화가 끊기고 흘렀던 침묵과는 질이 달랐다. 침묵 속에는 어떠한 위화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죠. 그 일련의 사건들 속에 당신이 속해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입니다. 단서도 없고, 증거나 증인도 하나 없습니다. 수사의 방향을 잡아야 하니 당신이 개입이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현관문을 열고 당신을 보자마자 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기록을 봐도 당신은 깨끗하고 범칙금 한 번 낸 적이 없더군요. 아주 깨끗했어요. 군 생활부터 지금까지도 말이죠. 사람을 죽인다거나 범행을 저지를 타입으로도 보이지 않습니다.” 류 형사는 침을 삼켰다. 그 소리를 마동은 잘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이상으로 위험하지 않을까. 당신은 어쩌면 당신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또 다른 당신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이죠.”

  마동은 류 형사의 눈을 쳐다보았다. 눈 색이 많이 탁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제가 하는 말에는 어떠한 단서도 없습니다. 증거도 없고 말이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지금은 저를 제외한 모두가 용의자 선상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어제 하루 동안 당신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우리들, 그러니까 현재 대한민국 수사국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국민의 행방을 추적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휴대폰의 추적도 가능하고 말이죠. 그런데 수치스럽게도 어제 하루 동안의 당신은 마치 없어진 최원해처럼 전혀 행방을 알 수 없었다는 겁니다.” 류 형사는 손톱 밑을 입으로 후 불었다. 그리고 마동이 말을 하기까지 진지한 얼굴을 하고 기다려 주었다.

  마동은 그날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말했다. 거짓말 같지만 낮 동안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아프다가도 밤에 찾아오면 바이러스가 빠져나가서 몸이 괜찮아진다, 그래서 조깅을 했다고 말했다. 류 형사는 마동의 말을 놓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첩에 받아 적었다. 마동은 최원해 부장이 찾아와서 같이 조깅을 시작했고 구청에서 만들어놓은 저수지가 있는 일명 둥지산을 달리는 코스로 정했다고 했고 그 코스는 겨울은 오후 6시 이후에는 입산금지이지만 여름에는 자정까지 조깅을 할 수 있어서 같이 달려 올라갔다고 했다. 그런데 같이 달리기 시작하고 철탑부근에 이르렀을 때 마동은 자신도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최원해 부장은 사라졌고 자신은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정신을 잃었을 때는 깊은 잠에 빠져들 때처럼 한순간이었고 전혀 기억이 없다고 덧붙였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듯 류 형사는 수첩에 받아 적다가 적는 행위를 멈췄다. 류 형사는 마동의 이야기를 듣고 당시의 상황에 꼼꼼하게 다가가려는 듯 생각했다.

  “어떤 냄새도 없었어요. 우리는 조깅코스로 천천히 달렸습니다. 최 부장님은 몸이 비대해서 빨리 달릴 수 없다고 판단을 했죠. 그래서 아주 천천히 달렸어요. 그러다가 거의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동네의 있는 산이라고 해도 오르막길을 준비운동 없이 뛰어 올라간다면 그 다음날 다리와 몸은 아우성을 지르겠죠. 그래서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걷기 시작했어요. 여름밤의 산속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보다 훨씬 시원합니다. 밤하늘의 바람을 나무들이 빨아들여 밑으로 내려 보내죠.”

  정말요? 라는 눈빛으로 류 형사가 고개를 갑자기 들어 마동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실제로는 모르죠. 나무들이 바람을 빨아들인다는 건 그저 저의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산속에서 부는 바람인 그런 느낌이 들잖아요?” 마동의 말에 형사 두 명은 그런 일이?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때 바람이 불어왔어요.”

  “바람? 무슨 바람?” 류 형사가 맣했다.

  “치누크”라고 마동은 짧게 대답했다. 류 형사는 입에서 치누크라고 되뇄다. 그리고 신참형사에게 바람이름인가?라고 물었고 신참형사는 스마트폰으로 치누크에 대해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류 형사는 신참형사의 모습을 보며 볼펜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신참형사는 치누크바람에 대해서 간단하게 류 형사에게 설명을 했다. 류 형사는 설명을 듣고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바람이 어째서 이곳에 나타난단 말이지?라고 신참형사에게 물었고, 신참형사는 다시 스마트폰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류 형사는 신참형사의 모습을 보며 볼펜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정신을 잃었을 때 타격도 없었고 어떤 무엇에 의해서 그렇게 괸 것인지 모른단 말이죠? 그것 참 신비한일입니다. 이상하다기 보다 신기하군요. 한명은 공기덩어리가 꾹 누르듯이 조용히 정신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또 한명은 사라져버리고 말이죠. 정말 이상한 것은 찢어진 운동화 한 켤레만 발견된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겁니다. 그 외에는 단서가 전혀 없어요. 무엇에 의해서 끌려간 자국도 없고 숲의 풀들이 누워있다거나 쓰러져 있지도 않았습니다.”

  류 형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장을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어김없이 그가 들고 있는 볼펜의 끝 부분이 그의 입으로 들어갔다.

  “운동화가 그렇게 찢어졌는데 최원해의 살점이라든가 핏자국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죄송하지만, 솔직히 여기에 오기 전까지 전 기이하지만 일련의 이상한 사건들에 대해서 당신을 조금 의심했었습니다. 증거라든가 단서는 전혀 없어요.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보는 순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건에 당신이 깊은 관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최원해를 없애고, 아니 사라지게 하고 아파트의 변태성욕자들을 기이한 형태로 살해하고 바다에 떠있는 상태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당신과 필시 연관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사건들이 아무런 진척이 없다! 그래서 저는 합리화를 위해서 당신을 의심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볼펜 끝을 아랫니에 톡톡 두드렸다.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제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증거나 단서가 없기 때문에 보고를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경찰이라고 하는 사람은 살인사건이 터지면 본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용의자이니까 말입니다.” 류 형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류 형사가 말을 끊으면 물속처럼 고요했다.

  “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신과 이번 사건의 개연성에 대해서 의구심이 드는군요. 내 생각이 정말 억지로 만들어진 추리라는 게 절실히 드러난다 이 말입니다. 물론 애당초 논리에서 벗어난 접근방식입니다. 그것은 이번 사건자체가 논리에서 아주 멀어진 사건들이기 때문입니다.” 류 형사는 바닥에 남아있는 식어버린 커피를 입술을 내밀어 홀라당 다 마셨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긴 했습니다. 두 사람이 기이하게 살해당했고 한 사람은 바다위에서 역시 기이하게 죽었고 한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습니다. 당신도 뉴스를 통해서 들었겠지만 이런 사건은 이례적입니다.” 류 형사는 마동이 앉아있는 쪽으로 몸을 조금 당겼다. 그래봐야 몸을 움직이는 시늉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최원해를 비롯해서 피해자들에게서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됐습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성도착자이거나 성범죄로 수감되었거나 법정공방이 한 번씩 있었던 기록이 있더군요.” 류 형사는 손에 들고 있는 비어버린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마동은 최원해 부장도 그런 이력이 있다는 것에 잠시 놀랐다. 류 형사는 말을 잇기에 앞서 신참형사에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도 메모하지 말라고 근엄하게 말했다.

  “최원해 이 사람, 오래 전에 버스에서 한 여자를 상대로 출근시간에 간간이 느꼈나 봅니다. 잘 아시겠지만 여자의 입장에서는 수치스럽고 당황하기 마련이죠. 그 최원해라는 사람, 여자들 중에서도 성격적으로 적극적이지 못하고 아주 소극적 대처만을 하는 여자를 고른 것 같더군요. 그런 여자를 타깃으로 정하려면 그 여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의미적으로 스토커 짓을 했다는 말이죠. 타깃으로 정한 여자를 오랜 시간 동안 출퇴근 시간에 여자의 근처에서 여자의 이동거리, 여자의 습성, 밥을 먹는 식당, 자주 가는 곳을 관찰했다는 겁니다. 모든 것을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수치를 기입한 후 계산이 떨어지는 답처럼 최원해는 출근길마다 그 여자의 엉덩이를 만졌습니다. 어떤 날은 출근길이 아닌 퇴근길에 여자의 엉덩이를 만졌습니다. 아침마다 하면 들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여자는 아침마다 그 더러운 손길을 느꼈지만 소극적인 성격 탓에 그저 속으로만 참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최원해는 짜여 진 계산된 각본대로 출근길에 복잡한 사람들 틈을 비집고 그 여성 가까이 다가가서 손으로 치마 위 엉덩이를 만졌습니다. 늘 비슷한 시간, 같은 공간, 비슷한 사람들이 타는 버스 안에서 최원해에게는 간단한 일이었죠. 그런데 그날, 앉아서 졸고 있던 여고생이 고개를 까닥하며 졸다가 눈을 떴는데 최원해의 손이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는 장면을 본 겁니다. 그리고 여고생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류 형사는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과감하게 나에게 하는 것일까. 마동은 짧지만 깊게 생각했다. 류 형사는 순수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것이다. 간절하게 범인을 잡아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더 이상했습니다”라고 류 형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탁한 눈 속에 눈빛은 꾸준하게 살아있었다. 마동은 가만히 앉아서 류 형사의 말에 집중을 했다. 옆의 신참형사도 류 형사의 말에 집중을 했다.

  “여고생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피웠지만 정작 당한 여자 쪽에서는 아니라고 하면서 상당히 난처해했습니다. 이해 못할 일이죠. 버스 속의 사람들이 가만히 넘어가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아서 최원해를 수사대에 신고를 하고 나중에는 법정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여자가 무효처리를 원했고 법정까지 가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한 마디로 여자는 그냥 잊으려했고 그럴수록 사회와 사람들은 사건을 꺼내서 최원해를 고립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여자의 대처가 너무 소극적이라 그 사건은 최원해가 바로 풀려나면서 끝이 났습니다. 이 여자는 그 이후로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겁니다.” 류 형사는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답답한지 목소리가 좀 커졌다.

  “여자가 결국 회사를 그만뒀지 뭡니까!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점점 작아져만 갔던 겁니다. 어땠을까요? 여자는 그냥 그길로 회사로 가면 그만인데 말이죠. 하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여자가 워낙에 소심한 성격이었죠.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 여자의 직장을 어렵게 찾아가서 그 여자에 대해서 조사를 좀 해봤더니 회사사람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자주 가는 음식점에서 손님이 먹던 반찬을 다시 내어 오는 것을 여자가 다니는 회사의 직원들에게 들켜서 그곳으로 가지 않게 되었는데, 그 여자는 그 식당을 지나칠 때는 그 주인과 마주치는 게 미안스럽고 난처해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거나, 먼 거리를 에둘러 가기도 했다는군요. 늘 가던 미용실을 두고 회사직원에 이끌려 다른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나면 그 머리모양이 다 없어지기도 전에 원래 가던 미용실에 갈 정도로 소극적이었다고 합니다. 뭐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존재하니까 말입니다. 다양성에 입각한 동물이 인간이니 말이죠.” 류 형사는 볼펜을 다시 한 번 입으로 물었다가 꺼냈다.

  “여자는 그 사건 이후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인사치례를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자신 안에 점점 가둬 버렸죠. 집에서 꼭꼭 숨어 지내는 겁니다. 그러면 외모가 변합니다. 움직임이 없고 식사만 하니 살이 찝니다. 그러다보니 뚱뚱하게 변한 모습을 두고 또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합니다. 더더욱 집안에서 나가지 않게 되죠. 정작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버젓이 길거리를 다니고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회사를 웃으며 다니는데 말이죠. 집에서 그렇게 꼭꼭 숨어 지내다가 증상이 심각해서 시설에 들어가 있습니다. 요양시설에 가서 의사의 말을 들어보니 병실에서 요즘도 버스를 타는 시늉을 한다는 겁니다. 어찌되었던 최원해라는 그 사람, 그 이후로 안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한 여자의 인생을 망가트려 놓았죠.”

  류 형사는 빈 커피 잔을 들어서 마동에게 한잔 더 줄 수 없냐고 물었다. 마동은 커피를 한잔 더 류 형사에게 부어주었다. 신참형사에게도 한잔 더 부어 주었다. 찻잔을 쥐고 있던 신참형사의 손은 바위처럼 보였다. 거실의 공기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마동 씨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서 일어난 두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성도착증이 심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아내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해왔던 겁니다. 아내니까 누구도 몰랐고 그 사람의 아내도 타인에게 남편의 부조리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수치스러운 일이거든요. 누가 안다고 해도 부부의 성생활이니 이러쿵저러쿵 할 수도 없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부부의 섹스리스가 세계 1위라고 하니.”

  “아내는 남편이 의자에 뒤로 꽁꽁 묶어놓고 남편 자신의 노리개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도 속옷으로 꽁꽁 묶여 아내의 팬티와 속옷을 위장에 억지로 밀어 넣고 기도가 막혔습니다. 굉장한 고통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류 형사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마동의 표정을 살폈다.

  “아내가 묶여 있는 상황에서 어떤 누가 들어와서 남편을 그렇게 입속에 속옷을 잔뜩 넣었다는 것인데 집안에는 아무도 들어온 흔적이 없습니다. 벌레 한 마리 들어온 흔적이 없어요. 그렇다면 부인이 그랬다는 말인데, 부인의 팔다리도 의자에 묶여 있었고 풀린 흔적이 없습니다. 밤새도록 묶여 있어서 손과 발에 피가 통하지 않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힘들듯 합니다. 뭐 거기까진 그렇다고 칩시다. 시체의 위장과 기도 속에서 끝없이 나온 속옷이며 스카프는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했다면 그 누군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게 많은 양의 속옷을 사람의 위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방법도 없을뿐더러 설명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부인의 남편은 저항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최원해가 산속에서 소거되었듯, 남편도 저항 없이 입으로 속옷을 받아 먹어버린 것 같거든요.” 말을 끝내고 류 형사는 마동의 얼굴을 다시 살폈다.

  “수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아무에게나 해도 되는 겁니까?” 마동은 처음 류 형사를 만났을 때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질문을 했다. 류 형사는 설치류를 발견한 맹금류이 눈빛으로 마동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맞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아무에게나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잘 알고 있군요.” 류 형사는 볼펜 끝을 다시 입에 물었다.

  “영화에 많이 나오니까요.” 마동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류 형사가 전해주는 사건의 세세한 부분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표정의 동요가 전혀 없는 마동의 얼굴이었다.

  “사건을 해결하려면 때로는 발설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발설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의 결과가 비록 초라하다고 할지라도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절박함이 들면 어쩔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동 씨, 당신에게는 왜 그런지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니 말해줘야 할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류 형사의 탁한 눈은 여전히 마동을 향해있었고 한손엔 볼펜과 수첩을 한 손으로는 커피 잔을 들어 홀짝였다. 커피를 마시다 류 형사의 머릿속에는 속옷을 꺼내다가 딸려 나온 시체의 장기가 떠올라 얼굴표정이 일그러졌다. 마동은 일관된 표정으로 그런 류 형사의 모습을 보고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아파트단지 506동에서 일어난 사건은 더 기이합니다. 그 집에 살고 있는 남자의 사체가 없어졌습니다. 최원해처럼 형태를 전혀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형태가 변해버렸습니다.” 류 형사는 적당한 말을 찾는 듯 보였다. “남자는 먼지로 변해버렸습니다. 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가서 말라 죽어있었습니다. 사건정황을 따져 보면 같이 일하는 젊은 여성이 먼저 죽고 나서 남자가 죽음을 당한 거 같습니다.” 류 형사는 마동에게 남자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여자는 러미나정 같은 약과 술에 취해서 방독면을 쓰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죽었습니다. 아마 남자는 여자가 죽은 것도 모르고 여자의 몸 위에서 성행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피해자의 몸에서 수분이 다 빠져나가 말라버렸는데 몸속에 있는 피와 수분을 마치 한순간에 다 뽑아버린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누가? 라는 문제에 들어가면 역시 탄탄한 벽처럼 막혀버리고 맙니다.” 류 형사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가 다시 평정을 찾았다.

  “시체의 모습은 오백년도 더 지난 후 발견된 미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수분이 빠져나가버린 미라의 모습 말이죠. 피해자는 무엇에 의해 한순간에 몸속에 있는 수분이 몽땅 빠져나갔다는 말인데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류 형사는 신참형사에게 지금 하는 말은 아무것도 받아 적지 말고 기억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신참형사는 코스메딘 산타마리아 델라 교회입구에 있는 진실의 입 같은 입술로 “알겠습니다”라고 굵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그런데 마동 씨는 그 시각에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류 형사가 신참형사에게 돌렸던 시선을 마동에게로 옮겼다.

  “옥상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옥상이요?” 류 형사의 눈빛에 또 다른 빛이 들어왔다.

  “네, 옥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 이렇게 무더운 밤에 옥상에 올라가는 사람은 잘 없죠. 역시 당신은…….”

  “그래서 올라간 겁니다. 사람이 없어서 말이죠. 여름밤의 하늘은 바라보기 좋으니까요.”

  “하늘을 보고 무엇을 했습니까. 그저 하늘을 바라보았습니까?”

  “네.”

  류 형사는 마동이 뒷말을 하리라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동은 입을 다물었다.

  “마동 씨, 실은 아파트 복도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에 당신의 모습이 포착되어있어서 당신은 알리바이가 확실합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가 세 시간 정도 있다가 집으로 들어오더군요. 그 시각이 당신은 옥상에 있었던 시간이었고, 그 시간에 어떻든 아파트의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마동은 사실 집으로 들어온 것은 기억이 없었다. 그저 지옥처럼 보이는 곳으로 떨어지면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마동은 류 형사에게 옥상에서 새벽의 빛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잃었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류 형사는 신참형사에게 스마트폰의 사진첩을 열라고 했다. 그 속에서 몇 장의 사진을 마동에게 보여주었다. 마동은 사진을 건네받고 들여다보았다.

  “감식반이 죽은 여자의 몸 위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분리하려고 건드리는 순간 모래알갱이처럼 무너져 내렸습니다. 다행히 감식반이 오기 전, 시체가 먼지처럼 변하기전에 이 친구가 찍어놓은 사진입니다.”

  마동의 눈에 사진 속의 장면은 현실성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영화 속의 추악한 한 장면을 찍어놓은 사진처럼 보였다. 방독면을 쓰고 있어서 침대위의 여자는 죽어있는지 잠을 자는지 확실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몸 위에 앉은 채 미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겨울바람에 마를 대로 말라버린 나뭇가지처럼 변해버린 남자가 사진 속에 있었다. 완전히 미라가 되어 버린 모습이라 사진으로 들여다봐서 남자인지 여자인자도 알 수는 없었다. 류 형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겨 다음 사진을 마동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사체를 건드리자마자 먼지로 변한 후의 모습이었다. 여자의 모습은 그대로이고 그 위로 입자가 불규칙적인, 조금은 굵은 모래가 떨어져 있었을 뿐이었다. 뼈도 먼지처럼 바스러졌다. 류 형사의 이야기를 들이니 마동의 머릿속에서 이들의 행위가 선명해지는 듯했다. 류 형사는 생각하는 마동의 눈을 놓치지 않고 계속 바라보았다.

  “바다에서 바닷물이 끓어올라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익어서 죽어버린 50대 남자는 자신의 의붓딸을 늘 성폭행해오던 사람이었더군요. 그는 자신의 의붓딸뿐만이 아니라 옆집에 살고 있는 정신지체 여인도 성폭행을 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남자는 그 여자를 건드려도 괜찮다고 생각을 해버린 것이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꾸준히 한 것입니다.” 류 형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는 동안 마동의 얼굴을 주시했다.

  “바닷물이 가스레인지 위 냄비안의 물처럼 끓어올랐습니다. 바다에 가스호스를 꽂아서 펄펄 끓이듯 바다가 부글거리며 끓었습니다. 물고기들이 때죽음을 당했어요. 거인이 떠먹는 거대한 매운탕을 보는 듯 죽은 물고기들의 비린내가 바닷가에 퍼졌습니다. 그리고 이내 물고기가 썩는 냄새가 일대를 점령했습니다. 물고기 떼 사이에서 사람이 익어서 죽었습니다. 50대 남자는 성폭행을 수도 없이 저질러서 그런지 가장 고통을 심하게 받으며 죽어간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끓는 물속에서 다리와 팔의 감각이 점점 사라져가고 폐는 뜨거워지는 주위 환경을 이겨내느라 얼마나 많은 팽창과 수축을 반복했을까요. 심장은 또 어떻게 그 펄펄 끓는 바다 속에서 극심하게 뛰었을까요.” 류 형사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마동의 표정을 살폈다. 마동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진에 시선을 고정하고 미라처럼 움직임도 없었다.

  “우리 인간이 말이죠. 그러니까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성도착에 집착을 보이기도 합니다만 이성으로 눌러야하지 않겠습니까.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웃음을 지을 수 있고 본능만이 아닌 이성적으로 사고를 한다는 것이죠. 성범죄자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늘 처벌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가벼웠습니다. 죄를 짓고 버젓이 길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게 아디 가당한 일입니까.” 류 형사의 목소리는 조금 높아졌다.

  “성범죄자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기다린 고도란 과연 무엇일까요? 고마동 씨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베게트도 고도가 무엇을 말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건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갑자기 그건 왜?” 마동은 사진에서 류 형사의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심오한 대답이군요. 당신의 표정만큼 심오합니다. 글쎄요, 저도 왜 고도를 기다리는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군요. 마땅히 할 말을 찾다가 그럴 수도 있고 말이죠. 대학시절 딱 한 번 읽었던 책이라서 기억에 남아있는지도 모르겠군요.” 류 형사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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