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흔들림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9.5

사랑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흔들림 42
작성일 : 19-10-29 12:31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513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42.

 

 추우면 긴 팔 옷을 입었다가 더우면 그 옷을 벗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배아프면 화장실에 간다. 사람이 아무리 고상한 척 만물의 영장이라고 위세를 떨어도 동물이라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본능에 충실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게 변명의 여지가 될까? 본능에 따라 그랬다고. 진우 씨도 나도. 앞뒤 가리지 않고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따랐다고. 그러지 않으면 몸이 아플 거 같아 살기 위해 그랬다고. 내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판단은 보는 사람이 내리는 거고 일어난 일을 바꿀 순 없다. 후회가 남는지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까? 해선 안 될 일을 해서 아님 해야 했는데 하지 못해서? 진우 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무 탈 없이 사진 동호회 모임에 잘 다니고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니 서운한가? 가보지 않은 길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 진우 씨를 만났더라도 이렇게 얽매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냥 가끔씩 인사만 나누는 정도로 지냈더라면? 아니다.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났겠지. 아무리 스스로 자문을 해도 그건 가정에 불과할 뿐이다. 결론은 일어난 바로 그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종진 오빠가 날 위로해주려는 마음에서 그런 건지 본인이 주인장으로 있는 사진 동호회를 개설했단다. 이미 민우와 하나, 미란 언니까지 가입했다고 한다. 지선이까지 미란 언니가 가입시킨 건 좀 오버다. 우리가 모르는 두 사람이나 새 멤버로 들어왔다는 소식은 반갑다. 나 때문에 다들 고생이다. 나만 아니면 그런 번거로움 없이 이전 동호회 잘 다니고 있을 테니까. 많이 미안하다. 첫 모임에 나갈 땐 나름 거나하게 음식 준비를 해야겠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다. 곧 하나와 상현 씨가 나를 데리러 온다. 오늘은 오빠 결혼식 날. 평소 잘 입지 않는 원피스를 걸치니 불편하다.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피부에 닿은 자리에 두드러기라도 올라올 듯하다. 얼른 벗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긴 하루가 되겠다. 상현 씨는 오빠와 일면식도 없는데 하나가 온다니 같이 동행하겠다고 자청했다. 참 따뜻한 두 사람. 주변 사람 잘 챙기는 건 둘이 똑 닮았다. 두 사람 결혼해서 분명 잘 살 거다. 그러길 간절히 바란다.

 “예쁘네.”

 날 향해 배시시, 웃는 하나.

 “너, 일부러 그러지. 자기보다 못난 보이는 사람 불쌍해서.”

 “아니에요, 은정 씨. 하나 씨보다 훨씬 예뻐요.”

 하나가 상현 씨를 향해 입을 오므리며 눈을 흘긴다.

 “흠, 내가 그 말 불평은 못 하겠는데 무조건 좋지만은 않네요.”

 “아이, 은정 씨 오빠 결혼식이잖아요. 오늘 하루는 은정 씨한테 스포트라이트 넘겨요.”

 “뭐냐고. 나, 괜히 측은하게 다뤄지는 중이야? 좋은 소리가 무조건 좋게만 안 들리네.”

 두 사람 웃는 것도 닮았다. 자기들 결혼식에서도 저렇게 시종일관 웃어대려나. 딸 낳겠다. 결혼식에서 많이 웃으면 딸 낳는다던데.

 “상현 씨. 감사해요. 저희 오빠 결혼식엘 다 와주시고. 오빠랑 만난 적도 없는데.”

 “아닙니다. 이러면서 얼굴 익히는 거죠. 앞으로 가족처럼 지낼 텐데요.”

 하나가 뒷자리에 앉은 날 보며 눈을 찡긋, 깜빡인다.

 “그래, 이참에 점수 따는 거야. 오빠한테 정식으로 인사 못 드렸으니까.”

 예식장 근처에 오니 주변은 벌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주차할 자리를 찾느라 꽤 시간을 허비했다. 예식장 입구에서 입장하는 손님을 향해 반복해 고개를 숙이는 엄마가 보인다.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자식 결혼시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식 전에 자잘한 사항 준비하느라 마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혼식 날엔 저렇게 허리 아프게 고개를 숙이며 몸 고생을 한다. 아무래도 결혼식 끝나고 며칠 앓아누우시겠다.

 “왔어? 아이구, 이게 누구야. 하나 왔구나. 하나 이제 어엿한 숙녀 다 됐다. 어디 지나가다 보면 못 알아보겠어.”

 “어머니, 잘 지내셨죠? 오빠 결혼 축하드려요. 여기는 상현 씨.”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드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어머, 이렇게 와주시고 제가 황송하네요. 어쩜 이렇게 훤칠하게 잘 생기셨을까. 우리 하나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엄마가 나를 향해 힐끗, 눈길을 줬다 옮긴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하나는 이렇게 잘 나가는데 너는 뭐 하냐고. 누구나 다 똑같을 순 없으니까. 하나가 엄마 딸이 아닌 건 엄마가 재수 없는 거다.

 “어머니. 오늘 너무 고우세요.”

 “네, 결혼하시는 당사자신 줄 알았습니다.”

 상현 씨의 뻔한 공치사에도 엄마가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친다. 그 말이 저리 좋을까? 오빠와 새언니를 찾아 인사를 건네고 하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간만에 이렇게 북적이는 장소에 오니 머리가 어질하다. 역시 사람 많은 곳은 적응이 안 된다. 어디 조용한 장소에 가서 사진이나 찍었으면 하는 간절함. 불쑥, 디지털 카메라가 떠오른다. 아직 그 안에 저장해둔 사진 파일을 옮기지 않은 채 그대로 뒀다. 한동안 카메라를 만질 여유가 없었다. 결혼식 내내, 오빠와 새언니에게 미안하지만, 카메라 안에 담긴 사진 파일을 떠올렸다. 제대로 정리를 해둬야 하는데. 이왕 생각난 김에 오늘 해버려야겠다. 진, 우, 씨. 그와 함께 찍은 사진들. 그대로 안에 남겨뒀다.

 미쳤다. 저 앞에 선 오빠 얼굴 위로 그의 얼굴이 겹친다. 안 그래야지, 다짐하는데 식장 안으로 들어서는 새언니 얼굴 위로 내 얼굴이 떠오르고. 나와 그 사람이 함께 결혼식장 안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에게 청혼 할 용기를 냈었다. 그의 손에 결혼반지를 끼우고 결혼서약을 하는 모습. 한때 그걸 실현할 수 있을 거라 꿈을 꿨었다. 내 안 어디에 그런 과감한 부분이 숨어 있었을까. 지금 상상하니 어색하고 오글거려 오금이 저리다.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일이다.

 맨 앞자리에 앉은 엄마가 운다. 무슨 생각을 하실까. 돌아가신 아빠 생각? 오빠 뒷바라지 하며 힘들었던 일들? 아님 나 때문에 속 썩였던 회한? 오빠는 엄마의 워낙 자랑스런 아들이어서 오빠 때문에 그리 힘들진 않았을 게다. 이제 오빠 결혼시켜놓고 본인을 위해 살면 좋겠다. 여태까지 아빠 없이 혼자서 아둥바둥하며 고생한 거 나도 안다. 어떤 면에서 그래서 더 힘들다. 누군가 밉다면 차라리 완전히 미워할 수 있으면 복잡할 거 없이 편할 텐데, 엄마가 미우면서도 고맙고 불쌍하고 안쓰러운 기분이 들어 내 속에 드는 감정이 불편할 때가 종종 있다. 그게 조절이 안 되니 확 풀어내지 못하고 항상 찝찝하게 찌꺼기가 잔존해 불쾌하다.

 하나가 새언니가 던진 부케를 받았다. 딱, 좋았다. 다음 차례는 하나니까. 그렇지만 이런 결혼식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치러야 한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턱, 막힌다. 하나는 오빠와 달리 내가 많이 챙겨줘야 하는 입장이라 더 부담이 된다. 결혼 전 사진촬영부터해서 신부 들러리 복장까지 함께 준비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붐비는 결혼식에 참석하고 인사하러 다니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자 피로감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른다. 상현 씨 차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 잠이 들었나 보다. 집 앞에서 하나가 날 흔들어 깨운다.

 “너 많이 피곤했나 봐. 차 출발하고 바로 잠들더라.”

 “그래? 사람 많은 데 오면 진이 빠져.”

 앞자리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맞추고 소리 없이 미소 짓는다. 설마.

 “나 코 골았어?”

 “살짝. 별로 크진 않았어. 진짜 곤하게 자더라.”

 나 무안하지 말라고 하나가 하는 말일 텐데 얼마나 크게 골았을지 모르겠다. 앞으로 상현 씨 얼굴 어떻게 보라고. 정말 가지가지 한다.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다. 상현 씨에게 오빠 결혼식에 와줬고, 이렇게 태워주기까지 해서 정말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하나에게 ‘너, 상현 씨에게 정말 잘 해야 한다,’ 며 단단히 일렀다. 그렇게 두 사람 보내고 집에 들어와 방바닥에 널브러지며 앉으니 위에서 누군가 온 힘을 다해 찍어 누르는 기분이 든다. 그대로 누워서 잠들어버릴 생각이 간절한데, 그래도 사람 마음이 이리 간사해서 디지털 카메라를 머리 안에서 떨쳐낼 수가 없다. 이대로 누워도 그게 머릿속을 계속 떠돌아 쉽게 잠들지 못할 거다. 끙차, 저절로 튀어나오는 신음을 내며 일어섰다.

 “그걸 어디 뒀더라?”

 자주 쓰는 물건이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전원 버튼을 켤 때, 살짝 망설였지만 이미 마음은 단단히 굳혔다. 그의 등을 찍은 사진이 떠오른다.

 취소? 또는 삭제?

 삭제.

 사진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

 취소? 또는 삭제?

 삭제.

 모임에서 찍었던 그의 옆모습.

 취소? 또는 삭제?

 삭제.

 그와 동행했던 카메라 전시회.

 취소? 또는 삭제?

 삭제.

 삭제?, 라고 반복해서 물어대는 질문에 꾹, 꾹, 화면을 눌러댔다. 한 번 삭제하면 되돌릴 수 없지만 주저할 여유를 내 자신에게 주고 싶지 않다. 삭제를 반복하다 손이 멈춘다. 상화원에서 찍은 밤하늘 사진. 별이 촘촘히 박힌 새카맣게 짙은 천체. 이건 어쩐다? 이건 진우 씨 모습이 나온 사진이 아니니까 간직해도 될 텐데. 하지만 사진을 볼 때마다 그를 떠올리게 될 거다. 어쩌지? 하, 숨 막히게 황홀했던 그때를 떠올리니 지금도 숨이 가팔라진다. 툭, 건드리면 별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질 듯이 그 밤하늘이 바로 내 눈 앞 가까이 있었다. 눈이 부옇게 탁해진다. 사진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이미 내 머릿속은 그때로 돌아가 있다. 다닥다닥,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을 안에 간직한 검고 보드라운 빌로드 천이 펼쳐졌다. 만지지 않아도 그 촉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다. 코끝이 알싸하게 냉랭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 순간은 세상에 나와 옆에 선 그 사람만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해도 그가 아직 거기 있다. 내 손 끝을 건드리는 그의 손이 느껴진다. 그랬다. 저 검은 밤하늘이다. 수천, 수만 개 별을 간직한 밤하늘이었다. 저 눈부신 모습에 홀려서, 그래서 진우 씨와 내가 선을 넘었다. 이건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 사람도, 나도,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었다. 모두 저 밤하늘이 그렇게 만들었다. 너무 진하게 잔해를 남겨 아직도 가슴을 타고 올라와 머리를 가득 채울 때가 종종 있는 그 밤하늘. 몸이 이렇게 피곤한데도 오늘 일찍 잠들긴 틀린 것 같다. 밤새 내 머리를 들락거리며 잠들려는 나를 깨우겠지. 언제쯤 그 이미지가 희미해질까? 모르긴 몰라도 당분간은 아니다. 내심 오래 가길 바라기도 하고. 참 욕심쟁이다. 그렇게 당했으면서도 아직 그걸 바란다. 영혼을 집어삼킬 듯 새카만 밤하늘. 점점이 다이아몬드가 박혔던 그 바탕. 중독이다. 거기 중독되었다. 아직은 놓고 싶지 않다. 아직은. 아직까지는.

 
작가의 말
 

 '흔들림'의 마지막 장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의도치 않게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잘 읽히도록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제대로 이루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셨다면 그걸로 만족하겠습니다.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2 흔들림 42 2019 / 10 / 29 309 0 5137   
41 흔들림 41 2019 / 10 / 29 313 0 3825   
40 흔들림 40 2019 / 10 / 29 318 0 12629   
39 흔들림 39 2019 / 10 / 29 319 0 6947   
38 흔들림 38 2019 / 10 / 21 358 0 10268   
37 흔들림 37 2019 / 10 / 21 309 0 7113   
36 흔들림 36 2019 / 10 / 21 340 0 6904   
35 흔들림 35 2019 / 10 / 21 304 0 7373   
34 흔들림 34 2019 / 10 / 21 310 0 7368   
33 흔들림 33 2019 / 10 / 15 333 0 6474   
32 흔들림 32 2019 / 10 / 15 336 0 6283   
31 흔들림 31 2019 / 10 / 15 335 0 7423   
30 흔들림 30 2019 / 10 / 15 324 0 7429   
29 흔들림 29 2019 / 10 / 15 351 0 5705   
28 흔들림 28 2019 / 10 / 7 353 0 2372   
27 흔들림 27 2019 / 10 / 7 345 0 3753   
26 흔들림 26 2019 / 10 / 7 344 0 4844   
25 흔들림 25 2019 / 10 / 7 347 0 8302   
24 흔들림 24 2019 / 10 / 7 338 0 8296   
23 흔들림 23 2019 / 10 / 1 339 0 7244   
22 흔들림 22 2019 / 10 / 1 350 0 4145   
21 흔들림 21 2019 / 10 / 1 332 0 8073   
20 흔들림 20 2019 / 10 / 1 317 0 4568   
19 흔들림 19 2019 / 10 / 1 355 0 3922   
18 흔들림 18 2019 / 9 / 23 402 0 12955   
17 흔들림 17 2019 / 9 / 23 363 0 5936   
16 흔들림 16 2019 / 9 / 23 371 0 12374   
15 흔들림 15 2019 / 9 / 23 384 0 9055   
14 흔들림 14 2019 / 9 / 23 343 0 17309   
13 흔들림 13 2019 / 9 / 17 335 0 856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크리스마스 징크
강이안
문 여는 자 1 - 네
강이안
문 여는 자 2 - 사
강이안
경계
강이안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