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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흔들림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9.5

사랑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흔들림 41
작성일 : 19-10-29 12:27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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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누구나 살다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게 된다. 타인이 보고 어쩌다 저 사람은 그런 상황에 처했을까 의아해 할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에 처하기도 하고. 내 직업이 이렇다 보니 희한한 일을 마주할 때가 흔한데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내 자신이 휘말릴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어쨌든 다른 이에게 일어나는 일이 나한테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은정 씨와 만난 걸 행운이라고 할까 아님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여러 사람 가슴 아프게 했으니 좋지 않은 일이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려야겠지. 그게, ∙∙∙∙∙∙, 아니다, 변명할 생각은 없는데, 그게 말이다. 은정 씨와 함께 보낸 시간이 꿈만 같을 때가 있다. 현실적이지 않고 그저 잠시 일탈을 상상하다 돌아온 기분. 전부 다 없었던 일로 되돌리길 원하는지 누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지 아님 ‘아니다’라고 대답할지 나 자신에게 묻고 싶다. 나도 날 잘 모르겠으니. 힘든데, 많이 힘든데, 그 순간 겪었던 기억을 간직하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 시간만큼은 무척, 소중했으니까. 살아오며 스스로에게 그렇게 진실했던 적이 없었던 듯해서.

 여러 사람 힘들게 했고 어떻게 그들에게 사죄하며 살아야 내가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을까 앞이 깜깜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미안한 사람이 은정 씨와 아내다. 은정 씨에겐 작별 인사를 건넸다. 내가 힘들게 했던 시기를 그저 다 잊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지만, 모임에서 해코지 당하는 모습을 보고서 그녀의 삶이 평탄치만은 않겠다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나와 보낸 기억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녀를 따라다닐까. 마지막까지 내게 뭔가 주길 원했던 그녀.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자리를 정리하고 사물함 앞에 섰다. 지금 내 손에 들린 그녀가 건넸던 넥타이. 아직 이 넥타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결심하지 못하겠다. 언젠가 불쑥, 버리자, 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어도 당장은 아니다. 그녀의 소중한 진심을 너무 헌신짝 버리듯 하기에. 사물함 가장 아래 발견하기 힘든 구석자리에 조그맣게 접어서 넣어둔다. 그렇겠지. 내 심장 가장 아래 발견하기 힘든 구석자리에 조그맣게 그 추억이 이렇듯이 자리하겠지. 언젠가 불쑥, 그 기억을 버리자, 라는 생각이 떠오르려나. 당장은 아니다. 지금 당장은.

 아내는, 내가 매일 마주쳐야 한다. 그녀를 볼 때마다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어 고역이지만 날 매일 마주쳐야 하는 아내는 더 힘들겠지. 내가 불평할 여지는 없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내가 식탁 앞에 앉아 그 위에 늘어놓은 고지서를 하나씩 읽고 있었다.

 “나 왔어.”

 “어, 지금 들어와. 밥은 먹었고?”

 “먹고 온다고 했잖아.”

 “먹고 온다고 해놓고 집에 와서 밥 달라고 한 적이 한두 번이어야지. 출출하진 않아? 뭐라도 내올까? 암튼 얼른 씻고 나와. 간단한 요깃거리라도 준비할 테니.”

 “번거롭게 뭘.”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하려다 아내가 하고 싶은 대로 두었다. 이제 아내 눈치를 보는 건 습관이 된다. 내 의견을 물으면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동의하고 집안 문제로 결론을 내려야 할 때 결정권자는 그녀가 되도록 한다. 처음엔 그게 어색하고 항상 속으로 신경을 쓰고 있으려니 불편하고 힘들었는데, 사람이 어찌나 적응을 잘하는 동물인지 그것마저도 서서히 익숙해진다. 집에 오면 고개를 끄덕이고 그저 받아들이도록 몸과 마음을 훈련시키니 그 효과가 있다.

 샤워를 마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니 아내가 막걸리와 아직 따끈하게 김이 오르는 배추전을 탁자 위에 준비했다. 작은 종지에 오롯이 담긴 초장이 생생한 붉은 빛을 띤다.

 “언제 전은 구웠어?”

 “저녁에 만들어서 애들이랑 밥반찬으로 먹었지.”

 “애들은 자?”

 “응. 둘 다 오늘은 일찍 잠들었네. 그런 김에 우리 막걸리나 한 잔 할까?”

 아내랑 술 마시는 건 오랜만이다. 결혼하기 전 연애할 땐 종종 함께 술 마시러 다니곤 했는데. 그러고 보니 아내는 애주가다. 그런 아내를 위해 술 챙겨준 적이 언제였더라. 이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마음에 켕기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별 일 없었어?”

 “큰 건은 아니고. 자잘한 일들 서류 마무리하느라 늦었어. 요즘엔 자꾸 처리해야 할 서류작업이 늘어나. 다들 불평한다니까. 현장에서 뛰는 시간보다 서류작업 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고. 그러다 보니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지.”

 “그게 참 문제야. 업무라는 게 효율적이어야 하는데 어디든 시간이 지날수록 처리해야 할 서류가 늘어나고 그게 효율을 방해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니까.”

 아내는 내 잔과 자신의 잔에 막걸리를 따르더니 한 잔 쭉, 들이켠다. 나는 반쯤 마셨다. 막걸리의 텁텁하면서 달콤 쌉싸름한 식감이 기분 좋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대형마트에서 장 봤던 얘기, 애들 학교 얘기, 아파트 관리비 얘기를 하고 나서 배추전 하나를 집어 초장에 찍는다. 아내는 발간 초장이 묻은 자리를 입으로 베어 물고 조곤하게 씹는다.

 “사람이 좋은 소리도 여러 번 들으면 지겹다고 안 좋은 소리 자꾸 해봤자 별로라는 거 알아. 그냥 주저리 넋두리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줘.”

 집중해서 듣고 있는 걸 알리려 눈을 맞추었다.

 “당신이, ∙∙∙∙∙∙, 무슨 생각으로 그땐 그랬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니까. 한순간 중년의 위기가 와서 사춘기 시절로 돌아갔었을 수도 있겠지. 아님, ∙∙∙∙∙∙, 운명의 누군가를 만난 지도 모르겠고.”

 ‘운명의 누군가’에서 살짝 목소리가 떨렸던 듯도 하다.

 “이미 일어난 일 계속 다그쳐봤자 바뀌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 오늘 애들 재우는데 애들 얼굴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더라. 그걸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하게 들었어. 이 집, 내 가정, 어떻게 힘들게 고생하며 지금껏 가꾸어왔는데 순식간에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리더라고.”

 아내의 눈에서 참 단단한 기운이 전해진다.

 “지금 당신 속이 어떤지 모르겠고 아마 본인도 많이 힘들 거라 생각해. 그렇지만 애들이랑 우리 가정 생각해서 현명해졌으면 좋겠어. 당신도, ∙∙∙∙∙∙, 잃고 싶지 않은 거지? 그렇다면 노력해줘. 제대로 된 남편과 아빠가 되도록 헌신하고 한 눈 팔지 말아줘.”

 “당신이 하는 말 다 맞아. 노력할게. 제대로 된 남편과 아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게.”

 “대신 이 말만, 딱 한 번만, 제대로 못 박을게. 또 다시 실수했다간, ∙∙∙∙∙∙, 나랑 애들 얼굴 평생 못 볼 줄 알아.”

 잔에 남아있던 막걸리를 마저 마시자 아내가 잔을 채워준다. 그녀 어깨 너머로 보이는 창밖에 어둠 속에 떠오른 불빛이 점점이 자리한다. 어둠이 있어서 불빛이 보이겠지. 밖이 대낮처럼 밝다면 불빛이 설 자리는 없다. 그걸 낮에 켜둔다면 공연한 에너지 낭비다. 나는 어둠을 지나왔고 그 사이에 눈이 부신 불빛을 보았다. 그 과정에서 눈이 현혹돼 마음을 잃었거나 가던 길을 놓치고 잠시 서성거렸는지 모른다. 이제 낮 시간이 되었는데 불을 켜둘 리 없고 보이지 않는 빛을 보려 헤매도 찾을 수 없다. 낮이니까 불빛이 아닌 햇빛을 봐야 한다. 그게 순리다. 지금 내리쬐는 햇빛에 감사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한다. 하지만, 머리에 각인된 그 불빛을 살면서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 가끔 길을 가다, 다리가 아파 쉬고 싶거나 앞에 펼쳐진 길이 망망대해 같아 무기력해지면, 그 불빛이 떠오르기도 할 거다. 그럼 그렇게 위로하며 걸어가겠지. 보일 리 없고 찾을 수 없는 불빛을 좇아 시간을 허비하고 무너지지 않게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만 눈이 부셨던 그 광경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몰아내진 못하리라. 뇌의 한 부분을 잘라내지 한. 그것마저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그 불빛을 보진 못한 채 삶을 끝내는 사람도 많을 테니. 얼마나 행운인가.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빛을 간직했으니. 내가 원하면 낮이든 밤이든 거기 있다. 고마워요. 이, 은, 정.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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