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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흔들림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9.5

사랑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흔들림 40
작성일 : 19-10-29 12:26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1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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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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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끝났다. 그렇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혼자였다면 내 청혼을 받아들였을 거라고. 그거면 된 거잖아. 그렇지, ∙∙∙∙∙∙, 않나? 스스로 하는 위로인가? 그게 그렇든 아니든 이제 다 내려놓았다. 그에게 선물하려고 마음 먹었던 넥타이를 건네면서 그를 보냈다. 그게 모든 걸 정리하는 의식이었겠지. 그렇게라도 해서 완전히 떠나보내려는 나만의 노력. 그런 확정 절차라도 없다면 언제까지고 가슴 안에 부여안고 질질 끌었을 게다. 내 속을 편평하게 펼쳐놓고 도장을 쾅, 찍었다. 시간 종료. 게임 오버.

 아직 그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남아 있다. 그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좋은 추억으로 남기자고 하기엔 너무 아픈 기억이다. 그렇다고 선뜻 지워버릴 만큼 내키지는 않는다. 조금씩 정리하자. 급할 필요는 없잖아. 생각난 김에 사진이 얼마나 있나 확인이나 해볼까? 디지털 카메라의 전원을 켜는데 손이 떨리는 느낌이 전해진다. 왜 바보처럼 긴장하지? 아니다. 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얼마나 지났다고 그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겠나. 스스로에게 너무 박하게 굴지 말자. 시간이 필요한 거다. 사람 마음이 컴퓨터 같진 않다.

 그가 처음 눈에 들어온 날. 하얀 상의를 걸친 등. 아직 그를 잘 알진 못할 땐 주로 그의 뒷모습과 옆모습을 찍었다. 그러다 친해지면서 다른 회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나타난다. 모임 날짜가 뒤로 지나갈수록 그를 찍은 사진의 숫자가 늘어나고 얼마 후엔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온다. 내 얼굴은 어찌나 굳어 있는지. 난 사진을 찍어야지 사진이 찍히면 안 된다. 사진이 찍힐 때마다 어쩔 줄 몰라 어색하게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시야를 괴롭힌다. 이건 사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셀카는 나만 빼고 모두를 위해 있는 거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촘촘히 하늘에 박힌 별을 찍은 사진. 그 밤은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그와 살을 맞대었던 순간보다 바로 머리 위에 놓인 듯이 가까웠던 별을 보던 장면이 더욱 생생하다. 그건 정말 현실적이지 않아서 이 세상 어딘가가 아닌 저 멀리 전설 속에나 존재하는 장소로 순간 이동을 한 것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휴대폰이 울린다. 엄마다. 그다지 누구랑 통화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지만 바쁜 일도 없는데 엄마 전화를 무시하는 건 마음이 편치 않다.

 “여보세요.”

 “어, 나다.”

 “네.”

 “별 일 없고?”

 “똑같아요. 고만고만하게 지내요.”

 묻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오빠의 결혼 준비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설명을 시작한다. 엄마가 기분 나쁘지 않게 가끔씩 건성으로 예, 어 그래요, 를 반복하며 대꾸를 했다. 관심이 없으니 엄마가 말하는 내용이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갑자기 엄마의 말이 끊어진다. 내가 너무 무심하게 대꾸해서 기분이 나빠졌나? 방금 전에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 말을 꺼내기 주저했다.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다소 나직해진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온다.

 “너 토요일에 시간 괜찮니? 잠깐 짬을 낼 수 있겠어?”

 “토요일요? 이번 주 토요일에 일해요. 이 일이 주말에 오히려 바쁘잖아요.”

 그러냐. 시큰둥한 대답.

 “그럼 언제 쉬는데?”

 “금요일 쉬고 토요일 일 나갔다가 일요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일요일은 예약 손님만 받거든요. 예약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쉬어요.”

 “그래? 잠깐만.”

 엄마가 수첩을 넘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항상 바쁜 우리 엄마. 빼곡하게 일정이 적힌 수첩은 엄마의 비밀지도와 같아서 그 수첩이 없인 어디 나가질 않을 정도다.

 “이걸 취소하긴 그렇고. 그래, 이걸 저쪽으로 옮겨야겠다.”

 스스로 건네는 혼잣말. 그럴 땐 휴대폰을 살짝 떼어내도 좋을 텐데 건너편 상대방에게 너무 잘 들린다.

 “그러자. 그럼, 금요일 시간 괜찮겠어?”

 “금요일이요? 무슨 일인데요?”

 “아버지 산소 가본 지 오래 됐잖아. 엄마랑 같이 가자.”

 “아버지 산소요?”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아버지 산소에 가면 엄만 꼭 심각해져서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얘기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곤 한다. 잔소리 할 일이 있거나 마음에 쌓아둔 불만을 풀기에는 아버지 산소만한 장소가 없다. 가고 싶지 않다. 거절하려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토요일 안 된다고 거절했는데 금요일까지 안 된다고 하기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오빠 결혼식 다가오는데 아버지한테 가서 인사드리고 소식 전해야지.”

 “오빠도 가요?”

 “오빠는, 일 때문에 안 되지 싶다.”

 오빠 결혼식인데 왜 굳이 엄마와 내가 가서 아버지한테 인사를 드려야 하는 건지 괜히 심사가 꼬인다.

 “당사자가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빠가 바쁘니까 그렇지. 일하면서 결혼식 준비까지 하려니 오죽하겠어? 바쁜 사람 대신에 시간 나는 가족이 대신 가서 전하면 돼지. 너는 아버지 딸 아니니?”

 엄마의 끝 문장에 머리 꼭대기까지 확 끓어오른다. 이대로 대꾸하면 말싸움이 될 거라 떨어지려는 입술을 억지로 다물었다. 참을 인자 세 개면 죽은 사람도 살린다 했다. 엄마는 내 말을 기다리다 반응이 없자 재차 확인한다.

 “그럼 금요일 가는 걸로 알고 있으마. 과일이랑 건어물, 소주라도 준비해서 가야지.”

 살짝, 뜸을 들였다 느릿하게 대답했다.

 “너무 많이 준비하지 마세요. 어차피 남으면 가져갔다 도로 가져올 건데.”

 “남는 게 모자란 것보다 나은 거야.”

 어련하시겠어요. 대화가 이어지면 화만 더 날 거 같아 알겠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우리 집만 이런 건가? 엄마는 자식 심사 건드리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 안부를 물으려 연락을 했다가도 툭, 던지는 말에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모든 가정이 그렇진 않겠지? 내가 문제인가? 아님 엄마 탓일 수도 있고. 우리 집이 이상한 거다. 우리 집이.

 자꾸 기다려지고 기대하는 약속은 더디게 다가오는데 반갑지 않고 피하고 싶은 건 어찌나 빨리 달려오는지. 금세 금요일이다. 비라도 오면 좋으련만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변명거리가 간절한데 이럴 땐 하늘도 도와주질 않는다.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나와라.”

 “만나서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요?”

 “짐이 있어서 따로 만나 가기 그렇다. 정류장으로 바로 와라.”

 나야 짐이 없지만 엄마는 바리바리 음식을 준비해서 들고 올 테니 번거로울 거다. 그래, 그걸 생각지 못한 건 내 생각이 짧았다. 굳이 많이 준비하지 말라고 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엄마도 아니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평일 낮 길거리는 한산하다. 남들 일하는 시간에 쉴 수 있는 게 내 직업의 좋은 점 중 하나다. 대신 남들 쉬는 주말에 일해야 해서 싫지만. 갑자기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눈에 확 뛰게 다채로운 불빛을 번뜩이며 응급구조차량이 지나간다. 누군가 많이 다쳤거나 아프겠지. 그럴 땐 그게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마음이란 게 간사해서 남의 불행을 보며 안도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 모임에 나가 내가 호되게 당할 때 누군가는 저게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겠지. 그게 사람이다. 남의 불행을 보고 안도하고 남의 행복을 보고 질투하고. 저 안쪽 깊숙이 그게 각인된 채로 세상에 태어났으니 그걸 완전히 없애긴 불가능해도 그저 그런 마음이 지나치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다. 누군가의 좋은 일에 너무 질투하지 말고 대놓고 남의 불행에 안도하지 않도록. 싫다. 인간이 그렇게 이기적이라는 게. 나도 인간으로 태어나서 똑같이 그럴 거라는 사실이.

 오랜만에 아버지 보러 가는 거라 그런지 엄마가 눈에 띄는 발간 립스틱을 칠했다. 아버지가 하늘에서 봐줄 거라 생각한 건가. 이왕이면 예쁘게 하고 다니는 게 좋긴 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너무 후줄근한 행색으로 나왔나. 아니다. 그래서 엄마가 더 돋보인다며 딸로서 좋은 역할 하는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변명 같지만.

 “그거 주세요. 그러지 말라니까 많이도 갖고 왔네.”

 “많지 않아. 묘 앞에 올릴 기본적인 것만 준비했다.”

 기본적인 거라 해도 있을 건 다 있다. 사과, 배, 마른 오징어에 소주. 과일 깎을 칼이랑 향도 보인다. 정류장까지 혼자 다 들고 오기 힘들었을 텐데 힘든 내색 하나 없다. 나라면 그렇게 못 한다. 꽃다발 하나 들고 가서 묘 앞에 두고 절하고 나오는 게 다일 거다.

 “어떻게 지내냐?”

 “똑같아요. 딱히 특별한 일도 없고. 오빠 결혼준비는 잘 돼가요?”

 “큰 일 치러야 되니까 어째 그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몰라. 이것저것 준비할 게 태산인데 진행은 더디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련하시겠어요. 아, 엄마를 향해 이 말을 하지 말자고 자꾸 다짐하는데 통제가 안 된다. 자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들 한 번에 끝낼 일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반복해야 하는 성격이 어디 가지를 않는다. 그렇게 살면 견디기 힘들지 않나. 정말이지, 나라면 그렇게 못 산다. 버스가 시가지를 벗어나 외곽으로 나오자 엄마는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곤하게 코 고는 소리가 전해진다. 함께 일하는 소라가 외국으로 패키지여행 다녀온 후 했던 말인데 관광버스 기사가 그러더란다. 한국 사람들은 희한하게도 버스에 앉아 의자에 머리만 대면 그대로 잠든다고. 어찌나 그대로 곯아떨어지는지 그게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단다. 그런가. 그것도 한국 민족의 특성인가. 특성치고는 참 재밌는 거다. 그러고 보니 나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나름 책이라도 읽자 펼쳐드는데 내릴 때가 되면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흔히 있다. 역시나 타고난 건 거부할 수가 없나 보다.

 “엄마. 내릴 때 다 됐어요.”

 “응. 두고 내리는 거 없나 잘 살피고.”

 아버지 산소에 올 때마다 항상 헷갈린다. 길가에 심어진 나무가 다 똑같이 생겨서 이정표로 삼으려 해도 그럴 만한 게 없다. 분명 이 길인가 싶은데 엄마는 아니란다. 엄마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어찌 그리 잘 찾는지 감탄하며 뒤를 따랐다.

 “엄마 세상 버리면 네 오빠랑 너랑 와야 하는데 잘 봐둬. 부모 산소를 찾지 못해 헤매고 다니면 웃음거리 된다.”

 잔소리 나올 거라 예상했었다. 묘지에 와서 헷갈려 하면 엄마가 매번 하는 말.

 “날씨가 가물어서 그런가 어째 풀이 말라 비틀어진 게 많다.”

 내가 보기엔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엄마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자꾸 눈에 들어오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잡아 뜯고 정돈하고 고쳐보려 애쓴다. 그걸 멀뚱히 보고 있는 내게 가만히 있지만 말고 가져온 음식을 꺼내란다. 엄마가 하도 부산스레 움직여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지만 굳이 변명하진 않았다. 엄마는 항상 옳고 난 항상 틀리니까. 내가 과일을 깎는 동안 엄마는 마른 오징어를 올리고 소주잔을 채웠다. 향을 피우고 나서 엄마와 나란히 서서 절을 올렸다. 그 사이에도 내 손동작을 가지고 지적하는 엄마에게 그저 알았다며 하라는 대로 했다. 일일이 대꾸하면 끝이 없을 거였다. 그럴 땐 그저 시키는 대로 해주는 게 최선이라는 걸 살아오며 익혔다.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금쪽같은 쉬는 날 이러고 있는 게 너무 아깝다. 아버지 보러 오는 건 괜찮은데 엄마가 내 신경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아주 사람 피곤하게 한다. 아픈 부모 모시며 살아가는 효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나보고 그렇게 하라면 어디 도망 가버리지 싶다. 자기 부모가 아닌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분은 더 대단하고.

 “음복 해야지.”

 “오징어 먹을게요.”

 “엄마 술 한 잔 따라줘.”

 엄마가 술을 아버지 묘 위로 흩뿌려서 술잔이 비었다. 보통 과일로 음복하는 엄마가 오늘은 술을 따라달란다.

 “한 잔 더 줘.”

 웬일이지. 술도 잘 못 마시면서. 시키는 대로 따랐다. 지금은 무조건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는 거다. 엄마랑 헤어질 때까지만 참자고 속으로 다짐했다. 엄마가 혹시나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하면 어떻게 구실을 둘러댈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방심한 사이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제대로 가슴을 때린다.

 “너 요즘 만나는 사람 있니?”

 “?”

 엄마가 갑자기 그 말을 꺼내는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만나는 사람. 애인 있냐는 질문.

 “눈만 동그랗고 뜨고 답을 못하는 걸 보니 누가 있긴 있나 보구나.”

 “어?”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가슴 정중앙을 세게 맞았는지 숨 쉬기 거북하다. 아버지 산소 앞에서 갑자기 이런 취조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엄마다. 제대로 잘 짜인 플롯. 세심한 준비. 꼼꼼히 짜인 덫.

 “너, 남자랑 헤어지는 걸 봤다. 안 좋아 보이던데 그 사람이랑 완전히 끝낸 거야?”

 엄마가 봤다고? 그러면서 여태까지 말을 꺼낼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나 같으면 궁금함을 참지 못해 바로 찾아왔을 텐데 엄마와 나는 확연히 다른 종인 걸 새삼 실감한다. 애써 시간을 벌기 위해 시선을 피했다. 머릿속으로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낼까 이리저리 재봤다. 일단 중요한 건 남자가 있다고, 아니 있었다고 시인할지 아님 부인할지인데 어쩐다? 엄마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거지? 그냥 우리가 헤어지는 걸 보기만 한 건가? 엄마는 시선을 피하는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기다리기 답답한지 손에 든 술잔을 마저 비운다. 이번엔 내게 따라달라고 하지 않고 자신 스스로 술잔을 채운다. 너무 마시는 거 아냐? 점점 더 초초해진다. 평소 이렇게 마시는 분이 아닌데.

 “네가, 제대로 답해주지 않을 줄 알았다. 그래서 하나한테 연락해봤지.”

 하나에게까지 물어봤구나.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너도 애 키워보면 자식 교육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이 궁리, 저 궁리 다 해보는 게 부모 마음이란 걸 알게 될 거다. 가만히 넋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누가 와서 밥을 떠 먹여주는 법은 없다.”

 그런 눈이라니. 너무 하다. 갑자기 사람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건 본인이라는 걸 모르나. 바로 내가 고양이에게 물릴까 겁에 질려 구석으로 도망치는 생쥐다. 엄마가 아니라.

 “하나, 속이 깊은 애잖니. 너한테 폐가 될까 자꾸 답은 않고 말을 빙빙 돌리기만 하더구나.”

 엄마는 나보다 하나를 더 어른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그걸 모를 줄 아나.

 “그래도 하나 반응으로 뭔가 있긴 있구나 하는 걸 알겠더라. 하나도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한 거지.”

 한국판 셜록 홈즈 나셨네요.

 “나한테 언제까지 숨길 작정이었냐? 아님 영영 가슴에 묻어버리려 한 거야?”

 “엄마한테 내 연애사 일일이 고할 필요는 없잖아요?”

 아차. 이건 엄마 질문에 인정한 건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엄마 눈 속 의중을 아직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겠다.

 “이 세상 부모 중에 자식 잘못되는 걸 그냥 두고 볼 자는 없다. 결혼식 준비로 바쁘지만 네 오빠한테 부탁을 했다.”

 오빠? 그런 건가.

 “결혼식 준비로 바쁜 오빠요? 아, 이제 알겠네. 오빠 결혼하는 데 여동생이 재 뿌리고 다니면 안 되니까 엄마가 안달이 났나 봐요.”

 엄마의 눈빛이 살짝 짙어진다.

 “네가 걱정 돼서 그런 거야, 이것아. 물론 오빠한테 폐 끼치면 좋을 것도 없고.”

 오빠, 오빠. 물론 그렇겠지. 아빠 돌아가시고 우리 집 장손인 오빠를 끔찍이 아끼던 엄마였으니. 술잔을 찾아 꺼내 들었다. 소주,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건 뭐, 술이 그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그거라도 마셔야겠다. 엄마가 직접 술을 따라 마시는 내 손동작을 찬찬이 주시한다. 손에 든 걸 다 들이켜자 말을 잇는다.

 “나도 네가 자랑스러운 일 하고 다니는 거면 이러지 않아.”

 “자랑스러운 거요? 그래, 오빠는 엄마한테 항상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우리 집안 기둥이고 나는 한심한 짐짝이잖아. 어디 제대로 사람 구실이나 하고 살 수 있을까 싶은. 내가 스포츠 마사지 자격증 땄다고 했을 때 엄마가 날 보던 눈을 아직 똑똑히 기억한다구요.”

 엄마가 작심한 듯 입술을 깨물었단 뗀다.

 “번듯하게 다 큰 처녀가 남의 살 주무르고 다니는 거 나는 싫더라. 하필 하고 많은 직업 중에 고른 게 그거였으니까.”

 술기운인지 화가 난 건지 머리 꼭대기 위로 열이 뻗쳤다. 남의 살 주무르고 다니는 거. 꼭 표현을 그렇게 해야 하나? 애초에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건 들을수록 화를 참기 힘들다.

 “엄마. 휴.”

 한숨이 흘러나와서 말이 끊긴다. 터뜨리지 말아야 하는데, 이러면 제대로 한바탕 하겠는데 어쩌지.

 “살면서 누구한테 빌어먹은 적 없거든요. 그게 남의 살 주무르는 거든 어쨌든 내 손으로 내가 벌어서 지금까지 잘 먹고 살아왔어요.”

 “어, 그러냐? 그렇게 사람 구실할 수 있을 때까지 키워주고 먹여준 사람 없이 네 혼자 다 큰 거고?”

 그래, 그걸 물고 늘어지시겠다.

 “얼마 드릴까요?”

 “얼마라니?”

 “제 앞가림 할 때까지 먹이고 입히고 재워준 거. 돈으로 계산해서 갚을 게요. 바로 한 번에 갚기 힘들면 이자까지 제대로 쳐서 나눠서라도 갚을 테니 정산하죠.”

 엄마가 제대로 충격 받은 표정을 짓는다. 고소하다. 엄마를 충격 받게 할 수 있다는 데 속이 후련해진다.

 “지금 내가 너 키워준 거 억울해서 이러니?”

 “그걸로 평생 우려먹을 거잖아요. 차라리 말 나온 김에 정리하고 그만 듣고 싶어요.”

 “말 돌리지 마. 피하고 싶으니 되지도 않는 걸로 트집을 잡는구나. 오빠에 대한 피해의식 있는 건 내 벌써부터 알고 있었지만.”

 “피해의식이요? 오빠라고 하면 간이라도 꺼내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누군데.”

 “이것아.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거야. 너도 내 자식이다. 오빠만 열 달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 아니야.”

 “그러면서 나는 왜 주워온 자식처럼 대했어요?”

 엄마가 말을 못 잇는다. 양심에 찔렸겠지.

 “너는, 애가, 어쩜 그런 말을 하니? 아니, 말 나온 김에 우리 제대로 해보자. 너, 그렇게 받아들였던 거야? 엄마가 널 주워온 자식처럼 대한다고?”

 말이 혀끝에서 맴돈다. 이대로 다 터뜨려 버리면 아주 끝장을 볼 텐데 그러다 진우 씨 얘기까지 허투로 쏟아낼까 그게 제일 걱정이다. 그러긴 죽어도 싫다. 진정하자. 삭이라고, 제발. 엄마는 이제 제대로 필을 받았다.

 “남편 없이 여자 혼자 자식 둘 키우기 어디 쉬운 줄 아니? 돈 벌어오고 너희들 뒷바라지하고 엄마 혼자서 다한 건 너도 부인 못할 거다. 너희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아빠 없는 애들이라고 어디서 아쉬운 소리 들을까 봐 조마조마하게 가슴 졸이고 산 엄마 마음은 알기나 알아?”

 엄마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욱, 하고 튀어나오는 말을 하나씩 억지로 눌러대느라 혼이 났다. 엄마는 내가 답이 없자 조금씩 말의 속도를 줄인다.

 “지금 엄마 잘 했다고 생색내려고 이러는 거 아니다. 자식 번듯하게 키워서 독립시키는 게 당연한 거지 어디서 자랑할 일이 아니야. 그게 부모가 할 도리인데 네가 잘못된 길로 빠질까 염려해 오빠한테 부탁한 거다.”

 “오빠한테 뭘 부탁했는데요?”

 엄마는 목이 타는지 술을 따라 마시더니 마른 오징어 다리 하나를 찢어 입술 한쪽 언저리에 올린다.

 “엄마가 컴퓨터나 인터넷 이런 거 잘 모르잖아.”

 휴대폰 문자 보내는 법을 수십 번 가르쳐줘도 헷갈려하는 엄마니까.

 “엄마가 집요하게 이리저리 물고 늘어지니까 하나가 에둘러 그냥 사진 동호회 모임 일이라고 하며 대화를 마무리하더구나. 그러니 내가 알아볼 데가 거기밖에 더 있겠니.”

 “그래서요?”

 “오빠한테 말을 꺼냈는데 요즘엔 동호회 모임을 인터넷으로 공지한다며?”

 이제 온가족이 아는 거네. 가족들 만날 때마다 두고두고 회자될 거라는 불안한 예감이 슬며시 올라온다. 엄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빠가 인터넷으로 네가 다닌다는 동호회를 찾아줬어. 인터넷이란 게 그렇게 좋더구나.”

 아직 대답을 않고 기다렸다.

 “처음엔 그저 그 사진 동호회가 어떤 모임인가 알아보는 정도였다. 그러다 네 오빠가 게시판이란 델 들어가더구나.”

 적중. 양궁엔 전혀 관심 없는데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팀이 하도 전 세계적으로 뛰어나서 올림픽 경기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다. 둥그렇게 원이 겹겹으로 그려져서 그 한 가운데 맞힐수록 높은 점수를 얻는다. 오빠가 바로 그 한 가운데를 제대로 맞혔다. 화살이 한 가운데를 뚫고 나가 뒤로 빠져나온 걸 또렷이 감지했다. 엄마가 꺼낼 그 다음 말을 듣지 않아도 알겠다. 누굴 탓하겠나. 모임 회원들이 그 날 있었던 일을 게시판에 주저리 읊어댔겠지. 그 난리를 피웠는데 나라도 그러겠다.

 “네 이름이랑 ∙∙∙∙∙∙.”

 “엄마. 나한테 할 말이 뭐예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요?”

 그렇게 물으니 엄마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술이 들어간다. 술기운에 제대로 할 말을 꺼내시려나?

 “처음엔 믿기지가 않더라. 오빠가 너랑 얘기하겠다는 걸 말렸다. 이런 건 같은 여자끼리 얘기하는 게 나을 거라 했다.”

 같은 여자끼리라니. 그건 구태의연한 표현일 뿐. 나는 여자가 여자를 더 차별한다는 사실을 믿는다.

 “하필 유부남이었냐? 그 사람만큼 잘난 남자 찾기, ∙∙∙∙∙∙, 어려웠어?”

 내가 남자 찾아다니는 데 혈안이 된 사람이라는 말인가.

 “하기야 잘난 남자들이 여자들 눈에 먼저 들어 일찍 결혼을 할 테니까. 그래도, 꼭, 그 사람이어야 했어?”

 정말 신기하다. 머리 꼭대기까지 끓어올랐던 화가 온데간데없이 식어버렸다. 진우 씨를 일컫는 말에 몸이 싸늘히 식는다. 엄마랑 더 이상 대화를 하기 싫어졌다. 빨리 자리를 정리해서 일어나고만 싶었다.

 “애까지 있다더만. 그 사람이, ∙∙∙∙∙∙, 네 꽁무니 쫓아다닌 거야? 여자 밝히는 남자였어? 네가 순진하고 착해 빠져서 만만하게 본 게다.”

 엄마가 하는 말에 이제 더 이상 화가 나지 않는다. 그저 속이 텅 비어버린다. 이 기분이 더 싫다. 차라리 화가 나서 펄펄 끓을 땐 누가 와서 덤벼도 이기겠다며 전투력이 상승했었는데 차갑게 식으니까 저 아래로 끝없이 추락하듯 공허해진다. 이젠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 의미를 잃어버려 희미해지는 기분이다. 다 덧없다. 싸워서 이기면 그래서 그 다음은 어쩌라고.

 “오빠 결혼식이 이제 코앞인데, ∙∙∙∙∙∙, 사돈 측에서 사윗감 될 사람 여동생이 그런 일이 있다는 걸 알면 흉잡히는 거잖아. 오빠라고 지금 마음이 편하겠어?”

 엄마가 오빠를 걱정하는 게 이제 아무렇지 않다. 그래, 반듯하게 사람 잘 만나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놓은 건 오빠고, 소동을 일으켜 동호회 게시판에 이름을 올린 건 나니까. 백 번 내가 잘못한 거다. 사돈네 찾아가서 머리 조아리고 빌라고 해도 할 의향이 있다.

 “정리를 해야 되지, ∙∙∙∙∙∙, 않겠니?”

 엄마가 조심스레 말을 건네니 그게 더 이상하다. 차라리 소리 지르고 얼굴을 붉히는 게 엄마다운데.

 “설마, ∙∙∙∙∙∙, 그 사람 계속 만날 생각이야?”

 술잔을 내려놓고 소주병을 집었다. 입에 대고 벌컥, 들이키니까 엄마가 놀래서 병을 잡아챈다.

 “술 마실 줄도 모르는 애가.”

 “엄마 모르는구나. 나 술 잘 마셔. 참, 그리고 이제 알았겠지만 남자도 잘 꼬시고.”

 술병을 다시 뺏으려니까 엄마가 그 손을 뒤로 빼낸다. 병을 몸 뒤에 내려놓더니 내 오른쪽 어깨를 툭, 때린다.

 “이것아. 왜 이렇게 못났어?”

 툭, 툭, 이번에 두 번. 분명 엄마 손에 맞았는데 맞은 자리가 아무렇지 않다.

 “너 혹시, 엄마 보라고 그러는 거야? 오빠랑 너랑 차별했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거냐고. 엄마는 말야, ∙∙∙∙∙∙.”

 엄마가 때리는 손에 힘이 들어가서 상체가 뒤로 밀린다. 희한하다. 그게 아프지 않다.

 “네가 못난 게 보기 싫어. 이러고 사는 게 보기 싫다고!”

 목소리가 떨린다. 그 손이 어깨와 상체 위를 반복해서 짓누른다. 엄마 눈이 젖었다. 나한테 하소연 하고 싶다면 받아줄 거다. 내가 잘못했으니까 엄마가 하는 불평 다 들어주겠다.

 그렇지만 엄마처럼 울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행이다. 전투력이 올라온다.

 울지 않겠다. 그게 지금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지푸라기다.

 “왜 이렇게 못났어! 못나 빠졌냐고!”

 엄마가 두 손을 들어 어깨를 때리며 짓눌러대기를 반복한다.

 안 울 거다.

 “네 오빠는 저렇게 반듯하게 잘 살잖아. 너는, 너는 이게 뭐냐고!”

 울지 않을 거다.

 바보처럼 엄마같이 울지 않을 거다.

 엄마가 내 어깨를 밀치고 주먹으로 때려댄다.

 “엄마가 제대로 못 챙겨줘서 그래?! 이제 와서 그게 분한 거야?! 이렇게라도 엄마한테 복수하는 거냐고!”

 안 운다.

 엄마가 어어엉, 흐느끼는 소리가 귀에 울린다.

 “이것아! 네가 불쌍해서 그래! 이러고 사는 게 눈에 밟혀서!”

 울지 않아.

 “네가 잘 살아야 엄마가 미안한 게 없지! 이러면, 이런 꼴 보면 엄마 가슴이 찢어지잖아! 그럼 엄마 보고 어떻게 살라고! 어떻게 살라고오!”

 어떻게 살라고오. 엄마가 고함을 질러대도 그게 흐릿하게 전해진다. 이제 엄마가 밀치고 때리고 악다구니를 친다. 상체가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신기하게도 전혀 통증이 전해지지 않는다. 머리 한쪽이 텅, 비어버린 느낌. 이것아, 이것아. 네가 불쌍해서 그런다. 그게 더 내 마음을 찢는다고. 엄마는 내 못난 행실에 속이 많이 상했다. 내가 잘 살아야 본인 마음이 편할 텐데 그러질 못하니. 그게 나에 대한 죄책감이든 아님 실망이든 자식이 잘못되는 게 보기 좋지 않아 나한테 하소연을 한다. 그게 엄마 마음을 쿡, 쿡, 찔러댄다니 나도 엄마 자식이긴 하구나 새삼 다가온다. 내가 불쌍해서 어쩌냐고 묻는다. 스스로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는데. 불쌍한 거구나. 주룩, 볼 위를 흐르는 눈물. 안 울겠다고 그렇게 속으로 다짐했는데 이기질 못한다. 전투력을 아무리 올려도 지는 싸움은 이길 수가 없나 보다. 패자는 패배를 인정하고 뒤로 물러나야겠지. 아버지 산소 앞에 와서 엄마에게 맞아가며 패패를 인정하게 되다니 제대로 의식을 치렀다. 그래서 그런가. 이제 후련하다. 툭, 툭, 끈적하게 달라붙은 껍질을 하나씩 떨어트린다. 나는 하나도 불쌍하지 않은데 엄마는 불쌍해서 어쩌냐고, 아이고, 라며 내 어깨를 밀쳐가며 운다. 이게 상갓집에서 곡을 하는 이유인가. 가슴에 쌓이고 쌓인 나쁜 것들, 슬픈 것들, 마주하기 싫은 것들 다 죽은 사람 어깨 위에 짊어지워 보내려고. 그렇게 원 없이 곡을 하고 나면, 다 내려놓고 나서 살 사람은 다시 살기 위해 하루를 시작해야 하니까. 엄마가 나를 때려가며 곡을 한다. 내가 살라고 운다. 자식을 살려야 하니까 엄마가 저렇게 슬피 운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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