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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흔들림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9.5

사랑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흔들림 39
작성일 : 19-10-29 12:23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6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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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손목이 예쁜 여자. 말캉한 감촉이 전해져 온다. 급하게 잡히는 대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주위를 빽빽히 채운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앞으로 나아갔다. 어서 그녀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은정 씨가 이런 상황에 놓일 이유가 없다. 그녀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게 너무 안타깝고 부당해서 화가 끓어올랐다. 내 손 안에 손목을 잡힌 그녀는 아무런 저항 없이 따라온다. 한참을 그렇게 말이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생각지 못했다. 그렇게 걷다 문득 그녀가 힘에 부쳐한다는 걸 깨닫고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갑자기 서버린 내 등 뒤에 살짝, 부딪혔다 뒤로 물러난다. 멍하니 나만 응시하는 눈동자. 산발한 머리가 방향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피로에 찌든 얼굴. 툭, 건드리면 바로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이런, 제대로 얻어맞았는지 왼쪽 볼 아래가 발갛다. 훅. 가슴 한 구석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제 그녀를 볼 때마다 노여운 감정이 든다. 왜 그럴까. 세상이 그녀를 부당하게 대하는 걸 참고 보기 힘들어서 그렇겠지.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그녀는 이런 대접을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

 “은정 씨. 괜, 찮, 아요?”

 초점이 흔들리던 눈동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제자리를 찾는다. 그녀의 표정을 읽기 힘들다.

 “이거, 부어오르겠는데요.”

 얻어맞은 곳을 건드리자 아픈지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뒤로 뺀다.

 “맞을 때보다, 지금이 더 얼얼해요.”

 차마 맞은 자리는 건드리지 못하고 그 언저리만 조심히 문지른다.

 “바보 같이, 왜 맞고 다녀요?”

 희미하게 미소 짓는 그녀.

 “나, 꿈꾸나 싶었어요. 거기서 진우 씨 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그 아줌마들이랑 전부터 사이가 안 좋았죠?”

 “미란 언니랑 미자 아줌마가 회장님 두고 실랑이 벌이는 걸 아마 회원 대부분이 알고 있을 걸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얼음이라도 갖다 대는 게 좋겠어요. 어디 다른 데 아픈 곳은 없어요?”

 “아프지 않은 곳은 없냐고 물어보는 게 대답하기 더 빠르겠어요.”

 휴. 저절로 흘러나오는 한숨. 그게 아니라, 라며 그녀가 내 눈 앞에 손을 흔든다.

 “진우 씨, 걱정시키려는 건 아닌데. 워낙 뼈가 튼튼해서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흔들어대는 손을 움켜잡았다. 그녀가 가만히 잡힌 손을 내려다본다. 미자 아줌마한테 짓밟혔던지 벌건 자국이 올라와 있다.

 “맞을 때 아프지 않았어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맞을 땐 오히려 몰랐어요.”

 그녀가 맥없이 고개를 젓는다. 따라 흔들리는 머릿결. 여기저기 헝클어져서 보기 흉하게 뻗쳤다. 다듬어주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몰라 그냥 두었다.

 “난, 이제, ∙∙∙∙∙∙.”

 그녀가 눈을 든다.

 “은정 씨 다독여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네요. 이제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니까. 예전처럼, ∙∙∙∙∙∙,입 맞추길 원해도 그랬다간, ∙∙∙∙∙∙.”

 그녀가 내 손 안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려 비튼다. 은정 씨가 빼내려고 하자 반발심이 생겼을까 빠져나가게 못하게 더욱 단단히 조였다. 그녀의 곤란해하는 얼굴이 나를 향한다.

 “잠깐, 잠깐만요. 너무 아파 보여서 그래요. 그 손만이라도.”

 벌건 자국이 드러난 그녀의 손등이 내 눈앞에 자리한다. 그 손등 위로 내 입술을 덮고 지그시 눌렀다. 입술에서 나오는 기운에 그녀의 아픈 자리가 빨리 나이지기를 바라기도 하듯이. 그녀가 움찔, 눈썹을 움직였다 멈춘다. 잠시만 이렇게 있기를. 너무 고맙게도 그녀가 가만히 멈춰서 기다려준다. 손에서 전해져 오는 따뜻한 온기. 살이 주는 위안이라고 하지. 이건 숫제 내가 은정 씨의 손을 치료해주는 게 아니라 은정 씨의 그 손으로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뜨뜻한 액체가 볼 위로 느껴져 감았던 눈을 떴다.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이 흐른다. 이제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울음을 터뜨리는 바보가 돼버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목 아래에서부터 훑으며 위로 올라온다.

 “왜, 울고 그래요? 옷이 젖잖아요. 이것 봐요. 울지 마요.”

 울지 말라면서 자신도 울고 있다. 아주 제대로다. 서로 마주서서 울음을 흘리는 머리를 산발한 여자와 가슴께가 젖은 셔츠를 입은 남자. 한참을 그렇게 보냈다. 달리 어쩔 줄 몰라,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 가슴이 진정될 때까지 멈춰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몰랐다. 그 공간 안에서 은정 씨와 둘이 가만히 있었다. 은정 씨가 비틀거리지 않았다면 더 오래 그러고 있었을 거다. 그녀가 넘어지지 않게 양팔로 감싸 안으며 붙잡았다.

 “괜찮아요?”

 쑥스럽게, 희멀겋게 입술 언저리 위로 올리는 미소.

 “울 만큼 울었나 봐요. 진이 빠졌는지 머리가 핑그르르 도네요.”

 나를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이 떨린다.

 “조금 전까진 몰랐는데 이제 맞은 데가 욱신욱신 쑤셔 와요. 아, 아. 발목도 밟혔었나? 저릿해요.”

 참 만신창이가 다 됐다. 어쩌다 그녀를 이런 지경으로까지 끌고 왔는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웬만하면 이런 부탁 하지 않을 텐데요.”

 “뭔데요?”

 “도저히, 도저히 혼자 집까지 못 가겠어요. 집까지만 데려다 줄래요?”

 집이 아니라 저 끝까지 가자고 해도 데려다 줄게요.

 “발목 괜찮아요? 걸을 수 있겠어요? 차를 가져올게요.”

 그녀가 몇 걸음 걸어본다.

 “걸을 수 있겠어요. 저기, ∙∙∙∙∙∙, 괜찮으면요.”

 그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우리, 그냥, 버스 타고 갈래요?”

 “?”

 “진우 씨 지금 차 가지러 돌아가면 회원들하고 마주해야 하고, 또 그냥, 그게, ∙∙∙∙∙∙, 버스 타고 가고 싶어요. 저 이상하죠? 갑자기 그런 생각이나 하고.”

 버스든 뭐든 상관없었다.

 “그래요. 차는 언제든 가지러 오면 되니까. 버스 타고 가요.”

 버스에 올라서 그녀는 말이 없었다. 창가에 앉아서 머리를 기대더니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고만 있다. 그렇게 내릴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가끔씩 부딪히는 그녀의 무릎과 내 무릎의 촉감만이 전해진다. 나는 그런 그녀의 옆모습과 그 뒤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지나가는 차의 숫자가 많아지고 높은 빌딩이 점점 촘촘해지자 그녀가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마주친다. 그녀의 집까지 가려면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부탁 하나 더 해도 될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도착하기 전 한 정거장 일찍 내릴래요?”

 별 거 아니라는 듯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별 거 아니었다. 한 정거장 일찍 내려 걸어가는 건 일도 아니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갈아타자 이제 승객이 붐빈다. 내릴 지점까지 앉지 못하고 서서 갔다. 역시 그녀는 말없이 밖만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아님 몸에 퍼지는 아픈 통증에 생각할 여유가 없을지도. 그녀가 내릴 곳이 다가오자 하차벨을 눌렀고 그녀를 따라 내렸다. 근처 지리는 그녀가 잘 아니까 그저 그녀 뒤에서 따랐다. 골목으로 들어서 몇 블록을 지나쳤을까 어느 허름한 옷집 앞에서 멈춘다.

 “잠시만요.”

 그녀가 별다른 설명 없이 안으로 들어선다. 따라서 들어가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확신이 서지 않아 기다리기로 했다.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밖으로 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의 손 위로 검은 바탕에 파란 물방울 무늬를 올린 넥타이가 들려 있다. 불쑥, 그 손을 들어 가슴께를 가늠한다.

 “이거 지나치다 눈에 들어온 건데 진우 씨한테 잘 맞을 거 같더군요. 언제 기회가 되면 선물하자고 벼르고 있었어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눈만 껌벅였다.

 “알아요. 진우 씨가 내가 주는 선물 받을 처지가 아니라는 거. 그렇지만 오며 가며 이 넥타이 볼 때마다 진우 씨 생각이 떠오를 거라 차라리 내가 사서 줘버리는 게 나을 듯해서요. 진우 씨가 받고 나서 버리든 누굴 주든 상관하지 않을게요. 마지막 선물이라고 여기고 받아주지 않을래요?”

 은정 씨 말이 맞다. 은정 씨가 주는 선물 받을 처지가 아니지. 그렇더라도 그녀가 건네는 마지막 선물이다. 지금 순간만큼은 기쁘게 받겠다. 그녀의 손에서 넘겨받아 목 아래로 대보며 과장되게 웃었다.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마음에 들어요.”

 그녀가 조금 밝게 웃는다.

 “거, 짓, 말. 오늘 하필 티셔츠를 입고 왔어요. 와이셔츠면 제대로 대보는 건데.”

 아침에 나올 때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걸쳤었다. 넥타이 대볼 복장은 아니다.

 “그래도, 은정 씨가 매줄래요? 선물 주는 본인이 그 정도는 해줘야죠.”

 “흰 티 위에 넥타이요?”

 넥타이를 내밀었다. 어서 하라고 재촉하는 의미로. 그녀가 당황해하며 어색한 동작으로 넥타이를 넘겨받는다. 티셔츠를 입어 목 주위에 두를 자리가 없으니 애매할 거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목을 빼서 그녀가 손을 놀리길 기다렸다. 곤란한 표정이 올랐다 사라진다. 잠시 주저하더니 목 근처로 손이 올라온다. 넥타이 한쪽 끝자락이 목을 돌아 나가고 반대쪽이 그 위로 넘어가며 매듭이 지어진다. 능숙한 동작으로 단번에 끝을 마무리한다.

 “제가 넥타이는 잘 매거든요. 풋.”

 그녀가 웃음을 터뜨린다. 흰 티셔츠 위에 넥타이를 두른 꼴이라니 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그렇지만 목에 걸린 넥타이가 싫지 않다.

 “이제 풀어요?”

 “아니요. 그냥 두세요.”

 “이렇게요? 이상하잖아요.”

 “목에 걸어두고 싶어요.”

 그녀의 웃음이 희미해진다. 살포시 고개를 숙이며 숨을 고른다. 잠시 흐르던 정막을 그녀가 깬다.

 “가요.”

 그녀를 앞세우고 그녀의 집 근처까지 걸었다. 저만치 그녀의 집 출입문이 보이는 거리에서 그녀가 몸을 돌려 인사를 건넨다.

 “진우 씨, 감사해요. 혼자라면 어떻게 돌아왔을까 상상이 안 되네요.”

 “은정 씨가 감사할 일이 아니죠. 애초에 모든 게 제 잘못으로 이렇게 된 건데요.”

 숙였던 고개가 올라오지 않는다. 고개를 숙인 채로 그녀가 몸을 떨고 있다. 힘겹게 무슨 말이든 건네려고 하지만 말이 터지지 않아 보인다. 기다린다. 이제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밖에 없다. 그녀의 떨리는 손이 천천히 올라와서 어깨와 가슴 사이에 엉거주춤 내려오려다 허공에서 멈춘다. 차마 건드리긴 조심스러운지 억지로 지탱하는 중이다. 그녀의 떨려서 깨지는 목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만약, ∙∙∙∙∙∙, 만약에 말이죠. 진우 씨가 혼자였다면, 그랬다면, 내 청혼 받아줬을 건가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그리곤 모르겠다. 이어서 몇 번을 끄덕였는지. 그녀가 내 가슴께에서 손을 떼고 허리를 깊숙이 숙여 고개를 조아리더니 뒤로 돌아선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조심스레 닫았다. 눈앞이 흐려서 진정될 때까지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어 걸음을 떼기 힘들었다. 겨우 진정을 하고 저 깊숙한 아래까지 숨이 닿도록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발이 움직여졌다. 이제 차를 가지러 가야 한다. 그 길은 얼마나 멀게 느껴질까. 그나마 이제 모임이 끝났을 테니 누구와 마주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리라. 상현이 내 휴대폰으로 몇 번이나 연락을 시도했었다. 지금 당장은 녀석과도 통화하고 싶지 않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얼마 걷지 않았을 즈음 골목 어귀에 누군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걸 알아챘다. 직업병이겠지. 그런 직감은 제대로 발달했다. 순간적으로 경계심을 가졌는데 앞으로 나오는 모습이 중년의 여성이다. 외모를 보고 함부로 판단하긴 이르지만 해코지를 할 만한 살기를 띠진 않았다. 한 손에 음식물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다른 손엔 검은 손가방을 들어 주먹을 휘두르기도 힘들어 보이고. 숨어서 지켜본다는 건 그저 착각이었나. 아니다.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내게 할 말이 있다.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자니 상대방이 불편한 몸동작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 어깨 너머를 보며 묻는다.

 “우리 은정이랑 아는 사이에요?”

 우리 은정이. 설마.

 “네?”

 “내가 잘못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방금 은정이가 ∙∙∙∙∙∙.”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힘든 거라고 변명을 하고 싶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내가 어떤 설명을 한다고 해도 그게 받아들이기 쉬운 내용이 아니다. 이제 다시는 은정 씨를 보지 못할 거라는, 그것만이 또렷하게 머릿속에 각인된다. 그렇다면 은정 씨와 관련된 모든 걸 부정하는 게 최선이란 결론을 내렸다.

 “아, 아닙니다. 잠시 사정이 있어서요. 은정 씨와 그리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다시 볼 일 없을 겁니다.”

 그렇게 자리를 피했다. 내가 무어라 더 말하겠는가. 흰 티셔츠 위로 넥타이를 걸친 남자가 흐리멍덩한 눈을 한 채 그녀의 가족에게 실언을 한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니까. 그녀의 어머니였을까. 은정 씨와 닮은 얼굴형과 눈매를 가졌다. 은정 씨가 나이가 들면 저런 모습을 할까. 언젠가 나이 든 후 그녀를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다면 저 모습을 기억하고 알아볼 수 있겠지, 라는 얼토당토않은 논리. 이 넥타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은 결정하기 어렵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풀어야한다. 이걸 휴지통에 집어넣을 용기가 날는지 자신이 없다. 살아오면서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여긴 적 없는데, 여태까지 살아온 길지 않은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청혼을 했었고 누군가에게서 청혼을 받아봤다. 운 좋은 놈이라고 해야겠지. 그런 경험을 해볼 사람이 흔치 않을 테니까. 내가 했던 청혼은 받아들여졌고 내가 받았던 청혼은 거절해야 했다. 그렇더라도 거절 받은 청혼이 받아들여진 청혼보다 가치가 없다고 할 순 없는 거다. 그 청혼을 하기 위해 얼마나 가슴 졸이고 애태웠을지 청혼을 해본 사람으로서 안다. 그 마음만은 평생 간직하고 살아가고 싶다. 두 개의 청혼을 경험해본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으로. 대신 제일 안쓰러운 건, 내게 청혼했던 누군가가 거절당하고 실패를 맛보면서 다시는 청혼할 용기를 낼 수 없을 만큼 좌절할 거라는 사실이다. 이겨내기를 바란다. 그 사람이 겪었던 거절을 딛고 서서 더 큰 기쁨과 환희로 청혼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함부로 말을 꺼낼 자격 없는 나지만 부디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되뇐다. 나는 그 사람의 최대 행복을 훔쳤고 그 사람은, 밑바닥에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니까. 빌어본다. 그 시작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나보다 훨씬 더 행복하기를. 빈다.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만은 진심이다. 누가 뭐래도, 염치없는 놈이라 해도 그게 내 진심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달랑 끝자락에 남은 진심.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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