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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에 버금가는 자.
작가 : Stonehead
작품등록일 : 2019.9.29

저승의 최고신, 염라대왕의 현신, 신아.
그가 머물고 있는 지옥에서 대형사고가 하나 터지는데......

"십이악령이 탈출했네."

저승이 관리하는 최악의 열둘 대죄인들이 저승을 탈옥한다!

"그것 참, 큰일이군요."

신아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 즐거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염라대왕은 신아에게 악령의 처리를 맡긴다.
그리고 신아는 기꺼이 이 즐겁게 놀기(?)위해 악령들을 쫓아 이계(異界)로 향한다.

 
chapter 6 추락한 신의 도시 : 낙양 탈출.
작성일 : 19-10-28 23:21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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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이 흔들렸다. 틈으로는 불길이 솟아났다. 사방에서 사람들의 고통에 찬 소리가 울렸다. 낙양이 흔들리며 밑으로 천천히, 꾸준히 가라앉고 있었다.

 

  “······동탁!”

 

  흔들리는 땅 위에서 균형을 잡은 여포가 이를 악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전투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영혼에 각인된 족쇄가 뜨겁게 달궈져 여포를 붙잡았다.

 

  “크윽!”

 

  벗어날 수 없다. 족쇄를 풀 수도 없다. 대항할 수도 없다. 작은 것부터 큰 것부터 모든 것이 여포의 영혼을 속박하고 고통을 주고 있었다. 배반의 대가이자 이리 새끼의 목줄은 너무 가혹했다.

 

  여포의 주위에 있던 병사들은 이미 다 죽어 사라졌다. 서있는 건 신아와 아소가 전부였다.

 

  “크윽.”

 

  고통이 밀려왔다. 눈앞의 적을 없애라는 것이었다. 움직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영혼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움직이고 나면? 신조차 죽이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아귀와도 같은 도시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아마 이 도시에서 저들과 함께 운을 함께 해야겠지.

 

  ‘그는 또다시 웃겠지.’

 

  동탁 홀로 살아남아 웃고 있을 생각을 하니,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이가 까득 갈릴 정도로 악물어도 방법은 없었다.

 

  사기―창극사(槍戟射)!

 

  창을 쥔 여포의 손에 힘이 갔다. 뿌득 이를 악문 여포가 일어나 신아에게 창을 던졌다.

 

  파앙―!

 

  방천극이 신아를 향해 날아갔다. 신아의 두 눈이 크게 뜨이며 방천극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너 이 자식······!”

 

  푸욱!

 

  방천극이 신아의 왼쪽 눈을 꿰뚫었다. 피가 튀며 신아의 몸이 뒤로 한 바퀴 공중에서 돌 듯 무너졌다.

 

  핏방울이 공중에 수놓아지며 그 너머의 아소의 충격 받은 얼굴이 여포의 눈에 밟혔다.

 

  “야!”

 

  아소가 그람을 들고 달렸다. 그녀가 한 걸음 내걸 때마다 땅이 움푹 파이며 파편이 튀었다.

 

  “야 이 개자식아아아아!”

 

  그람이 맨몸인 여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여포는 즉시 옆으로 굴러 그람을 피했으나 그람이 땅으로 떨어질 때의 충격을 다 해소하지는 못했다.

 

  후웅!

 

  아소는 그람을 횡으로 휘둘렀다. 그람은 여포의 이마를 찢고 지나갔다. 그 충격으로 뒤로 물러나다가 몇 걸음 못 가 여포가 쓰러졌다.

 

  “큭!”

 

  여포의 가슴에 가늘지만 힘이 확실한 맨다리가 올라갔다. 아소가 여포의 가슴을 밟고 그람을 역수로 쥐고 여포의 입에 쑤셔 넣었다.

 

  “아~ 해 봐, 새끼야. 혓바닥부터 잘리기 싫으면.”

 

  석양을 등지고 붉은 두 눈을 빛내는 아소는 그야말로 귀신의 형상이었다. 발에 힘을 줘 여포의 가슴을 압박하는 한편, 검을 쥔 손에 힘을 줘 여포의 입으로 검을 좀 더 욱여넣었다.

 

  터억!

 

  여포가 그람의 날을 잡아 힘으로 아소를 밀어냈다. 살짝 놀라는 기색을 보이는 아소의 두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며 여포는 씩 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하! 이 새끼 봐라.”

 

  아소도 지지 않고 팔에 힘을 줬다. 팔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검날을 쥔 여포의 손에서 피가 흘러 여포의 입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아소의 팔이 떨리고 여포가 쥔 검날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냥······ 얌전히 처 죽어라!”

 

  아소의 몸에서 검은 불꽃이 일렁였다. 팔을 타고, 검을 타고 검은 불꽃이 여포의 손으로, 입안으로 번졌다.

 

  “······!”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열기에 여포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떨림이 멈추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쑤욱, 푹!

 

  아소가 힘이 빠진 여포를 힘으로 밀고 갔다. 여포의 손가락이 잘리고 목젖을 넘어 그람이 여포의 척추를 베고 목뒤에서 나왔다.

 

  “컥! 커, 커걱!”

 

  검의 불길이 척수에 번졌다. 여포는 이제껏 겪어 본 적 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지옥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통이다! 신경 세포 하나하나가 불타 끊어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저절로 불길이 척수를 태우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뇌를 말끔하게 태우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이 소녀도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인지, 더 이상 검에 힘을 주지 않았다. 그저 검을 빼지 못하게 누르고만 있었다.

 

  ‘이······, 얼마나, 무서운······, 힘인가······? 동탁이, 가장, ······ 강력한, 줄로만, ······알았는, 데······.’

 

  생각이 점점 끊겼다. 불길이 신경을 거의 다 태우고 뇌에 도달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세상이 참으로 넓었다. 이천 년의 죄업에 숙성된 동탁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었다. 동탁이 어째서 직접적인 결투를 피하는지 알 것 같았다.

 

  쿠구구궁!

 

  땅이 기울었다. 도시가 갈라지고 그 속에서 떠나지 못한 자들의 비명이 도시를 지하로 계속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런······!”

 

  아소가 그람을 뽑았다. 여포는 입안에서 자신의 피 맛을 음미했다. 사실 무슨 맛인지 기억도 안 났다. 불은 이미 신경을 먹었고, 이제 뇌마저 먹으려 하고 있었다. 뇌척수액이 열기에 부글부글 끓는다. 뇌가 그 안에서 천천히 말라가며 죽어가는 것을 하나하나 알 수 있었다.

 

  의식이 점점 희미해진다. 몸이 점점 가벼워진다. 시야가 두 개가 됐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시선을 밑으로 내리니,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얼굴을 구기고 있는 ‘여포였던’ 인간의 껍데기가 있었다.

 

  희미하지만 주위에 검보랏빛 빛무리를 두르고 있는 영혼, 여포는 시선을 올려 아소를 찾았다.

 

  ‘찾았다.’

 

  아소는 신아에게 가있었다.

 

  ‘저 자······, 살아있군.’

 

  그렇다. 신아는 살아있었다. 아소가 상체를 일으켜 눕혀주자 흔들리는 땅 위에서도 균형을 잡고 방천극을 잡아 눈에서 뽑았다.

 

  핏덩이나 다름없어진 왼쪽 눈은 신아가 눈을 몇 번 깜박인 것만으로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경이로운 회복력이었다. 아니, 저것을 회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일까.

 

  두리번거린 신아는 떠나지 못하고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여포를 발견하고 손을 뻗었다.

 

  공간이 접히듯 여포의 영혼이 강한 인력(引力)에 의해 신아의 손으로 끌려가듯이 잡혔다.

 

  갑자기 일어서 허공에 손을 뻗은 신아의 행동에 아소는 의문 어린 시선으로 보기만 할 뿐, 딱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눈이 뚫린 충격으로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여기는 듯 했다.

 

  “난 안 미쳤으니까, 눈에 힘을 집중해라.”

 

  아소에게 시선을 흘끔하고 한 번 준 신아가 말했다.

 

  “힘? 어떻게?”

 

  “네 몸 안에 있는 검은 기운을 눈에 집중하라는 소리다.”

 

  신아는 아소에게 방법을 알려줬다. 혼돈을 자극해 움직이도록 만든다. 몸 안에 만들어둔 길을 이용하고, 때로는 새로 길을 만들어 혼돈을 눈으로 유도한다.

 

  몸 안의 혼돈은 거친 야생마와 같았다. 그것을 길들이지 못하면 평생을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잡아먹히게 되니, 힘을 길들이고 익히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야, 이게······ 뭐야?”

 

  강화된 눈은 인간이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게 만들었다. 지금 아소의 눈에는 인간이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였다. 특히 이 불타는 도시 낙양에서는 떠나지 못하고 죽은 이들의 원념이 검은 형상으로 한 채로 배회하는 것이 보였다. 신아의 손에 잡힌 여포의 영혼은 덤이었다.

 

  “······애가······ 아까, 그 애야?”

 

  영혼과 육체의 외형이 달라 아소는 자신이 죽인 자와 그 영혼을 쉽게 일치시키지 못했다. 목소리에는 미약한 불신이 담겨있었다.

 

  “이미 죽은 놈이야. 이놈에게 육신이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해. 남의 것을 뺏어 남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놈이 생존하는 방식이지.”

 

  떠도는 망령의 방식이란 간단하다. 산 자의 육신을 강탈하고 육신의 주인을 집어삼키고 그 삶을 살아간다. 지옥을 빠져나온 여포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거······ 쓰레기 아니야?”

 

  “원래 이런 애들이야. 다른 인간 인생 빼앗아 사는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이제 끝낼까, 하고 중얼거린 신아가 기운을 끌어 모았다.

 

  콰르르르르릉! 콰르르르르르르릉!

 

  하늘에 구름이 모이며 강렬한 번개가 내리꽂혔다. 가장 강력한 자연 현상은 영혼의 근간을 흐트러뜨려 놓았다. 여포의 영혼이 희미한 빛의 입자들을 흩날리며 흐려졌다. 육신을 이루는 미세한 입자는 원자, 영혼을 이루는 입자는 영소(靈素). 영혼은 영소가 흩어지거나 없어지는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죽음, 즉 소멸을 맞이한다.

 

  번개를 부르는 것은 도술도 필요 없는 행위다. 그저 기운만 끌어올려 번개라는 현상을 유도하면 된다. 물론 이는 신아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팔괘를 그리고 진법을 그리고 기(氣)를 불어넣는 것. 그 복잡한 과정을 생략한 것이 신아의 경험이자 힘이었다.

 

  여포의 영혼이 완전히 사라졌다. 불타고 검게 물든 폐허에서 한줌의 푸른 빛무리가 하늘로 올라갔다.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던 아소는 땅의 흔들거림에 시선을 바로 잡았다. 그람을 땅에 박아 지지대 삼아 흔들거림에 버틴 아소는 신아를 바라봤다.

 

  “야! 이제 여기서 빨리 탈출을······!”

 

  신아는 말이 없었다. 땅이 흔들리고 기울고, 불길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골몰히 생각하고 있었다. 눈에서 생기를 잃은 것이 마치 시체가 서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건 체계적이고 지독한 악의 그 자체야. 떠나지 못한 자들, 떠날 수 없는 자들, 그들 모두 이곳에서 살아있는 자들을 용납하지 못해.’

 

  “뭐해······!”

 

  ‘저들이 지닌 원망이, 저들이 겪은 고통이, 저들의 기억이 이 도시를 망가뜨리고 있는 거야. 그래서 저들은 우리의 탈출을 용납하지 못해. 저들이 고통, 기억, 원한, 그 모든 것을 우리는 겪지 못했으니까.’

 

  신아가 말한 자들은 도시의 보이지 않는 주민들, 이곳 낙양의 주민이었던 자들, 낙양에서 죽음을 맞이한 자들이었다. 지금은 인간의 형상을 한 검은 덩어리들이지만.

 

  보이지 않는 자들은 끊임없이 산 자에게 달려들었다. 보이지 않았으며 명확한 형태 또한 없었다. 그들의 생전의 기억이 그들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을 뿐, 실체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체가 없으니, 붙잡아도 붙잡지 못했다. 실체 없는 허상은 잡지도 잡히지도 못했다.

 

  “뭐해? 안 갈 거야?”

 

  붙잡히지 못하니, 길을 막는 것도 없고, 그리되면 전투도 없다. 이보다 쉬운 탈출이 있을까?

 

  ‘이 도시는 저들의 원념으로 유지되고 원념으로 파괴된다. 애초에 사막의 모래 아래 만들어졌던 도시. 저들의 원념이 적정선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야!”

 

  ‘원념이 약해진다면 모래 속에 파묻힐 것이고, 원념이 강해진다면 도시의 지하에서부터 거대한 부정(不淨)이 폭발하겠지. 도시 지하부터, 이 행성의 지저부터, 끓어오르는 막대한 에너지의 폭발이 이어지겠지. 그 누구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유례가 없을······.’

 

  퍽!

 

  신아의 두 눈에 빛이 돌아오며 흔들리는 시야가 하나로 합쳐졌다. 왼쪽 볼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눈앞에는 아소가 씩씩 거리고 있었다.

 

  “······탈출 안 할 거야!”

 

  “아. 해야지, 탈출.”

 

  신아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멀쩡한 땅은 없었고 사방에서 불길이 쏟아났다. 달릴 수 있는 땅은 얼마 없었으나 신아와 아소는 일반인이 아니었다. 탈출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하긴, 인간의 악의와 부정이란 신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 이 도시가 붕괴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야. 그 과정에서 도시가 무너지든, 폭발이 일어나든 내 알 바는 아니지.’

 

  사막이라 폭발이 일어나도 인명피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폭발로 인한 재로 인한 2차 피해자는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신아는 빠르게 달렸다. 아소는 신아의 뒤를 따랐다. 땅이 갈라지면 뛰어넘고 불이 쏟으면 그냥 뚫고 땅이 기울어지면 인간을 초월한 능력으로 그냥 공간을 뛰어넘었다.

 

  한참을 달려, 두 사람은 도시의 외곽에 다다랐다. 고대 중국의 모든 행정과 권력이 집중된 초거대복합도시는 넓었다. 넓었고, 살고 있던 사람들도 많았고, 건물도 많았다. 외곽까지 가는데도 한 시간 가까이 소모되었다. 물론 두 다리로만 달린 결과였지만.

 

  쿵―!

 

  “아야야야.”

 

  앞서 달리던 신아가 갑자기 골목을 돌아 튀어나온 무언가에 부딪혀 뒤로 넘어졌다. 엄살을 부리며 일어서는 신아의 두 눈에는 짜증이 엿보였다.

 

  “어떤 개새가······.”

 

  “주인님!”

 

  신아의 말을 끊은 것은 노이아였다. 노이아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참지 못한 눈물을 흘리며 신아를 안았다. 노이아의 떨림이 신아에게도 전해졌다. 노이아가 흘리는 눈물이 신아의 옷을 적셨다.

 

  “······주, 주인님! 거, 걱정했어요! 정말로······!”

 

  그 뒤로도 뭐라뭐라 말했다. 그런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났다. 신아는 우느라 말도 못하는 노이아를 내려다보았다. 신아는 천천히 손을 들어 노이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신아의 손길을 느낀 노이아는 더 서럽게 울었다. 무서웠다. 신아가 사라진 순간 느꼈던 그 상실감, 박탈감, 공포, 고독, 그 모든 것이 두려웠다. 주위에 초란도 있고, 아린도 있었으나 또다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게 중요한 건 오직 주인님 하나 뿐이다!’

 

  그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지독하게 단순했다.

 

  반면, 신아는 이 상황이 낯설었다. 수천만 년을 살아오는 동안 그 어떤 생에도 사랑받았던 적이 없었다. 만인의 미움을 받아봤고 만인의 원망도 받아봤다. 만인의 부정적인 감정을 담는 쓰레기통. 한때는 그것이 자신의 존재가치인 줄 알았다.

 

  수천만의 생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때로는 쓰레기통으로, 때로는 악마로, 때로는 선인으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이용하고 그들을 괴롭히고 그들을 길들인 적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지도 애정을 표하지도 않았다. 그저 미워하고 원망할 뿐이었다.

 

  ‘이게, ······무슨······!’

 

  낯설기에 어색했고, 처음 느끼기에 분노가 치밀었다. 동정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그것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마음은 아니었다. 수천만 년을 살아도 이성과 감정을 완전히 일치시키거나 분리시키는 것은 아직도 힘들었다.

 

  머리에 얹은 신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노이아의 머리를 잡고 저 멀리 홱 하고 던졌다.

 

  “저리······ 안 비켜!”

 

  “야!”

 

  감동적인 장면을 보고 있던 아소가 그 감동이 깨지는 것에 소리쳤다. 코웃음 한 번으로 아소를 무시한 신아는 다시 달렸다.

 

  던져진 노이아는 어느새 도착한 초란과 아린이 회수했다.

 

  신아는 입을 꾹 다물고, 도시를 주파했다. 도시 외곽을 감싸는 성벽을 부수고, 성벽 너머의 모래언덕을 뚫었다.

 

  신아의 뒤를 쫓던 초란이 신아의 옆으로 가 말했다.

 

  “신아!”

 

  “나중에.”

 

  “당신 힘이 필요해요!”

 

  “알아서 좀 해! 이제 힘도 있잖아!”

 

  “우리만으로는 안 되니까, 그렇죠! 이 사태의 원흉으로 보이는 자가 있어요! 그가 지금 자신이 만든 성 안에 처박혀 있어요! 우리 힘으로는 그 성벽을 뚫을 수가 없어요!”

 

  “원흉? 그럼 동탁이야?”

 

  신아가 초란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관심을 보였다.

 

  “노이아가 그녀를 보고 미후라고 했어요! 그리고 검보랏빛 검을 사용했고요!”

 

  “그럼 동탁이네! 어디야?”

 

  “저기 저 언덕!”

 

  초란이 가리킨 곳은 일대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었다. 그 언덕 위에는 모래로 쌓은 견고한 작은 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넌, 뒤졌어!”

 

  도시를 벗어나 붕괴의 여파에서 충분히 멀어졌다고 판단했다. 신아는 사인검을 역수로 쥐고 창을 던지듯이 성을 향해 던졌다.

 

  쐐애애앵―!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붉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검은 부정한 성을 꿰뚫다 못해 완전히 부수었다. 모래의 성이 다시 모래로 돌아가 허물어지고 그 속이 드러났다. 방공호 같은 성 안에는······.

 

  “없잖아?”

 

  아무것도 없었다.

 

  “그럴 리가! 분명 여기 있었는데!”

 

  성 안에는 모래만이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반짝이는 무언가 떨어졌다.

 

  쌔애애앵―! 푹!

 

  통째로 강철로 되어있는 화살이 날아와 신아의 눈을 꿰뚫었다. 화살은 눈을 짓이기고 소뇌를 관통했다. 소뇌가 망가짐으로서 신아의 근육의 움직임이 봉인되었다.

 

  “아 또 왜!”

 

  모래언덕에 쓰러져 그대로 경사면을 미끄러져가며 신아가 악에 바쳐 소리쳤다. 여포에게 이미 한 번 뚫렸던 자리가 또 한 번 동탁에게 뚫린 것이다.

 

  주인님, 노이아가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며 신아를 챙겼다. 신아의 상체를 안아 들고, 화살부터 뽑은 노이아는 천으로 상처부터 감쌌다.

 

  “피해!”

 

  그 사이 하늘에서 날아오는 강철화살들이 초란과 아소, 아린을 노렸다. 아린은 대검을 비스듬히 세워 방패삼아 전신을 그 뒤에 숨었다. 아소는 빠르게 움직여 화살의 사각지대로 이동했고 초란은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신아의 곁으로 이동했다.

 

  화살은 그들이 있는 언덕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검보랏빛 기운을 숨기지 않고 대궁을 들고 쉬지도 않고 연사를 쏘고 있는 동탁이었다.

 

  “하하하핫!”

 

  점차 하늘을 물들이는 검부랏빛 기운의 선두에 선 듯 강철 화살은 끊임없이 날아왔다. 몸을 밖으로 내미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氣)를 실어 더더욱 위력이 높아졌다. 어쩌다 한 번 스치기만 해도 스친 주위까지 다 뜯겨 나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이대로 숨어있는 사이, 동탁이 장악한 하늘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절망이 사막의 하늘을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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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Chapter 4 역천 : 힘없는 왕과 힘있는 오랑캐. 2019 / 9 / 30 214 0 8531   
22 Chapter 4 역천 : 망가져가는 왕국. 2019 / 9 / 30 214 0 6840   
21 Chapter 3 체이테 성의 악녀 : 피의 백작부인(3). 2019 / 9 / 30 226 0 10174   
20 Chapter 3 체이테 성의 악녀 : 피의 백작부인(2). 2019 / 9 / 30 204 0 5545   
19 Chapter 3 체이테 성의 악녀 : 피의 백작부인. 2019 / 9 / 30 225 0 6157   
18 Chapter 2 서초패왕 : 패왕 항우(5). 2019 / 9 / 30 205 0 3877   
17 Chapter 2 서초패왕 : 패왕 항우(4). 2019 / 9 / 30 197 0 6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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