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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용사의 세계로 떨어졌다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21

어느 날, 고삼 여학생 아리아는 이상한 세계에서 눈을 뜬다. 그런데 갑자기 뜨는 이상한 창 하나?
용사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네? 뭐라고요? 용사? 아니, 그보다 이거 게임이야?

 
스승님의 비밀
작성일 : 19-10-28 22:14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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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황녀, 아드레아는 제비꽃이 물든 듯 반짝거리는 자색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칸과 만난 적이 있나요?"

 "네."

 "아뇨."

 

  부정의 답은 칸타곤에게서 나왔다. 나는 띠꺼워서 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이 자식이 구라를 쳐? 손모가지 날아가고 싶은가 봐?

 

 "어머, 누구 말이 맞는 거죠?"

 

  그녀는 입을 가리며 물었다. 나는 눈에 힘을 주고 칸타곤을 노려봤다.

 

 "당신, 분명히 여관에서 나 치고 갔는데 사과도 안 했잖아요?"

 "허, 내가 그랬던가."

 "이래서 가해자가 나쁘다는 거야. 피해자만 기억하지."

 "뭐라고?"

 

  안 맞아. 느껴졌다. 조금 말했을 뿐인데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다. 최초로 퀘스트 실패가 뜰지도 몰랐다. 그런데 실패가 마법사와의 싸움이라니. 골치가 아팠다. 그렇지만 좋게 넘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나는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가 왜 가해자야. 네가 넘어진 거잖아."

 "오호라, 내가 넘어진 건 기억을 하는 모양이네?"

 "……."

 

  기억하고 있었으면서 홀랑 들어날 거짓말을 했다, 이거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다. 그래. 차라리 싸우자. 퀘스트 몰라. 동료로 저딴 녀석을 두고 싶지 않았다.

  우리 사이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걸 알았는지 빈센트가 뒤에서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동시에 황녀가 앞으로 나왔다.

 

 "기분이 많이 상했겠어요. 미안해요."

 "아, 아뇨. 황녀 전하께서…."

 "왜 황녀님께서 사과를 하시는 거예요!"

 

  황녀가 대신 사과를 하자 기분이 순식간에 머쓱해졌다. 나는 목덜미를 긁으며 아니라고 답하는데 칸타곤이 갑자기 불쑥 끼어들어서는 목소리를 높인다.

 

 "그럼 네가 사과하던가!"

 "……."

 "자, 당장 나한테 사과하고 황녀 전하께도 사과해!"

 "뭐…."

 "황녀님이 누구때문에 내게 사과를 했지? 어?"

 

  그는 움찔움찔 떨면서도 이를 아득 갈았다. 자존심이 상해 어지간히도 싫은 모양이었다.

 

 "전 괜찮습니다. 칸, 손님께 사과하게."

 "…미안하다."

 

  끝까지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과였다. 나도 듣는둥 마는둥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서 차라도 같이 할까요? 조촐하지만 다과회를 준비해봤답니다."

 

  황녀는 웃으며 우리를 안내했다. 얼른 워프를 타고 다과회에 참여하고 싶었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구역질이 나는 워프를 넘어 -의외로 마차보다 워프가 더 나았다. 워프는 순식간이어서 그런 건가- 응접실 안으로 들어갔다. 온갖 달콤하고 반짝거리는 디저트와 향기로운 차를 보며 저절로 눈이 바빠졌다. 나는 딸기가 얹어진 이름 모를 디저트를 들어올려 한 입 베어물었다. 과연 이런 게 바로 미미(美味)였다.

  황녀는 차를 음미하다가 조심히 내려놨다.

 

 "바도르, 따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는 안 될 말입니까."

 

  바도르는 따로 나가고 싶지 않은지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그러나 황녀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으리라. 결국 바도르는 몸을 일으켰다.

 

 "죄송하지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금방 오겠습니다."

 "네."

 "황녀님, 저도…."

 "칸도 잠시 여기서 기다려줘."

 

  그 말을 끝으로 황녀는 바도르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 우리 사이에는 싸늘한 정적만 남았다.

 

 "빈센트, 이거 먹어볼래? 달달하고 맛있어."

 

  나는 고소한 크림이 얹어진 몽블랑을 포크로 찍어 바도르에게 내밀었다. 바도르는 당황하며 입을 달싹였다. 그 모습을 본 칸타곤이 흥- 콧방귀를 뀌었다.

 

 "단 거 싫어하는 모양인데 묻지도 않고 내미네."

 "…단 거 싫어해?"

 "아, 아니. 그렇지 않은데."

 

  그런 거 아닌데. 몇 번이고 말했지만 얼굴은 좋지 않았다. 그를 가만 보다가 나는 쏙 내 입으로 넣었다. 빈센트는 내 입으로 들어가는 포크를 허망하게 보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싫어하면 말해줘. 괜찮으니까."

 "…아니, 싫어하는 건 아니었어."

 

  그러더니 힐끔 칸타곤을 노려본다. 빈센트가 누구한테 저러는 모습을 처음 봐 조금 당황했다. 나는 쩝쩝 입맛을 다시며 다시 몽블랑을 포크로 떠올렸다. 칸타곤은 어쩐지 마음에 안 드는지 쳇-하고 혀를 찼다. 뻔하다. 이걸로 내가 화를 내기 바랐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속좁은 사람인 줄 아나.

 

 "…화장실 가고 싶다."

 

  계속 차를 마셨더니 소변이 마려왔다. 나는 벌떡 일어나 시종에게 화장실로 어떻게 가느냐고 물었다. 밖으로 나가면 바로 옆에 있다는 말에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나왔는데 바로 옆이 화장실이 아니었다. 혹시 내가 반대편으로 왔나 싶어서 다른 곳으로 가서 열어봤는데 아니었다. 시종이 뭘 모르는 걸까? 나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 위해 길을 걸었다.

  그런데 사람이 안 나왔다. 이 넓은 궁에 시종이 없는 게 말이 되는가. 대체 이유를 알 수 없어서 한참 걸었다. 이제 목적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바도르."

 

  코너를 돌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 목소리는 아까 같이 있던 황녀였다. 나는 하얀 기둥에 찰싹 붙어 그들을 살펴봤다. 꽃이 휘날리는 정원 한 가운데 둘은 마주 보고 서있었다. 수많은 꽃잎이 그들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지금 뭐야. 이게 뭐야. 둘의 애틋한 분위기에 나만 기분이 이상해졌다.

 

 "제자를 들였다고요."

 "황녀님, 그만 말을 놓으시지요."

 "제가 그랬으면 좋겠습니까? 예전처럼 당신에게 말을 놓았으면 좋겠냐는 말입니다."

 "……."

 

  둘이 뭔가 있다. 나는 미간에 힘을 주고 입을 오무렸다. 이런 장면은 보면 안 되는데. 뒤를 돌아서 화장실로 가야하는데 어째 그러질 못 하겠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금빛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그녀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말을 놓을까요?"

 "작은 달께서 편하신 대로."

 "당신은 불리할 때면 꼭 작은 달 호칭을 꺼내는 군요."

 "……."

 "그게 나를 더 화나게 하는 방법임을 알면서도."

 

  스승님이 나빴네. 왜 황녀님을 화나게 하냔 말이다. 어여쁜 얼굴에 드리우는 분노는 생각보다 사람을 숨 막히게 했다. 멀리서 보는 내가 이럴진데 바도르는 얼마나 더할까. 그러나 바도르는 묵묵하게 말했다.

 

 "황녀님을 화나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화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예전 생각이 안 나시나봅니다."

 "…저는 제 성을 버렸습니다. 더는 훼이첼이 아닙니다."

 

  그놈의 성이 어쨌다고 저러느냔 말이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건 분명했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보다 황녀님, 스승님은 황녀님에게 너무 아까운데 말이죠.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야."

 "!!!!!!!"

 

  나는 비명이 튀어나오려는 걸 입으로 막으며 참았다. 바로 뒤에서 들린 목소리의 주인은 칸타곤이었다.

 

 "이 즈슥으. 놀랐즎으."

 "뭐하는데 이러고 있…."

 

  칸타곤은 나를 보다가 앞을 보더니 입을 딱 다물었다. 너도 보고 말았구나. 둘의 아주 애틋하고 아련한 분위기를.

 

 "너 엿듣는 게 취미냐?"

 "그런게취미겠냐.화장실을찾으러왔는데잘못와서이러고있는거거든?여태뒤졌지만화장실이없었단말이다.이제이리로가면화장실나오겠지했는데저둘이있던거거든?"

 

  나는 억울한 마음에 속사포로 두다다 말을 내뱉었다. 그는 갑자기 몰려오는 말이 듣기 싫었는지 귀를 막았다. 이 자식이 내 억울함을 무시한다.

 

 "바도르, 데리고 온 분들이 제자라고요."

 

  황녀가 입을 열자 우리 둘의 시선이 동시에 그들에게로 돌아갔다. 황녀는 들고 있던 손수건을 구기며 비장한 눈빛으로 바도르를 쳐다봤다.

 

 "…그렇습니다."

 "분명 내게 말했었죠. 제자를 들일 생각은 없다고."

 "그랬었습니다."

 "그런데 두 명이나 제자다. 하. 제가 그리 부탁할 때는 안 된다고 했으면서."

 

  황녀님이 바도르의 제자가 되고 싶어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바도르, 단순히 게으른 검사가 아니었단 말인가. 황녀가 부탁할 정도면 상당한 실력자임에 틀림없었다.

 

 "당신은 훼이첼 성을 버렸겠지만, '검의 귀재'라는 호칭은 버리지 못 해요."

 "……."

 "그건 당신이 가진 게 아니니까. 사람들이 당신에게 지어준 호칭이죠."

 

  검의 귀재. 그것 참 본새나는 호칭이로고. 바도르는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런 호칭을 가질 리 없지. 저런 오그라들면서도 본새나는 호칭이라니.

 

 "야, 너 혹시 내 스승님에 대해…."

 "……."

 

  나만 스승님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었나. 빈센트는 시골에서 오랫동안 자란 녀석이었고, 나는 이 세계에 갑자기 뚝 떨어진 이방인이었다. 그럼 수도에서 생활한 칸타곤은 잘 알겠지. 그런 생각으로 말을 걸었는데 칸타곤의 시선은 나를 보지 않았다.

  어우, 나한테 왜 이러냐. 나는 짜게 식은 시선으로 칸타곤을 쳐다봤다. 얘는 또 왜 이렇게 아련한 건데. 마치 내가 삼각관계에 낀 이물질이 된 기분이었다. 응? 삼각관계?

 

 "황녀 전하."

 "나는 당신에게 검을 배우고 싶었어요.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죠."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그때 저는…."

 "그래요. 지금의 당신은 아닐지 몰라도 그때 당신은 여자는 안 된다고 말하고 다녔죠."

 "……."

 

  뭐야? 여자라고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우리 스승, 내가 아저씨라고 부르고 다니니까 진짜 아저씨인 줄 아나. 저런 고리타분하고 멍청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 몰랐다. 바도르는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확히 말해서 귀한 신분의 여성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황족이라서요?"

 "황족이 아니라 귀족 누구든 그랬을 겁니다."

 "시집 가야하는 여성이 부르트고 굳은살 잔뜩 박힌 손이면 안 되니까?"

 "……."

 

  보랏빛에 서늘한 이채가 서렸다 사라졌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지금 이 곳은 여자를 더욱 억압하고 강박하고 있었다.

 

 "당신이 제자를 데리고 왔을 때 비참했지만 더욱 비참했던 사실은."

 "……."

 "당신 뒤에 서있던 여성 제자요. 그녀를 보며 더욱 비참했어요."

 "황녀 전하."

 "나도 할 수 있었습니다."

 

  내 얘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쓸쓸하게 느껴졌다. 워프로 넘어오기 전, 내게 잠깐 빛났던 그녀의 서늘했던 눈빛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느새 그녀는 꽉 쥐고 있던 손수건을 놓았다. 그리고는 손수건을 곱게 펴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당신의 첫 제자이고 싶었습니다."

 "……."

 "그도 안 된다면, 첫 여성 제자이고 싶었어요."

 

  씁쓸하게 웃던 그녀는 뒤를 돌아 천천히 걸었다. 불편한 드레스 자락을 쥐고 오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원하는 모습일까.

 

 "야, 이리 오잖아."

 "억!"

 

  이리 오는 걸 알게 된 칸타곤이 내 옷을 잡고 끌고 갔다. 아, 감상에 빠져 있었는데 얘가 다 망친다. 나는 힘을 빼고 질질 끌려갔다. 생각보다 그의 손에는 강한 힘이 없었다.

 

 "너 표정이 왜 그래?"

 "……."

 

  칸타곤의 얼굴은 마치 물감 여러가지를 마음대로 범벅한 얼굴이었다. 그만큼 엉망진창으로 물들어있었다. 장난삼아 말한 삼각관계가 진짜인 모양이었다. 나는 입을 다물고 그에게 질질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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