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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14
작성일 : 19-10-28 20:59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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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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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가혹한 시험에 여인들은 잔뜩 지친 얼굴이었다. 식은땀까지 흘린 한 여인은 자신의 이마를 닦아내며 한숨을 쉬었다. 매화는 그들을 보다 옥녀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지금부터 지내실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옥녀를 따라 간 곳은 황후궁의 깊은 곳에 놓인 사랑채였다. 각각 마음에 드는 방에서 쉬어도 된다고 말하며 뒷간은 복도 끝을 통해 나가면 바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노비들이 와 그녀들의 시중을 들어줄 거라는 말도 했다. 그러고는 옥녀는 빠른 속도로 밖으로 향했다. 침묵이 잠시 휘감은 채 말이 없던 그들 사이로 발랄한 목소리가 퍼졌다.

 

 "저희가 아까 자기소개를 하긴 했지만, 저희끼리는 하지 않았잖습니까?"

 

  아까 번쩍 손을 들어 대답했던 소예리였다. 넉살 좋은 사람일세. 매화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나쁠 건 없다 생각하여 웃으면서 말했다.

 

 "설 가문의 매화라 하옵니다."

 "아, 저 알고 있습니다. 대대로 무예에 능통한 지방 귀족 가문이시지요?"

 "알고 계셨습니까? 지식이 많으신 분이군요."

 

  칭찬에 좋다고 또 얼굴을 붉힌다. 어째 순수하다 못해 바보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조금 얕게 굴어도 될 만 한데. 그러나 매화는 곧 그런 생각을 접었다. 자신이 남 걱정까지 하며 살 시간이 없었다.

  그때 자신이 들고 있던 부채로 새침하게 얼굴을 가린 여인이 말했다.

 

 "…문 가문의 지선이라 합니다."

 "노 가문의 보리라 합니다."

 

  아까 식은땀을 닦던 여인은 노 가문의 딸이었군. 노 가문이라면 설 가문과 꽤 가까운 지형에서 사는 가문이라 잘 알고 있다. 농사에 능하고 부드러운 성정을 지닌 가문이지. 문 가문은 처음 들어본다. 그녀 또한 변방의 가문 중 하나겠지. 그때 지선이 날카롭게 말했다.

 

 "서로 친목을 도모할 생각은 없을 테니 전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어, 어."

 

  예리는 당황하며 그녀를 붙잡으려고 했으나 문을 열고 들어가 거칠게 닫았다. 그러자 보리가 언짢다는 표정을 애써 숨기며 말했다.

 

 "문 가문이라면 졸부가 되어 얼마 전에 귀족 신분을 산 가문이라 알고 있습니다."

 "어, 그래요?"

 "네. 정말 무례한 사람이네요."

 

  손수건으로 마저 땀을 닦던 보리가 지선이 들어간 곳을 흘겨보더니 다른 곳으로 들어갔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흘렀다. 예리는 난감하다는 듯 입술만 달싹였다. 남의 험담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까지. 총명하고 밝지만, 어둠을 알지 못 한다. 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쯧. 매화는 속으로 혀를 차며 겉으로는 싱긋 웃었다.

 

 "저 또한 방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예리님."

 "네? 네. 편히 쉬세요, 매화님."

 

  서로에게 인사를 한 후, 매화는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부터 시작이군. 매화는 기지개를 쭉 펴고 침대로 향했다. 푹신한 침대. 아름다운 방. 모든 게 구비되어 있고, 편하게 되어 있는 곳. 우선 서신부터 써볼까. 그런데 먹과 벼루, 붓이 없었다. 곧 올 노비에게 시켜야겠군. 그때 밖에서 똑똑-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노비인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노비. 이안에게 듣기로 금국의 사람들은 거의 다 노예가 되었다고 들었다. 가장 커다랬던 한 나라가 을련국에 의해 무너졌다. 복종하지 않으면 너희도 이렇게 되겠다는 '본보기'로 나온 노비였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작은 소년은 아니나 다를까 얼굴이 딱 금국의 얼굴이었다. 매화는 싱긋 웃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네? 하, 하지만."

 

  망국의 국민은 모두 노비가 되어 이름을 부여 받지 못 한다. 가지고 있던 이름마저 뺏기어 '망국민'이나 '노비', 혹은 '노예'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매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름을 뺏어가는 건 천천히 정체성을 잃게 하겠다는 의미. 잔인한 처사였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다. 그게 설령 하찮은 미물이라고 할 지라도 말이야."

 "……."

 "아이야, 이름이 무엇이니."

 "…루가라 합니다."

 

  매화는 눈물 가득 고인 눈을 닦아내며 하는 소년의 말을 듣고 웃었다.

 

 "잘 부탁할게, 루가야."

 "네, 주인님."

 "아니. 매화님."

 "네?"

 "매화님이라고 부르렴."

 "ㅎ, 하지만…."

 "어차피 서로 안에서만 부르는 거잖니. 둘이 있을 때는 너는 매화님, 나는 루가라고 부르자구나. 응?"

 

  매화의 말에 소년은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주인을 만났다는 생각에 저절로 웃음이 피어올랐다.

 

 

 *

 

 

  다음 날, 깨우는 루가의 손길에 천천히 일어났다. 안타깝게도 후궁 후보들은 직접 가져오는 아침이 아닌, 아침을 먹으러 직접 가야했다. 매화가 부드럽게 머리를 빗으며 자신을 꾸미고 있는데, 루가가 말했다.

 

 "매화님, 황후마마께서 조식이 끝난 후, 다과회를 가지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과회?"

 

  다과회를 마련해?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한 자리에 모여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리라. 대충 짐작한 매화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가에게 말했다.

 

 "어제 피곤해서 잊고 있었는데, 루가야."

 "네, 매화님."

 "먹과 벼루, 붓을 가져 오너라. 아, 그리고 서신을 쓸 종이도."

 "네, 알겠습니다."

 

  서신을 쓴 후에는 또 매에게 부탁을 하는 게 좋겠다. 미리 죽은 쥐라도 구해야 할 진데 어디서 구한다. 곰곰이 생각하던 매화는 조만간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밖으로 나섰다. 나서자마자 안 좋은 광경을 발견해야 했지만 말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다홍빛 머리카락을 틀어 올린 채 분홍빛 눈동자를 가진 여인. 그러나 지금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얼굴이었다. 이크, 매화는 인상을 조심스레 찌푸렸다. 뻔하다. 화비다.

 

 "네 주인을 얼른 불러내지 못 해?"

 

  뭐에 저리도 화가 났을까. 그녀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노비를 괴롭히고 있었다. 노비가 허둥거리며 겨우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려고 했으나 화비의 손이 더 빨랐다. 거칠게 뺨을 내려치자 노비가 힘을 쓰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졌다. 자신의 손까지 써가며 저게 뭐하는 짓인가. 매화는 애써 찌푸려지는 눈썹을 가려야 했다. 천천히 다가서야겠군.

  매화가 천천히 걸어가자 화비의 눈썹이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획 돌아보는 모습이 경계하는 살쾡이와 닮은 모습이었다. 매화는 깊이 몸을 숙였다.

 

 "화비 마마를 뵙습니다."

 "뭐야. 너 나 알아?"

 "아름다운 석양을 닮은 머리카락과 수줍고 작지만 강한 향을 뿜은 꽃과 닮은 눈동자를 가지신 분은 화비 마마 한 분이시지 않습니까."

 

  칭찬을 하자 기분이 풀렸는지 큼- 목을 가다듬으며 새침하게 웃는다. 그녀가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는 숙인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허리가 아팠지만 매화는 웃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들라."

 "감사합니다, 마마."

 

  굳이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제 자신에게 아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매화는 최대한 은은하게 웃었다. 자신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걸 싫어하는 사랑에 빠진 여인. 그녀가 바로 화비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구나."

 "한낱 지방 귀족의 여식일 뿐입니다. 설 가문의 매화라 하옵니다."

 "그래. 너는 눈치껏 밖으로 나왔거늘 나머지들은 뭘 하고 있는 건지."

 

  쯧쯧. 혀를 차며 화려하게 반짝이는 부채로 입을 가리는 화비였다. 그러는 너야말로 이 아침부터 여기엔 무슨 일이야. 그렇게 말하고 싶으나 절대 할 수 없는, 삼켜야 하는 말이었다. 매화는 웃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둘을 지켜보며 시선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 저쪽 끝에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뭐지.

 

 "마마, 죄송하지만 잠시 마마의 손을 바라봐도 괜찮겠습니까."

 "응? 내 손은 왜."

 "마마가 천한 것을 만지느라 손이 더럽혀졌을까 걱정 되옵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 매화였다. 매화가 내미는 손길이 싫지는 않은지 턱을 치켜 들던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조심스럽게 만지던 그녀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마마, 감히 부탁드리건데 손찌검은 하지 마옵소서."

 "뭐라? 무례하게!"

 "마마의 손이 붉어졌습니다. 여린 손이 감당하지 못 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감히 훈계질이냐며 화내려던 화비는 매화의 말에 당황하며 자신의 손을 보았다. 과연 노비를 거세게 내리쳐 손이 붉어져 있었다. 매화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의 고운 손이 많이 아팠겠습니다. 앞으로 노비는 마마의 궁녀에게 맡기소서."

 

  그렇게 말하며 매화는 슬그머니 노비에게 눈길을 주었다. 얼른 빠릿하게 자신의 주인을 불러오라는 의미였다. 아픔을 감당하고 있던 노비가 그녀의 눈길에 허둥지둥 일어서 문을 두들겼다.

 

 "…내 손이 많이 상했느냐?"

 "아닙니다. 마마께서 처음으로 그러신 것 같습니다. 많이 상하지는 않았으나 이것이 반복되면 마마의 손이 거칠어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인. 이 말이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가며 자신의 손을 요리조리 살펴본다. 매화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뗐다.

 

 "부디 마마의 귀한 몸을 상하게 하지 마옵소서."

 "큼. 그래. 알았다."

 

  노비가 문을 두들기며 하는 말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온 예리는 지금 상황이 어리둥절해 둘을 살펴봤다. 화비는 그 길로 돌아서 바로 나가버렸다. 아무래도 자신의 손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향유라도 듬뿍 바르겠지. 위기 하나를 넘겼다며 매화가 한숨을 쉬었다.

 

 "무, 무슨 일이 있던 거지요?"

 "별 일 아닙니다. 노비가 뺨이 많이 부었으니 아량을 베풀어주시지요."

 

  매화는 그 말을 끝으로 복도를 걸었다. 아까 끝에서 보던 시선이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건지 모르지만, 꽤나 쥐새끼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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