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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인연, 악연으로 마침표...
작가 : Number3
작품등록일 : 2019.10.28

오남매의 파란만장 인생 스토리... 악연으로 끝나다...!

 
인연, 악연으로 마침표...5화
작성일 : 19-10-28 19:44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19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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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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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때린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의 진상 손님덕에 진을 다 빼앗긴 경숙이 늦은 점심을 먹으려 문을 나서는데 행색이 초라한 남자가 매장을 기웃거렸다. 한눈에 척 알아볼 수 있는 낯익은 모습을 보며 경숙의 눈살이 자동으로 구겨졌다.

  주정뱅이에 빈털터리인 손님을 눈짓으로 외면하며 빨리 사라져 주기를 바랬으나 안타까운 속 마음이 전달되기는커녕, 어색한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몇 번이나 눈살을 찌푸리고 나서야 머쓱한 모습으로 헛기침을 하며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던 경숙은 집에 오자마자 길길이 뛰었다.

 “한번만 더 아버지가 우리 가게에 몰래 나타나면 다 때려 치우고 안다닐테니 그런줄 알어.

 쪽팔리게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라고…” 졸지에 애꿎은 분풀이 대상이 되어버린 명숙네는 남편을 상대로 경숙 못지않은 심한 화풀이를 했다.

 “그 따위 행색을 하고는 창피한 것도 모르는 인간이야. 괜히 잘 다니는 애 개망신 줘서 때려치게 하지말고 다신 그 근처에 얼씬도 말어” 쥐잡듯 갈구는 명숙네의 말을 귓전으로 흘려버리던 아비는 처량한 눈빛이 되어 경숙을 바라 보았다

 . 명색이 아비인데도 부딪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던 경숙은 출근길에 맞은 편에서 오던 퇴근길의 그 모습을 까놓고 외면하곤 했었다. 애써 곤란한 표정으로 땅바닥에 눈을 고정시킨채 자신을 무시하며 스쳐 지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 느낌도 싫었다.

  재수 없다는 표현도, 정말 싫어 죽을 지경이라는 말도 적합하지 않는, 그야말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그런 스산한 기분이었다.

 여고시절, 점심시간이면 참새들이 새새거리던 교문으로 들어서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서로 니네 아버지다 라며 장난치던 끝으로 가까이 다가왔던 사람은 결국 경숙의 아버지였다

 . 천원짜리 두 장을 슬그머니 찔러주고는 말 한마디 없이 헛헛한 눈빛을 보이며 돌아서 가는 그런 행동도 너무 싫었었다. 그런 날이면 으레히 가방 내던지기 무섭게 고래고래 악을 쓰던 모습을 보며 정숙이 놀리곤 했었다.

 “얘, 지랄도 한다. 아부지가 널 제일 이뻐해서 그래. 선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셋째 딸 이잖어.” 순한 성격 그대로 속도 없이 호호거리는 언니를 보며 철띠기 등신 남의 속도 모르면서 웃음이 나오냐며 더 길길이 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것들 모두가 입버릇처럼 내뱉으며 선도 안보고 데려 간다는 셋째딸에 대한 무언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그때는 이미 후회해봐야 늦었다는 어리석음에 가슴이 시릴만큼 쓸쓸했지만 메마른 눈물은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경숙이 늦은 퇴근을 할 때 쯤이면 대포소리를 내며 널브러져 있는 아비의 모습과 그 옆에서 박살난 살림을 치우며 어이구 이년의 팔자야를 곱씹는 명숙네의 모습이 늘 전부였다.

  술이라면 넌덜머리가 난다며 이를 갈던 명숙네는 쥐약이라도 몰래 밥에 섞어 먹여 확 고꾸라져 뒈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했다

 . 그 모냥 그 꼴로 사는것도 모자라 끝없는 주정에 따른 대가로 다시 이사를 했는데 고물상을 하는 집 문간방의 그야말로 손바닥만한 방 두칸 짜리였다. 부엌 딸린 방하나는 남편도 없는지 붓돌이라는 애기 엄마가 노상 큰 가슴을 휘두르며 드나들기 바빴고 꼬장꼬장한 영감님과 첩실로 들어앉은 순천 아주머니가 아들 셋을 키우며 간신히 손바닥을 면한 방 두칸에 사는 주인이었으니 일상이 판자촌 동네의 흔하디 흔한 그림이었다

 . 비번인 날의 명숙아비는 작은 방이 딸린 부뚜막에 쭈구리고 앉아 벅벅 속옷을 비벼빨곤 했는데 연탄 냄새가 코를 찌를지언정 부엌문을 열지 못했다. 세 가구가 모두 비어 있음에도 전날의 주정이 챙피하기는 했던지 빨래판에 처덕처덕 문지르는 소리 외에는 그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누렇게 뜬 얼굴로 눈만 퀭 한 채 문을 살짝 열다가도 인기척이 나면 다시 살짝 닫으며 아무도 없는척 하곤 했는데 그때의 손놀림은 빨래를 아기 다루듯 살살 문질렀다.

  멀쩡한 정신일때는 속옷이나 빨며 눈치를 보던 명숙 아비가 구박과 악담 때문이었는지 교대 근무를 마친 뒤 피를 토하고 시름시름 앓더니 채 한달도 넘기지 못한채 술고래 인생을 마감했다. 언 땅을 파지 못할 만큼의 혹독한 추위에 웬수같은 인간은 죽어서도 속썩인다는 명숙네의 악담이 다시 이어졌다.

 일단 화장을 한 후에 날이 풀리면 다시 매장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는 작은방의 선반위에 유골을 보관했는데 밤이면 덜그덕 덜그덕 뼈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아 소름이 오싹 끼쳤다

 . 그렇게 떠난 명숙아비의 유품으로는 다 낡아빠진 통장의 꽤 큰 돈이 숨어있었고 자랑스러운 내 딸 보아라… 하는 내용의 삐뚤삐뚤이었으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편지가 한 통 들어있었다. 선도 안보고 데려 간다는 우리 셋째딸 이라는 소리를 노래처럼 부르고 까발렸으나 시집도 못간채 나이만 꽉 찬 셋째딸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증이 느껴져 경숙이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 숟가락 하나도 해주지 못한 두 딸에대한 미안함을 가장 아끼고 위하던 경숙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아 쌈지돈을 만들었다는 유언에 가슴이 찢어질것만 같았다

 . 깡술에 구박을 안주삼아 먹으며 자식들에게까지 외면을 당하던 아비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결코 떼어 놓을래야 뗄 수도 없는 얄궂은 천륜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왕년에 한가닥 했던 가문이다 보니 대대로 내려오는 선산이 있어 다시 장례를 치르는 동안 주정뱅이의 한 많은 인생이 너무도 불쌍해 명숙 혼자만 소리죽여 울었을 뿐, 아무도 눈물 따위를 흘리지 않았다

 . 술주정에 이은 욕설과 이유 없는 회초리의 기억도 다 지워 버리기로 했다. 한밤중에 숨바꼭질 하듯 도망 다니며 덜덜 떨고 숨어있던 어린 시절의 그런 아픈 상처도 모두 떨쳐 버리고 싶었다. 죽음 앞에서만은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주정뱅이 아비와의 악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 언덕위로 올려다보이던 연립주택이 한 없이 부러워 누가 저런집에 살고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했었는데 그곳에 살게 될 줄이야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죽었다 깨어나도 내 차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던, 그야말로 꿈또 꾸지 못했던 것을 소유하던 날, 명숙네는 들뜬 마음으로 가장 먼저 전화를 가설했고 싸구려 장롱에 자개 차단스며 학 문양이 새겨진 그릇까지 셋트로 사들였다.

 명숙네가 혼인할 때에야 부자 아버지를 둔 덕분에 남부러울 것 없이 장만 했을테지만 딸 둘을 여위면서도 혼수에 혼 자도 모를만큼 궁색하게 보냈던터라 새집에 새살림을 꾸리는 심정이 가슴 벅찰 뿐이었다. 오로지 집과 직장만을 다람쥐 채바퀴 돌 듯 오가던 경숙도 모처럼 휴가를 내어 신바람나서 집안을 꾸몄다

 . 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밤새 푸드덕거리며 날아다녀도 그런 것 쯤이야 너그럽게 용서 할 수 있었다. 장위동 시절의 공기돌 멤버인 친구들까지 합세해서 처음으로 이사다운 이사를 도왔는데 빗자루 휘두르며 바퀴벌레와 씨름하는 일까지도 기분 좋다며 즐거움을 표현했다. 평생을 셋방살이에 쫓기던 서러움이 끝난 마당에 어느 것 한가진들 고와 보이지 않을리가 없었다.

 지하도, 다락도 아닌 저 혼자만의 제대로 된 공간에서 책상을 마주한 영식은 아무 거칠 것 없이 오직 공부에만 전념했다. 명문대에 걸 맞는 뛰어난 성적에 수려한 외모는 바라만 봐도 뿌듯할 만큼 장씨 가문의 희망이며 영광이었다. 호랑이 안성댁이 애지중지 아끼며 감싸고 돌던 3대독자다웠다. 퇴근길의 경숙이 간식이라는 사치까지 챙기는걸 잊지 않았고 철철이 데리고 다니며 고리땡마이나 유행에 맞는 옷들을 사입혔다.

  쭈뼜쭈뼛 입 밖으로 곤란한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용돈도 듬뿍 쥐어주는 누나를 영식은 몹시 어려워 하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존재였다. 대학생인 동생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나란히 명동길을 걸을때면 경숙의 어깨가 절로 으쓱거렸다

 . 3대독자 영식이 졸업을 하던날 ‘잠깐만…’ 그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져버린지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나타났는데 손에는 얼핏 보기에도 후-불면 날아갈것만 같은 갸냘픈 손목이 잡혀져 있었다.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리로 시선이 쏠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톡톡 쏘며 평소에도 입방정이 사나운 금숙이 단번에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아, 뭐냐고. 이 추운날 다 기다리게 해놓고. 아이 짜증나. 저 인간은 하여간 자기밖에 몰라.” 쉴새없이 쫑알거리며 불만을 표시하는 모습에 끌려오다시피한 가냘픈 손목은 가느다란 눈까지 찡그리는 것으로 보아 눈도 드럽게 나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리인데다 잔뜩 주눅이 들었던지 영식의 등뒤로 낼름 숨어버리는 것이 몹시 얄미웠다. 그런것 모두가 제 탓인양 영식이 변명하듯 어줍잖은 말을 꺼냈다. “아, 됐어, 됐어. 그만들 해. 그렇게 됐어.” 도저히 그 상황을 이쁘게 봐줄 수 없다는 듯이 세차게 몰아치는 명숙의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아니, 그래 누군지 몰라도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나. 모두 지 위인 것 같은데 따라왔으면 인사를 하던가, 누구라고 밝히던가 해야 옳은 일이지 숨길 왜 숨어. 죄졌어?”

  날씨는 더럽게 추운데 갑자기 말도 없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하고 목빼던 각자의 표정마다 불만이 가득 했다. 명숙은 못마땅한 심기 그대로 커다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무슨 껀수라도 잡을 태세였고 마냥 사람 좋은 순둥이 정숙만이 호들갑을 떨며 불청객을 반겼다

 . “어머머, 웬일이니. 쟤가 숨겨놓은 애인이 다 있었네. 공부벌레인줄만 알았는데 어머머, 기특해 죽겠어. 그래 얘, 애인도 있어야지. 공부만 하면 무슨 재미로 살겠니.”

  경숙은 입 꼭 다문채 아무말 없이 그 상황을 파악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집년들 틈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집년들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온갖 응석 받이로 자란 영식이 여자 친구는 커녕 그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는 순진한 바보인줄 알았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졸업식장에 넙죽 데리고 나타나는 놈이나 가잔다고 쫄래쫄래 따라나선 년이나 모조리 이해할수 없는 것들이었다. 명문대 전자공학과 4년을 다니며 그 흔한 미팅은 고사하고 소개팅 따위로 하지 않는 눈치였던게 더욱 큰 충격을 주었다.

 명숙네 표현을 빌리자면 등골이 휠 정도로 공부시키는걸 알아서인지 줄곧 우등생에 장학금으로 별 탈 없이 지내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날인가 심심찮게 명숙네가 중얼거리던 얘기도 떠올랐다.

 “저 눔, 뭐하고 다니는지 성적표 부쳐오는 것도 지가 지켜서 있다가 냉큼 받아들고는 보여주지도 않고. 집에도 잘 안 붙어있고… 뭐하구 다니는지 통 알 수가 없다니까.” 그런것 모두가 한편으로는 괘씸하면서도 지금껏 그래왔듯이 지가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마음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털어놓은 빈 말이기도 했다.

 하긴 명숙네가 그걸 들여다본다고 한들 어느 정도의 어떤 수준인지 알지는 못해도 무작정 기대가 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몹시 가여웠다. 누구냐며 턱 끝으로 그 아일 가리키는 명숙네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성의 없이 물었다.

  그 자리에서 누군데 어떤 사이라고 하면 단체로 잡아먹기라도 하는 것처럼 영식이 그 애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 있어. 이따 얘기할게 엄마. 집에가서...”

 그 한심한 꼬라지를 절대 그냥 봐 넘길 명숙이 아니었다. “있긴 맨날 뭐가 있어. 넌 다 큰 놈이 그져 엄마, 엄마…마마보이냐. 그리고 그 손이나 내려라. 보기 민망하게시리 그게 뭐냐.” 하며 까놓고 면박을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리일텐데 당하는 쪽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어 정숙이 명숙을 쿡 찔렀다.

 “그만 좀 해 언니. 사람 세워놓고 왜 그래. 이따 얘기 한 대잖어.” 명숙네는 속이 터져 죽겠다는듯이 주먹으로 가슴을 퍽퍽 치며 “아이구, 내 팔자야. 이따는 무슨, 오밤중에나 기어들어올 놈이… 도대체 어려운게 없어. 오냐오냐 키워봤자 저 잘난줄 알고 지 멋대로라니까. 드럽게 버릇 들여놨으니 저 모양이지…”

 참으로 오랜만에 안성댁을 향한 응어리가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입만 벌리면 불평불만에 쐐기를 박는 선수인 금숙이 새초롬해서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정숙이 의아해 물었다. “어머머, 니가 웬일이니.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갑자기 조용한게 이상하다 얘.”

 그러자 금숙이 기다렸다는 듯이 오래비를 향해 눈을 흘기며 하는 말이 표독스러울 만큼 무서워 보였다. “저 새끼 재수없어. 오빠두 아니야. 그러니 신경 끌 수밖에. 내 입만 드러워지거든.

 ”어려서 금숙의 공부라도 잠깐씩 봐주는 날에는 으레히 주먹부터 먼저 올라가 머리를 쥐어 박는 통에 끝판은 항상 싸움이었다. “등신 같이 이렇게 쉬운것도 못하냐. 으이그, 돌대가리. 입만 살아 나불나불 까불줄만 알지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어.”

 차라리 안 맞고 모르는게 더 나을 정도로 주둥이 놀리며 손버릇까지 고약한 오래비를 향해 악을 쓰는 금숙은 성남 암코양이 같았다. 누이들에게 채이며 만만한게 금숙이었던지 동네 북 두드리듯 오가며 툭툭 치는 치사스런 오래비와 결코 좋은 사이일 수가 없었다

 .오장육부를 빼다 모조리 단체로 출장이라도 보냈는지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정숙이 금숙의 팔을 잡아 끌며 코맹맹이 소리를 했다. “이리와. 사진찍어야지. 우리집 3대독자 아니니. 이런 대학을 언제 또 와본다구…” 모든게 다 이쁘고 맘에 드는지 그 아이와 영식의 사이에 끼어 활짝 웃는 정숙이 더 한심하고 철없는 아이처럼 보였다

 . 명숙이 잔뜩 볼멘 소리로 듣거나 말거나 ‘쟤는 참 속두 좋아. 저러니 맨날 칠뜨기 소리나 듣지.’ 하며 중얼거리는데 다 맘에 들지 않는 꼴이었다. 불청객으로 인해 분위기가 뻐그러지거나 말거나 둘이 찍고 모여 찍고 깔깔대며 신난 것이 마치 정숙의 빛나는 졸업식 같았다.

 “언니, 쟤 누굴까. 되게 어려보이네. 학생 같진 않고 어지간히 말랐다 그치?” 다가가 조심스럽게 처음으로 말을 건네는 경숙을 향해 마구 불만을 쏟아내는 명숙의 표정은 콩쥐를 잡아먹지 못한 성난 계모처럼 보였다.

 “저게 마른 정도냐? 완전 멸치다 멸치. 저러니 성적이 떨어지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나왔지. 3학년때부터 낙하산 이라드라. 저런거 만나 연애질 하느라 공부나 했겠냐. 으이그, 등신 같은 놈. 아까 등 뒤로 숨는거 봤지? 숨긴 왜 숨어. 아예 따라오질 말던가…”

 하며 억세게 퍼붓는 소나기처럼 그칠 줄 모르고 쏟아냈다. 그나마 ‘년’ 소리를 하지 않고 ‘저런’으로 호칭한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경숙은 생각했다. 금숙이 툭 끼어들며 “어서 저 따위 년을 데려왔을까. 머저리 쪼다가 따로 없어. 저 언닌 또 왜 저래. 언제 봤다고 저 난리를 치는지. 으이그, 칠띠기 같은 년…”

 제일 위의 언니도 조심하며 피했던 ‘년’ 소리를 한참 아랫것들에게나 하듯 불쌍년 같은 불량한 말투에 경숙이 눈살을 찌푸렸으나 그런 것을 배려할 금숙이 아니었다. 누구의 졸업인지 끝까지 분간을 못하는 정숙은 예쁘게 찍어달라는 주문에 이어 김치며 치즈까지 들먹이느라 몹시 부산스러웠다. 길가에 위치한 중국집에 둘러 앉으니 일게 소대에 주문까지 각각인것도 못마땅 했다. 개떡 같은 혹을 달고 나타난 영식도 괘씸한데다 춥고 배고픈 것이 누구든 조금만 건들면 각자의 잘난 성격대로 폭발할 만큼의 공포 분위기였다.

 불청객이 시킨 잡채밥이 가장 먼저 나오자 주위 둘러볼것도 없이 확 끌어다 혼자 퍽퍽 퍼 넣는 모습에 명숙의 눈이 튀어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쟤 뭐야. 여기가 어떤 자리라고.” 동시에 물컵을 세게 놓던 금숙이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봐, 괜히 첨부터 내가 맘에 안들어 했을라구.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거야. 근본이 의심스럽구만. 어서 저런걸 데려왔을까…”

 지 근본도 들먹거릴 처지가 못된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금숙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흥분했다. 온갖 추접한 짓에 더 이상 망가질 것도 없는 자신보다 더 한심해 보였던지 입을 앙다물며 씩씩거렸다. 명숙네는 한참동안 혀를 차더니 ‘어째 저런애가 다 있냐’ , 중얼거리는 것으로 외면해 버렸다. 시선이 모두 저한테만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멸치 같은 모습에 비해 먹는건 고래였다. 각자 흩어지는 길에 그래도 큰 누이라고 명숙이 영식을 불러세우더니 일찍 다니라는 소리와 함께 봉투를 건넸다.

  그제서야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해방이다 싶었는지 얼싸안고 앞서가는 것을 경숙이 부리나케 쫓아 갔다. “얼마 안돼. 잘 놀다 와라…” 하며 눈을 찡긋해 보이자 누나 소리는 여전히 생략한 채 고맙다는 영식의 옆에서 처음으로 고개를 까딱하는 멸치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 “으이구, 언닌 하여간 주책 바가지야. 뭐하러 쫓아가면서까지 주고 오냐. 저 년한테 한입에 털어 넣을게 뻔하구만. 그러니 만만하게 보는거 아니야…” 불만 덩어리 금숙이 제 특기를 발휘하자 명숙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말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누가 걔 또 보기나 한다니. 어림없는 소리. 노우에요, 노우…” 여전히 눈치도 없는 정숙은 가만이나 있지 불쑥 끼어들며 욕 먹을 소리만 죄다 골라했다. “뭘 그래. 얌전해 보이던데. 까진데도 없고. 난 그애 괜찮드라. 멸치는 무슨 멸치…” 그 말을 듣고 그냥 넘길 금숙이 절대 아니었다

 . 나이차이가 몇인데 이게 어디다 건방을 떠는건가 싶을 만큼 총알보다 더 빠르게 정숙을 다그쳤다. “그냥 다 좋지. 그저 허허 거릴줄만 알고. 버르장머리라곤 눈씻고 찾아볼수가 없드라.아무튼 칠뜨기 소리 괜히 듣는게 아냐. 할머니가 별명 하난 기똥차게 지어 놨다니까…”

 그것도 모자라는지 갑자기 경숙을 향해 나머지 총알을 쏘아댔다. “언니두 좋은가 보지? 그러니 쫓아가 용돈까지 찔러주지. 이그 다 한심스러워라…“

 그러자 듣다 못한 경숙이 한마다 쏘아부쳤다.너두 어지간히 해라. 입도 안아프니? 너나 잘 하셔. 그냥 친군가 본데 걔네들 누가 뭐 어쩌기나 한다니…” 이젠 그 아이가 아닌, 금방 영식과 한데 묶여 순식간에 걔네들로 변했다.

  불청객이 굳이 싫지는 않은 듯 얘기하는 경숙이 못마땅했던지 금숙은 더 펄펄 뛰며 소란을 떨었다. “엄마, 엄마두 그래? 엄마는 별루지. 그치?” 묵묵히 듣던 명숙네의 입에서는 “망할눔의 새끼, 기껏 뼈 빠지게 공부시켜 놨더니 어디서 그런걸 데려와 속 뒤집고 지랄이여, 지랄이. 삐쩍 마른 꼴 하구는. 부러지게 생겼드라…”

  명숙네의 팔에 매달린 금숙이 여우를 떨며 “역시 우리 엄마 눈이 칼이야” 하며 호호거렸다.

 그리고는 몇일 뒤,퇴근해 들어서는 경숙을 붙잡고 한숨까지 내쉬며 떠드는 금숙의 모습에 숨이 턱 턱 막혔다. “언니, 미쳤나봐 글쎄. 오빠라는 인간이 요새 방문도 걸어 잠그고 다니더니 엄마가 나갔다 들어 오면 꼭 누가 왔다 간 흔적이 보이드래.”

 명숙네도 파출부를 다니는 터라 낮에는 거의 비어 있는 집에 누가 올리도 없고 해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말라며 경숙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무슨 소리야? 빈 집에 누가 왔다 간다구 그래. 그 놈은 왜 또 안하던 짓을 해서 이 난리치게 만든다니. 건들면 지랄맞은거 뻔히 알면서 뭐하러 방문을 걸어 잠그나 몰라. 여러 가지 한다 정말…

 아무리 마음으로 아끼는 3대독자 동생이지만 엉뚱한 짓 벌리는게 이뻐보일 리가 없었다.. 미운 놈 헐뜯는게 신났던지 금숙은 고자질처럼 몽땅 일러 받치느라 바쁘게 떠들어댔다

 . 어느 상황에서든 더 보태고 뺄것도 없이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실감나게 전달하는 것이 금숙의 또 다른 특기였다. “그 뿐이면 내가 말도 안해. 혼자는 아닐테고 라면들 삶아 쳐먹었는지 껍질도 여러 개고 설거지까지 싹 해놓고 간다드라. 아무리 표시 안나게 해봤자라구. 귀신을 속이지 나를 속여. 뛰는 놈 위에 나는 년 있다는걸 알아야지. 내가 낼부터 두 눈 똑바로 뜨고 집에 붙어서 감시할꺼야. 여기다 살림 차렸어? 미친 년놈들…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걸리기만 해봐라.”

 마치 불륜 현장을 잡은 본처처럼 악다구니를 치며 씩씩거렸다. 그제서야 경숙은 대충 내용을 알 것 같았고 조금씩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꽉 찬 나이에 가끔씩 들어오는 중매자리는 이쪽에서 꺼려하면 상대가 목을 메고 어쩌다 마음에 든다 싶으면 그쪽에서 퇴짜를 놓는 줄다리기 신세였다. 튀는 미모 탓인지 굳이 상대에게 거슬릴만한 아무런 이유도 없을텐데 언제나 깨지고 체이는 처지가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명숙네가 늘 입버릇처럼 영식이 졸업해서 직장 몇 년 맘 잡고 다니다 경숙이 결혼 하는대로 국민학교 선생자리 중매해 둘이 맞벌이하면 살림에 아이까지 다 맡아서 해주마 하던 창창하고 야무진 계획을 혼자 수십번도 더 세웠었다

 . 결혼하고 싶지 않다거나 독신을 고집하는 그런 생각조차 가져본적이 없었는데 나가는 자리마다 뻐그러지고 변변한 데이트 한번 못해본 자신이 바보스러울 만큼 짜증났다. 점점 나이만 먹다보니 이젠 낙엽도 아닌. 거름으로 전략할 즈음 영식의 졸업이 있었던 동시에 생판 모르는 여자까지 달고와 당장 결혼시켜 달라는 동생이 한 없이 야속했다.

 그 일로 종종 명숙네와 심하게 부딪치던 영식이 방문을 걸어 잠그더라는 얘기가 들리자 노처녀의 심정을 들어내지는 않았지만 안봐도 뻔한 그림이었다. 외골수에 저 밖에 모르는 이기심이 뭐든 지 뜻대로 해치우고 말것이라는 것을 경숙은 진작에 꿰뚫고 있었다. 일이 그 지경에 이르자 느닷없이 날아오는 독화살을 피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펑펑 용돈 대주고 철철이 옷 사입혀 봤자 그깟놈이 그런 공이나 알어. 어서 기집년 하나 꿰차고 들어와서는 막무가내로 껑거리 솟음인데 어쩔꺼야. 결혼 같은 소리 하구 자빠졌네. 왜? 손가락 빨고 살게? 너 보내기 전에는 절대 안되지. 안되고 말고…”

  혼자의 생각을 혼자 결정지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분해 죽겠다는 듯이 파르르 떨었다. 그런 일이 있고 몇 일 지나지 않아 새벽 댓바람부터 명숙네와 영식의 실랑이 소리에 집안이 들썩거렸다. “문 열어. 좋은 말로 할때…. 열지 않으면 열쇠로 따고 들어간다. 누가 있다구 문을 쳐 잠그고 그래. 어서 문 열어. 부셔버리기 전에…” 명숙네의 화가 잔뜩 섞인 목소리에 이어 정말 문을 뽀개버릴 만큼 손잡이를 비틀어댔다. “아, 왜 그래. 뭐하러 남의 방을 열려구 그래. 됐어. 가만 놔둬…” 하는 영식의 드센 목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너, 이 새끼 안열면 내가 못 들어갈줄 알고? 문 열어! 안열어? 이게 니 집이냐 내집이지. 얼른 열어!!!” 악에 바친 목소리도, 문 두드리는 소리도 점 점 커지면서 자식을 상대로 유치하게 니집 내집까지 들먹거렸다.

  팔짱 낀채 문을 쏘아보던 금숙이 그냥 부수라며 부추겼고 경숙이 타이르듯 두드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칼을 찾아들고 나타난 명숙네는 이미 제 정신이 아닌것처럼 보였다. 몇 번의 헛손질 끝에 칼 끝을 문틈으로 쑤셔넣자 문이 철그럭 열리는 동시에 휑-한 빈방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영식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구, 이년의 드러운 팔자야. 방문을 잠그고 다니는 꼬락서니가 수상하다 했더니 세간살이도 다 빼돌리고 없네. 너…너 어떻게 이럴수가 있냐. 응… 어떻게…” 놀라움과 충격으로 말끝 조차도 잇지 못하고 주저앉은 명숙네를 부축이며 금숙이 쏘아부쳤다.

 “ 야, 오빠 너 질린다 정말. 어디다 살림차렸냐.?..”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니야. 나가.. 당장 꺼지라구…” 영식이 금숙에게 죽여버리기 전에 까불지 말고 입 닥치라는 말을 했고 경숙은 꽂꽂이 기댄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열쇠 구실을 했던 칼이 바닥에 뒹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죽이려고 마음만 굳히면 누구든 찌를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이었다. 널브러져 앉은 명숙네는 방바닥을 두드리며 통곡과 한탄이 한꺼번에 울부짖음이 되어 쏟아져 나왔다.

 “그래, 서방 복 없는년 자식복도 없다는 옛말이 딱 맞네 딱 맞어. 옛말 그른거 하나없드라. 어디 내놔 손가락질 받을까봐 고생고생 해가며 공부시켜 놨더니 그래, 졸업한 날로 겨우 이 꼴 보이려구 그랬냐. 나가라 이놈아 당장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나가. 너 같은 놈 하나 없는 셈치고 살면 그 뿐이야. 이놈, 이 괘씸한 놈…”

  집으로 배달되는 성적표를 채가는게 미심쩍어 책상 좀 들여다 볼랬더니 잠그고 다닌지가 한참이라고 했다. 어떤때는 싸가지 없고 당돌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그 집 아들 바꾸라는 명령조의 전화가 오는가하면 받기 무섭게 그냥 툭 툭 끊어버리는 경우도 수 없이 많았다

 . 명숙네의 귀에 익은 푸념쯤이야 이미 통달했다는 듯이 얼마나 쌔게 밀치고 뛰쳐나가던지 영식에게 밀린 경숙이 휘청거렸다. 공작새의 요란한 깃털처럼 하늘로 치솟은 머리를 쓸어 내리던 금숙이 영식의 뒷통수에 대고 마지막 앙칼을 떨었다.

 “야 너 같은게 오빠냐. 나가 뒤져라 다신 들어올 생각도 말고…” 눈은 창밖을 향해 있었으나 명숙네의 푸념을 듣던 영식이 얼마나 소리죽여 울었던지 차마 볼수 없을 만큼의 눈물 범벅이었다. 나가는 등 뒤에 대고 다시 퍼붓는 명숙네의 한 맺힌 소리가 절규에 가까웠다.

 “그래, 이눔아. 나가라 나가. 다시는 내 앞에 얼씬도 하지 말어. 그땐 너 죽고 나 죽는줄 알고. 그 따위로 기집년 끼고 나가 얼마나 잘 사는지 어디 두고 보자.”

 통곡에서 악담으로 이어지는 소리가이미 모자관계가 아니었다.호적에서 파버린다는 소리를 되내이며 아들 하나 없는 셈 치고 살겠노라 가슴을 치던 명숙네는 없는 형편에 대학이라고 보내놨더니 뭣 같은 년한테 눈이 멀어 저 지랄이라며 꺼이꺼이 울었다

 . 가르킨 만큼 장가들기 전까지 월급 봉투도 받아보며 들어간 본전은 건져야 하는건데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에 대한 회한이 더 큰 듯 보였다. 완전 죽 쒀서 개 줬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 일런지도 몰랐다. 꽉 찬 나이에 결혼도 못한 채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것만 같은 경숙의 심정이 참담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영식이 그 아이의 공장 부근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 만났다는 것과 하나뿐인 이복 오라비가 봉천동에 월셋방을 얻어주어 살림까지 차렸다는 것을 명숙네는 훤히 꿰고 있었다.

  반 실성한 사람처럼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심하게 떼쓰는 아이처럼 발까지 턱 턱 구르던 명숙네가 갑자기 눈물을 훔치더니 수화기를 들었다. “미친놈, 얼마나 잘 사는지 내 죽어서도 두고 볼꺼야. 이눔, 이따위로 하고 나가 지가 감히. 내가 절 어떻게 키웠는데…”

 아침부터 영문도 모른채 듣고 있던 명숙이 ‘엄마, 왜 그래. 진정해봐.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차근차근 얘길 해야지 왜 그래…’ 이 쪽의 수화기는 혼자 떠들다 제 멋대로 나가 떨어지고 명숙네의 낯 빛이 허옇게 변하며 꺼억꺼억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엄마, 여보세요…” 그 모습을 보며 멋대로들 해보라는 듯이 경숙은 눈썹도 까딱하질 않았고 수화기를 집어든 금숙이 지랄맞은 성격대로 정확하게 상황설명을 했다.

 “언니, 글쎄 몇일째 방문을 잠그고 다니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누군 누구야. 한심한 인간이지.” 짜증이 보태지는 것으로 보아 누가 그랬느냐고 묻는 모양이었다. “근대 웬걸, 지 방에 있던 살림을 다 빼돌렸드라. 화장실 간 사이에 엄마가 몰래 들어가 보려구 했는데 그때두 잠겼드래. 오빠가 아니라 순 떼국놈이야. 엄만 분해서 펄펄 뛰다 쓰러지구. 방엔 책상 하나 달랑 남겨놨드라. 그건 왜 안가져갔나 몰라. 졸업했다 이거지. 낮에 빈 집이니 얼마나 좋아. 왜 두 년놈이 살림 다 빼돌리고 집까지 떠가지 지꺼만 챙겼을까. 따지고 보면 지 물건이 하나나 있어? 다 누가 산건데…” 상대방과 싸우는 것 만큼이나 정확히 보고를 하는 금숙 못지않게 듣고 있던 명숙이 더욱 분한지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내가 미친년이지. 그 새끼 입학금도 내가 대줬어. 지까짓게 대학 문턱 밟을 주제나 되냐. 엄마가 부득부득 말릴 때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기껏 이런 꼴 보이려고 어서 뭐 같은년 만나 그 지경이라니. 눈이 삐었지 한심한 놈. 꼴 좋다. 진짜. 너 엄마 잘 보고 있어 금방 갈게. 그리구 정숙이한테 전화해라. 아니, 아니야 내가 할게.”

 명숙이 빠른 손놀림으로 전화번호를 꾹꾹 누르자 배시시 웃는 정숙의 순한 모습이 수화기 너머로 보이는듯 했다. “어, 난데 뭐하니?” 가시돋힌 빠른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정숙이 여유롭게 대꾸하며 간지럽게 웃었다.

 “언니두 참, 이 시간에 뭐하겠어. 뻔할 뻔 자지… 호호호…” 상대의 속이 시끄럽든 말든 혼자 우아떨며 나몰라라 하는 성격이나 생김까지 지 아빌 쏙 빼다 박은 것 까지도 짜증이 났다.

  명숙이 다시 재촉하듯 큰소리로 명령했다. 누가 들어도 명령조의 말투임에 틀림없었다. “너 애들 보내구 당장 엄마네루 와…” 이런 저런 설명 따위도 필요 없는 간단명료한 명령이었다.

  정숙이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놓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남편이 궁금했던지 무슨일이냐 물었다. “일은 무슨… 언니 무지 화난 목소리드라. 빨리 엄마네루 오라던데…” 그래도 다급한 목소리에 걱정은 되었던지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서두르기 시작했다. 밥숟가락 크게 떠 입에 넣던 남편이 ‘무슨 일이야 있을라구, 원래 잘 모이잖어 당신네 자매들. 새삼스럽게 뭘. 일찍두 집합이네…’ 태연하게 웃는 모습이 참 여유롭고 보기 좋았다.

  지방 근무를 마친 명숙의 남편이 서울로 오면서 그래도 친정 나부랭이라고 고만고만한 거리에 모여 살더니 걸핏하면 모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천하의 순둥이도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이른 아침부터 딱따구리 모냥 일방적으로 쏘아대는 명숙의 태도가 영 재수 없었다. 자기집 일이 아니라 그런지 잘 모이든 말든 성의 없이 툭 내뱉는 남편의 말투도 못마땅한 정숙이 혼자 발끈하며 성질을 부렸다.

 “일찍 모이든 말든 그런것까지 신경을 쓰고 그래 남자가 조잡스럽게…” 평소의 태도와 다른 것이 무안했던지 남편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이며 심하게 화를 냈다. “이 사람이 아무것도 아닌일 가지고 왜 아침부터 가시돋혀 난리랴. 아, 싫으면 전화 안받으면 될꺼 아냐. 별것도 아닌 일에 괜히 신경 곤두세우지 말고…” 무엇이 그리도 못마땅한지 계속되는 정숙의 쫑알거림에 급기야는 남편이 밥숟가락을 내던지며 나갔다

 . 으레히 명숙과의 통화에서는 나 죽었습니다 하듯이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을 보며 남편도 늘 불만이 많았던 터라 서로 언쟁을 높인 셈이었다. 그야말로 기분은 잡치고 날씨는 더럽게 화창한 아침이었다.

 “언니 안왔니? 경숙인?” 빠르게 들어서는 정숙의 눈에 보이는 것들이 볼성 사나울 만큼 진풍경이었다. 영식의 방 문지방을 벼개삼아 쪼그리고 누워 훌쩍이며 여지껏 푸념을 하는 명숙네와 그제서야 덜그럭거리며 아침 준비를 하는지 주둥이 댓발로 나온 금숙의 표정이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였다. “언닌 나보고 빨리 오라고 난리 죽이더니 여태 안왔니? 웃겨 정말. 무슨 일인데? 넌 어쩐일로 집엘 다 붙어 있고.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얘. 경숙인 나갔니?”

  갑자기 고무장갑을 훽 빼던지던 금숙이 다짜고짜 성질을 부렸다. “한 가지씩 물어봐. 안그래도 폭발하기 직전인데. 으이그 지겨워 이꼴 저꼴 안보고 이놈의 집구석 얼른 나가 버려야지…” 7살이나 어린 동생의 통박을 받으면서도 배실거리는 정숙이 더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어휴, 기집애. 왜 또 그래. 무슨 일인데…” 금숙이 철퍼덕 주저앉으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중계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말두 말어. 웬수가 따로 없다니까. 오빠두 아니야.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놈. 새벽부터 홀라당 뒤집어 놓고는 그 놈 집 나갔잖어.”

 마치 남의 얘기 하듯이 어쩜 그리도 술술 잘 나오는지, 웬 욕을 또 그리도 걸지게 잘 하는지 기가 막혔다.“어머머, 왜 또 싸웠니 누구랑? 엄만 아닐테고 경숙이도 그럴리 없고. 너 밖에 없네… 쌍심지 켜고 목에 핏대 세우는거 보니 역시 너였구나. 기집애, 왜 맨날 오빠한테 대들고 지랄이야..” 설마 별일이냐 있겠냐 싶은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묻는 모습에 더 화가 치민 금숙이 소리를 버럭 질러댔다.

 “이 언니가 사람을 뭘루 보고 그래. 내가 동네 쌈꾼이냐. 엄마 저 지경인거 보면 몰라? 눈치두 드럽게 없어요… 큰 언니가 아무말도 안했나 보지? 눈 있으면 엄마 꼴 좀 봐라…” 그제서야 정숙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가 명숙네를 흔들었다.

 “엄마, 아침은 먹었어? 근데 얼굴이 왜 그래? 어머머, 엄마 울었어? 정말 무슨 일이야…” 푸석푸석해진 제 어미의 얼굴을 마주 하고서야 무슨 일이 나도 크게 났다 싶었는지 그녀 특유의 어머머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어머머, 이게 원일이니… 어머머, 얜 어디갔어… 어머머, 웬일이니 웬일이야…” 여태껏 보고 듣고도 모르냐며 재랄을 떨던 금숙이 한참 아래 동생 나무라듯 다시 호도독 거렸다. “기껏 얘기 할 때는 어디 갔었어. 열불나 죽겠네. 그 등신 같은 놈이 한바탕 난리 뽀개고 집 나갔다니까. 그 기집년이랑 살겠다고…

 ” 훌쩍거리고만 있던 명숙네가 갑자기 “너두 말끝마다 욕 좀 하지 말어. 넌 뭘 그리 떳떳하게 잘하고 산다고 명색이 지 오래비한테 하는 말 뽄새하고는… 다 그만들 둬. 그깐눔 얘긴 뭐하러 해. 없는 놈이야 없는 놈…” 맘에도 없는 소릴 하면서 퉁퉁 부은 눈에서는 고장난 수도꼭지 모양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마치 눈물 샘이 망가져 버린것처럼 쉴새없이 우는 것을 보던 정숙의 눈이 붉어지더니 어미의 갈퀴 같은 손을 덥썩 잡았다.

 “망할놈의 새끼, 우리 엄마만 불쌍해. 어떻게 키웠는데 지가 이럴 수 있어…” 모녀의 끊임없는 아이고와 엉엉이 뒤섞여 마치 초상집 같았다. 따닥따닥 요란한 발 소리로 보아 명숙의 급한 걸음인줄 알았던지 금숙이 황급히 문을 열며 팔을 당겼다

 . 명숙의 커다란 눈이 부리부리 돌아가는 것이 마치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느껴졌다. “아침은 먹었니? 경숙인 어디갔어?” 냉장고 열던 금숙이 훽 돌아보며 투정부리듯 쫑알거리기 시작했다. “언니두 한가지씩만 물어봐. 중계방송 하기두 지겨워 죽겠어. 그 언니가 어떤 사람인데 출근을 안하겠어. 하늘이 두쪽나두 기어 나갈걸. 저 아니면 그놈의 데가 돌아가질 않는지 아무튼 충성이야. 충성… 상 줘야 돼. 하긴 나 같은 날라리가 있으면 그런 충신도 있어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겠지…” 그놈의 작은 주둥아리는 벌렸다 하면 웬 투정이 그리도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지 상대방 한마디에 너끈히 열 마디 이상이 날아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 니편도 내편도 아닌 것처럼 사라진 경숙도 못마땅 한터라 명숙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 “그렇게 살다 죽게 내버려둬. 일에 치이든 말든… 그 새낀 내 눈에 띄기만 하라 그래. 내가 어떻게 하나… 엄마, 이리와 이럴 때 일수록 더 악착같이 먹고 기운 차려야 해. 어떤 년놈 좋으라고 굶고 그래. 굶긴 왜 굶어…” 쫄인 배에 한이 맺혔던지 명숙네는 세상 없어도 자식들 밥만은 꼭 챙겨 먹였었다.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한 경숙이 굶는 것을 시위로 제 욕심을 채웠었고 매점을 들락거리며 즐거웠던 입이 집으로 갈 때 쯤엔 다시 댓발로 툭 튀어 나오곤 했었다.

  드러운 년 건드려 봐야 굶고 다니는거 꼴 보기 싫다며 어지간한건 다 들어주던 명숙네였다. 이래서 맏이가 듬직한 건지 여지껏 뻗대며 그리 좋아하던 밥도 거른채 울고 불고 푸념을 하던 명숙네가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순하게 숟가락을 들었다

 . 꾸역꾸역 밥을 퍼 넣는 모습이 배 고파서가 아닌, 화에 치받친 모습이라 불성 사나웠다. 두어 숟가락 입에 물고는 기어이 신세 타령과 함께 눈물을 쏟았다. “난 못살어. 이네 누굴 믿고 살라고… 살아도 내가 사는게 아니야. 지깟눔이 뭔데… 갖은 설움 다 겪으며 어떻게 키운 놈인데 그 깢 년한테 눈이 멀어서는 아이구 분해, 어흐윽…” 서러움에 겨운 어미의 통곡을 보는 세 딸의 모습 또한 눈물의 트라이 앵글이었다. 어미를 얼싸안고 목메어 울던 명숙이 생각할수록 괘씸 했던지 다시 길길이 뛰기 시작했다. “너 당장 연락해서 경숙이년 들어오라구 그래. 저는 뭐 이 집 딸년 아니라니… 독불장군도 아니고 속 편하게 출근이야 이 난리통에…”

 마치 이런 일 모두가 노처녀로 남아 있는 경숙의 탓이기도 되는 것처럼 이를 뿌드득 갈며 서슬이 시퍼랬다. 명숙과 금숙의 닮은 점이라면 일이 터졌을때 금방 파르르 떨다 경끼 일으키며 뒤로 나자빠지는 것이 주특기였다. 큰 년은 불여시 같은 성격에 누구든 걸렸다 하면 야곰야곰 진을 빼는 스타일이고 작은 년은 뺀질거리며 끝났다 싶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결국 끝장을 보는 것이 지들도 인정하는 일이었다.

  정숙이 위로랍시고 벼개를 꺼내며 한마디 툭 내뱉었다. “엄마, 이리 좀 누워. 이와 이렇게 된거 어쩌겠어. 운다고 걔가 돌아올 것도 아니고 행여 다시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받아줘야지 어떻게 해. 이 집안의 3대 독자 아니야… 제사 지내줄 놈…” 명숙이 그 소리에 거품을 물며 저 좋아서 기어 나간 놈이 어딜 다시 들어오느냐, 누가 또 받아주기나 한다느니 하며 핏대를 올렸다

  잔대가리 굴리는데 있어서만은 일등급인 금숙이 대단한 꾀라도 생각해 낸 것처럼 명숙을 꼬득였다. “언니 우리 이럴게 아니라 그 놈 직장으로 쳐들어 가는거야. 출근은 할거 아냐. 누군 어렵게 공부시키고 어떤 년은 편하게 앉아 덕 보려고 해. 어림도 없지. 난 절대 그 꼴 못 본다구. 가서 사장 만나 다 개나발 불고 확 엎어버릴꺼야.”

 그 말을 듣고는 벼개에 얼굴을 묻은 채 훌쩍거리던 명숙네의 귀가 솔깃 했던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게 무슨 소리냐. 지금 뭐라는 거야 대체… 거긴 찾아가 뭐하려구. 그깐눔 낯짝 봐서 뭐하게” 행여 극성 맞은 누이들이 직장에까지 찾아가 어떤 행패라도 부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 가득한 원망에 명숙이 쏘아 부쳤다.

 “엄마, 그 놈 역성들거 하나 없어. 막말로 우리가 떼로 가서 그 사장을 만나는거야. 이러이러한 형편에 홀어머니 혼자 어렵게 공부시켜놨더니 근본도 모르는 년하구 눈이 맞아 짐 빼돌려 달아났다는 소릴 해봐. 기가 막힐 노릇이지. 그렇게 사생활이 너저분한 놈을 누가 이뻐 붙여 주겠어…” 꿈에서라도 그런 짓을 한다면 기꺼이 말리겠다는 듯이 정숙이 끼어들며 정색을 했다.

 “너무한다 그건, 간신히 취직해 다니는 애를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가 있어 쪽팔리게. 안보면 그 뿐이지 남도 아니고 그런 생각까지 다 하냐. 못 됐어 정말…” 명숙이 못마땅한 눈으로 정숙을 흘기더니 혀를 끌끌 찼다

 . “됐다. 됐어. 니가 뭐는 야무지게 하겠니. 그저 허허거리며 실없이 실실 웃는거나 잘하지. 속도 벨도 없는 년…” 때리는 시애미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상이라고 시시콜콜 잘난체 하는 금숙이 사실은 더 못마땅 했다.

 “언닌 빠지셔. 같이 가자는 소리 아예 하지도 않을 테니까. 공주도 아니고 왕비병이야… 집에 가 우아하게 발 닦고 잠이나 주무시지. 험한 꼴 보러 쫓아다니지 말고…” 당장이라도 영식의 직장으로 쳐들어가 깽판 칠 기세라 니들 멋대로들 갈때까지 가봐라 싶었던지 명숙네는 오히려 기척도 하질 않았다. 그런 치사스런 방법으로라도 분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자식인데 몹쓸 짓 까지 해서는 안될 것 같은 엇갈림이 표정에 역력했다.

 “내일 당장 가자. 정 그게 뭐하면 퇴근할 때 몰래 뒤따라가 보던지… 그럼 어디 사는지 알 수 있을거 아니니…” 금숙이 신바람 나 죽겠다는 듯이 “이년 내 눈에 띄었다가는 머리채에 확 불 질러 버릴 테다…” 하는 모습을 보며 정숙이 그런 포악한 모습에 질려 버렸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명숙네는 다 포기한 것처럼 어느쪽으로 결정 지어지든간에 발 벗고 적극 동참할 분위기였다. 명숙이 금숙에게 다음날 세시에 만나자는 싸인을 보내다 말고는 갑자기 정숙에게 꼬라지를 부렸다. “너는 내키지 않으면 관둬라. 우리끼리 가지 뭐. 애초에 너한테 기대하지도 않았으니까… 싫다는데 억지로 끌고 갈 수 있니. 경숙이 년도 말해봐야 뻔한 일일테고…” 그리고는 어미를 향해 다시 한번 다짐을 받았다.

 “엄마,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해. 그만 좀 짜고. 지가 이 판국에 어딜 떳떳하게 직장을 다니려구 그래. 씹어 먹을 놈 같으니…” 무슨 커다란 음모라도 꾸민 것처럼 명숙네를 사이에 두고는 맏이와 막내의 야릇한 미소가 번졌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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