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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16화 바람에 놓치다(1)
작성일 : 19-10-28 17:46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5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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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얗고 검은 깃이 바람을 탔다. 날카로운 바람에 휩싸여 이내 모습이 사라졌다. 그러나 하나둘씩 다시 바람에 날렸다. 이 근방에서는 흔히 보지 못하는 깃털이었다.

 

 넓은 지평선을 가지고 있는 마레바스 평원은 기름지고 양지바른 들판이다. 작위와 맞지 않게 막대한 부를 지닌 그로미아 자작의 영지이며 대도시 델루비아로 들어설 길을 마련해주는 평원이기도 했다. 마레바스 평원에는 살갗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사람들이 많았다. 큰 마차를 이끄는 상인들이나 모험가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주위의 작은 마을에 머물지 않고 평원으로 곧장 들어서는 이유는 그들앞의 대도시에 있었기때문이다.

 

 델루비아 시는 마레바스 평원의 가운데에 위치한, 요즘 들어 급격히 부유해진 도시들 중 하나였다. 전에는 다른 도시들처럼 규모도 그저그랬고 몰리는 사람들도 이보다 적었었다. 이렇게까지 급성장한 원인에는 다름아닌 영주에게 있었다. 영주인 그로미아 자작은 본래 이처럼 부귀영화를 누리는 인물은 아니었다. 자작이라는 작위에 맞는 부를 가진, 평범한 영주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부를 축척할 수 있게 된 것은 요즘 자주 일어나는 영지전덕분이었다.

 

 나라가 부패해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영지전은 부족한 물자를 채우는 데에 도움이 됐다. 그로미아 자작에게는 부는 적었지만 다른 귀족들의 사병들보다 훈련된 군사가 있었다. 기사 신분으로 작위를 받은 그라 가능했다. 그는 그 군사를 이용해 주변 작은 귀족들과 영지전을 자주 했고 그렇게 해서 얻은 다른 영지의 노동력으로 부를 축척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면 가능한 생각이었다. 그로미아 자작같은 자들때문에 요즘 영지전이 잦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수단도 존재했다.

 

 마레바스 평원의 수풀을 헤치며 걷는 자들은 많았지만 그들 중 눈에 띄는 자들이 몇 있었다.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두꺼운 망토로 추위로부터 몸을 감추고 있었다. 그들이 탄 말들의 안장 아래에 모피가 깔려있었다. 그들의 선두에는 붉은 머리의 소년이 있었다. 건장한 등에 검은 대검을 지고 있는 그는 이들 중에서 두번째로 나이가 어린 소년이었다.

 

 그가 우뚝 멈춰서며 말했다. 검은 망토의 끝이 바람에 날렸다.

 

 "으... 추워. 언제까지 가야하는 거야?"

 

 그 뒤에 있던 체구가 작은 자가 지도를 보며 말했다. 여성의 목소리였다.

 

 "앞으로 조금이야. 봐. 저기 성 꼭대기도 보이네."

 

 하얀 입김을 내쉬며 로브의 앞섶을 여몄다. 순백색의 차가운 머리칼이 턱 부근까지 닿았다. 그녀의 말에 소년이 말대꾸를 했다.

 

 "뭐야. 저거 성이었어? 난 무슨 탑인줄 알았네."

 "드문 경우도 아닌데 뭘 그래. 확실히 성채가 좀 길어보이긴 하다만."

 

 소년의 말에 대답한 사람은 걸걸한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마찬가지로 검은 망토를 입고 있는 그는 소년과 비슷한 체구였다. 두터운 턱에 난 까칠한 수염은 오랫동안 깎지 않아 무성했다. 그의 말에 대답한 사람은 방금 입을 열었던 하얀 머리칼의 여자였다.

 

 "영주가 높은 곳을 좋아하기라도 하나보지. 자기 영지를 내려다보고 싶은걸까? 하여간 돈많은 귀족들이란."

 

 그 말에 뒤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키는 소년보다 작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그가 주목하고 있던 것은 그 새가 날고 있는 방향이었다.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앳된 목소리가 말했다. 붉은 머리 소년보다 네 살은 더 어려보이는 소년이었다.

 

 "저기 뭔가 날아오는데요?"

 

 그 말에 다른 네 명이 시선을 한 곳으로 옮겼다. 하얗고 검은 깃이 보였다. 가장 뒤에 있던 자가 작게 중얼거렸다. 간신히 들을 수 있는 크기의 목소리였다. 낮은 남성의 저음이었다.

 

 "스와레로군."

 "스와레? 스와레가 무슨 일로? 뭐 전할 거라도 있나?"

 

 그 말을 하고는 붉은 머리 소년은 앞으로 몇 걸음 뛰어나가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키가 커 눈에 띄는데, 더욱 눈에 띄게 되었다. 이윽고 작은 새가 한 마리 내려왔다. 검은 깃과 하얀 깃을 가진 스와레였다. 스와레의 발목에는 쪽지 하나가 묶여있었다. 소년은 자신의 팔뚝에 서있는 스와레의 발목에서 쪽지를 풀었다.

 

 "무슨 일이야?"

 

 여자가 물었다. 소년은 쪽지를 펼쳐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가의 양끝이 점점 올라갔다. 그가 말했다.

 

 "이거, 또 할 일이 늘어나버렸잖아."

 "무슨 일인데?"

 "재밌는 일."

 

 소년은 쪽지를 여자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스와레에게 말했다.

 

 "고마워, 스와레. 나중에 저쪽에서 다시 보자."

 

 스와레가 큰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검고 하얀 깃이 흐트러졌다.

 마레바스 평원을 지나 그들은 델루비아 시로 향했다.

 

 *

 

 에녹스와 엘 또한 마레바스 평원을 지나고 있었다. 낮 시간이라 아침보다는 덜 추웠지만 센 바람이 부는 것은 아침과 똑같았다.

 

 마을을 벗어난지 이틀이 흘렀다. 보충해둔 식량과 물이 거의 다 떨어졌고 체력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다친데다 노숙을 하는 바람에 피로가 더욱 쌓였다. 엘은 다치진 않았지만 덜 풀린 피로가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그들은 저 앞에 있을 델루비아 시를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기운을 냈다. 지도에 표시된 것을 보면 조금 있으면 델루비아 시가 나타날 터였다. 그곳에서 떨어진 식량과 물을 보충하고 피로도 좀 풀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일도 있었다.

 

 "지티스에게 별 일 없으면 좋을텐데."

 

 에녹스가 말했다.

 

 "그렇게 믿을 수 밖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엘이 억지로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에녹스도 그에 서글픈 웃음으로 답했다.

 

 "그래. 위치를 알아낸 것만 해도 다행이지."

 

 하지만 알아낸 이후로 이틀이나 흘렀다. 본래 하루면 도달했을 거리를 두 배나 늘린 것이다. 그 이유는 에녹스의 다친 몸에 있었다. 심하게 다친 탓에 말이 빨리 달릴 수 없던 것이다. 그 때문에 시간을 허비해 버리고 말았다.

 

 그 사이에 마차가 떠났다면 낭패였다. 그렇게 된다면 지티스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영영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둘은 속도를 조금 올렸다. 마음은 다급했다.

 

 높다란 성채가 보였다. 처음에는 탑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 아래로 생긴 형태는 분명 성이었다.

 

 점점 성이 가까워졌다. 그 앞에는 넓은 대문이 있었고 주위에 있던 마차들과 여행객들이 빨려들 듯이 그리로 향했다. 에녹스와 엘은 그 앞까지 도달했다. 문앞에 있던 세 명의 경비병들 중 하나가 그들앞에 섰다.

 

 "델루비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통행세는 한 사람당 5 미노입니다."

 

 그는 둘의 차림새를 훑어보았다. 더러워진 옷과 눌러붙은 머리는 결코 좋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다. 통행세를 내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말끔한 모습이었다. 처음 에녹스는 약간 놀랐다.

 

 "통행세요?"

 

 통행세를 내야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 도시의 통행세로 5 미노는 비싼 값이기도 했다. 10 미노는 미노 은화 하나의 값어치를 가졌다. 5 미노라면 그것의 절반이었다. 보통 도시의 통행세는 이 값의 반 정도했다. 물론 에녹스는 이런 통행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경비병은 못마땅한 눈으로 그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돈이 없으신 듯 한데, 죄송합니다만 그럼 출입이 불가..."

 "여기있어요. 10 미노."

 

 엘이 그의 말을 끊으며 미노 은화 한 닢을 건넸다. 경비병은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통행세를 내야했구나. 조금 당황했어."

 

 에녹스가 엘에게 말했다.

 

 "요즘 수도에서 거두는 세금이 급격히 올랐다고 들었거든요. 아마 도시들 대부분이 통행세를 받을 거예요."

 

 에녹스보다는 종종 바깥을 잘 나오는 엘은 당연히 그보다 정세에 대해 잘 알았다. 에르젠이 에녹스에게 나라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정세를 말해주기는 하지만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알기는 힘들었다.

 

 둘은 도시안으로 뻗은 대로를 나란히 걸었다. 도시안에는 말을 탄 사람들이 꽤 많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번성한 도시였기 때문에 길의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대로는 넓기도 했고 돌타일로 깔려있어 많은 사람들이 붐벼도 교통에는 불편이 없었다. 처음오는 큰 도시였기 때문에 에녹스는 무심코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여행자들이나 상인들이 가장 먼저 발을 들이게 되는 대문부터가 사람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먹거리를 파는 장사꾼들도 있었고 잡동사니를 파는 행상인, 여관을 홍보하는 자들이 가장 많이 보였다.

 

 그런 자들이 대문에서부터 광장에까지 있었기때문에 에녹스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티스가 있는 마차를 이자들에게 물어볼 순 없었다. 그들이 이 도시에 도착한 시간은 아마 어제일 것이고, 그렇다면 이런 길거리 장사꾼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다. 사람을 파는 상인들의 마차라고 한들, 다른 마차와 다른 것은 아니었다. 또한 그런 불법에 속하는 일을 이런 큰 도시에서 대놓고 할 리도 없었다. 아마 암거래와 밀거래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수로 지티스를 찾는가?

 

 그들은 중간에 있는 광장에 도달했다. 잠깐 말을 멈추고 쉬기로 했다. 에녹스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이런 넓은 곳에서 어떻게 지티스를 찾지?"

 

 두건을 쓴 엘은 광장의 중앙에 있는 분수대에 모여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을 보고 있었다. 에녹스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했다.

 

 "저렇게 대놓고 사람을 팔진 않겠죠?"

 "그렇겠지. 이 나라에서 사람을 파는 건 불법이니까. 암거래를 하겠지. 물 마실래?"

 

 엘이 에녹스가 건네는 수통을 받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좋은 생각이 난 듯 미소를 머금고 에녹스를 돌아보았다.

 

 "도련님, 한 마을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오가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응? 글쎄...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겠지?"

 "그렇죠? 그럼 그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 어디게요?"

 

 엘이 장난 치듯이 물었다. 엘의 모습에 에녹스가 엷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였다.

 

 "바로 주점과 여관이예요. 수많은 여행객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고 이 도시의 사람들도 평소에 많이들 눌러앉는 곳이기도 하죠."

 "하지만 지금은 낮인데 사람이 많을까? 그런 곳은 보통 밤에 사람이 많지 않아? 이틀 전에 들렀던 펍도 밤에 사람이 많았잖아."

 "그건 작은 마을일 때나 그렇죠. 그리고 그때 아침엔 확인을 안했잖아요? 어쨌든 이런 여행객들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아침이든 밤이든 사람이 많다구요. 확인하러 가볼까요?"

 "그래. 그러자 그럼. 어차피 딱히 갈 곳도 없었으니까..."

 

 에녹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들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눈에 띄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여행자들과 상인들이 몰려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 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의 앞에 있는 건물에는 '여행과 바람의 여관'이라고 써진 간판이 걸려있었다. 에녹스가 그것을 보며 말했다.

 

 "정말이구나. 우리도 들어가자. 어차피 여관 하나는 잡았어야 했으니까."

 

 그들은 안내인의 도움을 받아 말들을 마구간에 들이고 여관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너무 많아 방이 모자를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했지만 그런 걱정은 쓸데없었다. 큰 여관이었기때문에 방은 모자르지 않았다.

 

 

 -계속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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