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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17화
작성일 : 19-10-28 15:13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5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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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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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이 되자 제일 먼저 일어난 일은 브리지트가 깨어난 것이었다. 12시가 지난 새벽에 브리지트는 눈을 떴다. 눈을 떴는데도 눈앞이 깜깜했기에 가만히 서서 앞이 보이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도 초점을 맞춘 부분만 조금 보이고 그 주위로는 회색과 검정이 섞여 보이지 않았다.

 

  결국 브리지트는 침대에 앉아 눈을 감았다. 백작성에 와서 적응하는 게 힘들었어도 빈혈이 일어 이렇게 시간을 보내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필라우에 있을 때가 더 어지러웠다.

 

  브리지트는 일어나 한 발자국 조심히 걸었다. 손을 앞으로 뻗어 주위에 어느 물건이 있는지 살피면서 나아갔다. 잘 보이지 않으니 부딪히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치지직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브리지트는 머리가 어지러운 것인지 아픈 것인지 헷갈렸다. 눈을 꽉 감았다가 떴다. 나아지지는 않았고 그런 행동을 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브리지트는 그렇게 했다. 습관 같은 것이었다.

 

  곧 근처에 있던 서랍을 잡고 몸을 웅크리더니 결국 바닥으로 쓰러져버렸다. 여전히 눈앞은 보이지 않고 시끄러운 소리도 들린다. 최악이다.

 

  브리지트는 그냥 눈을 감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전에도 그랬으니까.

 

  한참 그러고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상대는 브리지트가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정신이 들어?”

 

  코델리아였다.

 

  “네.”

 

  브리지트가 눈을 떴다. 코델리아가 손을 뻗어 브리지트의 눈 주위를 훑었다. 손길은 다소 다정하게 보였지만 코델리아의 눈은 그다지 다정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걱정을 담고 있는 탓이다.

 

  자신의 얼굴 위를 유랑하는 코델리아의 손을 넋 놓고 바라보던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의 다른 쪽 손에 들린 주전자를 봤다. 그 시선을 알아챘는지 코델리아가 말한다.

 

  “마셔. 어제 못 마셨잖아.”

 

  “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가 일어날 수 있게 도왔다. 도움이 필요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친절을 거절하지 않았다.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코델리아는 브리지트가 마실 차를 따른다.

 

  “아직 뜨거우니까 식으면 마셔.”

 

  “네.”

 

  잔을 자신의 앞으로 밀어주는 것을 보고 브리지트는 솔직히 말해 부담스러웠다. 백작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특별 취급 받는 것이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부담스러우니 하지 마세요, 하고 말하기에도 민망하다.

 

  두 손으로 잔을 만지작거리다가 겨우 입을 뗀다.

 

  “돌아가서 쉬세요.”

 

  “괜찮아. 그보다 배고프지는 않아?”

 

  “괜찮아요.”

 

  다시 어색하다.

 

  “날이 더워지니까 그런가?”

 

  “네?”

 

  “너 쓰러진 거 말이야.”

 

  “아니요. 그냥 달려서 그래요.”

 

  “왜?”

 

  브리지트는 지하 감옥에 갔던 걸 혼날까 봐 말을 멈췄다. 말해도 되는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기 싫은 곳이니까 그런 숲 같은 곳에, 게다가 지하에 만들어뒀을 텐데 굳이 들어가서 구경하고 쓰러졌으니 코델리아가 싫어할 일은 다 한 것 같았다.

 

  갈등하던 브리지트를 코델리아는 말없이 기다린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제가 숲을 헤매다가 오두막 같은 거를 발견했는데 그게 지하 감옥이더라구요. 거기는 청소도 잘 안 되어 있고 먼지도 많아서 호흡기에 좀 안 좋은 곳이었어요. 그리고 약 먹을 시간에 늦을까 봐 뛰었더니 무리가 갔는지 쓰러진 거예요.”

 

  “그래. 거기는 볼 게 없어. 그냥 여기가 넓으니까 죄수들을 가둬두는 것뿐이야. 황궁에서 중대한 죄를 지은 사람을 분류하고 여긴 그냥 땅을 제공하는 거야.”

 

  코델리아는 브리지트를 혼내지 않는다.

 

  “약 먹는 건 좀 늦어도 계속 기다릴 거니까 뛰지 마. 정말 걱정돼.”

 

  “…네.”

 

  “그럼 차 마시고 쉬어. 네 방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어둡다.”

 

  코델리아는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브리지트가 불편해 하는 것을 알아서 그런 지도 모른다. 아니면 차만 주고 가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정이 없어 보일까 말을 붙인 것일 수도.

 

  브리지트는 머리를 흩트렸다. 이것저것 복잡한 거 다 아니고 코델리아가 브리지트를 좋아해서 그런다. 브리지트도 알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이 늦은 시간에 직접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 브리지트는 미지근해진 차를 마시기가 어려웠다. 코델리아가 직접 건네고 간 차를 마시기가 어렵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가 너무 걱정되어 루다를 불렀다. 루다는 해가 아주 높이 떴을 때 백작성에 도착했다.

 

  “늦은 거 아니에요. 우리 거리가 멀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

 

  코델리아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루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마치 불만을 품은 사람에게 변명하는 것처럼.

 

  “괜찮아. 마부들 게으른 거야 진작 알고 있던 거고. 앉아.”

 

  “이해해주셔서 고마워요~”

 

  루다는 계속 미소 짓고 있다. 미소 짓는 것이 습관인 것 같다. 유디스는 그의 앞에 차를 내려뒀다. 브리지트가 마셨던 차다.

 

  “너도 라가도기아인이니 그 병에 대해서 잘 알지?”

 

  “잘 알지는 못해요. 그러니까 백작님께 이 약초를 구하고 있잖아요. 더 정확히 알았으면 이런 거 사지 않고 알아서 좋은 걸 찾았을 지도 모르죠.”

 

  꽤 빠르게 말을 내뱉고 루다는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얼마 없는 라가도기아인인 루다는 코델리아와 계약해서 약초를 구매하고 있다.

 

  남의 생명으로 이익을 취할 생각이 없던 코델리아는 루다를 딱하게 여겨 적당한 값에 약초를 팔고 있다. 공짜로 주는 것은 안 된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주입하는 것이며 상대의 노동을 폄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비싼 약초를 루다의 능력에 맞게 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너무 아픈 애가 있어서 그래. 병을 낫게 하려면 약초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루다는 차를 내려놓는 손을 멈칫거렸다. 이내 자연스러운 듯 멈췄던 손을 내린다.

 

  “저와 같은 병으로 아픈가요?”

 

  “라가도기아인들이면 그 병들을 다 가지고 있잖아. 아버지는 그린랜드 사람이지만 어머니를 닮아 걔도 라가도기아인이야.”

 

  “글쎄요. 보통 라가도기아인끼리 낳은 자식이 아니면 병은 옅어지기 마련인데 많이 아프던가요?”

 

  “쓰러졌어.”

 

  “병 때문에요?”

 

  “응.”

 

  루다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한다. 코델리아는 루다가 말을 시작할 때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꼭 저와 같은 병이라고 할 수 있나요? 다른 병이 있는 건 아닐까요?”

 

  “의사도 불렀어. 하지만 그 병이 맞아.”

 

  “아……. 그럼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사람은 오래 살지는 못해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루다는 그렇게 말했다. 루다가 내려다보고 있는 잔에서는 차가 젤리처럼 빛난다. 코델리아는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듯 입을 뗐다 다물다 반복하더니

 

  “뭐?”

 

  라고 묻는다. 루다는 남의 죽음에 대해 말하기가 힘들어 조금 뜸을 들이다 말한다.

 

  “다른 인종과 혼인해도 그토록 옅어지지 않는 피라면 오래 살지는 못해요. 일찍 죽는다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는 덜 산다는 거예요. 약초로 병을 늦추는 것밖에는 알아낸 것이 없어요.”

 

  코델리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희는 겨우 그걸 알아내고 뭘 한 거야? 그 많은 시간동안?”

 

  “문학, 과학, 천문학, 인문학…….”

 

  “그런 게 더 중요했다고? 당장 네 목숨 살리는 것보다?”

 

  코델리아는 루다의 말을 자르고 묻는다. 자신들이 연구하던 학문을 늘어놓던 루다는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문다. 코델리아는 너무 어이가 없다. 자신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자리에 앉아 생명과는 상관없는 공부들을 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람들마다 가치의 중요성은 다르니까요.”

 

  루다의 말에 절로 인상이 써진 코델리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노력해도 어쩔 수 없어요.”

 

  루다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차는 다 마시지 않았다.

 

  “그 사람이 차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실 수 있게 해주세요. 그것 말고는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없네요.”

 

  그 말을 끝으로 루다는 고개를 숙이고 방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 걷는다. 루다는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약초를 제공해주고 있는 코델리아라고는 해도 그의 아버지가 무차별적으로 라가도기아인을 살해해서 모든 것을 털어놓지는 못했다.

 

  그의 아버지가 얼마나 악의가 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코델리아에게 조금이라도 옮겨가지 않았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라가도기아인을 걱정하던 코델리아이기에 마음이 흔들리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이름도 모르는 병이 깊다는 사람에게도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루다는 생각한다. 죄책감에서 멀어지려는 행동이다.

 

  루다가 말하지 않은 것. 그건 라가도기아인들이 마법사였다는 것.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마력들이 몸을 아프게 한다는 것. 마법을 사용하면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마법을 배워도 사용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약초를 먹었다는 것. 마법이 서툴러 속에 있는 마력을 잘 빼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약초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

 

  루다 또한 마법을 쓴다. 코델리아는 그것을 모른다. 루다는 자신들이 마법을 쓸 줄 안다는 것을 말하기에 껄끄러웠다. 대륙 통일을 위해 계속 전쟁 중인 그린랜드가 라가도기아인들을 잡아들여 전쟁에 사용할 것은 뻔한 일이다.

 

  도망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이 1명이라면 못 쓰는 사람이 10명. 1명은 10명을 지키기 위해 희생당할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라가도기아인들의 바탕에 깔린 신념을 배제할 수가 없다. 그러니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 코델리아가 걱정하는 사람 한 명만이 희생하면 남은 라가도기아인들이 괜찮아지니까, 루다는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걸음을 멈춘다.

 

  ‘직접 말해줄까?’

 

  이 백작성에 있다는 라가도기아인을 찾아 네 몸 속에 마력이 있으니 마법을 써보라고. 그건 절대 코델리아에게 알리지 말고.

 

  루다는 저 멀리 코델리아가 준비해준 마차를 바라보며 고민한다. 백작성이 넓어 정원을 걸으면 한참 만에 문에 닿을 것이기 때문에 준비된 마차였다. 마부는 휴식을 취하는 중인지 보이지 않는다. 조금 늦는다고 해도 백작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실수로 길을 잃었다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루다는 고민했다. 고민하면서도 발을 다른 쪽 방향으로 두었다. 이제 막 걸어가려고 하는 때에 옷소매가 잡혔다.

 

  “저기.”

 

  라가도기아인이다. 루다는 당황했지만 브리지트는 잡은 옷소매를 놓지 않았다. 어딘가 갈까 봐 잡고 부르기는 했는데 무슨 말을 먼저 시작해야 될지는 모르겠다.

 

  “이름이 뭐예요?”

 

  루다가 먼저 물었다.

 

  “저는 브리지트예요. 당신은요?”

 

  “루다입니다.”

 

  루다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래서 브리지트도 똑같이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고 다시 서로는 상대방을 눈에 담는다.

 

  “머리카락이 하얀색인 줄 알았어요.”

 

  옅은 노란색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브리지트가 말했다. 루다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제가 시력이 별로 좋지 않거든요. 가까이서 보니까 예쁜 색이네요.”

 

  브리지트는 웃었다. 아주 살짝 지은 미소라 미소 지은 본인밖에는 알지 못하는 미소였다.

 

  “고마워요.”

 

  예쁜 색이라니 루다는 우선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말하려던 것을 다 쏟아내려고 하는데 브리지트가 옷소매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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