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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가 사랑한 나의 살인자
작가 : RinaHee
작품등록일 : 2019.10.16

내 운명의 상대는 나를 살해할 운명이다? 잘못 연결된 인연의 실로 인해 연인에게 살해당할 운명을 앞둔 그녀! 반드시 운명을 바꾸어야 한다!

 
의문의 남자
작성일 : 19-10-28 14:28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5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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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경해도 되죠?”

 

 당연히 허락할거라는 확신에 찬 그 말투에 아현은 당황하여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상대를 찬찬히 훑어 보았다. 호감형의 외모였다. 누구라도 미소를 지어 보일법한 선한 눈동자에, 적당히 어두운 피부 색. 잘생겼지만 잘생겼다는 말 보다는 사람 좋아 보인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현은 왜인지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낯선 이가 말을 걸어서 그런 걸까? 아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지금의 이 묘한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화장품 아깝지 않아요? 여자들 다 그렇던데.”

 “여자 많이 만나 보셨나 봐요, 평균 내실 정도면.”

 

 아현은 자신도 모르게 삐딱하게 말이 나갔다. 이 사람이 고형수인지, 아니면 가희의 진짜 운명의 상대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적대감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아, 제가 말 실수를 했네요. 일반화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리시는 분을 처음 봐서, 이렇게도 그릴 수 있구나 하고 너무 신기해서요.”

 

 다급히 뒷말을 덧붙이는 상대를 보며 아현의 경계심이 아주 조금 누그러졌다. 그 작은 변화를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상대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아! 이거 원래는 눈에 바르는 거죠? 펄이 들어가서 그런지 색감이 좋네요! 진짜로 풍경에 햇살이 들어와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눈앞의 상대는 쉴 새 없이 그림 이야기를 조잘거렸다. 아현은 대꾸하지 않은 채 그림을 계속 그렸다. 아니, 사실은 자신이 무엇을 그리는 지도 몰랐다. 신경이 온통 이 남자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이 해야 할 사람인가? 아니면 멀리 해야 할 사람인가? 고형수일까, 운명의 상대일까? 고민은 답을 내지 못하고 끝없이 이어졌다. 어떤 방식으로 인연을 확인해야 할 지도 알 수 없었다. 만나기만 한다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지금은 섣불리 행동해선 안 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아현은 이 남자와 함께 있는 자리가 너무도 불편해졌다.

 

 “계속 거기 계실 거면 제가 나갈게요.”

 

 싸늘한 아현의 반응에도 상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던 아현은 그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지 못했다.

 

 “강우혁이예요, 제 이름. 기억해두세요.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던 순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는 불편하게 하지 않겠다며 해사하게 웃는 모습은 아무래도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사람의 경계심을 흐려놓는 그의 모습이 아현은 더더욱 불편하고 어려웠다. 그리고 그녀를 더욱 불편하게 하는 것은 바로 지금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낯선 물건이었다.

 

 우혁은 떠나기 전, 낡은 천에 둘둘 싼 무언가를 건넸다. 그 천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현은 왠지 그것을 열어보면 안 될 것 같았다. 궁금한 마음보다도 두려움이 앞섰다. 당황한 나머지 돌려주지도 못한 채, 아현은 결국 가방 깊숙한 곳에 그것을 넣어 두었다.

 

 저녁 약속 장소로 향하는 중에도 아현은 온통 그 물건 생각뿐이었다. 사실 저녁 약속 상대가 누구인지, 자신이 가희가 아니란 걸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었지만 그것까지 생각하기에는 아현의 머릿속이 이미 너무 복잡했다.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이며 왜 이런 물건을 준 것인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이런 식으로는 운명을 바꿔낼 수 없다는 생각까지 꼬리를 물었다. 실상 그랬다. 고형수를 구분해내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운명을 피할 수가 있을까! 오늘만 해도 그렇다. 상대를 마주한 순간, 자신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지조차 몰랐다. 아현은 그 점이 마음에 계속 걸렸다.

 

 상념에 빠져 있는 동안 지하철은 계속 움직여 목적지에 도착했고, 아현은 그제야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음을 알았다. 약속 장소와 시간은 인연 데이터를 통해 보았지만, 상대까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궁금해 할 이유도 없었다. 그때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게 이제 와서 이렇게 후회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자리를 피할 수도 없었다. 언젠간 부딪힐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현은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는 식당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룸에는 낯선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너무나 반가워 하며 아현을 끌어 안았다. 각오를 단단히 했지만 갑작스런 스킨십에 당황한 아현은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하며 함께 꺄아- 하는 소리를 내며 맞장구를 쳤다.

 

 “가희야! 와, 진짜 오랜만이다! 너 왜 이렇게 예뻐졌어! 잘 지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면 제가 조금 이상하게 군다고 한들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었다. 흔한 인사치레와 함께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돌연, 상대가 말을 꺼냈다.

 

 “아, 그런데 너 얼마 전에 동기들 단체 카톡방에서 프리랜서 작가 구해야 한다고 했던거 기억나?”

 

 기억 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아는 사람이 작가인데 소개시켜주면 좋을 것 같아서. 근처에 있다는데 너만 괜찮으면 오라고 해도 될까?”

 

 갑작스러운 전개였지만 아현은 어쩌면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여자와의 대화가 깊어지면 자신이 가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들통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한다 한들 믿어주지도 않을 게 분명하고 말이다.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대화 화제가 그 쪽으로 흐를 테고, 그건 아현에게 유리한 일이었다.

 

 “좋아, 나도 소개해준다면야 좋지”

 

 하지만 아현이 이렇게 말하는 것까지도 운명의 계산이었을까? 시간이 지나고 룸에 들어선 건 다름아닌 우혁이었다.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말을 해 놓고도 이번 만남은 자신이 의도한 일이 아니었는지 우혁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웃어 보였다.

 

 “제가 예언을 할 수 있는지는 몰랐는데.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어머,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였어?”

 

 여자는 호들갑을 떨며 우혁과 아현에게 물었다. 우혁은 낮의 일을 조금은 부풀려 말하며 한 눈에반했다는 둥 장난스럽게 농담을 하고 있었다. 아현은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마주하는 것이 불편했다. 만에 하나 그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졌는데, 알고 보니 고형수였다면? 그야말로 스스로 죽을 자리에 걸어 들어가는 꼴이 아닌가! 저녁 식사자리 내내 아현은 찬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아현이야 그러든 말든 우혁은 자리 내내 아현만 바라보고 있었다.

 

 툭-

 

 조용한 식사자리, 그릇에 얼굴이라도 박을 듯, 고개 숙인 채 밥을 먹던 아현의 앞에 작은 접시가 놓여졌다. 깨끗하게 발라진 굴비살이었다.

 

 “가시, 잘 못 바르잖아요.”

 

 천상계에서는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자신은 이 생선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당연히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우혁이 안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아현이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내 보이자, 우혁은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굴비는 영 드시지 않길래, 가시 바르기 번거로워서 그러시나 해서 좀 드렸어요. 좀 드셔보세요. 이 집이 굴비를 잘 하더라고요.”

 

 한 발짝 물러난 우혁의 변명은 아현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했다. 짧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아현은 굴비 한 점을 들어 입에 넣었다. 그리곤 생각했다. 이건 천상의 맛이었다. 아니, 천상에는 음식이 없으니까 어디에 비유하면 좋을까! 축복? 그래, 축복이었다!! 정신 없이 굴비 살을 주워 먹는 아현의 속도에 맞춰 살을 발라주는 우혁의 손이 함께 빨라졌다. 자신은 한입도 먹지 못했으면서도 우혁은 그런 아현을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굴비 좋아하는 건 여전하네.”

 

 작은 소리로 속삭인 우혁의 말은 굴비의 맛에 눈이 돌아버린 아현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아현의 폭주는 상 위의 굴비가 모두 동이 날 때까지 이어졌다. 어느 새 눈 앞의 음식을 깨끗하게 비워버린 아현을 보는 여자의 두 눈이 동그랬다. 그리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아현의 눈 역시 동그랗게 변했다.

 

 “굴비 좋아하는 지 몰랐네, 말을 하지! 같이 먹으러 다녀도 좋았잖아.”

 

 여자의 그 말에 아현은 괜히 머쓱해졌다. 다른 음식들이야 특별히 감흥이 없었는데, 아니 이 굴비 하나만큼은 왜 이렇게나 맛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흥분한 나머지 너무 허겁지겁 해치운 것 같아 얼굴을 들기가 민망했다. 빨리 집에 가고만 싶었다. 아현은 짐짓 피곤한 척 하품을 해 댔다.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그렇다며, 오늘은 일찍 파하고 다음에 또 만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물론 다시 만나는 건 가희가 돌아온 다음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만날 약속을 했다는 사실을 가희에게 전해야 하는데. 어떻게 전하지? 아현이 생각하는 사이, 우혁이 불쑥 그녀의 눈 앞에 얼굴을 들이댔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자, 우혁이 그녀를 안아 안쪽으로 당겼다.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진짜 운명의 상대였어도 이렇게 빠른 전개는 없었겠다! 일단 이 품 속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으나, 예상치 못한 상황은 그녀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그가 말했다.

 

 “뒤에 찻길이라.”

 

 우혁은 여전히 그녀를 안은 상태 그대로였다.

 

 “그리고. 안 풀어봤죠?”

 

 우혁은 다른 이가 듣지 못하도록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 속삭임이 간지럽고 따뜻해서, 하마터면 경계를 풀어버릴 뻔 했다. 안 그래도 그 물건이 궁금했던 아현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에 그의 품에 잠자코 안겨 있었다.

 

 “장담하는데, 풀어보면 나한테 연락하고 싶어질 거예요.”

 

 하지만 우혁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고작 한 마디 말만 남긴 우혁은 곧바로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리곤 그녀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명함을 쥐어주더니 붙잡을 새도 없이 뒤돌아 떠나버렸다. 이제 아현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 고민 끝에 가방 속에서 그 물건을 꺼냈다.

 

 한 겹, 한 겹. 무척이나 소중한 물건이라도 되는 양, 천은 겹겹이 물건을 둘러싸고 있었다. 물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자, 아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의 손에 들린 그것은 틀림없는 칼이었다. 무슨 의미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다짜고짜 칼을 준다고? 어이없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했다.

 

 칼은 아주 오래되어 보였다. 손잡이에 새겨진 자개 문양은 삐뚤삐뚤 고르지 않은 모양새였으나 정성을 많이 들여 만든 물건 같았다. 칼집도 없이 날카롭게 벼려진 칼. 이 위험한 물건을 그는 대체 왜 자신에게 준 것일까? 칼을 살피던 아현이 무심코 칼을 뒷면으로 뒤집었다. 손잡이 뒷면에는 낯익은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아…현.”

 

 제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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