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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왕좌의 조건
작가 : raloralo
작품등록일 : 2016.9.15


아버지가 죽은 후
떠돌이 소금장수로 전락한 우불이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9. 버려진 아이
작성일 : 16-10-09 19:45     조회 : 467     추천 : 0     분량 : 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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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버려진 아이.

 

 

  창조리는 잎이 다 고스러진 나무를 쳐다보고 있었다. 창조리가 나무를 쳐다보기 시작한 것은 두 달 전이었다. 산책하다가 잎이 고스러지는 나무를 발견한 창조리는 언제부터 그랬느냐고 물었다. 곁에 있는 노복이 한 달 전 부터라고 대답하였다. 노복에 대답에 창조리는 나무를 세밀하게 살폈다. 창조리가 나무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그날 부터였다. 창조리는 아침저녁으로 나무를 살폈다. 어느 때는 반 시진이 넘도록 나무 만 바라보는 것이었다.

 

 

  소우와 조불은 돌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돌고가 돌아온 후, 창조리는 산책이 잦았다. 한 식경으로 마무리하던 산책이 반 시진으로 늘어나고 한 시진이 넘도록 후원을 거닌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무를 바라본 것도 그 즈음이었다. 베어 버리면 그만 일 나무를 왜 자꾸 살피는 것 인지, 소우와 조불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돌고의 아들에게 가우사를 뽑게 한 것도 그랬다. 소우와 조불이 듣기로 돌고의 아들에게 가우사를 뽑게 한 것은 창조리였다. 그런데도 창조리는 돌고의 아들을 살피게 하였다. 창조리의 지시를 생각한다면 다른 뜻이 숨어있다는 뜻이었다. 창조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소우와 조불로서는 생각도 못할 뜻을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이 창조리였다. 소우와 조불은 방금 전한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면서 바라보기만 하였다.

 

 

  “돌아가셨다고?”

  창조리는 되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조불이 대답했다.

  “얼마나 되었느냐?”

  “바로 달려왔으니까 한 식경 즈음 됐을 겁니다.”

  “공자께서는……?”

  “여전하십니다.”

  소우가 대답했다.

  “가우사를 뽑는단 말이지?”

  “……”

  “전한 말씀은 없으셨느냐?”

  “아드님을 놔 달라고 하셨습니다.”

 

 

  소우의 말에 창조리는 고개를 쳐들었다. 창조리에게도 돌고는 그렇게 말했다. 돌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조리가 가우사를 뽑게 하였을 때도, 병사들이 기둥에 묶었을 때도, 왕에 제가회의를 이끌고 왔을 때도, 돌고는 말하지 않았다. 돌고가 입을 연 것은 그 다음 날이었다. 해 저문 저녁에 찾아온 창조리를 바라보기만 한 돌고는 들릴까 말까한 소리로 말했다.

 

 

  “놔 주십시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사자께서 무슨 이유로 도와주는지는 모르겠으나……”

  “……”

  “왕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거둬주십시오.”

 

 

  창조리는 두 손을 포갰다. 관노부를 일으킬 사람으로 지목된 후, 창조리가 생각한 것은 관나부인의 죽음으로 바닥에 떨어진 관노부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창조리는 그것 때문에 소노부와 손잡았으며 왕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즉위하게 하였다. 창조리는 새로운 판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창조리가 머뭇거린다면 고구려는 나락에 떨어질 것이다. 창조리는 돌고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의 길을 가야 합니다.”

  “농투성이의 아들일 뿐입니다.

 

 

  돌고의 말에 창조리는 바라보기만 하였다. 돌고가 바라는 것은 우불이 자유롭게 사는 것이었다. 문제는 우불이 계승권자라는 것이었다. 돌고가 죽으면 계승권은 우불이 물려받게 되어 있었다. 왕이 계승자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우불은 계승자 중의 한 사람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왕이 계승자들을 죽임으로서 유일한 계승자가 된 것이다. 물론 왕에게도 아들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계루부가 인정하는 계승자가 아니었다. 계루부가 인정하는 계승자는 우불 뿐이었다. 계루부가 인정하는 계승자, 창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공자를 만나러 가야겠구나.”

  “마차를 준비했습니다.”

  소우는 말했다.

  “의원은?”

  “국내성에서 가장 용하다는 의원을 대기시켰습니다.”

  “……”

  “의원은 무슨 일로?”

  “삼 일 동안 물 한 모금도 안 마신 공자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창조리는 소우와 조불이 준비한 마차에 올랐다. 소우와 조불이 얘기한 대로 우불은 가우사를 뽑고 있었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올라 가우사를 뽑고 있는 우불은 말이 아니었다. 삼일 동안 물 한 모금도 안 마신은 얼굴은 새카맣게 갈려졌고 옷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올라간 우불은 ‘올라갔다’ ‘떨어졌다’를 반복하였는데 그때마다 바닥에 나동그라져 피가 흘렀다. 창조리가 온 뒤에도 우불은 여섯 번이나 떨어졌다. 창조리는 의자에 올라가는 우불에게 말했다.

 

 

  “고추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우불에게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우불은 가우사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엉덩이를 뺏다. 순간 가우사를 잡은 손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우불은 곧바로 일어났다. 창조리는 의자에 올라가는 우불에게 말했다.

 

 

  “고추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이번에도 우불은 창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그 말이 던지는 느낌은 감지할 수 있었다. 우불은 머릿속에 스며든 생각을 뿌리치면서 돌아섰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고추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뭐라고요?”

  “가우사를 뽑아도……”

  “……”

  “고추가를 살릴 수 없습니다.”

 

 

  창조리의 말은 우불의 가슴에 칼을 박는 것이었다. 사실 우불은 서 있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새카맣게 갈라진 얼굴과 피로 얼룩진 몸. 우불은 송장이라 하여도 믿을 만 하였다. 그런데도 우불이 가우사를 뽑으려고 하는 것은 아버지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아버지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이 불가능한 일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우불은 창조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아버지는 어디 있어요?”

  “……”

  “어디 있냐고요?”

 

 

  창조리는 돌고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창조리가 예상한 대로 돌고는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은 결국 죽고 말았다면서 아들이 걸려 발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한 소리로 말하는 것은 돌고의 눈이었다. 사람들은 돌고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은 죽어서도 아들을 기다리겠다는 마음일 것이라고 하였다. 창조리가 도착한 것은 사람들이 눈이라도 감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때였다. 소우와 조불의 안내로 사람들을 뚫고 간 창조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연락을 받은 것이 반 시진이 안됐으니까……,

  “……”

  “한 시진이 즈음 됐을 겁니다.”

 

 

  우불은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돌고를 보기 전까지, 우불은 창조리의 말을 믿지 않았다. 왕이 또 무슨 음모를 꾸몄는지도 모르겠으나 굳건하게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불은 돌고가 묶인 나무기둥을 흔들면서 부르짖었다.

 

 

  “아버지! 아버지!”

  “……”

  “아버지! 아버지!”

 

 

  결국 우불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우불이 쓰러지자 대기하고 있던 소우와 조불이 달려왔다. 창조리가 지시한 대로 우불을 업은 대기한 의원에게 데리고 갔다. 그로부터 한 시진 후 창조리는 우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궁궐로 들어왔다.

 

 

  왕은 상루와 함께 있었다. 비뚜름히 앉아 상루와 얘기를 나누는 왕은 왕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우불을 다루카로 불러 들이기 전에는 그래도 왕이라 부를 만한 것이 남아 있었는데, 우불을 다루카로 불러들인 후에는 왕이라 부를 만한 것이 사라진 것이었다.

 

 

  “남부대사자 창조리, 왕을 뵙습니다.”

  창조리는 왕좌에 대한 집착 만 남아있는 왕게 말했다.

  “무슨 일이오?”

  왕은 비뚜름히 앉은 자세로 물었다.

  “공자에 대해서 할 얘기가 있습니다.”

  “우불이 어쨌단 말이오?”

  “기억을 잃었습니다.”

  “무슨 말이오?”

  옆에 서 있는 상루가 물었다.

  “고추가가 죽은 걸 보고 기절했다가 깨어났는데 기억을 못합니다. 다루카를 모독한 것도……”

  “무슨 말이오?”

  옆에 서 있는 상루가 물었다.

  “고추가가 죽은 걸 보고 기절했다가 깨어났는데 기억을 못합니다. 다루카를 모독한 것도 고추가가 죽은 것도, 심지어는……”

  "……”

  왕과 상루는 창조리를 바라보았다.

  “이름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이름도 모른단 말이오?”

  왕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말도 못합니다.”

  “벙어리가 됐단 말이오?”

  “그런 것 같습니다.”

 

 

  창조리는 옆에 서 있는 상루를 바라보았다. 왕이 방법을 알려달라는 우불을 내버려 둔 것은 권위 때문이었다. 알량하게 남아있는 권위! 창조리가 공략해야 할 것이 그것이었다. 문제는 상루가 옆에 있다는 것이었다. 상루는 아귀 뱃속에 들어있는 생선이 무엇인지도 알아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우불를 살려주면 어떻겠습니까?”

  창조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살려주라니?”

  예상대로 상루는 핏대를 세우면서 소리쳤다.

  “대사자는 반역자를 살려주란 말이오.”

  “국상께서 말씀하신대로 공자는 반역자입니다. 하지만 왕께서 기억을 잃은 조카를 죽인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우불은 왕좌를 탐한 죄인이란……”

  “어쩐 단 말이오?”

  왕은 상루를 막으면서 외쳤다.

  “사람들은 우불이 반역자라는 것보다 벙어리가 되었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벙어리가 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잘 아시잖습니까?”

  창조리의 말끝을 내렸다. 창조리의 말은 안국군이 죽었을 때를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국내성은 칼날 위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백성들은 안국군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무관들은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섰다. 왕이 거처를 옮기려고 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창조리는 그때 사람들의 분노를 생각하라는 듯 쳐다보기만 하였다. 잠시 후에 창조리는 어깨를 구부리면서 말했다

 

 

  “지금 공자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잠시 후에 창조리는 어깨를 구부리면서 말했다.

  “궁궐에 살게 하잔 말이오!”

  “반역자를 궁궐에 살게 하다니요?”

  “……”

  “가당찮은 말씀입니다.”

  “어쩌자는 것이오?”

  “산 속에 버리십시오.”

  “죽을 수도 있겠군.”

  “운명 아니겠습니까?”

  창조리는 비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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