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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 이름, 용사
작가 : NewtDrago
작품등록일 : 2019.10.25

용사, 오백 년 만에 눈을 뜨다.

 
그 이름, 절망
작성일 : 19-10-28 01:12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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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로르, 네프릭토스, 니알라, 졸트, 마그뉴웍시, 안드라.’

 

  발로르가 서서히 형상을 회복하는 가운데, 용사는 네프릭토스의 거미줄을 자르고, 니알라의 부정형 몸체를 찢는다. 뒤이어 졸트의 불꽃을 흩고, 웍시의 이빨을 뽑았다. 그도 괴물도 이대로 싸움을 계속한다면, 설령 안드라가 돕는다 해도 결국 용사가 이기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돌아갔을 거라면 괴물들은 애초에 습격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봐, 용사. 싸우는 도중에 미안하지만 여기 좀 봐줘야겠어.”

 

  능글맞은 태도로 이야기 한 것은 안드라다. 거대한 석상인 그는, 그에 걸맞은 크기의 손아귀에 생존자의 머리를 틀어쥐었다.

 

  “이거 놔! 놓으라고! 제발 놔줘! 제발, 부탁이에요! 놔주세요!”

 

  겁에 질린 인간의 목소리. 있는 힘껏 발버둥 쳐 보지만 평범한 인간이 특별한 무기도 없이, 순수한 힘으로 괴물에게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안드라가 서서히 손에 힘을 주자 그는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떨었다. 그러다 결국에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실금하고 만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안드라는 간드러지게 웃는다. 웃음 끝에 그것은 결국 틈이 없도록 완전히 주먹을 쥔다. 버석, 사람의 머리가 부서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소리가 들린다. 분명 부서진 것은 인간의 머리지만 안드라가 손을 펼치자 우수수 떨어진 것은 뿌연 돌가루다.

 

  “크하하! 거 꼴사납구만!”

 

  “안드라 네 녀석······.”

 

  용사는 까드득 이를 갈며 분을 삭인다.

 

  “더 이상 반항하지 말라고, 용사. 우리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쯤은 네 녀석이 더 잘 알 텐데?”

 

  적으로서 수백 년을 다퉈온 사이다. 용사는 괴물을, 괴물은 용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서서히 칼을 내리면서 자연체를 취하는 용사에게 중년은 흠칫 놀라 소리쳤다.

 

  “안 됩니다! 우리가 모두 죽더라도 당신은 싸워야만 해요!”

 

  용사의, 드넓은 산맥처럼 쭉 펴 있던 어깨가 스르르 가라앉는다. 네프릭토스가 하나 남은 팔로 미친 듯이 공격하지만, 그는 반항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만들어진 강골에 조금씩 금이 가고, 벌레가 그 틈을 갉기 시작한다. 산성이 뼈를 녹이고, 불꽃이 태우고, 이빨이 박히면서도 용사는 평온하다는 듯이 그 공격을 모두 감내했다.

 

  살아남은 인간은 고작 여섯 명. 그 중 넷은 성치 않은 몸으로 목숨만 간신히 붙어 있다. 곧 목숨을 잃을 것은 여실하다. 그나마 남은 두 사람도 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지쳤다. 여기서 싸울 수 있는 건 오직 눈앞의 언데드 뿐이다. 그의 무위를 가장 가까운데서 지켜본 중년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힘겹게, 힘겹게 무기를 휘두른다.

 

  그 누구도 괴물과 맞설 순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들은 말 그대로 죽지 않는 괴물이니까. 신화 속 영웅이 등장한다 해도 불가능하리라 믿었다. 자신의 부모, 조부모 그리고 선조가 그랬듯 죽는 그 순간까지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삶을 살 것이라 생각했다.

 

  괴물을 데려온 것은 언데드지만, 헛된 죽음을 떠올리던 중년은 그의 무용을 보면서 희망을 보았다. 언제나 갈구하는 덧없는 희망이 아니라, 손에 잡힐 듯 또렷한 희망을 말이다. 인간도 괴물에게 맞설 수 있음을, 대항할 수 있음을 그 언데드는 손수 증명해 보였다.

 

  그런 역전의 용사가 고작 여섯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스러져가는 것을, 중년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피눈물이 흐르는 심정으로 메이스를 치켜든다. 분명 한 줌도 남아 있지 않은 힘이건만, 그의 바람이 닿은 건지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메이스는 괴물에게 향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신경 쓸 필요도, 그럴 틈도 없다. 괴물들은 신의 용사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사상 최대의 유희에 취해 있었다.

 

  중년과 청년. 그 차이는 중년이 생각하기에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인류를 위한 희망을 꺾어버릴 정도로 유의미한 시간은 아니다. 실핏줄이 터지고, 눈에서 기어코 핏줄기가 흘러내린다. 짓씹은 입술은 너덜너덜해서 칼로 다져놓은 듯하다. 메이스는 괴물 대신 청년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진다. 그것을 내려치는 그 짧은 순간, 주마등이 스친다.

 

  젊었을 적, 아이를 두고 세상을 등진 부모의 모습.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랐으나 삐뚤어짐 없이 바르게 자라 준 아이의 모습. 누구보다 앞장서서 용감하게 싸우는 청년의 모습. 그리고 그를 집단의 후계자로 여겼던 중년의 모습. 그의 삶에 남은 발자취는 스스로의 것보다 아이의 것이 크다. 그의 삶은 두 친우가 아이를 남기고 떠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허무함에서 충실함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무가치함에서 의미로.

 

  태양처럼 밝게 웃는 아기의 모습을 떠올린 그때, 메이스는 공중에서 궤도를 비틀어 머리 대신 심장을 두드린다. 청년은 어렸을 적 그 모습 그대로 웃는 얼굴을 한 채, 중년의 손에 심장이 터져 절명하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으허, 으아! 으아아아――――!”

 

  중년은 가슴이 턱 막혀와 숨을 쉴 수 없었다.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메이스를 놓은 손이 온몸을 할퀴며 상처를 만들다, 종국에는 스스로 목을 조른다. 사랑해 마지않던 아이를 죽인 책망과 절망은 그를 절규로 내몬다. 그 고통에 찬 비명에 만신창이가 된 용사는 중년을 돌아본다.

 

  정신의 고통이 육체의 고통을 체감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자 목에 감긴 손아귀에 더더욱 힘이 들어간다. 결국에는 우두둑 소리를 내며 목이 부러진다. 스스로 목을 부러뜨려 죽는다는, 생물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할 일을 저지르면서 중년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 모습을 본 용사의 몸이 떨린다. 스물의 목숨이 너무나도 덧없이 꺼져버렸음에 용사는 처음으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주체할 수 없는 자책과 분노 그리고 허망함에 빈 눈구멍에 검은 눈물이 차올라 흘렀다.

 

  지켜야 할 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평야에 남은 것은 스무 명의 주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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