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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놈이 온다!
작가 : 알케이
작품등록일 : 2019.10.3

“ 이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두 가지가 있지.
내 마음과 네 마음. 내 거든 네 거든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더라. “
- 본문 중에서

 
# 27. 그 남자의 시선 (14)
작성일 : 19-10-27 17:36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8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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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앞 부분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나왔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인물이 되는가 하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입니다.

 또한 앞 부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나중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엮었습니다.

 또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서 진행되며 중간에 교차되기도 하는 구성을 통해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극적 구성을 더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회차별 제목을 꼭 확인해 주세요!!!!!

 ======================================================================================================

 

 “얘기하신 것 보다 빨리 오셨네요. 어학 연수 하고 오시려면 꽤 오래 뉴욕에 계실 줄 알았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앞에 둔 채 준희는 일우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사실 일우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는 상당히 놀랐다. 뉴욕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우가 한국에 들어 왔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정말 중요하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방학이라 그런지 카페 안은 대학생들로 가득했고 가득한 사람들만큼이나 대화 소리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그런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대화 소리 때문인지 겨울의 카페는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느낌이었다.

 “부탁 하시려는 게 뭐에요?”

 준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고 일우는 잠시 그런 준희를 지긋이 바라 보았다. 본인은 그 날 술이 취해서 기억이 안 날지 모르겠지만 모든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일우는 준희를 바라보면서 애틋한 연민을 느꼈다.

 “아버지, 아직 경찰이시지?”

 “아빠요? 그렇죠. 강남 경찰서 강력반.”

 “아, 그래. 지난 번에 얘기했었지.”

 “무슨 부탁인데 그래요?”

 “그게 말이야…”

 일우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고민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두서없이 다 얘기했다.

 “그래서 급하게 귀국하신 거군요.”

 일우의 얘기를 다 들은 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래서 말인데 네가 아버지한테 말씀 좀 드려주지 않을래?”

 “제가 말씀 드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오빠가 직접 말씀 드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준희의 얘기를 들은 일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게…한동안 연락을 못 드렸는데 갑자기 부탁 드린다고 연락 드리는 것도 좀 결례인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에이, 뭘 그런 거 갖고. 지금 저랑 같이 가요. 지금 경찰서에 계실 시간이니까.”

 “지금?”

 “네. 혹시 다른 약속 있어요?”

 “아니, 그런 건 없는데.”

 일우는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당황스러웠다.

 “그럼 같이 가요.”

 준희는 말을 마치자마자 한 손으로 테이블 위의 커피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다른 한 손으로 일우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얼른 가요.”

 그렇게 말하며 일우를 끌다시피 하며 카페를 나서는 준희의 얼굴엔 미소가 번져있었다. 생각보다 일우의 손은 따뜻했다.

 “어…그래.”

 일우도 어쩔 수 없이 준희의 재촉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쪽에 계시는데, 실례지만 누구세요?”

 입구 쪽에 앉아 있던 형사 한 명이 가리키는 쪽을 보자 의자가 뒤로 돌려진 채로 높은 등받이가 보였다.

 “저희 아빠시거든요.”

 “아, 그래. 잠시만. 내가 말씀 드릴게.”

 젊은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진희는 괜찮다며 말리고는 일우와 함께 아빠의 자리까지 조용히 다가갔다. 자리에 가까워질수록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준희는 일우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고 바로 앞에까지 오자 그 소리의 정체가 아빠의 코 고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빠.”

 준희가 아빠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불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손바닥으로 어깨를 찰싹 내리치며 불렀다.

 “아빠!”

 “응? 뭐야? 뭔 일 있어?”

 잠이 덜 깬 박본주는 무슨 일이냐는 듯 반쯤 감은 눈을 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런 모습을 본 사무실 안의 다른 형사들이 곳곳에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아빠, 나에요. 준희.”

 준희의 얘기에 박본주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얼굴을 찡그린 채 준희를 응시했다.

 “어, 그래. 준희야. 여긴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은. 형사 반장이 낮에 사무실에서 잠이나 주무시고. 이래서야 대한민국 치안을 믿을 수 있겠어요?”

 준희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하자 다시 한 번 사무실 곳곳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뭐. 피곤해서 그러지. 그리고 잔 거 아니다. 생각한 거지.”

 “무슨 생각?”

 “그런 게 있어.”

 박본주는 길게 하품을 하고는 시계를 보며 준희에게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이 시간에 여기 어쩐 일이야?”

 “이 사람 기억하죠?”

 준희가 자기 뒤에 서 있는 일우를 어깨 너머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번에도 박본주는 얼굴을 찡그리며 준희의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보고는 반가움의 인사를 건넸다.

 “학생. 아니 학생이 여기 어쩐 일이야. 그것도 이 시간에 준희랑.”

 “안녕하셨어요, 형사님.”

 일우는 먼저 꾸벅 인사를 하고는 다음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부탁을 좀 드릴 게 있어서요.”

 일우는 박 형사와 함께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며 자세한 얘기를 나눴고 준희는 건물 안의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두 사람이랑 항상 함께 했으면 좋겠다.’

 한참을 얘기하던 박본주와 일우는 이야기를 마친 듯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 왔고 박본주는 준희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얘기 끝났으니까 두 사람은 이제 돌아가셔서 맛있는 거라도 같이 드세요.”

 “형사님, 그럼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그래요, 그날 봅시다.”

 일우는 박본주에게 인사를 하고 준희에게 어서 가자는 손짓을 했다.

 “아빠, 이따 집에서 봐요.”

 준희 역시 인사를 하고는 일우를 따라 경찰서를 나섰고 그런 두 사람을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박본주는 사무실로 들어서며 외쳤다.

 “집합! 비상 사건이다.”

 

 

 이틀 후 미향의 사무실은 처음으로 외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사무실 주인인 미향 외에 일우와 박본주 그리고 진경까지. 처음엔 준희도 같이 오려고 했으나 일우와 박본주가 적극적으로 제지했다. 사무실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그러니까 현재까지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곧 들어 온다는 전갈은 있었다는 거죠?”

 박본주가 형사의 모습 그대로 날카롭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박본주의 질문을 받은 미향은 야쿠자 노인네와 유도진 그리고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고 유도진으로부터 들은 내용도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전달했다

 “어머, 그건 나도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 유 이사가 그 노인네랑 엮여 있다는 거지? 이거 유 이사 안 되겠네.”

 미향의 얘기를 들은 진경이 화가 나서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도진경 씨. 그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시고요. 지금은 김미향 씨의 얘기를 좀 더 들어야 합니다.”

 “어머, 죄송합니다.”

 박본주의 얘기에 진경은 분위기를 깬 것이 미안했는지 바로 사과를 하면서 일우를 쳐다봤다. 일우도 진경을 보며 살며시 웃고 있었다.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아무 것도 없어서 일우에게 상담을 했더니 형사님 말씀을 해주더라고요. 그 노인네를 부산에서 체포할 때 현장에도 계셨다고.”

 “네, 그랬습니다. 그리고는 강제 송환을 시켰죠. 그런데 역시 야쿠자는 야쿠자군요. 어떻게든 한국에 다시 들어올 수가 있으니.”

 “아무래도 조직이 워낙 크니까요.”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저희 계획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우의 준희가 경찰서에 다녀간 날부터 이틀 동안 강남경찰서 강력반은 박본주의 지휘 아래 야쿠자 두목의 재 입국을 방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우선 인천 공항과 부산 공항 그리고 제주 공항에 사복 경찰을 배치하고, 역시 제주, 인천, 부산의 항만에도 사복 경찰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인천 항만은 혹시나 중국을 통해 배로 입국할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각 공항과 항만의 출입국 사무소에 사진과 이름이 적힌 프린트 물을 배포해서 확인 되는 즉시 신고를 하도록 요청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일본 경찰에도 협조를 요청해서 아예 일본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저 한 명 때문에 그렇게 많은 경찰이 움직여야 한다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김미향 사장님 때문만은 아니고요,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야쿠자니까요. 거기다 강제 소환된 사람이 재 입국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경찰이 움직이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한 자기 더 확실하게 확인해야 할 게 있습니다.”

 박본주의 얘기에 미향과 진경, 일우가 모두 그를 바라 보았다.

 “유도진 이사와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정보를 입수했는지, 정확히 언제쯤 들어 올 예정인지, 그런 것들이요. 아무래도 많은 인력이 움직여야 하니까 상부에 정확하게 보고를 해서 승인을 받아야 하거든요. 각 지역 경찰이랑 공조도 해야 하고요.”

 박본주는 진경을 보며 말했고 그의 얘기를 들은 미향이 박본주에게 말했다.

 “그 노인네가 일본으로 쫓겨났어도 그의 조직원들이 아직 한국에 남아 있어요. 지금도 어디선가 저를 보고 있을 거고요. 아마 여러분들이 지금 이 곳에 온 것도 그 노인네에게 보고 될지도 몰라요. 모르긴 해도 유도진 이사한테도 그 조직원들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거에요.”

 “그렇군요.”

 박본주가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짧게 말했다. 그 때 진경은 열애설이 처음 터졌을 때 유도진이 했던 얘기가 떠 올랐다.

 

 [내가 이 바닥 몇 년인데 인맥으로 확인했거든]

 

 미향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도진이 한 대답이었다. 모르긴 해도 그 조직원들로부터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자 진경이 갑자기 유도진이 괘씸해졌다.

 “유도진 이사는 제가 한 번 얘기해 볼게요. 제 말이라면 껌뻑 죽으니까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해보죠, 뭐.”

 이번엔 진경이 당차게 말했고 그런 진경을 일우는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도진경씨께서 그렇게 도와주시면 저희야 감사하죠. 유도진 이사 만나실 때 전화 한 번만 부탁 드립니다. 제가 전화상으로라도 좀 물어 볼 것도 있고 해서요.”

 진경의 얘기에 박본주가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조금은 거칠게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걷는 진경에게 사무실 직원들의 눈길이 쏠렸다. 또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라는 표정 일색이었다. 진경은 당찬 걸음으로 사무실을 가로질러 유도진의 방 문을 노크 없이 벌컥 열어 젖히고는 들어섰다.

 “아이쿠, 깜짝이야.”

 진경의 갑작스런 등장에 도진은 농담처럼 놀라는 시늉을 했다.

 “이사님, 솔직히 말해.”

 진경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도진에게 물었다.

 “뭘?”

 “우리 회사에 야쿠자 돈 들어와 있어?”

 느닷없는 진경의 질문에 도진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방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행히 문은 닫혀 있었다.

 “무슨 소리야?”

 도진이 시선을 진경에게 돌린 뒤 되물었다.

 “말 그대로야. 우리 회사가 야쿠자 돈으로 굴러 가는 거냐고.”

 진경의 질문을 받은 도진은 잠시 등을 의자 등받이에 대고는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목소리를 조용히 낮춰 말했다.

 “일단 목소리 좀 낮춰.”

 “맞는 모양이네. 이렇게 조심하는 거 보니.”

 “아니, 꼭 그렇다기 보다…흐음..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나.”

 도진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진경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이거 계약 해지 사유에 들어간다는 거 알지? 솔직히 얘기 안 해주면 나 딴 데 갈 거야.”

 진경이 계약 해지를 빌미로 으름장을 놓자 도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짓더니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얘기해줬다.

 “사실 그 노인데 자금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와 이 회사는 없었을 거야. 그리고 그 때는 그 노인네가 야쿠자인지도 몰랐고. 그게 내가 이 회사 사장이 아닌 상무이사인 이유기도 해. 공식적으로 사장은 그 노인네로 되어 있거든.”

 도진의 이야기를 다 들은 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네. 그래도 지금은 좀 아니지 않아?”

 “그렇긴 한데.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니까. 야쿠자가 배신에 대해 얼마나 잔인하게 복수하는지 알지? 게다가 우리 가수 애들 일본 활동 문제도 걸려 있고.”

 “완전히 양날의 검이군. 그래서 내가 해결책을 갖고 왔지.”

 “해결책? 그게 뭔데?”

 “잠시만 기다려 봐.”

 진경은 가방에서 전화기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반장님, 저 도진경이에요.”

 진경의 통화에 도진은 ‘반장님?’이라며 속으로 혼자 되물었다.

 “지금 유도진 이사랑 같이 있는데 아까 전화 달라고 하셔서요. 제가 바꿔 드릴게요.”

 진경은 전화기를 도진에게 넘겼고 도진은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전화기를 넘겨 받았다.

 “전화 바꿨습니다. 유도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강남 경찰서 강력반 박본주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걸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목소리만으로도 산전수전 다 겪은 남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강력반 반장님이 어쩌신 일로…”

 박본주는 도진의 질문에 야쿠자 노인네에 관한 이런 저런 질문을 했고 도진은 아는 대로 성실히 답변했다. 그렇게 통화는 마무리 됐고 도진은 전화기를 진경에게 넘겼다.

 “네가 말한 해결책이 이거야?”

 “경찰이 직접 나서준다는데 이만한 해결책이 또 어디 있어?”

 진경의 얘기에 도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웬 한숨이야?”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렇다. 너도 굳이 몰라도 되는 일을 알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데. 아무튼, 너 어디 가서 이 일에 대해 뻥끗도 하지마. 홍구나 진희한테도. 알았지?”

 “알았어. 이사님 비밀이야 또 내가 지켜줘야지. 그래도 잘 해결 되면 나 내 덕분인 거 알지?”

 진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진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왔고 그런 진경의 뒷모습을 보며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진경이 방에서 나오자 진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진경을 뒤따라가며 물었다.

 “무슨 일은. 아무 일도 없어.”

 진경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진희에게 말했다.

 “그래요? 그런데 갑자기 이사님 방은 왜…”

 “에헤이, 아무 일 아니라니까.”

 진경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자 진희는 본능적으로 물어 보는 걸 멈췄다. 경험상 진경의 목소리가 이렇게 변할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경은 순간 자신의 짜증 낸 것이 미안했는지 목소리를 바꿔 다정하게 진희에게 물었다.

 “나 다음 스케줄 언제야?”

 “글쎄요, 홍구 오빠가 알 텐데.”

 “그럼, 홍구 오빠한테 전화 좀 부탁 한다고 전해줘. 나 먼저 간다.”

 진경은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진희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내가 추리하건데.”

 간만에 모인 일우와 용일이 그리고 학주가 지완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고 지완이는 당당하게 빙긋 웃으며 말했다.

 “미향 누나는 일우 너를 좋아한다.”

 그러자 학주가 지완이의 뒤통수를 한 대치며 말했다.

 “그걸 추리라고 하냐? 지금 일우 얘기 듣고 나서 그렇게 생각 안 하는 사람 나와보라고 해라.”

 용일이는 지완이를 보며 쯧쯧하며 혀를 찼고 일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오랜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국에 있다 귀국한 것도 있고 지완이와 용일이의 공무원 시험 합격을 축하도 할 겸 모인 자리였다. 술이 몇 잔 돌자 일우는 미향과 있었던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친구들에게 얘기한 것이다.

 

 

 박본주와 진경이 사무실을 떠나자 미향은 일우에게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 예상하지 못한 큰 도움을 줬으니 저녁이라도 대접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실 정신적으로 위로를 받으려고 보고 싶어했는데 이렇게까지 도움이 될진 몰랐네.”

 전체적으로 하얀 색으로 인테리어를 꾸민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미향이 와인 잔을 빙글 돌리며 말했다. 벽의 색깔도 테이블 보의 색깔도 모두 하얀색이다. 벽의 곳곳에 걸려 있는 액자만 원목의 색을 발하고 있었다.

 “정신적 위로라니요?”

 미향의 맞은 편에 앉은 일우가 물었다.

 “무섭고 힘들었거든.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었어.”

 미향은 진경에게 했던 얘기를 그대로 일우에게 해주며 “지금 함께 있어줘서 너무 고마워”라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별말씀을요. 그냥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건데요. 그나저나 이번 부탁 들어 드렸으니까 서로 퉁 치는 거죠?”

 “퉁?”

 “왜 지난 번에 뭐가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부탁 들어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이번에 귀국하라고 하면서 그 얘기 하셨었고. 그러니까 퉁 친 거죠.”

 “계약이 끝났다는 건가?”

 미향이 알 수 없는 웃음을 띄며 물었다.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너무 삭막한 것 같고. 그냥 뭐 퉁 쳤다, 이 정도 표현이 좋은 듯 한데요?”

 그렇게 말하는 일우를 보며 미향은 심장이 점점 빨리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꼭 하고 싶었던 얘기를 오늘 해야만 했다. 반드시 오늘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지만 가급적 빨리 하는 게 좋다고 늘 머리 속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진경이 보다 일우를 먼저 가질 수 있으니까. 빙글빙글 돌리던 와인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미향은 결심한 듯 잔을 내려 놓고는 일우에게 말했다.

 “그렇지. 퉁 친 거지. 그래서 말인데 이번엔 부탁이 아닌 제안을 할까 하는데.”

 “무슨 제안이요?”

 일우가 심드렁하게 무표정으로 물었다. 미향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한 번 삼키고는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우리, 연애 하자.”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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