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씨크릿서비스-밀사
작가 : 사오정
작품등록일 : 2019.10.2

전생의 기억을 끌고 세상에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몸에는 푸른 점이 새겨져 있다. 국가비밀탐사기관에서 푸른점의 표식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을 찾아 낸다. 그들은 씨크릿서비스( 일명 2s) 팀을 꾸리고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대한제국시절 황제의 밀사들을 소환해낸다. 전생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보물을 찾으러가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파노라마를 그린다.

 
한교
작성일 : 19-10-27 16:35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539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운종가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일본말과 조선말이 뒤섞여 아우성치는 소리, 억울한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사생결단이다.

  -이런 법이 어디 있소! 이 개자식아!

  조선인 통역관은 개자식이라는 말은 전달하지 않는다.

  -당신이 여기에 직접 손으로 도장을 찍지 않았는가. 약속을 했단 말이야, 약속을. 조선인은 약속의 무거움을 모르는 미개인이구나!

  -도장, 찍었지. 헌데 그때 거기에 그런 얘기는 없었다, 이놈아! 매달 말일 쌀을 두 섬씩 갚기로 한 거 아니오! 그래서 꼬박꼬박 갖다 주지 않았소!

  -두 섬? 그래 두 섬뿐이지. 그건 빌린 돈에 대한 이자일 뿐이오. 원금은 아직 한 번도 내지 않았잖아!

  -이자? 원금? 언제 그런 말을 했냐, 이 썩어문드러질 도둑놈아!

  -도둑놈이라고! 이 새끼가 누구더러 도둑놈이래! 돈만 빌려주면 뭐든 한다고 사정사정 할 때는 언제고 돈 받고나니까 생각이 바뀐 것이냐! 내 이래서 조선 놈들하고는 돈 거래를 안 하려고 했는데 사정이 하도 딱한 것 같아 은혜를 베풀었더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여기 봐라, 여기! 네 손가락으로 꾹 찍은 거. 이놈이 글을 모르는 무식쟁이라 여기 적힌 이게 안보이는구만!

  일본 고리업자가 자신을 따라온 두 명의 사내들에게 고개짓을 하며 신호를 보내자 곧이어 포목점 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밖으로 내던지기 시작했다. 초록색 푸른색 옥색 다홍색으로 물결을 이루며 길바닥에 부려지는 처연한 색들의 향연. 포목점 주인 사내는 멍한 눈으로 제 물건이 쏟아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불쑥 자리를 털고 일어나 포효했다.

  -쳐 죽일 놈들아! 이곳은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 내려온 곳이다. 어디 감히 손을 데고 지랄들이냐! 안된다, 안돼! 안된다!

  -그렇게 소중한 곳이면 제대로 지켰어야지. 잃어버린 건 당신이다.

  일본인 고리업자는 입꼬리를 유들유들하게 올리며 조선인 사내의 멱살을 쥐어튼다. 이 모습을 아까부터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사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한교다. 점포의 물건을 실어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의 눈동자에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부여잡은 포목점 주인 사내의 모습이 박히고 눈의 실핏줄이 발갛게 일어선다.

 

  그날 밤, 개 짖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깊은 밤이다. 검은 복면을 쓴 사내 셋이 길을 걷는다. 걸음을 멈추고 어느 집 담벼락에 바짝 몸을 기대고 서서 한 남자가 몸을 엎드리자 다른 사내가 엎드린 남자의 몸을 밟고 담을 기어오른다. 또 다른 한 남자가 그의 뒤를 따라 담을 넘는다. 몸을 엎드린 남자는 일어서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담 안으로 들어간 두 남자가 가볍고 빠르게 안채로 향하는 계단으로 튀어 오른다. 가야할 곳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자들의 움직임이다. 일본식으로 지은 집의 좁은 복도를 지나 어느 방 문 앞에 서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로 눈을 맞추며 신호를 한다. 하나, 둘, 셋 속으로 수를 센 다음 스르르 문을 연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바람을 가른다.

  방 안에 발을 들여놓은 두 사내는 손에 단도를 쥐고 침상에 누운 사내를 노려보고 있다. 오늘 낮에 조선인 포목점 남자의 가게를 빼앗은 일본 고리업자다. 잠든 사내의 곁에는 여인이 누워있다. 어둠 속에서 잠든 이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한 사내가 잠은 사내의 목에 단도를 갖다 댄다. 목에 닿은 차가운 쇠의 느낌을 알아차린 걸까. 잠든 사내가 눈을 뜨고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부릅뜬다. 그는 억 소리도 내지 못한다. 이미 침입자가 우악스럽게 입을 틀어막은 탓이다. 누구냐, 하고 묻는 소리를 알아차릴 수는 있다. 잠들어 있던 여자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다 제 목을 향하는 칼을 느끼고는 찍 소리 못하고 두려워 떤다.

  -돈을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준다.

  침입자는 일본 말로 위협을 가한다.

  -내놓아라.

  -누구냐.

  일본인 사내의 목소리가 흐리게 새어 나온다.

  -누구냐 물으면 누구라고 답을 할 듯 싶으냐. 소리치면 너는 오늘 죽는다.

  -저기 있다, 저기.

  고리업자가 손으로 가리키는 장롱의 서랍을 한 사내가 뒤지고 있다. 돈은 보이지 않는다.

  -없는데.

  일본인의 목에 칼을 대고 있던 남자가 찌를 듯이 칼에 힘을 준다.

  -밑에, 바...닥, 바...닥...에......

  장롱 밑에 손을 넣어 바닥을 훑는데 무언가가 만져진다. 천천히 장롱을 옆으로 밀자 방바닥에 뚫린 구멍이 나타난다.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당기자 뚜껑처럼 열리는 상자, 그 안에 돈 꾸러미가 있다. 돈을 집어 들고 품에 넣는다.

  -다 가져가는 거냐?

  -이것은 네 돈이 아니다. 조선 사람한테 빼앗아간 것이니 응당 조선 사람의 것이다.

  돈을 챙긴 남자가 일본 사내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과 발을 묶은 다음 여자에게도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데 여자가 흐느끼며 애원한다.

  -살려 주세요......

  조선 여자다.

  -입을 다무시오.

  일본인 고리업자와 조선 여자는 나란히 묶여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어둠이 서서히 옅어지는 이유로 포박당한 그들의 얼굴이 조금씩 비쳐지고 있다. 일본 사내의 목에 칼을 댄 남자가 순식간에 손을 움직여 일본 사내의 발등에 단도를 찌른다. 재갈을 물려서 악, 하는 비명 소리가 힘없이 튀어나온다.

  -악, 죽..이지.. 않는다...고 ... 했..잖아......

  뭐, 이런 소리를 하고 있다.

  -죽이지 않는다고 했지 찌르지 않는다고는 안했다. 다음에 올 때는, 그때는 죽일거야.

  들어왔던 것처럼 방문을 스르르 열고 좁은 마루를 지나 담을 넘는 동안 재갈을 물린 일본 사내는 그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몸을 구르고 발버둥치고 악을 쓴다. 모두가 잠든 그 시각 메아리처럼 되돌아올 뿐인 안타까운 비명만이 그들의 밤을 찢고 부수었다. 일본 사내는 옆에 앉은 조선 여자를 향해 눈을 부라린다. 조선 것들은 그 누구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하는 양. 발등의 피가 흘러 하얀 이불을 적셨다. 피가 흘러넘쳐 아침이 되면 어쩌면 이미 그는 죽은 목숨일 수도 있으니 그건 하늘에 맡길 일이다.

  담 바깥에서 기다리던 남자와 합류를 한 사내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한다. 일이 어찌 되었는지 등등을 확인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다. 그들이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그들의 집합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설령 칼에 맞았다 해도 말하지 않아야 한다. 정체를 숨기는 것, 위장, 가면, 뭐 이런 것들과 한통속이 된지 오래다. 한 남자가 길에 서서 걸어오는 세 사내를 바라보고 있다. 서로의 눈을 마주한다. 눈으로 말한다. 오늘 거사는 성공이라고. 서 있는 사내에게 복면과 돈 꾸러미를 건네자 남자는 보자기에 그것을 구겨 넣고는 다른 방향으로 걷는다.

  기생집 담을 넘는 일쯤은 그들에겐 일도 아니었다. 담은 그들에겐 담이라기보다는 디딤돌 같은 것이다. 날 듯이 뛰어 방안으로 들어온 세 사내는 어지럽게 차려진 술 상 앞에 다시 앉는다. 한 사내가 혼자서 그 방을 지키고 있었다. 축시가(밤1시에서 3시 사이) 지나가고 있다. 갑자기 목을 높이는 사내들.

  -자, 한 잔 더 털어 넣자고. 일어나라고, 일어나!

  일어나야 할 사람은 없다. 다만 부러 그리 말하는 것이다. 오늘 대낮부터 기생집에 앉아서 기생을 옆에 앉히고 술을 마셨다. 진탕 마시는 척을 하였고 술상에 고꾸라져 자는 척을 하였다. 함께 앉아 있던 기생들이 방을 나가며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참 모질란 사내들 같으니.

  그래, 그들이 듣고자 하는 말이다. 더 모자른 사내가 되고자 할 따름이다. 자시 즈음 자리에서 일어난 세 남자는 거사를 위해 기생집 담을 넘었고 한 남자는 술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누가 들어온 사람은 없나?

  -우리는 돈이 되는 손님이 아니라 그런지 들여다보는 인간들이 하나도 없대. 아주머니가 한 분 와서 술상을 치울까요, 물어보기는 하더군. 그나저나 잘 되었나? 잘 되었겠지?

  -당연한 것 아니겠어, 이 정도 쯤이야.

  어깨를 봉긋 들어 올리며 너스레를 떠는 남자, 한교다. 한 때 운종가 거리에 힘 쌔고 주먹질 잘하기로 소문이 나다가 만. 제 힘과 주먹이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할지 깨달아버린. 언제나 웃으며 농담을 잘 하고 씩씩하고 건장한 이십 대 청년 정 한교. 그의 주름 없이 낭랑한 목청 속에 일렁이는 회색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이는 없다. 제 안에 웅크린 어둠의 베이스는 늑골 안쪽에 고이 밀어 넣어버렸다.

  -그나저나 그 집에서 돈 되는 게 더 보이던걸.

  한교가 말한다. 그는 일본 고리업자의 집에서 가져온 돈 꾸러미 말고도 무언가가 더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그냥 돌아섰었다.

  -뭔데?

  -적어도 우리가 가져온 거에 열 배 이상의 돈이 있을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나머지 세 사내가 한교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한교가 알아차린 것이라 잔뜩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이런 일을 계속 하다 보니 이력이 붙어서 그런가, 그냥 느낌이 그러네.

  -에이끼, 정신 나간 놈. 난 또 뭐라고.

  -자, 이제 진짜 거하게 술을 마셔보자고.

  그날 동이 트기 전까지 술을 마시고 진짜 고주망태가 되어 기생집에 널브러진 네 남자들. 해가 중천에 뜨도록 코를 골며 잠든 그들의 이마 위로 햇살이 쏟아진다.

 

  그날 밤 세 남자에게 돈 꾸러미를 전달 받은 남자는 그 길로 곧장 낮에 일본인 고리업자로부터 점포를 빼앗긴 조선인 남자의 집으로 복면을 하고 들어갔다. 남자의 집 담은 너무 낮아서 담을 넘었다,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방문을 두들겨 본다. 답이 없다. 퉁퉁퉁, 조금 거칠게 두들긴다. 그러자 안에서 사내의 심란한 목소리가 들린다. 사내의 안사람도 잠을 깼는지 부석거린다.

  -뭔 일이래요?

  -누구시오? 이 야밤에.

  -아주 중요한 일로 찾아온 사람이오, 문을 열어주시오.

  문이 열리고 밖을 향해 얼굴을 내미는 부부는 복면을 한 사내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난다.

  -당... 당...신 뭐요?

  -운종가 치함포 주인되시나요?

  -그래, 그렇소, 그런데 당신은 누구요?

  -오늘 낮에 점포를 빼앗기셨죠?

  -속에 천불이 나서 쓰러지는 사람, 지금 오장을 쑤시오! 누구냐니까?

  두려움과 신경질이 잔뜩 섞인 목소리다. 그의 안사람은 종일 눈물을 흘렸는지 목이 쉬어 갈라져 있다.

  -누군데... 남의 집에 와서 이러는 거요!

  남자는 돈 꾸러미가 든 보따리를 방 안으로 툭 던진다. 포목점 부부는 놀라서 뒤로 자빠진다.

  -이게 뭐요?

  -오늘 일본놈한테 당한 거요. 그거면 충분하고도 남을 겁니다.

  남자가 던진 보따리를 열어 펼쳐보는 부부는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손을 바르르 떤다.

  -오늘 일은 누구한테도 발설하지 마시오. 그 돈 다시 뺏기고 싶지 않으시면.

  휙 돌아서 날 듯이 담을 넘어가는 사내를 부부는 오래도록 쳐다본다. 그리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절을 한다.

  -아이고 맙소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째, 어째.

  -여보, 이게 꿈은 아니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1 독 2 2020 / 1 / 7 227 0 6006   
10 독 1 2020 / 1 / 1 221 0 5803   
9 도적 2019 / 10 / 30 226 0 5644   
8 한교 2019 / 10 / 27 234 0 5394   
7 달포 2019 / 10 / 21 222 0 4563   
6 처형 2019 / 10 / 19 239 0 4723   
5 혼백 2019 / 10 / 15 221 0 7080   
4 스카우팅 2019 / 10 / 7 227 0 5047   
3 헌팅-2 2019 / 10 / 4 246 0 5093   
2 헌팅 1 2019 / 10 / 3 232 0 5436   
1 푸른점의 아이-그 사람 2019 / 10 / 2 412 0 568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