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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천무행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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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무협소설이다. 무협소설은 결국 초인에 관한 이야기로서 그 초인이 무엇인지 따져보려 한다. 물론 역사와 운명의 굴레 바퀴를 피할 수 있는 초인은 절대 없다.
천륜과 인륜이 교차하는 강호 천하의 모든 은원이 어떤 식으로 생기고 해소되는지 정교하게 엮어보았다. 대의를 위해 자식을 없애야 하는 아버지, 또 다른 대의를 위해 그 부친을 넘어서야 하는 아들. 나름의 대의를 위해 그 둘 사이를 이용하고 이간하는 절세의 협객.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야 하는 가인. 정의가 무엇인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9. 예(禮)라는 것이 운명을 여는 것이니
작성일 : 19-10-27 16:15     조회 : 361     추천 : 1     분량 : 4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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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예(禮)라는 것이 운명을 여는 것이니

 

 

 “오냐. 수고가 많았구나. 모두 틀림이 없이 금자 백 냥과 그 전표 이천 사백 냥이 맞구나.”

 

 그날 늦은 오후. 선우용이 금혼전장의 내실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금자와 전표들을 수습하며 중얼거렸다. 냉흔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탁 위의 식어버린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대관절 고인의 정체는 뉘신지...?”

 “알 것 없다고 해도 그러느냐? 내가 나지 또 누구겠느냐?”

 “자, 그럼 이제 셈이 끝났으니 이 냉모는 두 번 다시 고인을 뵙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두 번 다시 보지는 말자꾸나. 좋은 인연은 아니었으니. 다만 내 너에게 한 가지 시킬 일이 더 있고 몇 가지 가르침이 있으니 귀를 씻고 들어야 할게다.”

 “시키실 일이라니... 셈이 끝난 게 아니었단 말씀이십니까?”

 “어허, 이 녀석 봐라. 나와는 일은 마무리 되었다마는 네가 상처를 입힌 젊은이는 대체 어떻게 하려느냐? 설마 이대로 넘어갈 생각을 한 것이냐?”

 

 냉흔은 그제서야 그가 일 도의 상처를 입힌 청성의 속가제자가 떠올랐다. 선우용은 그에 대해서, 그리고 그 가르침이라는 것에 대해서 잠시 더 떠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너에게 내린 가르침은 그야말로 금자 수천 냥으로도 살 수 없는 가르침이니 너는 오늘 크게 이익을 봤다 할 수 있느니라. 부디 그대로 익히고 따르면 네 녀석 언젠가 죽을 때 나를 떠올리며 크게 절이라도 하고 싶어질 게다. 나는 이제 어디 객잔에라도 들러서 술이나 한 잔 하고 돌아갈 테니 너는 곧 내가 시킨 것을 그대로 이행토록 해라.”

 

 선우용이 금혼전장을 떠나자 냉흔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잠시 생각에 빠졌다. 선우용이 가르침이라고 떠든 말들이 그의 뇌리 속을 빙빙 돌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연화장으로 걸어가고 있는 금혼마도 냉흔은 지금까지도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를 이렇게까지 핍박할 수 있는 고수가 당금 강호에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않았다.

 당금 강호에는 삼은(三隱) 사기(四奇) 오신(五神) 육선(六仙) 칠왕(七王) 팔괴(八怪)라는 말이 있었다, 현 무림의 최강자라 일컬어지는 서른 세 명이었다.

 세상에서 모습을 숨긴 지 너무나 오래 되서 이제는 전설 상의 이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세 사람의 절대적인 초절정 고수가 있었고 또한 강호의 일에 구애받지 않고 떠도는 네 명의 고수들 역시 그에 버금간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들 일곱 명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존재였고 나머지 스물 여덞 명이 사실상 현 무림 최고의 고수들이었다.

 금혼마도 냉흔은 물론 이들에게는 훨씬 손색이 있는 자였지만 나름대로 사천 땅에서는 그 적수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가 오늘 만난 자는 아예 그의 상상 밖에 존재하는 고수였다. 하늘 밖에 하늘이 또 있다는 것을 새기고 또 되새기는 하루였다.

 냉흔의 머리 위에 시퍼렇게 떠 있던 칼날은 의심의 의지 없이 심검(心劍)이었다. 검공의 끝이었고 무공의 끝이라 일컬어지는 지고한 경지. 펼치기는 고사하고 구경을 해 본 자도 없으니 전설 속의 절대지경이었다. 하지만 냉흔은 확신했다. 오늘 그는 바로 그 심검을 겪은 것이다.

 그는 처음엔 육선 중 일인인 뇌음금선(雷音琴仙) 성만조(成蔓操)가 반로환동의 경지에 이르려 나타난 것은 아닌가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금방 접었다. 칠현금을 쓰는 음공의 고수인 뇌음금선이 심검을 펼칠 수 있을 리 없었다.

 

 냉흔이 연화루의 대문을 별다른 기별도 없이 들어서자 문지기들부터 놀라 긴장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내 일전에 실수한 바 있어서 사죄를 하기 위해 찾아 왔네. 나를 그날 다친 무사에게 안내해 주시게.”

 

 문지기는 그 말에 놀랐지만 내색을 지우고 그를 이소창이 누워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냉흔은 누워있는 이소창에게 따로 준비한 예물을 전하고 사과의 말을 꺼냈다.

 

 “이 냉모가 일전에는 참으로 미안하게 되었네. 술이 과했던지 시정의 잡배들이나 할 짓을 했지 뭔가. 부디 정양하시고 얼른 쾌차하시게. 그리고 내 약소하게나마 몸을 보하는 약재 조금과 은자 백 냥을 가져왔으니 부디 받아 주시게.”

 물론 선우용이 시킨 것을 그대로 행하는 것이었지만 나름대로 잘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청성파는 그로서도 절대 방심할 수 없는 명문 정파였다.

 

 이소창은 누운 채 어안이 벙벙하여 냉흔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이 소식을 들은 청화검 사청기가 왠 노도사를 안내하여 방에 들어섰다.

 

 사청기의 뒤를 따라 들어 온 노인은 키가 지독히도 작아서 오 척은 고사하고 겨우 사 척 반이나 겨우 될 듯 싶었고 누더기에 가까운 도복과 다 떨어진 불진을 들고 있었다. 허리에는 수수하기 이를 데 없는 검을 하나 차고 있었고 하얗게 물든 수염은 정말 염소 같은데다 거칠게 쪽을 져 올린 백발엔 먼지 범벅의 도관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비록 행색은 초라하고 인상은 생쥐 같았지만 안색은 자못 붉어 장엄한 기운마저 어려 있었다.

 사청기가 그 노인을 대함에 있어서 극진함을 다하는 지라 냉흔은 그가 청성파의 배분 높은 어른임을 쉽게 알 수 있었고 노인의 신색을 살핀 다음엔 순식간에 염두를 굴려 상대의 정체를 유추해 냈다. 그리고 곧바로 포권을 들어 예를 갖춰 인사를 올렸다.

 

 “무림말학 냉모가 오늘 크게 복을 받아 강호에 이름 높으신 팔괴 중 한 분이신 절로검객 일선자 노선배님을 삼가 뵙습니다.”

 

 그의 인사를 들은 노도사는 입을 크게 벌려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흘흘... 내 일찍이 너의 나쁜 이름을 여러 차례 듣고 언젠가 가르침을 줘야겠다고 생각한 바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보니 그런 소문이 다 맞는 건 아니었구나. 자못 사람을 알아보고 가리며 이렇게 예의를 차릴 줄 아는 걸 보니 내가 자네에게 가르침을 따로 내릴 필요가 없겠구나. 참으로 좋은 일이로다. 무량수불. 허허...”

 

 절로검객(切露劍客) 일선자(一禪子)는 팔괴(八怪)의 일인이자 청성파의 전대 고수로서 현 청성파 장문인과 장로들의 사숙배분이었고 오신(五神) 중 한 명인 아미파의 금정신니(金頂神尼) 청명(淸明)과 칠왕(七王) 중 한 명인 사천당문의 만천독왕(滿天毒王) 당포(唐布)와 더불어 여기 사천 강호의 절정 고수 세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냉흔으로서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절로검객 일선자를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미 청성의 모든 대소사에 손을 끊고 정처 없이 강호를 유랑하며 갖가지 기사(奇事)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성도에 들어와 있으리라고는 말이다.

 

 “송구합니다. 일찍이 노선배님을 뵙고 인사를 올렸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인사 올리는 불민한 후배를 어여삐 여겨 주십시오. 일전에 이 몸이 잠시 술에 취해 청성의 후배를 다치게 하여 오늘에야 그 사죄를 하러 왔습니다.”

 “옳거니 옳거니.. 무릇 장부가 음주하고 호색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겠지. 다만 실수를 하고 이렇게 그 뒷감당에 예를 갖춘다면 그 또한 장부의 면모 아니겠는가. 내 나쁜 소식을 듣고는 자네에게 크게 가르침을 내리겠다고 여기 당도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져서 참으로 기쁘구먼. 부디 이 좁은 사천 땅에서 청성과의 화기를 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네.”

 

 원래 거칠고 폭급하고 무례했던 냉흔이 이렇게까지 예의를 극진히 갖추는 것은 상대가 비록 절로검객 일선자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까 선우용의 가르침이 마음에 그대로 남아 그의 언행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선우용의 아까 가르침은 의외롭게도 유가의 가르침이었고 별것도 아니었다. 그저 세상은 넓고 하늘은 높고 도(道)라는 것이 인세를 가늠하고 예(禮)라는 것이 운명을 여는 것이니 앞으로 폭급한 행동을 멀리하고 사람을 대할 때 예를 다하라는 말이었다. 그리하면 닥쳐올 흉사를 미리 방지하고 남은 여생을 무탈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가르침.

 그때 들을 때는 무슨 앞뒤 안 맞는 훈장질이냐는 반발심이 있었지만 당장 그의 가르침은 그 진가를 발휘해서 냉흔의 운명을 벌써 크게 바꾸고 있었다. 만약 선우용이 시키는 대로 행하지 않고 원래대로의 그 성정대로 처신하고 있었다면 지금쯤 금혼전장에서 일선자의 방문을 받았을 것이고 그 결과는 흉험했을 것이다. 앞뒤 없이 일선자와 칼날을 나눴을 것이고 그로서는 절대 일선자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 온몸에 피를 적신 채 차가운 땅에 그 몸을 눕히고 생을 마무리하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잠시 후 냉흔은 이소창의 상처를 더 살피고 사청기에게도 사과를 한 후 일선자에게 이별을 고하고는 연화루를 떠났다. 연화루를 나서는 그의 귓가로 조용히 칠현금의 다정한 가락이 들려왔다. 여삼락(如三樂)이라는 곡이었다.

 어느 새 선우용은 연화루에 돌아와 금음으로서 냉흔에게 잘 가고 잘 살라는 인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냉흔, 그에게는 참으로 길고도 긴, 그리고 참으로 이상했던 하루였다. 하지만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은 뜻밖에도 가벼웠고 안색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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