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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정오마을 살인사건
작가 : 다시봄
작품등록일 : 2019.8.27

25년 전 한 사건으로 인해 여자아이, 연이가 죽었다. 그 후, 마을사람들은 쉬쉬 거리며 모든 것을 없던 일처럼 여겼다. 그리고 25년 후, 마을에 새로운 손님. 그의 정체는 신부이다. 그가 나타난 후, 살인이 시작된다. 범인은 그 신부인가? 왜 연이는 25년 전에 죽었을까?

 
18. 사라진 시체-6
작성일 : 19-10-27 13:17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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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사라진 시체-6

 

 

 이씨부인은 노진식에게 노골적으로 다정하게 대했다. 이씨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오빠...?’

 ‘웃기고 자빠져 부렀네.’

 ‘쌍으로 지랄허네.’

 

 

 이씨는 속으로 뇌까렸다. 노진식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차올랐다. 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이씨부인은 연신 수줍게 미소를 볼에 찍어 발랐다. 그때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달싹거렸다.

 

 

 

 4

 

 

 

 바에는 노일남이 혼자 앉아 있었다. 위스키 잔에 얼음이 서너알 있었다.

 

 얼음이 좀 녹았는지 서로 미끄러지며 유리잔과 부딪쳐 잘그랑, 소리를 냈다. 잔 옆으로 그의 외제차 키가 보란 듯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크으”

 

 

 소리만 요란했다.

 정작 그가 마신 위스키 양은 입술만 축일 정도였다. 위스키 1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째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서비스로 받은 땅콩 몇 개를 입 속에 던져 넣고 오독오독 씹었다.

 

 

 “아. 젠장알. 돈 아까워. 가는 게 아니었어. 빌어먹을... 정오마을 관련된 것들은 아예 쳐다도 보지 말았어야 했어. 하필... 호기심만 많아가지고.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내가 죽였어? 철수 지가 설치다가 그런 건데? 왜 나한테 한풀이야... 한풀이는... 그리고 그 당시에 철수가 죽기를 했어? 뭘 했어? 그냥 병신 좀 된 거 가지고는. 평생을 우려먹어. 지겨워. 이 정도 사골국물이면 썩어났겠네.”

 

 

 노일남은 마치 옆에 누가 앉아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볼은 불만이 가득 담긴 숨으로 팽팽했다. 그는 위스키 잔을 들어 또 홀짝였다.

 

 

 “크아“

 

 

 또 소리만 요란했다.

 잔 안의 위스키 양은 거의 줄지 않았다.

 

 

 “이철수, 개새끼. 겨우 살아남았으면 꾸역꾸역 살 것이지... 왜 죽고 지랄이야. 지랄은.”

 

 

 이번엔 힘 조절이 안 되었는지 위스키를 입가에 흘렸다.

 

 

 “아, 아깝게시리... 이게 얼마 짜린데.”

 

 

 노일남은 위스키를 스읍, 하며 빨아 먹었다. 그는 다시 위스키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입술을 축였다.

 

 

 “역시 비싼 건 달라. 키키키”

 

 

 격이 다른 향기가 입가를 타고 노일남의 코를 자극했다. 바텐더는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등을 돌렸다.

 

 노일남의 꼬락서니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노일남의 흐릿한 시선은 바텐더의 머리를 묶은 고무줄로 향했다. 노일남은 옛 생각이 났는지 마음이 두둥실 떠오는 것 같았다.

 

 

 ※※※※※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흐릿한 시선이 점점 초점을 맞추면 지금과 다른 모습의 방직학교이다. 어린 아이들은 늘 운동장에 모여 놀았다.

 

 10살의 박복순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얼굴에는 장난기가 다분했고 볼이 발그레했다.

 

 백연이는 공주님처럼 새하얀 피부에 머리가 길었다. 입술은 조막만한 게 앵두 같았다.

 

 이들보다 좀 더 어린 이보순은 비싸 보이는 원피스를 입었다. 단발머리에는 예쁜 리본을 매었다. 세 명의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놀이에 한창 빠져있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고운 노래 한 마디”

 “들려 달라고”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여자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고무줄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단연 연이 발재간이 가장 뛰어났다. 고무줄을 뛰어 넘는 솜씨가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었다.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을 방해할 기회를 엿보았다. 딱 봐도 고무줄을 끊으려는 모습이었다.

 

 결국 기회가 왔다 싶었을 때 남자 아이들은 우르르 뛰어가 고무줄을 끊고 도망쳤다.

 

 

 “도망쳐. 도망쳐. 따라온다. 지지배들이 따라온다.”

 

 

 남자 아이들은 원숭이 흉내도 내고 혀를 길게 빼어 매롱 거렸다. 여자 아이들은 약이 바짝 올랐다.

 

 

 “야. 잡아. 잡히면 저것들 가만 안 둬.”

 

 

 박복순이 입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을 바짝 뒤쫓았다. 노일남은 한쪽에 숨었다. 연이가 지나가자 뛰쳐나와 연이의 치마를 들치며 놀려대었다.

 

 

 “아이스께기. 엇. 노란 팬티다. 백연이 팬티는 노란 팬티래요. 백연이 팬티는 노란 팬티래요.”

 “야. 너 일남이. 죽었어.”

 

 

 연이는 소리를 빽 질렀다. 도망치는 노일남을 뒤쫓기에는 연이의 달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노일남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노일남은 뒷걸음질 치며 쫓아오는 연이를 향해 연신 매롱 거렸다.

 

 

 “노란 팬티. 이연이 팬티는 노란팬티. 잡아봐라. 잡아봐라. 매롱”

 

 

 노일남은 연이를 놀리는 맛에 푹 빠졌다. 그러느라 철수가 건 발을 미처 보지 못했다. 몇 발짝 뒤로 콩콩 뛰더니 노일남은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아... 야. 이철수? 뭐야?”

 

 

 노일남은 벌떡 일어나 철수의 멱살을 잡았다.

 

 

 “사과해. 연이한테 사과해. 얼른.”

 “이 새끼가.”

 

 

 철수도 노일남의 멱살을 잡고 으르렁거렸다. 노일남과 철수는 서로 치고 받고 싸웠다. 한차례 싸움이 잦아들면 아이들은 운동장 구석에 있던 느티나무 아래 벤치로 모였다.

 

 거기에는 맛난 간식이 기다렸다. 간식을 싸 오는 것은 박복순과 이보순의 몫이었다. 박복순은 과일이 담겨진 통을 꺼내 철수 앞에 내밀었다.

 

 

 “먹어.”

 

 

 박복순의 감정은 투박하게 올라왔다. 그럴 때면 박복순의 가슴속에 붉은 기운이 퍼지면서 볼을 붉게 적셨다.

 

 

 “고마워.”

 

 

 철수의 대답은 상투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복순은 속으로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되새겼다. 긴장했던 붉은 뺨을 풀고 싱글싱글 웃었다.

 

 

 “연이야. 이거 먹어.”

 

 

 연이를 향한 철수의 말투에는 애정이 흘렀다. 박복순을 향한 투와는 사뭇 달랐다. 연이 또한 철수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철수야. 너도 먹어”

 

 

 박복순의 붉은 볼은 금세 창백해졌다. 행복도 잠시였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싱글거렸던 박복순의 입은 잔뜩 힘이 들어가 삐뚤어졌다.

 

 매번 기대하지만 매번 실망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결말이었다. 박복순은 철수와 연이가 서로 행복하게 바라보는 미소를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 이야기에서 이것이 박복순의 역할이었다.

 

 

 ※※※※※

 

 

 “캬. 미친 년. 또 왜 옛날 생각은 떠올려가지고는. 그때는 참 좋았지. 우린 서로 참 어렸고 순수했고... 그리고 아무 걱정이 없었는데...”

 

 

 박복순은 소주 한 잔을 또 들이켰다. 아무리 소주를 마셔도 낮에 노진식을 만난 영상은 점점 더 선명해지기만 했다.

 

 노진식이 이씨 집으로 정신없이 가던 길이었다. 그는 쓸데없이 철수 죽은 얘기를 해서는 박복순의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복순아?’

 ‘응?’

 ‘철수 죽었다는디? 일남이에게 연락 왔었다.’

 

 

 노진식은 무미건조한 톤으로 할 말만 하고는 쌩하고 가버렸다. 노진식으로부터 받은 말은 백지장이었다.

 

 그 하얀 말 위에 오롯이 박복순의 감정만으로 채워 넣어야 했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했지만 그녀는 완벽하게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뭐 이제 와서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박복순은 애먼 양파와 양파껍질을 모아다 쓰레기통에 다 쳐 박았다.

 

 수런거리는 마음은 아직까지도 진정되지 않았다. 그 후에 소주병을 얼마나 마셨는지 세어보지도 않았다.

 

 

 ‘진짜 철수가 죽었다.’

 ‘정말 죽었다.’

 ‘나의 첫사랑.’

 

 

 박복순의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방울이 볼을 타고 내려왔다. 그것은 턱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렸다. 그것도 잠시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지더니 사라졌다.

 

 

 “인생 참 더럽다. 후. 불쌍한 년놈들은 왜 끝까지 불쌍한 거냐고...”

 

 

 박복순은 옆에 있는 김치를 하나 주욱 찢어 입 속에 넣었다.

 

 

 ‘쩝’

 ‘쩝’

 

 

 

 5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충실히 빛을 냈다. 서울과 근거리이지만 시골은 시골인 모양이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던 별들이 이리도 많았다. 양이삭은 이상하게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참 길었다.’

 ‘생각해보니’

 ‘이제 겨우 이틀이 지나가고 있다.’

 

 

 양이삭은 헛웃음이 나왔다.

 정오마을,

 이곳에 오고 나서 하루 만에 시간과 공간의 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양이삭은 끝을 알 수 없는 블랙홀 입구에 서서 빨려 들어갈 대기 순서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정오마을,

 이곳은 생각보다 더 지독하게 어두웠다.

 

 이 암흑은 어설픈 빛으로는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양이삭은 아직 물기가 묻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나마 그에게 이 방이 안식처였다.

 

 그의 생각과 마음은 무거웠다. 그는 수건을 대충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그가 책상 앞에 다가왔을 때였다. 그의 시선이 꽂힌 곳은 책상 위였다.

 

 

 ‘응?’

 ‘다르다.’

 

 

 뭔가 바뀌었다.

 

 그가 나갈 때와 뭔가 달라졌다. 양이삭의 눈에 뭔가 부자연스럽고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딱히 그것이 무엇인지 꼬집어내지 못하고 있던 찰나 그 정체가 퍼뜩 튀어나왔다. 그의 눈에 책 한권이 들어왔다. 그것은 낮에 박복순이 보던 바로 그 책이었다.

 

 

 “혹시?”

 

 

 그는 의자에 풀썩 쓰러졌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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