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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전생에서 만난 그대
작가 : 판도라
작품등록일 : 2019.10.4

“뭐...뭐라구요? 돌아갈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구요?"

뜻밖의 사고로 400여년전의 명나라로 타임워프를 한 임서은, 그런 그녀에게 염라대왕은 한가지 제의를 하게 되는데...

알고보니 이 모든것은 그녀의 전생이 저지른 일, 전생이 저지른 일은 후생이 수습해야 하는게 명부의 원칙이라고?

더이상의 망설임은 없다! 요동으로 갈것이다. 이여백, 누르하치, 이성량, 만력황제...기다려. 명나라 요동의 역사는 내가 고쳐쓸터이니!

담대하고 지혜로운 그녀의 좌충우돌 요동 정벌기,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그녀와 그의 사랑과 갈등도 지금 시작되는데....

 
궁변
작성일 : 19-10-27 04:41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1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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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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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영화전의 감금생활은 서은이 생각하던 것처럼 고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회임중의 그녀를 배려한 이태후의 색다른 관심이라고 생각될 지경이었다. 령이와 같이 감금된 서은으로서는 영화전이 자신의 침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편했다. 사실 이곳은 자유를 뺀 모든 것이 있었다.

 

 “연와죽으로 드시겠습니까, 입쌀죽으로 드시겠습니까.”

 

 그날 정귀비에게 부딪쳐, 본의아니게 서은을 구한 궁인이 그녀의 문밖에서 또 한번 목소리를 돋우었다. 령이는 서은의 눈치를 살피다가 문밖을 향해 대꾸했다.

 

 “들기 싫다 하셨습니다.”

 “그래도 복중의 아기님을 생각하셔야지요. 원래 옥체가 허약하신데...”

 

 서은은 뭔가 생각하다가 령이에게 머리를 끄덕였다. 령이가 일어서서 문을 열자 궁인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났다.

 

 “진작 그리 하셨어야지요. 죽이 식어서 몇번이나 다시 만들어 왔습니다.”

 

 궁인이 상을 차리는 동안, 서은은 그녀의 뒤에 누구도 따라오지 않은것을 보고서야 나직히 물었다.

 

 “맞은데는 괜찮습니까.”

 “어찌 공주마마께서 하찮은 소인의 걱정을 다 하십니까. 보시다싶이 튼튼하여 아무런 탈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발...하대를 하시옵소서."

 

 궁인이 황송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서은은 머리를 끄덕인 후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태후의 곁에 오래 있던 궁인임이 틀림없었다.

 

 “이름이...무엇이요.”

 “공주마마께선 기억 안나시옵니까. 소인 채봉이옵니다.”

 “채봉...?”

 “네, 마마께서 소시적에 소인의 이름이 태후마마의 함자를 닮았다 하여, 특별히 소인을 따르시던 일을 잊으셨습니까.”

 

 채봉이라는 궁인은 여기까지 말하다가 얼핏 웃음을 지었다.

 

 “하긴...후에 태후마마를 따라 전국 각지의 사찰을 전전하느라, 궁에 있은 시간이 별로 없었으니 공주마마께서 기억 못하시는 것도 당연한 일이옵니다.”

 “미안하오. 근자에 기력이 딸려서 그런지 잊음도 헤퍼졌소.”

 

 서은은 저으기 자책어린 얼굴로 채봉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챙겨주는 수저를 들다말고 다시 그녀를 보았다.

 

 “그래서 그런거였소.”

 “네?”

 “그날 일 말이요. 정귀비마마께서 민 힘이 그리 크지 않은걸 잘 알고있소. 그대도 날 보호한 것이요.”

 “공주마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채봉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어렸다. 서은은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 후 상의 음식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대 손으로 들고온 음식들인즉 몸에 해되는 건 아니라고 믿겠소. 잘 먹겠소.”

 “공주마마...”

 

 채봉의 눈빛에 측은한 기색이 스쳤다. 뒤이어 고개를 숙여 죽을 먹는 서은에게, 그녀가 낮게 말했다.

 

 “가여워서...어떡하오리까.”

 “괜찮소. 내 어머니가 설마 나를 죽이기야 하겠소.”

 

 빈 죽그릇을 내려놓는 그녀를 보는 채봉의 눈길이 사뭇 떨렸다.

 

 “옥안이 어찌 그리도 축이 가시는지...어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의는 싫소. 내 몸을 호전시킬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사람뿐이요.”

 

 서은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 알릴락말락 호선이 그어졌다. 채봉이 한숨을 내쉰 후 상을 거두어 나가자, 령이는 서은을 부축해 자리에 눕히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분이 우리 부탁을 들어주겠습니까.”

 “마음이 여려 가능할 것이야. 어마마마께선 윤허하지 않으실테고, 지금 유일하게 우리를 도울수 있는 인맥이다.”

 

 서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문밖에서 채봉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공주마마...마마...”

 “무슨 일이요.”

 

 서은이 문가로 다가가 묻자, 채봉은 여전히 속삭이듯 말했다.

 

 “그분께 연락이 닿으면 되겠습니까? 언젠가 공주마마를 사경에서 구하셨다는 서양에서 온 신부님...”

 “그렇소. 다들 그를 이마두 신부라 하오.”

 

 서은의 대답에 채봉은 잠깐 머뭇거렸다.

 

 “어떻게 찾을수 있습니까.”

 “그건 어렵지 않소.”

 

 서은은 급히 대답했다. 마치 한가닥 구명초라도 잡은 듯, 그녀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망강루로 가셔서 영원백에게 이것만 전하면 되오.”

 

 문틈이 삐걱 열리며 채봉이 반쯤 얼굴을 들이밀었다. 서은은 령이에게 눈짓해 그녀에게 미리 준비해둔 서신을 넘겨주었다.

 

 “영원백이 방법을 대어 그 신부님을 찾을 것이요.”

 

 채봉이 머리를 끄덕이고 사라지자, 서은은 한시름 놓은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그녀는 한참 뭔가 생각하다가 령이의 부축을 받아 침상에 누웠다. 그리고는 손을 자기 배에 가져다 댔다.

 

 “이제 네달만 있으면 세상을 볼수 있을텐데, 그때까지 제발 무사해야지. 꼭 무사할 거야.”

 

 등불이 꺼진 어둠속에서 령이가 가볍게 내쉬는 한숨소리가 들렸다. 서은은 피곤이 덮치어 가만히 눈을 감았다. 비몽사몽간에 문득 무슨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그 소리에 그녀는 번쩍 눈을 떴다. 삽시에 등골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령아, 령아...”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령이가 주섬주섬 침상옆으로 다가온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소리를 못들었느냐?”

 “무슨 소리를 말입니까.”

 “뭔가...딩동딩동하는 소리...거문고 소리 같았는데.”

 

 서은의 말에 령이는 등불을 켰다. 그리고는 말도 안된다는 듯 서은을 돌아보았다.

 

 “거문고는 공주님의 침소에 있지 않습니까. 제가 깁에 싸서 잘 치워두었는데요.”

 “그런데...선명한 거문고 소리었어. 꼭 마치 누군가 거문고를 타는 것 같았어.”

 

 령이는 한참 귀를 기울여 듣다가, 피씩 미소를 지으며 서은을 바라보았다.

 

 “저건 마당의 보리나무 소리입니다. 봄바람에 가지가 스쳐 저런 소리가 나네요. 영화전 마당에 보리나무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그럴수도 있겠다.”

 

 서은은 다시 자리에 누웠지만 엎치락 뒤치락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만일 그녀가 들은 것이 틀림없는 거문고 소리라면, 이 궐안에서 거문고를 탈 사람은 자신과 봉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욱 괴이한것은 그 곡조였다. 만일 그녀가 잘못 듣지 않았다면...

 

 “인연...”

 

 이제야 알수 있었다. 그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느낌이 왜서인지...인연의 곡조를 아는 사람은 자신과 이여백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그녀가 망각한것이 한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언젠가 봉선각에서 그녀가 인연의 곡조를 거문고에 담았고, 봉선 역시 음률에 정통한 인물이였다는 것이다.

 

 “봉선...”

 

 불쑥 입밖으로 내뱉는 소리에 령이가 또 한번 그녀를 들여다 보았다.

 

 “아직 주무시지 않으십니까.”

 “너야말로 왜 아직도 자지 않는 것이냐.”

 “공주님께서 불안해 하시니...저 또한 잠이 오지 않사옵니다.”

 

 령이의 말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겉옷을 걸쳤다. 령이는 눈이 올롱해져서 그녀를 보았다.

 

 “어디로 가시렵니까.”

 “바람 좀 쐬려고.”

 “우린 감금당한 몸입니다. 공주님...”

 “알아. 하지만 영화전밖만 나갈수 없다 하였다.”

 

 그녀의 고집에 령이는 못말린다는듯 머리를 가로젓더니 이내 두터운 옷을 가져왔다. 서은은 옷을 걸친 후 문을 열어젖혔다. 마당에 은은한 달빛이 깃들고 있었다. 방문을 나서 마당을 가로지르던 서은은, 뒤에 따라오던 령이가 흠칫 놀랄 정도로 우뚝 멈춰섰다. 그런 서은의 눈안으로 놀라운 정경이 펼쳐졌다.

 

 영화전 마당의 보리수 나무 아래에 모전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을 향한 무수한 나뭇가지들이 우산처럼 펼쳐져있는 아래에, 붉은 모전을 펼쳐놓고 거문고앞에 앉아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어...어마마마...”

 

 거문고를 마주하고 미동도 하지 않는 이태후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환상적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깊은 상념에 잠겨있는 얼굴을 서은은 처음 보았다. 그 상념은 아득한 먼 곳의 누군가를 그리는 듯 하였다. 저렇듯 냉혹해보이는 이태후에게도 가슴 한구석에 깊숙히 담아놓은 누군가가 있었을까.

 

 문득 서은의 눈빛이 형형해졌다. 흔상도 잠깐, 머리속에 자리잡았던 의혹이 실체가 되어 나타나자 느닷없는 분노가 밀려들었다. 봉선...봉선 역시 이태후의 손에 있다. 방금전의 그 거문고 소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바람이 차군요. 제가 가서 옷을 더 가져오겠습니다.”

 

 령이가 자리를 뜬 틈을 타서, 서은은 천천히 이태후의 등뒤에 다가섰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러십니까.”

 

 냉냉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한 목소리에 자신도 은근히 놀랐다. 하지만 서은은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이태후를 보았다. 등뒤에서 울린 그녀의 목소리에 이태후는 별로 놀라지 않은 듯한 반응이었다.

 

 “왔느냐.”

 “다음은 누구 차례입니까.”

 “...”

 “성밖의 아버님이겠죠? 그뒤에는 저 멀리 전장에서 고되게 싸우는 그 사람이 될거구요...왜 이렇듯 모든 사람과 원수가 되고싶어 하십니까. 당신만을 위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싸움이라도 거시는 겁니까.”

 “...”

 “당신이 원하는 건 대체 무엇입니까. 제가 그 사람을 떠나는 일인가요, 아니면 이 나라가 없어져야 하는 건가요. 대체 당신 한사람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겁니까.”

 “희생이라...”

 “네. 희생입니다. 오라버니도, 지휘사님도, 봉선도, 아버님도, 그 사람까지도...지어는 나까지도.”

 “...바꾸고 싶었다.”

 

 이태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태후의 얼굴은 지나치게 평온하다못해 어딘가 냉혹하게 보였다.

 

 “네 말이 맞다. 다음 차례는 영원백이고, 그 다음 차례는 이여백이다.”

 “...”

 “채봉을 통해 영원백을 닿으려 하느냐. 그리 해주었다.”

 

 넋을 잃은 얼굴로 서은이 이태후를 보았다. 이태후는 자랑이라도 하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십여년을 따르던 아이다. 그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더냐.”

 “채봉을...해하였습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서은이 입을 열었다. 이태후는 피씩 웃고 그녀를 흘깃 바라보았다. 그 눈길이 사뭇 괴이하여 서은은 왠지 식은땀이 돋았다.

 

 “내가 왜 그 아이를 해하겠느냐. 고스란히 망강루로 보내주었다.”

 “...”

 “이제 네 소식을 접한 영원백은 궐로 들이닥치게 되겠지. 그 넓은 요동을 주름잡은 장군이 아무리 낯선 경성이라 해도 그정도 무인과 병사들은 끌어모을수 있을터.”

 “...”

 “물론 황제에 대한 일은 네가 서신에서 낱낱이 고했을 것이고, 영원백의 사람됨으로 황제가 사라졌다는데 절대 안병부동하진 않을테지. 다만 무력으로 궐에 난입하면 어떤 죄에 해당된다는 것 정도는 내가 굳이 설명 안해도 잘 알리라 믿겠다.”

 “왜 하필 아버님께...구경 무슨 원한이 있어서...”

 

 서은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태후는 말하자면 복잡하다는 얼굴로 한참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녀 역시 아무 말도 할수 없어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봄바람이 삭풍처럼 그녀의 몸을 덮쳤다. 바싹 옷깃을 여몄지만 몸은 덜덜 떨리기만 할뿐이었다. 그녀는 그 어떤 생각을 지우듯 고개를 저었다.

 

 “혹시 벗을 해하고, 그 책임을 애매한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입니까.”

 

 이태후가 움찔하더니, 곧 황당하다는 얼굴로 웃었다. 서은은 눈섭을 치켜세우며 재차 입을 열었다.

 

 “그것 빼고는 이유가 없습니다. 세상에 이유 없는 미움이란 없다 하였습니다. 불과 하루전에, 것도 당신 입으로.”

 

 그녀의 그 말을 끝으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무거운 침묵의 뒤에, 이태후가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궐문쪽에서 금의위 무사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려왔다. 이태후가 손을 들자 영화전의 무사들이 우르르 궐문쪽으로 뛰쳐나갔다. 얼마 안지나 한 무사가 다시 영화전으로 달려들어왔다.

 

 “자성태후마마께 아뢰옵니다. 영원백이 궐문밖에서 뵙기를 청하옵니다...”

 

 드디어...올것이 왔다는 생각에 서은은 눈을 감았다. 이성량...그녀를 궐안에 들여보낸 후 소식이 끊기자 속수무책으로 애를 태웠음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다면 서신을 받는 즉시로 이 짧은 시간내에 궐에 들이닥치다니. 이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이태후는 단연 호통을 칠 것이고, 이성량은 불경과 역모의 죄로 하옥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왜 역사에는 이 한단락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일까.

 

 “떠들지 말게 하라. 그리고 비밀히 영화전으로 들이거라.”

 

 예상밖의 말에 서은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그녀에게 이태후가 이유모를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 미소의 끝자락에는, 한숨처럼 들리는 그 어떤 중얼거림이 밤공기속에 흩어졌다.

 

 “이제야 만나게 되었군.”

 

 ……

 

 “신 이성량, 자성태후마마님께 문안 드리옵니다.”

 

 무관차림을 한 이성량은 가신 몇명만 데리고 영화전으로 들어와서 이태후를 뵈었다. 이태후에게 읍을 하면서 이성량은 이태후의 뒤에 서있는 서은에게 걱정어린 시선을 던졌다. 서은은 그를 향해 조용히 머리를 숙여보였다. 그녀의 모습이 무탈해보이자 이성량은 다소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이태후를 향해 입을 열었다.

 

 “늦은 시간에 뵙자고 주청드린 죄 죽어 마땅하오나, 신 또한 세간에 파다한 소문을 듣고 행한 일이오니 그 입들을 막는 행동을 취하여 주십시오.”

 “영원백이 감히 이 태후를 겁박하려는 겁니까.”

 “태후마마께서 폐하를 겁박하신다면, 소신 또한 이 한 명성 아깝지 않사옵니다.”

 

 이성량의 늠름한 모습에, 이태후는 조용히 그를 보았다. 잠시후 그녀의 입에서 탄식 비슷한 한숨이 나왔다.

 

 “과연 충신입니다.”

 “...”

 “이젠 우리 모자의 목숨을 그대 손에 맡겨도 되겠군요.”

 

 서은은 머리를 들었다. 이성량을 보니 그 역시 놀란 표정으로 이태후를 본다. 이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성량의 앞에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의 치마자락이 모전에 끌리는 소리가 사락사락 났다. 어찌 이러는 것일까. 서은은 저도 모르게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하지만 이태후는 장거정과 막역한 사이일뿐, 눈앞의 이성량과는 단 한치의 애매함도 없는 사이일텐데. 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마마마...”

 “저희를 구해주십시오.”

 

 문득 이태후가 나직히, 그러나 빠르게 말했다. 누구도 대답할수 없었다. 아니, 대답할래야 할수가 없다. 간절한 어조, 처연한 눈빛...이것이 국모인가, 모두의 의혹을 아랑곡하지 않은채 이태후가 초조하게 말한다.

 

 “저 아이의 얼굴을 봐서라도...부디 저희 모자를 구해주십시오.”

 “태후마마...”

 

 이성량 역시 놀라움이 가득찬 눈길이었다. 그는 잠시 이태후를 바라보다가, 문득 한손을 번뜩했다. 찰나 누군가 윽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다. 뒤이어 이태후가 손짓을 하자, 영화전 문이 빠르게 닫혔다. 이태후는 몸을 돌려 이성량을 보았다.

 

 “장군...”

 “어찌된 일입니까.”

 

 이성량은 깊숙히 미간을 찌푸렸다. 궁금하기는 서은도 마찬가지였다. 쓰러진 사람은 이태후의 좌우를 떠나지 않던 환관이었다. 뭔가에 혈을 눌리웠는지 그 환관은 눈을 부릅뜨고 쓰러진 자리에서 모지름을 쓴다. 이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궁인들을 불러 그를 묶어두게 하였다. 그리고는 모두가 물러가고 그들 셋만 남자, 이태후가 이성량을 향해 깊숙히 허리를 굽혔다.

 

 “...!”

 

 놀라움의 연속이 아닐수 없다. 한 나라의 국모가 변방의 장군에게 허리를 굽히다니...서은은 갈피를 잡을수 없어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태후를 바라보는 이성량의 눈빛이 처연해졌다. 그는 사뭇 괴로운 표정으로 얼굴을 돌렸다. 이태후의 입술 사이로 파르르 떠는 한숨이 흘렀다.

 

 “이렇게 오신 걸 보니...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폐하의 안위와 저 아이의 걱정이 되어...온 것뿐입니다.”

 

 낮고 무거운 목소리에 힘이 빠져있었다. 이태후의 얼굴에 한가닥 체념이 스쳐 지나갔다.

 

 “저로 인해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 죄 경하지 않음을 아오나...그때의 일은 제 본의가 아님을 알아주십시오.”

 “나는 백인을 죽이지 않았으나, 백인은 나로 인해 죽었음도 알아야 합니다.”

 

 이성량의 목소리가 냉랭해졌다. 그는 이태후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소신을 경성으로 부른 일이 과거를 청산하기 위함이라면, 소신은 달가이 물러가 과거에 머물기를 원합니다.”

 “모든 것을 바꾸고...싶었습니다...!”

 

 이태후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성량의 발목을 잡았다. 이성량의 뒷모습이 단단해지는 게 보였다. 서은은 숨을 죽였다. 바꾸고 싶다니...그녀와 마찬가지로, 이태후도 뭔가 바꾸고 싶은 것이 있었을까.

 

 “어느날 갑자기, 내가 아는 사람이...나를 모른다면...그 역시 어떤 기분인지 아십니까.”

 

 이성량이 천천히 되돌아섰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눈을 감았다가 다시 이태후를 보았다.

 

 “그때도 분명히 말씀 드렸습니다. 소신은 마마께서 아는 그 사람이 아니라고.”

 “...”

 “그 사람이 그렇게 간 것이...끝내는 침묵하고 간 것이 아직도 가슴에 맺힙니다. 그 사람에게 아니라고 해명하지 못한 것이...그것이 원통하여 더이상 혼처도 구하지 않았었구요.”

 “...”

 “소신에게 화가 나서 여진족과 내통했다는 죄를 들씌운 것까지는...넘어갈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그렇게 보낸 것은...그렇게 믿었는데, 그렇게 당신을 친자매처럼 믿었는데...”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 본의는 아니었습니다. 일이 그렇게 된데에는...그렇게 된데에는...”

 

 이태후가 갑자르고 있었다. 드디어 허한 시선을 든 그녀가, 뭔가 결심을 내린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이 더 큰 죄를 쓰게 될수도 있었습니다.”

 “...”

 “당시 여진과 포로를 주고받은 일은, 당신이 요동 총병으로 발탁되는데 다만 몇년의 시간이 지연되겠지만...그 당시 토만과 내통했다는 죄는, 총병부 일가가 멸문지화를 당할 일이었습니다.”

 “토만...”

 

 이성량이 말했다. 그는 화가 났는지 주먹을 틀어쥐고 이태후를 보았다.

 

 “조정과 토만과는 철천지 원수인줄 아는데, 내가 왜 하필 토만과 내통을...!”

 “당신의 발탁을 막기 위한 조정 권신들의 무함이었습니다. 그들은 한낱 변방의 장군인 당신이 요동을 주름잡게 되는 것이 두려워...백방으로 이를 막았습니다. 토만과의 내통은 가장 좋은 무함이었구요.”

 “그래서 선제 유왕께서 내가 여진과 내통했다는 상소를...”

 

 이태후가 머리를 끄덕이자, 이성량은 주먹을 풀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후엔 토만을 징벌할 임무만 내준 거로군요. 조정에서 내 충심을 실험해보고자 한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일은 제 뜻대로 되었지만...그 일로 부인께서 그렇게 될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태후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망연한 표정으로 서있는 이성량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연이 이러하니 지난 일은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부인의 소식을 들은 후 저 역시 전국의 불교 사찰을 다니며 부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언젠가 사람을 띄워 일을 해명하고 싶었지만, 선제의 등극에 이어 국사가 다난하여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유감으로 남을뻔 하였습니다.”

 

 이태후의 어조에는 진심이 담겨있었고,이성량은 그녀를 힐끗 바라본 후 무거운 탄식을 내뱉었다.

 

 “이 일이 어찌 마마께서 용서를 바라는 일이 된 것입니까. 이는 소신을 부끄럽게 하는 것입니다.”

 

 이성량의 말에 이태후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한참 이성량을 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쓰러진 자는 풍보의 심복이 되는 자입니다.”

 “풍보...!”

 

 이번에는 서은도 놀랐다. 풍보라면 장거정과 결탁하여 줄곧 궐안을 쥐락펴락한 환관이 아닌가. 장거정이 무너진 후 만력의 미움을 받던 풍보 역시 탄핵을 받아 멀리 유배를 갔던 것으로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풍보가 아직 궐안 세력에 대해 이토록 연연해 하고 있을 줄은...

 

 “풍보는 유배를 갔지만 그의 심복과 인척들은 궐안의 세력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이번에 황제가 환궁한 후 저들은 황제의 무력함을 보고 저를 겁박하여 황제를 휘두르고자...”

 “궐안의 금의위는요.”

 

 이성량의 의문에 이태후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지휘사가 저들의 손에 있는 한, 한낱 내명부의 태후보다는 금의위 위장의 옥패가 더 권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이태후는 고개를 들어 이성량을 주시했다. 그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났다.

 

 “장군이 아까 저의 신호를 알아채고 그 심복 하나를 잡았으니, 우선 그자를 심문하여 황제를 감금한 곳의 열쇠를 얻어내고, 연후에 장군의 가신들로 궐안의 금의위를 막아 시간을 끌어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알아 하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궐안의 소동은 깔끔하게 종료되었다. 양심전 밀실에 있던 황제와 우사가 들려나오고, 이태후가 풍보의 심복인 몇몇 환관들을 모두 궐내의 법도에 따라 처결하는 것으로, 이 불미스러운 일은 기록을 남기지 않고 무탈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만력과 우사는 그리 큰 봉변은 당하지 않은 듯 했다. 다만 오래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얼굴이 어딘가 창백해 보일뿐이었다.

 

 “불초한 자식때문에 어마마마께서 심려가 크시옵니다.”

 

 좌석에 기댄채 만력이 맥없이 말하자, 이태후는 눈을 들어 그를 따뜻하게 주시했다.

 

 “일단 정귀비의 처소로 보내겠으니, 몸과 마음을 굳건히 하고 건강을 회복하거라.”

 

 만력은 고개를 돌려 우사를 보았다. 그의 눈에 잠시 복잡한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모두 짐이 부덕한 탓이다. 자작지얼이니 원망할 것 없으나 공연히 네가 같이 고초를 겪었구나. 그자들이 차에 독을 탈줄은…몸은 괜찮느냐.

 “무예가 회복되지 않았을뿐 별 탈 없습니다. 소인이 폐하를 보필하지 못한 죄 더 큽니다.”

 

 우사의 말에 만력은 희미한 웃음을 짓더니 이번엔 이성량과 서은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런...언제 입궐하였는가. 본의아니게 이런 꼴을 보이게 되었으니 참괴하도다.”

 “황제는 인사가 너무 늦구려. 이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밀실에 그대로 갇혀있었을 것을.”

 

 이태후의 말에 이성량과 서은은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그제야 이성량이 서은을 보고 말했다.

 

 “몸은 괜찮은 게냐.”

 “서방님은 소식이 있으십니까.”

 

 묻는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서은이 서둘러 물었다. 이성량의 눈빛에 작게 불안감이 스쳤다.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니겠느냐.”

 “소식이...없다는 말씀입니까.”

 

 해쓱하게 질린 서은의 얼굴이 안쓰러운 듯 이성량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손도 대지 않은 연회상에서 술잔을 들어 이태후에게 말했다.

 

 “시간이 꽤 지체되었으니 이 한잔 술을 끝으로 소신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장군...”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입궐하여 문안을 올리겠습니다.”

 

 이태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이성량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석연치 않아보여 서은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성량이 퇴궐하고 만력도 궁녀의 부축을 받아 정귀비의 처소로 가자, 영화전에는 이태후와 서은, 우사만 남았다. 그제야 이태후가 머리를 돌리더니 궁인에게 낮은 소리로 뭐라고 분부한다. 이윽고 궁인이 나가더니 한 여인을 데리고 연회석으로 돌아왔다. 진한 사향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서은은 그녀가 누구인지 바로 알수 있었다.

 

 “봉선...여기에 있을 줄 알았습니다.”

 

 우사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하더니, 그는 바로 연회석을 나서서 이태후에게 부복한다.

 

 “태후마마께서 이 사람을 거두어 주실줄은...은혜 망극하옵니다.”

 “작은 일이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말게.”

 

 이태후는 빙긋 웃더니 고개를 돌려 봉선을 보았다.

 

 “그동안 너까지 인질로 잡을까 저어하여 숨겨두었던 것을,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으나 한가지 부탁이 있다.”

 “무엇입니까, 백번 죽어도 두려움이 없겠사옵니다.분부만 내려주십시오.”

 

 봉선의 다소곳한 대답에 이태후의 시선이 서은의 몸에 와 닿았다.

 

 “본래 지휘사와 혼례를 올리고 같이 있게 해주고 싶으나, 저 아이가 몸을 풀 날이 오라지 않으니 옆에서 돌봐주는 것은 어떠냐. 령이 하나로 부족함이 있을 것 같구나.”

 “태후마마께서 이토록 주도면밀하여 아래 사람들이 부족함이 없겠사옵니다.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어마마마...저는 괜찮습니다.”

 

 서은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봉선을 보니 그녀는 거절하지 말라는 듯 눈짓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여전히 고집스레 이태후를 보았다.

 

 “어찌 상봉한 연인을 갈라놓습니까. 이건 아니되옵니다. 저야 주위에 사람이 많는데...”

 “봉선의 뜻은 어떠냐.”

 

 이태후가 봉선을 쳐다보았다. 봉선은 경건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태후마마께선 저희의 은인이십니다. 저희 목숨을 다시 거둬가도 불만이 없사온데, 하물며 이 작은 일에 뼈를 아끼겠습니까. 공주님은 출산할때까지 제가 돌볼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서은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봉선을 뚫어지게 보았다. 연회석을 파하고 처소에 돌아온 다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냉정한 얼굴로 봉선을 대했다. 봉선은 물을 끓인 후 목욕까지 하고서야 그녀의 곁에 다가와서 침상에 자리를 편다. 봉선의 무덤덤한 얼굴을 보다가 서은은 확 그녀에게서 이불을 빼앗아냈다.

 

 “저라면 지휘사님을 따라가겠습니다.”

 “...”

 “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봉선이 내 하녀입니까? 그땐 병이 위중했다 쳐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곁에 있어야 합니까. 제가 봉선을 여기 보낼 때는 궁녀로 살라고 보내지 않았습니다.”

 “공주님은 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셨습니까.”

 

 봉선은 어이 없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찌 항상 남 생각만 하십니까. 제발 본인 걱정을 좀 하십시오.”

 “네? 제 걱정을요? 제가 왜요?”

 

 그녀가 바투 들이대자 봉선은 그녀를 침상에 앉힌 후 한쪽 무릎을 꿇고 물끄러미 그녀를 보았다.

 

 “정녕 모르시겠습니까.”

 “...”

 “전날의 약도, 오늘의 저도...정녕 모르십니까. 제가 왜 목욕까지 하고 왔는지 생각 안해보셨습니까.”

 “설마...”

 

 뭔가 섬광같은 것이 뇌리를 스치자 서은은 작게 숨을 들이켰다. 그런 그녀를 향해 봉선이 안쓰러운 듯, 그리고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네, 설마가 사람을 잡습니다. 공주님만 모르고 계십니다. 지금 이태후 마마께서 공주님의 복중 아기씨를 해하려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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