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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떼인 목숨 받아드립니다
작가 : venividivici
작품등록일 : 2019.10.26

전직 강력계 소속 경찰이던 석철은 불미스러운 일로 일을 그만 둔 뒤 사설탐정을 꿈꾸며 심부름센터를 차렸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석철.
그런 그의 꿈에 밤마다 한 남자가 찾아와 다짜고짜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래서?

 
1.
작성일 : 19-10-26 16:30     조회 : 385     추천 : 0     분량 : 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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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헉.”

 

 난 골목길로 달려 들어가 작은 헌옷 수거함 뒤에 몸을 숨겼다. 날 쫓던 녀석의 발소리 역시 멈췄다. 혹시 놈이 날 찾아 내지 않을까 싶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숨을 참았다. 심장이 터질 듯 한 기분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곧 날 덮쳐올 것 같던 발소리는 사라지고, 저 멀리 대로변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만 들릴 뿐이다.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본다.

 

 악.

 

 여전히 그 곳에 서서 날 보고 있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난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놈은 여유로운 웃음을 짓더니 다시 날 쫓아온다.

 

 이런 제기랄.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자 녀석은 눈앞의 모든 것을 다 베어 버리겠다는 듯이 당근을 휘두르며 날 쫓아오고 있다.

 

 응?

 

 당근이라니?

 

 녀석은 왜 당근을 들고 날 쫓아오는 거지? 아니, 그것보다 녀석은 왜 날 쫓아오는 거지? 아니, 도대체 저 놈은 누구지?

 

 난 자리에 멈춰서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날 쫓아오던 녀석 역시 그 자리에 멈춰 날 가만히 쳐다본다.

 

 “야.”

 

 난 호흡을 가다듬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너 뭔데 날 자꾸 쫓아 오냐?”

 

 녀석은 대답대신 기분 나쁜 미소를 내게 보인다. 꽤나 오랫동안 달렸는데 녀석은 조금도 숨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너 나 알아?”

 “그럼. 좀 알지.”

 “혹시 옛날 일 때문에 나한테 원한 같은 거 있냐?”

 

 혹시 예전에 나와 얽힌 녀석인가 싶어 골똘히 생각해보지만 도저히 기억이 안 나는 얼굴이다. 도대체 누구지?

 

 “그런 거 없어.”

 

 녀석은 가만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고는 천천히 내게 걸어온다.

 

 “그 당근은 뭐야?”

 “어? 이거?”

 

 녀석은 손에 쥐고 있던 당근을 들어 보이며 말한다.

 

 “이건 그냥 당근인데.”

 “그걸 왜 들고 쫓아 오냐고.”

 “아, 밥하다가 급하게 오는 바람에.”

 

 놈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여러모로 기분 나쁜 녀석이다. 잠시 날 바라보고 서 있던 놈은 내게 당근을 쓱 내밀며 묻는다.

 

 “그나저나 넌 왜 도망가는 건데?”

 “뭐?”

 

 그러게... 난 왜 도망친 걸까.

 

 “그건...”

 

 무슨 대답이든 해보려 머릴 굴려보지만 적당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게.”

 “난 그 쪽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온 거니까 잠깐 앉아서 이야기나 좀 하자.”

 “이야기?”

 “그래.”

 

 놈은 이제 당근을 한 손으로 휘휘 돌리고 있다.

 

 “내가 너랑 무슨 이야기를 해?”

 “아이, 들어보면 안다니까?”

 

 경찰생활을 10년이 넘도록 해왔다. 그다지 좋지 않은 이유로 지금은 관두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던 나다. 사람을 보면 대강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온다. 괜히 강력계에서 인정받았던 게 아니다.

 

 촉이 온다. 이놈과 엮여서 좋을 게 없다는 촉이. 설령 이 놈이 범죄자라 해도, 잠재적인 범죄자라 할지라도 이제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닌가.

 

 “싫어.”

 

 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에이. 일단 내 이야기를 들어 보라니까? 손해 볼 일 없을 거야.”

 

 약장수 같은 소릴 늘어놓는 놈을 뒤로 하고 그냥 걸었다.

 

 ‘퍽.’

 

 “아.”

 

 뭔가가 날아와 내 머리를 쳤다. 얼얼한 뒤통수로 손을 옮기며 뒤돌아보니 바닥에는 당근 파편들이 나뒹굴고 있다.

 

 “야, 이씨.”

 

 근데 손에 이상한 게 잡힌다. 뒤통수에 볼록하게 달려 있는 이건... 당근인데?

 

 당근이 머리에 꽂혔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러니까 잠깐 이야기만 좀 하자고.”

 

 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당근이 머리에 꽂혔다. 당근이 머리에 꽂힌 거다. 당근이 머리에...

 

 ‘따르릉, 따르릉.’

 

 이 와중에 어디서 전화가 온 건지 전화벨이 자꾸 울린다.

 

 머리에는 당근이 꽂혀있고, 처음 보는 이상한 놈은 날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자고 졸라대고, 어디선가 온 전화가 울어댄다. 아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짜증.

 짜증.

 짜증.

 짜...

 짜....

 ㅉ...

 

 눈을 뜨니 요란하게 울어대는 휴대전화 소리가 들린다. 난 반사적으로 뒤통수에 손을 가져가 본다.

 

 아무것도 없다.

 

 하긴, 당근이 뒤통수에 꽂힐 리가 없지 않나. 거 참, 별 희한한 꿈을 다 꾸네.

 

 시끄럽게 울어대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070-7603-xxxx’

 

 처음 보는 번호다. 070으로 시작하는 처음 보는 번호. 누가 봐도 광고 전화일 게 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가 없다. 몹시 배고픈 상황이다 보니, 어쩌면 일 의뢰 전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보세요.”

 “빰빠밤빠 빰-. 안녕하세요 고객님.”

 

 되도 않는 빵파레와 기계음을 듣는 순간 전화를 끊었다. 매번 낚일 수밖에 없는 광고전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짜증이나 미치겠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길게 한숨을 쉬었더니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온다.

 

 아, 춥다.

 

 일단 간이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칭칭 감고 앉았다. 추운 방안 공기 때문에 입김이 나오는걸 보기 싫어 담배를 집어 물고 불을 붙였다. 입김보단 차라리 담배연기가 낫다. 이건 어디까지나 기분의 문제긴 하지만.

 

 벌써 해는 떠서 창밖은 밝은데 이 따위로 춥다니. 어서 일을 좀 하고 사무실 난방이라도 해야 할 텐데 큰일이다. 지금으로서는 난방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다음 주에 내야 할 사무실 월세가 큰일이다.

 

 난 대한민국의 경찰이었다. 나름 인정받던 강력계 형사였던 적이 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일로 그만두게 됐다. 별로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음모였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자.

 

 그렇게 관두고 나니,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른 할 줄 아는 게 생각이 안 나더라. 나름 경찰 출신인데 범죄 집단들에 붙어서 법을 어기고 살고 싶진 않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라고 해두자.

 

 그래서 심부름센터를 하나 차렸다. 흥신소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어쨌거나 난 이 사무실을 멀리 보고 차린 거다. 대한민국 땅에도 곧 사설탐정이 법적으로 인정 될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단은 심부름센터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좀 하다가 법적으로 모든 게 처리 되고 나면 사설탐정 사무소로 바꿔 볼 생각이었다. 그와 관련해서 필요한 교육까지 받았다. 거기 쓴 돈이 벌써...

 

 근데 국회에 계신 높은 분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 사설탐정에 대해 법안 통과를 안 시키니 심부름센터 주인인 상태로 붕 떠버리게 된 거다.

 

 어찌 됐든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을 해보려고 했는데 이건 뭐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가끔 오는 전화들은 떼인 돈을 받아 달라거나, 치정 문제로 얽힌 남녀가 상대의 부정을 밝혀 달라는 그런 것들뿐이고...

 

 내가 대한민국 강력계 형사 출신인데 그런 일이나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덕분에 사무실 월세는 밀리기 시작하고, 생활은 점점 더 궁상맞아 져 간다.

 

 결국엔 살던 방도 빼고 그냥 사무실 한 쪽에 간이침대를 펴놓고 살고 있다.

 

 생활이 이렇다 보니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아까 꾼 개꿈도 다 이런 스트레스 때문이다. 당근이 머리에 꽂히다니...

 

 괜히 뒤통수를 한 번 어루만지고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오늘은 예전 동료들이라도 찾아가 봐야겠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 다고 나아 질 리가 없으니까.

 

 수건 한 장을 들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건물 복도로 불어닥친다.

 

 다시 문을 닫았다. 아, 온 몸에 살점이 뜯기는 느낌이었다. 책상 옆까지 걸어가 패딩을 집어 입고 다시 사무실 문을 열었다. 기다란 복도를 따라 걸어가 화장실에서 얼음같은 차가운 물에 간단히 세수를 한다.

 

 아, 너무 춥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나와 오들오들 떨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열시가 조금 넘었다. 점심시간 이전에 가서 밥이라도 해결하는 게 좋을 테니 서둘러야겠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더위는 어떻게든 버티겠는데 추위는 정말 답이 없다.

 

 주차 되어 있는 차를 한 번 확인하고 걷기 시작했다. 걸어서 15분 이상은 가야 하지만 차를 타기엔 기름 값이 부담스럽다. 날씨가 이 따위로 춥다고 해도 말이다.

 

 정면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에 맨 얼굴을 앞세워 걷다보니 멀리 경찰서 건물이 보인다.

 

 아마 많은 동료들이 자리에 있진 않을 것이다. 강력계라는 곳이 그렇다. 워낙에 외근이 많다보니 내가 아직 경찰신분이었다고 해도 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을 것 같진 않다. 이건 물리적인 부분에 관한 이야기다.

 

 조심스레 경찰서 건물로 들어섰다. 괜히 옛날 생각이 나고, 아련하기도, 반갑기도 한 그런 기분...은 아니다. 사실 옷을 벗고 난 뒤에도 이곳에는 자주 들락 거렸기 때문이다. 별 수 없어서 그랬던 거긴 하지만, 아무튼.

 

 천천히 계단을 올라 강력계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이 조용한 걸로 봐서 동료들이 많이 있진 않은 것 같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본다. 책상 앞에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 사람의 뒤통수가 보인다.

 

 “어이.”

 

 최대한 태연하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며 한 손을 들어 보였다. 순간 여섯 개의 눈동자가 내 게로 모이더니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간다.

 

 “또 왔어요?”

 

 강력계 소속일 때 나와 늘 한 조를 이루던 박 형사가 날 돌아보곤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 왜? 오면 안 되냐?”

 

 녀석은 피식 웃더니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이거, 선배가 왔는데 인사도 안 해?”

 

 난 녀석의 옆으로가 의자를 빼고 앉았다.

 

 “야. 석철이. 넌 선배가 앉아 계시는데 인사도 안 하냐?”

 

 건너편 책상에서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이고. 윤 팀장님 자리에 계셨습니까?”

 

 난 자리에서 일어나 팀장님을 향해 인사를 했다.

 

 “저거 다 봐놓고 모른 척, 인마.”

 

 팀장님은 인상을 쓰며 날 보고 있다. 하긴, 늘 저 인상이니까 별로 신경 안 써도 될 일이다. 워낙에 친했던 사이라 지금은 형 동생처럼 지내고 있기도 하고.

 

 팀장님을 향해 손을 한 번 흔들곤 다시 박 형사의 옆에 의자를 빼고 앉았다.

 

 “야.”

 “예?”

 “뭐 없냐?”

 “뭐요?”

 “뭐, 내가 할 만한 그런 거?”

 “일?”

 “그래.”

 “잠시만요.”

 

 박 형사는 잠시 책상 위를 두리번거리다 서랍들을 열어 보더니 종이 한 장을 내민다.

 

 “뭐야 이게?”

 “아까 형사과장님이 좀 가져오라고 하신 건데요. 그거 좀 갖다 드리고 오세요, 커피 한 잔 사 드릴게요.”

 “야이, 씨.”

 

 녀석의 얼굴에 종이를 던지려다 참았다.

 

 “장난이에요.”

 

 녀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내 손에 들린 종이를 다시 가져간다.

 

 “너 많이 컸다? 나한테 장난을 다 걸고.”

 “선배 안계시니까 쑥쑥 크고 있습니다.”

 “야이, 씨.”

 

 녀석은 날 흘끔 보더니 피식 웃고는 다시 모니터로 고갤 돌렸다.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녀석을 따라 나도 녀석의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선배.”

 

 박 형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날 돌아본다.

 

 “왜?”

 “혹시, 치정 쪽도 하세요?”

 “치정? 왜?”

 “간통죄도 폐지 됐다는데 어떻게 먹고 살려나 싶어서요.”

 “몰라, 인마. 아직 민사로는 살아 있잖아.”

 “그야 그렇다지만.”

 “어차피 그 쪽으로는 관심도 없어.”

 “역시 만화랑은 다르죠?”

 “뭐?”

 “탐정이랍시고 있어봐야 할 일이 없잖아요.”

 “탐정은 무슨.”

 

 뒤에서 팀장님이 한 마디 덧 붙인다. 아, 괜히 온 것 같다.

 

 “너 이씨. 장난도 정도껏 해. 나 화나려고 하니까.”

 “뭘 이정도로 그래요.”

 “뭘 이정도로 한 번 맞아볼래?”

 “어? 협박?”

 “너 오늘따라 왜 이렇게 깐족거리냐?”

 “헤헤헤.”

 

 박 형사는 갑자기 날 똑바로 쳐다보며 웃더니 내 어깨를 툭 친다.

 

 “줄곧 점심을 책임지고 있는데 이 정도도 못해요?”

 “야, 씨.”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강력계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면 같은 조로 뛰던 두 사람은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가 된다. 괜히 파트너를 아내에 비교하는 게 아니다. - 박 형사는 실제로 여자이다 보니 마누라란 표현이 부담스러워 그냥 형동생처럼 지냈다.

 

 어쨌든, 그만큼 친한 사이라 이런 깐족임에 큰 거부감은 없다. 다만, 어제밤 꿈이 안 좋았던 탓인지 괜히 욱하게 되는 것 뿐이다.

 

 나도 모르게 뒤통수로 손을 옮겼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근 따위는 박혀 있지않다.

 

 “아, 참. 선배 이거 가져가실래요?”

 “뭔데?”

 

 박 형사는 책상아래에서 작은 박스하나를 꺼냈다.

 

 “뭐야, 이게?”

 “오전에 받은 건데, 전 빵 안 먹잖아요.”

 

 녀석에게 박스를 받아 열었다.

 

 꽤 맛있어 보이는 롤케익이 들어있다.

 

 “오. 누구한테 받은건데? 남자생겼냐?”

 “그냥.”

 

 녀석은 얼버무리며 가져가라는 듯 손짓했다.

 

 나도 빵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걸로 한 끼 정도는 때울 수 있을 것 같다.

 

 “선배.”

 “왜? 또.”

 “박진우 과장님 아시죠?”

 

 박진우 과장?

 

 “지방청 형사과 과장님이셨던 박진우 과장님?”

 “예.”

 “알긴 알지. 워낙 유명한 양반이잖아. 승승장구의 표본아냐.”

 “그쵸.”

 

 박 형사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변을 둘러보고 말을 잇는다.

 

 “그 박 과장님이 이번에 휴직계를 내셨다더라고요.”

 “에? 그 양반이 왜?”

 “몸이 좀 안 좋다나봐요.”

 “아.”

 

 박진우 과장이라면 강력계 경찰들 사이에선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진급도 일사천리로 했고, 그 과정에서 세운 업적도 상당하고 말이지. 그렇게 기를 쓰고 탄탄대로를 걸으며 올라가더니 결국 몸에 탈이 난 건가?

 

 “근데 그게 왜?”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번에 무슨 일을 계획하고 계신 것 같은데 도와줄 만한 사람이 있나 찾고 계신 것 같던데요?”

 “무슨 일?”

 “해외로 나가서 뭘 좀 하시려는 것 같은데.”

 

 해외로 나가서 뭘 하겠다는 건지를 알 수가 있나.

 

 “생각있으세요? 한 번 알아봐 드려요?”

 “돈은 준대냐?”

 “뭐, 주긴 하겠죠. 얼마나 줄 진 모르겠지만...”

 

 내가 아직 경찰 신분이거나, 경찰에 좋은 연줄을 잡아둬야 할 입장이라면 이 일은 무조건 해야 한다.

 

 근데... 아니잖아.

 

 “됐어. 그 양반 성격도 장난 아니고. 괜히 골치 아픈데 엮이기만 할 것 같고.”

 “아, 뭐. 쌓은 공적만큼 악명도 높긴 하죠.”

 “또 그런 괄괄한 성격 밑에서 비위 맞춰주면서 일하기 싫어. 내가 저기 윤 팀장 밑에서 일하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뭐?”

 

 자리에 앉아 있던 윤 팀장이 기다렸다는 듯 소리친다.

 

 귀는 밝아 가지고...

 

 “야. 이석철이. 너 괜히 와서 애들 일하는 거 방해나 하고, 어?”

 

 괜한 벌집을 건든 건가. 이러다 잔소리만 오지게 듣게 될 것 같은데.

 

 “야. 나 먼저 나가있을 테니까, 빨리 나와 밥 먹게.”

 

 박 형사의 어깨를 툭 치고 일어났다. 윤 팀장님을 향해 과장된 웃음을 지어보인 뒤 돌아서려니 팀장님은 또 날 향해 소리친다.

 

 “이석철이, 너 이리 좀 와 봐.”

 

 아. 젠장. 괜한 소리를 해가지고...

 

 우물쭈물 하며 팀장님 앞으로 갔더니 팀장님은 의자를 빼더니 내 쪽으로 내밀었다.

 

 “앉아 봐.”

 “예?”

 

 눈치를 보며 의자 끝에 걸쳐 앉았더니 팀장님은 내 눈을 보며 작게 말했다.

 

 “너, 내가 부탁하나 하자.”

 “예?”

 “일, 일 거리를 주겠다고.”

 “아.”

 

 일거리를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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