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어딨어! 알랭!"
리아는 동네 거리가 다 울리게 소리치고 다녔다. 가브리엘과 안드리아도 그녀를 뒤따라 알랭을 찾았지만, 알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빠. 알랭이 안 보여."
"알랭을 데려온 곳이 공원이었다며. 혹시 모르니까 공원에 가보자."
안드리아가 침착하게 알랭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안드리아와 가브리엘은 슬픔에 잠긴 리아를 달래며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그들은 알랭을 소리내 부르며 공원 안을 샅샅이 찾았다.
"알랭!"
리아의 발아래로 절뚝거리면서도 잘 뛰어다니는 알랭이 나타났다. 알랭은 리아를 알아보는지 꼬리를 흔들었다.
"알랭! 여기에 어떻게 혼자 왔어! 얼마나 걱정했다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리아..."
안드리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리아를 불렀다. 그러자 가브리엘이 그를 막으며 좀 더 지켜보기를 원했다.
"알랭! 어디가! 여기는 위험해! 집으로 가자니까."
리아는 자신의 품속에서 벗어나려는 알랭을 계속 붙잡았다. 알랭은 그녀와 즐겁게 장난치면서도 집으로 데려가려고 품에만 안으면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안드리아와 가브리엘은 그 모습을 가만히 두고봤다.
"안 돼! 가만히 있어! 알랭!"
리아가 억지로 알랭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알랭은 낑낑거리며 울었다. 알랭의 동그랗고 검은 눈동자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공원을 뛰어노는 개들을 봤다. 리아는 알랭을 품에 안고 뒤돌아섰다. 이제 집으로 가려는 듯이 안드리아와 가브리엘을 봤다.
"리아..."
"내가 말할게."
가브리엘이 리아의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와 눈높이를 맞춘 채로 알랭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리아. 알랭을 사랑해?"
"응! 무지무지 사랑해! 가브리엘이 싫다고 해도 같이 살 거야! 절대 안 떨어질 거라구!"
"그래. 어떻게 해도 리아는 알랭이랑 같이 살 거구나. 그런데... 알랭도 그걸 원하고 있을까?"
"뭐? 당, 당연하지! 알랭도 나랑 같이 살고 싶을 걸!"
"그러면, 지금 알랭이 어딜 보고 있는지 봐."
가브리엘이 알랭의 시선을 가리켰다. 리아는 알랭이 보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였다. 공원 안에 떠돌이 개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알랭을 붙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빠졌다.
그때, 그녀의 품속에서 알랭이 뛰쳐나가 개 무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알랭! 가지 마! 알랭!"
리아가 알랭을 뒤쫓아가려 했다. 그러자 가브리엘이 리아의 어깨를 붙잡으며 그녀를 품에 살포시 안았다.
"리아. 사랑은 이기적인 게 아니야. 사랑하면... 내가 원하는 것보다 상대가 원하는 걸 들어줘야 해. 알랭을 봐. 알랭이 어떻게 하고 싶은 것 같아?"
"그치만... 그치만... 공원은 위험해. 여기 있으면 또 다칠지도 몰라. 알랭이 또 다치는 건 싫어! 알랭이 다치면 나도 아프단 말이야..."
"그럼 알랭을 집으로 데려갈까? 그러고 싶어?"
리아는 글썽거리는 눈으로 알랭을 봤다. 알랭은 멀리서 리아를 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가브리엘이 그녀를 붙잡은 손을 놓았다.
"리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알랭을 집에서 키워도 괜찮아."
"진짜? 아빠는 알랭을 싫어하잖아..."
"아니야. 리아. 리아가 원하면 그런 것쯤이야 참을 수 있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걸."
"왜... 아빠는 알랭을 싫어하면서..."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로 뒤돌아섰다. 그녀의 두 볼에 가느다란 눈물이 흘렀다. 가브리엘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속삭였다.
"그야 아빠는 리아를 사랑하니까."
리아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알랭을 두고 떠나기 싫었지만, 데려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멀리서 봄바람이 불어왔다. 알랭은 먼 곳에서 그녀를 보며 꼬리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