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 왜 이렇게 다 젖었어! 괜찮아?"
"안드리아 아빠... 개가 피 흘려..."
리아는 품에 소중하게 안고 있는 개를 보여줬다. 안드리아는 비에 흠뻑 젖은 리아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걱정이 됐다. 그녀의 어린 몸이 추위로 덜덜 떨렸다.
"빨리 안에 들어와. 왜 거기 서 있어."
"가브리엘 아빠가 동물을 집에 데려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내가 가브리엘한테 잘 설명해놓을게. 일단 들어와서 씻자. 아직 날씨가 추운데 이렇게 비를 맞으면 감기 걸려."
안드리아는 리아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리아는 집에서 샤워할 때도, 젖은 몸을 말릴 때도, 지쳐서 잠자리에 들 때도 다친 개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다친 개는 하루가 지나서 정신이 들었고, 이틀이 지나자 기운을 차렸다. 리아가 주는 밥을 곧잘 받아먹으며 다친 몸을 치유했다. 며칠이 지나자 주인 없는 개는 정원을 돌아다닐 정도로 몸이 건강해졌다.
"아무리 정원에서 키운다지만, 갑자기 집에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
"가브리엘. 저 개는 지금 다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해. 걱정 마."
"그래도... 개 목줄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다 나으면 막 뛰어다닐 거 아니야."
가브리엘이 불안한 눈초리로 리아와 다친 개를 쳐다봤다. 안드리아가 웃으며 그의 어깨를 때렸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돼. 리아. 이제 그 개 놔두고 밥 먹자."
"안드리아 아빠. 그 개가 아니라 알랭이라구!"
"알았어. 알랭은 충분히 밥을 먹은 것 같으니까 우리도 이제 밥 먹어야지."
리아는 정원을 걸어 다니는 알랭을 두고 집으로 들어갔다. 식탁에는 이미 토마토 스파게티와 미트볼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가브리엘과 안드리아는 마주보고 식탁에 앉았다. 리아는 둘 가운데 앉아서 포크로 허겁지겁 스파게티를 집어삼켰다.
"천천히 먹어, 리아."
"알랭이랑 더 놀고 싶어."
가브리엘이 미트볼을 리아의 접시에 덜어주며 물었다.
"리아. 설마 알랭인가 뭐시기인가 하는 저 개를 우리 정원에서 키우겠다는 건 아니지?"
"응! 키울거야!"
리아는 입가에 토마토 양념을 잔뜩 묻힌 채로 소리쳤다. 가브리엘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약속했었지. 집에 다시는 동물 데려오지 않기로. 약속이란 건 지키라고 있는 거야."
"하지만 가브리엘 아빠. 저대로 알랭을 내쫓는다면 또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할텐데. 밖에는 먹을 것도 없고, 춥고, 가만히 두면 죽을 거란 말이야!"
"저 개는 원래 밖에서 살던..."
가브리엘은 들개를 키우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찬찬히 설명하려했지만, 눈물을 글썽이는 리아의 얼굴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 고개를 돌려 안드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안드리아도 어깨를 으쓱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좋, 좋아. 일단은 저 개가 다 나을 때까지만 돌보기로 하자. 다 낫고 나면 그때 다시 생각하는 거야."
리아는 해맑은 얼굴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가브리엘은 어린 딸에게 진땀을 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먹어, 리아. 그러다 체하겠다."
그녀는 접시에 놓인 스파게티와 미트볼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안드리아가 가브리엘에게 눈짓했다.
"잘했어. 원래 부모가 자식한테 지는 거래."
그 순간, 리아가 현관문을 벌컥 열고 집으로 뛰쳐 들어왔다.
"안드리아 아빠! 가브리엘 아빠! 알랭이 사라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