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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독한 쥬뗌므
작가 : gloryr****
작품등록일 : 2019.10.26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사랑을 할까?

헌신적인 사랑을 믿는 리아
사랑에 의해 상처만 받는 고독한
사랑을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로이
곁에서 바라만 봐도 행복한 민호
사랑을 투쟁으로 쟁취하려는 지민
제각기 다른 사랑을 믿는 이들이
만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

멋진 공주와 예쁜 왕자 동화 속으로
​지금 당장 들어가볼까요?

 
16.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내도 알자, 좀!
작성일 : 19-10-26 11:26     조회 : 161     추천 : 0     분량 : 7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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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이네. 네가 여긴 무슨 일이니?"

 "내가 묻고 싶은데.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이영화와 류미리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신경전을 벌였다. 서로의 옷차림과 얼굴을 빠르게 살피며 치열하게 눈싸움을 했다.

 

 "넌 여전히 비슷하구나. 그 독한 향수 좀 바꾸지 그래."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건 너겠지. 얼굴에 얼마나 돈을 처발랐으면 주름살 하나 없네."

 

  그들은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상대를 노려봤다.

 

 "난 우리 딸 보러 왔어."

 "내 아들 보러 온 거야."

 

  둘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들의 시선이 서로 교차했다. 각각의 시선 끝에는 고독한과 지수가 있었다.

 

  이영화는 미간을 찌푸리며 지수를 유심히 살펴봤다. 짧은 금발 머리에 이국적인 옷차림이었지만, 기억 속 흐릿한 이목구비와 닮은 얼굴이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네 딸은 그때..."

 "피차 과거 얘기는 하지 말지. 서로에게 득 될 거 없잖니."

 

  류미리가 이영화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이영화는 표독스럽게 얼굴을 찡그렸다. 서로를 노려보는 눈빛이 전보다 더 살벌해졌다.

 

 "왜? 혹시 네 딸한테 거짓말이라도 했나 봐."

 "이영화! 그 입 다물어."

 "네나 입 닥쳐! 화영이라고 했지!"

 

  이영화가 눈을 부릅뜨고 성질을 부렸다. 그러다 금세 표정을 바꾸며 비아냥거렸다.

 

 "어디 그따구로 한 번 더 말해봐. 네년 딸이..."

 "너도 잘한 건 없을 텐데. 혹시 그날 일을 잊어버린 거니? 아니면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니야! 난... 난..."

 

  이영화는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그녀의 눈이 스카프를 메고 있는 고독한에게 향했다. 잊고 싶었던 그 날의 잔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소년은 목을 부여잡고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마침, 눈곱을 떼며 민호가 카페로 들어왔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카페에 모인 그들을 쓱 훑어봤다. 그의 시선이 이영화에게서 멈췄다. 그리고 벽에 기대어 괴로워 하는 고독한을 발견했다.

 

 "여기 왜 또 왔어요. 지금 당장 안 나가면 로이 형 한테 연락할 거예요."

 

  순간적으로 이 상황을 파악한 민호는 핸드폰을 들고 이영화에게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영화가 이를 악물고 카페에 모인 사람들을 한명씩 째려봤다. 그녀의 시선에서 분노와 집착이 느껴졌다.

 

 "두고 봐. 다시 올테니까."

 

  카페에 남은 사람들은 그녀가 나가자 모두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하루가 힘겹게 느껴졌다.

 

 "저기, 누가 이 상황 좀 설명해줄래요?"

 

  민호가 한 쪽 손을 들고 방긋 웃었다. 그의 미소가 카페에 남은 사람들을 향했다.

 

  류미리는 손으로 자기 팔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지수는 적절하게 나타나준 민호를 보며 같이 웃었다. 고독한은 스카프를 더욱 세게 고쳐 매고 에어컨을 작동시켰다.

 

  에어컨에서 차가운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답답했던 공기가 차츰 시원해졌다.

 

 *

 

  한낮의 공원 분수대 앞에는 햇살이 쨍쨍하게 내리쬈다. 그늘 밖은 햇빛이 따가워서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날씨였다. 지수와 류미리는 정자 아래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별 거 아니야. 젊었을 때... 그냥 얼굴만 조금 아는 사이지."

 "사이가 안 좋아 보였어요."

 

  지수는 방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줄로만 알았던 엄마의 다른 얼굴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가슴 한편이 불편했다.

 

 "신경 쓸 거 없단다. 어차피 더이상 볼 사이도 아니니까."

 "아까, 그날이란 건 뭐예요?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고독한 씨 얼굴이..."

 

  류미리는 대답하기 곤란한지 고개를 돌렸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말을 꺼냈다.

 

 "지수야. 그 집에서 나오는 게 어떻겠니? 한국에 있는 동안 더 좋은 곳을 알아봐 줄게."

 "나는 그 집이 좋아요. 고독한 씨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혹시 그 애를... 아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래도 아니지?"

 

  지수는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붉어진 그녀의 얼굴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 애는 안 된다. 지수야. 그 아이는..."

 "알아요. 게이라는 거. 그런데 나는 왠지 그 사람이 게이가 아닌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 할지..."

 

  류미리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렸다. 지수는 엄마가 먼저 이야기를 해주길 가만히 기다렸다. 짧은 침묵이 있은 후, 떨리는 목소리가 류미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구나. 지금 네 나이일 즈음에 나는 하숙집에서 살고 있었단다. 아까 전 걔도 거기서 만났지. 사실부터 말하자면, 그 여자는 몸을 파는 창녀였어.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걔는 어느날 아이를 갖게 되었고, 아기를 제대로 키우지도 못 하면서 아이를 낳았단다. 정말 끔찍한 일이지 않니. 제대로 돌보지도 않을 거면서 아이를 낳았다는게."

 

  지수는 귓속에 흘러드는 엄청난 사실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온몸이 떨려오면서 가슴이 아파서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 아이가, 너도 알겠지만 그 카페 사장이란다. 난 전혀 몰랐지. 어렸을 때, 그 날 이후로 보지 못했으니. 그래서 그 애는 창녀에게서 태어나고, 자랐어. 화영, 걔는 그 애를 항상 방치했고, 그 애는 거의 혼자 컸단다. 매일 같이 그짓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내들의 고함 소리와 여자들의 화장품 냄새, 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자랐지. 그곳에서 자란 애가 어떻게 정상적으로 자랄 수가 있겠니. 그날 일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구나."

 

  류미리는 말을 하는 사이마다 지수의 눈치를 살폈다. 지수는 눈을 질끈 감으며 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

 

 "몰랐어요. 그것도 모르고 난...."

 "그래. 이제라도 알았으니 당장 그 집에서 나오면 된단다."

 "엄마. 나 지금 가야 할 곳이 있어요."

 

  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심장이 아파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류미리는 일어선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어딜 간다는 거니?"

 "그 사람한테요."

 "그 애한테 가서 뭘 어쩌려고."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 사람을 꼭 봐야겠어요."

 

  지수는 울먹이며 엄마의 손을 잡았다. 손등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놔주세요.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요."

 

  류미리는 그녀를 붙잡은 손에서 천천히 힘을 놓았다. 지수는 햇살이 비치는 거리로 뛰쳐나갔다. 멀어지는 딸의 뒷모습에서 함께하지 못한 세월이 벽처럼 나타났다. 그녀가 뛰쳐나간 자리로 더운 열기가 불어왔다.

 

 *

 

 "한이 형 괜찮아?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카페에 둘만 남은 민호가 고독한에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고독한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 일도 아닌데."

 "아무일도 아니긴. 아까 형 엄... 그 사람, 요즘에도 찾아와? 또 돈 달라고?"

 "네가 신경 쓸 거 없어."

 "그기 아니잖아. 형 또 발작 일어나면... 오늘 오전 내가 볼게. 올라가서 좀 쉬어."

 "쓸데없다고. 너도 사라져."

 

  고독한이 평소의 무심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민호는 그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며 못이기는 척 카페를 나갔다.

 

  겨우 카페에 혼자 남은 그는 계산대 위에 엎드린 채로 눈을 감았다. 방금 전 상황이 눈앞으로 휙휙 지나갔다.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불편해졌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 아무도 없네. 콩알만한 카페에 무슨 사람이 그렇게 나다니는건지."

 

  불편한 목소리의 주인이 다시 나타났다. 고독한의 손이 바르르 떨었다.

 

 "도대체 무슨 수작 부릴려고 찾아왔어! 아직도 부족해? 얼마가 필요한데. 얼마가 필요하냐고!"

 "그렇게 소리지르지마. 난 네 엄마야."

 

  이영화가 고독한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고독한은 이를 악물었다. 고개를 돌린 채로 그녀가 알아서 나가주길 기다렸다. 숨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그 날 일 때문에 나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 아니겠지. 그건 그냥..."

 

  그녀의 눈이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독한을 몰래 훔쳐봤다. 그의 목을 가린 스카프가 신경이 쓰였다.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그의 상태가 이상했다.

 

 "그날 일은 사고였어. 그년 말을 믿으면 안 돼. 그년이 어떤 년인데. 자기 딸을 돈하고 바꿔 먹은 더러운 년이라고. 그년이 감히 나한테, 내 앞에서 큰소리를 쳐. 쌍 년, 개 년, 죽일 년."

 

  이영화는 자신의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시선이 한곳을 보지 못하고 방황했다. 카페에 불편한 정적이 찾아왔다.

 

 "그게... 무슨 말인데. 다시 말해봐."

 

  고독한이 부릅뜬 눈으로 이영화에게 따져 물었다. 이영화는 전보다 더 당황한 듯이 횡설수설했다.

 

 "그건 사고라고, 사고. 너, 너는 모르겠지만... 그날..."

 "아니, 그다음에 한 말. 자기 딸을 돈하고 바꿨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귀를 기울였다.

 

 "한이 형! 당신! 내가 분명히 로이 형한테 연락한다고 했어요! 지금 연락한다고요!"

 

  민호가 불쑥 카페에 나타나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영화는 변명도 하지 못한 채로 얼어붙었다.

 

 "그만! 연락하지 마."

 

  고독한은 민호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그를 제지했다.

 

 "한이 형, 그러다가 저번처럼..."

 "난 괜찮으니까 전화기 꺼."

 

  민호는 침착한 그의 목소리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고독한이 계산대에서 빠져나오며 민호에게 앞치마를 건넸다.

 

 "민호야. 잠시만, 카페 좀 봐. 금방 올게."

 "형, 괜찮아? 어디 가는데!"

 

  민호가 이영화의 손목을 붙잡고 카페를 나가는 고독한에게 소리쳤다. 그들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카페에는 독한 향수 냄새만 남아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내도 알자, 좀!"

 

  그의 외침이 카페에 외로이 울렸다.

 

  카페를 빠져나온 고독한과 이영화는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고독한이 평소 같지 않게 흥분한 모습으로 따져 물었다.

 

 "아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길래 그날 일을 알고 있는 거냐고."

 "잠, 잠시만... 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이영화는 혼란스러운지 이마를 손등으로 받혔다.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주변의 풍경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쓰레기 봉지와 깨진 술병,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눈에 비치는 풍경은 오래전 그곳과 닮아 있었다. 예전에 살았던 곳도 이렇게 후미진 골목 안이었다. 그곳은 매일 썩은 술 냄새가 나고, 똥파리와 쥐새끼가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항상 그곳을 떠나고 싶어 했지만, 떠날 수가 없었다. 떠날 수 없었던 그 이유가 어느덧 다 자란 성인이 되어서 눈앞에 서 있었다.

 

  머릿속이 차츰 밝아졌다. 오래전 나날들이 자연스레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집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정 마담이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복도로 나왔다.

 

 "내가 마담 경력 십오 년에 살다 살다 여기서 애기 울음소리를 다 듣네. 거기다 둘씩이나!"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방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정 마담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두 방을 번갈아 봤다.

 

 "한 년은 제대로 키우지도 않을 거면서 아기를 낳고, 한 년은 무슨 생각인지 도통 알 수가 없고. 아주 여기서 살림까지 차리지 그래! 너희들 미친 거 아니야!"

 "죄송해요. 마담 언니.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마리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고개를 숙였다. 정 마담이 팔짱을 끼고 그녀를 째려봤다.

 

 "뭘 기다려달라는 거야. 아기가 크려면 한참이나 남았구만!"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잘하면 빚도 갚을 수 있을 거예요."

 

  빚을 갚는다는 마리의 말에 정 마담의 눈빛이 수그러들었다.

 

 "어떻게든 빨리 방법을 찾아! 여기가 무슨 탁아소도 아니고 말이야! 그리고 너는! 이영화, 너는 어쩔 거야!"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랬지! 화영이라고!"

 "그러면 이름을 바꾸던가. 영화나, 화영이나. 그래서 아기는 어쩐다고. 제대로 키우지도 않으면서, 애가 계속 울잖아! 쟤처럼 젖이라도 물리던가!"

 

  정 마담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기를 흘겨보며 화영에게 짜증 냈다. 화영은 분말이 제대로 녹지도 않은 젖병을 아기의 입에 물렸다. 아기는 그거라도 좋은지 울지 않고 분유를 먹었다.

 

 "너는 어쩔 거냐고."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미친년아. 여기가 네 탁아소냐! 저거 빨리 안 치울 거야!"

 "아기가 무슨 물건이야? 치우게!"

 

  화영이 정 마담에게 지지 않고 대들었다. 정 마담은 빚이 없는 화영에게 윽박지를 명분이 없는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키울거면 애가 안 울게 하던가. 애기 울음소리가 온집에 다 울리게 말이야. 너, 밤에는 애기를 업고 밖으로 나가던가, 다른데 맡기던가, 애기를 기절시켜서라도 울음소리 안 나게 해. 손님 앞에서 애기 소리가 났단 봐."

 

  정 마담이 조곤조곤히 주의를 주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화영은 혼자서 젖병을 빨고 있는 아기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녀의 시선이 맞은편 방으로 향했다.

 

 "빚을 갚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사람한테 찾아갔어."

 "뭐?"

 

  화영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찾아가서 뭐 어쩔려고. 너 때문에 임신 했다, 책임져라. 뭐 이딴 소리라도 지껄일려고 찾아간거야? 정신 차려, 이 정신나간 년아. 걔네들한테 우리는 남이 씹다 버린 껌이나 마찬가지야."

 "나도 그 정도로 생각이 없진 않아."

 "그럼 뭔데. 오래 살고 싶어서 욕이라도 쳐먹을려고 갔냐? 미친 년."

 

  마리는 화영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젖을 물렸다. 젖을 빠는 아기의 덜 자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 아내가 있어."

 "그래서 뭐."

 "아내한테 찾아간다고 했어."

 "미쳤구나, 너. 진짜 죽고 싶지? 무섭다, 얘. 완전 정신 나간 또라이잖아!"

 "아무 일도 없는 일로 할 테니 돈을 달라고 했어."

 

  화영이 입을 다물고 잠자코 마리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준대. 내가 몇 년을 거기가 헐도록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준다는 거 있지."

 "그 말을 믿어? 정신 차려, 이 년아."

 "이 애만 없애준다면 확실하게 돈은 준다고 했어. 이미 통장은 받았어."

 

  충격적인 사실에 화영은 입도 벙긋할 수가 없었다. 저 말이 아기의 젖을 물리고 있는 엄마가 할 소리인가 의심이 들었다. 맞은편 방에서 아기를 따스하게 안아주는 마리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너..."

 

  화영이 갑작스런 아기 울음소리에 뒤돌아봤다. 등 뒤에서 분유를 다 먹은 아기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날이 있고 며칠 뒤, 그년은 그 집을 나갔어. 아기 없이 혼자서."

 

  이영화는 오래전 이야기를 회상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자기 아들하고 이토록 대화를 오래 나눈 적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목에 메여왔다. 어떻게든 이 기회를 붙잡고만 싶었다.

 

 "나는 널 버린 적 없지만, 그년은 자기 딸을 버렸어. 그런데 하는 꼴을 봐! 어떻게 가증스럽게 내 앞에서 그날 일을 꺼낼 수가 있지."

 

  그녀는 증오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고독한은 무심하게 고개를 돌렸다.

 

 "차라리 날 버리지 그랬어."

 "그, 그날 일은 사고라니까. 내가 어떻게 해줄까. 아무거나 다 할 수 있어. 무릎 꿇고 빌까. 그럼 되겠어?"

 

  이영화는 당장에 무릎이라도 꿇을 것처럼 다리를 구부렸다. 그녀의 행태를 가만히 지켜보던 그가 뒤돌아서며 속삭였다.

 

 "아무것도 하지마. 바뀌는 건 없으니까."

 

  고독한은 그녀를 거리에 혼자 남겨두고 자리를 떠났다. 목을 감싸고 있는 스카프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스카프를 느슨하게 풀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색은 언제나 똑같네."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빛났다. 뜨겁게 내리쫴는 햇살은 그를 어디론가로 이끄는 듯 했다. 그는 정처없이 길을 헤멨다. 그의 발걸음이 노란 햇살을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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