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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고독한 쥬뗌므
작가 : gloryr****
작품등록일 : 2019.10.26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사랑을 할까?

헌신적인 사랑을 믿는 리아
사랑에 의해 상처만 받는 고독한
사랑을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로이
곁에서 바라만 봐도 행복한 민호
사랑을 투쟁으로 쟁취하려는 지민
제각기 다른 사랑을 믿는 이들이
만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

멋진 공주와 예쁜 왕자 동화 속으로
​지금 당장 들어가볼까요?

 
10. 이건 나만 아는 비밀인데. 고독한씨... 게이가 아니에요.
작성일 : 19-10-26 11:25     조회 : 160     추천 : 0     분량 : 6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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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계속 따라오는 건데."

 

  고독한은 뒤따라오는 지수를 멈춰 세웠다. 지수는 고개를 저으며 딴청을 피웠다. 강바람에 앞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따라가는 거 아니에요."

 "지금 내 뒤를 따라오잖아. 그럼 먼저 가."

 

  그녀가 총총 뛰면서 그를 앞서갔다. 둘은 나란히 달빛을 받으며 한강 다리를 건넜다. 밤공기가 시원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서 있었어요?"

 

  그는 아무 말 없이 걸었다. 도로 위를 질주하는 차의 굉음이 시끄럽게 귀를 괴롭혔다.

 

 "안 들려요? 왜 여기 혼자 왔냐고요."

 "말 걸지 마."

 "원래 그렇게 차가워요? 이것 봐요!"

 

  지수가 갑자기 다리 난간 앞으로 가서 손을 흔들었다. 조금 전 그가 그랬던 것처럼 난간에 기대어 섰다. 그녀의 몸이 강바람에 휘청이며 난간 밖으로 넘어갔다.

 

  고독한이 깜짝 놀라서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몸을 붙잡고 끌어안았다. 그녀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으며 해맑게 웃었다. 금발 머리카락 사이로 네온사인 불빛이 비치며 눈이 부셨다.

 

 "우와! 진짜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미쳤어?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그가 손을 바들바들 떨며 크게 소리쳤다. 흠칫 놀라며 자신의 목을 손으로 가렸다. 그녀는 흥분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무슨 기분인지 알고 싶어서요. 고독한 씨가 말 안 해주니까. 이렇게 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죽고 싶어? 방금 죽을 뻔했다고!"

 

  고독한은 소리치면서 자신이 내뱉은 말을 제 귀로 듣고 어깨를 떨었다.

 

  지수가 그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조금 전, 느꼈던 감각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심장이 터질 듯 요동치면서 온몸이 떨렸다. 센 강과 한강은 완전히 달랐다. 한강은 사람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괴물처럼 거대했다.

 

 "무서웠어요. 센 강이랑 다르게 여기는 아래가 하나도 안 보여요. 짙은 어둠으로 꽉 차서, 그 어둠이 나를 붙잡고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어요. 왜 여기 혼자 온 거예요? 이렇게 무서운 곳에."

 

  그는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상관 없잖아."

 "아니요. 상관 있어요. 고독한 씨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녀는 그의 시선을 찾아서 그의 눈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가 천천히 그녀의 눈을 마주봤다. 처음이었다. 자신을 낳아준 사람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을 눈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여자가 실없이 내뱉었다.

 

  이 여자는 사랑한다는 말의 뜻을 알고 있을까. 한국에서 자라지 않은 그녀가 제대로 알고 있을리 없다. 또 그 말을 태어나 처음 듣는 사람의 마음도.

 

 "네가 뭔데..."

 "고독한 씨."

 

  그녀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차의 헤드라잇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밝혔다.

 

 "고독한 씨는 게이가 아니에요.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거예요. 내가 찾아줄게요. 그러니까..."

 

  지수는 허리를 숙이며 그에게 인사했다. 고독한은 얼떨떨한 얼굴로 그녀를 지켜봤다. 그녀의 밝은 목소리가 한강 다리 위에 울렸다.

 

 "앞으로 같이 살게 된 리아라고 합니다. 한국 이름은 지수에요. 반갑습니다!"

 

  조각난 달빛이 한강 다리를 그윽히 비췄다. 달빛을 감미한 알록달록한 불빛이 예쁘게 빛났다.

 

 *

 

  혼자서 카페 뒷정리를 마친 민호가 유리창 너머 거리를 봤다. 어두운 거리에 가로등 불빛이 비쳤다. 거리는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길을 못 찾았나. 늦기 전에 집으로 오라이까."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거리로 나갔다. 그의 눈에 낯익은 인영이 들어왔다.

 

 "한이 형. 오늘은 웬일로 마감에 안 왔네? 어, 형 목에 스카프가. 그런데 뒤따라오는 사람은 누구..."

 

  고독한은 제 목을 손으로 가린 채로 빠르게 건물 안으로 올라갔다. 그 뒤로 지수가 해맑게 웃으며 나타났다.

 

 "민호 씨! 알바 끝났어요?"

 "네. 근데 어떻게 둘이 같이 왔어요?"

 "민호 씨! 잘 부탁해요! 우리 한동안 같이 살게 됐어요."

 

  그녀는 민호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크게 흔들었다. 민호는 떨떠름한 듯이 물었다.

 

 "한이 형이 같이 살아도 된대요?"

 "그런 건 아닌데. 내가 여기서 산다고 말했어요."

 "지수 씨가요? 지수 씨, 한이 형 포기한 거 아니었어요? 아니면 엄마 찾기 전까지 머물 곳이 없어서..."

 "민호 씨. 이리 와 봐요."

 

  그녀가 비장한 얼굴로 그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이건 나만 아는 비밀인데. 고독한 씨..."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귀를 가까이 댔다. 지수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게이가 아니에요."

 

  고요한 거리 위로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왔다.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민호는 자기가 잘못 들었는가 싶어 눈을 찌푸렸다. 그러자 지수가 주먹을 불끈 쥐며 한 번 더 다짐했다.

 

 "내가 유혹할 거예요. 나를 사랑하게 만들면, 고독한 씨는 게이가 아닌 거니까. 앞으로 나한테 반하게 할 거라고요."

 "그거야 그렇지만... 이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밝게 웃는 그녀의 눈이 아이처럼 반짝거렸다.

 

 '뭐, 상관없나. 우짰든 우리집에서 같이 산다는거이까.'

 

  민호도 그녀를 따라서 웃었다. 그의 볼이 주홍빛으로 발그래 물들었다.

 

 *

 

 "지수 씨! 옷이 그기 뭐에요!"

 

  아침 일찍 일어난 민호가 자기 눈을 손으로 가리며 지수에게 소리쳤다. 그의 눈이 손틈 사이로 그녀를 힐끗 훔쳐봤다.

 

 "왜요? 이 정도면 나한테 반할 것 같아요?"

 

  지수는 흰색 와이셔츠 하나만 입고 소파에 요염하게 앉아 있었다. 팬티를 입었는지, 바지를 입었는지 하의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입은 헐렁한 와이셔츠가 응큼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지, 지수 씨. 한이 형을 유혹하려는 맴은 알겠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지만, 어쩌면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가 슬그머니 눈을 가린 손가락 틈을 벌렸다. 햇살이 그녀의 매끈한 다리를 눈부시게 비쳤다. 그의 입꼬리가 눈 밑까지 올라갔다.

 

  마침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지수는 긴 다리를 쭉 뻗으며 재빨리 자세를 취했다.

 

  거실로 내려온 고독한이 소파에서 요염한 자세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의 눈이 거실을 쓱 훑어보더니 바로 집 밖으로 나갔다.

 

 "Quoi! 아무 반응이 없잖아."

 "크흠. 진정한 남자라면 반응이 없을 수가 없는데..."

 

  민호가 고개를 돌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지수는 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다른 방법을 궁리했다.

 

 "아무래도 더 엄청난 거로 입어야 할까 봐."

 

  그 말을 들은 민호는 사레가 들렸는지 헛기침을 했다. 그녀를 말려야 할지, 부추겨야 할지 수많은 갈등이 뇌리를 스쳐 갔다. 눈을 크게 깜빡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한이 형은 가죽 취향일지도."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래요? 가죽은 프랑스에서 안 챙겨 왔어요. 한국 여름은 덥다고 해서. 민호 씨. 쇼핑하러 갈 때 나도 같이 데려가 줘요. 가죽이면 어떤 가죽옷을 사야 할까요."

 "그기 그 가죽으로 된 속옷, 코르셋 같은, 채찍도...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기고."

 

  민호가 자기 뺨을 때리며 정신을 번쩍 차렸다. 가슴 라인을 훤히 내놓고 있는 그녀에게 소리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지수 씨, 빨리 옷 갈아입어요! 오늘은 엄마 찾으러 가기로 했잖아요."

 "네!"

 

  지수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웃었다. 엉거주춤 방으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이 오리 같아 보였다.

 

  그들은 각자 나갈 준비를 마친 후, 입양 센터로 향했다. 입양 센터는 지하철로 열 정거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입양 센터에 들어간 민호가 대기열 번호표를 받고 지수에게 돌아왔다. 그의 얼굴이 바짝 굳어 있었다. 지수는 앉은 자리에서 발을 차며 순서를 기다렸다.

 

 "지수 씨는 긴장 안 돼요?"

 "네? 왜요?"

 "진짜 희안하네. 내는 내 일도 아닌데 이렇게 떨리는구만."

 

  그는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때마침 대기열 번호가 줄어들었다.

 

 "우리 차례다. 지수 씨, 가요."

 

  그들은 대기열 번호가 뜬 상담사 앞으로 갔다. 뿔테 안경을 쓴 상담사는 형식적인 질문을 한 뒤, 설문지를 줬다. 지수가 설문지를 작성하고, 상담사에게 건넸다.

 

 "입양 날짜를 검색해 보니, 그 날에 프랑스로 입양된 아이는 한 명 밖에 없네요."

 

  상담사가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설명했다. 민호가 밝은 얼굴로 지수를 봤다. 지수도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근데 부모가 입양을 시킨 게 아니네요."

 "그기 무슨 소리에요?"

 "고아원에서 국외로 입양을 시킨거네요. 아무래도 저희 쪽에서 부모를 찾아드리기는 힘들겠는데요."

 

  상담사는 뿔테 안경을 올려쓰며 고개를 저었다. 민호는 당황해 하며 물었다.

 

 "그래도 무슨 방법이 있을 거 아니에요. 기록이 다 남아있을텐데."

 "저희가 알려줄 수 있는 건 고아원 이름 정도네요. 자료에는 하늘 고아원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요즘은 고아원이라는 말을 못 쓰거든요. 아무래도 하늘 보육원을 찾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쪽에 직접 찾아가 봐야 한다는 거예요?"

 "네. 저희 쪽에서는 따로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검색해보니까 하늘 보육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보육원이 딱 한 군데가 있네요. 아무래도 직접 찾아가 보거나,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해보셔서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민호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수를 봤다. 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직접 찾아갈 거예요. 방금 말한 보육원 자료 주세요."

 

  그들은 보육원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입양 센터에서 빠져나왔다. 지수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을 보며 소리 질렀다.

 

 "꺄아! 벌써 엄마를 찾은 것 같아요! 이게 다 민호 씨 덕분이에요!"

 

  그녀는 민호의 손을 잡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민호는 민망해 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뭐,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한 게 없다니요! 너무 너무 고마워요! 정말 이 기분을 말로 표현하고 싶은데."

 

  지수가 울먹이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눈 끝에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

 

 "민호 씨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민호 씨는 내게 정말로 고마운 사람이에요! 모나미!"

 

  그녀의 물기 젖은 목소리가 햇빛 가득한 거리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민호는 덩달아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보육원 주소 좀 잠만 도 봐요. 경기도네요. 버스 타고 가면 한 두시간이면 찾겠는데. 지금 갈래요?"

 

  지수는 미소 지은 얼굴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햇살이 어제보다 더 뜨겁게 내리쬈다. 드디어 여름이라는게 실감나는 날씨였다.

 

 *

 

  맑은 하늘에 해가 반짝 빛났다. 하늘 보육원은 외진 산골에 자리해 있었다. 둘은 땀을 뻘뻘 흘리며 산길을 올랐다.

 

 "가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리 산을 탈 줄은 몰랐네요."

 

  민호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미소 지었다.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산바람이 산정상에서 불어왔다.

 

 "아까 말했던 모나미는 뭐예요? 모나미라니. 모나미 볼펜을 말하는 건가."

 "모나미 볼펜? 모나미가 아니고 'Mon ami'. 한국어로 번역하면 '내 친구'라는 뜻이에요. 민호씨는 내 친구니까요!"

 

  그녀가 대답을 마치자 울창한 나무로 가로막힌 산길 끝에 작은 건물이 보였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동시에 웃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단숨에 보육원까지 달려갔다.

 

  보육원 앞에는 '하늘 보육원'이라는 팻말이 적혀 있었다. 보육원 앞 작은 정원에는 아이들이 뛰노는 중이었다. 아이들은 낯선 사람들을 발견하자 노는 걸 멈추고 멀뚱히 서서 그들을 지켜봤다.

 

 "누구시죠?"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곱게 늙으신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났다. 민호는 할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

 명했다. 그러자 곱게 늙으신 할머니가 인자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가끔 이렇게 찾아오는 손님이 있습니다."

 

  머리가 새하얗게 센 할머니는 보육원에 들어가서 그들에게 산수유 차를 한잔씩 대접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하늘 보육원 원장이에요. 그런데 저를 찾아오신 분이 누구시죠?"

 

  원장 할머니가 민호와 지수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지수가 품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며 사진을 탁자에 올려두었다. 사진에는 젊은 여자와 그 여자의 품에 안긴 아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엄마를 찾아왔어요. 혹시 여기 이 사진에 젋은 여자 기억해요?"

 "음...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보육원에 아이를 두고 가는 사람이 많아서 말입니다."

 "사진 뒷편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어요."

 

  지수는 사진 뒷편을 보여주었다. 사진 뒤편에는 '내 딸 지수'라고 한글로 적혀 있었다. 원장 할머니는 돋보기 안경으로 사진을 유심히 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그때가 아이엠에프가 터질 때 즈음이었을 겁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많아진 시기였어요. 우리가 아이들을 더이상 감당할 수가 없어서 외국으로 입양을 많이 시켰는데. 그 중 애기 부모와 관련된 물건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아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애기 품 안에 사진을 몰래 숨겨뒀었던 것 같은데..."

 

  원장 할머니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지 말끝을 흐트렸다. 지수는 다급해진 목소리로 그녀를 보챘다.

 

 "날, 날 맡긴 엄마는 기억해요?"

 "그게... 기억이 잘..."

 "자세히 살펴보면 기억이 날 거예요. 좀 더 봐줘요."

 

  지수가 기대에 찬 눈으로 원장 할머니의 대답을 기다렸다. 원장 할머니는 유심히 사진을 살펴보다가 사진을 내려두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서 잘 생각나지 않네요. 생각이 난다고 해도 이곳에 아기를 맡긴 사람들은 연락처나, 찾아갈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도 특별히 기억이 나는 거니 말입니다. 아무것도 없이 애기만 남겨놓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요."

 "그럼 엄마에 관한 건 하나도 모르는 거예요?"

 "미안합니다. 이렇게 찾아오는 손님들이 올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이곳에 아이를 두고 간 부모를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찾는다고 해도 좋게 끝나는 경우도 드물고요."

 

  원장 할머니는 돋보기안경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지수는 기운이 없는 손으로 사진을 집었다. 그녀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민호는 사진 속 젊은 여자의 얼굴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어디서 본 것처럼 낯익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탁자에 올려둔 산수유 차는 어느새 차갑게 식었다. 창문 밖으로 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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