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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차우의 마을 이야기
작가 : 치르비
작품등록일 : 2019.10.9

꿈능력자 차우에게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이상한 사건들.
믿을 수 있는 것은 친한 친구와 시간을 초월하여 정보를 알려주는 꿈들 뿐.
과연 그는 평범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3화
작성일 : 19-10-26 10:00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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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으실 것 같다고요?”

 

  어렵사리 화로에 불을 지핀 뒤, 근처 의자에 앉은 차우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지금 하는 일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그럼 언제쯤 오실까요?”

 

  오래된 화로에 불이 들어오자 차우의 어머니는 찐 감자와 호박을 갈아 넣은 우유를 서둘러 작은 솥단지 안에 부었다. 우유가 걸쭉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했기 때문에 그동안 다른 일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차우의 어머니는 두세 번 정도 솥 안의 우유를 휘저은 뒤, 여린 새벽녘 이슬을 잔뜩 머금은 따뜻한 바게트를 먹기 좋게 잘랐다. 바게트는 유연한 칼에 제 몸이 잘릴 때마다 품에 안고 있던 구수한 연기를 뿜었다.

 

  “잘하면 오늘 저녁이나, 아니면 내일 새벽에 오실 거야.”

  “평소 때보다 더 늦으시네요?”

 

  그 옆에서 채소를 닦던 차드가 말했다. 차우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공사가 꽤 큰가봐. 편지 쓸 시간도 없는 건지 이번에 급하게 갈겨썼고.”

 

  그러면서 차우의 어머니는 앞치마에 달린 주머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냈다. 이미 봉투가 뜯긴 편지에는 지난밤, 그 주인의 급한 마음이 담겨진 손때 묻은 육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곳곳이 구깃구깃 접혀있었고, 슬그머니 공기 중으로 약하게나마 탄내를 흘렸다. 차우는 편지를 받아 읽었다. 일 때문에 늦어질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는데,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날 정도로 글씨체가 엉망이었다.

  어지간히도 급하셨나보군. 차우는 편지를 읽는 내내 그렇게 생각했다.

 

  “진짜네요. 글씨 그렇게 잘 쓰시는 분이 얼마나 급하셨으면······.”

 

  차드가 옆으로 다가와 편지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야, 어떡하냐? 창문 고쳐줄 사람이 없어서.”

  “당연히 기다려야지.”

 

  그러자 차드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넌 어떻게 17살씩이나 되는 놈이 그거 하나 못 고치냐?”

  “5살 먹은 애처럼 힘 조절 못하는 멍청이보다는 낫지 않겠어?”

 

  그러자 차드는 차우를 무섭게 째려봤다. 차우와 똑같은 푸른색 눈동자에는 짜증과 분노가 얽혀 있었다. 차우도 지지 않겠다는 듯 한껏 얼굴을 찌푸리며 차드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는 형인 차드에게 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싸우지들 말고 도와주기나 하렴. 차드는 채소 다 씻었니?”

 

  빵을 자른 뒤 솥단지 안을 살펴보던 차우의 어머니가 말했다.

 

  “거의 다요.”

  ‘좀 있다가 두고 봐.’

 

  차드는 차우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차우는 혀를 쭉 내밀며 응수할 뿐이었다.

 

 

 

 ****

 

 

 

  아침 식사는 늘 그렇듯 조용히 이루어졌다. 차우는 아버지가 있었더라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푸짐했을 식탁이 평범해진 것에 약간 실망했다. 물론 달콤한 감자 단호박 수프와 시큼한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 갓 만들어진 바게트만으로도 배를 채우기에는 충분했지만, 좀 더 많은 걸 기대했던 그로서는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그건 차드도 마찬가지였는지 먹는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식사를 하는 내내, 차우는 뭘 할지 고민했다. 일단 마리 할머니의 의뢰를 네로에게 보고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게다가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차드와 싸우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도 없었다. 그는 차드에게서 자신을 괴롭히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움찔거리는 손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식사를 방해할 듯 사나웠고,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것 같은 다리는 자신을 위협하고 있었다. 지금은 형을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형의 기분이 좀 더 나아지면 그때 뭐라고 좀 더 이야기 해야지.’

 

  그때 차우는 등줄기를 타고 묘한 한기를 느꼈지만 무시했다. 어떤 안 좋은 예감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식사를 가장 먼저 끝낸 사람은 다름 아닌 차우였다. 그는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수프를 마시고, 빵을 먹고, 할당된 샐러드를 모조리 먹어치웠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다녀오겠습니다.”

 

  외투를 입은 뒤에 차우는 현관문으로 나가며 말했다. 차우의 어머니는 간식이라도 가져가라고 말했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하고 집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새벽녘의 묘한 자취가 남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옅은 햇빛이 내려앉은 말끔한 길은 한산하기 그지없었고, 이따금 흘러나오는 입김이 산산이 조각나며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옅게 깔린 안개는 그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차우는 옷을 추스른 뒤에 거리로 나왔다.

  마을의 아침은 그날 해야 할 하루의 일과 다가올 추위 대비로 바쁘기 그지없었다. 아침 일찍부터 정원사들은 길가에 자란 나무들을 관리했다. 그보다도 더 일찍 일어난 몇몇 마을 주민은 집 상태를 꼼꼼히 살펴봤다. 상인들도 일찍 일어나 가게를 단장했었는데, 벌써부터 겨울 상품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 가게도 있었다. 차우는 잠시 멈춰서 가게 안을 슬쩍 쳐다봤다. 쇼윈도 너머로 바쁘게 움직이는 가게주인은 벌써부터 진열대에 바삐 겨울 상품들을 진열하고 있었다. 저렇게 빨리 해도 되려나? 차우는 의문을 품었지만, 곧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가게 주인이 낌새를 눈치 채서 곧장 그곳을 나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걸어가며 가만히 생각하던 차우는 그게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모든 사람들, 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려고 노력하는 이들은, 제각기 할 일을 찾아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차우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고,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행복을 위해 의심 없이 앞으로 걸어가는 용감한 이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닌,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의지였다. 차우는 그걸 알고 있었고, 지금껏 그것이 진실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왔다.

 

 

 

 

 ****

 

 

 

  네로의 집은 차우네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십여 분 정도 상점가를 가로질러 걷던 차우는 이윽고 네로의 집 앞에 도착했다. 노크를 하자 잠시 후 누군가가 밖으로 나왔다. 네로의 어머니였다.

 

  “안녕하세요. 네로 누나를 만나러 왔습니다. 혹시 누나 안에 있나요?”

 

  차우가 말했다.

 

  “어머나, 차우 왔구나. 그런데 어쩌지? 네로는 지금 일하러 갔는데.”

  “그런가요?”

 

  아침 일찍부터 할 일이 있는 건가? 다시 인사를 건네고 길거리로 나온 차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태양이 지평선 위로 반 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잠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 네로 누나가 일을 하러갔다는 말은 분명 모임과 관련된 일일 것이 분명했다. 그는 네로가 모임의 일을 제외한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모임은 네로에게 있어서 거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차우 자신의 가정이 맞는다면, 네로는 분명 모임을 관리하는 ‘오두막집’에 있을 터였다. 그곳에서 보통 모든 일을 처리하니까.

  결론이 나자 차우는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처럼 상점가를 쭉 지나쳐, 바에부스트로 숲 입구로 가는 길목으로 빠진 뒤, 중간에 난 작은 숲길로 들어가 공터로 향했다.

  어제와 달리 공터는 텅 비어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의 흔적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고, 대신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들은 서늘한 바람과 마법처럼 빛나는 희미한 태양빛, 짧게 쳐진 잔디뿐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울려 퍼지는 바람과 차우 자신의 발걸음이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이 모든 것들이 묵직한 침묵을 유지하는 공터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공터와 이어진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무성하게 자라난 풀숲을 헤치며 조금 더 걷자, 이윽고 작은 오두막집 하나가 수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최초로 모임이 생겨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사용된 낡은 오두막이었다. 그간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며 계속 수리를 받아왔지만, 고된 세월의 흐름을 들이켜 마신 이상 점차 낡아가는 제 모습을 전부 숨길 수는 없었다. 이제는 수리하는 것으로 무리가 있다는 판단 하에, 새로 집을 짓기로 결정했다는 걸 차우는 기억하고 있었다. 차우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리더?”

 

  차우의 목소리가 오두막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의뢰 관련 서류들과 찌꺼기가 남은 접시들, 컵이 즐비한 가운데 사람의 기척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 없는 건가?’

 

  그럴 리 없을 거야. 2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차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네로가 업무를 보러 왔다면 이 집에 올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가정이 틀릴 리 없었다. 네로는 언제나 2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일을 하니, 분명 그곳에 있으리라.

 

  “리더? 여기 있어?”

 

  2층 복도 끝에 있던 방문에 선 그는 조용히 말하며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몇 분을 기다려도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문 가까이 귀를 가져간 그는 잠시 후 어떤 인기척을 느꼈고, 그 즉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집무실은 그가 며칠 전에 다녀갔을 때 그대로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커다란 유리창 앞에 짙은 갈색의 커다란 다용도 책상 하나가 놓여있었다. 양 옆으로는 모임 관련 민원서류와 의뢰 관련 내역들의 적힌 쪽지들이 정리된 채 가득 쌓여있었는데, 저것들이 언제 정리될지 차우조차도 감히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양이 방대했다. 방 중앙에는 오래된 초록색 소파 두 개가 마주보며 놓여있었고, 소파 사이에는 긴 탁자 하나가 당연하다는 듯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틴?”

 

  차우는 방 안에 있는 인물 둘을 보고서 말했다.

  소파에 앉아있던 사틴은 입 주변에 생크림을 묻힌 채, 잔뜩 신이 난 듯 두 손을 흔들었다. 그런 사틴 앞에는 네로가 앉아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제 존재를 뿜고 있었다.

 

  “어서와, 차우. 기다리고 있었어.”

 

 

 

 

 ****

 

 

 

  “그래서 이번 신상품 없냐고 물으니까, 아저씨가 슈크림을 주시는 거야. 진짜 맛있다니까, 이거?”

 

  사틴은 벌써 몇 십분 째 빵집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떠들었다. 그는 말하면서 가끔씩 웃음보를 터뜨렸고, 이에 네로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차우는 한심하다는 듯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태양은 완전히 떠올라 세상을 맑게 비추었다. 세상은 완전히 떠오른 자신의 왕을 아름답게 떠받들었다. 한때 세상을 떠돌던 안개는 자취를 감췄고, 찬바람도 어느 정도 따뜻해졌다.

 

  “네로 누나 말대로 거기 아저씨 서비스 진짜 잘해주시더라. 차우, 너도 한 번 가봐. 난 나중에 엄마랑 또 같이 가야겠어.”

  “그나저나, 네가 나보다 먼저 와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를 하염없이 쳐다보던 차우가 말했다.

 

  “그야 난 당연히 네로 누나 일 도우러 와야 하니까. 이래 뵈도 내가 이 모임 간부잖아?”

  “간부란 놈이 말이 그게 뭐야. 리더라고 불러야지.”

 

  그러자 사틴은 손사래를 쳤다.

 

  “어차피 우리들뿐인데 누나라고 하면 뭐 어때. 넌 왜 그렇게 딱딱하냐?”

  “딱딱한 게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라도 차리려는 거야. 특히 넌 더 그래야 하잖아.”

 

  그 말에 네로가 살며시 웃음을 터뜨렸다. 사틴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차우를 쳐다봤다. 그는 가끔 차우가 너무 앞뒤로 꽉 막힌 게 아닌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곤 했다.

  곧 네로는 기분 좋다는 듯 발랄한 어투로 말했다.

 

  “사틴이 차우의 반만 닮았어도 좋겠는데 말이야. 그래도 편하게 말해도 돼. 사틴 말대로 우리들뿐인데 말 놓아도 상관없어.”

  “맞아 맞아! 편해지라고!”

 

  사틴이 차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차우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차우의 말에 사틴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네로 누나, 내가 찾아온 건 다름이 아니라 마리 할머니한테서 정식 의뢰가 들어와서 그런 거야. 혹시 들었어?”

  “응. 좀 전에 사틴한테서 들었어.”

 

  네로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도 너희들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마침 잘 됐네.”

  “우리들한테?”

 

  사틴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네로는 자세를 고쳐 앉더니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으레 그렇듯, 네로가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취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바뀐 분위기에 두 사람이 당황할 사이에 네로가 말했다.

 

  “실은 너희들이 말하는 그 정식 의뢰와 관련돼서 이야기하려는 거야.”

  “납치사건?”

 

  차우의 말에 네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너희들이 언제 내게 물어보나 싶었어. 특히 차우, 너 말이야. 난 네가 언제 내게 그걸 물으러 오나 내심 기다렸어. 너라면 내가 그 사건을 두고 어떻게 행동할지 누구보다도 잘 알 테니까.”

 

  차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차우는 사틴과 그런 것처럼, 네로하고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는 사이였다. 물론 네로가 모임의 리더가 되면서부터 조금 소원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친한 사이라는 사실에서는 변함없었다.

 

  “어쨌든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중요한 것들만 너희들한테 말해줄게. 처음에 그 사건이 벌어졌을 때 너희들이 예상했듯이 나는 조사하려고 마음먹었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조사 도중에 갑자기 사라진 것, 그리고 이 사건이 너무 이상하다는 점에서 계속 전면으로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었지.”

  “사라지다니?”

 

  사틴이 말했다. 차우도 네로를 쳐다봤다. 그로서도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네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네로는 두 사람의 반응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처음에 내가 이야기를 듣고 조사에 착수했을 때, 이미 나 이전에 먼저 조사하던 사람이 몇 명 있었어. 그런데 그 사람들 중 몇 명이 어느 날 사라진 거야. 갑자기 증발해버렸다는 게 옳은 표현이겠지.

  그리고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서 바로 직감했지. 범인 짓이라는 걸.”

  “어떻게?”

  “여자의 직감.”

 

  네로가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아주 진지했다.

 

  “그래서 조사하다가 사라진 사람들도 나름대로 찾아봤지만, 찾기는커녕 증거 하나 얻지 못했어. 그리고 그 사람들은 아직도 못 돌아오고 있고. 덕분에 이 일로 전면으로 나서서 납치사건을 조사를 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 자칫 잘못하면 나도 위험해질 테니까.

  그리고 두 번째로, 범인의 수법이 너무 기이하다는 거야. 내가 지난 1년간 조사를 했는데도 나오는 거라고는 그 놈이 남자만 납치한다는 것뿐이야.”

 

  남자뿐이라니? 차우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몰랐어?”

 

  사틴이 놀란 듯이 말했다.

 

  “그럼 넌 알았냐?”

  “당연히 알고 있었지! 조금 전에 네로 누나가 알려줬으니까!”

 

  차우는 당당한 태도로 말하는 사틴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별 시답지 않은 농담으로 분위기를 망치는 그가 가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난 그거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어.”

  “왜 남자만 납치하는지는 못 알아낸 거야, 그럼?”

 

  차우가 물었다. 네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조사를 해봤어. 영주님도 이 사건을 조사해보셨다고 알고 있는데.”

  “그 할망구 말로는 그쪽 정보도 별 다른 게 없다고 하던데?”

 

  사틴의 말에 네로는 두 눈을 둥그렇게 뜨며 두 사람을 쳐다봤다.

 

  “마리 할머니도 조사를 하셨다고?”

  “처음 듣는 거야?”

  “응. 난 처음 들었어. 이 사건을 조사하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로는 이상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뭐, 나라고 완벽한 건 아니니까. 어쨌든 마리 할머니의 말이 맞는다면 사건이 더 모호해지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난 영주님 쪽의 정보를 기대하고 있었거든. 뭔가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 우리가 받아올까?”

 

  차우가 말했다.

 

  “마리 할머니가 조사를 위해서 정보를 열람하셨다면, 분명 그 정보를 그대로 가지고 계실거야.”

  “그래줄 수 있겠어? 난 요즘 할머니 만나기가 좀 그래서······.”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승낙했다.

 

  “저번에 그 도자기 깨트릴 뻔한 거 때문에 그렇구나?”

 

  사틴이 말했다.

 

  “그때 할머니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그래서 다시 할머니 얼굴 보기가 좀 그래.”

 

  네로는 그리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차우는 그녀의 표정에서 거부감과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녀에게서 아주 보기 드문 감정이었다.

 

  “할머니도 참. 그게 도대체 뭐라고 그렇게 화를 내셨는지.”

  “아무튼, 지금은 우선 마리 할머니의 정보를 얻는 게 시급해.”

 

  네로의 말에 사틴은 투덜거리며 슈크림을 입에 집어넣었다.

 

  “그래서 네로, 우리한테 말하고 싶은 건?”

 

  차우가 말했다. 사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네로가 자신들에게 어떤 말을 할지 예상은 하고 있었다. 네로는 잠시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더니 몸을 바짝 당기고는 말했다.

 

  “차우, 사틴. 지금부터 너희들이 내 조사를 좀 도와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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