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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가 아니야
작가 : 판도라
작품등록일 : 2019.10.4

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본 인간세상과, 사람과 고양이의 생성관계, 그리고 그들의 믿음과 사랑...그들은 천사였다. 아니, 천사가 아니었다.

 
천사의 후기
작성일 : 19-10-26 00:19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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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일년후.

 

 어느 이른 아침, 나는 희붐한 새벽빛을 빌어 바삐 걸음을 옮겼다. 잠시후 나는 두발을 가지런히 모은채 한 가게문앞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가게문이 삐걱 열리며 젊은 남자 하나가 슬며시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나는 꼬리를 홱 저어 그를 향해 인사를 보냈다.

 

 “여기.”

 “이젠 점점 담이 커지는군.”

 

 젊은 남자는 혀를 차며 나를 가게안으로 안내했다. 가게안의 고양이들이 나를 보고 괴성을 질러댔다. 나는 꼬리를 홱홱 저으며 그들의 소란에 불만을 표시했다.

 

 “아이큐가 낮은 바보들 같으니라구. 몇번 봤는데도 아직 이 소란들이여.”

 

 젊은 남자수의사가 안내하는대로 자리에 앉은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남자를 휙 돌아보았다.

 

 “가서 일봐.”

 “허...”

 

 수의사는 어이 없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자리를 떴다. 잠시후 다시 돌아온 그의 손에는 통조림 간식이 들려있었다.

 

 “쉬임쉬임 해.”

 “고마워.”

 

 나는 머리도 돌리지 않은채 타이핑을 계속 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요즘 장사는 좀 어때?”

 “덕분에. 아주 호황이야.”

 

 수의사는 내뒤의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고양이들에게 우리 회사에서 제작한 사료만 추천했다면서.”

 “그래. 걔네한텐 내 말이 좀 먹히는 편이야.”

 “그때문에 내 의술보다는 고양이 사료로 돈을 벌게 되었어.”

 “불만인가.”

 “아니, 그냥 그렇다는 말. 어쨌거나 고마워.”

 

 수의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이렇게 말을 주고받아도 방해되지 않아?”

 “괜찮아. 인간의 말을 주고받을수 있는 데가 여기뿐이라서. 계속 말해도 돼.”

 “그거 다 쓰면 어디로 보내려고?”

 “그녀의 메일주소를 기억해놨어.”

 “그렇군.”

 

 대화가 끊기고 가게안에서는 계속해서 내 타이핑 소리만 들렸다. 잠시후 수의사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일년전 여길 찾아올 생각 했어?”

 “당신이 전에 내 아들을 구해줬었잖아.”

 “아들? 누구지?”

 “포포.”

 “아...얼마전 관리센터 여직원네 집에서 가출했다는 그 애?”

 “그래. 지금은 이 동네 순라를 맡고있어.”

 

 나는 계속해서 타이핑을 하다가 갑자기 확 짜증을 냈다.

 

 “아...키보드 좀 어떻게 해봐. 새로 사놓던지...자꾸 오타가 생기잖아.”

 “철자문법 잘못 배운 건 아니고? 다시 조언하지만 누가 그걸 읽는다고 그래? 고양이한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모를까.”

 “고양이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읽기엔 나쁘지 않아.”

 

 내 말에 수의사는 흥흥 하고 코웃음 소리를 냈다.

 

 “참나...언제부터 궁금했는데 왜 이 글을 쓰기로 작정한 거지?”

 “그 집에 있을때 책장에서 떨어진 책 한권을 발견했는데, 제목이 아마 <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이었나.”

 “아...폴 갈리코의 대표작,1964년 출간후 50여년동안 애묘인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고양이소설의 베스트셀러.”

 “그 소설의 고양이 화자는 손으로 쓴 원고였지만, 현시대엔 이렇게 편리한 통신도구들이 있잖아.”

 “그래서 날 찾아온거야?”

 “뭐...내 건강을 회복시켜줄 사람이기도 했었고, 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인간이기도 했으니까. 도와줄거라 믿었어. 그때 마침 당신도 그랬지...우울증을 극복하려면 그동안의 일들을 글로 한번 정리해보라고.”

 “믿어줘서 영광이군.”

 

 수의사가 시까슬렀고 나는 잠시 타이핑을 멈췄다.

 

 “그리고 뭐랄까, 언젠가 한번쯤은...반짝이는 햇살, 조용한 카페, 심심한 오후...그 즈음에 꺼내 읽기 나쁘지 않은 글을 써내고 싶었어.”

 “과연 그래서 꼬박 일년을 쓰는거야? 그녀한테 보내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고?”

 “이런 건 적당히 좀 모르는 척 해주지. 그때 내가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라는 걸 알아봤으면서 모른 척 해준 것처럼.”

 

 내가 쯧 하고 혀를 차자 수의사는 등뒤에서 피씩 웃었다.

 

 “이 일을 하다보면 너같은 고양이를 가끔은 만날때 있어. 일년에 한번정도?”

 “그래? 의외로 천재 고양이가 많군.”

 “음...천재 고양이라기보단, 고양이별에 미처 가지 못한 천사들이 많다는 얘기가 아닐까.”

 “그게 또 그렇게 되나.”

 “그만큼 인간을 믿어버린 고양이들도 많아졌다는 얘기가 되겠지.”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의사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창문 커튼을 쳐주었다.

 

 “저기 아파트 9층에 살고있는 머리묶은 남자 집은 너네가 공격한 거야?”

 “아, 그놈은 언제 한번 썅썅을 잡아간 적 있는 놈이라서.”

 “흠...”

 “공격이라기보단, 그냥 밤중에 자는 얼굴에 뛰어올라 좀 혼내주고 말았지.”

 “조심들 해. 관리센터에 민원들이 들어와. 그러다간 저 관목숲이 위험해져.”

 “알았어. 자제할께.”

 

 그 말을 끝으로 수의사와 나는 한동안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이른 새벽 조용한 가게 안에서는 투덕투덕 타이핑 소리만 들렸다. 커튼 틈 사이로 아침햇살이 비쳐들어왔고 수의사는 커튼을 걷다가 피씩 소리내어 웃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네. 이젠 갈 시간이 되었나봐.”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나는 고개를 돌려 창문밖의 흰 실루엣을 보고 천천히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다시 컴퓨터 쪽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정리완료된 원고를 파일로 첨부하고 그동안 기억해놓은 메일 주소로 전송 버튼을 눌렀다.

 ......

 

 후기.

 

 잠든 고양이가 곁에 있는 사람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고 한다. 그 곁에 천사가 잠들어있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불행했다.

 

 천사들이 하나 둘 내 곁을 떠나던 그해…나는 불행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었다.

 

 삶이 작정하고 우리에게 감당키 어려운 일을 겪게 한다 해도…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는듯 했다.

 

 참 많은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그해는…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을 정도로…참 많이도 울었었다.

 

 그리고 나는 알수 있었다. 그들은 단지 고양이들이 아니라 내 곁을 지켜준 수호천사라는 것을…그 천사들을 잃어서…나는 슬펐다는 것을…

 

 시간이 좀 지난후 우리는 이사를 했고, 이사가기전 나는 관목숲 구석진 곳에서 썅썅을 볼수 있었다. 윤이 나던 하얀 털은 뿌옇게 먼지를 들써서 회색으로 푸석거렸고 초롱거리던 맑은 두눈은 험한 세상에 부대낀 매서운 눈초리로 변해있었다. 나는 숨이 꺽 막히는 것 같았다.

 

 “썅썅! 우리…집 가자…썅썅…썅썅…”

 

 나는 울컥 눈물을 쏟으면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숨이 막혔다. 썅썅의 눈빛에는 원망과 증오, 미련과 체념 등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고, 썅썅은 그런 낯설고 냉냉한 눈길로 나를 한번 돌아본후 유유히 관목숲안으로 사라져버렸다.

 

 이사를 한후…나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나는 가끔 원래 살았던 동네를 드나들었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기만 하면…그 어떤 눈동자가 나를 지켜보는듯 했다. 언뜻 머리를 돌려보면 아무도 없었는데 그 느낌은 그 아파트단지에 들어설 때마다…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녔다.

 

 “썅썅…투투…나 결혼했어…축하해줘. 그리고 너네도 서로 만나…잘 살길 바랄께.”

 

 나는 정체를 알수 없는 그 시선을 향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후에는 더이상 누군가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을 받을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아파트단지에 들어서기만 하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이 내 습관이 되어버렸다.

 

 때론 가끔 이런 꿈을 꾸었다. 햇살이 나른한 오후, 나와 투투가 공원 풀밭에 앉아 휴식의 한때를 즐기는 꿈을...꿈속에서 우리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고, 꿈에서 깨어난 내 얼굴은 온통 눈물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안다. 투투는 내게 미련이 있었다는 것을…그리고 또 안다…투투의 아이큐는 보통 고양이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투투가 나를 떠난 그날은 바로 내가 투투를 내집으로 데려왔던 날이었다. 내가 천사의 생일이라고 한 그 날, 투투는 왜 하필 그날을 선택했을까? 투투는 내게 대체 무엇을 알려주려고 했을까?

 

 내가 투투를 부담으로 느낄 무렵…투투는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소리없이 집을 떠났다. 세상에 투투처럼 바보인 고양이도 있을까…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채…아무 욕심도 부리지 않은채…새삼 내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작은 고양이 하나 있는게 뭐가 그렇게 나쁜 일이라고…어린 생명 하나에 책임을 지는게 뭐가 그렇게 힘든 부담이라고…

 

 이사한 집옆 투투를 닮은 얼룩고양이를 보면서 그저 지나칠수 없게 되었다. 마트에 들려 소세지를 사서 나눠주기도 하고, 잠깐 멈춰서 시간을 할애하면서 놀아주기도 했다. 천사는 천사였다. 맑고 그윽한 눈은 내가 적의가 없다는 것을 쉽게 알아주었고, 가끔 내가 다니는 길목에 앉아 오래도록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비오는 밤, 얼룩고양이는 추워서 부들부들 떨면서 나를 기다렸고…나는 문득 만삭이 된 그 고양이의 배에 주의를 돌렸다. 얼룩고양이는 그날 밤으로 우리 집으로 왔고, 이튿날 아침 새끼 네마리를 낳았다. 아기고양이는 내가 기르던 천사들을 닮아있었다.

 

 마음이 어느 정도 추스려지자 나는 고양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이라고 쓰는 것이 아니였다. 그냥 내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내 가슴속에 남은 천사들을 보내기 위해…나는 꼭 이 글을 써야만 했다. 그리고 글을 끝낸 지금, 이제는 웃으면서 이 땅의 모든 천사들을 지켜볼수 있을 것 같다.

 

 천사들과 겪은 모든 희로애락들, 그것은 어쩌면 삶의 고행길에서 한번, 또 한번의 인연이 끝날 때의 예행연습 같은 것이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연습에서 유한한 생명체의 소중함을 느꼈고, 무상한 인생에서 나의 모든 인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만일 시간을 되돌릴수 있다면…나는 투투에게 했던 모진 말들을 거두어들이고 싶다. 그날밤의 참사를 대체 누가 저질렀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 투투일수도 있고…포포일수도 있고…어쩌면 그 둘이 아닌 다른 존재가 저지른 일일수도 있었다.

 

 천사와 악마의 구별은 1+1=2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판단할수 없는 일이였다. 내가 사랑하는…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고양이들은…악마의 본성을 가진 천사이거나, 또 천사의 심성을 가진 악마였을수도 있었다.

 

 간혹 어떤 이는 고양이의 수호천사가 악마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그들을 천사라고 부르고 싶었다. 왜냐 하면…그들은 삶에 지치고 찌들린 내 영혼을 위로해주는, 내게 믿음과 사랑을 가르치고 실천해준 천사 같은 존재였기때문이다.

 

 어쩌면 이 땅의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천사처럼 사람을 사랑할줄 아는 마음을 가졌을지도…

 

 그러고보니 우리는 천사들의 세상에서 살고있는 것이다. 천사들의 세상에서 살면서, 진정 천사들을 아껴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던지…

 

 세상이라는 천당에서 오늘도 우리 천사들은 자유와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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