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59화)
작성일 : 19-10-25 21:45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536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59

 

  “또 하나는 아무래도 김선호는 누군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진수와 접촉을 한 것도 그렇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지금까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오랫동안 잠적할 수 있다는 것도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차 형사가 또 다른 점을 거론했다. 놓치고 있었던 점이었다.

  “맞아. 그런 점도 수사의 범위에 넣어 조사해 보자고.”

  “반장님! 차라리 대승전자를 수사해 보면 어떨까요?”

  박 형사가 두 팔을 머리 뒤로 깍지를 끼며 말했다.

  “아니야. 아직은…….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모든 가설일 뿐이고, 충분한 증거 없이 대승그룹 같은 기업을 수사할 수는 없어. 괜히 어설프게 언론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우리만 죽일 놈 될 거야.”

  민 반장은 말을 하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흔히들 성역 없는 수사를 하라고 다그치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수사 회의는 끝났다.

  김 형사가 피살 된 세 명의 지인관계를 수집해 비교하는 작업을 맡았다. 잠적한 김선호를 추적하는 일은 차 형사가 맡기로 했다. 이제 수사망을 좁힐 일만 남았다. 그러나 민 반장의 머릿속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찾아내지 못한 탓이리라.

  모든 범죄에는 동기가 있기 마련이다. 흔히 말하는 ‘묻지 마’ 살인도 피해자에게 동기나 이유가 없을 뿐이지 살인범에게는 나름의 동기가 있을 것이다. 그 동기의 옳고 그름은 차지하고 본다면…….

  ‘김선호는 아직 A가 누구인지를 모른다. 만약 A를 알게 된다면 반드시 A를 찾아가겠지.’

  민 반장은 김선호보다 먼저 A를 찾아내야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A가 먼저 김선호를 찾아내게 해서도 안 되었다. 이미 뒷북만치는 경찰이라는 핀잔을 듣고 있지만 A마저 김선호에게 살해되거나, 아니면 김선호가 살해된 채로 발견이 된다면……. 그것은 경찰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 될 것은 눈에 훤했다.

 

  선호는 일산으로 차를 몰았다.

  어차피 조직의 정체를 알아내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던 선호는 문득 필수가 어쩌면 조직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을 지금까지 하지 못했는지 몰랐다. 처음부터 조직과 접촉한 것도 필수였고, 조직의 지시를 받은 것도 필수였다.

  분명히 어딘가에는 둘 사이의 관계를 밝혀 줄 단서가 있을 것 같았다. 단서가 있다면 집이나 회사에 있을 것 같았다. 선호는 일단 필수의 오피스텔에서 단서를 찾아보기로 했다. 비밀 유지를 위해서는 보는 눈도 많은 회사보다는 오피스텔이 유리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필수의 죽음으로 경찰에서 오피스텔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정문 외에는 별다른 출입구가 없는 오피스텔을 찾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덫에 들어가는 꼴일지도 모른다.

  분명히 위험스런 도박이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선호는 위험을 무릅쓰기로 했다. 선호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시간에 필수의 오피스텔로 갔다. 아침저녁 시간에는 아무래도 드나드는 주민들이 많아 눈에 뛰기 쉬울 것 같았다. 그리고 오피스텔은 대부분 직장인이나 젊은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특성상 오후 시간에는 거의 텅 비다시피 했다.

 

  선호는 필수의 오피스텔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공영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킨 뒤 천천히 오피스텔로 걸어갔다. 그리고 오피스텔 1층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음료수를 사면서 주변을 살폈다. 우려했던 경찰들은 보이지 않았다.

  선호는 천천히 물건을 고르면서 매장에 있던 마지막 손님이 나가는 것을 보고 계산대로 갔다. 편의점 주인의 얼굴에는 따분함이 묻어있었다. 아마도 장사가 시원찮은 것 같았다.

  “사장님. 이 오피스텔에서 얼마 전에 마약을 하다가 사람이 죽었다고 하던데...... 맞나요?”

  선호의 말에 편의점 주인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을 떠올린 것처럼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다 끝난 사건인데 왜 또 끄집어내는 거요? 참 내……. 죽으려면 지나 곱게 죽지. 별 이상한 사람 때문에 장사만 망치고……. 오피스텔 이미지도 나빠지고……. 원.”

  주인은 필수의 죽음보다 그로 인해 장사를 망친 것이 억울했던 것이다. 선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겠네요. 내 친구도 이 오피스텔에 사는데 경찰 검문 때문에 귀찮다고 하더라고요.”

  선호가 맞장구를 치자 마침 손님도 별로 없어 따분해 하던 주인이 아예 떠벌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래도 경찰들이 다 철수해서 그나마 좀 낫죠. 사건이 터진 직후에는 경찰들하고 기자들이 북적거려 장사도 안 되고……. 괜히 이것저것 묻고는 해서 엄한 사람들만 힘들었죠.”

  선호가 바라던 정보였다. 선호는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아니? 아직 수사가 안 끝난 걸로 아는데 벌써 경찰이 철수를 했다는 건가요?”

  “우리야 모르죠. 저번에 그 층에 배달가면서 보니까 그냥 현관문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노란 테이프만 붙여놓았던데……. 경찰에서도 뭐 끔찍한 살인 사건도 아니고 자신이 혼자 마약하다 죽은 사건인데……. 뭐 조사하고 말고 할 것이 있겠어요?”

 

  편의점을 나온 선호는 바로 필수의 오피스텔로 올라갔다.

  16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텅 빈 복도에서 낯설음이 느껴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필수와 가벼운 마음으로 오갔던 복도였는데 이제 필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은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산다는 것이 굴곡의 연속이라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와 선호는 산다는 것의 의미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러나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괜히 복도에서 어정거리다가 다른 사람과 마주치거나 관리실에서 알게 된다면 당장 의심을 받을 것이다. 선호는 필수의 오피스텔로 걸어가면서 주위의 모든 소리나 기척을 세심히 살폈다.

  다행히 어디에서도 수상한 기척이 보이지 않았다. 선호는 재빨리 오피스텔 현관문에 달린 키패드의 번호를 눌렀다. 다행히 경찰에서 현관문의 비밀번호는 바꾸지 않은 것 같았다.

  ‘띠리릭’하는 소리와 함께 걸쇠가 열렸다. 선호는 현관문에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X자 모양으로 붙여놓은 노란색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오피스텔 안은 낮이었는데도 어두웠다. 경찰에서 현장 보전을 위해 거실 커튼을 닫아놓았기 때문이었다. 선호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그 바람에 외부에서 완벽하게 시선이 차단되었다.

  선호는 일단 거실에 서서 집안 전체를 흩어보았다. 경찰에서 일차로 수색을 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경찰이 집안을 샅샅이 뒤졌겠지만 자기가 찾으려 하는 것은 분명히 집안 어딘가에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은 경찰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는 단서였다. 따라서 경찰에서 그 단서를 알 턱이 없었다. 또 필수가 자신이 살해될 것이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다면 단서를 미리 다른 곳으로 옮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선호는 준비해 온 라텍스장갑을 꼈다.

  오피스텔은 두 개의 방이 있었다. 하나는 필수가 침실로 사용했고 하나는 서재를 겸한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선호는 먼저 서재를 살폈다. 아무래도 단서가 있다면 서재에 있을 것 같았다.

  방 한 켠 벽에 설치한 책장에는 많은 책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서가의 책들을 꼼꼼히 찾아보았지만 별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개인적인 일기라든가 아니면 서류파일 같은 것을 기대했었지만 눈에 띠지 않았다.

  책상 서랍을 열어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난감했다. 원래부터 없는 것을 찾는 것 아닐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선호는 다시 구석구석 찾아보았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마음만 다급해졌다.

 아무래도 서재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안방을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경찰의 감시를 풀었다 해도 너무 오랫동안 이곳에서 머물 수는 없었다. 서둘러야 했다. 선호는 안방으로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서재를 빙 둘러 보았다.

  그때 책장의 한쪽 구석에 대승그룹의 연감年監이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냥 평범한 기업연감이었지만 왠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장에서 유일하게 일반적인 서적이 아니었다.

  선호는 연감을 뽑아 들고 서재의 책상에 앉았다. 제법 두툼했다. 책 표지도 고급스러운 패블릭 재질로 만들어졌다. 2년 전 대승그룹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제작된 연감이었다.

 

  표지를 넘기자 첫 장에 창업주인 고(故) 차경복 회장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현재 회장인 차주영 회장의 선친이었다. 차경복 회장은 거구에 가까운 체구에 두툼한 턱이 인상적이었다.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짙은 눈썹과 각진 턱이 한 그룹을 창업할 만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사진 아래에 기록된 일대기에는 고인이 5년 전에 세상을 뜬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선호는 고인이 된 차경복 회장은 이번 일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 장을 넘기자 현재의 차주영 회장 사진이 실렸다.

  차 회장은 선친을 많이 닮은 것 같았다. 체구도 선친과 비슷한 거구였고, 짙은 눈썹과 두툼한 턱은 선친을 빼박은 것 같았다. 그러나 선친과는 달리 하관이 빨라 조금은 가벼워 보였다. 그리고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매는 판단이 빠르고 의심이 많아 보였다. 선호는 선친보다는 그릇이 작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벽에 걸린 뻐꾸기시계가 4시를 알렸다. 선호는 서둘러 연감을 넘겼다. 연감에는 그룹에 관한 여러 가지 기념비적인 사진들과 그룹이 성장해 과정이 연도별로 기록되어 있었다. 별다른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한 기업의 연감에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호는 기왕 펼친 김에 끝까지 살피기로 했다. 연감의 뒷부분은 그룹과 관련된 기록 사진들이 실려 있었다. 아주 오래된 흑백 사진부터 최근의 컬러 사진까지 다양했다.

  페이지를 넘기던 선호의 눈에 한 장의 컬러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차 주영 회장을 중심으로 여섯 사람이 좌우로 늘어서있는 사진이었다. 사진 하단에는 촬영한 날짜와 사진 설명이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

  < 창원공장 신축 기념식수 후 회장과 기조실 임원들 >

  사진이 선호의 눈에 띈 것은 사진속의 인물 때문이었다. 박두희였다. 그 자리에 박 실장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유독 박 실장의 사진에만 붉은 매직으로 동그랗게 표시를 해놓았다. 그리고 그 옆의 빈 공간에 서울이란 단어와 알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아마 필수가 표시한 것 같았다.

  < 2-126/2647 >

  이거다! 선호의 머릿속에 필수가 남긴 단서라는 생각이 직감처럼 스쳐 지났다. 선호는 망설이지 않고 사진이 실린 페이지를 찢어 재킷 안주머니에 접어 넣은 뒤 서재를 나왔다.

  그때 밖에서 사람들의 시끄러운 말소리가 들렸다. 선호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말소리는 점점 멀어지더니 잠시 후 ‘띵’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3 백색살인(마지막 화) 2019 / 11 / 7 246 0 3020   
72 백색살인(72화) 2019 / 11 / 7 263 0 5373   
71 백색살인(71화) 2019 / 11 / 7 237 0 4995   
70 백색살인(70화) 2019 / 11 / 7 264 0 5359   
69 백색살인(69화) 2019 / 11 / 7 258 0 5599   
68 백색살인(68화) 2019 / 11 / 7 240 0 5256   
67 백색살인(67화) 2019 / 11 / 7 239 0 4855   
66 백색살인(66화) 2019 / 11 / 7 254 0 4821   
65 백색살인(65화) 2019 / 11 / 7 276 0 5804   
64 백색살인(64화) 2019 / 11 / 7 255 0 5270   
63 백색살인(63화) 2019 / 11 / 7 264 0 5235   
62 백색살인(62화) 2019 / 11 / 7 261 0 5532   
61 백색살인(61화) 2019 / 11 / 7 253 0 4863   
60 백색살인(60화) 2019 / 10 / 25 273 0 5014   
59 백색살인(59화) 2019 / 10 / 25 264 0 5362   
58 백색살인(58화) 2019 / 10 / 25 245 0 5407   
57 백색살인(57화) 2019 / 10 / 25 243 0 5093   
56 백색살인(56화) 2019 / 10 / 25 248 0 4482   
55 백색살인(55화) 2019 / 10 / 25 254 0 4966   
54 백색살인(54화) 2019 / 10 / 25 262 0 5233   
53 백색살인(53화) 2019 / 10 / 25 281 0 5400   
52 백색살인(52화) 2019 / 10 / 25 239 0 5592   
51 백색살인(51화) 2019 / 10 / 25 249 0 4763   
50 백색살인(50화) 2019 / 10 / 21 246 0 6077   
49 백색살인(49화) 2019 / 10 / 21 273 0 5808   
48 백색살인(48화) 2019 / 10 / 21 239 0 5512   
47 백색살인(47화) 2019 / 10 / 21 257 0 4914   
46 백색살인(46화) 2019 / 10 / 21 248 0 5350   
45 백색살인(45화) 2019 / 10 / 21 245 0 5267   
44 백색살인(44화) 2019 / 10 / 21 257 0 5397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