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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55화)
작성일 : 19-10-25 21:30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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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

 

  선호는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싸우는 요란한 소리를 틀림없이 이웃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 경찰에 신고를 했다면 늦어도 10분 이내에 경찰이 출동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양진수와 싸우는 동안 6~7분이 흘렀다면 남은 시간은 겨우 3분 정도일 것 같았다.

  경찰이 출동한다면 여러모로 선호에게 불리할 것 같았다. 여기는 양진수의 집이었고, 자신은 양진수의 집에 무단 침입한 강도로 몰릴 것이 뻔했다. 양진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퇴근 후에 집에 있다가 강도를 당한 선량한 시민이었다.

  양진수도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이제는 공격보다는 선호를 붙잡아 두기 위한 동작을 보이며 조금씩 현관 쪽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양진수가 현관을 막는다면 이곳을 빠져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출입구라고는 현관밖에 없었다.

  이제 판단을 해야 할 순간이었다.

  선호가 왼쪽으로 발을 옮겨 오히려 자기가 거실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 바람에 양진수가 더 쉽게 현관 쪽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선호의 발에 깨진 유리조각들이 밟혔다. 유리조각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렀다. 선호의 움직임이 더 불편해졌다.

  양진수가 득의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선호가 바닥에 떨어져있던 유리조각을 발끝으로 걷어찼다.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비수처럼 양진수를 향해 날아갔다. 자기에게 날아오는 유리조각을 본 양진수가 재빨리 몸을 왼쪽으로 비틀었다.

  그러나 유리조각은 양진수의 뺨을 스쳤다. 금세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양진수가 손을 들어 뺨을 만지는 순간 선호가 양진수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양진수의 허리를 부둥켜안으며 체중을 실었다.

  선호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 양진수는 허리를 붙잡힌 체 뒤로 넘어졌다. 양진수가 ‘윽’하는 짧고 둔탁한 신음 소리를 냈다. 선호는 양진수가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허리를 꽉 잡고 있었다.

  그때 양진수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 양진수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던 선호는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붙잡고 있던 양진수의 허리를 살짝 풀었다. 그러나 양진수의 공격은 없었다.

  선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양진수를 바라보았다. 양진수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이미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선호가 주춤거리며 양진수에게 다가갔다. 양진수의 목에서 붉은 피가 흐르는 것이 보였다. 부서진 진열장의 날카로운 나무 조각이 양진수의 목을 관통한 것이다.

  선호는 양진수의 몸을 옆으로 밀쳐낸 뒤 주춤주춤 앉은걸음으로 옆으로 나앉았다. 양진수가 죽었다는 사실에 선호는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온몸에 경기가 들린 것처럼 후들거렸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자기 때문에 애꿎은 사람이 죽은 것이다.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때 어딘가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제야 선호는 더 이상 이곳에서 지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빨리 빠져 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때 식탁위에 있는 양진수의 핸드폰이 다시 요란하게 울렸다. 현관문으로 황급히 걸음을 옮기던 선호는 잠시 생각을 하다 돌아서서 양진수의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선호는 양진수의 아파트를 서둘러 빠져 나왔다.

  다행히 날이 어두워진 덕분에 온 몸에 묻은 핏자국이 눈에 잘 띄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태로 춘천까지 갈 수는 없었다. 선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로 들어갔다. 어디로 이어지는 골목길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나갈 수는 없었다.

  다행히 골목길은 대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골목 입구에서 주위를 살피던 선호는 맞은 편 도로변에 옷가게가 있는 것이 보였다. 가게 앞에는 긴 철제 옷걸이가 서너 개 설치되어 있었고 많은 옷들이 걸려 있었다. 그중에는 등산복도 걸려 있었다.

  선호는 빠른 걸음으로 옷가게를 지나치면서 대충 자기에게 맞을 것 같아 보이는 짙은 푸른색의 등산복을 재빨리 걷었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으면서 걷어 온 등산복을 입었다. 그때 경광등을 켠 경찰차가 아파트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선호는 밤늦게 춘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을 꼼짝을 하지 못했다. 양진수에게 맞은 상처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렇다고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선호는 압박붕대로 가슴과 복부를 동여맸다. 움직이기가 거북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상처 입은 장기가 터질 수도 있었다. 선호는 스스로 임기응변의 조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았다. 움직일 때마다 아직은 다친 곳이 욱신거리고 아팠지만 거동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 같아서는 몇 칠 더 쉬었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별로 없었다. 언제 이곳에 경찰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배후 조직에 대한 정보를 캐내야만 했다.

  선호는 렌터카를 빌리기로 했다. 여러 곳을 다니려면 아무래도 대중교통만으로는 기동력이 떨어지고, 양진수의 집에서처럼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양진수의 집에서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경찰에 잡혔을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차량을 바꾸기 위해서는 차를 사는 것 보다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에 집을 나선 선호는 바로 렌터카 사무실로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렌터카 사무실에는 선호 외에는 손님이 없었다. 렌터카 사무실 천정에 달려있는 CCTV카메라가 조금은 신경이 쓰였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것을 다 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피할 수 없는 경우라면 차라리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눈에 덜 뛸 것 같았다. 선호는 소형차를 선택한 뒤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현금으로 지불했다.

  서류 작업을 마친 선호는 렌터카 직원이 렌터카를 가져 오는 동안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탁자위에는 오늘자 조간신문들이 놓여 있었다. 선호는 그중 한 신문을 들어 펼쳤다. 사회면을 들쳐보던 선호는 커피 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 죽음으로 몰고 간 우리 사회에 만연된 마약>

  굵은 활자체의 제목아래 한 장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사진은 다름 아닌 필수였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필수마저 놈들에게 살해를 당한 것이다. 선호는 커피 잔을 내려놓고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 경찰은 어제 저녁 9시경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마약 중독으로 사망한 젊은 사업가 장필수의 시신을 국과수로 보내 부검을 요청하기로 했다. 죽은 장필수씨는 30대의 젊은 사업가로서 주로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반도체 부품을 납품하는 유망 중소기업 대표로서...... >

 “손님?...... 차를 대기 시켜 놓았습니다.”

 렌터카 직원의 목소리에 선호가 얼른 보던 신문을 접어 손에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색 승용차가 사무실 앞 도로변에 시동을 켠 채 세워져 있었다. 직원이 선호의 곁에 바짝 다가와 섰다.

  “먼저 시운전 해보시고 난 뒤에 이상이 없으면 바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시운전 해 보시겠습니까?”

  “아니요. 그냥 이 차로 하겠습니다.”

  선호가 서둘러 차에 오르면서 말했다. 직원은 직업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선호처럼 별다른 요구 사항 없이 바로 계약하는 손님들은 그들에게 최고의 고객이었다.

  “예……. 손님. 그럼 기분 좋은 운전되시기 바랍니다. 어떤 문제라도 생기시면 바로 저희에게 전화 주십시오. 우리 직원이 바로 출동해 해결해 드릴 겁니다.”

  선호는 안전벨트를 매고 바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부릉’하는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차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선호는 룸 밀러로 뒤를 돌아보았다. 렌터카 직원이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직 선호의 정체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았다.

 

  선호는 바로 아파트로 향했다. 무엇보다 신문 기사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할 것만 같았다. 필수가 왜 죽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기사 속에서 밖에 찾을 방법이 없었다. 선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져 온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기사에는 필수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필로폰을 과다하게 투약하는 바람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쇼크사로 숨졌다고 적었다.

  또 그의 오피스텔을 압수 수색한 결과 열 명 정도가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을 추가로 찾아냈다고 했다. 상습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했던 필수는 외국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필로폰을 밀반입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죽은 필수의 오랜 친구이자 이 회사의 공장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김선호를 상습적인 필로폰 투약 및 불법 마약 소지 혐의로 전국에 긴급 수배를 했다고 기사 말미에 적었다.

 

  선호는 기사 내용이 전부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필수와 오랜 시간 같이 생활하면서 한 번도 마약을 투약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이건 자기들을 제거하려는 조직에서 마약 사고로 가장해 자연스럽게 필수를 살해한 것이다.

  조직은 필수를 살해함과 동시에 자기를 경찰이 추적하게 만드는 효과도 노렸다. 한 마디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경찰에서는 도망친 또 다른 마약 투약자를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은 자기와 필수를 사람들에게 불결하고 지저분한 혐오감을 주는 ‘뽕쟁이’로 만들어 놓았다.

  선호는 조직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경찰과 언론까지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을 정도라면 어쩌면 처음부터 자기가 상대하기에는 벅찬 상대였는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만만한 상대는 아닐 것이란 생각을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건 분명히 조직이 꾸민 짓이다. 내가 자기들 생각대로 되지 않자 자기들 존재를 감추려고 필수를 죽인 것이다. 그리고 내게도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다’

  선호는 자기 때문에 죽임을 당한 필수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그들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제는 그들을 용서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한 것만큼 반드시 되돌려 줄 것이다.

  ‘이자들은 나를 죽이기 전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좋아! 이번에는 애가 너희를 용서치 않겠다. 이 세상 끝까지 쫒아가 필수의 복수를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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