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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53화)
작성일 : 19-10-25 21:28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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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특수영업부 양진수 팀님을 만나러왔는데요.”

  선호가 명함에 적힌 이름을 대자 경비요원의 무뚝뚝한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특수영업팀이요?”

  남자는 질문인지 확인인지 모를 말투로 선호에게 물었다. 선호는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예……. 양진수 팀장님.”

  이번에는 선호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대답했다. 일부러 부서명은 빼고 양진수 팀장이란 직책과 이름만 말했다. 그건 상대방의 불신과 무례에 대한 강한 반발을 느끼게 해 줄 수가 있었다. 선호의 의도가 먹혀들었는지 경비요원의 목소리가 다소 부드러워졌다.

  “선생님. 부서를 잘못 아신 것 아니세요? 우리 회사에는 특수영업팀이란 부서가 없는데요.”

  순간 선호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영진수가 가짜 명함을 주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경비요원이 자기 회사의 부서를 모를 리도 없었다. 분명히 뭔가가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비요원도 난감한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선호를 로비의 안내 데스크로 데리고 갔다.

  “정미라씨. 이분이 양진수 팀장이란 분을 찾아왔는데……. 부서를 잘못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좀 도와줘요.”

  안내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선호를 바라보았다. 선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고 입을 열었다.

  “글쎄.……. 난 분명히 특수영업팀으로 알고 있었는데……. 저 친구 말로는 그런 부서가 없다네요?”

  선호의 말을 들은 안내 여직원이 컴퓨터에 양진수의 이름을 입력했다. 그리고 모니터를 확인하더니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 양진수 팀장님. 여기에 선생님 인적사항을 적어주시고, 저쪽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시면 됩니다.”

  선호는 방명록에 가짜 인적사항을 적었다. 선호가 적은 방명록의 인적사항을 보며 여직원이 방문객 패찰을 건넸다. 그리고 구내전화로 양 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선호는 안내데스크 뒤 벽면에 붙은 안내도에서 특수영업팀을 찾았지만 경비요원 말처럼 그런 부서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직원은 안내 컴퓨터에서 양진수를 찾았다.

  그것은 이 건물 안에 특수영업팀도 있고, 양진수도 근무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선호는 양진수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여직원을 보면서 방문객 패찰을 왼쪽 상단에 꽂은 다음 천천히 대기실로 걸어갔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잡지꽂이의 주간 경제지를 꺼내들었다. 5분쯤 지난 뒤 선호는 보던 잡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로비를 가로질러 화장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선호는 화장실로 걸어가면서 용산전자상가에서 산 핸드폰을 꺼내 양 진수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화장실 입구에서 로비를 주시했다.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선호가 기다리고 있던 대기실로 걸어가던 남자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드는 것이 보였다.

  “여보세요! 양진수입니다.”

  선호는 그 남자가 양진수라는 것을 확인한 뒤 패찰을 떼어 화장실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 안에 슬쩍 밀어 넣고 반대편 출입문으로 걸어 나갔다. 아까 선호를 안내했던 경비요원과 양진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선호를 찾는 모습이 회전문 유리창에 비쳤다.

  회사 건물을 빠져 나온 선호는 곧바로 도로 건너편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창가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뒤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허탕을 친 양진수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선호는 양진수의 얼굴을 확인했다. 지금부터는 양진수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7시가 조금 지났을 때 서류 가방을 손에 들고 회사 문을 나서는 양진수의 모습이 보였다. 양진수는 곧바로 건물 뒤편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선호는 서둘러 카페를 나와 도로를 건넜다. 그리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변에 서서 손을 들었다. 다행히 빈 택시가 있었다. 선호가 택시를 타자 양진수의 메탈 그레이색의 제네시스가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기사님. 방금 주차장에서 나온 저 회색빛 제네시스 좀 따라가 주십시오.”

  택시 기사가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선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도를 높여 제네시스 뒤를 따라 달렸다. 양진수의 집은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대략 4킬로미터 정도 달린 뒤 양진수의 차가 도로를 벗어나 우측 언덕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양진수의 집으로 가는 길은 개발이 되지 않은 오래 된 동네였다. 그다지 넓지 않은 도로는 완만한 오르막이었고, 중간 중간에 좁은 골목길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전형적이 구시가지였다.

  양진수의 집은 언덕 중턱에 있는 아파트였다.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된 낡고 허름해 보이는 복도식 아파트로 두 개의 동(棟)으로만 되어있었다. 선호는 아파트 입구에서 택시를 내린 뒤 양진수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5층의 복도 센서등이 켜지고 이어 양진수의 모습이 나타났다. A동 508호.

  선호는 양진수의 집을 확인한 뒤 되돌아 거리로 나왔다. 어느새 어둠이 깔린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선호는 근처의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지금으로서는 달리 할 일도 없었지만 일단은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았다. 아침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오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이 줄었다. 선호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9시가 조금 넘었다. 선호는 편의점에 들어가 손바닥이 붉은 코팅이 된 목장갑을 하나 샀다. 그리고 양진수가 사는 아파트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파트 정문 경비실에는 나이든 경비원이 있었지만 드나드는 사람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선호는 한가로운 걸음으로 A동을 향해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마 이 아파트 주민으로 보였을 것이다.

  예상대로 경비원은 선호의 출입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심만 할 수는 없었다. 선호는 곁눈으로 주변을 살피면서 서두르지 않고 아파트 단지 내의 인도를 따라 A동 출입구로 걸어갔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선호가 빠른 동작으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선호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타고 5층으로 올라간 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살폈다. 별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선호는 미리 준비해 온 녹색 조끼를 걸쳤다. 그리고 검은색 낡은 모자를 눌러쓰고 손에는 커다란 빈 종이박스를 들었다. 마치 배달 온 택배 기사처럼 보였다. 508호라는 호수가 적힌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벨을 눌렀다. 주머니 속에 감춘 주머니칼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누구세요?”

  양진수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렸다.

  “택뱁니다.”

  잠시 뒤 안에서 문 걸쇠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천천히 문이 열렸다. 선호는 망설임 없는 빠른 동작으로 문고리를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설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선호의 눈에 띈 것은 양진수의 오른손에 들린 권총이었다. 총구는 바로 자기의 이마를 겨누고 있었다.

  “놀랬나? 생각보다 늦게 나타나셨네? 아 참!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구나.”

  말을 하면서 양진수가 총구로 빨리 안으로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했다. 선호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양진수도 천천히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여전히 총구는 선호를 향했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다고?”

  미행하는 것을 들켰다고 생각한 선호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놓칠까봐 자신이 너무 서둘렀던 것 같았다. 그러나 양진수는 씩 웃으며 선호를 집안으로 몰아세우며 말했다. 양진수의 뒤에서 철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선호! 실망했는데? 그 정도도 예상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면 나를 너무 모르는 거네.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가르쳐 줄까?”

  양진수가 총구로 선우의 턱밑을 찌르며 말했다. 선호는 양진수의 눈빛에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을 정도로 차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늦은 시간에 오는 택배는 없거든. 그리고 창문으로 내다보았지만 택배차도 없던데. 무슨 택배지?”

  그랬구나. 상대방을 너무 얕봤고, 즉흥적이고 성급했던 자신의 행동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감상에 젖어 있을 틈이 없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 나가야 할지가 급선무였다. 그러나 난감하기만 했다.

  “아까 낮에 회사로 날 찾아왔었지? 그것이 결정적인 실수야. 회사로 날 찾아와서는 안 되는 거였지. 더군다나 특수영업팀을 찾아서는 ……. 특수영업팀은 몇몇 임원들 빼고는 회사 내에서는 아무도 모르지. 그런 팀이 있는지 조차 일반 직원들은 모르거든. 그런데 특수영업팀의 나를 찾아왔다는 것은 너 아니면 누구겠어.”

  양진수의 말을 들을수록 자신이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선호가 자신의 통제아래 놓여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양진수의 경계심이 많이 사라진 것을 은연중에 눈치 챘다. 선호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양진수에게 많은 말을 하도록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자신이 여기에서 죽더라도 양진수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건 무슨 말이지? 유령 부서라도 된다는 말인가?”

  “유령부서? 그렇지. 회장님의 지시만 따르는 유령 부서이지.”

  생각한 대로였다. 양평에서 자기를 공격했던 양태호나 눈앞에 있는 양진수는 선호가 찾고 있는 조직의 일원이었다. 제대로 찾은 것은 맞았다. 그럼 회장은 누구일까.

  “회장?”

  그러나 더 이상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양진수가 가슴을 겨누고 있던 총을 쥔 손을 들어 개머리로 선우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숨이 꽉 막히면서 선호는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어슴푸레 정신이 든 선호는 자신이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알았다. 가만히 몸을 움직였다. 손이 뒤로 돌려 묶여 있었다. 다행히 그 외에는 다치거나 상처를 입은 곳은 없어 보였다. 양진수는 거실과 주방 사이를 왔다갔다 걸으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양진수가 다가왔다. 그리고 무릎을 쭈그리고 앉아 선호의 뺨을 거칠게 때렸다.

  “이봐! 이젠 일어나! 정신이 들었다는 것 알아!”

  양진수가 선호의 어깨를 붙잡아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선호는 팔이 뒤로 묶인 채로 거실 벽에 기대앉았다. 그때 양진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양진수가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킨 사이 선호는 묶인 팔을 움직여봤다. 그러나 단단히 묶였는지 손목만 아파왔다.

  “예. 김선호가 분명합니다. 신분증도 확인했습니다.”

  조금 전에 통화했던 상대인 것 같았다. 대화 내용으로 봐서는 아마 양진수의 윗선인 것 같았다.

  “예. 양태호는 이미 처리했습니다. 실장님. 그건 더 이상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양태호를 처리했다고? 선호는 순간 깨달았다. 이들은 결코 자기를 살려 둘 생각이 없는 것이다. 자기들의 하수조차 꼬리를 자르기 위해 죽이는 마당에 자기인들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 선호는 소리를 죽이고 묶인 팔을 비틀어봤지만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은 점점 지나가고 있었다. 아마 통화가 끝나면 곧바로 행동에 들어갈 것 같았다. 양진수와 붙는다면 이곳에서 끝내야 할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정신을 잃는다면 아마도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질 것 같았다. 양진수는 냉혹한 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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